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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약물 올림픽의 말로

[밀물썰물] 약물 올림픽의 말로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 불교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다. 말 그대로 선한 일을 하면 선한 열매가 생기고, 악한 짓을 하면 악한 열매를 맺는다는 뜻이다. 모든 일의 결과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좋은 결과는 좋은 원인이 있었기에 나오고, 나쁜 결과는 나쁜 원인 때문에 발생한다. 아주 간단한 논리이고 이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섭리를 외면한다.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며 안하무인이 된다.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대표적 사례가 스포츠계에서 나왔다. 약물 올림픽이 그것이다. 이른바 도핑을 합법화해 각종 경기 대회를 치르는 ‘인핸스드 게임’(Enhanced Games)이 처참한 말로를 보였다. 흥행 참패는 물론이고,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본 것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 더 게임즈’는 지난 5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첫선을 보인 인핸스드 게임이 6190만 달러(약 855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최근 보도했다. 대회를 주관한 인핸스드 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억만장자 피터 틸 등 거물급 투자자의 후원을 등에 업고 지난 5월 기업가치 12억 달러를 인정받으며 뉴욕증시에 우회 상장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뒤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상장 당시와 비교하면 80% 넘게 빠졌다. 경기 결과의 참담함이 결정적이었다. 주최 측은 첨단 과학과 약물의 힘을 빌려 인간 생물학의 한계를 뛰어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성과는 초라했다. 대회에 참가한 42명의 선수 중 91%가 테스토스테론, 79%가 인간성장호르몬(HGH), 62%가 흥분제를 사용했지만, 세계 기록을 넘어선 선수는 수영 남자 자유형 50m에 출전한 크리스티안 골로메예프(20초 81) 단 1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육상 남자 100m에서는 약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프레드 커리가 9초97로 우승하며 약물을 투입한 선수들을 여유롭게 따돌리기도 했다. 우리는 늘 인과의 법칙 안에서 살고 있다. 불매인과(不昧因果)-인과를 부정하지 않고 그 흐름을 또렷이 보고 깨어 있어야지, 불락인과(不落因果)-인과를 초월한다는 착각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의 마음씀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통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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