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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신 줄고 여신 늘고 자금난 악순환… 이게 지역의 현실
지역 경제의 돈줄이 돼야 할 지역은행이 지역 기업에 빌려줄 돈이 모자라 서울까지 돈을 마련하러 원정을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역은행의 단순한 여·수신 불균형으로만 보기에는 해가 갈수록 이 같은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다는 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이는 인재에 이어 자본까지 서울로 집중된 한국 경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자본의 서울 집중은 비수도권의 경제 규모에 걸맞은 금융 공급에도 경색을 불러와 지역 기업의 자금난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공공 분야의 지역은행 수신 비율이라도 높여야 한다는 간절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부산은행의 수신액 61조 500억 원 가운데 부산에서 조달해 온 비율은 66.9%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6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년 전 연말 기준 부산은행의 부산 지역 조달 수신액 비율이 72.4%였던 데 비하면 6%P 가까이나 비율이 줄어들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3.49%P 줄어들어 해가 갈수록 비율이 줄어드는 양상이다. 반면 올해 부산은행 대출 가운데 부산 지역 기업·개인 등에 대한 대출 비율은 전체 대출액의 74.16%를 기록했다. 지역 수신액 대비 지역 대출액 비율이 7%P 정도나 높다. 부산은행은 이를 메우려 서울에서 높은 비용을 들여 돈을 조달해 오는 형편이다.
부산은행과 같은 지역은행은 시중은행과는 다른 역할 수행을 해야 존립 의의를 찾을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은행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지역 밀착형 금융과 지역 관계형 금융이라 불리는 형태의 자금 운용이 그 역할이다. 지역산업 경쟁력 강화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원활한 자금 융통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지역의 자본이 공급돼 탄탄한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지역 수신액 비율 감소가 보여주는 지역은행의 현실은 참담한 지경이 됐다. 지역의 자금 경색과 기업 경쟁력 감소 등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지역은행이 아니라면 시중은행이라도 지역에 대한 자금 공급 물꼬를 터야 하지만 금융기관의 지역 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현저히 낮다. 비수도권 경제 규모가 대한민국 전체의 47%를 넘지만 시중은행의 지역 기업 대출 비중은 36%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경제 기여도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에 부산 지역에서는 지역 이전 공공기관들부터라도 지역은행과의 거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는 혁신도시법에 명시돼 있는 ‘지역산업 육성과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기여’ 의무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공공 영역에서 부은 마중물이 민간 영역의 활기를 되살리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5-12-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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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가톨릭대 하하캠퍼스, 새 에이지테크 모델 주목한다
부산시가 부산가톨릭대 신학 교정 부지(6만 3515㎡)에 추진하는 대규모 시니어 복합 단지 ‘하하(HAHA)캠퍼스’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의 건물을 행정기관에 기부하거나 30년 무상 제공하는 것을 최종 허가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건물 리모델링에 착수하고, 2033년까지 1·2단계에 걸쳐 ‘대학 기반 은퇴자 공동체’(UBRC), 즉 시니어 주거 단지와 함께 에이지테크 산업의 요람을 조성할 계획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발생한 대학의 유휴 공간이 초고령화 사회를 선도하는 공공적 시설로 전환되는 사례는 사실상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회적·산업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부산은 2021년 9월 특광역시 최초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7월 24.7%, 2050년에는 44%까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고속 노화 도시 부산에 시니어 세대를 위한 문화, 여가, 건강, 교육, 일자리, 주거, 실버산업이 결합한 복합 단지 조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이에 따라 하하캠퍼스에는 606억 원이 투입돼 건물 9개 동이 리모델링되고, 대학 내에서 기숙사처럼 거주하면서 문화·여가 교육에 참가하는 UBRC와 스포츠·재취업 센터, 에이지테크 연계 시설이 조성된다. 초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부산에서 고령화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혁신 모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하캠퍼스는 복지 시설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미래 전략으로 확장될 때 의미가 더해진다. 특히 사업 계획에 포함된 에이지테크는 미래 경제의 견인차로 주목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바이오테크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에이지테크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존 에이지테크의 실증은 병원·연구소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한계를 갖지만 하하캠퍼스는 평생 교육과 주거, 커뮤니티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에이지테크와 시니어 복합 단지가 결합한 모델은 처음이어서 부산형 고령 친화 산업 플랫폼의 태동도 기대된다.
전례가 없는 사업이다 보니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단순한 시설의 개보수와 취미 프로그램 운영에 그친다면 고령 친화 산업 플랫폼은 언감생심이다. 에이지테크가 활성화되려면 지역 대학과 기업의 연계로 에이지테크 실증 모델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공 예산 지원을 넘어 자립하려면 운영 주체의 책임 소재와 성과 점검 체계가 분명해야 한다.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은 산업적·사회적 성과다. 수지타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산업 구조 전환의 가능성 확인이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부산형 고령 친화 산업 거점의 성공 여부는 행정,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의 공감과 참여에 달려 있다.
2025-12-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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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공기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거버넌스 작동해야
가덕신공항 건립 사업은 정부가 그냥 동남권에 새로운 공항을 지어주는 지역 시혜형 사업이 아니다. 동남권의 국제관문인 김해공항이 이용객 폭증으로 인해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공항의 기능을 확충하기 위한 정부의 장기적 계획에 의해 추진되는 국책사업이다. 김해공항의 포화가 빨리 진행될수록 새로운 공항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는 법이기에 가덕신공항 건립 사업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속도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남권에서 가덕신공항 조속 건립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신공항 건립을 위한 특별법 제정 당시 법 조문에 ‘신속한 건설’이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도 재확인된다.
2021년 9월 시행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총칙의 제1조에서 법의 목적을 ‘가덕도신공항의 신속한 건설에 필요한 사항의 규정’으로 밝히고 있다. 특별법 제정 당시인 4년 전에도 이미 속도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못박은 셈이다. 동남권 신공항 건립 사업이 박근혜 정권 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뒤 특별법으로 입지가 가덕도로 바뀌면서 수년 동안 늦어졌기 때문일 터이다. 윤석열 정권이 가덕신공항 개항 시기를 2029년으로 당기는 방안을 강력히 추진한 것도 이 같은 특별법 제정 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으로 비친다. 동남권의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요구는 이처럼 합법적 타당성이 너무나 뚜렷하다.
지난 10일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조달청에 공항 부지 조성 공사 계약을 공식 요청하고 연내 입찰 공고를 목표로 절차 진행에 나섰다. 11일에는 공항 건립 예정 부지 인근 육지 보상 재결까지 마쳤다. 문제는 정부가 공항 부지 조성 공사 공기를 당초 정한 84개월에서 106개월로 22개월이나 늘릴 계획이라는 데 있다. 공기를 줄일 신공법을 제안하면 가점을 주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있으나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으면 방침 적용이 어려워 사실상 공기 단축 문제는 시공사에 일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시민단체 등은 입찰과 실제 공사에 착수하는 시기 등을 감안하면 115개월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신공항 건립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관련 행정 절차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처럼 정부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에 책임을 떠넘기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신공항 건립’을 위해 설립됐다는 공단은 뒷짐을 지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신공항 건립 추진 업무 조정 협의체 같은 거버넌스를 조속히 구성하고 부산시가 실효성 있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스스로 정한 공기를 연장한 책임이 있는 정부가 반드시 주도해야 할 일이다. 특별법의 제정 목적과 정신에 부합하려 노력하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의무다.
2025-12-1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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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인재 유출 대안 원격근무 매칭 사업 시도해 볼만하다
동남권의 AI 인재 배출이 급증했지만, 지역의 관련 분야 채용 비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의 ‘부산시 AI 인력 현황과 지역 인재 양성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동남권 AI 분야 졸업·취업자는 2021년 3008명에서 2023년 4046명으로 35% 증가했다. 특히 AI 학과 졸업자는 2021년 93명에서 2023년 888명으로 9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부산의 AI 관련 채용 공고는 전체 공고의 2.5%에 그쳤다. 보고서는 〈부산일보〉의 ‘지방 소멸 대안, 원격근무’ 기획 시리즈를 토대로 해법을 제시해 주목된다. 지역 기업과 지역 인재를 연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도권 기업과 지역 인재를 원격근무로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인재와 지역 기업 간 미스매치는 지역 산업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AI 전환이 늦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동남권 AI 분야 졸업자의 취업 분야는 제조업(31.6%), 정보통신업(22.8%), 과학·기술 서비스업(5.3%) 순이다. 지난달 대한상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기업의 AI 활용 비율은 40.4%인 데 비해, 비수도권은 17.9%에 그쳤다. AI 전환이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 저하를 막는 핵심 수단이지만, 현장에서는 막대한 비용 부담,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선뜻 나서지 못한다. 지역의 산업 생태계 혁신과 신산업 창출이 AI 인력 배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관건이다. 하지만 첨단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으면 지역 과학기술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없다. AI 관련 일자리가 풍부한 수도권 기업과 지역 인재를 연결하는 원격근무 매칭 사업을 시도해 볼만하다. AI 관련 산업이 고도화·세분화하면서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군과 업무 범위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게 어려운 현실에서, 수도권 기업의 원격근무를 통해 지역 인재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첨단 기술 발달, 유연 근무 확산 등으로 뉴노멀이 된 원격근무는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의 강력한 대안이다.
부산은 원격근무 활성화 최적지로 꼽힌다. 과학기술, 디지털 신산업 전공자 배출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지만, 산업의 퇴조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도시이다. 원격근무는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다. 원격근무 매칭은 단순히 수도권 기업에 지역 인재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보고서는 부산시와 지역·수도권 기업들이 협력 체계를 구축해 관련 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일자리 매칭까지 나아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원격근무를 통해 지역 인력은 부산에 정주하면서 다양한 기업의 AI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기업 유치 노력과 함께 원격근무 활성화를 위해 부산시가 적극적인 정책 추진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25-12-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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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일해저터널 로비 PK 정치권 번지는 통일교 게이트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관련 불똥이 부산·경남 여야 정치권 전체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한일해저터널 추진이 통일교의 정치권 집중 로비 이유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이미 통일교 로비 관련 피의자가 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서도 통일교가 한일해저터널 관련 현안 협조 로비를 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파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통일교의 숙원사업으로 꼽혀온 한일해저터널은 출발 지점이 부산 혹은 부산 인근지역으로 설정돼 온 만큼 통일교의 접촉 대상 정치인은 해당 지역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에선 이 사안이 지역 정치권을 흔드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전재수 전 장관은 처음 알려진 것보다 더 자주 통일교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며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한 언론사는 전 전 장관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통일교 행사에 참석하는 등 모두 7번 통일교 측과 접촉했다고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2018년 통일교 부산지역 행사 다음날 “우리 일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며 전 전 장관에 대한 특별보고를 하기도 했다. 전 전 장관 외에도 통일교는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속해 있는 PK 인사들을 집중 접촉해 협력 관련 내부 보고를 남긴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협력 대상은 통일교 숙원사업인 한일해저터널로 추정된다.
한일해저터널 사업은 통일교 창시자 문선명 씨가 1981년 ‘국제하이웨이·한일터널’ 구상을 밝히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구상은 부산과 대한해협, 쓰시마, 규슈를 잇는 약 200km 길이의 해저터널을 만드는 게 핵심 내용이다.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일 양국이 국가적 명운을 걸 정도로 주력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 때문에 사업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역으로 그렇기에 통일교가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정치권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교로서는 해당 사업이 문 씨의 뜻을 잇는 상징성이 크기에 후계자 다툼에도 큰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PK 정치권은 너도나도 통일교의 로비는 없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으나 수사 확대 이후 금품 수수 대상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해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통일교 서울본부와 천정궁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15일에야 이뤄졌다. 특검 수사 때부터 금품 로비 관련 진술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늑장 수사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칫 결정적 증거를 못 찾아 수사가 한없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에 미치는 악영향도 그만큼 커질 공산이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원칙에 따라 신속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납득할 결과는 결코 나올 수 없다. 그럴 경우 이 사안의 종점은 또 다른 특검이 되고 말 것이다.
2025-12-1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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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방대 예산 늘리기'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 내놓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서울대 예산 쏠림’ 문제를 지적하며 지방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 예산의 대폭 증액을 지시했다. 교육부는 서울대의 70% 수준까지 부산대를 비롯한 9개 지방거점국립대의 예산 지원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향후 5년간 지방대에 4조 원 이상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대 예산 지원을 줄이면 섭섭할 테니 지방대 지원을 최대한 늘려가자”고 말했다. 정부가 교육 분야에서도 수도권과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해 국가 균형발전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인 것은 바람직하다. 거점국립대가 ‘5극 3특’ 성장 엔진과 맞물려 지산학연 허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대와 지방대 학생 1인당 예산을 직접 언급하며 정부 교육 예산 불균형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학생 1인당 예산이 서울대는 6000만 원대, 거점국립대는 2000만 원대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연구용역을 제외한 예산 지원이 학교별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교육부에 물었다. 실제로 서울대가 받는 1년 정부 지원 예산은 7200억 원가량인 반면, 거점국립대는 2980억 원에 그친다. 학생 수는 서울대 2만 9000명, 지방대는 2만 1000명 수준이다. 학생 수 차이에 비해 지원금 격차가 훨씬 더 큰 것이다. 서울대가 법인의 특수성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정부 예산 편중 지원은 지역 불균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교육부는 이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중점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에 거점국립대 투자 예산으로 총 8855억 원을 투입한다. 거점국립대 9곳의 교육을 혁신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의 지방대 육성을 위한 다른 정책으로는 ‘글로컬대학30’ 사업과 지역혁신중심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사업이 있다. 3년에 걸친 글로컬대 심사 결과 9개 거점국립대 모두 지정된 바 있다. 글로컬대 사업은 대학의 혁신, 라이즈 사업은 지역과 대학의 협력·동반 성장을 강조한다. 정부가 각각 다른 사업들을 잘 연계하고 시너지를 발휘해 실질적인 지방대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거점국립대에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한 만큼, 이를 어떻게 실행에 옮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거점국립대가 지역 발전을 이끌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인재 양성 방안, 우수 교원 유치를 위한 대책, 지역 사회·산업계와의 동반 성장 모델 마련 등 세밀한 정책을 가다듬어야 한다. 대규모 예산 투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대학의 체질 개선도 뒤따라야 하겠다. 대학이 지역 산업과 연계해 인재를 키우고, 청년들의 취업·창업·정주를 이끌어내는 기반을 서둘러 조성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역 혁신의 불씨가 돼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2025-12-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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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전역~청량리·강릉 운행 확대… 복합환승센터 무르익는다
부전역에서 서울 청량리를 오가는 중앙선과 강원도 강릉을 잇는 동해선 구간에 연말까지 KTX-이음 열차가 증편·신규 투입된다는 소식이다. 청량리행은 하루 왕복 6회에서 18회로 대폭 증편되고, 강릉 노선은 ITX-마음보다 1시간여 빠른 KTX-이음이 달리게 된다. 이는 부전역이 중앙선·동해선·도시철도가 교차하는 광역 교통망 요충지의 입지가 굳어지고 승객이 급증하면서 단순 환승 기능을 넘어선 허브 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전역이 상전벽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보조역’이라는 과거의 관념 탈피는 더디기만 하다. 부전역의 지위 격상에 걸맞은 복합환승센터 추진은 이제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부전역 수요의 구조적 성장과 연결망에서 차지하는 지위의 상승 추세는 확고하다. 올 10월까지 이용객(88만 5000명)은 지난해 전체(49만 명)의 1.8배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중앙선·동해선에 이어 부전마산선까지 개통하면 현재 부전역사의 수용 능력에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교통 혼잡·안전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한 철도 환승 공간을 넘어서 부전역과 연계되는 시내 교통 인프라인 도시철도·버스·보행 동선까지 고려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 시민 40만 명이 복합환승센터 추진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선제 대응이 필요한 때이지만 중앙 정부의 결단은 여전히 더디다.
부전역은 남해안의 경전선(부전마산선)과 동해안의 동해선을 잇는 U자 형태 국가 철도망에서 결절점 역할을 맡고, 동시에 수도권(청량리)까지 종횡무진하는 중심축이다. 여기에 이동 시간 단축과 노선 확장이라는 양적 변화를 거듭하면서 명실상부한 사통팔달의 요지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역사 자체의 수용 능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나아가 역사와 연계된 도심의 교통 혼잡과 주차난, 안전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상업·관광 시설과 휴식 공간이 어우러지는 게 필수다. 도시 계획 차원에서 교통 시설과 주변 공간을 통합·재편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방향성의 공론화에 이은 신속한 집행이 요구된다.
이번 부전역 KTX 증편은 부산의 도시 공간을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의미가 있다. 보조역이 아닌 도시 발전의 중심축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시는 부전역 일대의 교통 전략, 상권 활성화 계획, 도시재생 사업을 복합환승센터 중심으로 통합·재구성해서 정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복합환승센터에 대해 제5차 광역교통시행계획(2026~2030년) 반영을 검토하는 중이다. 국토부와 부산시 모두 부전역 성장 속도에 뒤처져 적기를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승객도 증가하고, 열차 운행도 느는데 도시 인프라만 과거에 머무르게 방치한다면 시민이 용납하지 않는다. 행정이 결단과 실천으로 답해야 한다.
2025-12-1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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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 2차 특검'은 되고 '통일교 특검'은 안 된다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야권이 요구한 통일교 의혹 특검을 거부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4일 특검 요구는 “판을 키우려는 정치공세”라며 일축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통일교 특검에 입을 닫고 있다. 이런 민주당의 태도에 야당은 “여당무죄, 야당유죄라는 노골적인 정치 편향”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특검을 ‘권력 비리를 밝히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규정하며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해 왔다. 민주당은 내란·김건희·순직해병 사건을 묶은 3대 특검을 강행했고 미진하다며 2차 종합 특검까지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정당이 통일교 특검 앞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내로남불적 태도다.
민주당의 논리는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핵심 증언자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번복돼 근거가 약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이 논리는 옹색하다. 특검의 본래 취지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의혹이 충분히 정리된 뒤’ 도입되는 제도가 아니라, 기존 수사 체계로는 공정성과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될 때 가동되는 예외적 장치다. 더구나 경찰은 이미 전·현직 정치인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나아가 경찰이 민주당 출신과 국힘 출신 인사를 함께 피의자로 입건한 사실도 민주당의 정치공세 주장과 맞지 않는다. 윤영호 전 본부장의 진술은 번복됐지만, 그렇다고 의혹이 소멸한 것은 아니다. 진술의 신빙성 여부야말로 특검을 통해 가려야 할 문제다.
민주당은 “혐의가 드러나면 누구든지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치의 신뢰는 사후 결단이 아니라 사전 제도로 확보된다. 민주당은 그동안 특검을 정의와 개혁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 왔다.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와 비교하면, 통일교 의혹에 대한 소극적 대응은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검을 둘러싼 최근의 혼란 역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민중기 특검의 편파·과잉 수사 논란 등은 특검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치권은 감정적 대응이나 진영 논리를 앞세우기보다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통일교 의혹은 특정 정당이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종교 단체의 조직적 정치권 로비 의혹이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이다. 경찰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현직 정치인들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통일교 측에서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본인들을 위해서라도 국민이 중립을 인정할 수 있는 특검에 의해 진상이 규명되는 것이 옳다. 민주당이 다른 사건에서 수없이 강조해 온 ‘기존 수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논리가 왜 이 사안에서는 적용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럴때일수록 더 엄정하게 잣대를 들이밀어야 하는 게 여당의 자세다. 내란 특검은 되고 통일교 특검은 안 된다는 민주당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2025-12-1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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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재수 전격 면직, 해양 컨트롤타워 공백 해소 시급하다
부산시가 해양 수도를 선포한 건 지난 2000년 12월 18일이다. 25년간의 염원은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사무실 이전에 착수하고, 임시 청사 개청식 준비에 돌입하면서 드디어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해양 수도를 향해 순항하던 부산에 거대한 쓰나미가 닥쳤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되자 전재수 해수부 장관이 급거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를 수용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영호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이 공직 기강 문제로 면직되면서 해수부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공백 사태를 맞았다. 해양 정책의 동력 실종과 지연이 우려되는 점이 뼈아프다.
해양 수도 도약의 결정적 전환점을 맞이해 가속도를 붙이려던 부산은 느닷없이 암초를 만나 발목을 잡힌 형국이다. 이 사태는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해양수산 정책 전반을 마비시키거나 파행시킬 가능성에 심각성이 있다. 사령탑 부재로 해운기업의 집적 추진, 특히 해운 대기업 HMM의 부산 이전 로드맵 발표가 불투명해졌다. 12월 말로 예정된 임시 청사 개청식과 대통령 업무 보고 일정은 조정이 가능한 사안이지만, 북극항로 개척을 진두지휘했던 ‘선장’이 갑자기 하선한 여파는 간단히 수습되기 어렵다. 공석이 장기화될 경우 해수부 이전 효과로 힘을 키우던 ‘부산 구심력’에 제동이 걸리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정부는 국정 과제 추진과 인사 시스템 신뢰 훼손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장관·비서관급 인사 검증 부실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책의 연속성과 윤리적 리더십에 수긍이 가는 신속한 후속 인사만이 국민적 실망감을 달랠 수 있다. 특히 차관 대행 체제의 해수부가 장관이 없다는 것이 핑계가 되어 주요 정책 사업이 공회전 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부산을 중심으로 해양 경제권을 구축해서 수도권과 함께 국가 성장을 주도하는 양대 축으로 키우는 비전은 지역 현안이 아닌 국가 미래 전략의 일환이다.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해운업계 집적·해양 기관 재배치의 중단 없는 추진을 보장해야 한다.
부산시는 2028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유엔해양총회 유치를 선언했다. 해양 분야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 개최지는 당연히 글로벌 해양 수도를 자부하는 부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2040 월드엑스포 재유치 검토 등 부산은 해양 수도라는 도시 브랜드를 앞세운 미래 전략을 세우고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첫걸음이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 등 정책 사업이다. 그런데 해양 시대가 본격화되려던 찰나에 컨트롤타워에 변고가 발생했으니 부산 시민들은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정부는 ‘어쩌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부산 시민들의 절박한 심정에 화답해야 한다. 신속한 후속 인사와 중단 없는 정책 추진이 해답이다.
2025-12-1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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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응급환자 받아주는 병원 10곳 중 1곳… '뺑뺑이' 일상화
부산의 응급의료 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음이 수치로 확인됐다. 12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1~9월 부산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3603건 가운데 병원 수용 여부를 타진한 문의는 무려 1만 5609회에 달했지만 실제 환자를 받겠다고 응답한 병원은 14.6%(2274회)에 그쳤다. 10곳에 문의해야 겨우 1곳 정도만 응급환자를 받아주는 것이 부산의 응급실 현실인 것이다. 이 같은 구조적 결함은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의 한 고교생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시민이 가장 먼저 의지해야 할 응급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병원들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주된 이유는 의료진 부족(66.3%)이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도 수술 집도나 진료를 이어갈 제대로 된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 의료진 부족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환자실 부족(13.5%), 배후진료 불가(11.2%) 등 구조적 문제도 뒤따른다. 위장관출혈 환자가 평균 10곳 가까이 문의해야 하고, 의식장애 환자도 6곳 이상에서 거쳐야 겨우 병원을 찾을 수 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심정지 환자마저 여러 번 거절당하는 상황은 부산의 응급의료체계가 이미 기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응급실 뺑뺑이의 일상화로 시민의 생명권이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방과 의료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방은 “이송 병원 지정 권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의료계는 “의료사고 책임을 완화해야 환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맞선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동안 정작 가장 위험한 지점에 놓인 건 환자들이다. 양측 갈등 해결의 첫걸음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협력 구조를 복원하는 데 있다. 그래서 과거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처럼 의료진과 직접 연결해 병원 배정을 조정하던 시스템 부활도 검토할 만하다. 응급실 문턱에서 시민의 생명이 갈리는 일이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K 의료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정작 응급의료는 후퇴하고 있다. 응급환자가 병원 문을 찾지 못해 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하거나 숨지는 비극적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 의료체계 전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 부산이 ‘응급실 뺑뺑이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사회, 의료계, 소방당국이 한자리에 모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는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확충, 병상 운영 기준 현실화, 실시간 병상 정보 공유 시스템 정비 등 구조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의료 인력 부족이 지속된다면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국민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더 이상의 지체는 없어야 한다.
2025-12-12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