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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수부 산하기관,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하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부산 타운홀미팅과 올해 바다의날 기념식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강조한 내용이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따른 후속 조치로 산하기관과 관련 공공기관, 출자·출연 기관을 최대한 빨리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필요성이 제기돼 왔던 해수부 부산 이전이 실현된 이후 대통령의 언급에 따른 관련 기관 부산 이전은 당연히 신속하게 진행되리라 여겼던 것이 이 지역 민심이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던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은 최근 정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 포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믿었던 지역민으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지난 3일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해수부 산하기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에 맞춰 부산으로 함께 가는 방향이 거의 정리됐다”고 말했다. 전 시장은 이들 기관 이전 시점을 그렇게 정리한 것은 다른 공공기관들이 먼저 이전한 해수부 산하기관처럼 지원해 달라며 벌어질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 기관의 이전은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만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봐야 하며 2차 공공기관 이전 때는 ‘플러스 알파’의 유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해당 기관 이전은 해수부 부산 이전에 따른 후속 국정과제로까지 규정한다.
다른 공공기관들이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에 따른 지원만큼 지원을 요구함에 따른 혼란 우려도 법적으로는 이미 정리돼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제정돼 올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부산 해양수도 이전 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존재가 그 이유다. 해당 법은 해수부와 관련 기관 부산 이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이전 기관의 원활한 이주와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원 근거 마련을 제정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지원 대상과 지원 방법을 명시해 놓은 특별법까지 존재하는 이상 지원에 따른 혼란이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 대상 기관의 이전 지연이 오히려 혼란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형국이다.
최근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내용으로 하는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놀라운 속도전을 보여준 바 있다. 메가 프로젝트 발표 직후 해당 부지까지 확정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실행력이라는 평가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도 초대형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같은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의지를 표명해 온 과제가 ‘해양수도 부산 구축을 통한 해양강국 대한민국 실현’이었다. 해양수도의 토대가 될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허공에 뜬 모양새가 된 지금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까지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하려 한다면 정부는 ‘선택적 의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터이다.
2026-08-0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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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내리는 70년 검찰 수사 시대, 부작용 뒷감당은 국민 몫
정부는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피해자 보호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라면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말했다. 형소법 개정안은 공포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된다. 수사 주체를 경찰로 일원화하고 검사는 공소제기와 유지만 담당함으로써 70년 검찰 수사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을 놓고 많은 이견이 있지만 위헌, 국익 위배 등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 등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형소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인식하면서도 거부권을 쓰지 않은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3일 “이렇게 빛의 속도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부작용이 생긴다면 빨리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의를 표명하며 발을 뺀 모습은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야권은 강력 반발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은 본인의 퇴임 후 안전보장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팔아넘겼다”고 비판했다. 국힘은 개정안이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거부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지옥문이 열렸다”고 했다. 김 씨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국가 폭력’으로 규정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야권과 피해자들의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무회의 의결 직후 ‘검찰 개혁의 전환점’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기소와 수사를 기형적으로 단절한 형사사법 체계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국민들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경우 검사가 추가 증거를 확보해 사건을 바로잡아 온 것이 보완수사의 주요 기능이었다. 그 통로가 사라지면 수사 실패의 비용은 피해자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여당은 10월 2일 시행 전에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형소법을 다시 손봐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끝까지 수사할 의무를 없앤다면, 그 부작용의 뒷감당은 오로지 국민 몫이다.
2026-08-0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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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차 공공기관 이전, 부산시와 정치권 전력 쏟아야
정부는 하반기에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추가 분산시켜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현재 전국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비전에 걸맞은 공공기관을 한 곳이라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해양강국을 선도할 글로벌 해양도시와 금융중심지 도약을 추진 중인 부산시의 입장에서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무척 중요하다. 금융과 해양, 첨단산업·연구개발, 영화·영상 등 부산의 미래 비전을 실현할 공공기관 유치 성적에 따라 도시 미래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부산시가 이전 추진 공공기관 40곳의 명단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부산시는 3일 전재수 시장 주재로 ‘공공기관 이전 추진 TF’ 회의를 개최했다. 시는 이날 회의에서 중점 유치 대상으로 선정한 공공기관을 공개한 데 이어 이들을 유치할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금융 분야엔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해양 분야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한국어촌어항공단·해양환경공단 등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첨단산업·연구개발 분야에서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환경산업기술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을, 영화·영상 분야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시청자미디어재단 등을 각각 대상 기관으로 꼽았다.
2차 공공기관 발표를 앞둔 지역의 시각은 매우 우려스럽다. 당초 해양 관련 공공기관들은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 이전에 따라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별도로 당연히 부산으로 옮겨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나면서 여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해수부와 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것은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대정부 활동을 그동안 꾸준히 이어왔다고 이날 밝혀 민심도 파악하지 못한 자화자찬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시가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산업은행을 포함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시장은 그동안 산업은행 부산 이전 대안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에 방점을 찍는 등 산은 이전과 거리를 뒀다. 이런 점에서 시가 산은을 여전히 유치 대상으로 꼽은 것을 두고 안 되면 말고 식의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인다. 더욱이 이날 전 시장과 첫 회동을 가진 이성권 국힘 시당위원장은 산은 유치를 강하게 주문, 시정과 정치권 불협화음에 따른 엇박자 우려도 높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부산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최선의 결과를 도출토록 시와 지역 정치권이 합심해 전력을 쏟아주길 당부한다.
2026-08-0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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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권 중심 부동산 세제 개편, 지역은 안중에 없나
정부가 3일 주택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담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주택가액 시가 약 20억 원(공시가 14억 원) 초과 시,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가액 합계액 시가 약 13억 원(공시가 9억 원) 초과 시 종부세가 부과된다. 1주택자의 경우 기존 공시가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과세 기준을 완화했지만, 다주택자는 현행 방침을 유지했다. 시가 20억 원 주택을 소유한 서울 거주자는 종부세를 내지 않지만, 13억 원이 넘는 다주택을 가진 지방 거주자는 종부세를 내야 한다. 수도권의 비싼 집에는 세금을 상대적으로 덜 매기고, 지방의 다주택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세율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주택가액 기준으로 일원화한다고 했다. 하지만 과세 대상 결정에서 주택 수 기준을 살려 놓음으로써 과세 형평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지난해 부산에서 주택분 종부세를 낸 사람 중 1세대 1주택자는 2005명에 불과했고 다주택자는 1만 2205명에 달했다. 부산 지역에서는 종부세 감면 혜택을 받게 될 사람보다 다주택자로 종부세가 인상될 사람이 6배가량 더 많다는 말이다. 종부세를 계산할 때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경우 2028년엔 80%로 올라간다. 다주택자의 종부세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돼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종부세 개편안은 서울 거주용 주택을 지닌 이들에게는 사실상 감세 혜택을 주는 반면, 지방의 저렴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이들에게는 세금 폭탄을 예고해 논란이 된다. 서울 거주용 주택 시세 20억~30억 원까지는 종부세액이 감소하고, 시세 30억 원부터 40억 원까지는 세액 변동이 크지 않다. 40억 원에서 50억 원 수준 초과 주택만 과세를 정상화한다. 20억~30억 원에 달하는 주택이 대부분 서울에 있고, 여러 채 합쳐도 13억 원 하는 집은 대부분 지방에 있다는 점에서 서울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더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크다. 서울에 집을 소유한 4050 세대만을 위한 세제개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5극 3특’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고, 수도권으로부터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예산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재정사업 지방우대 원칙’도 확립한 상태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세금은 수도권의 눈치를 심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 서울처럼 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요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처방만 나온다면 그 피해는 지역민들만 보게 된다. 서울과 지역의 부동산 초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 정부는 지역민은 안중에 없는 부동산 정책의 불공정성을 개선하고 지역별 맞춤형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2026-08-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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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0도가 이젠 뉴노멀, 폭염 대응 재난 매뉴얼 전면 개편해야
경남 양산은 2일 국내 기상 관측 122년 역사상 처음으로 42.5도까지 치솟았다. 인접한 부산 북구와 금정구는 1일 40.5도를 기록해 극값을 새로 썼다. 경남 창원·김해·밀양도 최곳값을 경신하고 있다. 극한 더위가 부산과 경남을 달구는 사이 가뭄까지 겹쳐 산천이 메말라지고 있다. 최근 1개월 강수량이 평년의 22.4%에 그친 탓인데 이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도심 열섬은 취약계층과 야외 노동자를 온열 질환 위기로 몰아넣는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염과 가뭄, 산불 등 기후 재난이 더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40도 고온 현상을 예외가 아닌 뉴노멀, 즉 새 기준으로 보고 대비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다.
같은 40도의 찜통더위에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곳이 있다. 이상 고온이 재난이 되어 버린 시대에 취약계층의 삶은 사투로 변한다. 대표적으로 쪽방촌에서는 에어컨을 켜도 벽과 바닥에 축적된 열이 빠지지 않아 실내가 30도를 웃도는 게 예사다. 전기료가 두려워 에어컨을 끄는 주민도 적지 않다. 건설·물류·배달 노동자는 물론 농민들도 생계 때문에 뙤약볕을 피하지 못한다. 불볕더위는 연령과 직업을 가리지 않지만, 사회적 약자에게 훨씬 더 가혹하다. 부산에서는 올해 온열 질환자가 수십 명 발생했고, 사하구에서는 20대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결국 극한 더위는 단순한 기상 문제가 아니라 주거와 복지, 노동, 건강 격차를 드러내는 사회문제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긴급 구호 물품을 지원하고, 쪽방 에어컨 설치와 안부 확인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전기료 지원이나 방문 건강 관리, 야간 무더위 쉼터, 폭염 경보 시 작업 중단 등 기존의 대책이 제때 실행되어야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여기에 변화된 현실에 맞게 기존 폭염 대응 매뉴얼을 신속히 전면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 수요 급증에 대한 대응력이나 도시 열섬을 줄이기 위한 도시 숲과 쿨 루프 등 기후변화 대책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40도 뉴노멀’ 시대에 재난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복지와 의료, 전력, 도시계획을 통합하는 종합 재난 정책이 마련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40도 시대는 이미 닥친 현실이다. 극한 고온과 가뭄이 우리 삶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폭염을 태풍·홍수 수준의 재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고온과 가뭄이 산불로 이어져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내고 있다. 우리도 경보 기준과 대응 예산, 행정 시스템을 변화한 기후 현실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만든 뉴노멀은 특정 기관이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공동의 재난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인식과 준비 수준이 과거 기준에 머문다면 피해를 막을 수 없다. 폭염 대응 매뉴얼의 전면 개편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2026-08-0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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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심 역행한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 후폭풍 누가 책임지나
검사 수사권과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공포 절차가 남았지만, 청와대가 “국회 입법 과정과 최종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힌 만큼, 사실상 법 시행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수사는 경찰과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이, 기소는 공소청 검사가 맡게 된다. 수사와 기소가 78년 만에 완전 분리됨으로써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가 일대 변화를 맞은 것이다. 국민 다수가 부작용을 우려하며 보완수사권 유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당론 확정 후 일주일 만에 법안을 통과시켰다.
수사권 남용, 정치 검찰 논란 등 폐해를 낳았던 검찰 개혁 당위성은 많은 국민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불러올 혼란과 국민 피해에 대한 우려 역시 너무 큰 사안이다. 법률 전문가는 물론 범죄 피해자, 여성·장애인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보완수사권 유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법 개정 와중에 경찰이 단순 살인으로 처리하려 한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로 바로잡히는 일도 있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보완수사권 유지 목소리를 냈다. 여성·장애인 단체들도 최소한 사회적 약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하지만 8월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의 폭주 앞에 이런 호소가 소용이 없었다.
사법체계 개편의 핵심은 범죄 피해로 억울한 일을 당하는 국민이 없어야 하고, 피해 구제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가 돼야 한다. 하지만 법안 심사 과정에 국민은 없었고, 혼란과 논란만 컸다. 애초 개정안에 경찰 긴급체포 권한을 넣었다가 논란이 일며 삭제되기도 했다. 성폭력 등 7대 범죄는 별도 법 개정으로 ‘전건 송치’를 한다지만 사건에 따라 부실·지연 수사가 우려된다. 법안에 수사를 독점할 경찰의 ‘부실 수사’ ‘사건 은폐’ ‘정치 중립’ 등에 대한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막판에 공소기각 사유 확대 조항을 삽입한 일도 의혹을 키웠다. 이재명 대통령 형사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무리로 보이지 않는다.
새 체제가 제대로 작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이제 현실이다. 국민 동의 없이 일방 처리한 정부·여당에 모든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부작용이 드러나면 법을 고치면 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국민을 사법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건데, 이게 가당키나 한가. 법 통과를 전후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나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사의를 밝히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보완수사권 일부 유지를 주장한 정 장관은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앞뒤가 다른 태도다. 마지막 결단은 이제 이 대통령의 몫이다. 이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재의요구를 비롯해 후폭풍을 막을 방안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
2026-08-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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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구의 연합, 반도체에 갈라지나[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기부 대 양여’라는 개념이 있다.
군사시설을 이전할 때 지자체가 대체 부지에 새로운 군사시설을 만들어 국가(국방부)에 기부하면 국가가 기존 군사시설 부지를 지자체에 양여하는 방식을 뜻한다. 군사시설의 이전 비용은 지자체가 양여받은 부지를 개발해 회수하게 된다.
2010년대 경남 창원 정중앙 노른자위 땅에 들어서 있던 39사단을 경남 함안으로 옮길 때, 전북 전주 북부에 있던 35사단을 전북 임실로 옮길 때 등 전국의 모든 군사시설 이전에는 예외 없이 기부 대 양여 방식이 적용돼 왔다. 심지어 창원 39사단 이전은 사단 부지 개발이 부동산 호황과 맞물려 성공적으로 끝나 민간사업자가 막대한 개발 이익을 남기면서 창원시와 민간사업자 사이에 초과 이익 환수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정도였다.
■광주와 대구
최근 들어 이 기부 대 양여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도심에 위치한 군공항의 이전이 신공항 개발을 둘러싸고 이슈화하면서다. 대표적인 지역이 광주와 대구다.
광주는 광주 도심 군공항을 전남 무주 등 타지역으로 이전해 광주·전남 통합 신공항을 만드는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에는 약 10조 원 규모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 비용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광주의 지방 재정이 열악한 데다 군공항 부지 개발의 사업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구도 대구 도심의 군공항을 경북 군위 등으로 옮겨 TK신공항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대구에서도 군공항 이전에는 10조 원이 넘는 수준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역시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는 군공항 이전을 통한 신공항 건립 비용 마련이 어려워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반도체 변수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이재명 정부가 갑자기 호남권 800조 원 규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전공정 공장 설립 추진 발표 직후 정부는 열흘도 되지 않아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반도체 공장 부지로 확정했다. 당초 첨단3지구와 빛그린 산업단지 등 후보지 3~4곳이 거론됐으나 정부는 이미 평평한 대형 부지가 확보돼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군공항 부지를 쾌속 낙점했다.
이로써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지 구매 및 개발자로 나설 수 있게 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부지 매각을 통한 군공항 이전 비용 회수라는 기부 대 양여의 가장 큰 난제가 단번에 해결될 수 있어서다. 기껏해야 민간 아파트 분양에 기대는 수준이었던 현실이 초대형 투자자 등장으로 180도 바뀐 것이다.
■기부 대 양여 공식
250만 평에 달하는 광주 군공항 부지는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전력·용수·교통 등 핵심 인프라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혀 부지 개발 원가의 절감 폭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그만큼 사업 진행은 수월해지고 군공항 이전에 따른 비용 회수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향후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의 집중까지 바라볼 수 있다. 공장 외곽에 조성될 주거·상업·업무 용지 등도 분양 성공률은 급격히 올라간다. 무안 등 공항 이전 예비 후보지와의 합의를 얼마나 빨리 끝낼 수 있는지 정도의 과제만 남았을 뿐 신공항 조성을 통한 군공항 기부와 기존 군공항 부지의 지자체 양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형평성 논란
광주 군공항이 반도체 공장 투자로 기부 대 양여의 물꼬가 트일 수 있게 된 것과는 달리 대구는 도심 군공항 부지 개발 여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구 정치권은 광주 정치권과 손을 잡고 군공항 이전 문제를 국가 예산 투입 재정사업으로 진행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연합전선을 펼쳐 왔다. 하지만 광주 군공항 문제가 반도체 공장 투자로 풀릴 수 있게 됨으로써 두 도시 정치권이 이전처럼 보조를 맞추게 될지가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대구에서만 군사시설 이전 문제를 재정사업으로 진행할 경우 그동안 숱하게 진행된 바 있는 전국 기부 대 양여 사례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이는 향후 군사시설 이전 때에도 국가 예산을 넣을 것인지 여부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여서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공항 속도전
광주 군공항 이전으로 광주·전남 신공항 조성에 속도가 붙을 경우 그 여파는 신공항 추진이 답보상태에 놓인 대구뿐만이 아니라 부산에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미 20년 가까이 추진 과정을 반복하며 이제야 연내 공사를 위한 첫 삽을 뜨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덕신공항의 건립도 입길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쪽은 반도체 대기업의 천문학적 투자로 인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도 신공항 조성이 급물살을 타는 듯한 반면 다른 쪽은 국가의 공항 정책에 따라 국가 예산으로 신공항을 만들면서도 지지부진한 상태여서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예측조차 불가능했던 이 같은 속도전을 지켜보는 해당 지역민들의 다양한 시각은 앞으로 사업이 진행될수록 더욱 복잡해질 듯하다.
2026-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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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하 기관 이전 지지부진, 해수부 손 놓고 있을 땐가
해양수산부 산하 6개 공공기관 부산 이전 문제가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간 이견 때문에 산으로 갈 위기다. 해수부는 당초 지난 3월 이전에 산하 6개 기관 이전 로드맵을 발표하려 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이달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 사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 발표 시일이 다가오면서 두 사안이 함께 묶일 위기에 처했다. 부산시는 정부에 전달한 2차 공공기관 이전 희망 기관 명단에 이들 6개 기관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누구도 원치 않았고,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수부와 부산시가 서로 미루다 해수부 산하 6개 기관 이전에 더해 2차 공공기관 이전 성과까지 거둘 수 있었던 기회를 날릴 판이다.
이 시점에 분명히 해야 할 원칙이 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한국항로표지기술원, 해양환경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한국어촌어항공단, 한국해양조사협회 등 6개 기관의 부산 이전은 2차 공공기관 이전 카테고리로 묶을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해양수도 부산 완성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면서 이미 법률과 정책으로 확립된 일이다. 지난해 11월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해양수도 특별법) 국회 통과를 시작으로 해수부 이전, 해운대기업 이전, 해사전문법원 설치 등 차근차근 진행돼 온 해양수도 완성 로드맵의 한 단계다. 대한민국 해운·항만 행정, 물류, 법률, 서비스 기능을 부산으로 집적시키는 데 필요한 일인 것이다.
문제를 대하는 해수부의 시각도 우려스럽다. 해수부는 정부부처가 수도권과 세종이 아닌 지역으로 이전한 첫 사례다. 이 대통령도 해수부 이전을 놓고 “극히 예외적인 조치”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동남권 해양수도 건설은 정말 잘 준비하고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엔 해수부가 해양수도 부산 완성과 남부 해양수도권 구축을 주도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산하 기관 이전 문제 등 여러 사안에서 해수부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하긴 어렵다. 오히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지난 지방선거 때 ‘부산시 지원책 미흡’을 이유로 “대상 기관 모두 온다고 말할 수 없다”고 언급, 논란을 사기도 했다.
해수부 산하 6개 기관 이전 지연이 정부의 해양수도권 구축 의지가 줄어든 탓은 아닌지도 의문스럽다. 국정과제인 북극항로 준비와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북극항로위원회는 아직 구성되지 못하고, 동남권투자공사법도 여전히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사법원도 부산 단독이 아니라 인천에도 본원을 설치하며 반쪽 논란이 일었다. 해양·항만·수산 기능 집적은 해양수도 완성의 목표가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해수부는 이를 주도할 책임 기관이라는 점을 거듭 되새기기 바란다. 부산시도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이전 기관 임직원들을 지원하는 일에 예산 타령이나 할 일은 아니다.
2026-07-3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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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소기각까지 기습 삽입… 누구 위한 형소법 개정인가
더불어민주당이 30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지난 24일 형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인한 지 6일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은 28일 밤 법안심사1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기존에 논의가 없었던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추가해 형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보완수사 폐지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국회 토론과 숙의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며 이날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형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묶어 전면 폐지하고 수사는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등에 전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상정 직전 개정안에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 사유를 기습적으로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촉발했다. 현행 형소법은 피고인 사망이나 공소제기 절차상 법 위반 등을 공소기각 결정·판결의 사유로 규정하는데,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가 추가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대한’과 ‘현저한’이란 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재판 지연과 법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국힘은 30일 의원총회 직후 국회 본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처리 규탄대회’를 열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가 오늘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보완수사권 폐지와 이재명 대통령 재판 취소를 맞바꾼 거래는 결국 이재명 정권의 몰락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법원을 압박해 억지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보자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숙의를 거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보니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염두에 둔 ‘위인설법’(爲人設法) 논란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당이 사회적 합의와 숙의 과정 없이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중차대한 입법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한 데도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당원의 요구에만 편승하는 것으로 비친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에만 집착해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아서는 안 될 일이다. 보완수사 차단에 의한 민생범죄 대응력 약화와 공소기각 사유 추가로 인한 사법적 혼란 등 부작용은 온전히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여당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입법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2026-07-3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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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자체 2차 공공기관 유치 사활 거는데, 손 놓은 부산시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이전 발표가 임박하면서 비수도권 지자체 사이에 유치전이 뜨겁다. 이번 이전은 1차 때와 달리 단순한 분산이 아니라 지역의 산업 기반과 성장 전략을 묶는 집적 방식이 예고돼 있다. 행정과 정치권, 시민사회가 지역의 미래 비전에 의기투합하느냐에 공공기관 유치의 성패가 갈린다. 대구와 경북, 충남, 대전은 이미 국회 토론회와 지방의회 결의안, 여야 공동 대응을 통해 유치 명분을 쌓고 있다. 그러나 부산은 어떤 기관을 어떤 논리로 유치할 것인지조차 시민 앞에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에 만족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준비 부족을 넘어 직무 태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요즘 국회는 공공기관 유치 당위성을 설파하는 토론회·기자회견으로 붐빈다. 대구와 경북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동원한 토론회를, 위성곤 제주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산업 연계성과 입지 경쟁력을 부각했다. 대구의 경우 IBK기업은행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34개 기관을 거론하며 유치전에 나섰다. 충남은 여당 출신 도지사와 야권이 발전공기업 통합 본사 유치를 위해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대전과 경북 의회는 공공기관 이전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반면 부산은 미온적이다. 공동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니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지역이 유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사이 부산만 안이한 대응으로 뒤처지고 있다.
부산시는 금융, 해양, 영화·영상 분야 등 모두 40곳의 유치 희망 기관 목록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으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정책 방향의 혼선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 유치에 주력했던 전임 시정과 달리 전재수 시장은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또 같은 당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으로 과거 산업은행 이전을 반대했던 박홍배 의원이 거론되는 상황까지 겹쳤다. 이 와중에 전 시장과 이성권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의 상견례가 불발된 뒤 내달 3일로 연기됐다.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단순한 인사 자리가 아니라 부산 정치권의 공동전선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돼야 한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산업과의 연계 부족, 혁신도시 자족 기능 미흡, 가족 동반 이주 저조 같은 한계를 남겼다. 2차 이전은 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산업 연계·기능 집적이 중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전략은 더 분명해야 한다.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와 해양수도 부산 비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치 전략을 짜야 한다. 여기에 여야의 셈법이 다를 수 없다. 범시민 유치 기구를 가동하고, 여야가 국회 토론회와 공동 결의문으로 하나가 돼 국가균형발전과 남부권 성장의 효과를 설득해야 한다. 다른 지역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부산만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 힘과 지혜를 모을 때다.
2026-07-30 [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