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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라이즈사업, 지역 맞춤형 혁신이 성공의 열쇠
저출생과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 위험이 현실화하는 지금,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이하 라이즈)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부산은 지속적인 청년층 유출과 고령 인구 비중의 증가로 인한 활력 저하가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에 부산시는 내년 초에 시행될 라이즈사업을 앞두고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BISTEP)과 협력하여 지역 대학과 지자체 간 연계 방안을 논의하며 초기 성공 사례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라이즈사업은 지역 대학을 혁신의 중심에 두고 지역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상호 성장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대학의 자율성 보장, 자원 배분의 공정성 강화,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이라는 도전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지자체 중심으로 진행되는 라이즈사업은 대학이 협소한 틀에 갇힐 위험성을 안고 있다. 지자체마다 정책 목표가 다르기에, 대학이 이를 초월하지 못하면 지역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 제한된 목표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가 특정 분야에만 집중한다면 자원과 인재가 한쪽으로 쏠려 다변화된 인재를 요구하는 미래 사회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이 독자적 특성과 비전을 실현하도록 정책적 유연성을 보장해야 하며, 대학과 지자체 간 협력은 상호 존중과 균형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여러 개의 세부 과제로 구조화된 라이즈사업의 운영 방식 또한 주요 과제로 지적된다. 사전에 정의된 틀은 대학의 창의적 접근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심지어 라이즈사업이 기존의 링크(LINC, 산학협력)나 RIS(지역혁신)사업보다 더 구속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자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본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각 대학마다 고유한 특성과 필요가 다르므로,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 방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예산 배분 문제는 라이즈사업의 성공을 좌우할 핵심 요소다. 지역 대학들은 오랜 기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에 시달린 까닭에 대학재정 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모두가 공감하지 않은 평가지표와 경쟁 중심의 예산 배분 체계는 대학 간 협력을 약화시키고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역 발전을 저해하고, 대학의 생존 전략이 공동 이익보다 우선시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지자체는 예산 배분과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대학 간 신뢰 기반의 협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은 지역 특성과 강점을 반영해 미래 산업을 선도하고, 지역사회와 긴밀히 연계해 공동 목표를 설정하는 상생 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라이즈사업에서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적 파트너십은 필수적이다. 과거 경험에 따르면, 지자체가 지나치게 주도권을 행사할 경우 대학은 지자체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그동안 여러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와의 불통을 호소하면서 지자체·대학 간 진정한 소통과 협업이 절실하다는 대학 책임자들의 목소리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는 대학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야 마땅하다. 대학도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지역 산업과 연결되며, 독자적 비전을 통해 특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부산은 우수한 산업·교육적 인프라와 자원을 바탕으로 라이즈사업을 통해 지역 혁신의 선도적 사례를 만들어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라이즈사업이 단순히 정부의 지원사업을 재현하는 데 그친다면, 기존의 재정지원 방식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이는 지자체의 주도적 역할이 약화되고, 대학이 독립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대학은 라이즈를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체계로 인식해야 한다. 이는 대학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며 지역 맞춤형 혁신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궁극적으로 라이즈사업은 지자체, 대학, 정부가 삼위일체로 합심하여 지역 특색에 맞는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하는 체계를 마련해야만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부산은 대한민국 고등교육과 지역 혁신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선도하는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2024-12-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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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글로벌 커피 도시로 떠오르는 부산
한국 제2 도시이자 최대 무역항을 가진 부산이 세계적인 스페셜티 커피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946년 부산항을 통해 브라질 커피가 처음 수입된 이후, 한국의 커피 산업은 꾸준한 성장을 지속했다. 2022년 기준으로 전국에 약 10만 개의 커피 전문점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편의점 수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2023년에는 부산항을 통해 19만 3000톤의 커피가 수입되어 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부산은 단순한 커피 소비를 넘어 수입, 유통, 로스팅, 카페 운영 등 커피 산업 전반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세계 최대 커피 전시회인 ‘월드 오브 커피(World of Coffee)’와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이 지난 5월 1일부터 4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렸다. 세계적인 두 국제 행사가 스페셜티 커피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개최된 것이다. 이는 부산이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도약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유명 바리스타 활약에 커피 문화 형성
민관 협력으로 세계적 커피 도시 부상
단순 소비 넘어 유통 등 산업화 이뤄져
일자리 창출·청년층 유입 효과도 생겨
일관된 행정 지원·지역 업체 개발 필요
부산 커피 산업이 이 같은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요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 국가대표급 바리스타들의 활약이다.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세계적인 바리스타들의 활약을 통해 커피 품질과 기술의 향상을 선도하고 있다. 모모스커피의 전주연 바리스타는 아홉 번의 도전 끝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2019년 미국 보스턴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바리스타 대회는 커피 선별부터 로스팅, 추출, 창의적인 음료 개발까지 다양한 기술력을 겨루는 자리로, 각국의 커피 산업을 대표하고 있다. 호주의 폴 바셋, 미국의 마이클 필립스와 같은 전 세계 대회 우승자들은 커피 산업 전반을 성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전주연 바리스타 또한 세계 대회 우승 이후 외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모모스커피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집중하면서 부산 지역 바리스타들의 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부산의 바리스타들은 기술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커피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을 꼽자면, 커피 산업의 성장과 함께하는 지역 커피 문화의 발전과 구도심의 성장이다.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지역 젊은 층의 일자리 확대와 구도심의 안정적인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부산의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지역 사회의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고품질 일거리를 제공했고, 전국의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 부산으로 이주하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형성했다. 전주연 바리스타의 우승 이후, 부산의 바리스타들이 한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전국의 수많은 프로페셔널 바리스타들이 앞다투어 부산으로 취업을 위해 이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베르크커피와 히떼커피와 같은 지역 기반 독립 스페셜티 커피 매장의 발전과 함께 부산 구도심인 전포동이 미국 뉴욕의 소호, 샌프란시스코 미션지구, 서울 성수동에 필적하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 지역으로 성장하였다.
세 번째는 민관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커피 산업 육성이다. 부산시는 박형준 시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2022년 전국 최초로 ‘커피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지역 커피 산업 육성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부산항을 중심으로 유통망 혁신, 빅데이터 기반 생두 품질 검증, 다양한 커피축제 개최 등 커피 산업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부산 커피 산업의 입체적인 성장은 단순한 관광지로 커피 도시를 지향하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특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2024년 국가대표 바리스타 임정환 씨의 에어리커피, 한국 최초의 세계 컵테이스터 챔피언 문헌관 바리스타의 먼스커피,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최재영 바리스타의 노프로그램커피가 부산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부산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신규 저품질 업체의 출현과 지역 커피 산업을 훼손하는 일부 행정 규제들이 우려스럽다. 커피 도시를 지향하던 일부 지역들이 행정 지원의 일관성 부족과 지역 업체 개발 소홀 등에 따라 쇠퇴하고 있다. 부산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세계 최고의 커피 도시로 더욱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2024-11-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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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의 신세계: 미래 바꾸려고 과거로 돌아갈 건가?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대통령이 가진 글로벌 영향력과 역할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이처럼 중요한 자리이지만, 미국의 구식 선거제도는 단 일곱 개의 경합 주에서 4년 동안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책임질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세계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면 마땅히 한국, 일본, 서유럽 등 우방국에게도 선거인단이 배정되어야 한다”는 지인의 의견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게 슬픈 현실이다. 어찌 되었든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된 이상, 그의 정책이 미국을 넘어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인의 첫 번째 관심은 그가 공언한 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종결지을까?’ 하는 점이다. 트럼프의 전쟁 종결 방안은 매파 현실주의자들의 해결책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는데, 이것을 인정하고 여기에 비무장지대를 조성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20년간 불허한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응하지 않으면 무기 공급을 중단한다.” 이러한 트럼프의 종전 방안은 약소국을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하찮은’ 동맹국, ‘나쁜’ 자선단체, ‘비대한’ 국제조직에 돈 쓰는 것을 혐오하는 사업가이다. 그의 눈에 우크라이나는 전략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별 볼일 없는 국가일 뿐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확장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은 어떠한가? 우리 입장에서 한미동맹은 피를 나눈 혈맹이지만, 트럼프는 돈을 지불하지 못하면 주한미군을 축소 내지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이 한국을 방위하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의 세계 패권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명심하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세계인의 두 번째 관심사는 트럼프의 대외경제 정책이다. 트럼프는 관세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묘사할 정도로 관세를 중시한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제품은 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언했다.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 한국의 대미, 대중 중간재 수출도 타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만약 트럼프가 모든 국가에 보편적 관세를 부과한다면, 다른 국가 역시 이에 대응하여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깨지고 세계경제는 블록화, 보호무역으로 돌아설 수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미국은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도입하여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대해 유럽 국가들도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제 무역은 급격히 감소했다.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세계경제는 축소되었고, 일부 국가들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팽창주의와 군사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만주와 동남아시아를 침략했고, 독일은 유사한 논리로 유럽에서 생활권(lebensraum·레벤스라움)을 찾아 나섰다.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적 갈등이 주요 국가들의 군사적 충돌로 이어져 2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방지하는 대신 자유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브레튼우즈 체제 및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등 다양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에 옮겼다. 경제적 상호의존을 통해 세계평화를 유지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바탕으로 세계를 경영했다. 이러한 자유주의 기조는 민주당 혹은 공화당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래서 미국의 대외정책은 연속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한 트럼프의 대외정책은 바로 이러한 규칙 기반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1930년대 과거의 보호무역주의로 되돌아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위대했던 진짜 이유는 국제사회에 많은 공공재를 공급했기 때문이다. 즉, 단기적 이익보다는 자유무역과 평화에 기반한 국제체제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맏형 역할을 한 게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트럼프의 자기 이익을 좇는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유리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미국의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미국 스스로 세계의 지도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길이 될 것이다.
2024-11-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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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는 도시가 되는 방법
지난 8월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유엔사무국을 방문해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도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유엔사무국은 사무국뿐만 아니라 호텔, 주택, 학교가 들어있는 작은 도시였다. 1978년 건립돼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등 주요 국제기구가 있어서 실무자, 자원봉사자, 각국 대표단 등의 다양한 회의와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었다. 세계에서 모인 인재 약 5000명이 일하고 연간 12만 7000명이 방문을 한다고 한다. 이곳이 빈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마이스(MICE) 산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부산에서 펼쳐지면 얼마나 좋을까.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부산에서 세계인들이 모여 지구에서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공동 노력과 해법을 논의를 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있을 때 2029년 개항할 가덕신공항과 관광·마이스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이 국제기구를 갖춘다면 ‘글로벌 허브도시’라는 거대한 변화의 파도 위에 하루빨리 올라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싶다. 무엇보다도 부산은 국제기구에 가장 적합하고, 국제기구가 필요한 도시다.
최근 부산의 글로벌 허브도시 추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 2월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 원도심인 북항 재개발 지역을 글로벌 허브도시의 핵심인 국제업무 지구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2027년까지 해양레포츠 단지, 오페라하우스, 수변 테마파크 등 해양관광 시설을 갖추고 상업, 문화, 국제행사가 결합된 1단계 국제기구 개발을 추진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기술과 어젠다가 등장할 때 관성을 떨쳐내고 모험과 도전이 필요하다. 도시도 매우 유사하다. 도시 기능의 탈바꿈을 위해서는 우리가 하지 않았던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엔사무국을 부산에 유치하면 어떨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핵심기관으로 해양환경 관련 국제기구를 상정해 보았다. 유엔이 2015년부터 SDGs(지속가능 개발 목표)를 채택해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과도 부합된다. 부산은 동삼혁신지구에 다양한 해양 관련 기구가 집중돼 있고, 한국해양대와 부경대에 해양·수산·물류 관련 수많은 전문가들이 있는 도시여서 적합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미국 뉴욕 유엔본부와 함께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아프리카 나이로비에 각각 유엔사무국이 있다. 해양과 관련해서는 영국 런런에 국제해사기구(IMO)가 있지만,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에는 유엔사무국이 없다. 아시아·태평양 일대 인류의 공동 자산인 바다를 관리하는 사무국을 부산에 설치해 해양환경과 해양안전, 물류 분야의 국제 협력을 강화하는 국제기구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유엔녹색기후기금(GCF)이 10년째 운영 중이고 직·간접 효과가 연간 1000억 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제 무역과 해상 운송의 중심지인 부산을 가진 한국이 IMO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을 생각할 때 부산의 국제 해양기구 유치는 필요하다.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는 부산에서는 지난 24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19일간 세계 평화의 소중함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생각해 보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 ‘유엔위크’가 열리고 있다. 다음 달 11일에는 유엔참전용사를 기리는 국제 추모식 ‘턴 투워드 부산’이 거행된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는 부산이 유엔 관련 국제기구 유치를 통해 과거의 공간이 아니라 미래의 공간, 평화·공존·배려·존중을 이야기하는 국제적 도시로 전환할 때이다. 평화와 인권에 이어 지속가능한 미래 환경, 인류의 공동 자원인 해양의 환경성 등을 논의할 수 있는 도시가 부산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북항 재개발 사업지는 국제기구 설립에 적합하다.
빈의 유엔사무국은 1년에 1유로의 점용료를 오스트리아 정부에 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에 국제기구를 쉽게 유치하는 방안을 담은 규정을 두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일들이 실현되어 부산이 국제적인 경제·관광·마이스 중심지로 기능할 때 세계적 추세인 변화의 파도에 쉽게 올라탈 수 있을 것이다.
2024-10-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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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시바 일본 총리 취임과 지역발 한일 관계
지난 1일 일본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취임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의원 중 역사 문제에 대해 비교적 진보적인 입장을 취해 온 인물로,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이 한국에 명확한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이 한일 갈등의 원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물론 비주류인 그가 이제 총리 자리에 올라 당내 취약한 기반과 자민당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앞으로도 일관되게 진보적인 행보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4일 이시바 총리의 국회 소신 표명 연설과 10일 라오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발언을 볼 때, 그가 한일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입장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양국 외교 당국은 각각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다. 이미 한일포럼, 한일신비전포럼, 한일대학총장포럼 등 양국의 다양한 대화체들이 적극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거론된 주요 제안을 정리해 보면,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진일보시킨 새로운 선언의 준비, 출입국 절차 간소화, 양국 대학생 간 자유로운 이동과 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한일판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창설 등이 있다. 이러한 제안들은 양국 관계를 ‘지속가능한’ 관계로 격상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실제 정책화를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이 중 상호 입국 심사 간소화는 라오스에서 열린 윤석열-이시바 정상회담에서 논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모두 중앙 주도의 제안에 머물러 있어, 지역 차원의 제언은 부족한 상황이라 아쉽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부산이 적어도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마침 18~19일 이틀간 제17회 ‘부산-후쿠오카포럼’이 부산에서 개최된다. 이 포럼은 2006년 ‘부산과 후쿠오카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만들어보자’는 비전으로 출발한 민간 제언 기구로, 그간 두 도시 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포럼 설립 이후 양 도시 소재 대학 간 컨소시엄 설립(2008년), ‘부산-후쿠오카 우정의 해’ 지정(2009년), ‘양 도시 저널리스트 포럼’ 개최(2015년)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뤄냈다. 올여름에는 ‘부산-후쿠오카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실시해 젊은 세대 간 교류의 장을 확대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이번 부산 포럼에서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진일보시킬 영향력 있는 부산발 정책 제언이 다수 나왔으면 좋겠다. 이미 ‘양 도시 연계 국제 관광 프로그램 개발’, ‘해양 환경 보호 프로젝트를 위한 공동 투자와 연구’, ‘국경을 초월한 지산학 연계’, ‘아시아 벤처 벨리 설치’, ‘양 지역 대학 간 공유 대학 설치’, ‘김해공항과 후쿠오카공항의 일본인, 한국인 전용 통로 설치를 통한 출입국 간소화 시범 실시’, ‘내년 부산-오사카 크루즈 선상 정상회담 개최와 오사카 엑스포 개막식 함께 참석’ 등 그간 이런저런 기회에 제안된 여러 아이디어가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심도 있게 토의해 부산발 제안으로 채택하면 좋겠다.
특히 돗토리현 출신인 이시바 총리는 지방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10년 전 제2차 아베 정권에서 초대 지방창생담당상을 지냈으며, 총리 취임 후 첫 일성으로 “지방이야말로 성장의 주역”이라고 강조하며 ‘지방창생 2.0’을 시작하기 위해 지방창생 교부금을 두 배로 늘리고, ‘새로운 지방 경제·생활환경 창생본부’를 창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으로서는 이시바 총리의 이러한 지방에 대한 높은 관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도 ‘이제는 지방 시대’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다.
부산이 한일 관계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책 수립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는 도시 외교의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한일 관계와 지역 창생을 중시하는 이시바 총리의 탄생은 지역이 주도하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형성에 매우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2024-10-1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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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 경제 기초 살리는 전환점
내년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는 협동조합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결정이다. 협동조합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부문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포용적 개발을 추진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 달성에 기여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 ‘세계협동조합의 날’ 기념식을 갖고 협동조합의 역할과 가치를 알리고 있다.
전 세계에는 약 300만 개 협동조합이 있다. 이들 협동조합은 취업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협동조합은 그동안 재생에너지 생산과 유통, 공정무역, 금융협동조합을 통한 금융 접근성 증진 등 다방면으로 공헌해 왔다. 또 이윤 추구와 함께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사회 발전, 환경적 책임을 목표로 한다.
협동조합은 지역 풀뿌리 경제 핵심
각국·세계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
내년 유엔 지정 ‘세계협동조합의 해’
지역 경제 살리는 조합 활성화 절실
정부 제도·재정적 전폭 지원 있어야
하지만 국내에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지 12년이 지난 현재, 정량적 성과는 이뤘으나 정성적 발전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규모로 운영되는 현재의 협동조합들을 업종별로 규모화하는 정책과 장기 저리 융자 정책을 통해 경제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동일 업종 협동조합들도 상호 연대를 강화하고 자본력을 증대시킬 필요가 있다.
신용사업만 운영하고 있는 개별법 협동조합인 신협은 경제사업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신협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본법 협동조합과 이종 협동조합(연합회)을 구성하고, 신협과 협력해 경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상호 협력과 자본 활용의 시너지를 창출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영업 비율이 매우 높아 경제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법 협동조합 활성화와 정부 지원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는 게 절실하다. 미국 썬키스트, 스페인 몬드라곤, 스위스 미그로스 등 세계적인 협동조합 기업은 협동조합 모델을 성공적으로 적용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들 사례는 우리에게 협동조합의 가치와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같은 성공을 위해 협동조합 구성원과 정부가 알아야 할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그 가치와 원칙을 강조하며 구성원들의 참여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수행 중인 협동조합 관련 업무를 기획재정부 산하 기본법협동조합진흥원(가칭)으로 이관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협동조합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개별법 협동조합 초창기 지원책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런 노력이 있어야 협동조합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둘째,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으로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제공해 협동조합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다른 협동조합과의 협력을 통해 자원을 공유하고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겠다. 이종 협동조합(연합회)의 자본력을 적극 활용해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넷째, 경쟁력 강화를 위해 AI(인공지능) 시대에 맞춘 혁신과 최신 기술 채택으로 혁신적 사업 모델을 발굴할 필요도 있다.
이들 전략은 협동조합이 지역 사회와 경제에 더 큰 기여를 하는 데 필수적이다. 협동조합이 지역 풀뿌리 경제의 핵심인 까닭이다. 협동조합의 성공은 구성원들의 참여와 헌신에 달려 있고, 이들은 지역 사회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내수 부진으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럴 때 협동조합이 지역 경제 활성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다면 우리 경제의 기초를 살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정책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정부가 전담 기관을 설립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 협동조합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가 협동조합의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전폭 지원하길 바란다. 협동조합들도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협동조합이 경제 주체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2024-10-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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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산, 바이오필릭 시티로의 전환
지난달 11일 끝난 파리 올림픽에서 파리시는 새로운 경기장이나 관련 시설들을 만드는 대신 여러 도시 공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는 문화와 스포츠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경험의 장으로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처럼 도시와 공간이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것은 전 세계 도시 개발 및 계획의 동향이다.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는 무엇인가? 부산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도시와 공간의 계획 방식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부산시는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바이오필릭 시티 네트워크’ 회원도시로 인증받았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1984년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에서 생명의 바이오(Bio)와 사랑을 뜻하는 필리아(Philia)를 결합한 단어, 바이오필리아 개념을 도시계획에 접목한 모델이다. 바이오필릭 시티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개념으로, 자연 요소를 도시 공간에 통합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둔다. 바이오필릭 시티 개념을 적용한 훌륭한 사례로는 싱가포르 정원도시 개념, 프랑스의 15분 도시계획 등이 있다.
바이오필릭 시티가 도시 규모의 계획이라면, 바이오필리아에서 확산된 바이오필릭 디자인은 건축과 공간 스케일에 적용된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의 핵심은 직접적 자연과 간접적 자연 요소를 공간에 통합해 자연환경과의 연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편안함과 생리적,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직접적 자연은 식물, 물, 햇빛 등 자연의 물리적 요소를 포함하며, 간접적 자연은 자연의 형태와 패턴, 색상, 질감 등을 통해 구현된다.
특히 바다와 강, 산지 등 풍족한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부산은 바이오필릭 시티로서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산과 하천을 활용해 생태공원과 녹지공간을 확장하고 시민들이 자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의 도시이다. 또한 자연과의 접촉은 시민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부산시는 바이오필릭 시티 도시계획과 함께 바이오필릭 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건축물과 공공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건물 옥상이나 발코니에 정원을 조성하고, 공원 내에 자연친화적인 놀이 공간을 설계함으로써 시민들이 자연 가까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 부산을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 수 있다.
필자는 부산시가 새로운 택지 개발이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때 바이오필릭 시티와 디자인의 개념이 적용된 프랑스의 생태지구 개념을 도입하길 권한다. 생태지구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관점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고 조직된 개발 방향을 지향한다. 또 콤팩트한 건축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높은 생태 면적률과 생물종 다양성을 확보한 정원과 공원을 포함한다. 건축물들은 지속 가능한 토지 이용계획에 기반해 다양한 건축미를 자랑하며, 생태 네트워크를 통해 조화로운 도시 경관을 형성하는 단순한 개발을 넘어 환경과 사람, 도시가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생태지구 개념은 부산시가 고민하는 많은 재건축·재개발 구역에 적용될 수 있다. 각 지역의 생태적 특성을 반영한 개발계획도 수립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고, 바이오필릭 시티 철학에 기반한 도시 및 공간계획을 추진하는 특별건축구역 지역을 지정해 부산만의 생태지구, 나아가 부산만의 바이오필릭 시티 브랜드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와 프랑스 파리 등이 바이오필릭 시티와 바이오필릭 디자인 도시로 나아가는 과정은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가 심각한 현대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전환은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 부산만의 공간적 가치와 자연조건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미래형 도시 개발로서 부산만의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따라서 부산은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며, 미래 지향적 도시 모델인 바이오필릭 시티로서의 가능성을 실현해 나가야 하겠다. 이런 노력이 부산을 더 매력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형 도시로 만들 것이다.
2024-09-1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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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가 살길
성직자들은 일상의 기도는 물론 어떤 목적을 가지고 하는 특별기도가 끝날 때 반드시 축원을 한다. 축원이란 자기가 믿고 의지하는 신앙의 대상에게 원하는 일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일종의 청원이다. 필자도 기도 때마다 하는 두 가지 축원이 있다.
첫 번째는 남한과 북한의 빠른 통일을 축원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가(靈駕, 죽은 이) 축원이다. 영가 축원은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남한과 북한의 미발굴 영혼에 대한 축원이다. 통일에 대한 축원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출가할 때 종단에서 배운 축원이 지금까지 이어온 경우이고, 미발굴 영혼에 대한 축원은 경기도 파주 북중군묘지, 일명 적군묘지를 다녀온 이후 추가된 것이다.
지구촌 2개 전쟁에 인명 피해 극심
남북한 대치한 한반도 긴장감 고조
국내 여야 정치권은 국론 분열시켜
평화·통일 위해 결속하고 화합해야
이게 성직자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
필자는 한국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전후 세대이다. 하지만 통일에 대한 축원이 1998년 출가 당시까지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첫 번째 축원이 된 것을 보면 승속을 떠나 우리 민족에게 통일은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지상 과제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10여 년 전 지인 요청으로 한국전쟁 당시 적군인 북한군과 중공군 묘지에서 기도할 때 무척 마음이 아팠다. 민주주의나 공산주의가 뭔지도 모르는, 피어나지 못한 많은 청춘들이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다.
두 가지 축원이지만 사실은 전쟁, 특히 한국전쟁이라는 한 가지 사건을 주제로 하고 있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수많은 병사들과 일반인들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목표로 살아간다. ‘살아야 한다’와 ‘행복하게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며, 대부분 종교에서 추구하는 ‘영원한 삶’조차도 같은 맥락일 터이다. 영적인 삶은 그만두고라도 육신의 생존은 모든 생명체가 추구하는 바이다. 그런데 노화나 자연재해 같은 불가항력적인 요인을 제외하면 인위로 인간의 생명을 대량으로 빼앗는 합법적 수단이 바로 전쟁이다.
문제는 한반도 또한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대륙의 끝이자 해양의 시작이라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진영 간 이념 대립, 미국·러시아·중국·일본이라는 강대국들의 복잡한 손익계산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객관적인 데이터만 보면 한반도의 전쟁 발발은 기우로 보인다. 하지만 역사 속 많은 전쟁이 예기치 않은 우발적인 사건이나 위정자의 잘못된 일시적 판단에 의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북한 김정은은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 푸틴, 중국 시진핑, 일본 기시다 등 자국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한반도의 전쟁 발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우리만 잘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전쟁 역시 주변국들의 이데올로기 충돌과 김일성의 오판에 의해 일어난 비극이었다. 당시에도 설마설마했지만, 설마가 수많은 사람을 잡았던 것이다.
전쟁과 관련해 “늙은이가 책상에서 결정하면 젊은이가 들판에서 죽는다”는 옛말이 있다. 젊은 군인뿐 아니라 여성, 어린이, 노약자도 전쟁의 피해를 본다. 전쟁에 있어 좋은 명분이란 한낱 사치다. 전쟁영화에 나오는 러브스토리나 영웅담, 휴머니즘 따위는 그것이 제아무리 애틋하고 용맹스럽고 숭고하다고 해도 전쟁 없는 평범한 일상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우리는 수많은 외침에도 한민족의 정체성과 영토를 잘 지켜왔다. 하지만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그 요인은 언제나 내부 갈등과 분열이다. 고조선이 중국 한무제의 침략에 멸망할 때 우거왕을 죽인 신하 참(參)이 있었다. 고구려 멸망에 연개소문 아들들의 권력다툼이 있었고, 백제 멸망에도 의자왕을 배반한 예식진 장군이 있었다.
우방만 믿고 절대적으로 의지해도 안 될 것이며, 내부 분열로 외부 적들에게 오판의 기회를 줘서도 안 된다. 그것이 진정 우리가 살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민을 화합시켜야 할 정치권이 되레 국론을 분열시킨다. ‘인사가 만사’이므로 대통령은 국민의 소리를 잘 경청해 올바른 인사를 임명하고, 야권도 역사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지 말고 진정성을 갖고 대해야 한다.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 탓에 걱정이 크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2024-09-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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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 마약 문제를 통해 본 삶의 진짜 문제들
요즘 마약 관련 뉴스가 자주 나온다. 예전처럼 일부 연예인이나 고위층 자녀의 일이 아니라, 대학생들이 동아리에서 마약을 함께 투약하거나, 중·고등학생들이 SNS를 통해 마약을 사고팔다가 적발된 이야기 등이다. 마약이 일상을 파고들고 마약 사범 연령이 낮아지는 추세다.
예전에 마약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상담하면, 대부분 중년 남성이었고 마약 관련 전과가 많았다. 사용하는 약물도 필로폰으로 알려진 메스암페타민 하나였다. 지금은 약물 관련 교육과 상담에 오는 사람들이 주로 20~30대이고 전과가 없는 이가 많으며, 사용 약물도 다양하다. 그만큼 마약 구입이 쉬워졌으며, 유혹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단지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에 마약 사용자와 약물 중독자들이 많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사회에 드러나는 문제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과 방향에 관해 살펴보았으면 한다.
약물 중독을 비롯한 거의 모든 중독은 고립의 병이라고 할 수 있다. 고립됐기 때문에 중독에 빠지고, 중독에 빠지다 보니 다른 관계들이 끊어져 혼자되는 병이 중독이다. 단순히 술을 많이 마시고 도박을 좋아한다고 해서 다 중독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음주나 도박, 약물 사용이 중독으로 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 여기에는 유전적인 이유도 있고 사회 학습적인 원인도 있겠지만, 혼자 어려움을 해결하고 기분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거나 혼자 해결하는 것을 더 선호할수록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한 우리 사회는 여전히 혼자 지내며 스스로 감정적 어려움을 달래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혼밥, 혼술이라는 말이 생기고, 혼자서 잘 살아가는 것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중독의 대상이 되는 물질이나 행동은 친구나 가족, 혹은 연인보다 더 친밀하고 더 애착이 가는 대상이 된다. 자기가 겪는 어려움을 즉각 달래주고,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계속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이 되는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게 된다. 달리 말하면 중독의 대상과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독을 애착장애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중독에서의 회복은 끊는 게 아니라 끊어진 걸 다시 잇는 것이다. 단주, 단약, 단도박이 아니라 친구와 가족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시 사랑을 주고받으며 사는 삶, 더불어 사는 삶이 회복의 삶이다.
또 하나 중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가 점점 더 빠르고 확실한 결과를 원한다는 점이다. 요즘 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를 내게 꼽으라면, ‘단기, 속성, 100% 확실’이라 말하고 싶다. 사람을 모집하는 곳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들일 터이다. 중독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속도이다. 내가 얻고자 하는 기분이나 결과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야 중독성이 있다. 술을 마셨는데 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4시간 정도라면 아마 술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것이다.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을 했는데 1년이나 뒤에야 결과를 알 수 있다면 흥미가 없어질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기분과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게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모두가 빨리 되는 것을 원한다.
돈을 빨리 벌려고 하고, 원하는 것도 가능한 한 빨리 얻고 싶어 한다. 그렇게 남들보다 빨리 얻은 것을 성공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빨리 지나다가 보면 당연히 놓치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천천히 걸어가면 보이는 것들이 차를 타고 빨리 갈 때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중독은 내리막길에서 뛰는 것과 같다. 처음에는 자기 발로 뛰지만,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면 발이 저절로 움직인다. 속도가 붙으면 자기가 뛰는 속도를 조절하기 어렵다. 조절력의 상실이야말로 중독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삶의 속도를 자기가 조절하려면 삶의 순간순간에 멈춰야만 한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왜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아니라 왜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삶의 방법보다 더 중요한 건 삶의 의미이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과 성공의 방법만을 찾다가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2024-08-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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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한민국 지키고 키운 부산, 다시 기회의 땅으로
정부 발표를 손꼽아 기다린 지 한 달이 넘어서야 낭보가 들려왔다. 지난달 25일 부산이 7개 광역지자체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글로벌 창업허브’로 선정됐다. 이는 부산시와 관계자 모두 최선을 다한 결과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동남권협의회도 꾸준히 북항에 창업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해온 터라 더욱 반가운 소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부산항 북항 1부두를 서울 홍익대 인근과 함께 세계 창업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부산시는 국비 126억 원 등 318억 원을 들여 북항 1부두 물류창고를 개축해 2026년 상반기 중 ‘글로벌 창업허브 부산’을 개소하게 된다.
부산은 6년 전 전국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기업지원센터를 영도에 유치했다. 이곳은 전국 8개 센터 중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2020년에는 부산이 5년간 1500억 원이 투입되는 국내 유일 국제관광도시로도 선정돼 외국인 전용 관광패스인 ‘비짓부산패스’를 선보이는 등 국제적 관광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글로벌 창업허브 선정은 디캠프 스타트업 부산라운지, 산업은행 동남권투자금융센터의 개소에 이어 부산이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를 지킨 피란수도인 부산과 고도 경제성장의 수출 전진기지였던 부산항 1부두가 다시 한번 기회의 땅이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2015년부터 부산에서 운영된 ‘미래전략캠퍼스’가 중요하게 다룬 내용이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다. 그동안 조영태 서울대 교수 등 인구 분야 전문가들의 주제발표를 통해 인구가 줄어들 미래와 대응 방안을 고민했지만, 현실적인 해법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부산은 현재 인구가 328만 명인데, 매년 2만 명가량 줄고 있으며 2035년 200만 명대가 될 전망이다. 매년 1만 명 가까운 부산 청년이 수도권 등지로 빠져나가는데, 단순한 계산으로 2조 원 정도의 경제인구가 매년 유출되는 셈이다. 부산시 1년 예산이 15조 원이고 부산교육청이 5조 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손실이다. 게다가 1만 명이면 매년 9000억 원 이상의 생산인구로 활동할 수 있는 지역 인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정도면 부산 10대 기업이 매년 1개씩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올해는 코스포 동남권협의회 창립 5주년이다. 이보다 앞서 2016년 출범한 코스포는 8년간 전국 회원사 2300개가 넘는 한국 대표 스타트업 단체로 자리 잡았다.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 회원사도 370개로 크게 늘었다. 스타트업은 왜 모여야 시너지가 날까? 젊은 창업가들은 오늘 만나서 의기투합하면 내일 바로 실행하는 사람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 일단 해보고 빠르게 수정하는 점이 특징이다. 성공한 스타트업 대부분은 그렇게 성장해 왔다. 남들보다 2배 빠르게, 2배 많이 일하며 4배속으로 성장한다. 시장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하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함으로써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 부산에서 시작된 브이드림, 센디, 푸드팡이 그런 스타트업이다. 기존 방식대로 하면 새로운 기회는 없다.
교육, 부동산, 정치 등 어느 것 하나 변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개인도 오랜 습관을 바꾸려면 상당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데, 국가는 오죽하겠는가. 멀리서 보이던 급커브길이 이제 코앞이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버스의 핸들을 바른 방향으로 잘 잡지 않으면 낭패가 예상된다. 자칫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도 있다. 더 늦기 전에 커브길에 대비해 불편함과 고통을 감수하고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 스타트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경제성장을 목표로 살아온 세대와 태어나면서 휴대폰을 쥐고 자란 세대가 공존한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세대 간, 산업 간 갈등이 심하다. 이제 부산 북항에서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며 우리 미래가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 이를 위해 북항 1부두에 들어설 글로벌 창업허브의 성공이 요구된다. 여기에 스타트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민관협력이 필수적이다. 핀란드의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 ‘슬러시’,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컴업’을 봐도 민간 주도가 답이다. 1부두가 수많은 창업가가 몰려들어 부산과 경제를 발전시키는 세계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길 바란다.
2024-08-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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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덕신공항과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에 거는 기대
미국과 중국, 동남아, 유럽으로 기항하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주 항로에 위치한 부산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해운·항만·물류 중심도시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고 있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 70% 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데다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 환적화물 처리기지로 명성을 얻고 있다. 여기에 가덕신공항 건설이 2029년 말 개항을 목표로 올해 착공하게 됨에 따라 부산이 세계적인 육해공 복합물류 중심지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31일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이 부산지역 여야 국회의원 18명의 이름으로 발의됐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으나 폐기됐다가 22대 국회가 시작되자 ‘부산 여야 의원 협치법안 1호’로 다시 발의된 것이다. 부산을 물류·금융·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특구 지정과 특례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돼 부산이 세계적인 물류 중추 허브도시로 우뚝 설 날을 기대한다.
필자는 평생을 바다와 함께 살아온 해양인이다. 1980년 미국 해운선사의 파나맥스 선박에서 한국 최연소(27세) 상선 선장이 됐으며, 부산항 도선사로도 20년 이상 활동했다. 부산항도선사회 회장 시절인 2005년 부산 신항이 처음 개장할 때부터 국내외 선주들에게 ‘안전한 항만’이라는 굳건한 신뢰감을 심어주고 신항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항만을 이용하는 선사들은 기항지를 선택할 경우 시설 같은 물리적 요인도 보지만 항만 서비스의 질을 최우선시한다.
대규모 첨단 항만시설을 갖춘 부산 신항의 경우 인근에 국제공항인 가덕신공항이 개항하게 되면 최첨단 복합물류 시스템이 구비되는 셈이어서 차별화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부산항은 중국의 경쟁 항만들보다 더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며 세계 최상위권 메가 허브항으로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차질 없이 추진돼 하루빨리 개항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도 부산항에는 여건상 대형 항만시설을 갖추기 힘든 일본의 환적화물이 몰리고 있다. 부산이 현재와 같이 1년 365일 쉴 새 없이 하루 24시간 하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뢰성 높은 글로벌 물류도시라는 명성을 지속적으로 쌓아 나간다면 세계 1위 싱가포르항을 능가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유럽 최대 무역항으로 발돋움한 네덜란드 로테르담이 세계 시장의 중심부에 위치하게 된 사례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반경 480km 이내에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있어 유럽 최대 환적항으로 자리매김했다. 로테르담항 배후에는 화물의 보관, 분류, 포장, 집화, 배송을 위한 대규모 물류단지도 조성돼 있다. 이 단지는 도로, 철도, 내륙 수로 등 복합물류 시스템 강화를 통해 유럽은 물론 세계 주요 도시와도 원활하게 연결된다는 게 경쟁력이다. 이같이 세계적인 물류 허브도시들은 항만이 공항과 철도, 고속도로망으로 잘 연결돼 있다.
특히 싱가포르항과 홍콩항은 대형 항만시설을 바탕으로 복합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세계적인 메가 허브항으로 발전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제벨 알리항 역시 전략적인 공항 개발과 복합물류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공항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며 세계적인 자유무역 물류 허브항으로 급성장한 경우다.
부산도 가덕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싱가포르항 등 세계 굴지의 항만이 걸어간 성장 패턴을 따라 해상, 항공, 육상까지 막힘없이 연결하는 복합물류 체계를 갖추면 머지않아 글로벌 허브도시의 위용을 갖게 될 것이다. 부산 신항과 가덕신공항이 연계성을 극대화할 경우 신항 주변은 국제적인 투자처로 새롭게 인기를 끌며 부산과 국가의 발전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에도 크게 한몫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희망적인 전망을 뒷받침하며 현실화하기 위한 것이 바로 부산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다. 따라서 여야가 국회를 정상화해 특별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키울 특별법안 통과가 328만 부산시민의 간절한 염원 중 하나임을 정치권은 알아야 한다.
2024-07-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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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산 소멸 해소책, 제대로 된 진단이 먼저다
6월 28일 부산이 전국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들어섰다는 발표로 부산시민은 충격에 빠졌다. 1995년 388만 명을 넘던 인구가 2023년 329만 명으로 감소하는 등 지속해 줄고 있다. 하루 평균 출생아 수가 2014년 71.8명에서 2023년 35.3명으로 줄어든 것도 문제이지만, 하루 평균 혼인 건수는 2014년 51.9건에서 2023년 28.3건으로 급감한 데다 매년 일자리 구하기 등을 위해 10만 명 이상이 부산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이런 서글픈 지역 현실에 대해 부산시가 인식하고 있는 수준은 어떨까? 이번 소멸위험단계 진입에 대해 박형준 부산시장은 고령층이 많다는 단순 평가로 소멸지역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부족한 면이 있고 청년들의 타지 유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소멸위험 지표가 나왔을 때 부산 시정을 책임지는 시장이라면 시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는 사과를 먼저 해야 도리가 아닐까! 우리나라 고용·노동 분야의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으로 1988년 설립돼 수많은 연구를 축적해 온 권위 있는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지표를 박 시장이 다른 근거나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발언은 공무원으로서도 한때 연구자였던 사람으로서도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청년 유출 감소로 보는 견해 또한 박 시장의 임기가 아닌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이고 2022년보다 2023년과 2024년의 청년 유출은 증가추세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왜곡된 해석이다. 부산시와 시장의 통계 수치에 대한 아전인수격 해석은 이번 경우뿐만은 아니지만, 부산 소멸이라는 심각한 상황 앞에서도 이런 인식을 한다는 것도 문제이다. 이래서는 적절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부산시의 여러 대책 중 인구 유입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을 유치하겠다는 방안은 지역소멸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한 대책으로 보기 힘들다. 부산 외부에서 노동자와 청년을 유입하는 정책을 펴기 전 부산지역 노동자와 청년을 위한 정책이 먼저이다.
부산의 노동자와 청년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취업하고 싶은 곳 즉 양질의 일자리와 적절한 임금이다. 먼저 고용과 관련된 통계를 보면 2023년 부산의 고용률은 57.7%로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고 전국 평균 62.6%에 비해서도 낮다. 그리고 부산 실업률은 3.1%로 전국 평균 2.7%보다 높다. 이는 부산의 일자리가 부족하거나 고용 여건이 다른 시도보다 열악하다는 뜻이다. 이에 더해 민선 8기 들어 경영 효율화 즉 공공기관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통폐합을 추진함으로써 공공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마저 줄어들었다.
일자리만큼 중요한 임금을 보면 공공기관의 생활임금이 부산은 2024년 시급 1만 1350원, 월급 237만 2150원이다. 이에 따라 2023년과 2024년 각각 1.9%, 2.5% 상승에 그쳐 부산은 올해 기준 17개 광역시도 중 임금은 10번째, 상승률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2023년 부산의 월평균 임금 수준도 269만 원으로 전국 광역시도 중 5번째로 낮은 데다 전국 평균 임금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어 심각한 실정이다.
좋은 일자리, 적절한 임금 다음으로 돌봄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아동과 청소년, 노인에 대한 돌봄이 가족에게만 맡겨지는 한편 돌봄에 큰 비용이 발생해 혼인과 출산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 돌봄이라는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어야 결혼과 출산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산에 일자리, 임금, 돌봄 등 사회적 안전망 등이 튼튼하게 갖춰지지 않는다면 부산을 떠나는 사람을 막거나 타지인과 외국인을 부산으로 끌어들이기는 힘들다. 부산시가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지금까지 추진해 온 각종 정책과 사업의 결과가 현재의 소멸위험단계라면 지금이라도 부산시 정책을 되돌아보고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아파트가 들어설 곳에 기업을 유치하거나 시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환경을 훼손하는 교량과 터널 대신에 대중교통 중심의 도로 계획을 세우고, 보여주기식 이벤트와 협약 체결보다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예산을 대거 편성하는 등 지금까지와 다른 행정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부산은 노인과 텅 빈 아파트의 도시로 전락할 것이다.
2024-07-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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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누가 청년들을 '그냥 쉬게' 만드는가
지난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에 “그냥 쉰다”는 청년이 무려 40만 명이나 된다. 멀쩡한 청년들이 도대체 왜 ‘그냥 쉬고’ 있는 걸까. 게을러서? 노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피상적으로만 생각한다면 당신은 게으르다. 희망이 없으니 차라리 그냥 쉬고 있는 것이다. 이미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지 오래인 그들이다. 열심히 일하면 정말로 미래가 달라지는가? 노력하면 정말로 그만큼 보상받게 되는가?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하던 시절은 사실 오래전에 끝났다. ‘노오력’은 진즉에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청년들만 이런 포기와 체념의 정서에 젖어있는 게 아니다. 당장 부산의 대표적인 상권이라는 금정구 부산대 앞이나 부산진구 서면에 나가보면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거리 곳곳에서 빈 점포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영업이 극히 부진해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가게도 많다. 이 정도면 상권 붕괴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또 왜 그만두는 걸까. 마찬가지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는 생활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역에서 더욱더 심각하다. 지방소멸의 위기감 앞에서 전국의 지자체들도 최선을 다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왜 잘 안되는 걸까. 왜 2% 부족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 걸까. 아마도 시대정신이라고 해도 좋을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산업화 시기에 매력적인 도시는 일자리가 많은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보다는 나의 노력이 그만큼의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화폐나 토지 같은 물질적 자본의 가치도 교양, 이야기, 관계 등으로 구성된 비물질적 자본의 가치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비물질적 자본의 핵심에 ‘신뢰’가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 매력적인 도시는 단순히 일자리가 많은, 돈만 많은 졸부 같은 도시가 아니라 개방성과 다양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신뢰자본이 풍부한 도시라는 얘기다.
이는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수백 년 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의 결과로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혁신을 선도했다. 수십 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도 신뢰를 기반으로 모인 창의적 인재들로 역사를 바꾸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성공한 도시라면 어디든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한 만큼 보상을 받으리라는 믿음, 즉 도시의 신뢰자본이 탄탄했다. 이때의 보상이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사회적 인정, 지위, 존경 등 다양한 비물질적 보상도 포함된다.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돈 발렌타인은 1972년 벤처 투자회사 세콰이어 캐피탈을 창업하면서 “나무보다는 그 나무가 충분히 자랄 수 있도록 큰 땅을 만드는 게 먼저”라고 했다. 그가 초기에 투자한 회사들은 실제로 큰 땅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애플, 구글, 유튜브, 엔비디아, 페이팔, 에어비엔비 같은 글로벌 회사들이다. 핵심은 신뢰다.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신뢰가 구축되면 ‘그냥 쉬던’ 청년들도 기꺼이 몸을 일으켜 다시 사회로 나올 것이다. 줄줄이 폐업하던 자영업자들도 다시 힘을 내 일상을 꾸려갈 것이다.
부산도 이 격변의 시대에 한 단계 도약하려면 경제적 자본만큼이나 문화자본, 나아가 신뢰자본을 적극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내가 만났던 재능 있는 청년들 중 상당수는 아쉽게도 부산을 떠났다. 지역에서 열심히 해도 인정받기 어렵다고, 어쩌다 일이 잘 돼도 공을 가로채려는 사람들만 가득하다고 한탄하던 그들의 목소리가 아프게 떠오른다.
당장 ‘법정 문화도시’ 1기로 그동안 전국의 주목을 받으며 큰 성과를 보여준 영도문화도시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업을 마무리한다고 들었다. 이후에 어떤 모습으로 이 성과들을 이어갈 것인지도 주목된다. 열심히 해도 남는 게 없다는 경험이 반복되면 지역 청년들은 한창 인생을 갈아 넣어 경험을 쌓고 실력도 길러야 할 황금 같은 시기라는 걸 알면서도 다시 체념한 채 ‘그냥 쉬는’ 길을 택할 것이다. 신뢰자본 도시 부산을 희망한다.
2024-06-2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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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여름에도 기부가 필요한 이유
최근 며칠간 영남지역 곳곳에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에 본격적인 여름을 느낄 것이다. 필자는 부산의 출퇴근길에서 또 다른 여름을 느낀다. 그것은 설렘과 들썩임이다. 버스나 지하철에는 크고 작은 여행 가방을 소지한 외지인과 외국인들이 기대감에 상기된 표정으로 저마다 들썩인다. 그들의 설렘에 버스와 지하철이 들썩이고 부산도 들썩인다. 지하철 전동차 내부는 시원한 바다 사진으로 래핑돼 설렘의 절정을 이루는 듯하다. 이를 본 외지 사람들의 “부산 사람은 좋겠다”는 말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부산의 여름은 이같이 설렘을 안고 방문한 관광객들로 시작되고, 부산도 다양한 축제를 준비한다. 전국 대표 피서지인 해운대해수욕장과 서핑 명소인 송정해수욕장은 이달부터 부분 개장했다.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콘서트, 가요제, 페스티벌 등의 명칭으로 다양한 행사가 이어질 것이다. 부산은 그야말로 여름 내내 축제의 장을 이루지 싶다.
이러한 축제 속에 부산사랑의열매(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함께하고자 한다. 바로 나눔의 축제다. ‘우리 부산 희망 여름 착! 착! 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 속에 힘들어하는 소외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나눔의 캠페인이다.
즐거운 기부, 즐기며 기부하는 것을 퍼네이션이라고 한다. 재미(Fun)와 기부(Donation)가 결합된 말이다. 얼마를 기부하느냐보다 어떻게 기부하느냐에 맞춰 기부금의 규모에 관계없이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며 기부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걸을 때마다 쌓인 금액을 기부하거나 게임을 통해 기부하는 것, 동호회 등 취미생활을 하며 함께 기부를 하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기념하기 위해 팬클럽에서 기부하는 것이 그런 방법이다. 사랑의열매도 MZ세대 사이에 유행하는 셀프 포토부스인 ‘열매네컷’을 운영하며 퍼네이션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흔히 기부는 추운 겨울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실제 공동모금회에도 겨울에 가장 많은 기부금이 모인다. 평소 기부에 관심이 없던 이들도 한 해를 마감하며, 혹은 새해를 맞아 한 번쯤은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겨울 칼바람만큼이나 무서운 게 한여름 폭염과 폭우다. 폭염은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에 꽤나 폭력적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근년의 폭염은 실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여름 엄청난 폭염과 폭우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런 기후변화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더욱 잔인하다.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쪽방촌에는 선풍기마저 둘 자리가 없고, 좁은 방에서 주야로 그저 더위에 지쳐 쓰러져 잠들기를 바라는 이들이 너무 많다.
부산사랑의열매는 6월 1일부터 7월 15일까지 45일간 ‘생활 속 기부로 온 시민의 행복한 여름나기’라는 슬로건으로 ‘우리 부산 희망 여름 착! 착! 착!’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폭력적인 여름이 아닌 시원하고 축제 같은 여름, 축제의 부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서다. 슬로건처럼 생활 속에서 기부에 동참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자영업자가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착한 가게’, 직장인이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는 ‘착한 일터’, 개인이 1년에 100만 원 이상 기부하는 ‘나눔리더’, 단체와 동호회 등에서 3년 이내 1000만 원 이상 기부하는 ‘나눔리더스클럽’, 기업이 3년 이내 1억 원 이상 기부하는 ‘나눔명문기업’, 개인이 5년 이내 1억 원 이상 기부하는 ‘아너소사이어티’ 등이 있다. 이 외에도 ARS(060-700-0077) 전화와 QR코드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성금은 안전, 돌봄, 교육 분야 지원에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용될 것이다. 하절기 에너지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위생·안전 취약계층의 환경 개선을 돕는 등 어려운 이웃들의 일상에 필요한 지원을 신속·정확하게 펼칠 계획이다. 또 학생들의 여름방학 동안 격차 없는 공평한 기회 제공을 위한 디지털 튜터, 기초학력 증진 등 변화한 지역사회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지원사업에도 노력할 것이다.
부산 시민들이 여름철 사랑의열매 기부금 모금 캠페인과 함께 소외된 이웃을 챙기면서 다 같이 폭염을 이겨내며 시원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여름이 되길 바란다.
2024-06-1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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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블루 이코노미'로 총진격하라!
페로제도(Faroe Islands)는 우리에게 매우 낯선 곳이다.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 북대서양에 있는 덴마크령의 화산섬 무리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섬의 하나다. 하늘과 바람과 파도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섬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페로제도가 최근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는 지역(핫 스폿)으로 떠올랐다. 이곳이 유럽에서 해양 신산업의 하나로 키우고 있는 해조류 양식 허브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10년 전 해초 생산업체인 오션 레인포레스트가 처음으로 식용 다시마 양식사업에 나선 이후 스타트업은 물론 글로벌 식품기업까지 해조류 양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페로제도를 비롯해 유럽 등지에서 해조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글로벌 해양 경제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해조류 양식업, 해양 신산업 각광
환경친화적 해양 자원 이용 위한 전략
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 모델로 확산 중
31일 ‘바다의 날’ 맞아 정책 변화 필요
새 바다 디자인 통해 성장동력 만들길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도 블루 이코노미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해양 경제 성장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블루 이코노미는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고, 해양 자원을 환경친화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새로운 경제·사회 체제를 말한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식량 안보, 에너지 보급, 환경 보호 등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지난해 블루 이코노미를 추진하는 핵심 전략의 하나로 ‘그린 딜’이라는 해조류 육성 산업을 들고나왔다. 블루 이코노미를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5억 유로(약 7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로드맵까지 그렸다.
미국과 캐나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미국은 2021년에 향후 5년 동안 시행할 블루 이코노미 전략 계획(2021∼2025년)을 수립했다. 캐나다도 지난해 ‘2040 블루 이코노미’ 전략을 만들어 해양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시 다지고 있다. 아시아의 해양 중심 국가를 지향하는 인도네시아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에 국가개발기획부 주도로 ‘블루 이코노미 로드맵’(2023∼2045년)을 설계했다. 이 로드맵을 통해 2045년까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해양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이런 가운데 5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31일 ‘바다의 날’을 맞는다. 이 법정 기념일이 1996년에 처음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29회를 맞이한다. 1994년 유엔 해양법 협약이 발효되고, 신라시대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淸海鎭)을 설치한 날을 기념해 만든 날이다. 해양수산부가 기념식을 성대하게 열고, 관련 기관단체들도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펼친다. 바다 관련 산업의 중요성과 의의를 높이고, 국민의 해양사상을 고취하며, 관계 종사자들의 노고를 위로할 목적에서다. 특히 국민들에게 해양의 가치를 일깨우며 해양 의식을 함양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다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 되짚어 볼 일이 있다. 바다의 날 기념식을 개최해 온 29년 동안 해양수산부의 위상이 과연 그만큼 강화되고, 해양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느냐 하는 부분이다. 통계조사 결과로는 국민들의 80%가량이 해양이 중요하다고 인식한다고 한다. 이 같은 사실은 해마다 거듭되는 설문조사의 응답 결과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국민들이 높게 인식하는 수치만큼 해양수산에 대한 국민들의 애정과 체감 온도가 크게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그동안 수많은 해양수산 정책과 계획이 나오고,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되어도 해양수산인이나 국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는 해양 경제 성장 모델을 바꿀 때가 됐다. 국민들이 해양수산에 대해 보다 잘 알 수 있고,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정책 전환의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판이하게 다른 시각에서 바다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대안의 하나로 ‘대한민국 블루 이코노미 그랜드 비전’을 제안한다. 때마침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최근 해양정책포럼에서 블루 이코노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우리 해양 경제의 성장동력을 다시 돌릴 때가 왔다.
2024-05-29 [1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