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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 내란죄 무기징역, 이제는 어두운 역사와 단절해야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비상계엄 선포 443일 만에 나온 이번 판결은 헌정 질서를 뒤흔든 국가적 위기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응답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는 19일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곧바로 내란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인정될 경우 내란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를 사건의 핵심으로 규정하며 체포조 편성, 선관위 점거 시도 등을 폭동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권력은 없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의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국가 위기 상황을 내세운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서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논리라고 선을 그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개시 권한 역시 인정하며 수사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했다. 다만 장기 독재를 위한 사전 기획이라는 공소사실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른바 ‘노상원 수첩’의 신빙성도 부정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관련 피고인들에 대한 유·무죄 판단도 엇갈렸다. 법은 감정이 아닌 증거와 논리로 판단한다는 사법의 기본을 보여준 판결이었다.
12·3 사태는 전시나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전혀 없었음에도 대통령 개인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침탈하려 한 사건이다. 이는 국가 안전을 위협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 범죄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정치권 또한 달라져야 한다. 계엄 사태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여야의 태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의힘은 뒤늦은 사과와 내부 갈등을 반복하며 과거와의 단절에 미온적이고, 위기 대응보다 진영 결집에 치우친 모습으로 국민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 전략과 권력기관 개편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제 변하지 않는 정치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 우리는 12·12와 5·18을 거치며 전두환 등 내란의 주범들을 법정에 세워 민주주의의 가치를 회복한 경험이 있다. 이번 판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어떠한 권력도 헌법 위에 존재할 수 없으며 민주적 절차를 벗어난 국가 운영은 용인될 수 없다는 원칙의 재확인이다. 다시는 이 땅에서 누구도 내란을 획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권력 구조의 오만과 제도의 허점을 바로잡고 정치 문화의 후진성을 극복하는 일이다. 오늘의 선고가 또 하나의 기록으로만 남을지, 아니면 어두운 역사와 단절하는 전환점이 될지는 우리 사회 전체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26-02-2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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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선 앞두고도 반복되는 선거구 깜깜이, 근절 대책 없나
6월 3일 치르는 2026 지방선거가 3개월여밖에 안 남았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선거를 위한 기본적인 틀조차 여전히 불확실성에 놓였다. 민주당이 이달 중으로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광역 행정통합 관련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기에 선거가 과연 제대로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어제까지 국회에서 개정했어야 하는 공직선거법이 끝내 개정되지 않아서다. 공직선거법 개정 무산은 전국의 모든 지방의회 선거구 자체가 법적 효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써 오늘부터 시작돼야 할 지방선거 관련 사무는 오리무중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공직선거법은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지방의회 의원 선거구 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 개정이 이뤄졌어야 했다. 인구 5만 명 미만 지자체에도 광역의원 1명을 보장해 농어촌 대표성을 기하려 한 기존 공직선거법이 ‘표의 등가성’을 침해했으므로 인구 편차를 줄여야 한다는 게 헌법 불합치 이유였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2026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인 오늘을 염두에 두고 어제(19일)로 법 개정 시한까지 지정했다. 하지만 해당 시한까지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기존 법에 따라 정해진 선거구는 무효가 됨으로써 예비후보 등록부터 극심한 혼선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공직선거법이 기한 내 개정되지 못한 것은 주요 내용인 선거구 획정을 위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가 진척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개특위는 지난달 13일 1차 전체회의를 열어 공식 가동에 들어갔으나 선관위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은 이후 활동 소식이 없다. 법 개정 무산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설 연휴 직전 선거구 현행 유지 잠정 결정을 한 상태일 뿐이다. 문제는 행정통합 등 선거구 획정에 미칠 수 있는 외부 변수와 여야의 정치적 유불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당분간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라는 데 있다. 오늘부터 등록하려는 예비후보는 속이 타고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은 바닥을 칠 노릇이다.
선거구는 대표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선거의 틀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땜질식 행보를 일삼아 왔다. 이번처럼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통해 개정 시한까지 지정했음에도 법 개정을 무산시킨 것은 헌법 준수 의지 박약으로도 읽힌다. 이 같은 정치권의 태도는 언제 어디에서 누가 뛰는지 알기 어려운 깜깜이식 선거를 초래함으로써 현역과 거대정당에만 유리한 구조를 의도적으로 조성하려는 것이 아닌지도 의심케 한다. 차제에 이번 개정 선거법에는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 미준수 땐 엄격히 책임을 묻는 조항이라도 필히 넣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6-02-2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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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선정, 부산 디지털금융 도약 기회로
부산은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중심지다. 하지만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거래대금 점유율이 계속 상승하는 등 금융도시 부산의 위상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초의 조각투자 유통을 전담할 예비인가 사업자로 케이디엑스(KDX)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 컨소시엄에는 한국거래소(KRX),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등 부산 소재 금융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 컨소시엄은 조각투자 거래를 전담할 장외거래소와 본사를 부산에 설립할 예정이다. 부산이 미래형 금융산업인 조각투자 증권 거래 중심도시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정례회의를 통해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예비인가 안건을 의결했다. 금융위의 이번 조치는 부동산·저작권·미술품 등 실물 기반 자산을 토큰증권(STO)으로 나눈 조각투자 상품의 원활한 유통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예비인가를 획득한 KDX 컨소시엄은 6개월 이내에 인가 조건을 이행한 뒤 본인가를 신청, 최종 승인을 받으면 공인된 조각투자 유통 플랫폼을 통해 정식 영업에 돌입하게 된다. 이번 예비인가 사업자 선정에 이어 최종 승인까지 무난히 받을 수 있도록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40여 개의 기관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한다.
부산은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운영 중이다. 부산은 그동안 디지털신분증, 디지털 바우처, 부동산 등에 대한 조각투자 실증사업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블록체인과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조각투자 장외거래소를 사실상 부산에 유치한 것은 무척 큰 의미를 갖는다. 부산이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금융산업을 활짝 꽃피울 절호의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노하우를 착실히 구축한 부산 금융계가 조각투자 증권 유통·수탁·운영·금융지원 등 생태계 전반에 대한 철저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유치 효과를 극대화하길 기대한다.
조각투자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부산이 강점을 갖고 있는 선박과 항만, 자동차, 관광, 문화 등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다양한 상품 증권의 개발과 발행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에 필요한 디지털금융 관련 전문 인력과 산업의 부산 유입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중심지 부산은 NXT의 잠식과 KRX 코스닥을 자회사로 분리하려는 여당의 움직임 등으로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유치를 계기로 부산은 서울과 한층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금융도시 부산의 미래는 디지털금융도시로의 도약 여부에 달렸기 때문이다.
2026-02-1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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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설 연휴 달군 대통령과 야당 대표 낯 뜨거운 부동산 공방
설 연휴가 정치권의 부동산 설전으로 들끓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휴 기간 SNS를 통해 다주택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며 강도 높은 메시지를 쏟아냈고 장동혁 대표는 이를 정면 반박하며 맞불을 놓았다. ‘사회악’과 ‘선거 브로커’라는 거친 표현이 오가는 동안, 정작 부동산 정책 논쟁은 사라지고 거친 말만 부각됐다. 여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 국민의힘 역시 논평을 통해 가세하면서 공방은 확대 재생산됐다. 명절의 덕담 대신 감정의 언어가 오간 셈이다. 설 민심을 향한 정치의 첫 메시지치고는 낯 뜨거운 장면이었다. 명절 화두가 민생이 아닌 정쟁으로 채워진 셈이다.
대통령은 다주택 보유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서도 왜곡된 제도를 만든 정치인을 겨냥했다. 주택 6채를 보유한 장 대표의 주택 보유 현황을 언급하며 제도적 책임론도 제기했다. 아울러 부모님 사는 시골집과 세컨드 하우스에 대해서는 규제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반면 장 대표는 다주택자를 사회악으로 몰아가는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노모의 거주 공간까지 논쟁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공방은 정책을 넘어 정치인의 자산 문제와 도덕성 시비로 번졌다. 여야는 서로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겨루는 데 집중했을 뿐, 지역 부동산 시장 활성화, 금융 규제 등의 정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설전은 정책 경쟁이 감정 경쟁으로 변질된 전형적 장면이었다.
이러한 논쟁은 지역 시선서 보면 씁쓸하고 허탈하다. 수도권 집값과 투기 논쟁이 정치 담론을 지배하는 동안 지방 부동산 시장은 정반대의 현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부산을 비롯한 지방 부동산 시장은 가격 정체, 거래 침체, 미분양 증가 등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논쟁의 무대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 그리고 정치인의 주택 보유 숫자에 머물러 있다. 지역 경제와 직결된 주거 문제는 절박한 현실이지만 지방의 시장 상황이나 정책 대안은 없다. 이번 논쟁이 국민을 향한 정책 메시지가 아니라 정치권 내부를 향한 공방처럼 비치는 이유다. 부동산 정책이 지역 시장이나 현실과 괴리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 구조, 공급 정책, 금융 여건, 세제 체계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고도의 정책 분야다. 국민 삶의 토대를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기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얼마든지 충돌할 순 있다. 하지만 그 충돌은 해법과 대안의 경쟁이어야 한다. 감정적 대응과 인신 공방은 시장 안정에도 정책 신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은 이미 수차례 부동산 정책의 급변과 혼선을 경험했다. 그래서 더 냉정하고 더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수도권과 지방, 보유와 무주택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균형 잡힌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장 구조와 지역별 여건, 장기적 수급 균형을 고려한 정밀한 접근도 있어야 한다. 설 이후 민심은 이를 지켜볼 것이다.
2026-02-1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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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덕신공항 수의계약 가닥, 신속 착공·안전 대책에 최선을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사실상 대우건설 컨소시엄 수의계약 방식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13일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가덕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대해 3차 입찰 재공고 없이 수의계약 절차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선 1, 2차 입찰이 모두 대우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유찰된 데 따른 결정이다. 현실적으로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과 더 이상의 시간 지연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지역 여론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성사 가능성이 희박한 절차를 반복하며 시간을 소모하는 일은 국가사업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 사업은 2024년 현대건설 컨소시엄 입찰 당시, 5월 첫 입찰 이후 네 차례 유찰과 조건 변경, 행정 절차 재심의가 이어지며 수개월이 허비됐다. 그 과정에서 지역 사회에는 피로감과 불신이 누적됐다.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은 지역 경제의 불안으로 확산되며 공항 건설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었다. 이런 전례를 감안하면 수의계약 전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불필요한 행정 지연을 최소화하고 조속히 착공 일정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접근이다. 반복된 유찰과 절차 지연을 돌아보면, 이번 수의계약 전환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상식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수의계약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선택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경쟁 절차가 생략되는 만큼 가격의 적정성, 조건의 합리성, 사업 리스크에 대한 검증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특히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공사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공사로 지반 안정성, 공사 기간 변동, 비용 증가 가능성 등 복합적 위험 요인이 상존한다. 정부와 공단이 대우건설의 높은 지분율 조정과 난공사 위험을 낮추기 위한 설계 보완 논의에 나선 것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이 공사 관리 보강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의계약이 구조적 불안을 용인하는 면허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지역 숙원을 넘어 국가 물류 체계와 균형 발전 전략이 걸린 핵심 사업이다. 그만큼 일정의 무게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기에 3차 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검토하는 배경 역시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수의계약은 오히려 더 높은 책임을 요구한다. 이것이 최선의 현실적 대안이라면 결정 과정과 근거, 계약 조건, 위험 관리 방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시공사는 ‘신속 착공’과 ‘안전 확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속도는 필요하지만 졸속 추진은 경계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특정 기업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약속이다. 지역의 기대가 걸린 국가사업인 만큼 다시 흔들려서는 안 된다. 지금은 속도와 안전, 어느 하나도 놓쳐선 안 될 순간이다.
2026-02-1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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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산항 인공지능 대전환 선언, 글로벌 항만 선도 나서라
올해 개항 150주년을 맞은 부산항이 다음 150년을 향한 용틀임에 나섰다. 1876년 개항 이래 대한민국 근대화와 경제 성장의 관문 역할을 해온 부산항은 이제 기술 기반 고부가가치 항만으로의 전환 과제를 안고 있다. 그 핵심은 ‘규모’에서 ‘지능화’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는 글로벌 항만 경쟁의 대응이다. 즉, 물동량 중심의 양적 성장 시대를 넘어, AI(인공지능)와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질적 성장의 시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12일 부산항만공사(BPA)가 밝힌 ‘부산항 AX(인공지능 대전환)’ 선언은 단순한 항만 현대화를 넘어 국가 항만 산업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가늠자라 할 수 있다.
BPA가 이날 부산항의 비전으로 제시한 ‘미래형 초연결 AI 항만’은 정부 핵심 추진 전략인 ‘AI 3대 강국’의 해양판 전략으로 읽힌다. 2030년까지 4351억 원을 투입해 부산항 운영에 AI 기술을 전면 도입하고, 이로써 컨테이너 터미널 생산성 30% 향상, 항만 내 인명 사고 ‘0’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을 완성해 해외 시장 진출까지 견인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까지 포함됐다. 이미 BPA의 지능형 항만 구상은 항만물류 통합 플랫폼인 ‘체인 포털’을 통한 물류 최적화로 구현되고 있다. 부산항은 세계 2위 환적항에 안주하지 않고 데이터 기반 글로벌 물류 허브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번 ‘AI 대전환’ 선언은 항만 현장에서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의 해결책까지 포괄한 데에 의의가 있다. 항만은 중장비·고소·야간 작업이 많은 고위험 환경에 노출되고, 인력난도 심각하다. 대전환 계획에 따르면 24시간 사고 예방과 로봇 하역 등에 AI 기술이 도입된다. 또 선박 부두 고정 작업과 컨테이너 전도 가능성 예측 시스템도 개발되어 안전성을 높이게 된다. 나아가 물류 운송 단계까지 AI를 도입해 화물차 운전자의 예약 편의, 선박 도착 시간 예측, 게이트 혼잡 해소 등 항만 전후방 시스템 전반에 최적화를 꾀한다. 물론 이러한 기술 혁신이 노사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부산항 AX는 디지털 기술의 도입에 그치지 않는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해양수산부와 관련 기관·기업의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계기로 해양경제권 구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항은 해양산업의 플랫폼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항만이 용광로가 되어 해양 기술·산업·정책을 한데 녹여낼 때 실행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항 AI 대전환은 도시의 산업 생태계, 일자리 구조, 글로벌 위상을 바꾸는 과업이다. 국내 항만 최초이자 유일한 AI 로드맵을 발표한 것 자체가 부산항의 미래 지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항만물류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항만의 미래와 해양디지털 산업을 이끄는 선도자로 우뚝 서야 한다.
2026-02-1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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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별 차등요금제, 빠른 시일 내 전면 도입하는 게 맞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이 아닌 산업용에만 연내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역별 요금제 정책의 핵심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인재를 구하는 문제 때문에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지역 균형발전에 방점을 찍었다.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업들을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독려할 수단으로 지역별 요금제를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이 비수도권에 기업을 이전시켜 좋은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발언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당초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당시 약속한 지역별 요금제는 기업의 지역 이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원전 가동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 등 발전소 소재 지역민에게 직접적 혜택을 주자는 뜻으로 고안됐다. 따라서 이제 와서 주택용을 배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더욱이 대형과 소형모듈 등 신규 원전 3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데 이어 추가 건설 가능성도 높다. 결국 원전 밀집지인 부울경 주민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이런 손해를 감내 중인 부울경 주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지역별 요금제를 주택용에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밝힌 정부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간담회서 “일반 국민들까지 한꺼번에 지역 차등요금을 적용하는 게 당초에 목표로 하고 있는 정책 방향과 맞는가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들은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발의된 2022년 11월 이전부터 산업용과 주택용 등에 대한 전면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 결과, 지역별 요금제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숙원 해결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하지만 그간의 이런 흐름을 무시한 김 장관의 말은 정부가 그동안 부울경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방증으로 읽힐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요금제 도입 방안을 연내 제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주택용 배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부울경 주민과 시민단체는 지역별 요금제가 당연히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고 예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돌변’한 입장은 수도권 민심 눈치 보기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상시적인 원전 불안감을 안고 살면서 전기를 생산해 수도권에 보내는 부울경 주민들은 전기요금 혜택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 수도권 주민들도 이번 기회에 전기가 지역 주민이 감내한 고통의 산물이라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지역별 요금제는 좌고우면할 사안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모든 분야에 도입해 효과를 극대화하길 촉구한다.
2026-02-12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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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점점 쪼그라드는 금융중심지 부산, 빈껍데기로 전락하나
부산은 2007년 제정된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09년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됐다. 거기에 2005년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거래소(KRX)의 역할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KRX도 본사 이전 직후 서울 근무자가 오히려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면서 부산 본사라는 간판이 무색하다는 지적을 곧잘 받아왔다. 그럼에도 금융중심지 부산의 미래를 담보할 상징적 존재로서 꾸준히 자리매김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젠 KRX의 주요 기능인 주식 거래마저도 반토막이 나는 지경이 됐다. 지난해 서울에서 등장한 대체거래소가 주식 거래 상당량을 잠식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산일보〉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출범한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의 거래대금 점유율은 이달 현재 32% 수준이다. 출범 당시 NXT가 밝힌 점유율 목표가 ‘3년 내 10%’였던 점을 감안하면 놀랍기 그지없는 점유율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32% 수준의 점유율도 한때 NXT의 거래대금이 KRX의 절반 수준에 이르자 일부 종목에 대한 거래를 제한하는 ‘제동장치’를 가동해 옴으로써 달성한 것으로 알려진다.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들이 주체가 돼 별도로 만든 NXT가 출범한 지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주식시장의 거래를 싹쓸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그나마 본사 주소지를 부산으로 해 두고 있는 KRX와는 달리 순수한 ‘서울’ 거래소라 할 수 있는 NXT의 이 같은 질주는 자본시장의 비중이 이미 상당 부분 NXT로 넘어갔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KRX는 NXT가 자본시장 감시 등 공적 기능은 대부분 KRX에 맡겨놓고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을 한다. 하지만 부산시민의 입장에서는 거래소끼리의 이권 다툼보다는 금융중심지라는 부산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점이 더 위협적이다. 이는 최근 청와대로부터 나온 코스닥 분리와 KRX 지주사 전환 등의 잇단 언급이나 여권의 관련 법안 발의와 맞물려 서울 거래소 확립이라는 흐름으로 읽힐 정도다.
NXT의 출범과 코스닥 분리 시도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논리는 ‘시장 경쟁력 강화’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선물거래소를 통합한 KRX의 등장 시기인 2005년으로 시간을 되돌리면 당시 통합의 이유는 ‘시장 효율성 강화’였다. 불과 20여 년 사이에 같은 이유로 자본시장의 통합과 분리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혹여 그 이면에 명목으로나마 부산에 본사를 둔 KRX를 형해화하고 서울 거래소로 자본시장의 무게를 옮기려는 시도는 없는지 강력히 따져야 할 이유다. 이 정도면 주식 거래 관련 대통령 참석 기념행사를 부산의 KRX 본사가 아니라 여의도에서만 해 온 것으로는 모자라는 세력이 존재하는 건 아닌가 싶다.
2026-02-1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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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대 증원, 소모적 갈등 접고 지역 필수의료 강화의 길로
정부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 늘리기로 결정했다. 특히 신설 정원은 모두 10년 의무 복무 조건의 지역의사제 전형으로 선발된다. 이 계획대로라면 지역에는 모두 3342명의 지역의사가 배출된다. 이는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국가 의료 정책이 전환되는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점은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 시절 ‘2000명 증원’ 강행으로 응급의료가 마비되는 혼란을 경험했던 국민은 의정 갈등 시즌2 재연을 걱정하고 있다. 의사 증원 논의는 지역 필수의료를 되살리려 시작된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 따르면 2040년에 부족한 의사 수는 최대 1만 1000명이다. 추계위는 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지난해 설치된 독립 심의 기구다. 정부와 의료 공급자·수요자 등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는 추계위 논의를 근거로 2027~2031년 의대 증원을 추산했다. 이번 증원안은 정부와 보건 전문가, 의료 수요·공급 단체들이 두루 참가해 숙의 끝에 도출된 결과다. 특히 증원 대상이 비수도권 대학의 지역의사제 전형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의 대승적 수용이 절실하다. 지방 병원의 인력난, 특히 소아청소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기피 진료과의 붕괴 위기를 고려하면 늦었지만 필요한 조치다.
의사 단체들은 지역의사제 도입이 의대 정원 확대의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식의 의심 속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 나아가 추계위의 의사 부족 예측마저 부정한다. 하지만 추계위에는 의협을 비롯한 공급자 위원이 다수여서 반대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의사라는 직역은 단지 전문직이 아니라 국민 생명을 다루는 공적 책임이 따르는 영역이다. 기득권 수호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비친다면 사회적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사실 정부는 의료계 반발을 고려해 공공의료사관학교 정원을 제외하는 등 증원 규모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도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지방 의료 공백을 막는 대책을 내놓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
정책의 성공은 운영의 내실에 달려 있다. 지방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지역 필수의료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수련 병원이 부족해 수도권에 의존한다면 무늬만 지방 필수의료가 된다. 또 교육 인프라의 확충, 기피 과목에 대한 보상 구조, 장기 복무를 유인할 정주 여건 개선 등 지역의 제도와 환경 설계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정부는 무조건 강행하기보다는 의료계를 끝까지 설득하고 지방 의료 개혁에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의사 단체 역시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의대 증원은 의료 체계 개편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소모적 갈등의 고리를 끊고, 지역 필수의료 회복이라는 본래 목적에 집중할 때다.
2026-02-1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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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라지는 어린이집 0세반… 이러니 애를 안 낳을 수밖에
정부는 올해부터 저출생 대책으로 ‘어린이집 0세반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0세반 보육교사 1인당 담당하는 영아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것이다. 사업 취지는 좋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서는 0세반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부산일보〉가 부산 지역 16개 구·군 국공립어린이집 333곳의 0세 원생 모집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대비 0세반 정원이 없거나 줄인 곳이 148곳으로 전체의 44%에 달했다. 그 결과 대기 인원이 무려 300명이 넘는 곳도 있다. 양질의 교육과 돌봄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 오히려 부모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셈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이 0세반 운영을 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이유는 예산 부담 때문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에 대한 정부의 지침을 따르려면 기존 0세반 전담 교사 수를 늘려야 한다. 기존 0세 원생이 12명이었던 곳은 전담 교사가 4명만 있어도 됐지만, 바뀐 지침으로는 교사가 2명 더 필요하다. 0세 원생을 1명만 늘려도 교사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 부산 지역 0세 원생 월평균 등록비는 58만 4000원 수준이다. 반면 교사 1인당 인건비는 통상 약 300만 원이다. 0세반 전담 교사 1명당 인건비 8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지만, 정원과 교사 수를 늘릴수록 어린이집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0세반 개설을 최소화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0세는 양육자의 손이 가장 많이 가며, 아동 성장과 발달에 중요한 첫 단계다. 출산 공백기를 딛고 사회생활로 복귀하려는 부모의 심적 부담도 매우 높아지는 때다. 이 시점에서 보육 문제를 해결해 줄 0세반 어린이집이 모자란다면, 특히 맞벌이 부모들은 더욱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조부모 등 주변 사람들에게 양육을 의존하거나 베이비시터를 수소문하며 높은 육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사업’이 아직 법적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개선책을 빨리 찾는 것이 시급하다. 모든 영아가 양질의 배움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사업 취지를 다시 곱씹어봐야 한다.
국내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명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인구 절벽의 위기 속에서 정부는 매년 천문학적인 저출산 예산을 투입해 왔다. 그런데도 0세 아동을 제대로 맡길 곳이 부족하다니 정책이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0세반 운영의 축소는 보육 인프라 부족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저출생 현상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국비 지원, 시간제 보육 프로그램 확대 등 0세 아동 돌봄 인프라 강화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준다’는 믿음조차 주지 못한다면 누가 애를 낳겠는가.
2026-02-11 [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