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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이한 구속, 테러 자작극 시인하고도 선거 완주했다니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음료 테러 자작극’ 소동은 대한민국 선거사에 씻기 어려운 오점을 남겼다. 증거인멸 우려로 정 전 후보가 8일 구속된 뒤 영장에 기재된 혐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파가 더 커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전 후보는 6·3 지방선거 보름 전에 이뤄진 조사에서 범행을 시인했다. 하지만 후보직 사퇴는커녕 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피해자를 가장한 선거운동을 이어갔고, ‘젊은 정치’와 ‘세대교체’를 호소하며 완주한 결과 2만 7418표(1.56%)를 얻었다. 천인공노할 테러 조작이 드러났는데도 태연히 지지를 호소한 행태는 공직선거를 농락하고 유권자를 기만한 행위나 다름없다.
정 전 후보는 십년지기 헬스 트레이너 A 씨와 짜고 피습 사건을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허위 테러 사건으로 동정심과 불안 심리를 자극해서 지지를 얻으려 한 것이다. 이는 실제 선거 폭력 피해자와 시민 불안을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공동체 윤리를 무너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 전 후보는 테러 자작극 이후 토론회 배제에 반발한 단식, 토론회장 거짓말탐지기 반입, 의문의 잠적 등 선거 과정에서 각종 기행을 이어갔다. 이러한 일관된 돌출 행동은 그가 선거를 정책 경쟁의 장이 아니라 주목을 끌기 위한 정치적 연출의 무대로 여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전 후보의 일탈은 공공의 이익과 윤리 기준을 한참 벗어난다. 이런 후보가 공당의 공천을 받아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을 이끌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정치의 세대교체는 필요하지만, 젊다는 이유만으로 검증 부실이 용인될 수 없고, 신선하다는 포장으로 공적 책임이 가벼워질 수도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각 정당은 후보 검증과 공천 시스템에 허점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 선관위는 허위 조작 사건을 일으켜 동정심과 불안 심리를 자극하려는 시도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제도적 장치가 충분한지 살펴야 할 것이다.
이제 수사의 핵심은 범행 동기와 대가 관계, 증거인멸 시도 여부를 끝까지 밝히는 데 있다. A 씨가 친분 때문에 범행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가가 있었는지, 캠프 내부에서 어디까지 인지하고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또 정 전 후보 부친 계열사 직원 동원 의혹, 여론조사기관 공정성 논란, 진단서 발급 과정의 의료법 위반 의혹도 밝혀져야 한다. 특히 선거 제도를 흔든 사건인 만큼 개혁신당의 부산시장 후보 공천 과정도 수사 대상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 범행이 들통났는데도 선거 완주를 강행한 것이 순전히 혼자만의 결정인지, 아니면 조직적 비호가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선거와 유권자를 농락하는 정치에 철퇴가 내려진다는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2026-07-1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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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울경 중소기업 고환율 직격탄, 리스크 해지 대책 없나
지난달 우리나라의 월간 수출액이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도 평균 3%에 달하는 등 수치로 본 한국 경제의 성장 전망은 밝다. 하지만 경제는 순항 중이라고 평가받는 상황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1일 1552.5원까지 오르는 등 이미 1500원 시대가 뉴노멀이 된 상황이다. 문제는 대기업은 환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들이 밀집한 부산과 울산, 경남은 고환율로 지역 경제마저 흔들리고 있다.
부울경 중소 제조업체들의 대부분은 대기업 협력업체들이다. 이들이 원자재를 수입해 제조한 뒤 대기업에 납품하는 방식의 제조업 생태계가 부울경엔 일반화됐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 관련 업체들이 많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들은 중동전쟁 이후 두드러진 고환율 때문에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단가 인상을 원청에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단가를 낮출 대안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원자재 구입 계약 기간을 늘려 할인율을 높이는 방법까지 모색하지만 재고 부담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금융기관들마저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협력업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번 고환율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외국인들이 올 들어 주식시장에서 ‘셀 코리아’에 나서면서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현물 거래 시간이 24시간 체제로 바뀌면서 환율 변동성 증가 우려도 커졌다. 통상 환율은 해당 국가에 대한 종합 성적표로 여겨진다. 따라서 높은 가계부채와 정치 불확실성, 반도체 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도 환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도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업체들은 고환율이 더 장기화되면 줄폐업이 불가피하다고 아우성이다.
중소 제조업체는 국가 경제의 실핏줄이다. 이들이 고환율에 신음하지 않도록 하는 종합적인 환율 방어 대책이 필요하다.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 등 맞춤형 처방도 절실하다. 수입 원자재 공급망에 대한 적극적인 점검도 뒤따라야 한다. 대기업들도 상생 차원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단가 인상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대기업들이 은행에 쌓아둔 달러를 국내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면서 중소기업 친화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들에겐 시간이 없다. 정부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해 중소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고환율 대책을 빠른 시간 내에 내놓길 기대한다.
2026-07-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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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재수 만나겠다"는 박완수, 부울경 행정통합 본격화해야
박완수 경남지사가 8일 민선 9기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른 시일 내 행정통합과 관련해 전재수 부산시장과 만나 입장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박 지사는 “경남과 부산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며 전 시장과 만나 그동안 추진한 행정통합의 취지와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뜻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박 지사는 지난 1월 박형준 전 부산시장과 2028년 4월 통합자치단체장을 선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6·3 지방선거 이후 부산과 울산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바뀌면서 부울경 광역행정 개편의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 지사가 전 시장과 소통을 제안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박 지사는 부산·경남 행정통합 관련 입장은 지방선거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재확인했다. 하지만 전 시장 입장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결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전 시장이 행정통합에 공감한다면 박형준 전 시장과 합의했던 내용을 토대로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만약 생각이 다르다면 무리하게 강행하기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지도 남겼다. 전 시장과 김상욱 울산시장은 부울경 메가시티(특별연합) 복원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부울경이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기 위해 통합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점에서는 뜻을 같이한다.
부울경 광역화는 동남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꼽혀 왔지만, 지방선거 뒤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2018년 김경수 당시 경남지사를 중심으로 부울경 시도지사들이 추진했으며 기존 행정구역을 유지한 채 광역 교통, 산업, 관광 등 공동 사무를 처리하는 광역협력 구상이다. 2022년 4월 출범했지만 그해 6월 시도지사들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바뀌면서 동력을 잃고 폐기 절차를 밟았다. 이후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체제가 가동됐지만, 특별연합보다 한 단계 낮은 느슨한 협력체였다. 그 뒤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추진돼 왔지만, 6·3 지방선거에서 엇갈린 단체장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부울경 행정통합은 여야를 떠나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통합의 속도와 방식에선 쟁점이 있을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부울경 단체장들이 광역 협력과 상생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전 시장은 경남 없는 초광역 경제권으로는 수도권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본다. 박완수 지사는 광역 교통망 구축을, 김상욱 시장은 초광역 협력 복원을 강조한다. 행정통합으로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AI·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를 통해 활력을 찾고 있다. 부울경이 제2 경제권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행정통합을 본격화해야 한다. 광역화를 통해 경제·생활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이 대도약하는 길이다.
2026-07-0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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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줄 잇는 경찰 조작·부실 수사, 보완수사권이 필요한 이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찰 수사 독점 땐 국민 피해가 불가피할 것임을 방증하는 각종 사건들이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보완수사권을 존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8월 17일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수사를 검증하고 견제할 방안마저 무력화시키는 것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이라는 지적도 거세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며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의견이 제기된 마당이다.
최근 광주와 부산, 경남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를 드러내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너무도 충격적인 일이다. 광주 도심에서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장윤기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와 유착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수사팀은 장윤기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주요 증거물을 압수하지 않았고, 범행 차량도 현장에 남겨뒀다. 지역 경찰관인 장윤기 부친이 아들의 성폭행 의도를 입증할 리얼돌과 휴대전화 등의 증거를 폐기한 사실도 밝혀졌다. 광주경찰청은 담당 형사팀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한 데 이어 수사팀 전원을 업무 배제시켰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경남 창원에서도 경찰이 단순 사기로 치부했던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해 조직적으로 허위 렌털하는 400억 원 대 신종 금융사기라는 것을 입증했다. 부산에서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심규언 전 동해시장 뇌물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수사 덕분에 1심 법원은 지난달 심 전 시장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초 해경은 수산물 유통업자와 공무원만 뇌물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진행, 심 전 시장에게 운송주선수수료 명목 11억 원 등의 뇌물이 흘러 들어갔다는 것을 밝혀냈다. 2022년 발생한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에서도 검찰은 보완수사로 강간 살인미수 진상을 밝혀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견제장치 없이 경찰에만 수사를 맡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모든 경찰 수사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일부 경찰관들의 개인적 의도에 따라 사건이 축소되는 것은 물론 본질조차 완전히 왜곡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한 여당 홍기원 의원도 “억울한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수준의 보완수사권을 남겨둘 여지는 없는지 심도 있는 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당과 정부는 보완수사권이 검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길 바란다.
2026-07-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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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쉬운 캐나다 잠수함 수주 불발, K방산 도약 계기 삼자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한국이 고배를 마셨다. 우리 방위산업과 조선산업의 기술력을 세계에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무척 아쉽다. 하지만 이미 K방산은 전차와 미사일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번 CPSP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은 프랑스 나발그룹, 스웨덴 사브, 스페인 나반티아 등 글로벌 주요 방산업체들을 제치고 최종 후보 자리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우리 잠수함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을 세계에 입증했다는 분석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CPSP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업은 다목적 신형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도입하는 것이다.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 방산 구매 사업이다 보니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방산업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잠수함 계약 금액만 약 20조 원, 향후 30년간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막판까지 TKMS와 경쟁했던 한화오션은 TKMS와 캐나다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자동적으로 우선협상 지위를 갖게 되지만 현재로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수주전은 민간 기업과 정부가 총력전에 나서는 국가 대항전 형태로 진행됐다. 한화오션은 캐나다에 75조 원 이상의 교역·투자와 연간 2만 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약속한 데 이어 우리 정부도 수소 트럭 인프라 구축 등 수십억 달러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TKMS와 독일도 현지 공급망 구축과 기술 이전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승부가 갈린 것은 독일과 캐나다가 나토 핵심 회원국이라는 점 때문이다.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면 동맹국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이번 실패가 시사하는 점은 많다. 특히 국가 명운이 걸린 방산 분야 대규모 수주전의 경우 정부 외교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큰 교훈으로 남는다.
비록 나토 동맹의 벽에 막혀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한화오션은 K방산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캐나다도 한화오션이 자국 해군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히는 등 수주전이 막판까지 초박빙이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수주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 공방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하더라도 방산 분야에는 해당 국가와의 외교적 신뢰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무척 중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외교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흐름에 발맞춰 K방산의 도약 토대를 다질 한층 치밀한 국가 전략 마련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2026-07-0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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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고 위험 키우는 미끄럼 방지 포장, 근본적 해법 찾아야
스쿨존은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막기 위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등의 주변 도로에 지정한 보호구역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차량은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해야 하며 주정차가 금지되는 등 일반적인 교통법보다 엄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 같은 무형의 장치 외에 차량 충돌 방지 펜스나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 등의 보호시설 설치도 뒤따른다. 하지만 어린이를 보호해 줄 것이라 믿은 이 시설들이 제구실을 하지 못해 말썽이다. 특히 최근 들어 스쿨존 내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은 내구연한이 다 된 경우가 많아 일반 도로보다 더 미끄러울 정도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다. 사고를 막아주리라 믿었던 시설이 되레 흉기로 돌변할 지경이다.
〈부산일보〉가 최근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 시공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미끄럼 저항 실험 결과 미끄럼 방지 포장을 한 지 수년이 지난 도로가 저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면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노후화한 부분에서는 일반 도로포장의 6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저항력도 발견됐다. 이 같은 결과는 장마철처럼 상시 노면이 젖어있을 경우가 많은 때에는 차량이 더 미끄러질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2000년대 들어 스쿨존에 도입되기 시작한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은 최초 포장을 한 이후 노면 대량 파손 등의 경우가 아니면 재포장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어서 노후화한 포장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같은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에 대한 공적인 관리조차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는 데 있다. 부산지역 16개 구·군만 하더라도 각 지역에 설치된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의 최초 시공 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시공 시점을 모르니 포장의 노후도에 대한 추적·관리는 아예 불가능하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민원이 잇따르는 경우가 아니면 재포장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뒤늦게 이뤄지는 현장 점검조차 저항력 측정 같은 절차가 진행되기보다는 담당 공무원의 현장 육안 점검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 부산지역 스쿨존에서는 젖은 노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지난해 60% 이상 늘어났다는 통계까지 나오고 있다.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의 내구연한이 2년 정도에 불과해 일반 아스팔트의 내구연한(10년)에 비해 현저히 짧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이 꾸준히 제기해 왔다. 미끄럼 방지 도로포장은 겉으로 미끄럼을 막아줄 수 있을 듯한 외양을 하고 있기에 기능이 저하할 경우 기능을 믿은 이를 더욱 위험하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점검 기준과 교체 주기 등을 포함한 사후 관리 체계 마련을 외면해 왔다. 포장 상태만 그럴 듯하면 겉으로 봐서는 실제 저항력을 알 수 없기에 뭉개고 온 ‘사회적 태만’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사고가 나고서야 사후약방문식으로 허겁지겁 대책을 마련하는 후진국형 구태는 이제 버릴 때가 되지 않았나.
2026-07-08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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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재수의 TF 시정, 부산 변화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전재수 부산시장이 6일 취임 후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해 태스크포스(TF)팀 2~3개를 운영해 속도감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전 시장이 취임 1호 결재 사안인 ‘민생 100일 비상조치 계획’에 따라 부산 민생안심특별본부(TF)를 즉시 가동하고, 자신이 본부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기로 한 데 이은 행보다. 이른바 전재수표 ‘TF 시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는 6·3 지방선거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시장을 선택하며 변화를 주문한 시민들의 기대감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 시장이 형식적인 취임식을 없애고, 전임 시장 라인까지 품는 인사를 하는 등 파격 행보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전 시장이 ‘TF 시정’으로 임기 초반을 풀어가기로 한 것은 실용적 접근으로 긍정적이다. 해양수도 완성, 경기침체 극복 등 부산 현안 상당수는 단기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여기에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이런 가운데 시가 다수의 TF를 가동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으로 시정 속도감을 높이고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챙길 수 있는 유용한 카드다. ‘시장 바뀌고 부산이 달라졌다’는 평가 역시 놓칠 순 없다. 여소야대 부산시의회 구도상 조직개편이나 조례 개정 등 절차를 차근차근 밟을 여유도 없다. 전 시장도 이날 시 조직개편과 관련, “9월까지 할지 연말까지 갈지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당장 전 시장은 관광과 북항 재개발 등 두 분야를 TF 시정 대상으로 꼽았다. 관광은 성과가 수치로 뚜렷하게 확인되는 부문이다. 때마침 부산으로 외국인 관광객도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5월 기준 부산의 외국인 관광객 수가 193만여 명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가 증가했다. 관광 지출액은 전국 2위에 안착했다. 북항 재개발 관련 TF가 꾸려지면 전 시장의 대표 공약인 돔구장, 랜드마크 개발 등을 맡아 풀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안 모두 시민 관심이 크고, 해양수산부, BPA, 부산시의회, 시민단체 등 다수 기관과의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 TF 체제로 사업 속도감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 시장은 TF 체제로 부산시 내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는 부대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부산시 조직개편이나 인사가 다소 늦는 데 대해 “전 시장이 시 내부 사정이나 공무원 면면을 너무 모른다”는 얘기도 있다. 반면, 임기 초 임시 조직인 TF 체제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장기적으로 운영돼선 곤란하다. 각 TF가 가진 특유의 기동성과 효율성을 발판으로 빠르게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시 정상 조직을 가동해야 한다. 특히 TF 체제가 부산시의회 견제를 피하려는 모양새로 흘러서도 안 된다. 부산 미래를 위해 부산시와 시의회 모두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은 협치의 끈이다.
2026-07-07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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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화와 KAI 협력 시너지, 한국판 스페이스X 기대한다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2대 주주 지위를 획득하고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경남을 거점으로 한 방산·우주항공산업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 한화는 연관 산업 시너지와 수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국내 항공기 분야의 독점적 기업인 KAI 지분율을 9%대까지 끌어올렸다. 경남 사천에 본사를 둔 KAI와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거제의 한화오션 등이 힘을 합칠 경우 발사체·위성·항공기·방산의 협력 체제가 완성된다. 특히 정부가 지난 3일 영남권 메가 프로젝트 사업으로 경남에 항공우주 클러스터 비전을 밝힌 직후여서, 경남은 물론 제조업 생태계를 공유하는 동남권 전체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우주항공 산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상징 산업이 아니다. 발사체·위성·통신·정찰·기상·항법·방산·데이터 분야가 융합된 국가 전략 산업으로 부상했고, 세계 각국은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규모·공급망 경쟁에 돌입했다. 그동안 국내 우주항공 산업은 정부 예산 의존도가 높고 민간 주도 생태계가 약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미 미국은 NASA(미 항공우주국) 중심 체제에서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구조로 빠르게 이동했다. 정부가 모든 개발과 운영을 직접 떠안는 시대가 지났다는 점에서 한화의 KAI 경영 참여 선언은 산업 재편의 신호탄인 동시에 ‘한국판 스페이스X’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로 읽힌다.
한화-KAI 협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동남권 산업 생태계에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메가 프로젝트가 안착할 경우 경남은 단순 생산 기지를 넘어 연구개발, 시험·인증, 부품 공급망, 인력 양성, 창업 생태계를 포괄하는 우주항공 클러스터로 도약할 수 있다. 경남이 한국판 스페이스X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부산의 항만·물류·금융, 울산의 첨단 제조·소재 역량이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개방형 클러스터로 독점 논란을 잠재우는 한편, 지역 기업·대학·연구기관 사이에 공급망 공유와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누적되면 자연스럽게 동남권 우주항공 산업벨트 형성이 가시화될 것이다.
한화와 KAI 협력은 한국형 민관 우주산업 생태계가 창출되는 한편, 지역의 산업 재편과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되는 드문 기회다. 정부는 시의적절한 정책적 개입으로 민간 투자의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 민선 9기 행정은 영남권 메가 프로젝트가 초광역 협력의 시험대라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기왕의 동남권 경제동맹체 구상을 심화해 실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대기업 간 결합이라고 해서,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경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은 역내 제조 역량을 결집해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야 한다. 대한민국 우주경제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2026-07-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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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PK 지역 피지컬 AI·우주항공 투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
이재명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해 온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전체 윤곽이 마침내 확정됐다. 지난 3일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가운데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영남권 투자 계획이 구체화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회에서 삼성·SK·현대자동차·한화·LG·두산 등 주요 기업들은 영남권에 모두 312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를 두고 앞서 발표한 호남권의 890여조 원이나 충청권의 390여조 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수도권에 집중 투자돼 온 재원이 지방으로 대거 물꼬를 트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것도 사실이다.
정부와 기업들이 보고회를 통해 밝힌 동남권의 미래는 ‘피지컬 AI’와 ‘우주항공’이라는 두 분야로 축약된다. 각론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AI 데이터센터 등 AI 제조 혁신 거점 구축과 자율주행차, 우주발사체 개발 등이 울산과 경남을 거점으로 해 거론됐다. 구윤철 부총리는 여기에다 부산 지역이 강점을 보이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까지 포함해 전략 특구를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이번 투자 계획이 신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지역의 기존 산업 지원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호남권 전폭 투자를 위한 들러리로 이 지역을 세운 것이 아니냐'던 동남권 산업계 목소리의 연장선이다.
어떤 방향으로 해석을 한다고 해도 그동안 정부나 기업들의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돼 오던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배경이 무엇이든 지역 균형발전을 향한 투자의 방향성을 놓고는 박수를 쳐야 마땅하다. 문제는 이번 프로젝트의 발표가 얼마나 실행력을 가질 수 있느냐다. 특히 비수도권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선언적으로 이뤄져 왔던 지역 이전이나 투자가 어떻게 왜곡되거나 무산됐는지를 너무나 자주 접해와서다.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하고도 연구개발 기능을 수도권 인접지로 분리하려던 게 불과 지난해의 일이다. 이 같은 박탈감들이 특정 지역 들러리론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동남권에서는 투자의 현실화를 위한 몸부림이 이어지는 중이다. 김상욱 울산시장이 울산 투자 계획을 밝힌 기업과 직접 접촉해 전력·인력·부지 확보를 위한 행정 지원과 속도전을 강조하고 나선 게 대표적이다. 경남과 부산의 광역단체장들도 조만간 기업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와 기업이 내민 투자 카드는 기본적 얼개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 얼개의 구석구석을 얼마나 빨리, 얼마나 더 알차게 채울 수 있느냐는 결국 투자 주체와 대상의 공동 노력에 달렸다. 이제 시작된 동남권의 몸부림에 정부와 기업이 걸맞은 화답을 할 수 있어야만 들러리론을 잠재울 수 있다.
2026-07-06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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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항 1단계 재편 용역, 랜드마크 개발 본격화 계기돼야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의 앵커시설인 ‘랜드마크’ 부지는 10년 넘게 미분양 상태로 방치돼 왔다. 부산항만공사(BPA)는 민간 사업자 유치를 위해 수차례 공모를 진행했지만, 번번이 투자가 무산됐다. 2023년엔 단독 입찰로, 2024년엔 사업 제안서가 제출되지 않아 유찰된 것이다. 부산시도 2024년 12월 4조 5000억 원 규모의 외자 유치 계획을 발표했지만, BPA가 공개입찰을 고수하면서 표류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항만공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랜드마크 부지 개발에 물꼬가 트였다. BPA가 매립지를 조성해 매각하는 역할을 넘어 건축물, 문화시설 등 핵심 상부시설 개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BPA는 최근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항만시설 기능 재배치 및 해양문화관광 기능재편 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했다. 항만공사법 개정안 통과를 계기로 BPA가 처음 시도하는 매립지 상부시설 개발사업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차원이다. 용역에는 BPA가 개발·운영할 수 있는 상부시설의 범위와 성격, 실제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 기준 등 체계적인 매뉴얼이 들어간다. 공공성을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적정 수익 확보 방안도 도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용역이 공공 부문이 주도적으로 나서 북항 내 핵심 구역 개발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BPA는 2024년에도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사업 활성화 및 투자유치 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총 9억 5000만 원을 들여 투자 유치와 토지 공급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용역 기간은 당초 8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됐지만, 부지 매각, 활용 방안, 투자 유치를 둘러싼 실질적인 논의는 사실상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항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대안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새로운 접근보다는 기존 진단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사업 시행자의 수익 보전에만 매몰된 접근을 반복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BPA는 이번 용역을 통해 북항 1단계 재개발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랜드마크 부지는 북항 1단계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핵심 시설이다. 하지만 부산시와 BPA는 그동안 랜드마크 부지 개발을 둘러싸고 행정에 엇박자를 내왔다. 하지만 전재수 부산시장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북항 돔야구장 건립’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항만공사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던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도 전 시장에게 북항 돔구장 개발을 여야 협치 모델로 제안했다. 항만공사법 개정과 여야 협치 분위기 고조 등으로 랜드마크 개발 본격화를 위한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BPA는 이제 상부시설 개발 참여의 주체가 되는 만큼 좀 더 책임감 있고 전향적인 자세로 북항 활성화를 위해 나서길 바란다.
2026-07-06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