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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없는 응징, 참교육 될 수 있나[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제도는 무력하고, 정의는 지연되기 일쑤다. 하소연할 곳 없는 약자들은 해결사가 나타나길 꿈꾼다. 복수 대행이 유행을 타는 배경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현실은 먼 나라 일이 아니다. 가차 없는 마피아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빈센조’, 가톨릭 신부가 맨주먹으로 범죄 집단을 무너뜨리는 ‘열혈사제’, 피해자들이 의기투합해 힘없이 당하는 서민을 구제하는 ‘모범택시’.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한 장르를 형성한 응보주의(應報主義)는 법보다 빠른 응징을 갈망하는 대중의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들 드라마는 극적 카타르시스를 강조하기 위해 가해자의 서사를 생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왜 그런 악행에 이르렀는지, 그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는 무엇인지, 교화 가능성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건너뛴다. 반면 현실에서 구제받지 못하는 피해자의 고통에 집중해 사적 처벌의 정당성을 구축한다. 악행의 교정, 교화라는 교과서적 해법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응분의 죗값을 받는 것을 넘어서 ‘쓰레기’는 사회와 영구 격리해야 한다는 위험한 메시지까지 발신한다. ‘모범택시’에서 등장하는 사설 감옥이 극단적인 사례다. 공권력과 제도의 신뢰가 실추된 현실이 응보주의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양산한 토대라는 점은 무참한 대목이다.
이 응징 서사가 마침내 교실로 들어왔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이다. ‘참교육’은 가상의 교육부 소속 교권보호국을 내세워 무너진 교육 현실을 바로잡는 이야기를 그렸다. 특전사 출신으로 교권보호국 감독관이 된 나화진(김무열)과 임한림(진기주)은 학교 정상화에 필요하다면 물리력을 동원해도 된다는 초법적 권한을 부여받는다. “말로 해서 듣는 놈은 말로, 때려서 듣는 놈은 때려서라도 가르친다.” 나화진의 선언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며 행동으로 옮겨진다.
드라마는 불편한 학교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학교 폭력에 신음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마약·도박 위험에 노출된 교육 현장,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교권 침해 등 학교 안팎의 문제를 체벌과 폭력을 동원해 단죄하는 것이 줄거리다. 학교판 ‘모범택시’로 비유하자면 구원자 역할의 택시 회사 ‘무지개운수’가 ‘교권보호국’으로 바뀐 셈이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은 학교가 하지 못한 일을 즉각 해결한다. “어른이 애들을 무서워하면 세상은 망하는 겁니다.” 기성세대가 쉬쉬했던 병폐 척결에 과감히 나서는데, 절차보다 결과가 빠르고 설득보다 제압이 확실하다. 인간 병기 수준의 활극으로 악행을 처단하는 장면은 통쾌하다.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드라마 속 소재가 허구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울림이 크다. 매회 등장하는 에피소드마다 초등 교사 자살, 여고 시험지 유출 등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할 만큼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 폭력과 수업 방해,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교사의 무력감, 그 와중에 침해되는 다수 학생의 학습권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참교육’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의 공감까지 끌어냈다.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 48개국 상위 10위권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킨 배경이다.
현실에서 차마 하지 못하는 말을 대신하는 ‘참교육’은 앞서 인기를 끌었던 사적 복수극 계열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결이 드러난다. 선을 넘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일탈을 처벌하면서도 학교라는 공간의 복잡성을 외면하지 않으려 장치를 심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단순한 통쾌함보다 더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반성과 교화 없이 응징만으로 학교 현장이 바로잡힐 수 있는가.
2화에서 조폭을 추종하던 폭력 고교생들이 제압된다. 그런데 시리즈 다른 회차에서 이들은 개과천선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깜짝 등장한다. 문제 학생도 변화할 수 있다는 교화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의도다. 4화 시험지 유출 사건 말미에서는 3화 가짜 미투 사건의 가해자 한예리를 다시 불러낸다. 감독관은 성적 조작을 주도한 교사에게 한 학생의 인생을 망가뜨린 책임을 물으며 한예리를 데려와 마주 앉힌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가해자로 보였던 학생이 과거에는 또 다른 피해자였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 설정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은 현실을 상기시킨다.
문제 학생의 변화 가능성과 가해자의 피해자성을 함께 보여 주는 설정은 기존 보복 대행 드라마와 분명 구별되는 문법이다. 학생을 제압하는 것과 학생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바로 그 차이에 오늘날 학교 현장의 고민이 묻어난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지는 못한다. 드라마의 관심은 결국 구조보다 개인에게 머문다. 입시 경쟁과 교육 격차, 가정 해체와 정서적 방임, 학벌 중심 사회가 어떻게 또 다른 문제 학생을 만들어 내는지까지는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문제를 일으킨 학생과 무책임한 어른을 심판하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왜 그런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충분히 답하지 못한다. 시청자들이 교권보호국의 활약에 통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씁쓸함을 떨칠 수 없는 이유다.
교권보호국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교육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가칭 ‘교육활동보호국’ 신설 구상과 함께 토론회를 제안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폭력을 정당화하는 교권보호국을 “파시즘적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교권은 폭력이 아닌 교육적 방식으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접근법은 대립하는 것으로 비치지만 실은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는 원칙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 수는 있으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학생들을 다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교권보호국은 드라마 속 판타지일 뿐이며, 폭력적 권한은 현실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참교육’의 흥행 성공은 학교가 제 기능을 잃고 있다는 사회적 불안의 반증이라는 점에서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폭력을 내세운 교권보호국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교권보호국이라는 판타지를 소환한 현실 또한 외면할 수 없다. 반성 없는 응징을 참교육이라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임 역시 교육일 수 없다. 학생 인권과 교권,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생활 지도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응징과 방임 사이에서 길을 찾는 일, 그것이 드라마 ‘참교육’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이다. 이제 답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의 몫이다.
2026-06-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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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내 첫 SMR 기장에,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도 서둘러야
지난 17일 두 곳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부지 선정이 이뤄지면서 국내 원전 정책이 다시 확장기로 들어섰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2024~2038)에 따라 열린 한국수력원자력 신규 원전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이날 부산 기장군에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경북 영덕군에 1.4GW급 대형 원전 2기를 짓기로 결정했다. 기장군에 들어설 국내 첫 SMR은 2035년, 영덕 원전은 2037~2038년 준공이 목표다. 신규 원전 부지 선정은 2011년 이후 15년 만인데,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된 상태였다.
출범 초만 해도 원전 건설에 부정적이던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는 인공지능(AI) 시대, 국제 정세에 널뛰는 한국 에너지 공급망 편중 문제를 고려, 실용적 선택을 했다고 보인다. 중동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으로 에너지가 안보 문제로 떠오르면서 각국이 원전 확대에 나서는 글로벌 경쟁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전 보유 지자체들 간에 펼쳐진 열띤 유치 경쟁도 이번 부지 선정 부담을 낮춰주는 숨은 요인이 됐다.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신규 원전 건설 기간에는 기회와 함께 예상치 못한 여러 위기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탈원전 정책으로 내수 시장이 막힌 국내 원전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려 기술력을 높이고 대규모 수주를 따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들 기업에 다시 열린 내수 시장은 기술 개발과 원전기자재 생태계 육성, 인력 공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형 원전 모델인 SMR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이 앞다퉈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한국도 경쟁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2030년 가동을 목표로 와이오밍주에 SMR 건설을 추진 중인 미국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 SMR 설치에 성공하길 기대한다. 원전산업 거점인 부산·울산·경남도 조선 자동차를 잇는 새 먹거리인 SMR 육성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여러 가능성에도 원전 산업을 향한 국민 우려가 희석되지는 않는다. 정부와 한수원은 기존 원전 지역에 신규 원전을 추가하는 ‘손쉬운 결정’을 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다했는지 묻고 싶다. 원전 밀집 해소 노력은 아예 안 보였다. 부산만 해도 기존 고리 2~4호기, 신고리 1~2호기에 SMR이 더해지면 원전 6개를 짊어져야 한다. 동해안 전체로는 20개 안팎까지 늘어난다. 원전 부지 선정이 시혜인 마냥 여기는 시선도 꿈틀거린다. 수도권으로 전기를 차질없이 보내도록 송배전망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위험은 원전 지역이 안고 혜택만 누리려는 못된 심보다. 정부는 원전 밀집지 주민 고통을 생각한다면 전기요금 차등제 실행을 서두르고, 부울경이 임시로 떠안은 고준위폐기물 처리장 해법도 내놔야 한다.
2026-06-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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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을 AI 허브로 만든다는데 구체적 실행 전략이 관건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부산의 3대 먹거리로 해양·관광·인공지능(AI) 산업을 강조해 왔다. AI 산업은 당선인 공약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당선인 인수위 ‘다시 뛰는 부산 위원회’는 지난 17일 AI 대전환 공약 실행계획 마련을 위한 전문가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K해양 AI 벨트 조성과 AI 중심대학 설립, 부산 청년을 위한 AI 허브 조성 등이 언급됐다. 인수위는 현재까지 부산시의 AI 환경을 도입기와 실증기 수준으로 정의했다. AI 산업을 고도화한 뒤 확산하겠다는 것을 민선 9기의 시정 방향으로 잡았다고 한다. 부산을 AI 허브로 만드는 ‘부산 AI 대전환 로드맵’을 꺼내 든 것이다.
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미래로 가는 AI 선도도시 부산’ 공약을 통해 해양·제조업에 AI를 접목해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 대전환으로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또 ‘K해양 AI 벨트 구축’으로 국방 분야 AI 전환(AX) 거점 마련, 로봇 기술 결합 피지컬 AI 기반 스마트 항만 구현 등을 약속했다. 지난 15일 열린 첫 기자 간담회에서는 AI를 활용한 제조업 혁신으로 서부산 제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서부산 산업단지에 밀집한 영세 제조업체들이 AI를 활용해 생산성과 경제력을 높일 수 있게 지원한다는 것이다. AI 혁신의 성공 사례가 구상대로 확산한다면 부산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의 많은 선도 도시가 AI를 도시 운영 자체를 바꾸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행정·교통·복지 등 도시 서비스 전반을 AI로 재설계하는 ‘AI 대전환’은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전 당신인은 AI 교통운영 플랫폼 구축, 행정·복지·의료 예약을 돕는 AI 생활비서 서비스와 범죄·재난 예측 AI 도시 시스템 도입, AI 기반 부정수급 탐지 시스템 도입 등 생활 혁신과 투명 행정을 위한 AI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공약들이 단순히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다.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마련해서 AI 전환이 도시에서 실제로 작동해야 시민이 삶을 통해 진정한 혁신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정부의 ‘5극 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 아래 광주(AX 실증), 대구(AX R&D), 전북(AI 팩토리), 경남(정밀 제조) 등이 AX 연구·실증 거점을 선점하고 있다. 당선인과 인수위가 거창한 계획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이 AI 국책사업 경쟁에서도 뒤처진 상황이다. 지난 17일 산업 현장에서는 부산시가 전담 부서인 AI미래혁신국을 세워 국실별로 흩어진 AI 관련 정책을 총괄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고 한다. ‘부산 AI 대전환’을 이끌 컨트롤타워는 당연히 필요하다. 당선인의 명확한 비전과 이를 실행에 옮기는 행정력이 결합할 때 부산이 글로벌 AX 선도 도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6-06-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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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차 공공기관 이전, 기존 혁신도시 거점화로 효과 내야
망국적 수도권 집중을 극복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시행된 공공기관 이전의 방향성에 대한 고찰이 한창이다. 그 고찰은 그동안 실시된 공공기관 이전 등 정책자원 배분의 효과를 분석하고 향후 이뤄져야 할 정책자원 배분이 지향해야 할 지점을 찾는 과정이다. 최근 이뤄진 각종 기관들의 고찰이 가리키는 지점은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해도 대부분 한쪽 방향으로 일치한다. 정책자원을 비수도권에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보다 기존 거점 중심의 집중 투자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나왔던 나눠먹기식 배치 논란에 대한 반성을 넘어 효율 극대화 측면의 현실적 접근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은 17일 ‘지속적 인구 유입의 조건, 골든타임과 거점 투자’라는 제목의 연구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수도권의 정책 효과 없이 비수도권에서 인구 유입 효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생산가능인구 유입 1% 증가는 불과 5년이면 지역 인구 유입 효과 소멸로 이어졌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구원은 이 같은 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다음 투자를 겹쳐 넣을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공공기관 이전 등 정책자원 배분이 전국 균등 배분 방식이 아니라 중첩 효과가 날 수 있도록 기존 혁신도시 거점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2019년 완료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자원 배분의 상징적 결과물이다. 하지만 나눠주기식으로 전국 팔도에 기관을 분산하는 데에만 치중하다 보니 지역에 기관 건물만 덩그러니 놓이고 지역 산업과 유리되는 부작용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나눠주기식 포퓰리즘을 막고 특정 지역에 집중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통계청과 공동 개최한 포럼에서도 같은 방향의 지적이 나왔다. 포럼에서 한국은행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거점 도시의 발전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훨씬 현실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재명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으로 검토중인 기관은 350여 곳에 이른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1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153곳에 비하면 배가 넘는 규모다. 굳이 연구기관들의 지적이 아니라 하더라도 기관 건물만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부작용은 이미 국민들이 목도한 바다. 2차 이전은 당연히 거점·집적형이 돼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혁신도시 거점화가 가장 타당한 방안이라 하겠다. 부울경은 이 같은 현실을 토대로 2차 이전에 대비한 집적화 유치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해양수도권이나 금융중심지 등 지역 특화 산업 연계 전략을 마중물로 한 유치 전략 수립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6-06-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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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란 재건 한국 기업 참여, 경제적 실익 얻는 방향으로
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종전 양해각서(MOU)에 60일간의 협상 기간 이란의 석유 판매를 허용하는 임시 제재 면제 조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란은 오는 19일 미국과 종전 양해각서 서명식을 마치는 즉시 석유 수출과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계속됐던 석유 판매 제재가 47년 만에 해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은 원유 수출뿐 아니라 금융결제, 해상운송, 보험 등 석유 거래와 직결된 제재도 함께 완화할 예정이다. 이란이 원유 수출과 외화 유입 확대를 통해 전쟁과 제재로 침체한 경제를 회복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최종 핵 합의 이후 3000억 달러(약 454조 원) 규모의 이란 재건용 투자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당 기금은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이 아닌 민간 투자 방식으로 운영되며, 미국과 아시아·중동·남미·아프리카 지역 기업들이 이미 15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자금 조달에 동의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출자를 약속한 기업으로는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기업들이 거론됐지만 전체 명단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미국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요청이나 제안은 없지만, 외교부는 “중동 지역 재건 과정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검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민간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이란 재건 사업이 현실화한다면 세계적인 건설·에너지 플랜트, 전력 통신 인프라, 건설기계 기업을 보유한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다. 이번 미국-이란 전쟁으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의 정유시설과 카타르 LNG 처리 시설 등 중동 각국의 에너지 생산 인프라가 큰 타격을 입었다. 전쟁으로 파괴된 중동 일대 에너지 인프라 복구 비용만 88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란과 중동 국가들은 원유·가스 설비, 발전소, 송배전망, 항만, 철도, 통신망 등 국가 핵심 기반 시설 복구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겨냥해 한국 기업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를 앞당기는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더라도 중동 정세는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다. 미국도 이란 재건 기금이라는 경제적 보상을 무조건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란 측이 종전 협상 내용에 포함된 60일간의 휴전 연장,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 협상에 대한 추가 협상 등을 모두 완료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재건 기금의 구체적인 운용 방식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향후 발생할지 모를 리스크와 변수에 유의하면서 ‘중동 전쟁’ 이후 우리 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실리를 극대화해야 한다. 정부는 면밀한 정세 파악은 물론 기업들이 재건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적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26-06-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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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 국립대병원 육성, 서울 원정 사라지는 출발점 돼야
암, 뇌·신경 질환 등을 앓는 지방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KTX 새벽 열차를 타고 상경하는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4년 1년간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을 찾은 비수도권 환자가 100만 명을 넘겼다. 시간과 비용 부담을 무릅쓴 상경 행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인적·물적 자원의 쏠림 탓에 ‘치료는 서울에서’라는 고정관념이 굳어졌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체계의 저평가로 ‘환자 유출’이 고질병이 된 상황에서 국립대병원을 지역·필수의료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대책이 나왔다. 국립대병원이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8월 이관되는 것을 계기로 교육·연구 기관을 넘어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의 책임 기관으로 정립하자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14일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국립대병원 종합적 육성 방향’의 성공 여부는 수도권 집중으로 왜곡된 의료 현실을 바로잡는 데에 달려 있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10곳의 병상당 전문의 수를 현재 2.3명에서 서울 ‘빅5’ 수준인 4.3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전공의 지역 배정률을 현재 17.8%에서 20% 이상으로 높이고 지역의사제 정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별 수요를 고려해 특화 분야도 육성되는데, 예컨대 동남권에는 권역외상센터와 산재 치료, 재활·로봇 의료 기능이 확대된다. 이와 관련, 부산대는 어린이통합진료센터, 통합암케어센터 등을 검토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립대병원들은 AI(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의료 서비스 모델을 공동 연구·개발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병원 임상 역량과 심평원 데이터를 연계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응급·중증 환자의 진단과 이송, 필수의료 수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지역 의료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첨단 기술만으로 지역 의료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의료의 핵심은 사람이며, 우수 의료진 확보와 정착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 의료기관들이 수도권에 대해 경쟁력을 갖는 한편 지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우수 의료진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예산 지원과 정주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립대병원이 지역·필수의료의 중추 역할을 맡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미 부산대병원은 지역 완결형 메디컬센터를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 AI 전환이 더해진다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지역에서 믿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건강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의미가 있다. 더 나은 치료를 기대하며 중증 환자가 KTX 새벽 열차에 몸을 싣는 현실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국립대병원 육성 정책은 ‘의료 격차’와 ‘원정 치료’라는 자조적 표현이 사라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정부의 세밀한 로드맵과 병원의 혁신, 지역민의 신뢰가 함께할 때 비로소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가 뿌리내릴 수 있다.
2026-06-1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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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란봉투법 100일, 원·하청 갈등 심화로 현장 혼란 현실화
시행 100일(17일)을 맞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국내 산업계가 폭풍 전야 분위기다. 노동위원회가 빠르게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확대하면서 재계는 교섭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맞고 있다. 노동계도 더딘 제도 안착 속도에 재계의 버티기, 정부 의지 부족 등을 지적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노란봉투법이 산업계를 격한 격랑으로 몰아넣을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기로에 섰다.
노동위는 여러 우려에도 빠르게 원청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 사례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노사 모두 주시해 온 현대자동차와 한화오션 사건에서도 노동위는 지난 15일 두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렸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차 구내식당, 경비, 위탁 판매 등을 맡은 10개 하청업체 노조가 현대차와 직접 교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도 같은 날 한화오션 급식·세탁 업무를 맡은 협력 업체 노조에 원청과의 교섭권을 인정했다. 재계는 직접 생산 공정이 아닌 급식, 시설 관리, 위탁 판매 등 간접 지원 업무에 대해서도 원청 교섭 의무가 인정될지 노심초사하며 지켜봤으나 기대와는 다른 답을 받아들고는 망연자실 상태다. 기업마다 사정은 달라도 교섭 대상 하청 기업이 수십~수백 개로 늘어날 상황이다.
자동차와 조선 부문 대표 기업 2곳의 상황은 머지 않아 향후 철강, 전자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법 시행 이후 1000곳 넘는 하청노조가 원청 430여 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사건 80건 가운데 90% 가까이에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고민이 사실상 하청을 둔 모든 기업에 던져진 셈이다. 노동계도 제도 안착 속도가 더디다며 불만을 쏟고 있다. 노동위의 광범위한 사용자성 인정에도 실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원청 기업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모호한 법 규정 등 갈등 장기화 요인도 적지 않다. 한화오션 사건에서 중노위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별개 법안에 의해 져야 하는 법적 의무를 근거로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는데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한 부분으로 재계와 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하청 노조 교섭 요구를 받은 대부분 기업이 지노위 초심, 중노위 재심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가는 수순을 밟도록 내모는 이유가 되고 있다. 산업계가 새로운 원·하청 관계 정립 갈피도 잡지 못하는 동안 중재와 소통에 나서야 할 정부 노력의 부재나 법만 던지고 갈등은 외면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비난 받을 일이다. 올해를 원청 교섭 원년으로 삼겠다며 하반기 격한 투쟁을 예고한 노동계나 법적 분쟁을 포함한 장기 대응에 나설 태세인 재계가 산업 현장을 떠나지 않을 해법 찾기에 서둘러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26-06-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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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항 돔구장 협의체 가시화, 전재수 시정 협치 시험대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이번 지선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당선이라는 결과를 빼고 보면 결코 호성적이라 할 수 없다. 부산시의회 48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37석을 차지해 여소야대 국면이 됐기 때문이다. 기초지자체장 자리도 국힘이 15곳 중 9곳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국회의원도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당선으로 그나마 부산에 하나 있던 민주당의 의석이 사라졌다. 전 당선인은 시정 출범과 동시에 지역 다수당인 국힘과 협치가 불가피한 입장이 됐다. 이런 가운데 국힘 쪽에서 먼저 북항 야구장을 지렛대로 협치안을 제안하고 나섰다. 관련 공약을 내건 바 있던 전 당선인이 어떤 협치를 보여줄지가 벌써 눈길을 끈다.
국힘 곽규택 국회의원은 15일 전 당선인 측에 북항 돔구장과 부산 아레나를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국회의원실이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북항 돔구장은 전 당선인이 선거에서 내건 공약에 포함된 사안이고 부산 아레나는 곽 의원이 K팝 공연 등이 가능하도록 조성하려는 문화산업 플랫폼이다. 곽 의원이 두 시설의 공공개발을 함께 논의하자고 한 이유는 두 시설이 항만재개발법과 항만공사법 개정안 내용의 연장선에 똑같이 놓여 있어서다. 법 개정안들은 항만재개발구역 상부시설의 개발이나 분양, 임대 등을 공공이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므로 두 시설 모두가 적용 대상이다.
곽 의원의 이 같은 협의체 구성 제안은 전 당선인과 곽 의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당선인 입장에서는 곽 의원이 이미 연초에 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이므로 상부시설 개발 관련 법률적 검토를 생략하고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국힘이 우위를 점한 시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국힘 쪽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도 있다. 곽 의원도 해수부 장관까지 역임한 전 당선인의 영향력을 등에 업을 수 있는 데다 지역구 사업이 아닌 부산시의 제안으로 부산 아레나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명분이 있다. 해당 무대가 부산의 미래라 불리는 북항이라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전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민생을 강조하며 ‘민생 100일 비상조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포부도 현실적으로 여소야대가 된 지역 정치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 당선인 스스로도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해를 구하겠다며 협치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이유일 터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힘이 먼저 제안한 협의 방안의 처리 문제는 전 당선인의 협치 정치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협치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진행해야 한다. 먼저 말을 걸어온 상대와의 협치는 더욱 그럴 것이다. 전 당선인의 지혜로운 협치가 시정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2026-06-1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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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정부 첫 여야 지지율 역전, 지선 민심 잘 새겨야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했지만 국제 정세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당 지지율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야당보다 낮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여야 지지율 역전은 여당이 각종 국내외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민심의 방증이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 사태 등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는 분노한 여론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야당도 선거 패배 교훈을 되새기기는커녕 이번 지지율 상승을 자신들의 공로로 호도하며 정쟁에 골몰하고 있으니 매우 유감스럽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2일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38%, 국민의힘은 44.3%를 각각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3.8% 포인트 줄었고, 국힘 지지율은 3.2% 포인트 늘었다. 여당 지지율 하락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지방선거 관리 부실과 주요 승부처에서의 패배에 이은 당내 계파 갈등이 지지층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 지난 13일 엑스(X)를 통해 여당의 책임감 있는 국정 운영을 주문했지만 정청래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8월 전당대회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계파 갈등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은 여당이 내부 밥그릇 싸움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국내외 현안을 수습하고 대비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우선 여당은 야당과 만나 선거관리위원회 사태에 대한 특검, 국정조사 등에 대한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또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있던 우리 선박 24척의 안전한 귀항과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소할 대책 마련을 위해 야당과 힘을 모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추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2018년 찍은 사진을 올리는 등 한반도 정세 변화를 예고했다.
국힘도 선거 패배에 따른 장동혁 대표 책임론을 둘러싸고 균열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성난 민심이 연일 참정권을 훼손한 선관위와 여당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데도 야당은 내부 권력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에 국힘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의 허술한 국정 운영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굳건한 여당 견제 세력으로 거듭나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요구이기도 하다. 중동전쟁은 끝났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고유가·고물가 등 복합 경제위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야가 힘을 모아 우리에게 닥친 국내외 현안에 대한 정밀한 대응책을 함께 모색하길 기대한다.
2026-06-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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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BTS 콘서트, 관광도시 부산 업그레이드 계기 삼아야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2~13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콘서트를 찾은 BTS 팬덤인 ‘아미’만 11만 명에 달했다. 특히 13일 공연은 BTS 데뷔 13주년과 겹쳐 의미가 남달랐다. 부산 출신인 지민은 콘서트에 초등학교 은사를 초청했고, 정국도 사투리로 인사말을 건네는 등 고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BTS는 2022년 10월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였던 ‘옛 투 컴 인 부산’ 이후 3년 8개월 만에 부산에서 완전체로 모여 완벽한 공연을 선보였다. 부산과 BTS의 끈끈한 인연이 이어져 이번 콘서트의 대성황은 더욱 각별했다.
BTS 공연을 전후해 보랏빛 물결로 뒤덮인 부산 시내 곳곳은 흥겨운 축제 현장이었다. 12~13일 저녁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드론 1000대가 동원된 ‘드론쇼’와 광안대교 경관 조명이 어우러진 ‘라이팅쇼’가 펼쳐졌다. 아미들은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을 대거 방문하고 멤버 지민과 정국의 발자취를 찾는 투어를 하는 등 부산 관광지 곳곳을 누볐다. 인근 식당을 찾거나 굿즈를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12~13일 부산 중소형 호텔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45%나 늘었다고 한다. 대규모 문화 이벤트인 BTS 공연이 부산 지역 경제에 엄청난 활력을 제공했음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규모와 소비 행태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연구원은 ‘신용카드 빅데이터로 본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소비 행태’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64만 3000명으로 전년도 292만 9000명에서 2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카드 승인 추정액은 3474억 원에서 7809억 원으로 41.7% 늘어나 카드 소비 증가율이 관광객 증가율을 17.3%포인트 웃돌았다. 관광객 수보다 소비 규모가 더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지역 소비로 전환되는 효과가 확대된 것이다. 지역 내 소비와 상권 파급효과를 연결하는 소비 전환형 전략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산은 BTS 공연을 계기로 기존 ‘부산국제관광도시’ 프레임을 넘어 ‘글로벌 문화관광 플랫폼 도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 유치에 그치지 않고 BTS 아카이브 구축, K팝 관광 코스 마련, 연례 글로벌 음악 관광 페스티벌 개최 등 상설 콘텐츠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팬덤과 문화소비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도시 전체를 ‘K컬처 체류형 관광무대’로 전환하는 것이다. 부산 방문 외국인 관광객 소비는 최근 쇼핑 중심에서 체류와 식음료, 생활밀착형 소비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국적별 소비 특성, 권역별 소비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를 구축해 이들이 다시 찾는 부산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2026-06-15 [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