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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신 줄고 여신 늘고 자금난 악순환… 이게 지역의 현실
지역 경제의 돈줄이 돼야 할 지역은행이 지역 기업에 빌려줄 돈이 모자라 서울까지 돈을 마련하러 원정을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은행의 단순한 여·수신 불균형으로만 보기에는 해가 갈수록 이 같은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인재에 이어 자본까지 서울로 집중된 한국 경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자본의 서울 집중은 비수도권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금융 공급에도 경색을 불러와 지역 기업의 자금난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공공 분야의 지역은행 수신 비율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간절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은행의 수신액 61조 500억 원 가운데 부산에서 조달해 온 비율은 66.9%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6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년 전 연말 기준 부산은행의 부산 지역 조달 수신액 비율이 72.4%였던 데 비하면 6%P 가까이나 비율이 줄어들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3.49%P 줄어들어 해가 갈수록 비율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반면 올해 부산은행 대출 가운데 부산 지역 기업·개인 등에 대한 대출 비율은 전체 대출액의 74.16%를 기록했다. 지역 수신액 대비 지역 대출액 비율이 7%P 정도나 높다. 부산은행은 이를 메우려 서울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돈을 조달해 오는 형편이다. 부산은행과 같은 지역은행은 시중은행과는 다른 역할 수행을 해야 존립 의의를 찾을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은행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지역 밀착형 금융과 지역 관계형 금융이라 불리는 형태의 자금 운용이 그 역할이다.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원활한 자금 융통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지역의 자본이 공급돼 탄탄한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지역 수신액 비율 감소가 보여주는 지역은행의 현실은 참담한 지경이 됐다. 지역의 자금 경색과 기업 경쟁력 감소 등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은행이 아니라면 시중은행이라도 지역에 대한 자금 공급 물꼬를 터야 하지만 금융기관의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현저히 낮다. 비수도권 경제 규모가 대한민국 전체의 47%를 넘지만 시중은행의 지역 기업 대출 비중은 36%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경제 기여도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에 부산 지역에서는 지역 이전 공공기관들부터라도 지역은행과의 거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는 혁신도시법에 명시돼 있는 ‘지역산업 육성과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기여’ 의무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공공 영역에서 부은 마중물이 민간 영역의 활기를 되살리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사설] 부산가톨릭대 하하캠퍼스, 새 에이지테크 모델 주목한다
부산시가 부산가톨릭대 신학 교정 부지(6만 3515㎡)에 추진하는 대규모 시니어 복합 단지 ‘하하(HAHA)캠퍼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의 건물을 행정기관에 기부하거나 30년 무상 제공하는 것을 최종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건물 리모델링에 착수하고, 2033년까지 1·2단계에 걸쳐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BRC), 즉 시니어 주거 단지와 함께 에이지테크 산업의 요람을 조성할 계획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발생한 대학의 유휴 공간이 초고령화 사회를 선도하는 공공적 시설로 전환되는 사례는 사실상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회적·산업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부산은 2021년 9월 특광역시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7월 24.7%, 2050년에는 44%까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고속 노화 도시 부산에 시니어 세대를 위한 문화, 여가, 건강, 교육, 일자리, 주거, 실버산업이 결합한 복합 단지 조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에 따라 하하캠퍼스에는 606억 원이 투입돼 건물 9개 동이 리모델링되고, 대학 내에서 기숙사처럼 거주하면서 문화·여가 교육에 참가하는 UBRC와 스포츠·재취업 센터, 에이지테크 연계 시설이 조성된다. 초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부산에서 고령화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혁신 모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하캠퍼스는 복지 시설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미래 전략으로 확장될 때 의미가 더해진다. 특히 사업 계획에 포함된 에이지테크는 미래 경제의 견인차로 주목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바이오테크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에이지테크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존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병원·연구소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한계를 갖지만 하하캠퍼스는 평생 교육과 주거, 커뮤니티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에이지테크와 시니어 복합 단지가 결합한 모델은 처음이어서 부산형 고령 친화 산업 플랫폼의 태동도 기대된다. 전례가 없는 사업이다 보니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단순한 시설의 개보수와 취미 프로그램 운영에 그친다면 고령 친화 산업 플랫폼은 언감생심이다. 에이지테크가 활성화되려면 지역 대학과 기업의 연계로 에이지테크 실증 모델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공 예산 지원을 넘어 자립하려면 운영 주체의 책임 소재와 성과 점검 체계가 분명해야 한다.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산업적·사회적 성과다. 수지타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산업 구조 전환의 가능성 확인이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부산형 고령 친화 산업 거점의 성공 여부는 행정,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의 공감과 참여에 달려 있다.
[사설] 가덕신공항 공기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거버넌스 작동해야
가덕신공항 건립 사업은 정부가 그냥 동남권에 새로운 공항을 지어주는 지역 시혜형 사업이 아니다. 동남권의 국제관문인 김해공항이 이용객 폭증으로 인해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공항의 기능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장기적 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국책사업이다. 김해공항의 포화가 빨리 진행될수록 새로운 공항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법이기에 가덕신공항 건립 사업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속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남권에서 가덕신공항 조속 건립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신공항 건립을 위한 특별법 제정 당시 법 조문에 ‘신속한 건설’이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도 재확인된다. 2021년 9월 시행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총칙의 제1조에서 법의 목적을 ‘가덕도신공항의 신속한 건설에 필요한 사항의 규정’으로 밝히고 있다. 특별법 제정 당시인 4년 전에도 이미 속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못박은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립 사업이 박근혜 정권 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뒤 특별법으로 입지가 가덕도로 바뀌면서 수년 동안 늦어졌기 때문일 터이다. 윤석열 정권이 가덕신공항 개항 시기를 2029년으로 당기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한 것도 이 같은 특별법 제정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으로 비친다. 동남권의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요구는 이처럼 합법적 타당성이 너무나 뚜렷하다. 지난 10일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조달청에 공항 부지 조성 공사 계약을 공식 요청하고 연내 입찰 공고를 목표로 절차 진행에 나섰다. 11일에는 공항 건립 예정 부지 인근 육지 보상 재결까지 마쳤다. 문제는 정부가 공항 부지 조성 공사 공기를 당초 정한 84개월에서 106개월로 22개월이나 늘릴 계획이라는 데 있다. 공기를 줄일 신공법을 제안하면 가점을 주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있으나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방침 적용이 어려워 사실상 공기 단축 문제는 시공사에 일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시민단체 등은 입찰과 실제 공사에 착수하는 시기 등을 감안하면 115개월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신공항 건립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관련 행정 절차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정부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에 책임을 떠넘기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신공항 건립’을 위해 설립됐다는 공단은 뒷짐을 지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신공항 건립 추진 업무 조정 협의체 같은 거버넌스를 조속히 구성하고 부산시가 실효성 있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스스로 정한 공기를 연장한 책임이 있는 정부가 반드시 주도해야 할 일이다. 특별법의 제정 목적과 정신에 부합하려 노력하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의무다.
AI 가짜의사 광고
요즘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사람과 인공지능(AI)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면서 ‘AI 가짜 의사’ 등 전문가를 활용한 부당광고(허위·과장광고) 상술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규제 공백을 틈타 AI로 생성한 ‘가짜 의사’를 내세운 영상 광고가 유튜브, SNS, 쇼츠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급속히 확산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온라인에서 AI로 생성한 의사 등 전문가가 식품을 광고하거나 일반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하게 하는 광고를 집중 점검한 결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식품판매업체 16개소를 적발해 관할 기관에 행정처분 요청, 수사의뢰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식약처는 AI생성 의심 광고 63건, 의약품 모방 식품 부당광고 129건 등 게시물은 접속 차단 조치했다.‘방광염 완치’, ‘전립선 비대증 회복 가능’ 등 질병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처럼 표현한 광고, 일반식품을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같은 작용 기전’ 등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하도록 한 광고가 대표적이다.AI 기술로 생성된 인물은 흰 가운을 입고 실제 의사처럼 등장해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특정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을 추천한다. “단기간 체중 감량 가능”, “면역력 강화에 탁월한 효과” 등 검증되지 않은 문구까지 내세우며 소비자를 현혹한다. AI는 의료인의 외형, 말투, 표정, 설명 방식까지 정교하게 모사할 수 있어 소비자가 화면 속 인물을 실제 의료인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상대적으로 판별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일수록 ‘AI 가짜 의사’로 인한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현재 법률상으로는 AI로 제작된 콘텐츠에 ‘AI 생성물’임을 표시해야 할 명확한 의무 규정이 없다. 식약처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단속을 하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는 사업자에 대한 실질적 제재가 어렵다.AI가 생성한 의사나 전문가 등이 등장하는 부당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현재 국회에는 AI로 제작된 영상·음향·이미지를 광고에 활용할 경우 ‘AI 생성물’임을 명확히 표시토록 의무화하는 한편, 플랫폼 사업자에게 위반 광고 삭제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일명 ‘AI 가짜 의사 광고 방지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가짜 AI 광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입법·행정이 절실하다.송현수 선임기자 songh@busan.com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롯데·LG가 부산에 올까
몇 년 전 독일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 본사를 방문했는데, 번듯한 대도시가 아니라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 볼프스부르크에 위치해 있다. 글로벌 2위 자동차 기업의 본거지라고 하기엔 초라했지만 형식보다 실리를 따지는 독일다운 모습이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가 좁다며 강남구 삼성동 노른자위에 땅값만 10조 원에 사들인 것과 비교된다. 독일의 경우 인구 142만 명으로 이 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뮌헨에는 세계적인 지멘스, BMW, 알리안츠 본사가 있다. 이웃 일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글로벌 자동차 1위 기업 토요타자동차 본사는 일본의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아이치현 토요타시에 있다. 두 나라 대기업의 본사 위치를 해당 국가의 지도에 표시한 걸 보면 전국에 골고루 분포돼있다. 대기업 본사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한국과 정반대 그림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수도권에 본사를 둔 기업은 총 385곳으로, 전체의 77%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정규직 채용도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최근 올해 3분기 정규직 채용 공고를 17개 광역시도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경기도 26.5%, 서울 21.0%였다. 두 지역만 합쳐도 47.5%였다. 문제는 이 같은 대기업과 일자리 쏠림으로 인해 지방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게 되면 향후 지방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인구도 줄어들게 되고, 결국 성장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자립도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은 현격한 차이가 난다.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 365’에 공개된 2025년 기준 지자체별 재정자립도를 보면 50%를 넘어서는 곳은 서울시와 경기도, 세종뿐이다. 20%대도 4곳이나 됐다. 부산은 42.7%다. 이처럼 수도권 재정자립도가 높은 것은 대기업들의 법인세, 재산세 영향이 크다. 본사의 지방 이전을 꺼리는 대기업들의 항변은 이렇다. “지방으로 본사를 옮기면 인재 채용이 안되고 결국 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수도권도 계속되는 과밀로 인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그로 인한 교통체증 등이 문제다. 돈과 사람이 몰린다고 좋다고만 할 일은 아닌 상황이다. 지방과 수도권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현안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가진 ‘충남 타운홀 미팅’에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문제에 대해 “어차피 땅은 제한돼 있고 사람은 계속 몰리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도권 집중 문제를 ‘국가적 위험요인’으로 규정하고 “균형발전을 더 이상 지역 배려 차원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16일 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앞으로 중앙환경정책위원회 등 정부위원회에 지방 관계자의 참여가 대폭 확대된다. 지역 특성과 현장의 정책 수요를 주요 국가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셈이다. 또한 지방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의사의 양성과 지원 등에 관한 법률(지역의사법)’도 이날 통과됐다. 공공기관 2차 이전계획도 내년에 발표된다. 이전은 2027년부터 시작된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15개 국가첨단산단 등 성장거점을 조성하고 도로·철도·공항 등 지방 교통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고도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처음으로 국가균형발전을 국가운영의 기본축으로 제시하고, 행정수도 세종 이전, 지방 혁신도시로의 공기업 이전, 기업도시 등을 추진했지만 지방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도 대기업 이전을 시도했지만 기업들이 반발하며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대학이 함께 움직여야 효과가 난다. 또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 기업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지역인재를 키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8일부터 해양수산부가 정부세종청사를 떠나 부산으로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도 본사를 부산으로 옮기기로 했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지만 매출 10대 기업은커녕 100대 기업도 아직 본사가 없다. 지역 연고 기업 롯데나 LG의 주요 계열사 한 곳이라도 부산으로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간은 거꾸로 간다] 고독사 없는 새해를 희망하며
지난달 보건복지부와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주최한 ‘고독사 포럼’이 부산에서 개최됐다. 행사에서는 고독사 예방 사업 발표와 토론, 정부 정책 방향 소개, 지자체 우수 사례 공유 등이 이어졌다. 포럼의 화두는 단연 ‘5060세대’였다. 우리 사회의 복지 안전망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 집중돼 있어, 이들은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2016년 여름 부산에서는 고독사가 매일 1~2건씩 발생했다. 당시 5060세대의 비율이 높았다는 점은 사회적 이슈였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5060세대가 여전히 고독사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과거 지자체 차원에서 고군분투하던 고독사 문제가 이제는 중앙정부의 핵심 의제로 떠올라 체계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장에서는 정책 공백이 감지된다. 정부는 대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를 기대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제도의 변화가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지체 현상’이 발생한다. 5060세대의 고독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엇갈린다. “그 나이가 되도록 자신의 삶을 책임지지 못한 결과”라는 냉소적 반응도 있고,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냐”는 동정론도 존재한다. 이미 세상을 등진 그들에게 삶의 궤적을 직접 물을 수는 없다. 다만 단절, 이혼, 미혼, 실업, 질병, 부채, 알코올 의존증 등을 발견할 뿐이다. 이러한 복합적 원인이 사회적 고립을 낳고, 끝내 고독한 죽음으로 이끌었으리라 짐작할 따름이다. 국가데이터처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부산 전체 147만 1000가구 중 1인 가구는 54만 8000가구에 달한다. 1인 가구 중 70대 이상은 23.7%, 60대는 19.7%를 차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6070세대의 1인 가구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독사 발생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해당 연령층에 돌봄을 비롯한 다양한 복지 제도가 촘촘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다시 65세 이하 계층으로 귀결된다. 이들에게는 지원책이 부족할뿐더러, 설령 도움을 주려 해도 당사자가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끊임없이 정책을 연구하고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도의 지속성은 물론, 이웃의 따뜻한 관심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당사자의 의지다. 그 의지의 불씨를 살리는 것은 결국 가장 가까운 이들의 관심과 설득, 그리고 정부의 수요자 맞춤형 지원책일 것이다. 우리는 곧 또다시 새해의 출발선에 선다. 새해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도 희망찬 소식이 들려오길 간절히 소망한다.
[2030 칼럼] 인간의 책임에 대하여
책임감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덕목이지만 내게 주어진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기도 하다. 국어사전에서는 책임(責任)이라는 단어를 1.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또는 2. 어떤 일과 관련해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자의 정의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성실히 임한다는 뜻에서 보통 ‘책임을 다하다’고 표현한다. 후자의 정의는 자신이 행한 일의 결과에 대한 것으로서 ‘책임을 진다’고 표현한다. 국어에서는 이렇게 책임이라는 한 단어가 과정에 대한 책임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포괄하고 있지만 영어는 다르다. 책임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인 ‘Responsibility’ (이하 R)는 엄밀히 말하면 국어사전의 첫 번째 정의에 가깝다. 두 번째 정의에 해당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Accountability’ (이하 A)라는 단어가 적절해 보인다. 직역하자면 ‘설명할 책임’을 뜻하는 A는 책임질 결과에 대해 주관을 기여한 당사자가 자신의 판단을 해명할 책임이다. 책임감,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나뉘어 기업, 법인격으로 주인 없는 듯 보여 도덕적 해이·책임 회피의 주요 원인 인간, 주체적 판단·행위 결과에 반성 모든 종류의 책임을 부여받은 존재 과정에 대한 책임(R)과 결과에 대한 책임(A)의 차이를 살펴보면 R은 여러 명일 수 있지만 A는 보통 한 사람이다. 예컨대 이벤트팀에서 세모 행사를 열었다고 가정해 보자. 팀원들은 모두 세모 행사에 R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지만 행사결과에 대해서는, 즉 A는 궁극적으로 팀장에게 귀속된다. R은 복수에게 분배되고 위임될 수도 있지만 A는 단수이고 분배되거나 위임될 수 없다. 이유는 소유 개념과 관련한다. 소유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최종 주인을 전제한다. 설령 팀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졌더라도 업무를 주관한 팀장이 지배적 주인으로 간주되어 A를 갖는다. 그런데 만약 업무가 상세한 규칙과 절차들로 정해져 있어 이를 따르기만 했다면, 업무에 주관성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면 어떨까. 책임자는 “매뉴얼을 따랐을 뿐이다” 외에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 A의 귀속주체가 사라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대규모 분업 체제의 조직 형태인 관료제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 전쟁에서 투입되기 시작한 자율형 전투로봇 사례도 유사할 수 있다. 인간의 승인 없이도 살상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들에 대해 책임자는 “AI 알고리즘을 따랐다” 외에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 사람이 아닌 비인간주체의 사례도 생각해보자. 경비견 한 마리가 집을 지키고 있다. 경비견에게는 집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이는 과정에 대한 책임이다. 만약 경비견이 집을 못 지켜 집에 도둑이 들었더라도 경비견에게 도난당한 결과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사태의 결과는 경비견의 주인에게 귀속된다. 한편 최근 벌어진 쿠팡 정보 유출 사태로 본 기업의 책임은 어떤가. 정보보안 업무에 대한 행위의 책임은 쿠팡 담당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쿠팡의 대표이사도, 이사회 의장, 직원들도 궁극적으로 책임지지 않는다. 이는 쿠팡의 주인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면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배상을 분담하게 될까. 나의 주인이 나라는 것과 동일한 논리로 법적 인간인 쿠팡의 주인은 쿠팡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쿠팡에 귀속되어 배상금도 쿠팡의 법인 잔고에서 지출된다. 과정에서의 책임은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위임하고 분배할 수 있지만 결과적인 책임은 기업 자신이 갖는데 법인격이기에 마치 주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기업활동에서 도덕적 해이와 책임 회피를 유인하는 주요 원인이다. 우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말할 때 CSR은 과정에 대한 책임이고 CSA가 아닌 이유도 유관하다. 서양사상의 이원론적 사고관은 책임을 과정과 결과로 나눈 것처럼 책임의 속성 역시 도덕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한다. 법적 인간은 법적 책임을 갖는다. 법인격이 부담하는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Liability)은 대부분 금전배상이다. 따라서 법인격에 재산권은 핵심적이다. 앞서 경비견에게도 재산권이 있었다면 경비견은 결과에 법적보상을 물을 수도 있다. 이는 미래에 인공지능에게 법인격이 부여된다면 인공지능 역시 지금의 기업과 유사한 법리로 법적 책임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은 도덕적 책임과 결과에 대한 책임의 결합이다. 이는 사람만이 법적 강제성을 떠나 자발적으로 내면에 양심적 가책을 느낄 수 있고 반성할 수 있는 도덕적인 존재임을 의미한다. 또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에(법인격도 과정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사람에게 위임해 CSR처럼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자신의 자율적인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적인 책임을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고 스스로 짊어져야 함을 뜻한다. 결국 주체적으로 자신의 판단과 행위가 불러온 결과를 반성하는 일은 인간만이 가능하며 역으로 인간은 모든 종류의 책임을 부여받은 책임적인 존재다.
[김필남의 영화세상] 자기 세계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세계는 언제나 반짝이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균열과 상흔이 공존한다. 아이들의 세계는 오히려 균열에 더 민감하다. 아이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작은 충돌은 때로 거대한 파국으로 번지기도 하고,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은 조용히 쌓여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윤가은 감독은 ‘우리들’ ‘우리집’을 통해 아이들의 세계를 일관되게 응시해 왔다. 그리고 ‘세계의 주인’에서도 그는 한 소녀의 일상을 깊숙이 관찰하며, 상처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건넨다. 영화는 여고생 ‘주인’이 교실 한쪽에서 남자친구와 키스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성과 사랑에 호기심이 많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중심에 서 있는 주인은 여느 또래와 다르지 않은 명랑하고 씩씩한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교생이 동의한 ‘성폭행범 출소 반대 서명 운동’에 주인만이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주인은 “성폭행이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린다”는 한 문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윤가은 감독 화제작 '세계의 주인' 명랑한 웃음 뒤 숨겨진 깊은 슬픔 과거 파헤치거나 과장 없이 묻는다 피해자다움은 어떤 자세여야 하나? 서명문을 작성한 ‘수호’는 주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채 비난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때 주인은 자신도 모르게 “나도 성폭행 피해자”라고 외친다. 주변이 순식간에 고요해지고 주인은 곧 자신의 말이 농담이었다며 웃어넘긴다. 이 짧은 외침은 바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주인의 지나치게 명랑한 웃음 뒤에 숨겨진 깊은 슬픔, 말로 풀어낼 수 없는 과거가 숨겨져 있음을 눈치챈다. 영화는 어떤 것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주인이 어떤 아이라고 함부로 규정지을 수 없게 만든다. 주인이 보여주는 행동들에 의문이 생길 때쯤, 주인이 과거 성범죄 피해자였음을 어렴풋이 눈치챈다. 하지만 영화는 상처의 원인을 파헤치거나 고통의 깊이를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감독의 시선은 ‘이후의 삶’, 다시 말해 상실과 고통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는 일상에 머문다. 상처를 딛고 살아가는 인물의 태도와 선택을 차분히 따라가며, 설명보다 흔들리는 눈빛과 애써 웃는 표정에서 더 많은 것을 읽어낸다. 이러한 태도는 연출 전반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카메라는 잔혹했던 과거를 재현하기보다, 태권도를 배우고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의 삶을 성실히 채워가려는 주인의 삶에 머문다. 특히 영화는 다른 피해자들과의 모임을 중요한 장면으로 제시한다. 그곳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어둡고 침잠된 분위기 대신 웃음과 수다, 소소한 일상이 흐른다. 이는 ‘피해자다움’이라는 고정된 이미지가 얼마나 폭력적인 규정이었는지를 되묻게 한다. 피해자는 연민과 동정 속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가고 선택하며 변해가는 현재형의 인간임을 영화는 조용히 강조한다. 영화에서 주인이 엄마와 함께 세차하러 가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눌러왔던 분노와 고통을 터뜨리는 순간, 그 절규는 세차기의 거센 물소리에 파묻힌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고통은 완전히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세차가 끝나면 주인은 다시 숨을 고르고 현실로 돌아온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인물이 엄마 ‘태선’이다. 딸 앞에서는 강인한 어른으로 남아야 하지만, 사실 엄마도 힘들다.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함께 견디며 저항하며 바로 서고자 노력한다. ‘세계의 주인’은 한 소녀의 상처를 통해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어떻게 규정해 왔는지를 되묻는 영화다. 동시에 이는 상처를 지닌 존재가 어떻게 다시 삶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로 인해 주인은 피해자라는 단일한 이름으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그는 여전히 흔들리고 웃고 분노하며 나아간다. 영화의 마지막,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고통의 완결이 아니라 가능성의 지속이다. 주인은 어떤 규정 속에 머물지 않으며 다시 자신의 세계를 살아가며 ‘주인’이 되어가는 중이다.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경계의 바다-아이 웨이웨이와 난민의 얼굴
12월 18일은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수많은 사람이 전쟁과 폭력, 빈곤을 피해 국경을 넘어 떠난다. 그러나 그 길은 언제나 위험으로 가득하다. 지중해의 검은 파도 위에서,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흔적은 뉴스의 숫자로 남지만, 인간의 얼굴은 사라진다. 이 날은 바로 그 잊힌 얼굴들을 기억하는 시간이다. 발터 벤야민은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에서 “역사는 완전한 서사가 아니라, 파편 속에서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진실의 섬광(Aufblitzen)을 포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진실은 승자의 기록이 아니라, 부서진 세계 속에서 잠시 빛나는 인간의 존엄이었다. 역사는 거대한 서사보다, 파편처럼 흩어진 기억 속에서 더 깊은 진실을 드러낸다. 난민의 이름 없는 몸, 그 무수한 파편들 속에서 인류의 윤리가 깨어난다. 아이 웨이웨이는 이 시대의 ‘경계의 예술가’다. 그는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 말할 수 없는 자들의 현실을 예술로 증언한다. ‘Law of the Journey’(2017)는 체코 프라하 국립갤러리에 설치된 길이 70m의 검은 고무보트와 300명의 난민 조각상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작품이다. 검은 보트 위에 서로 기대어 앉은 인물들은 모두 무표정의 익명이다. 그 얼굴에서 우리는 인간의 보편적 고통을 본다. 아이 웨이웨이의 작업 방식은 벤야민이 말한 ‘파편의 미학’ 그 자체다. 그는 완전한 내러티브를 거부하고, 부서진 현실의 단편들을 배치해 비극의 구조를 드러낸다. 고무보트, 구명조끼, 난민의 잔해 같은 오브제들은 모두 ‘진실의 섬광’을 담는 매개체다. 아이 웨이웨이의 작품은 바로 그 섬광의 형태로, 잊힌 자들의 목소리를 현재로 소환한다. 이 작품은 유럽의 난민 위기를 상징하지만, 동시에 인류 전체의 초상이다. 보트는 구원의 상징이자 절망의 무덤이다. 수많은 난민이 이와 같은 고무보트로 바다를 건넜고, 그중 많은 이들이 바다 밑으로 사라졌다. 아이 웨이웨이는 그들의 흔적을 차갑고 거대한 형상으로 되살린다. 벤야민의 말처럼, 진실은 완전한 이야기 속이 아니라 파편 속에서 번쩍인다. 이 거대한 보트 위의 사람들은 파편처럼 흩어진 존재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 모여 있을 때, 그 침묵 속에서 인류의 진실이 섬광처럼 드러난다. 예술은 그 섬광을 붙잡는 행위이며, 인간의 부재를 통해 인간을 증언하는 일이다. 세계 이주민의 날, 우리는 이 거대한 검은 보트를 떠올린다. 그것은 타인의 배가 아니라, 곧 우리의 배이기도 하다. 경계와 국적의 이름으로 갈라진 세계 속에서, 조르주 아감벤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잠재적인 난민이다. 그는 외친다. “내가, 우리가, 바로 난민이다.” 미술평론가·철학박사
[기고] 서울 중심 한류의 흐름을 부산으로 끌어오자
최근 영화 ‘케데헌’의 전 세계적 흥행을 계기로 한류 열풍이 다시 거세게 불고 있다. 전 세계 젊은 세대가 K콘텐츠를 즐기고, K푸드·K뷰티·K패션에 주목하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으나, 그 중심에는 여전히 서울이 있다. 고궁, 쇼핑 거리, 공연장, K팝 이벤트 등 서울은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한류의 무대’로 자리 잡았다. 반면 부산은 여전히 한류 관광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부산은 짧은 도시 역사로 인해 고궁이나 대형 랜드마크가 부족하다. 이는 관광 자원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지만, 서울과는 다른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산이 진정으로 한류의 제2거점으로 성장하려면 부산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서울을 모방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자원을 살린 차별화된 접근이 중요하다. 그 시작점은 상징적 랜드마크 조성이다. 개발을 추진 중인 황령산 전망대와 같은 공간은 부산의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거점으로, 스토리와 체험을 결합해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단기간에 인프라를 확충하기 어려운 만큼 부산은 소프트웨어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먹거리·볼거리·즐길 거리를 재해석해 ‘부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어매니티(amenity), 즉 체험의 질과 편의성을 강화해 관광객이 머물고 싶어지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MAD STARS), 부산콘텐츠마켓(BCM) 등 국제적 행사가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제는 전 세계 영화인과 관객을 끌어오고, BOF는 K팝과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를 모은다. MAD STARS는 광고·마케팅 산업을 통해 부산을 한류 콘텐츠의 발신지로 끌어올리고, BCM은 방송·영상·미디어 산업의 교류 플랫폼으로서 생태계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벤트만으로는 관광객의 상시 유입을 담보하기 어렵다. 축제 이후에도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상설 콘텐츠와 체험 공간이 필요하다. 한류 전략은 단순한 관광정책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 되어야 한다. 문화·관광·산업을 결합한 장기 전략이 뒷받침된다면 부산은 서울의 보조 무대가 아니라 글로벌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바다와 항만이라는 부산만의 지리적 특성은 콘텐츠 산업과 결합할 때 새로운 관광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부산이 한류의 흐름을 따라가는 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협력 구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자체와 부산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 지역 기업, 지역 대학뿐만 아니라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 부산콘텐츠마켓 조직위원회가 주체적으로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정책 수립, 여론 형성, 투자·후원, 연구개발, 인재 양성, 콘텐츠 기획과 운영이 긴밀히 연결될 때 실효성 있는 실행안이 만들어지고 강력한 추진 동력이 생겨난다. 한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주체들이 긴 시간에 걸쳐 축적해온 결과다. 서울이 중심 무대로 자리잡은 것도 문화, 정책, 산업, 인프라가 결합된 결과였다. 부산이 한류의 제2거점으로 도약하려면 같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부산만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야 한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부산의 지리적 이점을 살리고, 부산만의 끈끈한 정(情)을 담는 차별화 포인트를 출발점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종합 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와 지역 언론, 지역 기업, 지역 대학과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주최측 등 지역사회의 주요 기관, 단체가 협력하여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하고 중단기 실행을 분담하여 추진할 때, 부산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또 하나의 한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 누가 깃발을 들고 앞장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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