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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전역~청량리·강릉 운행 확대… 복합환승센터 무르익는다
부전역에서 서울 청량리를 오가는 중앙선과 강원도 강릉을 잇는 동해선 구간에 연말까지 KTX-이음 열차가 증편·신규 투입된다는 소식이다. 청량리행은 하루 왕복 6회에서 18회로 대폭 증편되고, 강릉 노선은 ITX-마음보다 1시간여 빠른 KTX-이음이 달리게 된다. 이는 부전역이 중앙선·동해선·도시철도가 교차하는 광역 교통망 요충지의 입지가 굳어지고 승객이 급증하면서 단순 환승 기능을 넘어선 허브 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전역이 상전벽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보조역’이라는 과거의 관념 탈피는 더디기만 하다. 부전역의 지위 격상에 걸맞은 복합환승센터 추진은 이제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부전역 수요의 구조적 성장과 연결망에서 차지하는 지위의 상승 추세는 확고하다. 올 10월까지 이용객(88만 5000명)은 지난해 전체(49만 명)의 1.8배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중앙선·동해선에 이어 부전마산선까지 개통하면 현재 부전역사의 수용 능력에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교통 혼잡·안전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한 철도 환승 공간을 넘어서 부전역과 연계되는 시내 교통 인프라인 도시철도·버스·보행 동선까지 고려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 시민 40만 명이 복합환승센터 추진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선제 대응이 필요한 때이지만 중앙 정부의 결단은 여전히 더디다. 부전역은 남해안의 경전선(부전마산선)과 동해안의 동해선을 잇는 U자 형태 국가 철도망에서 결절점 역할을 맡고, 동시에 수도권(청량리)까지 종횡무진하는 중심축이다. 여기에 이동 시간 단축과 노선 확장이라는 양적 변화를 거듭하면서 명실상부한 사통팔달의 요지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역사 자체의 수용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역사와 연계된 도심의 교통 혼잡과 주차난, 안전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상업·관광 시설과 휴식 공간이 어우러지는 게 필수다. 도시 계획 차원에서 교통 시설과 주변 공간을 통합·재편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방향성의 공론화에 이은 신속한 집행이 요구된다. 이번 부전역 KTX 증편은 부산의 도시 공간을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의미가 있다. 보조역이 아닌 도시 발전의 중심축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부전역 일대의 교통 전략, 상권 활성화 계획, 도시재생 사업을 복합환승센터 중심으로 통합·재구성해서 정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복합환승센터에 대해 제5차 광역교통시행계획(2026~2030년) 반영을 검토하는 중이다. 국토부와 부산시 모두 부전역 성장 속도에 뒤처져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승객도 증가하고, 열차 운행도 느는데 도시 인프라만 과거에 머무르게 방치한다면 시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행정이 결단과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
[사설] '내란 2차 특검'은 되고 '통일교 특검'은 안 된다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야권이 요구한 통일교 의혹 특검을 거부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4일 특검 요구는 “판을 키우려는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통일교 특검에 입을 닫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태도에 야당은 “여당무죄, 야당유죄라는 노골적인 정치 편향”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특검을 ‘권력 비리를 밝히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규정하며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해 왔다. 민주당은 내란·김건희·순직해병 사건을 묶은 3대 특검을 강행했고 미진하다며 2차 종합 특검까지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정당이 통일교 특검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내로남불적 태도다. 민주당의 논리는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핵심 증언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번복돼 근거가 약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이 논리는 옹색하다. 특검의 본래 취지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의혹이 충분히 정리된 뒤’ 도입되는 제도가 아니라, 기존 수사 체계로는 공정성과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될 때 가동되는 예외적 장치다. 더구나 경찰은 이미 전·현직 정치인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나아가 경찰이 민주당 출신과 국힘 출신 인사를 함께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도 민주당의 정치공세 주장과 맞지 않는다.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은 번복됐지만, 그렇다고 의혹이 소멸한 것은 아니다. 진술의 신빙성 여부야말로 특검을 통해 가려야 할 문제다. 민주당은 “혐의가 드러나면 누구든지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치의 신뢰는 사후 결단이 아니라 사전 제도로 확보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특검을 정의와 개혁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와 비교하면, 통일교 의혹에 대한 소극적 대응은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검을 둘러싼 최근의 혼란 역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민중기 특검의 편파·과잉 수사 논란 등은 특검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치권은 감정적 대응이나 진영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통일교 의혹은 특정 정당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 단체의 조직적 정치권 로비 의혹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다. 경찰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현직 정치인들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통일교 측에서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본인들을 위해서라도 국민이 중립을 인정할 수 있는 특검에 의해 진상이 규명되는 것이 옳다. 민주당이 다른 사건에서 수없이 강조해 온 ‘기존 수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리가 왜 이 사안에서는 적용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럴때일수록 더 엄정하게 잣대를 들이밀어야 하는 게 여당의 자세다. 내란 특검은 되고 통일교 특검은 안 된다는 민주당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설] 전재수 전격 면직, 해양 컨트롤타워 공백 해소 시급하다
부산시가 해양 수도를 선포한 건 지난 2000년 12월 18일이다. 25년간의 염원은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사무실 이전에 착수하고, 임시 청사 개청식 준비에 돌입하면서 드디어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해양 수도를 향해 순항하던 부산에 거대한 쓰나미가 닥쳤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급거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영호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이 공직 기강 문제로 면직되면서 해수부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공백 사태를 맞았다. 해양 정책의 동력 실종과 지연이 우려되는 점이 뼈아프다. 해양 수도 도약의 결정적 전환점을 맞이해 가속도를 붙이려던 부산은 느닷없이 암초를 만나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이 사태는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해양수산 정책 전반을 마비시키거나 파행시킬 가능성에 심각성이 있다. 사령탑 부재로 해운기업의 집적 추진, 특히 해운 대기업 HMM의 부산 이전 로드맵 발표가 불투명해졌다. 12월 말로 예정된 임시 청사 개청식과 대통령 업무 보고 일정은 조정이 가능한 사안이지만, 북극항로 개척을 진두지휘했던 ‘선장’이 갑자기 하선한 여파는 간단히 수습되기 어렵다. 공석이 장기화될 경우 해수부 이전 효과로 힘을 키우던 ‘부산 구심력’에 제동이 걸리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국정 과제 추진과 인사 시스템 신뢰 훼손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장관·비서관급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의 연속성과 윤리적 리더십에 수긍이 가는 신속한 후속 인사만이 국민적 실망감을 달랠 수 있다. 특히 차관 대행 체제의 해수부가 장관이 없다는 것이 핑계가 되어 주요 정책 사업이 공회전 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부산을 중심으로 해양 경제권을 구축해서 수도권과 함께 국가 성장을 주도하는 양대 축으로 키우는 비전은 지역 현안이 아닌 국가 미래 전략의 일환이다.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해운업계 집적·해양 기관 재배치의 중단 없는 추진을 보장해야 한다. 부산시는 2028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유엔해양총회 유치를 선언했다. 해양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 개최지는 당연히 글로벌 해양 수도를 자부하는 부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40 월드엑스포 재유치 검토 등 부산은 해양 수도라는 도시 브랜드를 앞세운 미래 전략을 세우고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첫걸음이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등 정책 사업이다. 그런데 해양 시대가 본격화되려던 찰나에 컨트롤타워에 변고가 발생했으니 부산 시민들은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정부는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부산 시민들의 절박한 심정에 화답해야 한다. 신속한 후속 인사와 중단 없는 정책 추진이 해답이다.
한일 해저터널의 소환
1988년 3월 13일 일본 북부의 홋카이도와 혼슈를 잇는 세이칸 해저터널이 개통됐다. 일본의 주요 4개 섬인 규슈·시코쿠·혼슈·홋카이도를 하나로 묶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해저터널은 현존 터널 중 가장 길다. 총길이가 53.85km이며 이 중 해저 구간은 23.3km이다. 두 번째로 긴 터널은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터널’(채널터널)이다. 1994년 개통한 이 터널의 총길이는 50.5km이며 해저 구간은 37.9km다. 도버해협의 최단 거리인 프랑스 칼레와 영국 포크스턴 사이를 3개의 해저터널로 연결했다. 파리와 런던을 3시간 만에 연결하는 고속전철 ‘유로스타’와 EU 탄생에 역할을 했다.한일 양국에서 해저터널 구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일본은 1930년대 시모노세키와 부산 사이를 해저터널로 관통시켜 중국 베이징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을 했다. 1941년 지질조사와 탐사가 시작됐으나 그해 12월 태평양전쟁의 발발로 중단됐다. 국내에서 한일 해저터널 구상을 처음 꺼낸 건 1981년 문선명 통일교 초대 총재다. 정치권에서는 1990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 국회 연설에서 해저터널을 처음 거론했다. 1999년 김대중, 2003년 노무현 대통령도 언급했으나 일회성에 그쳤다. 2011년 국토해양부가 교통연구원 검토 결과를 토대로 해저터널의 경제성이 없다고 발표한 이후 중앙정부 차원의 검토는 중단됐다.한일 해저터널은 부산에서 시작해 대한해협과 대마도를 건너 일본 규슈까지 200km를 해저터널로 연결한다는 구상의 사업이다. 부산 정치권에서는 꾸준히 검토됐다. 서병수·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추진 여부를 검토했고, 2021년에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약으로 사업 추진을 깜짝 발표했다. 지역에서는 해저터널 건설의 실제 추진 여부를 놓고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동북아 경제통합 주도적 역할’과 ‘부산의 교통 경유지 전락’ 등 찬반이 엇갈린다.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한일 해저터널’이 최근 소환됐다. 통일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지난 8월 특검 조사에서 통일교의 숙원 사업이던 해저터널 건설 청탁을 위해 2018~2019년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접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재수 전 장관은 2021년 부산시장 보선 때 김종인 위원장의 해저터널 구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일 해저터널이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정치권을 뒤흔들 판도라 상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소모적인 정치 이슈로 더는 소비되지 않기를 바란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대기자
강병균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편집국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추진 논란
정쟁이 끊이질 않는 정치권에 최근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이 헌정질서를 위협한 중대 범죄인 만큼 기존 사법 시스템만으로는 국민적 의혹과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내란 사건을 전담할 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에 반발하는 진영과 법조계 일각은 “사법부를 특정 사건에 맞춰 재편하는 위험한 선례”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 불신 해소와 신속한 정의를 내세운다. 내란죄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전복하려 한 범죄로 현재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전담재판부를 두면 내란 관련 사건을 한 재판부가 집중 심리하고, 쟁점 정리와 증거 판단을 일관되게 하며 불필요한 지연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국민의힘 등 반대 진영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재판의 독립성과 법관의 자연적 배당 원칙은 사법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정치적 파급력이 극도로 큰 사건을 위한 별도의 재판부를 설치하는 순간, 사법부는 정치적 요구에 따라 구조를 바꾸는 기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내란이라는 단어 자체가 강한 정치성을 띠는 만큼, 전담재판부는 출범과 동시에 공정성 논란과 결과 예단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내세운다. 최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이 드러났다.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와 법 왜곡죄 도입에 대해 전국 법관 대표들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며 “사법개혁 논의에 법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했다. 회의에 참석한 법관들 다수는 “사건의 중대성만으로 재판부 신설을 정당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이미 현행 사법체계 안에는 합의부, 전문재판부, 대법원 전원합의체 등 중대하고 복잡한 사건을 다룰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근 열린 대법원 공청회에서도 이런 우려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맡았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11일 대법원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났는데 내란 재판이 한 사건도 선고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법이) 처분적 법률(특정한 개인이나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고 곧바로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배당에 관해서 외부 인사가 관여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법원이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 특별법 제정의 계기를 없애는 것이 왕도”라고 말했다. 내란 전담재판부가 예외적으로도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낸 참석자들도 있었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은 “내란 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사법부는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재판부를 만드는 정치적 하청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정 위원장은 “특정 정치적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 입맛에 맞는 특정 성향의 판사들로 구성된 전담 재판부를 만든다면, 그 재판부에서 내려진 판결을 과연 국민들이 공정한 법의 심판으로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패소한 쪽에서는 정치적 판결이라면서 불복할 것”이라며 “사법 불신을 넘어서 국론 분열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이라 지적했다.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만약에 내가 재판 당사자가 됐을 때, 사건 배당에 어떤 외부 인사가 관여하거나 정치권의 입김이 들어오는 어떤 특정 판사가 담당한다면 그것에 승복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란 전담재판부 안은) 구체적인 시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기보다는 현 재판부에 대한 압박용, 경고용 이런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내란 재판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법 앞의 평등과 정해진 절차에 사법이 이루어진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제도는 한 번 정치의 언어에 포획되면 회복이 쉽지 않다. 이번엔 내란 사건이지만, 다음엔 또 다른 ‘중대 사건’에 대해 같은 논리로 특별한 재판부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선례는 결국 사법의 일반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정의는 속도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절차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 정의는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뿐이다. 내란전담재판부 논의는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당위가 아니라 헌법적 기준에서, 지금의 욕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사법 신뢰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오션 뷰] 신먼로주의가 부산에 던지는 메시지
신뢰는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 토대인 ‘사회자본의 핵심요소’라고 로버트 퍼트넘(Robert D. Putnam)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명예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 강조한 바 있다. 사회적 신뢰가 높을수록 경제 안정성과 성장, 그리고 민주주의의 성숙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뜻인데, 신뢰의 중요성은 개인이든 사회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이재명 정부는 국가 비전으로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내걸었고 출범 직후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공약했다. 그 약속은 지난 9일 첫 이삿짐이 부산에 도착하는 것으로 지켜졌다. 필자도 해수부 이삿짐이 부산 동구 수정동 임시청사에 도착하는 순간을 직접 목격했다. ‘신뢰’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지를 다시 확인했다. 이제 부산이 화답해야 한다. 해수부라는 정부 기관의 이전을 부산의 사회자본으로 만들어서, 이른바 ‘노인과 바다’로 불린 자조의 도시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 사회자본이 해양수도를 넘어 세계의 해양 중심으로 우뚝 서는 동력이 돼야 한다. 시작은 부울경이 함께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아니라 ‘해수부의 부울경 이전’이 맞다. 정부 청사 이전 효과를 부산은 물론이고 울산과 경남이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울산의 조선업은 물론이고 경남의 양식, 해양플랜트, 해양바이오 산업 등이 고도화될 기회다. 지역의 목소리와 현장 상황이 세종이나 서울에 해수부가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반영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일 ‘2025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국제 규범과 다자주의 대신, 미국의 국익과 주권 보호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실용주의’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이해된다. 세계 경찰의 종료이며 ‘신먼로주의’의 대두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이라는 국제 경찰이 북한 핵 위협에 대한 비용을 우리에게 전가한 것은 물론이고 동맹국으로서 중국을 견제하라는 함의도 담겼다. 이에 대해 일본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 중의원에서 대만 유사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곧바로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동북아의 화약고로 불리는 대만해협 문제에 그가 너무 깊게 반응하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삼가도록 했고 중국 항공사는 일본행 항공편을 줄줄이 취소했다. 심지어 오랫동안 양국 우호의 상징처럼 각인된 상하이-오사카 여객선 운항도 지난 6일 갑자기 중단됐다. 이들 일련의 사건이 중일 간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체감도가 다르다. 팬스타그룹처럼 동북아 바다를 연결하는 국제 해상수송 업체는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걱정부터 앞선다. 모든 화근은 신먼로주의로 연결되는 것 같다. 미주대륙의 패권을 유지하고 중국을 포함한 외부 세력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고립주의 외교정책인 신먼로주의는 1823년 제임스 먼로 대통령이 유럽의 미주대륙 간섭을 거부한 ‘먼로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신먼로주의가 지금 동북아 바다에 새로운 갈등을 야기하고 얄궂은 경계선을 긋고 있다. 중국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일본의 도움 요청도 미국은 그 경계선을 가리키며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중일 갈등은 동북아 안보 환경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이 동북아 바다에서 언제, 어떻게 충돌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혼돈의 바닷속에서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은 ‘카오스의 지혜’다. 새로운 질서가 시작되기 직전의 대혼란을 카오스라고 한다면 카오스의 지혜는 그 혼돈과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방향과 해법을 찾는 노력을 의미한다. 각국의 다양한 선택과 견해를 인정하고 경청할 수 있는 국가는, 그래서 어쩌면 대한민국일 수 있다. 세상의 이치가 늘 예측한 대로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대한민국은 협력과 상생의 바다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을 가졌다고 본다. 위기는 늘 기회로 반전됐고, 지금의 동북아 위기도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북극항로를 포함해 새로운 의제가 계속 생성되고 있는 동북아 바다에서 우리는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해수부의 부울경 이전은 그래서 더 시의적절했다. 2025년이 저물고 있다. 부산 경제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해수부와 함께 맞이하는 2026년이 이제 보름도 남지 않았다. 새해부터 시작되는 해수부의 부산 시대를 기대한다.
[공감] 겨울은
빈손으로 터덜터덜 걷는 사람에게 겨울은 냉담하다. 가난한 밥상 앞에서 우는 사람에게 겨울은 비정하다. 차가운 방에서 잠들어야 하는 사람에게 겨울은 혹독하다. 겨울은 그런 계절이다. 무언가의 부재를 더욱 뼈저리게 체감하는 계절. 잃어버린 것들의 빈자리에 칼날 같은 바람이 통과하는 계절. 크리스마스트리의 조명이 빛날수록, 거리에 캐럴송이 신나게 울려 퍼질수록, 세상이 화려하고 소란해질수록, 그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는 더욱 외롭고 쓸쓸해지기도 하는 계절. 어떤 말이나 행동은 시간을 훌쩍 넘어서고 공간의 온도와 공기의 흐름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부산에서 멀리 떨어진 북쪽의 추운 도시에 머리가 하얗게 센 남자가 살고 있다. 그의 집은 도시 외곽의 주택가 초입이다. 작고 허름한 그의 단층 주택에는 담벼락이나 울타리가 없어서 집의 창문과 외부 벽면이 행인들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그는 어느 날 하얀 벽면에 스케치를 하고 물감과 붓을 주문해 여러 날에 걸쳐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 거주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사람들이 그곳을 오갈 때 잠깐이나마 웃음을 지었으면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벽화를 그리는 한 달여 동안 그 집 앞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듯 쳐다보다가 사진을 찍거나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그림이 누군가에게는 쉼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되었으며, 누군가에게는 대화가 되었다. 12월이 되자 그는 창문 바깥쪽에 자그마한 트리 장식을 하고 전구를 달았다. 그가 집에 있든 없든 해 질 녘이면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다음 날 동이 트면 불이 꺼지도록 자동 온오프 장치를 만들었다. 노인 거주자가 대부분인 그 마을에 유일하게 여섯 남매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있는데, 그 집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트리라고, 아버지는 작업을 마무리한 후 내게 벽화와 창문 사진을 찍어 보내고는 그렇게 말했다. 도심과 시내 중심지 곳곳에 있는 거대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고 소박했지만, 해가 지면 금세 어둡고 스산해지는 그 마을의 입구를 매일 밤 고요하게 밝히는 작은 불빛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 유년의 어떤 순간들도 다시금 따뜻하게 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마을의 여섯 남매를 위한 트리라고는 했지만, 어쩌면 우리 가족에게 차갑고 혹독했던 지난날들, 과거 우리의 겨울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며칠 전 갑작스런 추위가 찾아온 어느 날, 나는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만원 버스에 몸을 구겨 넣었다. 특별히 힘든 일이 없더라도 그런 시간대에는 누구나 고단해지고 예민해지기 마련이다. 무거운 가방을 멘 채 흔들거리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한참 동안 서서 가야 하는 일도, 낯선 타인과 몸을 부딪치며 각자에게 배인 생활의 체취를 좁은 공간 안에서 나누게 되는 일도, 하루치의 고단함에 덤벨 하나를 더 얹는 것만 같다. 그렇게 어깨는 점점 더 아래로 처지고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빵처럼 느껴질 무렵, 버스 기사님이 마이크에 대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하루도 애쓰셨습니다.” 그 순간, 시끌시끌하고 복작거리던 만원 버스 안이 숭고할 정도로 고요해졌다. 기사님은 그 뒤에 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는데, 그랬기 때문에 “오늘 하루도 애쓰셨습니다”라는 말이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에게 각자의 무게로 다가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는 가볍게 미소 지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눈물이 났을 것이고, 어떤 이는 하루를 더 버틸 힘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한마디에, 이미 지나가 버린 어떤 날들을 위로받았다. 시간은 선형적으로만 흐르지 않고 어느 순간 과거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어떤 말이나 행동은 그처럼 시간을 훌쩍 넘어서고, 공간의 온도와 공기의 흐름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겨울은 냉담하고 비정하고 혹독한 계절이지만, 그렇기에 서로의 미약한 온기마저 소중히 껴안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다.
[김은영의 문화시선] 바다미술제 작품의 후속 여정
부산의 대표적인 격년제 미술제 중 하나인 ‘바다미술제’는 전시가 끝나면 작품이 철거되거나 작가에게 반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품이 해변에 설치돼 바닷바람이나 염분 등 환경적 제약이 크고, 대부분이 기간 한정의 설치 미술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지난달 2일 37일간의 항해를 끝내고 막을 내린 올해 2025바다미술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17개국 23팀 38명의 작가가 총 46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중 4점이 작가에게 돌아갔고, 1점은 기증 의사를 밝혔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폐기됐다. 바다미술제 작품 기증 소식은 꽤 오랜만이어서 눈길이 갔다. 다대포해수욕장 서측에 설치돼 있던 김상돈 작가의 ‘알 그리고 등대’가 그것이다. 작가는 “작품을 바깥에 오래 둘 수 없어 가급적 실내로 가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사하구는 기증 의사를 구두로 승인하고, 현재 적정한 설치 장소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설치가 완료되면 정식으로 서류 절차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설치 장소 물색이 다소 길어지고 있다. 바다미술제가 끝난 지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이전 장소를 확정 짓지 못해 해수욕장에 그대로 있다. 급하게 서둘 일도 아니지만 차일피일 미룰 일도 아닌 것 같아서 결과를 지켜볼 뿐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어영부영하다 언젠가처럼 다른 지역 미술관으로 기증 작품을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올해는 또 바다미술제 종료 후에도 두 곳에서 연장 전시가 열리며, 작품이 해변을 넘어 도시 전체의 공공 자산처럼 기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작품의 영구 설치나 소장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술제가 남긴 예술 경험을 도시 공간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BNK부산은행은 다대포해수욕장역에 설치되었던 이진 작가의 ‘물결의 되울림’을 은행 본점 1층으로 옮겨 연장 전시해 직원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바다미술제 주요 협찬사가 전시 작품을 이어서 보여줌으로써, 기업 공간을 시민을 위한 문화 향유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스위스 출신 안나 안데렉이 부산에 와서 지역 여성들과 작업한 ‘실버 붐’을 퍼포먼스 중심으로 재편집해 광안역과 범내골역 도시철도 역사 내 LED 스크린으로 상영하고 있다. 공식 협찬사는 아니지만, 지역의 큰 예술 행사 작품을 시민과 공유함으로써 대중교통 공간을 문화 공공재의 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이번 칼럼에서 논할 계제는 아니지만 폐기되는 작품이 많은 현실과 이를 줄이기 위한 논의도 언젠가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고] 가장 위대한 유산
부모의 말이 아이의 삶이 된다. 품 안의 자식은 아낌없이 내어 주어도 좋으나 이미 제 삶을 꾸려 갈 때가 되면 그때부터는 다르게 대해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것은 처음에는 고마움으로 받아들이지만 반복되면서 익숙해지고 점점 당연해져서 결국 의존성만 길러져서 자식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만약 거절한다면 부모는 자식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하고 자식은 자립심 없는 나약한 의존적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부모의 재산을 어떻게 해서라도 고스란히 물려 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상속세율이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승계, 재산상속 등 법적 규제를 피해 가려고, 즉 세금을 적게 내고 물려 주려는 속셈으로 온갖 방법을 시도하다 매스컴을 도배하지만 어찌하더라도 결국 자식에게로 가는 것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흙수저, 금수저의 의미가 참 마음이 편치 않다. ‘애써 모은 재산을 내 자식한테 주는 게 뭐가 잘못이고 이상한 것인가’라고 따진다면 ‘애써 모은 걸 왜 꼭 자식한테만 주는 게 진정한 자식 사랑인가’라고 되묻고 싶다. 부자가 3대를 안 간다는 옛말의 의미가 과연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부모의 피와 땀이 과연 그대로 유전이 될까. 부모의 피와 땀만큼 일할 수 있고 하려는 의지가 따른다면 부모만큼은 아니라도 그런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는 시대가 다른 걸 계산하면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장담할 수 없다. 내가 일군 재산이니 자식이 당연히 물려 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신뢰가 결국 자식을 제대로 보지 않고 내린 섣부른 판단이 된다는 걸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런 부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이 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이 될지 의문이 크다. 자식은 부모의 그림자를 따라가고, 교사의 몸짓으로 행동하며, 사회의 빛으로 빛날 수 있고, 국가의 힘으로 자란다. 즉 아이를 잘 키우고 물려 줘야 할 것이 무엇이며 사회 공동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표현한 말이다. 친정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자식에게 된장, 고추장, 김치를 손수 담가 주시는 것 보다 자식이 담가 온 것을 칭찬하고 격려가 더 소중한 사랑이라 여긴다. 매일 밤 논에 따로 쌓여 있는 노젓가리를 형은 아우에게, 아우는 형에게 옮겨다 두는 얘기를 들려줄 수 있는 역할이 더 값진 유산이다. 이제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로 자본주의의 장점마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눔과 배려는 부모에게 배운다. 사람이 금수저, 흙수저로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다. 사랑으로 키운 자식이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 역시 부모의 몫이다. 이런 값진 유산을 꼭 물려줘야 하는 이유가 있다. 혼자만 잘살려고 하는 이기심이 결국 자신도 못 지키게 되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가장 확실한 유산은 물질이 아닌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것들이다. 마이클 센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이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도 없는 게 지금 우리 사회의 흐름이다. 살면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그나마 셀 수 있고 쓸 수 있던 시대가 있었는데 눈만 뜨면 슬픈 정도가 아니라 억장이 무너지는 게 셀 수조차 없이 쏟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에서 내 아이가 살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부모의 재산을 아예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게 키워보는 반전을 시도해 보는 것을 건의하고 싶다. ‘하기야 나만 왜 그래야 하나’라고 반문하고 부정할 것이 뻔하지만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한마디 한마디는 절대 그냥 넘기지는 않는다. 다른 형제들도 있는 데서 너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은 몇 차례 반복하면 아이는 상처와 충격에서 헤어나기가 힘들다. 여기서 부모는 단순히 아이가 미워서 던진 말은 아닌 오히려 역설법이라는 걸 아이는 자라면서 알아가게 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것이 미래에 나를 보장받기를 바라는 계산을 하면 안 되고 진정 아이를 위하는 순수함과 진정성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나혼산’ 시대를 건너는 법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지난해 1인 가구가 처음으로 800만 가구를 넘었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지난 9일 발표한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는 전국 804만 5000가구였다. 전체 가구 중 비중도 36.1%로 역대 최고였다. 1인 가구 시대가 가속하면서 ‘나 혼자 산다’(나혼산) 시대를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 1인 가구 800만 시대 1인 가구는 2019년 614만 8000명(30.2%), 2020년 664만 3000명(31.7%), 2021년 716만 6000명(33.4%), 2022년 750만 2000명(34.5%), 2023년 782만 9000명(35.5%), 2024년 804만 5000가구(36.1%)로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청년층의 결혼 감소, 고령화 시대 사별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지역별 1인 가구 비중은 서울이 39.9%로 가장 높았고, 대전(39.8%) 강원(39.4%) 충북(39.1%)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경우, 전체 147만 1000가구 중에서 1인 가구는 54만 8000가구로 37.2%에 달했다. 부산에서는 1인 가구 고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2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60대(19.7%), 29세 이하(17.7%), 30대 (14.4%), 50대(14.0%), 40대(10.5%) 순이었다. 60대 이상 비중이 43%에 달하는 것이다. 반면 서울은 29세 이하 1인 가구 비중이 25.4%로 가장 높아 부산과 대조를 보였다. ■ 1인 가구 마케팅 활발 이미 대세가 된 1인 가구는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동력이 됐다. 1인 가구를 겨냥한 유통가의 공략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은 4월 1인 가구의 수요를 감안해 ‘한 그릇’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1인분 식사에 적합한 메뉴를 모은 카테고리로 최소 주문 금액을 없앤 게 가장 큰 특징이다. 9월 누적 1000만 건을 돌파한 데 이어 11월 중순 2000만 건을 돌파했다. 치킨 브랜드 bhc는 배달의민족과 제휴해 반 마리 치킨 메뉴를 9월 출시하고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젊은 세대와 혼밥족 등 1인 가구 증가와 소량 배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편의점에서도 1인 가구용 소포장이 점점 늘고 있다. 1인 고객을 겨냥한 전용 좌석과 메뉴를 갖춘 식당들이 고깃집, 샤브샤브, 디저트, 복국집 등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효율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도 영향을 미쳤다.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하며 메뉴를 타협하거나 기다리는 대신 자신의 취향과 속도에 맞게 소비할 수 있는 1인 식문화가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막강한 소비력을 갖춘 1인 가구는 이미 가전업계의 큰손이다. 생활공간이 협소한 싱글족은 더 작고, 더 간편한 상품을 선호한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기본 백색가전은 물론, 3kg짜리 미니 건조기, 무선 핸드스틱 청소기, 정수기, 커피 머신 등 소형 가전이 인기다. ■ 지자체도 달라진다 1인 가구 트렌드를 반영해 지자체들도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은 올해부터 돌봄이 필요한 1인 가구에 간병비를 지원하는 ‘기장 SOLO 케어’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기장군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1인 가구원이 입원 중 간병업체를 통해 간병 서비스를 이용한 경우 간병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회적 단절, 고립 등에 처할 수 있는 1인 가구의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고,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부산진구는 청년 전월세 중개 수수료 지원, 소형 건설기계 조종 교육 등을 새롭게 지원해 1인 가구원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부산 중구는 1인 가구의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 부산생명의전화와 업무협약을 맺고 24시간 상담창구를 운영한다. 서울 송파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1인 가구에 최적화된 0.6L 규격의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봉투를 시범 도입했다. 송파구는 10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관내 1인 가구가 많은 일반 주택동인 방이2동, 송파1동, 삼전동, 잠실본동, 석촌동에서 0.6L 규격 봉투 판매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종전 최소 규격인 1L보다 작은 용량의 봉투가 필요하다는 주민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서울 관악구는 올해 전국 최초로 ‘관악형 작은 1인 가구 지원센터’를 동 단위로 구축해 촘촘한 생활권 기반 지원체계를 확립했다. 이를 토대로 교육, 여가, 문화, 소모임, 건강 상담 등 다각적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약 1만 명에 달하는 1인 가구 주민이 동네 가까운 곳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 효과를 거두었다. 서울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불안 해소에 주력한 것이다. 인천시는 내년 1월 ‘외로움돌봄국’을 출범해 노인과 청년 1인 가구의 고립과 은둔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 새롭게 뜨는 ‘1.5가구’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 연구진은 2026년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1.5가구’를 제시했다. 1.5가구'는 개인의 독립적인 삶을 기반으로 하되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자원’(0.5)과 전략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관계를 말한다. 고독하지만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이 찾아낸 가장 합리적인 라이프 스타일 방안이다. 1.5가구는 ‘지원 의존형’ ‘독립 지향형’ ‘시설 활용형’ 등 세 유형으로 나뉜다. ‘지원 의존형’은 혼자 살지만, 가족 등 외부적인 지원을 끊임없이 받아서 심리적 외로움이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유형이다. ‘독립 지향형’은 2~4인 가구가 한집에서 살지만, 각자 철저하게 독립성을 지켜주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시설 활용형’은 공유 주거 서비스를 통해 최소한의 개인 공간은 확보하면서 공용 공간을 함께 쓰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다. ■ 세대·지역별 맞춤 정책을 국가데이터처의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조사에서 1인 가구의 절반은 외롭다고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뇌졸중, 심장병, 당뇨, 인지기능 저하, 조기 사망 등의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외로움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정책이 더 확산돼야 한다. 한국 사회의 복지와 돌봄은 주로 아동과 노인에게 집중돼 있는데 중장년층과 청년층까지 국가 돌봄의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또 세대별·지역별 특성에 맞게 세밀한 1인 가구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청년에게는 공공임대주택 확대,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중장년층에게는 경력 단절 방지, 직업 전환 교육이 필요하다. 고령층을 대상으로는 돌봄 서비스 확대와 생활·의료 지원 등 지속적인 사회 안전망 구축에 나서야 한다. 1인 가구 증가로 가족 구성이 다변화하는 만큼, 모든 국민들이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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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전재수 전 장관 등 3명 피의자 입건
3명 사망 창원 모텔 흉기 난동 피의자… 마트서 흉기 사 놓고 여중생 불렀다
김석준 1심 ‘직위 상실형’에 내년 부산 교육감 선거판 ‘출렁’
김석준 부산교육감 ‘징역형 집행유예’… “해직 교사 특채, 임용권 남용” (종합)
연말 낭만 부산 ‘산타버스’, 크리스마스 앞두고 운행 중단
연 1000만 명 김해공항 국제선, 혼잡시간 ‘제2출국장’ 운영
비자금·로비 혐의 부산 건설업체 사주 일가 징역형 집행유예
한화오션 ‘원·하청 동일 성과급’에 지역 상공계 ‘환영’
한국 여자골프 ‘톱6’ 총출동 ‘해외파 대 국내파’ 뜨거운 샷 대결
롯데, 내년 외국인 선수 3명 모두 바꾸나
‘제2회 부산일보 파크골프’ 화려하게 마무리
“상금 500만 원 부산파크골프 통합 챔프는 바로 나!”
롯데 아시아쿼터 일본 ‘파이어볼러’ 쿄야마 영입
롯데, 2차 드래프트 최충연-김주완-김영준 선발
‘안방 시리즈’ 부산 KCC, 천적 정관장 꺾고 3연승 신바람
롯데 새 우완 파이어볼러 2명 영입… 외국인 선수 구성 마무리
KPGA 기적의 2승, 저력의 지역 골프단
한국 축구, 사상 처음 월드컵 조 추첨 '포트 2' 확정
외국인 선수 영입, 롯데·NC '안갯속' LG·한화 '순조'
롯데 레이예스 남기고, 벨라스케즈 ‘퇴출’ 감보아 ‘대기’
영화 '쓰리데이즈 투킬' SUPER ACTION 방영 중…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액션 스릴러극
영화 '이터널선샤인' 줄거리는?
로이킴 아버지에 쏠리는 시선…'장수 막걸리' 금수저 집안
'생방송 오늘 저녁' 억대매출 유기농 산나물 30종, 청양 칠갑산국사봉영농조합…시골부자
멜로망스 김민석, 입대 후 후덕해진 근황 '충격'
'전교 1등' 민진웅, 단국대 법학과 수시 합격 후 자퇴한 이유
최욱, 백상예술대상 수상자로 참석 왜?
'6시내고향' 청주 원마루시장, 생연어횟집-쑥개떡집-비누꽃집-무한리필 고깃집…
남다른 우정 돋보이는 남자 연예인 4인방…승리-최종훈-정준영-로이킴
'박환희 저격' 빌스택스(바스코) 재혼 아내 글 재조명 '아들 몇 번이나 봤다고'
하준 “‘효심이네’ 덕분에 진짜 효도했어요”
'인형 미모' 구잘 나이·국적·귀화·결혼 여부는?
이준석 '李대통령 '환단고기' 언급에 경악…'반지의 제왕'도 역사냐'
조국 '온 국민 싸울 때 침묵한 법원장 회의… 이제서야 '위헌'이라고'
[속보] 김성제 의왕시장, 심정지 상태로 병원 이송…치료 중
국힘, 李대통령 '외화 밀반출' 언급에 '쌍방울 대북송금 수법'
이 대통령, 지방대 정부 예산 강화 지시…'최대한 늘려라'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민주당, 정년 연장 입법 착수
“사실무근”이라지만 구체적 정황 잇따라… 전재수 수사 불가피 [통일교, 전재수 금품 로비 의혹]
거점 국립대에 향후 5년간 4조 원 이상 집중 투자 [이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
시장 선거 코앞인데… 대안 못 찾는 부산 민주당, 전재수 카드 드나 [부산 지방선거 격랑]
요동치는 내년 부산시장 선거… 민주 ‘당혹’ 국힘 ‘반색’ [전재수 사퇴 파장]
“통일교 축사 참석? 당시 미사 참여” [전재수 사퇴 파장]
‘강경 노선’ 장동혁 지도부 향해… 국힘 부산 의원들 ‘쓴소리’
대통령에 질타 당한 인천공항공사 사장…“나보다 아는 게 없는 것 같다”
삼진식품 청약 경쟁률 ‘3225 대 1’, 올해 IPO 최고 ‘대박’
공공기관 2차 이전 2027년 시작…이재명 “나눠먹기식 이전 안돼”
2027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본격화… 이재명 '나눠먹기식 안 돼' [이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
‘일자리 바깥’에 놓인 20·30대, 160만명 육박…경력자 채용 등 영향
해운대·화명금곡 7318세대 노후계획도시 선도지구로
인천공항공사 사장 “책갈피 달러 숨기는 것, 온 세상 다 알려졌다”
[생활경제뉴스] 풀무원다논, 창립 10주년 기념 이벤트 실시 外
부산 기름값 7주 만에 하락 전환…휘발유 1723.2원·경유 1640.3원
“가을 맛보세요”… 호텔가는 지금 ‘미식의 대향연’
증권가 ‘연말 점괘’, 내년엔 맞출까? [비즈앤피플]
롯데백화점 동래점 부지 소유주 변경에 시끌시끌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5일 월요일(음력 10월 26일)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2월 14일 일요일(음력 10월 25일)
프랑스 시골에서 농사 짓는 한국인 소믈리에
[부산 전시] 이번 주에 뭐 볼까?[2025년 12월 1일~ ]
노란 옷 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에서 가을과 걸었다
의사가 돼지국밥집 차린 이유는?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3일 월요일(음력 9월 14일)
첫눈에 황홀지경 신라 금관 여섯 점…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부산 ‘달동네 작가’ 엄경근 별세… 향년 43세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 11월 24일 월요일(음력 10월 5일)
“독재 타도!” 46년 만에 다시 거리에 선 백발의 청춘들
고 김지미 배우에 금관문화훈장 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