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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대통령 파면… 분열·혼란 딛고 국가 위기 극복을
윤석열 대통령이 헌정사상 두 번째로 탄핵되는 불명예를 안고 퇴진하게 됐다. 어제 헌법재판소는 12·3 비상계엄령의 위헌·위법성을 이유로 제기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8인 재판관 전원 일치로 인용해 파면을 선고했다. 계엄 선포 이후 122일,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직선 선출된 대통령이 임기 중 쫓겨나는 건 국가적 비극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확인시킨 것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에게는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안팎의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헌재의 선고 요지는 명쾌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는데도 윤 대통령이 헌법상 요건을 어겨 불법으로 계엄을 선포해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청구인 측인 국회가 제시한 탄핵소추 사유 5개가 모두 인용됐고,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이 있었다”는 데 재판관 전원이 동의했다. 헌법상 국가원수의 지위를 갖는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하기는커녕 헌법 위에 군림해 초법적인 일탈을 하는 경우 사법적 심사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공화국의 원리가 확인된 것이다.
헌재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 측의 주장과 논리는 대부분 배척됐다. 12·3 계엄이 경고성·호소용이라거나 부정선거 탓이라는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고, 계엄 해제 의결을 막으려 국회의원을 끌어내려 했다거나 주요 정치인의 위치 추적을 시도한 의혹은 사실로 인정됐다. 내란죄 철회, 국회 일사부재의 위반을 따진 각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리 적용에 빈틈이 없는데다 전원 일치로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서 논란의 불씨는 원천 차단된 것으로 평가된다.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헌재 선고 직후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윤 전 대통령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냈다. 대국민 사과나 승복 의사를 굳이 밝히지 않던 과거 모습과 달라졌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자유통일당은 “부당한 결정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며 시민 불복종 투쟁을 예고했다. 윤 전 대통령과 여당은 헌재 선고 불복 세력과 단절해야 하고, 나아가 이들이 법치주의의 틀 속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야당도 대통령 파면 사태에 엄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헌재는 선고문에서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회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무력으로 국회를 침탈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지만 사태를 그 지경으로 만든 데에 야당이 완전히 면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파면이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야권도 대화와 타협이 있는 정치 복원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안팎으로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국정 리더십 공백이 초래됐다. 미국발 관세 폭탄의 직격탄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민생도 힘겹다. 지금 이 순간 경제와 민생의 위기보다 중요한 국가 현안은 없다.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내 대선이 치러지고 새 정부가 들어선다. 광장의 분열과 적대는 이제 끝내고 국민 통합의 시대를 열자. 대한민국 특유의 전화위복의 저력을 발휘할 때다.
2025-04-0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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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국면 안정적 국정 운영 중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국가원수의 공백 상태를 뜻한다. 자칫 국정이 마비될 위험도 높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4일 대국민 담화에서 “다음 정부의 원활한 출범을 위해 대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 대행의 말처럼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에 돌입하는 만큼, 정부는 대선 전까지 혼란을 방지하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은 헌재의 탄핵심판 심리 기간 여야 정치권과 국민이 찬반으로 갈려 격렬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탄핵 결정 이전과 이후의 시민 의식은 달라져야 한다. 불복은 또 다른 불복을 낳을 뿐이다. 정치권과 국민은 헌재의 결정에 냉정하고 겸허히 승복해야 한다. 다행히도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이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이나 국민은 이제 대결과 갈등을 끝내야 한다. 한 대행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치안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갈등 봉합과 대선 관리다. 한 대행의 책임이 막중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경제는 백척간두에 있다. 고환율은 지속되며 내수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큰 상황에서 미국의 25% 상호 관세에 직면했다. 안보 상황도 불안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핵 동결 또는 군축 수준의 ‘스몰딜’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겼다. 정부뿐만 아니라 모두가 하나가 돼 위기 극복에 힘을 합쳐야 한다.
대선 국면을 맞이한 한국 사회는 이처럼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이 불확실성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대한민국호는 자칫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정치권은 국가의 미래를 고려해 당리당략을 버리고 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안정과 정부의 연속적인 국정 운영이다. 그래야 다음 정권이 잘 이어받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엄중한 역사적 기로에 서 있다.
2025-04-0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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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혼란·국론 분열 종지부 찍고 대한민국 새출발하자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역사의 무대 위에 섰다. 헌재는 오늘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를 내린다. 지난해 12월 14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한 지 111일 만이자 지난 2월 25일 최종변론이 마무리된 지 38일 만이다. 재판관 2명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 온갖 억측까지 난무하는 악조건을 뚫고 역사적 선고 시점에 이른 헌재는 ‘1987 체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다고 평가하고 싶다. 향후 시대적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현행 헌법을 놓고 개헌 논의가 본격화한다면 헌재의 이번 선고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은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현 정권 수립 이후 현행 헌법의 한계를 온몸으로 겪어왔다. 다수의 학자들이 지적하는 바처럼 현행 헌법은 대통령 권력의 남용과 입법 권력의 남용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쉬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윤 대통령의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행위와 국회 절대 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의 줄탄핵은 현행 헌법이 가진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할 것이다. 미국의 관세전쟁 선포 등 세계 정세 급변에 따른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국정 혼란과 갈등을 심화하는 이 같은 헌법적 한계의 모든 짐이 이번 정권 들어 헌재의 어깨 위에 고스란히 얹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재 재판관 임명 하나를 놓고도 첨예한 대립을 일삼아 온 정치권의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그럼에도 헌재는 묵묵히 헌법 수호의 마지막 보루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추천과 임명을 맡은 헌법기관에 따라 나뉘는 재판관의 성향조차 헌법이 정해 놓은 테두리 안의 일이었기에 헌재의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헌재의 선고를 앞두고 벌어지는 최근의 모든 예단과 엄포, 협박 따위는 헌재를 향한 것이 아니라 헌재가 기대고 선 헌법을 향한 일탈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들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란죄’는 헌재를 향한 이 같은 행위에 더 합당하게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 같은 행위가 소위 진영을 이끄는 지도자급에서 행해지면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선동으로 이어진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헌재의 선고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오늘은 대한민국 역사의 큰 변곡점이 될 것이다. 선동과 폭력을 잠재우고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헌재의 소중한 선고를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대한민국의 견고한 시스템을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반면 헌재의 선고가 선동과 폭력으로 인해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오늘은 대한민국 브랜드가 침몰하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이 역사의 갈림길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겠는가.
2025-04-0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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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 글로벌통상 전면전… 대미 후속협상 총력 쏟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끝내 세계대전급 통상 전쟁을 감행했다. 미국은 2일 전 세계 185개국을 대상으로 10%의 보편관세에다 국가별로 상이한 상호관세를 얹은 새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은 예상보다 큰 폭인 26%가 부과됐다. 앞서 발표된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등 개별 품목 관세 25%와 함께 향후 대미 수출 경쟁력 저하와 수출 위축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 한국은 중국(34%), 대만(32%)보다 낮지만, 일본(24%), 유럽연합(20%)보다는 높아 불리한 위치에서 협상에 나서야 는 처지다. 72년 된 한미동맹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깡그리 무시된 상황이다. 살벌한 각자도생의 시간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50%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적힌 패널을 보여주며 여기서 절반을 ‘할인’해 25%로 정했다는 선심성 주장을 덧붙였다. 이후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부속서에는 한국이 26%로 표시돼 혼선까지 빚었다. 어쨌건 한미 FTA 덕분에 공산품은 무관세이고 일부 농산품이 예외인 것을 감안하면 근거 없는 주장이다. 소고기 수입 제한 등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이지만 혈맹을 자처하는 동맹국이자 FTA 체결 상대국으로서 이런 식의 일방적 통상 불이익을 강제당하는 처지가 무참하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종결되면 시급히 정상회담을 포함한 모든 대응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융단 폭격식 관세 전쟁을 일으켰지만 베트남(46%)·태국(36%)·인도네시아(32%) 등 보복 관세로 반격하기 힘든 국가에 고율 관세가 몰려 주목된다. 보복 관세로 맞대응한 캐나다, 멕시코는 제외하고 영국·브라질 등이 10%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제조업 기반을 타격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예컨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생산 기지를 옮겨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의 200여 신발업체들은 고율 관세가 현실화되면 가격 경쟁력에 경고등이 켜진다. 현대차, 한국GM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완성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에 거대한 삼각파도가 몰려들고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가 “예상보다 가혹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8∼2019년 무역 갈등보다 경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주도 국가인 우리나라에 25% 관세만큼 더 큰 위험 요소는 없다. 게다가 트럼프의 통상 압박은 단기전이 아니다. 미 백악관은 “당장은 새 관세 정책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개별 협상에 문턱이 있다는 말이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관세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은 사활의 경계를 넘나들 수밖에 없다. 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발휘돼야 할 때다. 신속한 대미 협상과 피해 업종에 대한 긴급 지원 등 대책 마련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2025-04-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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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항재개발 활성화 랜드마크 사업 속도에 달렸다
부산항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이 2030엑스포 유치 실패와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동력을 잃으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단계 사업의 매각 대상 부지는 총 31만㎡로 이 중 18만㎡(57%)가 아직 분양되지 않았다. 특히 1단계 사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랜드마크 부지(11만 3286㎡)는 사업자도 정하지 못한 채 나대지로 남아 있다. 랜드마크 부지 개발은 부산항만공사(BPA)의 사업자 공모에서 두 차례 유찰됐다. 랜드마크 부지는 1단계 중앙에 위치해 북항재개발 활성화의 앵커 시설로 꼽힌다. 1단계 사업의 승패가 랜드마크 개발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속한 사업자 선정을 통해 사업에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런대도 부산시와 BPA는 랜드마크 부지 개발을 둘러싸고 행정에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시는 최근 도시철도 ‘부산항선’ 추진을 통해 영도선과 C베이파크선, 우암감만선을 연결해 북항 주변을 둘러싸는 24km 길이 수소트램 노선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북항 재개발 지역과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 2호선 문현역 등을 연결하려는 C베이파크선의 핵심은 북항재개발 구간이다. 하지만 1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 분담을 놓고 협의가 교착 상태다. 시는 항만재개발법에 따라 사업 시행자인 BPA의 전액 부담을 요구하고 있고, BPA는 도시철도법에 따라 국비를 최대 60% 지원받고, 40%는 해수부로부터 사업비를 인정받아야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 기관의 엇박자 사례는 또 있다. 시는 지난해 12월 4조 5000억 원 규모의 외국 자본을 유치해 랜드마크 부지에 ‘영상문화 콤플렉스’ 건립 계획을 발표했다. 시는 랜드마크 부지 사업자 공모가 과거 2차례 유찰돼 세 번째에는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따라 공모 없이 수의계약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BPA는 상황 변화에 맞춰 공모 조건 변경이 불가피하고, 그 이후 공모는 새로운 공모로 간주돼 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이 불가능하다고 맞서왔다. 시가 랜드마크 부지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고 있지만, BPA가 발목을 잡는 셈이다. 사업 진척을 위해 온 힘을 쏟아부어도 부족할 판에 이런 불협화음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시, 부산해양수산청, BPA가 8년 만에 행정협의체를 가동해 랜드마크 부지 사업자 선정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항재개발은 원도심 부활을 이끌고 부산을 국제적 물류·금융 중심지로 성장시킬 인프라다. 랜드마크 부지 활성화는 이를 견인할 핵심적 사안이다. 해수부와 BPA가 부산 시민의 이러한 열망에 부합해 전폭적 협력에 나서야 마땅하다. 물론 시가 추진하는 ‘영상문화 콤플렉스’ 건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시, 해수부, BPA는 열린 논의를 통해 규제를 더 완화하고 야구장을 포함한 복합시설 건립 등 보다 폭넓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랜드마크 사업 속도를 위한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2025-04-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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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 대통령 탄핵심판 4일 선고 국론 통합 출발점 돼야
헌법재판소가 4일 오전 11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내린다.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111일 만에 파면 또는 직무복귀를 결정한다. 2월 25일 변론을 종결하고 평의에 돌입한 때로부터 38일 만에 선고가 나오는 셈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헌법과 계엄법 등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한다. 헌재가 재판관 8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윤 대통령은 파면된다. 기각·각하할 경우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탄핵소추 이후 국정은 물론 국민 여론도 탄핵 찬반을 두고 반으로 쪼개졌다. 이번 헌재 선고가 비정상적 국정을 바로 잡고 국민을 통합하는 전환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일이 정해지면서 국정은 더욱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5대 3 교착설’이 나돌고, 선고 지연 사태가 4월 중순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등의 근거 없는 전망들이 난무했다. 이번 선고 기일 지정을 두고도 아전인수식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선고 지연이 더 장기화될 경우 기각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는 점을 들어 인용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오는 18일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퇴임 전에 교착 상태가 풀릴 가능성 없는 상황에서 장기 지연에 따른 여론 반발 때문에 불가피하게 기일을 잡았다는 식의 해석도 난무한다. 기일 지정 이후에도 헌재 선고를 오염시키려는 정치적인 시도가 횡행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헌재는 1987년 민주 항쟁의 산물로 이듬해 설립됐다. 민주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국민이 만든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헌재 정체성을 흔드는 주장들이 이어졌다. 재판관 성향을 두고 근거 없는 예측도 난무했다. 현재까지 나온 헌재 선고 전망은 그 자체로 헌재 모독일 수 있다. 헌재는 이번 선고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입증해야 한다. 정치적 외압과 재판관들의 개인적 이념 성향에 좌우되지 않는, 오로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른 공정하고 투명한 선고만이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4일 선고에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 헌재가 엄정한 선고를 통해 국정 혼란을 매듭짓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선고 기일이 지정된 만큼 여야는 지금부터라도 국민 선동을 자제해야 한다. 이 와중에 여당 지도부가 연이어 승복을 강조한 것은 다행스럽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이 복귀하는 것은 곧 제2계엄을 의미할 테고 우리 국민이 저항할 테고, 충돌을 피할 수 없다”라고 했다. “엄청난 혼란과 유혈사태를 감당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보라”고도 했다. 재판관들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언이자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무시하는 것이다. 민주당 등 정치권은 서둘러 헌재 선고 승복을 공식 천명해야 한다. 4일 선고는 끝이 아니다. 헌재가 ‘사법의 정치화’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분수령이자 국론 통합을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2025-04-0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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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늘 부산교육감 선거… 더 나은 미래에 투표합시다
오늘 부산 교육계의 수장을 뽑는 4·2 부산교육감 재선거가 실시된다. 전임 하윤수 교육감이 당선무효형으로 퇴진하는 바람에 치러지는 재선거다. 이번 선거운동은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 한가운데에 끼인 탓도 있어서 유권자 관심이 낮았다. 그 결과는 역대 최저 기록을 깬 사전투표율 5.87%로 나타났다. 교육감 선거가 이런 식으로 외면당해 교육자치의 퇴행과 지역공동체의 무기력으로 이어질까 두렵다. 교육감의 막중한 권한과 책임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에는 부산 공교육의 정책 방향이 걸려 있다. 교육감은 한해 5조 3000억 원의 예산과 3만 1000여 명의 교직원 인사권을 행사한다. 적극 투표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교육감 선거에 유권자들이 냉랭해진 것은 후보들의 정책 준비 부족과 정치권 진영 대결 구도를 답습한 선거 전략 탓이다. 본격 선거 전부터 예비 후보들은 진보와 보수 후보군으로 나뉘어 세 대결에 골몰했다. 표 결집 유불리에 따른 후보 간 합종연횡이 교육 정책과 무슨 상관이 있나. 이런 정치 공학에 관심을 보일 학부모는 없다.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가서도 부산의 교육대계를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세 후보의 TV 공개 토론이 끝내 성사되지 않은 것이다. 대신 특정 정당의 색상을 내세우거나 탄핵 찬반 세력과 노골적으로 연대하며 진영 대결에 기대려는 구태와 안일함을 드러냈다. 유권자 외면을 자초한 셈이다.
전임 하 교육감의 불명예 퇴진 이후 부산 교육계에는 위상 추락과 혼란의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현안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학령 인구 감소를 비롯해 교육 격차 해소, 교권 회복 등 난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부산 교육발전특구 사업 등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하 교육감의 색채가 뚜렷한 아침 체인지와 부산형 늘봄학교 사업은 향후 방향성이 주목된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점은 교육 수장의 교체에 따른 혼란과 피해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에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 교육감은 본인의 임기가 전임자가 남긴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선거가 아니고, 이념 대결의 장도 아니다. 우리 사회를 책임질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며,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힘을 모아 만들어 갈 교육환경 개선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유권자라면 가정으로 배달된 홍보물을 통해 각 후보의 정책을 살피고 비교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하는 색상이나 구호를 제시하면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후보자들에 경종을 울리려면 유권자가 현명해져야 한다. 초중고 자녀가 없다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 미래 인재를 키우는 일은 지역공동체의 현안이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제대로 된 한 표가 교육 현장에 활력을 주고, 지역의 미래를 밝힌다.
2025-04-0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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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 위기인데 '줄탄핵'으로 국정 혼란 가중시킬 셈인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각 줄탄핵을 경고하고 나서 국정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헌재는 31일에도 탄핵 선고일에 대해 예고를 하지 않아 선고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쌍탄핵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뿐만 아니라 내각에 대한 줄탄핵마저 감행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초유의 국정 소멸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줄탄핵이 현실화할 경우 가뜩이나 탄핵 정국으로 국정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국가 위기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 70명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30일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다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게 1일까지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도 31일 “지금 대한민국의 혼란은 모두 최상목 전 권한대행과 한덕수 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시작됐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어조를 높였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은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것이라는 조바심 속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반격에 나서며 정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초선 의원, 김어준 씨 등 야권 인사 72명을 무더기로 고발했다. 사유는 내란음모 혐의로, 이 대표를 필두로 야권 인사들이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 민주당을 겨냥한 맞대응 전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내각 총탄핵’ 주장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한 바 있다. 탄핵을 둘러싸고 여야가 거친 공방을 주고 받은 사이 ‘역대급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뒷전으로 밀렸다. 31일 추경 합의를 위한 여야 회동은 규모를 둘러싼 입장차로 소득 없이 끝나 허탈감만 안겼다.
역대 최악의 산불로 국민들 마음도 새카맣게 타들었고 이재민들도 고통 속에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 관세 폭탄이 우리나라로 직접 향한 가운데 31일 공매도가 재개된 국내 증시는 폭락 마감하며 경제적 불안감마저 키웠다. 대통령 직무 정지 속에 여야가 똘똘뭉쳐 난국을 헤쳐나가도 부족할 판에 서로 국정 흔들기 경쟁에 혈안이 돼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이 기한을 1일로 못박은 가운데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했지만 마은혁 재판관을 즉각 임명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를 빌미로 민주당이 행동에 나설 경우 국정이 파국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정치가 국가를 송두리째 망치지 않을까 국민들은 노심초사다.
2025-04-0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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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귀하는 의대생 '특별대우' 비판 목소리 새겨 들어야
전국 주요 의대의 의대생들이 속속 등록하거나 복귀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산지역에서도 부산대 의대생들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해당 절차가 진행중이다. 지난 28일 미등록생을 대상으로 제적 예정 안내문까지 공지된 이후 꼬여만 가던 매듭이 풀림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사태는 일단은 봉합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복귀 이후에도 휴학이나 수업 거부 등의 방침을 고수할 가능성이 커 완전한 사태 해결에는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학내에서는 의대생에 대한 특별대우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와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부산대는 의대생 600여 명이 비상대책위원회 논의를 거쳐 전원 복귀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30일 학교 측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려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의대생들이 등록·복학·수강 신청 등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을 개방했다. 이로써 ‘미등록 휴학 투쟁’을 내세웠던 의대생들의 투쟁 방식은 바뀌었으나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일부 의대 학생회는 ‘등록 후 휴학, 수업 거부’ 등의 방침을 여전히 고수중이며 의사 단체들도 투쟁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의대생들의 복귀 이후에도 정상적인 의대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불안한 시선을 거두기 힘든 이유다.
주요 대학들이 의대생들에게 제적 예정 안내문을 발송하면서까지 시간을 끌면서 예외적으로 복귀의 길을 터주자 학내 비판도 거세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선 “일반 학과는 1분만 늦어도 안 받아주는데 어이가 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동료 학생들을 향한 비난이라기보다 ‘원칙 처리’ 기조를 내세워 온 교육부와 대학에 대한 불만으로 보이지만 같은 대학 내에 특별대우를 받는 학생이 존재한다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가 터진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뜩이나 의대가 대학 입시에서부터 블랙홀처럼 사회적 가치를 끝없이 빨아들이고 있는 현실에서 일반 학과 학생들이 느꼈을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 보인다.
의대생은 단순히 의학 지식만을 배우기 위해 대학을 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다른 학과 학생들과 동시대를 일궈나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대학을 다니는 것이다. 의대 증원이 가져올 각종 부작용에 대한 주장을 펼치면서도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학생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들의 주장은 그냥 그들만의 주장에 그칠 뿐이다. 단순한 의대 증원만으로는 무너지는 지역 의료의 강화로 이어질 수 없다는 본질적 고민을 내세우기 위해선 더더욱 다른 분야와 손을 맞잡을 필요성이 크다. 학교에 복귀하는 의대생들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2025-04-0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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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책 대결 실종 부산교육감 선거 역대 최저 투표율 우려
4·2 부산교육감 재선거의 사전투표율은 5.87%로 2014년 사전투표제가 도입된 이후 교육감 재보궐선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3년 4월 울산교육감 재선거의 사전투표율이 10.82%였던 점을 감안하면 부산 교육감 재선거의 투표율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히 낮은 투표율을 넘어 유권자들이 선거에 대한 충분한 정보 없이 참여를 미루거나 아예 외면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부산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도,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러한 분위기가 본투표로 이어진다면 최종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가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당선되더라도 자칫 대표성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유권자의 표심을 끌어내지 못한 원인으로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도가 꼽힌다. 교육감만 단독으로 출마하는 구조적 한계와 탄핵 정국에다 전국적인 산불이 겹치면서 선거에 대한 주목도를 낮췄다는 분석이다. 여기다 후보들은 교육정책이나 비전 제시는 뒷전이고 비방과 막말, 특정 진영을 의식한 정치 발언과 행보로 유권자의 관심을 더 멀어지게 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유권자 입장에선 정치적 대결로 비춰졌던 것이다. 특히 세 후보가 한자리에 모여 대면 토론을 하는 ‘삼자 토론’은 선거일까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으면서,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제대로 팍악하지 못한 ‘깜깜이 선거’가 돼 버렸다.
부산교육감 선거는 현재 3자 구도 양상이지만 이론상 투표 하루 전에도 후보 간 단일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부산일보〉의 부산교육감 재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 후보들이 막판에 단일화한다면 진보와 보수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1%포인트(P)도 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보수와 진보 후보 간 대결은 더욱 치열해지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유권자들이 끝까지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교육감은 지역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또한 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사전투표율이 낮았다고 해서 본투표마저 외면받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부산교육감 선거는 단순한 정치적 대결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그 방향을 결정하는 교육감 선거는 결코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이에 유권자들은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선거 당일까지 후보들의 마지막 유세와 함께 부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투표율이 저조하다면 결국 교육의 미래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기회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낮은 투표율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한 첫걸음을 놓치는 것이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기회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025-03-31 [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