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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왜곡죄 1호 고발 조희대 대법원장, 선 넘는 사법개혁
‘사법개혁 3법’이 12일 0시를 기해 정식 공포됐다.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는 법률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고 대법관 증원은 2년 뒤인 2028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 첫날부터 사법부 수장이 형사 고발 대상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며 사법 체계는 시작부터 거센 혼란에 휩싸였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 제도가 본격 시행된 바로 그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치 사건을 둘러싼 판검사 고소·고발 남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모양새다.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제도가 출발하자마자 사법부 최고 책임자를 겨냥한 형사 고발로 이어진 장면은 제도 변화의 파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할 것이다. 재판소원이나 법왜곡죄 모두 재판의 독립과 직결된 장치다. 이날 이병철 변호사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서 서면주의 원칙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며 조희대 대법원장과 박영재 전 법원행정처장을 법왜곡죄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사법부 최고 책임자가 새로 도입된 제도로 고발된 첫 사례라 하겠다. 대법원장이 지닌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 점에서 사법부 수장에 대한 형사 고발이 제도 시행 첫날 등장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사법 3법은 삼권분립이라는 권력 분립의 한 축을 건드리는 중대 사안이다. 그런데도 법 개혁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제도 개편이 사법부와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권 주도로 밀어붙여졌다는 점이다. 헌법기관의 권한과 구조를 바꾸는 문제를 정치적 다수의 힘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재판의 독립과 직결되는 제도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법조계에서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 도입이 정치의 사법영역 개입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던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제도 시행 첫날 조 대법원장이 법왜곡죄로 고발된 상황은 그 경고가 단순한 가정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법조계에서는 사법 3법 도입으로 정치가 사법 영역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사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 법원장들은 12일부터 이틀간 충북 제천에서 간담회를 열어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절차 변화와 법왜곡죄 대응, 대법관 증원에 따른 사법 구조 조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 당연히 사법개혁 3법이 공포된 이상 초기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그렇기에 대법원 수장의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치 사건을 둘러싼 사법 판단이 형사 고발의 대상이 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재판의 독립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사설] 미 무역법 301조로 관세 복원 시동, 슬기롭게 대처해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대법원 판결로 무효화된 상호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정책 추진에 나섰다. 상호관세를 복원하기 위해 무역법 301조라는 플랜B를 동원한 것이다. 무역법 301조 적용을 받을 경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중동발 유가 파동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경제와 안보 불확실성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301조를 빌미로 새로운 통상 압박 수단을 광범위하게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한층 돌발적이면서 충격적인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는 11일(현지시간) 한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 16개 국가를 상대로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사전 절차인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무역법 301조는 자국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대응할 관세 부과 권한 등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특히 USTR은 이날 관보를 통해 ‘한국이 지속적 대미 무역 흑자를 통해 구조적으로 과잉 생산한 증거’라고 언급하며 우리의 주력 수출 산업 분야인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등을 정조준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우리 경제가 엄청난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301조 저촉 여부에 대한 조사가 미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즉, 301조의 취지가 표면적으로는 외국의 부당한 무역 관행을 저지하는 것이지만 실제는 정치 목적이나 국가 이익에 따른 관세 압박용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높다. 특히 USTR은 7월 하순 전까지 서면 의견 제출, 공청회, 반박 기회 제공 등의 절차를 거쳐 301조 위반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에게 불리한 결론 도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여기다가 USTR은 미국 산업계가 그동안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의약품, 수산물 등에 대한 추가 조사까지 예고했다. 정부의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하다. 이번 301조 사태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하다. 정쟁에 매몰된 정치권은 지난해 7월 타결된 한미 무역합의 실천을 위해 필요한 대미투자특별법을 같은해 11월 발의한 데 이어 12일에야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 국회가 법적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빌미로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했다. 여야는 당시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스타일은 이제 뉴노멀이 됐다. 미국에 또 트집을 잡히지 않도록 정치권이 앞장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이번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힘을 모아 앞으로 닥칠 각종 변수에 철저히 대비하길 당부한다.
[사설] 해수부·부산시 해양 공공기관 부산 이전 지원 진력해야
부산은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글로벌 해양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책 부처 이전을 발판 삼아 해운·항만·수산 등 해양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해양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부산 이전은 해수부 이전 이후 가장 중요한 후속 과제로 꼽힌다. 이는 단순한 기관 이전 문제가 아니라 향후 대형 해운기업 이전과 해양산업 집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들 공공기관은 10일 현재 부산 이전과 관련한 노사 협의 등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양 공공기관의 부산 이전 논의가 출발선에서 멈춰 있는 것이다. 부산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은 해양환경공단을 비롯해 6곳이다. 이들 기관은 본사 이전 시 노사 협의가 필수적이지만 핵심인 이주 대책 등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부재해 본격적인 논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기관별 여건도 제각각이어서 협의 또한 힘든 상황이다. 서울 본사의 해양환경공단은 200여 명이 근무하는 조직으로 사옥 처분과 이전 비용 마련이 과제이고, 세종에 사옥을 둔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별도 재정 지원 없이는 이전 논의가 쉽지 않다. 다른 기관들도 자체 수입 비중이 낮아 이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결국 이전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관별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 앞서 해수부는 이들 기관에 부산 이전 로드맵을 3월까지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 이전을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전 대책이 지연돼 내년 공공기관 2차 이전 일정과 겹칠 경우 해양 공공기관을 부산에 집적하려는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경쟁에 나서는 상황에서 해양 공공기관 부산 집적이라는 명분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 정책은 해운·항만·수산·환경 등 현장 산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가 부산에 있다면 연구와 현장 기능 역시 같은 공간에 모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해양 공공기관 이전 논의는 HMM과 같은 대형 해운기업의 입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산은 해수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산업과 정책, 연구 기능을 집적한 해양수도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등 해운 대기업들이 본사 이전 계획을 밝히면서 해양산업 클러스터 형성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런 흐름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해수부와 부산시의 행정 지원 체계가 신속하고 정교하게 정비돼야 한다. 아울러 해당 기관 노조 역시 졸속 이전 우려를 제기하되 조직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는 소모적 버티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해양 공공기관 부산 이전은 단순한 기관 이동이 아니라 국가 해양 정책과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 맞물린 과제다. 이제는 실행으로 의지를 보여줄 때다.
[밀물썰물] 석유 파동, K조선의 기회
일본이 70년대 1·2차 석유 파동을 겪고도 고도 성장한 데에는 LNG(액화천연가스)라는 대체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남아·호주로 수입국이 다변화되면서 중동 석유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다. 일본은 영하 163도를 유지한 탱크를 싣고 대양을 건너는 일은 무모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LNG 운반선 시장을 개척한 데 이어 장기간 독점했다.LNG는 600배 압축되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크다. 자연기화율(BOR)에 따라 탱크에 가스가 차오르기 때문이다. 팽창 압력을 통제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초기엔 증발한 가스를 태우며 바다를 건너다가 일본이 스팀터빈을 돌리는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해양 수송이 본격화했다.한국은 90년대 LNG선 건조가 시작된 뒤 획기적인 기술 혁신이 잇따르면서 일본을 추월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원형 탱크를 적재한 모스 운반선으로 선두를 차지했고,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공간 효율을 높여 적재량을 늘린 각진 멤브레인 화물창을 개발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삼성중공업은 스팀터빈을 버리고 DFDE(이중연료 디젤전기) 추진 방식을 개발해 운송비를 낮췄다. 저장 용량이 3만 5000㎥에서 21만~27만㎥급으로 초대형화되고, 기화되면 재액화시키는 기술까지 개발됐다.LNG 생산 대국 카타르가 지중해와 대서양을 횡단해 미국까지 가는 장거리 선박을 발주하면서 한일 간 우위가 역전된다. 일본 업계는 담합 구조여서 시장 변화에 둔감했다. 한국은 수요자 요구에 맞춰 처절한 기술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장거리·대용량·저비용으로 진화한 한국이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2004년부터 카타르가 발주한 53척 전량을 한국 3사가 가져갔다. 미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는 배경에 K조선의 저력이 있다.이란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안정적 에너지 확보에 전 세계가 명운을 걸고 있다. 중동 뱃길이 대서양·태평양 분산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송 기간. 중동에서 오면 25일인데 미국·서아프리카에서 출발하면 최대 60일 걸린다. 장기 수송에 따른 운임 증가와 선박 수요 확대로 세계적인 신조 발주가 예상된다. 원유·LNG 운반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K조선이 새 기회를 맞고 있다. 에너지 지도가 흔들리는 지금, LNG와 해상 운송 기술은 국가 경쟁력이다. LNG 활용과 해상 운송 경쟁력을 동시에 키우는 국가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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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천영철
[편집국에서] 전쟁이 뒤흔든 세계 경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국제유가는 전쟁 후 배럴당 120달러 선을 위협 중이다. 지난달 27일 배럴당 72달러에 거래됐던 브렌트유는 지난 9일(현지 시간) 장중 한때 아시아 시장에서 119.50달러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조기 종전 발언 직후엔 84달러까지 떨어지며, 일간 사상 최대 변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국제유가도, 글로벌 증시도 출렁이는 모양새다. 특히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이번 전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우리나라는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나섰다. 필리핀 등에서는 석유 배급제까지 실시되고 있을 정도다. 이번 전쟁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른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다. 미국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을 사전에 보고받고도 이란 공격을 승인했다. 이란이 먼저 굴복하거나 미군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상황을 오판했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한중일 등 5개국에 군함 파견까지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란이 에너지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데 대한 대응으로 미국은 지난 13일 이란의 석유 허브인 하르그섬 공습까지 강행했다. 하르그섬은 이란 석유 수출 물량의 90%가 거쳐 가는 곳으로, 미국이 이란의 '역린'을 건드렸단 말도 나온다. 이란은 UAE(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항을 드론으로 공격하며 맞섰다. 이곳은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해 원유와 석유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항구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장기화 우려도 제기된다.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다시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올해 우리 증시가 쌓은 ‘5000피’(코스피 5000포인트)라는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나온다. 해상 운임도 상승세다. 글로벌 운송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운 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환율, 비용 증가, 물류 차질 등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물가 상승, 성장률 하락, 소비 심리 위축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화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번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러시아라는 웃지 못할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러시아의 석유 수출에 따른 초과 세입이 하루 1억 5000만 달러(약 2248억 원)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FT는 전쟁 발발 이래 러시아 정부가 챙기게 될 추가 세입 총액이 이달 말까지 33억∼49억 달러(4조 9467억∼7조 3451억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명분 없는 전쟁은 하루빨리 종식돼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목표와 일정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형국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번 전쟁이 “현대적 여론조사가 시작된 이후 미국 대통령이 국민의 지지 없이 시작한 첫 전쟁”이라고 꼬집었다. 개전 직후 긴급 시행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27%에 그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유가 인하를 공약한 바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 관리의 필요성이 그 누구보다 절실한 이유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60달러로, 한 달 전(2.95달러)에 비해 20% 이상 상승했다. 현지 정유사가 챙기는 수익과 마진은 큰 폭으로 뛰어 전쟁이 이들의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취약계층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긴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달 27일 국내에 소개된 책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부제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에 따르면, 미국은 해외 전쟁에서 2001년 이후 약 100만 명의 사상자를 냈다. 그 중 민간인 사망자만 40만 명에 달한다. 이 책의 저자 윌리엄 D. 하텅과 벤 프리먼은 미국의 군사적 우위 추구는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들고, 결국 미국의 힘과 영향력 쇠퇴를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에 대한 과도한 지출은 대형 방산업체와 그 동맹 세력을 부유하게 만드는 반면, 민주주의와 안전, 번영의 토대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15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중동 전역에서 숨진 각국 군인과 민간인은 벌써 30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자영 경제부장 2young@busan.com
[김은영의 문화시선] ‘휴먼브리지’와 문화 DNA
부산 수영구 망미동 주택가에 자리한 한 갤러리에 취재 차 들렀다가 수영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수영강 휴먼브리지’를 건넜다. 날씨가 좋아 쉬엄쉬엄 걷고, 보고 하다 보니 어느새 다리 위에 올라 있었다. 영화의전당으로 건너간 김에 영화까지 봤더라면 ‘완벽’한 반나절 문화생활이 되었겠지만, 할 일이 남아 오후 시간은 영화의전당 라이브러리에서 보냈다. 출발점은 이웰갤러리(망미번영로 110번길 7)였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박주현 조각가의 개인전 ‘새겨진 시간-울리는 소리’를 돌아보고, 나선 김에 4월 11일까지 이어지는 대만 출신의 조각가 팀 리 개인전 ‘Toward the Light’를 보기 위해 리앤배(좌수영로 127)로 향했다. 이웰에서 리앤배까지 곧장 가면 걸어서 10분인데, 복합문화공간 F1963(구락로 123번길 20)을 가로지르면 7분 거리에 또 다른 전시 공간인 국제갤러리 부산점과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있다. 전시가 아니더라도 F1963에는 F1963 도서관, 금난새 뮤직 센터, Yes24 중고 서점 등이 있어 잠시 숨 고르듯 둘러보기 좋다. F1963을 나와 다시 7분 거리의 리앤배에선 팀 리 전시를 관람했다. 리앤배에서 수영강 휴먼브리지까진 10여 분이 걸렸지만,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산보 나온 듯 느긋해졌다. 다리는 구경 삼아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보행 전용교여서 4~20m에 이르는 다리 폭이 생각 밖으로 넓게 느껴졌고, 중앙에는 20m 높이 전망대 ‘씨네 아일랜드’가 있었다. 강과 도시 풍경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수영강 휴먼브리지였지만 아직은 약간 휑뎅그렁한 인상도 남았다. 어떤 식으로든 수영강 휴먼브리지에 사람들이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하루빨리 장착되면 좋겠다 싶었다. 언젠가 서울에 갔을 때 봤던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떠올랐다. 그곳은 매주 일요일에만 차도를 보행로로 바꾸어 두 발로 걸으며 즐기는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데, 수영강 휴먼브리지는 일요일만 기다릴 필요가 없는 상시 보행 전용교라는 점이 다르다. 사실 아무 목적 없이 무작정 걷는 것도 좋지만, 일삼아 찾아오는 이들에겐 볼거리, 느낄 거리, 체험할 거리가 한두 개쯤 더해져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리 이쪽과 저쪽 끝 어딘가에 주변 전시·공연 소식을 알리는 안내 지도나 게시판이 생기고, 플리마켓과 두 개 구가 함께 여는 ‘휴먼브리지 페스티벌’(가칭) 같은 것이 자리 잡아 이름처럼 ‘휴먼’브리지다운 다리가 된다면, 다리 하나만 보러 오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수영구민은 해운대구로, 해운대구민은 수영구를 넘나들며 자연스레 문화를 나누게 된다면, 그것 또한 이 다리가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오션 뷰] AI는 바다의 비밀을 풀어낼 열쇠다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정치·경제 지형을 흔들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AI 산업 역량이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새로운 지능이 인류에 기여하여 세상을 더욱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AI 시대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AI에 대한 이러한 전망과 기대의 근원은 새로운 창조 행위를 통해 미래의 힘과 부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한계 또는 숙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 인식에 근거를 둔다. 전자는 각국 정부와 선도 기업들에 의해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상품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후자에 주목한다. 지구상에서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일까?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지구 생명의 가장 큰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물 순환의 99%를 책임진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초과 에너지(열) 가운데 약 90% 이상을 흡수하여 더 급격한 온난화를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인류에게 건강한 식량을 공급하고, 대항해시대 이후에는 해상무역을 통해 세계 경제 발전을 주도했다. 해상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바다를 잘 모른다. 해저 지형의 80%는 정밀하게 조사되지 않았고, 해저 상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넓고 깊고 이동이 자유로운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해양 생태계를 이해하고 이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존재하는 해양 데이터는 국가별, 해역별로 상이한 기준으로 조사되거나 부분적이며 전통적 방식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변화가 가속화하는 지금, 해양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거대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바다는 수온과 염분, 해류, 용존 산소, 영양염 등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자연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장 관측은 날씨의 제약을 받고, 위성 관측은 대부분 표면 정보만 제공하며, 부이나 조사선 관측은 빈틈이 많다. 이 ‘관측의 공백과 단절’이 해양 예측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 정보들은 해상 풍력, 해저 케이블, 해양플랜트, 항만 시설 등 전략 인프라의 안전 관리에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기존 예측 모델과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예측이 확대되어 제한된 데이터를 보완하며 재해나 재난 예측과 적조, 저산소 수괴, 갯녹음 등 해로운 자연 현상을 빠르고 정밀하게 예측하게 될 것이다. 수산자원 관리에서도 AI는 미래 어업의 ‘새로운 두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주요 어종의 분포와 산란 시기가 바뀌고, 회유 경로도 예측 불가능할 수준으로 일정하지 않다. 선박 중심의 자원 추적·조사 방식만으로는 광범위하고 급변하는 해양 생태계를 따라잡기 어렵다. AI는 기존 조사에 더해 드론, 위성, 수중 카메라, 음향 센서, 선박 AIS 등을 결합해 어종을 자동 식별하고 자원량을 추정하며, 산란장 변화와 회유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게 될 것이다. 불법 어업 감시도 AI 기반 패턴분석으로 한층 정교해질 것이다. 해저 탐사에서도 AI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것이다. 심해는 인간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미래 에너지·광물 자원, 독특한 생태계, 기후변화 정보를 담은 지질 기록 등이 존재한다. AI와 자율무인잠수정(AUV)의 결합은 이 영역을 빠르게 열어젖히고 있다. AUV는 AI 기반 경로 설정과 자율 운항으로 정교한 해저 탐사가 가능하며, 수집한 고해상도 영상과 음향을 AI가 분석해 해저 지형 변화, 해저 생물상과 같은 해저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줄 것이다. 이처럼 AI는 해양 예측·수산 자원·해저 탐사라는 영역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기술적 가능성에 비해 제도적·행정적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 국가 차원의 해양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AI 기반 관측·예측 연구 투자 확대,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 해양수산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가 발달한 연안 국가인 한국은 이러한 전환을 선도할 충분한 역량과 필요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바다는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자 인류의 식량과 산업, 과학의 미래를 품은 공간이다. 특히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미래의 해양 위기를 예측하기를 바라는 것과 바다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경쟁력 있게 활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단지 욕심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다를 매우 지능적으로 깊이 이해하는 기술이며, 그 중심에는 AI가 있다. 잘 보이지 않는 바닷속의 비밀을 풀어내고 예측하는 AI라는 열쇠에 주목해야 한다.
[공감] 지도 밖으로
타고난 길치이지만 스마트폰 길찾기 앱을 이용하면서부터는 길을 잃을 일이 거의 없다. 종이 지도와는 달리 실시간 나의 위치와 최단 경로까지 알려주니 스마트폰 화면상의 화살표만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에는 “저기요, 혹시…”하고 낯선 이에게 도움을 청해야 했는데 그럴 때마다 도(道)에 대해 묻기라도 할 것처럼 나를 경계하거나 도망치듯 가버리는 사람들이 허다했다. 그러다보니 목적지를 바로 근처에 두고도 한참을 헤맨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헤맨다는 건 그 나름대로의 좋은 점도 있다. 낯선 길을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주변을 관찰하다보면 평범한 풍경 속에 숨어 있는 비범한 장면들을 종종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이를테면 시간 감각이 혼란스러워질 만큼 기묘한 분위기를 지닌 예스러운 건물이라든지, 시멘트 틈 사이로 솟아난 작은 꽃 한 송이라든지, 벽에 해놓은 낙서나 경고문들의 개성어린 문체라든지. 목적지까지 최단 경로의 길을 알려주는 앱,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 유튜브와 SNS의 알고리즘들. 요즘은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 필요한 사항과 내 관심사를 알아서 파악하고 시간 낭비 없이 효율적인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세상이지만, 때때로 나는 그 탈선의 여지없는 세계가 마냥 지루하다. 유튜브도 릴스도, 사용 초반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때가 있었는데, 내 관심사에 따라 알고리즘이 생성되고 늘 비슷비슷한 영상들만 피드에 올라오니 어느 순간 질려버렸다. 그러니 간혹 화면을 열었다가도 결국 어느 것도 클릭하지 않은 채 스크롤만 무의미하게 내리다가 꺼버리곤 한다. 스마트폰 덕분에 클릭 한 번으로 수많은 것들을 접할 기회가 생겼지만, 실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경로에 따라 점점 더 비슷한 것만 보게 되고 취향도 시각도 편향될 가능성이 커져버린 것이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우리를 익숙한 생각과 익숙한 세계 안에 머물게 한다. 익숙함 속에 머문다는 것은 편안하고 안전한 일이지만, 나는 때때로 그 알고리즘을 깨고 정해진 경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지도 밖으로,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곳으로 말이다.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이라는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다. 특별한 계획 없이 어느 소도시로 여행을 떠난 주인공은 갑작스런 폭설을 맞이하고, 찾아가는 숙소마다 만실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낙담한 그녀는 길을 걷다 만난 동네 주민에게 지도를 내밀며 어디로 가면 숙박할 곳이 있을지 묻는다. 동네 주민은 친절한 미소를 띠고서 그녀가 내민 지도의 바깥쪽으로 손가락을 쭉 이동하며 대답한다. 이 지도에 보이지 않는 저쪽 산으로 올라가면 작은 여관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아마 방이 있을 거라고. 그 말대로 지도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녀는 묘한 분위기의 작은 산장에 묵게 되며 현실과 꿈의 경계와도 같은 시간을 보낸다. 지도에 표기된 장소들, 혹은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방향만을 따라 가면 세계는 늘 익숙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행과 나날〉의 주인공처럼 지도 밖으로 걸어 나갔을 때, 혹은 지도에 그려져 있는 않는 것들을 탐색할 때, 비로소 나타나는 낯설고 기묘한 세계가 있다. 일상이 여행이 되고 예술이 되는 순간이다. 반드시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존 듀이가 말한 것처럼 예술은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풍경도 시선을 멈추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려보는 일이다. 피드에 뜬 영상이 아니라 직접 고른 영화를 보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활자에 시선을 멈춰보는 일, 그리고 길을 잃더라도 나에게 다가오는 낯선 풍경들을 설레며 마주하는 일. 그렇게 우리의 일상은 여행이 되고 예술이 된다.
[기고] 해양 사고 대응, 훈련의 질이 생존 좌우한다
대형 재난에서 인명 피해 규모는 장비 수준이나 매뉴얼 완비 여부보다, 대응 타이밍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3월 경북 의성·안동 일대 대형 산불은 강풍으로 불길이 급속히 확산되며 현장 통제가 어려웠고, 그 결과 피해가 빠르게 확대된 사례로 기록됐다. 이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수단과 판단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산불 전개 양상은 밀폐된 환경에, 대피 수단도 제한된 선박 화재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선박 화재도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연기와 고열로 현장 접근이 급격히 제한되며, 이후에는 피해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는 선박에서 소화 훈련을 할 때 절차 위주 훈련에 머무르기보다, 초기 대응 한계를 얼마나 신속히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느냐가 인명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40차 해양사고방지 세미나에서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김성범 해양수산부 장관 직무대행을 비롯한 유관기관 관계자 약 200여 명은 반복되는 화재·침몰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평상시 실제 상황을 반영한 실질적인 비상훈련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특히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채병근 교육본부장은 “선박 화재 현장에서 조기 대응 실패 시 즉각 고정식 소화설비 사용으로 전환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며 현실과 괴리된 훈련은 단순 절차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고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기관실을 밀폐하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이어서, 구역 내에 인명이 잔류하면 치명적이고, 주요 설비 손상을 일으키므로 보통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정식 소화설비 사용을 주저한 채 선원을 중심으로 한 화재진압을 반복 시도하다 결정적인 대응 전환 시점을 놓쳐 선박 전손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연기 확산과 시야 상실, 고온 노출로 선원 안전이 위협받고, 현장 철수나 대응 방식 전환에 대한 판단이 지연되며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단순한 초기 대응 실패가 아니라, 판단 전환 지연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선박검사기관인 한국선급(KR)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선박 화재 대응 선원 비상훈련’ 교육 영상을 제작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화재 진압 시도 이후 실패 인지, 현장 재평가, 즉각적 퇴각, 고정식 소화설비 사용 결정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흐름을 단계적으로 구현해, 선원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고 화재를 조기에 격리·차단하는 과정을 실제 상황에 가깝게 보여준다. 이 영상은 공개 이후 국내외 해운사와 유럽 항만국통제(PSC) 관계자들로부터 실효성 높은 교육 자료라는 평가를 받으며 선내 정기 교육과 PSC 수검 대비 자료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재난은 그 특성상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 준비와 교육을 통해 인명 피해와 사고 규모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정 강화나 장비 보강 못지 않게, 현장 판단력을 강화하는 교육의 질이 생존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력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평상시 현실에 가까운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체득해야만, 위기의 순간 본능처럼 작동할 수 있다. 이제는 형식적인 절차 중심 훈련에서 벗어나, 실제 사고 상황을 전제로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실전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반복되는 해양사고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현실에 기반한 교육훈련이 해양 안전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잔혹사 [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국민의힘이 지난 9일 ‘절윤(윤석열 절연)’을 선언했다. 그간 ‘윤(석열) 어게인’ 차단 요구에 선을 그었던 장동혁 당 대표에겐 어떤 의미일까. 지도자가 자신이 고수한 노선을 꺾는다는 것, 혹은 꺾인다는 것은 권위와 리더십의 추락을 의미한다. 자신이 내건 어젠다를 내려놓는 순간 내리막이 시작된다는 것을 야당 대표가 모를 리 없다. 그가 풍찬노숙과 24시간 필리버스터 등 강경책과 반대파 징계·축출 같은 무리수를 동원하면서까지 ‘윤 어게인’의 손을 놓지 않았던 이유다. 당장 ‘절윤’ 선언을 행동으로 보이라는 반대파의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인적 쇄신과 징계 철회에 이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신 선대위에 권한을 넘기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선거 패배 후 불명예 퇴진하느냐, 아니면 선거 전부터 식물 대표가 되는 수모를 받아들이느냐. 대한민국 보수의 적통을 계승한 정당은 또다시 리더십 혼란에 빠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 요구에 반대한다.” 국힘 의원 106명 전원이 ‘윤 어게인’ 반대를 결의한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 다수다. 하지만 결의문에 이름을 올린 장동혁 대표는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하는 실천 행보에 나서지 않으면서 ‘지방선거용 정치 쇼’라는 비아냥이 이어지고 있다. ‘절윤’ 결의의 후속 조치가 없으면 ‘꼼수’라는 비판이 잇따르자, 장동혁 대표는 이틀 만에 침묵 모드를 깨고 “선언을 존중한다”면서도 인적 쇄신 요구를 일축했다. 후보 등록을 거부하는 승부수를 띄워 노선 전환을 끌어낸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시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12일 추가 공모마저 불참했다. 오세훈 시장까지 공개적으로 혁신 선대위를 요구했는데 이는 사실상 장동혁 대표의 2선 후퇴를 압박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 대표가 주요 선거를 앞두고 그림자 취급받는 걸 수용할 리가 없다. 강 대 강 충돌의 전운이 고조되는 와중에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당 상황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총선 패배 책임 등을 이유로 ‘절한(한동훈 절연)도 해야 한다’는 반격이 나오면서 여진이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인다. “마지막 입장… 더 이상의 논란은 선거 승리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장동혁 대표의 바람과는 반대로 당내 혼란은 위기일발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3%, 국힘은 17% 지지율을 기록했다. 제1야당이 12·3 계엄 때(26%) 밑으로 떨어진 것은 중도층 민심 이반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국회 다수당을 내세운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야당을 견제 세력으로 여기지 않은 탓이다. 대통령 임기 중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집권 여당이 불리하기 마련인데, 올 6·3 지선은 되레 야당 심판론으로 흘러갈 조짐마저 보인다. 장동혁 대표가 법원의 내란 판결에 ‘무죄 추정’ 운운하며 국민적 상식을 비껴가면서 자초한 곤경이다. 성난 민심 앞에서 제1야당 대표의 리더십의 붕괴는 초읽기에 몰려 있다.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끈 보수 정당의 추락은 정체성과 리더십의 분열에서 비롯됐다. 당의 노선과 지도 체제의 흐름으로 보자면 ‘당 대표 잔혹사’의 악순환으로 설명된다. 국힘 대표는 임기를 채우기는커녕 1년 미만 단명이 반복되는 불안정이 일상인 정당이 됐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명이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바뀌는 동안 대표는 ‘소모’되고 마는 존재가 됐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퇴진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징계위 회부나 대통령의 압박으로 당의 얼굴이 쫓겨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버젓이 되풀이된 것이다. 장동혁 대표의 전임인 김기현, 한동훈, 이준석 모두 대통령실의 ‘찍어 내기’와 징계 및 퇴진 연판장 압박 끝에 내쳐졌다. 황교안 전 대표는 탈당한 뒤 부정 선거론을 전파하는 극우의 최전선에 서 있다. 역시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유사 종교와 결탁한 당내 세력 탓에 자신이 대선 후보 경선에 패배했다고 믿고 국힘에 ‘해산되어야 할 정당’이라는 저주를 퍼붓고 있다. 역대 대표들의 정치 캐릭터를 지금 시각에서 들여다보면 공통분모를 찾기조차 어렵다. 그들을 보고 지지했던 유권자들에게 국힘의 본질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오늘날 국힘이 겪고 있는 정체성 분열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누적된 결과다. 자중지란의 뿌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0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싸고 ‘친박(근혜)’과 충돌했다. 대통령 권력은 ‘친박 감별’을 내세워 미래 권력의 부상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옥새 들고 나르샤’ 사건으로 비화한 공천 파동으로 집권당은 죽다 살았다. 한국 정당사에서 청와대와 당 대표 사이에 계파 갈등이 폭발한 것은 유례없던 일이다. 그러다 대통령 탄핵의 쓰나미가 덮쳤다. 보수 세력은 분당과 합당을 거치는 동안에도 정치적 셈법에 매몰돼 과감한 쇄신 대신 미봉책을 선택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소위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한 것이다. 정체성 분열과 내분의 씨앗이 이때 뿌려졌다. 내부의 혁신 동력을 잃다 보니 종교 등 외부 세력 지원이나 명망가 ‘업둥이’에 의존하는 병폐가 고착화된 게 화근이다. 그 결과 윤석열 정부의 실패는 국힘에 씻지 못할 생채기를 남겼다. 문제는 내란 정당이라는 가해자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역주행을 거듭한 것이다. ‘절윤’을 주장하는 반대파를 징계로 축출하는 ‘데스노트 정치’ 행태에 중도는 물론 보수층마저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당 대표는 당원 개개인의 자유 의지의 총합… 자연인 인격체가 아니다.” 지난 1월 국힘 중앙윤리위원회가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게 내린 ‘탈당 권유’ 징계 결정문은 신박한 논리로 화제를 뿌렸다. 당 대표를 비판했으니 내쫓겠다는 식이다. 이른바 ‘당 대표 모독죄’다. 이는 민주 정당의 운영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정치 결사체는 구성원 사이에 공동의 이념과 노선 공유로 결속한다. 구심력을 발휘해 조직이 한 방향으로 전진하게끔 이끄는 것이 리더십이다. 대표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정치적 권위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지금 국힘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춘 상식적인 리더십이다. 당의 지도 체제가 흔들리는 국힘이 무게 중심을 되찾는 것은 단지 제1야당의 과제에 그치지 않는다. 보수 정당이 회복 불가능하게 무너지면 한국 정치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헌법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 나아가 지방 정부까지 하나의 정당에 쏠리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권력이 폭주하지 못하도록 우리 국민은 항상 견제 구도를 선택하는 집단 지성을 발휘했다. 역대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표심은 여야 모두에게 골고루 기회를 주되, 딴마음을 품거나 딴짓하면 매섭게 내쳐 왔다. 보수가 재건된다면 기회는 다시 온다. 결의문 한 장으로 얼렁뚱땅 넘기려는 야바위는 통할 리가 없다. 10년 전 혁신을 외면한 대가가 내란 가해자 프레임이라는 지울 수 없는 주홍 글씨로 되돌아왔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국힘 스스로 당 대표가 ‘당원 의지의 총합’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토록 중요한 당 대표가 왜 지금까지 헌신짝 취급을 당하면서 소모품이 되었는지 성찰해야 한다.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정립하면서 리더십을 착실히 세우는 것이 정도다. 당 대표 잔혹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힘은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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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부두 내 쌓인 화물처리에 분주… 항만 기능 빠른 회복세
'기적'서 연기 가능성 다진 임윤아 “다채로운 변신 응원해 주세요”
[BIFF] “‘오징어 게임’ 흥행은 봉준호 감독 ‘1인치 장벽’ 무너진 순간”
부산일보가 선정한 건강상담사
부산성모안과병원
부산일보가 선정한 디지털 한방병원
태흥당한의원
동명대 충원율 부풀리기 의혹… 대학 관계자 8명 검찰로
“시비 가리고 나서…” 부산시, 퐁피두 계약 또 연기
빵값 내리자 손님도 복지 시설도 빵긋
총체적 난국 김해문화관광재단, 회전문 인사에 복무 기강 해이
전자발찌 찬 40대 남성이 20대 여성 살해…스마트워치 눌렀지만 범행 못 막아
반려동물 가구 30% 부산, 2년새 반려견 놀이터 배 증가
부울경 의과대학정원 121명 늘어난다…지역의사제 적용
부산 영도에서 운항 중 유람선 고장...승객 45명 전원 구조
고속도로서 실신한 운전자 시민이 살렸다
수영교차로 인근서 급차로 변경 사고… 운전자 3명 경상
공유숙박이 부른 젠트리피케이션… 서민들 '갈 데가 없다'
부울경 정원 확정 필수의료 공백 관건
[영상] 봄이 왔다, 롯데 시범경기 3연승 단독 선두
여자농구 월드컵 최종예선 2연승, 본선 진출 성큼
믿을 건 ‘괴물’ 뿐…WBC 8강 도미니카전 류현진 선발 등판
세계의 벽은 높았다…WBC 한국, 도미니카에 0-10 콜드패
도미니카는 강했다, WBC 2라운드 한국 0-10 콜드패
고교대회 열기 계속… 청룡기 중학축구 5일 개막
부산 정착 1년 OK저축은행 흥행은 성공…봄배구는 내년 기약
롯데 경기 예매 올 시즌엔 ‘2~3주 전’부터 하세요
김진욱 호투 롯데, 시범경기 개막전 기분 좋은 승리
돌아온 야구의 계절, 12일부터 시범 경기 ‘플레이 볼’
롯데 2024 드래프트 1라운드 선택은…‘이도류’ 경북고 전미르
롯데 역대급 외국인 투수 “최대한 이닝 많이 던지겠다”
배명호 결혼, 오는 11월 9일 미모의 일반인 여자친구와
박중훈, 이영자·전유성과 어떤 인연 있길래…
'미운우리새끼' 정석용, 하얼빈 맛집 대두어(팡토위)&티에궈뚠 주문…불신하던 임원희 '엄지척'
성시경, 유인영에게 '네가 제일 예뻤다'
'워너원 조작 멤버' 피해자는 김종현? 실수로 올린 데뷔조 사진 재조명
류진 아내 이혜선, 승무원 출신 미모의 전업주부 '정체성 잃어가는 기분'
이대로 묻히긴 아깝다…잘 만든 킬링타임 영화 ‘랜드 오브 배드’ [경건한 주말]
'한끼줍쇼' 홍제동 '서대문 알프스' 도전…홍종현, 김소연-이상우 부부이야기에 귀 쫑긋!
이엘리야, 한국인 맞아?… 이름 뜻은?
스타작가 희비교차… 박지은 웃고 김순옥 울었다
영화 '이터널선샤인' 줄거리는?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 박정민, 피아노 연습만 900 시간
“부산·대구시장 경선에 이견”… 이정현 국힘 공관위원장 사퇴
'빨간 점퍼 입기 겁난다' 국힘 후보들 아우성
지방선거 최초 ‘대선주자급 부산시장’ 탄생 여부도 주목
지지율 17%에 PK도 비상… 국민의힘 경남 의원들 ‘긴급 회동’
“해양수도 부산 완성”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 선언
전재수 “사람의 관점에서 경선해야”… 부산시장 예비후보 합류
한동훈 출마 여부 따라 여야 ‘부산 북갑 카드’ 달라진다
트럼프 “우리가 이겼다”…이란 “배상금·침략 방지 보장”
李대통령 '팔자 고치는 데는 로또보다 확실히 쉽다'…주가조작 신고 독려
민주당 태업에 3년째 막힌 ‘부산 글로벌법’, 전재수 역할 주목
김어준 “고소·고발 무고죄로 맞대응”… 책임 여부엔 선 그어
이 대통령, 3·15 의거 기념식 참석…국가기념일 제정 후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선박 수주 늘자 작업장 부족…관세청 '장외 작업도 관세 유보'
서부산 행정타운 기술심의 태영건설 컨소 1위
‘최고가격’ 시행 첫날 기름값 하락 지속…L당 부산 휘발유 5원↓·경유 7원↓
현대차, 美사고에 팰리세이드 판매 중단…고객 사과
주가 뛰자 떠난 개미…‘국민주’ 삼성전자 100만 명 이탈
HJ중공업 최대주주, 군산조선소 인수 추진
환율 1500원 뉴노멀되나…원화 하락폭 주요국 최상위
미국, '이란 석유수출 거점' 하르그섬 폭격…중동에 2500명 증파
광화문 BTS 공연에 26만 몰린다…이통3사 통신 대책 가동
그리스 배, 선박식별장치 끄고 호르무즈 통과…“목숨을 건 도박” 비판도
해피바스, '달잠' 바디케어 라인 출시
같은 돈 내는데… 버스부터 타는 김해공항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4일(음 1월 26일)
구포국수, 면면히 이어져 온 음식이자 미래의 유산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3일(음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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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큰 어른들이 왜 ‘건담’에 빠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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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 한국 영화 초청작은 없어…'케데헌'에 이목
기어이 세상을 바꾼 한 여성의 고백
[부산일보 오늘의 운세]3월 11일(음 1월 23일)
‘17년 만에 8강 진출’ WBC 한국-호주전…티빙 최고 트래픽
''왕사남' 1000만, 지역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된다는 걸 느꼈죠'
취약성도 삶의 조건으로…‘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에 스밀얀 라디치(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