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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승원 임명 강행하면서 국민의 신뢰 회복할 수 있겠나
오늘은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있는 날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기자회견으로는 일곱 번째인 이번 회견을 앞두고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국정 현안들에 대한 소통을 예고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이 최근 급락하고 있는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의도에서 급히 마련된 것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소통 시도는 적을수록 비판의 대상이 될지언정 빈번함은 오히려 그 자체로 환영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기자회견은 전날 국회에서 벌어진 여권의 무리수로 인해 과연 어떤 메시지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것인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회 법사위는 17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전격 채택했다. 인사청문회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의결이 이뤄졌다. 김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응답이 과반을 이루며 찬성의 배를 넘는 등 압도적 반대 여론 속에서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 여당 단독으로 이 같은 무리수를 두었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는 이 대통령 공소 취소 의원 모임을 이끈 김 후보자의 이력으로 미뤄 공소 취소를 위한 움직임으로까지 해석된다.
이날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지지율 급락에 대해 “폭과 속도가 굉장히 세다”면서 공소 취소와 연임 개헌 등 지속적인 의구심이 이어지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7음절 멘트를 밝히고 재판을 받으라는 요구를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해 온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때문에 오늘 예정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는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돌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기자회견 전날 공소 취소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무리수를 둠에 따라 신뢰 회복을 위한 부담은 오롯이 대통령으로 향하게 됐다.
민주당이 주도했다고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절차는 이제 마무리가 돼 버렸다. 김승원 후보자가 합법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되는 데 있어 남은 절차는 대통령의 임명 여부 뿐이다.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스스로 민주당과의 교감을 만천하에 알리는 셈이 될 것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 기자회견을 한다는 대통령이 여론을 철저히 외면하는 결단을 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여론을 백안시하고 오만한 판단으로 계엄이라는 자폭을 선택한 전 정권의 반면교사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신뢰 회복을 위해 이 대통령은 대선에 나설 때처럼 국민을 향한 간절한 마음가짐을 되돌아봐야 한다.
2026-09-1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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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인 16% 부산 찾는데 소비는 고작 8%, 갈 길 멀다
K팝과 K푸드 등 한류 문화 인기에 힘입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부산에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아름다운 해안 경관과 대도시 인프라를 갖춘 부산의 다양한 매력에 빠져 이른바 ‘부산 앓이’를 호소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6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다 수준인 242만 명을 넘어섰다. 연간 외국인 관광객 400만 명 유치를 계획한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당일치기 여행이 증가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산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더욱이 부산을 찾는 외국인은 늘었지만 적극적 소비로 연결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17일 공개한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들이 방문한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이 76.8%, 부산이 15.7%, 제주 9.7% 등으로 집계돼 관광산업에서도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이들은 지난해 국내에서 카드로 총 11조 7382억여 원을 소비했지만 이중 70.9%에 해당하는 8조 382억 원이 서울에서 사용됐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산에서 사용한 카드액은 8%인 9396억 원에 그쳐 방문자 수 대비해 절반 수준의 소비만 이뤄졌다는 것을 내비쳤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산에서 소극적으로 지출한 것은 ‘스쳐가는 관광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에 머물면서 부산으로 당일 여행을 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여행객들이 많은 상황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청년층 사이에선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부산 관광지를 돌아보는 이른바 당일치기 ‘특전사 여행’도 유행하고 있다. 중국과 가깝고 부산 교통이 편리한 데다 바다와 원도심, 전통시장 등 서로 다른 유형의 관광지를 하루 일정으로 즐길 수 있다 보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행객 증가는 반가운 일이지만 정작 장기 체류와 소비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무척 안타깝다.
관광이 소비로 연결돼야 지역 경제도 활성화된다. 관광객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부산에 더 오래 머물도록 만드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외국인 부산 재방문율이 2024년 35.5%에서 지난해 26.7%로 낮아진 것도 세밀한 관광 전략 부재에 따른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는 해운대 해변열차 등 체험형 시설을 확충하고 다양한 관광 경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부산을 거점으로 삼아 울산과 경남, 경주 등 인근 도시까지 여행토록 하는 ‘남부권 관광 베이스캠프’ 전략도 필요하다. 시와 관광업계가 합심해 진정한 부산 관광 르네상스 시대를 열 특단의 정책을 고민해주길 당부한다.
2026-09-1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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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항만공사 통합 역효과' 결론 뒤집는 정부의 자가당착
정부의 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통합안에 대한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은 물론 각 지역 해운·항만 업계, 시민사회, 정치권까지 가세해 날이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다. ‘한진해운 강제 해체’가 떠오를 정도다. 이런 전방위 반발은 정부가 불렀다. 분명한 통합 목적도 제시하지 않고, 소통 없이 추진한 결과다. 예산 절감과 효율성만 잣대로 통합을 밀어붙인 때문이다. 4개 항만 특성은 사라졌고, 4개 항만공사 전문성도 묻혔다.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 싱가포르항과 상하이항, 로테르담항 등은 민영화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데, 우리만 국영화를 강화하겠다는 ‘거꾸로 행보’다.
따질수록 이번 통합 추진이 졸속임이 분명해진다. 2011년 국토해양부가 중앙대 연구진에 의뢰해 4개 항만공사 통합 가능성을 진단한 결과, 이미 ‘통합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는 결론이 났다. 통합 시 인건비, 행정 비용, 업무공간 비용 등으로 50억 4000만 원이 줄어들지만, 의사 결정의 비효율, 우수 항만공사 효율성 하락 등으로 역효과가 크다는 게 골자다. 부산항·울산항에는 통합이 ‘독’이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4개 항만공사 체제 유지 시, 부산·울산 항만공사 효율성은 1.0으로 ‘통합 항만공사’ 효율성(0.635)을 크게 웃돌았다. 십수 년 전 두 항만공사의 경쟁력과 노하우가 이미 증명된 셈이다. 타 항만공사와의 통합으로 전체의 효율 저하도 우려된다.
당시 보고서는 지방분권 측면에서도 통합이 부정적이라는 전망도 담았다. 4개 항만공사 통합이 지방화·지역화라는 국가 목표에 역행하고, 특화된 항만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방정부와의 갈등, 내부 반발 같은 부작용도 우려했다. 이번 정부 발표 이후, 이 같은 보고서의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똑똑히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정부가 최소한 전문기관에 맡겨 통합에 따른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져보기라도 했다면 모르겠다. 20년 운영 노하우와 경험을 쌓은 공공기관들을 통합한다면서 ‘감’만으로 하겠다는 꼴이다.
마침 세계 항만공사 수장도 “항만공사 통합보다는 분리 운영이 옳다”는 의견을 냈다. ‘14회 부산항만컨퍼런스’ 참석 차 부산에 온 옌스 마이어 국제항만협회 총재는 “항만 분리 운영이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당 경쟁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성을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 분리 운영을 제시한 것이다. 각국 항만공사들이 경쟁 격화에 대비, 조직을 슬림화하고 경영 마인드를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가 내세운 통합 명분인 ‘기능 중복 해소, 과당경쟁 완화, 조직 효율화’ 자체가 잘못 설정된 것이다. 북극항로 개척으로 해양수도를 구축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에서 우리 항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항만공사 통합을 추진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2026-09-1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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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공사비 뭉개는 기획예산처, 지역 안중에 없나
이재명 정부의 국책사업 추진 속도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메가 프로젝트의 하나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와 관련한 사업 추진은 속도전을 넘은 전격전까지 거론될 정도다. 국운이 걸리다시피 한 국책사업의 이 같은 속도전 양상에서 유달리 예외가 되는 사업이 있다. 동남권의 미래는 물론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이 걸린 초대형 사업이라 꼽히는 가덕신공항 건설이 그것이다. 건설 필요성 제기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장장 20년이 넘는 이 사업은 다음 달 예비계약을 앞두고 건설 비용 증액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으나 예산 관련 부처의 외면으로 또다시 사업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예산 관련 정부 부처인 기획예산처가 총사업비 관리 지침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가덕신공항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조율했다. 가덕신공항 사업이 수년째 지연되면서 늘어난 공사비 6000억 원에 대해 정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건설사 대거 이탈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기획예산처와 관련 지침 개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18일 건설사와 국무조정실, 국토부 관계자까지 참석하는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는 국무조정실의 조율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통한 가덕신공항 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만 고수하며 끝내 간담회 불참을 통보했다.
기획예산처가 가덕신공항 공사비 관련 문제를 외면하는 것은 표면적으론 공사비 증액을 떠안았다가 책임 문제가 추후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비친다. 하지만 지역에선 기획예산처가 이재명 정부 실세 중 한 명인 박홍근 장관을 뒷배로 해 배짱을 부린다는 해석도 나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음 달 예비계약이 임박한 상황에서 소통마저 거부하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게 해석의 배경이다. 또 다른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가덕신공항 특별법 개정의 경우 국회 통과가 불확실하고 사업 추진이 다시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사실까지 감안하면 달리 해석할 여지도 없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이 대한민국의 살 길이라고 규정하며 관련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5극 3특’ 조성이라는 기치 아래 추진되고 있는 메가 프로젝트도 결국은 지역 균형발전이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오래전부터 지역 균형발전을 실현할 가장 대표적인 국책사업으로 꼽혀 왔다. 지역 균형발전에 국운을 걸다시피 해 왔다면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에도 더 드라이브를 걸어야 마땅하다. 국책사업은 결국 예산으로 현실화하는 것이며 사업에 쏟는 예산은 국책사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의지라 할 수 있다. 지역은 안중에도 없는 기획예산처의 행보에선 대통령의 지역 균형발전 의지를 전혀 읽을 수가 없다.
2026-09-1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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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양수도특별법 남부권 신성장 이끌 재설계 필요하다
부산시는 2000년 ‘대한민국 해양수도’를 선포하며 동북아 해양관문도시 육성 전략을 제시했다. 시는 이후 4차례 해양수도특별법 제정에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2005년 부산해양특별자치시 설치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2013년 해양경제특별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2020년 부산해양특별시 설치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차례로 발의됐지만 모두 자동 폐기됐다. 해양수도 관련 포괄적인 내용을 담은 ‘부산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역시 국회 상임위 문턱만 간신히 넘긴 채 계류 중이다. 정부의 ‘5극 3특’ 국가 균형발전 전략과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수도 부산의 위상을 법적으로 완성해 ‘해양수도법 잔혹사’를 끝낼 시점이 됐다.
그동안 해양수도특별법이 잇따라 좌초된 이유로는 제정 당위성에 대한 분위기 조성 없이 ‘부산의 특례’만 주장했다는 점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지역 발전을 위한 필요성에 대해 부산시와 부산 시민만 고취되었을 뿐 법안 통과를 위한 논리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적 명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왜 부산만 특별한 권한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근거를 찾아야 정치권을 대상으로 설득이 가능하다. 이에 민선 9기에서 접근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부산만을 위한 특별법이 아니라 울산과 경남을 포함하는 ‘남부 해양수도권’ 전체의 성장 전략이라는 틀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부산해양수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부산은 해양수도라는 법적 명칭을 갖게 됐다. 이 특별법은 해수부 부산 이전을 신속하게 완료하는 근거는 됐지만, 공공기관과 기업 이전 지원에만 국한됐다. 지난달 5일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기존의 부산해양수도특별법에 ‘해양산업특화 혁신지구 조성 및 지원’ 내용을 덧붙여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양산업특화 혁신지구 조성·운영, 대학·연구 기관 등 협력체계 구축, 디지털 해양산업 육성 및 혁신지구 기업 지원 등이 핵심인데, 최초 발의안에서 배제됐던 내용을 대폭 보완했다는 점에서 진전이 있었다.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남부권 신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해양수도특별법을 재설계해야 한다. 해양 비즈니스 중심지 부산, 친환경 에너지 허브 울산, 항만물류와 제조업을 가진 경남을 아우르고 북극항로 개척, 해양금융 활성화 등 해양 중심의 동남권 전략 산업 육성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정치적 동력을 얻고 국회와 중앙정부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 ‘남부 해양수도권’에 걸맞은 지위와 권한도 특별법에 명시해야 한다.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 변경, 국무총리 직할 기구로의 지정, 전폭적 행정·재정적 특례 등 실질적 권한이 뒤따라야 한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부울경이 합심해서 세밀한 전략적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2026-09-1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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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인도 없는 맹탕 청문회로 김승원 임명 밀어붙이나
15일 열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국민 상당수는 답답함과 짜증을 참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선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나 도덕성 해소는 뒷전이었고, 고성과 호통이 난무했다. “악마” “흉측한 얼굴” “천사 납셨어” 같은 극한 언사까지 오갔다. 예고된 대로 청문회에는 증인·참고인이 한 명도 없었고 후보자도 자료 상당수를 제출하지 않았다. 여러 의혹과 논란이 집중됐지만 후보자는 요구 자료 376건 중 절반이 넘는 243건을 내지 않았다. 청문회 자체가 국민 정의를 지키는 부처를 맡을 인물을 검증할 준비가 안 된 졸속이었다.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느냐’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김 후보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흠결만으로도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청문회는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배우자·가족 관련 특혜 논란, 위장 전입, 음주운전 전과 등 의혹들을 충분히 풀지 못했다. 오히려 후보자에게 의혹을 정면 반박하는 기회가 됐을 뿐이다. 김 후보자는 의혹 제기를 주도한 한동훈 의원을 겨냥해 “민주주의의 큰 적”이라며 역공도 펼쳤다. 후보자가 가족 관련 의혹 해명 때 눈물을 보인 일도 부적절했다. 장관 후보자로 청문 자리에 섰다면 개인적 억울함은 뒤로 하고 문제투성이 법무부 장관을 맞을지 모른다는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
청문회를 전후한 여당의 후보자 감싸기 행태도 곱씹어 볼 문제다. 청와대와 여당은 청문 과정에서 김 후보자 임명 강행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 해소는 외면한 채 야당에는 ‘정치 공세’로, 의혹을 제기한 인사에게는 ‘메신저 공격’으로 반격하며 본질 흐리기에 몰두했다. 청문회 직전 여당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를 실무와 개혁 입법 경험을 모두 갖췄다”며 군불 때기에 들어갔다. ‘용혜인 낙마 카드’를 발판 삼아 ‘김승원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국민 여론은 살피는지 의문이다. 과도한 엄호가 김 후보자가 향후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우려를 더 키운 형국이다.
차기 법무부 장관이 짊어져야 할 짐이 결코 만만치 않다. 공소청 전환을 비롯한 형사·사법 체계 개편, 검찰 개혁 마무리, 부실 수사 우려 해소까지 우리 사법 시스템이 겪지 못한 도전들을 풀어가야 한다.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적절한지 최소한의 검증 자리였어야 할 청문회는 사실상 요식행위로 지나가는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넘어설진 몰라도 ‘국민 청문회’에서는 부적격 인사에 더 가깝다. 여당도 국민보다 정권과 김 후보자만 향한 모습이었다. “보면 볼수록 잘 된 인사”라는 여당 대표의 말이 국정 운영의 성과가 될지, 뼈아픈 실책이 될지는 앞으로 정권이 짊어질 몫이 돼가고 있다.
2026-09-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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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부처 가덕신공항 공사비 '핑퐁' 지역민 속 터진다
부울경에 가장 필요한 인프라는 가덕신공항이다. 부울경 주민들은 1980년대 후반부터 동남권 관문공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정부와 정치권에 호소했다.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 글로벌 기업들이 동남권에 자리를 잡고, 지역 기업들도 세계로 뻗어가는 것은 물론 해양, 금융, 관광, 마이스 등의 지역 특화 산업과 항공 물류 분야도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다며 빠른 개항을 촉구했다. 하지만 40여 년이 흐른 현재 가덕신공항 완공 시점이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늦춰진 것도 모자라 정부 각 부처들은 신공항 공사비 증액을 놓고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다. 또다시 허송세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니 속이 터질 일이다.
현재 가덕신공항 사업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공사비 증액 문제다. 중동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에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부산과 경남 지역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탈퇴까지 검토 중인 상황이다. 만약 현실화된다면 가덕신공항 사업이 다시 표류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정부도 공사비 증액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국가계약법상 계약 체결 이후 물가 변동분만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한 데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등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해법을 찾아놓고도 미적거리는 것은 가덕신공항 개항을 하루라도 앞당겨달라는 동남권 민심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다.
더욱이 정부는 최근 820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가덕신공항 건설사업 예산은 올해 6890억 원에 비해 대폭 감소한 4311억 원만 반영했다. 이에 앞서 부산상공회의소와 지역건설업계 등은 가덕신공항 공사비를 현실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특히 중재에 나선 국무조정실도 기획예산처가 총사업비 관리 지침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기획예산처는 다시 국토교통부에 가덕신공항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내부 조정을 거쳐 지침 개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정리한 사안을 두고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며 다시 공을 넘긴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성에 안주한 낡은 행정문화에서 탈피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줄 것을 공직사회에 주문했다. 가덕신공항 공사비 증액과 관련한 각 부처들의 행태는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더군다나 지지부진한 ‘핑퐁 행정’ 때문에 컨소시엄 지분 13%를 가진 지역 건설사들이 이탈할 경우 부지조성공사 본계약 체결과 우선시공분 착공 일정 등 개항 로드맵이 큰 차질을 빚는다. 지역 건설사들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며 빠른 증액 등 대책 마련을 읍소하고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가덕신공항 표류 위기를 해결해주길 당부한다.
2026-09-1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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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항만공사 통합 국가 경쟁력 훼손' 정치권도 반대 가세
정부의 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통합 방침에 대해 지역 정치권까지 반대에 가세했다. 부산·울산·인천 지역 국회의원들이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이 지역 항만의 자율성과 국가 항만 경쟁력을 훼손한다며 즉각 철회를 정부에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기능 중복 해소, 과당경쟁 완화, 조직 효율화를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책과 기획 기능이 본사로 일원화되면 중장기 개발계획, 예산 편성, 투자 결정, 배후 단지 조성 등 핵심 권한이 지역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년 이상 구축한 지역별 항만 운영 체계를 무력화하는 졸속 통합 추진에 대해 시민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부산 의원 18명 전원과 울산·인천 지역 국민의힘 의원 등 24명은 회견문을 통해 정부의 통합 방침에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지자체를 향한 비판도 내놓았다. 정부 방침에 대해 무소속 광양시장을 제외한 민주당 소속의 부산·인천·울산·여수시장이 항만공사 통합에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의원들은 지역 항만이 중앙 본사의 지역지사로 전락할 위기 앞에서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압박했다. 지자체장들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항만공사 통합에 대해 확산하는 반발 여론을 수렴해 정부에 통합 철회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정부의 일방통행식 항만공사 졸속 통합은 행정 효율성보다 국가 공급망의 안정성과 항만별 개별 경쟁력만 훼손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2011년에도 통합 문제를 검토했지만, 물리적 통합보다 현행 체제에서 협력과 운영 효율화를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이미 내린 바 있다. 당시 국토해양부의 ‘항만공사 운영 개선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 결과, 4개 항만공사 통합의 연간 절감 효과는 50억 원에 불과했고, 통합에 필요한 행정력과 비용을 고려하면 효과는 매우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대신 각 항만의 특성과 역할을 강화하고 항만의 기능별 협력체계 구축을 지원·보완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2004년 1월 부산항만공사가 처음 출범한 이후 인천(2005년 7월), 울산(2007년 7월), 여수광양(2011년 8월) 항만공사가 차례로 설립됐다. 이들은 각 권역의 배후 산업과 맞물려 지난 20년 이상 각자 영역을 구축해 왔다. 4개 항만이 각기 다른 화물과 거점 산업을 토대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든 상황에서 통합 한국항만공사를 설립해 단일 조직으로 관리하는 것은 불필요한 ‘옥상옥’ 구조를 만들 뿐이다. 치열한 글로벌 항만 경쟁 속에서 정책 결정의 신속성과 현장 대응력만 떨어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항만 경쟁력을 약화하고 지방분권을 후퇴시키는 항만공사 통합 추진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2026-09-1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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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혜인 낙마시킨다고 김승원 후보자 의혹 덮을 수 있나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명 14일 만에 나온 사퇴이지만 오히려 늦은 감마저 든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해명이 불거지는 족족 국민 공분을 키워온 탓이다. 장관·비례대표 국회의원 겸직 문제로 시작된 논란은 배우자를 포함한 당 운영 논란, 이른바 ‘언더 조직’ 의혹으로 이어지며 민심 이반을 불렀다. 용 후보자 대응도 문제였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용 후보자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법보다 그가 누린 특혜와 불공정에 분노한 국민 감정을 전혀 읽지 못했다. 용 후보자는 후보 사퇴를 사필귀정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용 후보자 사퇴가 다른 후보자 검증을 소홀히 하는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야권에선 “‘김승원 살리고 용혜인 버린다’ 시나리오가 시행되고 있다”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이런 우려를 자초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키겠다고 했다. 국민은 김 후보자를 향한 불신을 키워가고 있는데, 여당 대표가 의혹에 눈을 감고 내 편 지키기를 공개 선언한 꼴이다. 국가 정의를 지키는 부처 장관이 되려는 인물이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해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브로커 청탁을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라면 검증이 더욱 철저해야 한다.
두 후보자만 문제가 아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가족 철거민 특공’ 논란,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논란,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비거주 갭 투자’ 논란 등 후보자들마다 의혹이 불거졌다. 김 후보자의 경우 신약 청탁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까지 시작됐다. 드러난 의혹만으로 비적격 인사로 꼽는 국민이 적지 않다. 일부는 청문회를 거치더라도 국무위원직 수행이 가능할까 싶다. 15일부터 시작되는 인사 청문회는 증인·참고인 채택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미달하는 후보들을 제대로 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어거지로 임명하는 상황까지 이어진다면 정권 신뢰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집권 2년 차에 개각을 통해 동력을 모아 국정을 쇄신하려는 개각 취지는 이미 상당 부분 퇴색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 들어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느냐는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용 후보자 사퇴로 정부 출범 15개월 만에 후보자로 지명되고 임명 문턱을 넘지 못한 인사가 4명이나 나왔다. 논문 표절 의혹, 보좌관 상대 갑질 의혹, 자녀 관련 논란 등 낙마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개각 때마다 낙마 사례가 나왔다. “김현지가 인사 라인”이라는 유튜버의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지경이다. 청와대는 ‘2차 개각 참사’를 인사 검증 시스템 전반을 재구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2026-09-1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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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크로호 북극항로 성공적 항해, 해양수도권 첫발 뗐다
부산에서 출발해 북극해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6400㎞ 뱃길은 해빙과 강풍에 맞닥뜨려야 하는 미개척 항로다. 지난달 22일 부산신항을 떠난 팬스타 아크로호가 마침내 목적지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13일 도착했다. 계획보다 이틀 지연됐지만 사고 없이 순항했고, 역사적인 북극항로 첫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며 해양수도 부산과 북극항로 개척 지원을 다짐한 것도 이 도전이 해양강국 도약에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하지만 상업화 성공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파고가 여전히 높다. 고위험, 고비용, 고난도라는 북극해의 삼각파도를 뚫어낼 수 있느냐에 부산항의 미래가 걸려 있다.
아크로호는 북극해에 진입한 뒤 유빙에 둘러싸여 표류하고, 강풍으로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난항을 겪었다. 예정 항로대로 직진하지 못하고 돌아선 항적에는 정시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담겼다. 갑판 출입조차 어려운 환경과 매일 달라지는 시차, 장시간 누적된 긴장으로 선원들의 피로도도 높아졌다. 항로가 짧다고 경제적인 항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컨테이너 물량 확보와 운항 정시성, 운송비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상업 항로로 살아남을 수 있다. 중국의 한 선사가 지난달 닝보항에서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첫 정기 항로를 개통한 만큼 글로벌 경쟁력까지 요구되고 있다. 자축 전에 냉정한 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운항의 경험은 북극항로 상업화 검증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정부는 2030년 정기 상업 항로 개통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료와 쇄빙 지원, 선박 안전 기준, 선원 훈련, 비상 구난, 항만 연결망과 화물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부산항과 진해신항, 북항, 가덕신공항과 철도 물류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트라이포트 전략과 북극항로 개척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선·기자재와 선박수리, 선용품, 해양금융, 극지 연구 역량을 집적하고 지역 대학과 해양기관을 중심으로 극지 운항 전문인력도 길러야 한다. 아크로호의 운항 데이터와 경험을 공유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수다.
아크로호가 닿은 로테르담은 해양수도 부산의 종착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물류가 새롭게 지향해야 할 좌표다. 이 도전은 부산이 북극항로 시대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값진 첫걸음이다. 반환점을 찍은 아크로호는 폴란드 그단스크에 기항한 뒤 북극해를 재통과해 부산 귀환의 장도에 오른다. 끝까지 안전이 최우선이다. 예측 불가능한 해빙과 해상 기후를 뚫어냈던 정신력을 다시 발휘해야 한다. 부산항에 무사히 접안하는 그날 부산은 아시아의 종착 항만을 넘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해양물류 거점을 선언할 수 있다. 훗날 역사가들은 이 도전이 부산이 해양수도로 도약하는 전환점이었다고 기록할 것이다.
2026-09-14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