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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대변한 질문이 “무례하다”는 용산의 무례한 인식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부산일보〉 기자의 질문을 두고 대통령실이 “대통령에게 무례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은 19일 국회에서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에게 부모가 하듯 ‘뭘 잘못했는데’ 이런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어이없고 기가 막히는 일이다. 기자가 온 국민을 대신해 정당한 질문을 던진 것인데도 이를 무례함으로 받아들인 대통령실의 대응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언론의 질문과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런 구시대적 인식이야말로 국민에 대한 무례요 모독이 아니고 무엇인가.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못 미쳤고 사과의 내용 역시 모호했다는 것이 주된 평가였다. 이날 〈부산일보〉 기자는 “국민들이 과연 대통령께서 무엇에 대해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할 것 같다”며 사과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졌음직한 의문에 대해 해당 기자가 대신해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후 이 발언은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 ‘돌직구 질문’ ‘사이다 질문’으로 세간의 큰 지지를 받았다. 회견 당시 윤 대통령은 이 질문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팩트를 다퉈야 하겠냐”는 식의 책임 회피로 일관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통령실이 정당한 지적을 하는 언론에 대해 “무례하다”는 감정적 대응을 보인 것은 단순한 발언의 의미를 넘어서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탈주를 견제하는 역할을 그 본연의 사명으로 한다. 그 대상이 대통령이든 누구든 의혹 제기에 성역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통령실의 “무례” 운운은 그런 점에서 언론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부정하는 위험한 신호로 읽힌다. 특히 언론의 태도를 문제 삼아 ‘고쳐야 한다’고까지 지적한 것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언론을 통제해 권력의 잘못을 덮고 국민의 눈과 귀까지 막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포기한 언론은 존재 이유가 없다. 비판 없이 치적만 홍보하는 공손한 언론만 있다면 그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언론을 권력의 동반자로 삼은 정권의 말로는 부패와 부정이다. 이번 대통령실의 반응은 기자회견을 직접 수행한 대통령 본인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일 터이다. 대통령실이든 대통령이든 아직도 구시대적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한다. 국민 눈높이로부터 자신들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민심과의 거리를 깨닫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나 통했던 이런 인식들은 더 이상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무례를 말하는가.
2024-11-2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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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세사기에 검찰 구형량보다 센 철퇴 내린 대법 판결
대법원이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모 씨에게 징역 15년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최 씨는 임차인들에게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2020∼2022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부산 수영구 오피스텔을 포함해 9개 건물에서 임대사업을 하면서 229명에게 전세보증금 180억 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2022년 이후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한 대규모 전세사기범에 관한 대법원의 첫 유죄 확정판결이고, 경합범 가중까지 활용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13년보다 더 센 법정최고형 철퇴를 내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형이 너무 무겁고 부당하다”면서 1심 판결에 불복한 최 씨에 대해 “주된 책임은 자기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임대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있다”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서민의 생명과 주거 등 삶 자체를 위협하는 악랄한 사기 범죄에 대한 경각심 차원에서도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타인의 재산을 가로채고, 목숨까지 앗아가고도 반성하지 않는 범죄를 국가가 방치하면 법치 사회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 확정판결은 다른 전세사기 재판에도 주요 판례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민들의 전 재산을 강탈한 중대 범죄라는 점에서 향후 양형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신혼부부와 사회 초년생 등 청년층이다.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 사례에서도 20~30대가 70%를 웃돌았다고 한다. 한푼 두푼 어렵게 모은 돈을 일순간에 날린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은 피해자도 꽤 있다. 한창 미래를 꿈꿀 이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생각이나 능력조차 없으면서 사기 행각을 벌였으니, 결코 용서받지 못할 범죄다. 안타까운 점은 대법원 판결로 최고형이 확정됐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세사기를 당한 세입자들은 전 재산을 날리거나,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정부는 대법원의 최고형 확정판결과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실시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지원책은 쏟아졌지만, 삶이 나아진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전세사기는 잘못된 주택공급 정책, 허술한 등기제 탓에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다.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는 피해자들이 조속히 보증금을 회수하고,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피해자 주거 안정 지원과 재산 보호는 정부의 당연한 책임이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벼랑에 몰린 피해자들이 따뜻한 집에서 편하게 다리를 뻗고 잘 수 있도록 다양한 구제 정책이 하루빨리 실행되기를 촉구한다. 전세사기로 눈물을 흘리는 청춘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2024-11-2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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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센텀2지구 발목 잡는 풍산 이전 빨리 매듭지어야
부산 해운대구 반여·반송·석대 일원 191만 ㎡를 개발하는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 사업은 ‘부산형 판교 테크노밸리’라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센텀2지구는 2조 41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스마트 선박, 로봇·지능형 기계, 정보통신(IT) 등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제조업 혁신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연구개발(R&D) 벤처 스타트업, R&D 센터, 혁신적인 주거 공간 등 부산의 도심에 산업·주거·문화가 집약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성장 거점으로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전 세계의 창업 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이 사업은 부산 미래를 책임지는 상징적인 프로젝트이다.
하지만,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센텀2지구 부지의 절반이 넘는 102만㎡를 차지하는 국가 방위산업체인 풍산 부산공장의 이전에 발목이 잡혀 사업이 답보 상태라고 한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풍산 측은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공장 이전 문제를 해결하는 듯했지만, 한 해가 다 가도록 후보지조차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풍산은 이전 부지가 확정되더라도 설비와 인프라가 갖춰진 이후에야 이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전체 이전에 몇 년이 더 소요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장 이전이 지체돼 공사 완공이 늦어질수록 보상비 등 산단 조성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는 결국 신규 사업이나 주거 복지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도시공사는 센텀2지구 조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1조 4600억 원 규모의 공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는데, 풍산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면 해마다 500억 원 안팎의 공사채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풍산 부지 이전·보상 작업에만 전체 사업비의 약 40%(8300억 원)가 쓰일 정도로 비중이 커 이전 지체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땅값과 공사비마저 급속도로 오르고 있어 조성 원가가 경기도 판교 수준까지 높아지면, 기업 유치 등 산단 성공 여부조차 불투명하게 된다.
센텀2지구 사업은 부산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자는 지역 여론을 바탕으로 부산시와 풍산, 정치권이 합심해 진행한 사업이다. 사업 초기부터 국가보안시설과 그린벨트 해제, 도심융합특구 지정 등 온갖 장애물을 극복하고 지금 단계까지 이르렀다. 시는 디지털 산업 생태계 조성과 지역산업 체질 개선 및 일자리 창출 등 센텀2지구가 부산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풍산 이전 문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풍산도 1981년부터 40여 년 동안 부산과 함께 성장해 온 만큼 ‘지역사회 발전과 공공기여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라는 양해각서 정신에 입각해 부산 시민의 여망에 화답해야 한다. 그게 국가 방위산업을 책임진 대기업, 지역 대표 기업의 바람직한 자세이다. 부산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합심해 풍산 부지 이전 문제를 빨리 매듭짓기를 거듭 촉구한다.
2024-11-2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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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 공백 장기화 속 부산의료원 정상화 시급하다
위기에 처한 부산의료원을 살리기 위해 부산시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산 시민이 10명 중 9명 꼴이라고 한다. 사회복지연대 등이 19일 공개한 ‘공공의료에 대한 부산 시민 인식 조사’ 결과인데, 비단 해당 조사에 응답한 시민들만의 생각은 아닐 듯싶다. 조사 항목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부산의료원 위기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이다. 해당 질문에 “중앙정부”라는 응답도 35%가량 나왔지만 “부산시”라는 응답이 41.5%로 가장 많았던 것이다. 그에 비해 부산의료원의 책임이라는 응답은 15.1%에 그쳤다. 부산의료원 자체 경영 혁신 등을 주장하는 지역 정치권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인식이다.
기실 부산의료원의 형편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당장 환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2019년엔 하루 평균 32명의 환자가 내원했는데, 올해 9월에는 24명에 그쳤다. 한 달 평균 병상 가동률도 같은 기간 80%에서 40%로 떨어졌다. 이는 전국 35개 지방 공공의료원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환자가 찾지 않으니 수익 역시 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경상수지 적자가 매달 15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인건비 부족에 의료인력 이탈도 잇따라 진료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한다. 응급실의 경우 전담 인력 상주 기준에 미달해 2023년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가장 낮은 C 등급을 받았다. 이런 형편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는 언감생심이다.
지역 정치권에서 부산의료원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한 설명이 안 된다. 부산의료원은 2020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와 관련 업무만 수행하라는 당국의 명령에 일반 환자들은 모두 민간 의료기관에 보내야 했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됐지만 일반 환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로 이미 수익이 급감한 상태에서 일반 환자들마저 돌아오지 않으니, 부산의료원의 현재 경영난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지역거점 공공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라는 부산의료원 측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현재의 난국 타개를 위해서는 부산의료원 자체의 경영 혁신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이라는 특성상 수익 창출에 방점을 둔 경영에는 한계를 가진다. 그렇다면 기댈 곳은 부산시의 지원일 수밖에 없다. 다른 광역지자체는 지역 의료원을 살리려는 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3월 ‘의료원 정상화 TF’를 발족한 뒤 긴급 추경을 통해 내년 출연금 634억 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대비 250%나 올린 금액으로, 부산시의 내년 출연금 87억 원과는 크게 대비된다. 부산의료원은 부산 시민 건강의 최후 보루 같은 기관이다. 이런 곳을 외면하고서 달리 어떻게 시민 건강을 책임지려 하는가.
2024-11-2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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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무 돌' 대장정 끝낸 부산 지스타 국제 행사 도약하자
올해 스무 돌을 맞은 국내 최대 국제 게임 축제 ‘지스타(G-STAR) 2024’가 부산 벡스코에서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21만 5000여 명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다 관람객을 기록한 2019년(24만 4000여 명)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은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을 정도로 성공적인 행사였다. 그만큼 열기가 뜨거웠단 얘기다. 특히 행사 규모는 역대 최대였을 정도다. 44개국 1375개 사가 3359개 부스로 참여해 역대급 규모였던 지난해 행사를 훌쩍 넘어섰다. 이러한 성과는 스무 살 성년 지스타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올해 지스타는 국내 유수 게임개발사들이 대형 BTC(기업-소비자 거래) 부스를 내고 다양한 신작을 선보이면서 관람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7년 만에 메인 스폰서를 맡은 넥슨이 선보인 신작 시연에 참여하려는 관람객들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게임 개발사 외에도 다양한 연관 산업군에서 전시회 참여가 활발해져 지스타의 색다른 모습도 선보였으며, 올해 처음으로 BTC관을 마련하는 등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그 결과 비즈니스 상담 건수는 189건, 상담액은 465만 달러에 이르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게임산업의 미래상을 보여준 전시회로 손색이 없었다.
과거 모바일게임 중심의 출품작들이 주를 이루었던 것과 달리, 올해 지스타에서는 PC 및 콘솔 기반의 게임이 다양하게 출시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해외 주요 게임 유통 플랫폼과 제작사 등도 참여해 지스타의 국제적인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스타가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 게임 문화축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전시회 내용은 대체로 풍성했지만, 해외 기업들의 참여는 기대만큼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스타가 세계적인 행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기업들의 참여를 더욱 활성화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2005년 출발한 지스타는 개최 초기 부산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 글로벌 게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에는 부산시와 지스타가 개최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 기간은 기본 4년에 중간 평가를 거쳐 최대 4년을 연장하는 ‘4+4년’ 계약 형태였다. 이는 부산 지스타의 높아진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지스타는 성인을 넘어 다시 새로운 20년을 준비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지속성 확보와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지스타 개최지를 부산으로 못 박을 필요가 있다. 당연히 부산시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부산이 명실상부 글로벌 게임 메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2024-11-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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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덕성원 생존자 국가 상대 첫 소송 피해 회복 계기 되길
과거 인권유린이 자행됐던 부산 덕성원의 일부 피해자들이 지난 17일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법률 대리인을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다음 달 중 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덕성원에서의 피해 사실과 관련해 첫 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되는 셈이다. 그러나 향후 소송 진행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잇따름에도 항소 방침을 고수하는 정부의 행보가 덕성원 사례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덕성원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덕성원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3년 12월 설립된 사설 아동보호시설이었으나, 1970년대 들어 부랑인 선도 목적의 수용시설로 활용됐다. 그 과정에서 무차별적인 원생 수용이 이뤄졌고, 원생들에게는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성폭력 등이 자행됐다. 이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최근 인정한 사실이다.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졌던 인권유린 실태와 판박이인데, 오랜 조사를 거쳐 실상이 잘 알려진 형제복지원과는 달리 덕성원의 존재는 여태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근래 피해자 증언이 나오면서 실태가 조금씩 드러났고, 진실화해위는 이제 겨우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린 정도다.
진실 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은 다행이나, 실상 피해자들의 입장에선 아직 달라진 게 없다. 책임 당사자인 국가와 부산시가 제대로 된 피해 회복에 적극 나서는 게 순리일 텐데,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진실화해위가 국가에 ‘덕성원의 인권침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는데도 그렇다. 이번에 피해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소송을 제기하려는 것은 그런 막막한 현실을 더 이상 참고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다른 데도 아닌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다. 지난한 다툼을 벌일 수밖에 없는데, 피해자들의 그런 형편이 안타깝다.
진실화해위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덕성원은 국가와 부산시의 각종 보조금을 통해 시설을 운영했으며 그 과정에서 국가의 지도·감독을 받았다. 사실상 공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이 발생한 것으로, 이는 곧 국가와 부산시에 배상 책임이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와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진상을 밝히고 피해 회복에도 신속하게 나서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형제복지원의 경우처럼 피해자들의 손해보상 청구 소송에 난색을 표하거나 어깃장을 놓는 행위는 피해자들의 인권을 재차 유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권을 지켜야 할 책임자로서 사실을 인정하고 합당한 배상을 하는 게 옳다. 정부와 부산시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한다.
2024-11-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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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명 1심 피선거권 박탈형 최종 결론 신속히 내려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1심 재판부가 지난 15일 선고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은 정치권 안팎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것이었다. 정치인의 선거 중 허위사실 공표에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어서 국민의힘에서조차 “기대 이상의 중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 상실은 물론이고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고, 민주당은 대선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 원도 반환해야 해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 대표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결론”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힌 터라, 아직은 이 대표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치적 이득을 취한 범법자인지 아니면 권력으로부터 정치적 보복을 당하는 피해자인지 특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번 1심 선고로 인해 이 대표를 둘러싼 우리 정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증폭됐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번 1심 선고를 ‘정치 판결’로 규정해 대규모 장외집회를 추진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판결 불복이냐”며 야권을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여야의 이런 격한 충돌은 지지자들의 갈등까지 촉발시켜 심각한 국론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선고는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 재판 중 하나, 그것도 겨우 1심 판결일 뿐이다. 그런데도 여야 간 정쟁이 격해지고 민심 역시 요동친다. 여기엔 법원이 재판을 조속히 마무리하지 않고 지연시킨 탓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1년 안에 확정 판결을 내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 대표의 경우 1심만 2년 넘게 끌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지난해 3월 기소된 대장동 사건은 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과 얽히면서 지지부진이고, 기소 후 5개월이 지난 대북송금 사건은 아직 정식 재판을 시작도 못했다. 위증교사 사건은 오는 25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지만 향후 일정은 오리무중이다.
재판 지연은 이 대표 측의 지연전술에 법원이 휘둘린 탓일 수도 있고 정치적 여파를 의식한 법원의 눈치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국론분열을 초래한 책임에서 법원은 자유롭지 않다. 싫든 좋든 이 대표는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다. 그런데 지금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민은 형사 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택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의사 결정이 법원의 판단에 좌우되는 현실은 분명 비극이지만, 그만큼 우리 정치에서 법원의 의지가 중요해진 것 또한 현실이다. 이 대표 관련 의혹은 국민의 소중한 선거권이 걸려 있는 만큼 재판부는 엄정하면서도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
2024-11-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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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민 안전 위협하는 부산 덱길 총체적 관리 부실
전국적인 걷기 열풍과 함께 시민과 관광객의 이동 편의와 관광 명소화를 위해 부산 지역 해안 산책로나 등산로 등 자연과 접하는 야외공간에 설치된 것이 ‘덱(deck)길’이다. 틈나는 대로 자연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기에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 준다. 천혜의 절경인 부산 남구 이기대나 사하구 몰운대, 해운대 달맞이길 등 해안산책로와 등산로 곳곳에는 수많은 시민과 등산객, 관광객들이 덱길을 걸으면서 해안 절경을 감상한다. 따라서 검증된 제품을 시방서에 따라 설치해야 하고, 시공 이후에는 정기적인 점검·보수를 통한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하지만, 부산에 설치된 덱길 대부분이 유지·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감사위원회가 ‘공공보행물 관리 실태’ 특정감사를 통해 부산지역 덱길 526곳(총 98km)을 전수 조사한 결과 유지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만 모두 1594건에 이르렀다. 보행에 안전장치로 작용할 난간재가 파손된 사례가 519건(33%)으로 가장 많았고, 덱 판재 부식 등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덱길의 하중을 많이 받아 구조 안전성과 직결되는 철제 하부구조물(기둥)이 부식되거나(117건), 기둥 주변 토사가 유실된 곳(15건)도 확인됐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걷는 덱길이 안전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덱길 526곳 중 82%인 433곳은 정기 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다. 등산로 등 산림에 설치된 덱길 135곳 중 97%(131곳)가 정기 점검조차 받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지 관리 책임을 진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이용자가 불편을 신고하거나 사고가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수리나 보수 등을 실시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2021년 이후 부산에서 보행자가 덱길을 걷다가 넘어져 치아가 부러지거나, 난간이 부서지면서 척추를 다쳐 배상 받은 사례만도 14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덱길에 대해서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고는 항상 예상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사고가 터지면 그 후에야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관련자를 문책하는 등 사후약방문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민이 애용하는 부산의 덱길은 안전과 유지 관리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지자체와 산하기관에서는 문제가 된 덱길에 대한 전면 재시공 및 보수 등 안전대책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 안전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국제관광도시를 지향하면서 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유입하려는 부산은 어느 도시보다도 안전 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안전은 시민의 생명, 도시의 매력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행정기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절실하다.
2024-11-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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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22대 첫 정기국회 '이재명 정쟁'에 표류하는 부산 현안
정국이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22대 첫 정기국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법원 판결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싼 정쟁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시급한 현안들에 대한 처리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22대 국회 출범 후 지속돼 온 정쟁이지만 15일로 예고된 이재명 선고 결과에 따라 후폭풍과 함께 여야 간 격돌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KDB산업은행법 개정안이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등 화급을 다투는 부산 현안이 또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지역은 벼랑 끝 위기인데 정치권은 정쟁에 매몰돼 지역 현안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이다.
15일 열리는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공판은 이 대표의 대권 운명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심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이 나오면 정국은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1심 결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이재명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모든 현안이 이재명 정쟁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1심 무죄의 경우에도 항소심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4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첩첩산중이다. 14일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씨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 게 신호탄일 수 있다. 민주당은 14일 김 여사 특검법을 단독으로 국회 처리하며 정쟁을 고조시켰다.
문제는 시급한 지역 현안이 이재명 정쟁의 후폭풍에 휘말려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시작 못 한 상황에서 정쟁에 휩쓸리게 됐다. 야당의 반대 기류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합의가 필요한데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 협의를 마친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운명도 마찬가지다. 지역에서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 160만 명 서명을 여야 원내대표에게 전달하는 등 분위기를 띄웠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당초 여야 민생협의체 안건에 이들 현안이 올라가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쟁의 벽에 막히게 된 것이다. 여야 민생협의체가 민생 법안 70여 건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지역 현안은 빠졌다.
부산 현안 법안은 균형발전을 위해 국정 과제로 추진한 사안이다. 소멸 위기의 지역 현실과 그로 인한 국가 성장잠재력 저하를 생각하면 그렇게 한가한 법안이 아니다.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약속한 것으로 애초 정쟁 대상일 수도 없다. 결국 야당이 정쟁 지렛대로 삼고 여당도 무기력하게 끌려 들어가면서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역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 의원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하는데 기대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부산시, 지역사회와 힘으로 모아 사생결단으로 나서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이다. 지역으로서는 이들 법안만큼 시급한 민생 현안도 없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지역의 소멸 시계만 더 빨라질 뿐이다.
2024-11-1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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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슈퍼 매파’ 라인… 윤 외교·안보 시험대 올랐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채 열흘도 지나지 않아 벌써 이로 인한 국제 외교·안보의 풍랑이 우리나라로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이후 불과 며칠 사이에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를 ‘미국 우선주의·반(反)중국’을 지향하는 강경파 인사로 채웠다. 바이든 정부와 차별화한 대대적인 대외 정책 변혁을 예고한 것으로 특히 동맹인 우리나라와 관계 설정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차기 행정부의 최대 표적이 된 중국이 대응책으로 최근 한중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칫 우리나라가 초강대국 사이에서 특정한 입장을 강요받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를 속전속결로 지명했다. 13일(현지 시각) 대외 정책을 이끌 국무부 장관으로 대중 강경파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명하면서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미 국방장관과 안보보좌관도 44세의 폭스 뉴스 진행자와 50세의 미 육군 특수부대 출신을 임명했다. 모두 ‘트럼프 충성파’로, 개인적인 성향도 중국 북한 이란 등 적성국에 강경 대응을 주장해 온 쪽이다. 그러나 적성국과 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힘을 바탕으로 한 미국 우선주의 국가안보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공개적으로 대폭적인 방위비 증액이 거론된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트럼프는 대중 해군력 견제를 위해 우리나라와의 협조를 직접 밝혔다.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면서 한편으론 대중 압박 동참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향후 더욱 첨예해질 수밖에 없는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우리나라가 끌려갈 수 있는 셈이다. 중국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동안 우리와 껄끄러웠던 중국이 먼저 한중 관계 개선에 손을 내민 배경이다. 매우 낯선 모습이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중국 역시 우리를 크게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무비자 방문 전격 허용과 3개월간 공석이던 주한 중국대사의 내정이 모두 이를 염두에 둔 조처다. 우리를 둘러싼 초강대국 간 치열한 외교 전쟁은 벌써 총성이 울렸다.
예전과 전혀 다른 성격의 미국 차기 행정부를 맞상대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외교 역량이 진정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는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 조금의 균열이라도 있어선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핵심적인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도 척을 져서는 안 되는 처지다. 결론적으로는 양 초강대국 사이에서 실리에 바탕을 둔 유연한 외교·안보 전략을 주문할 뿐이다. 물론 말이 쉽지, 그 적절한 균형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마침 중요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14일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격변의 국제 정세 속 우리 외교·안보 전략의 새 틀을 짜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2024-11-15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