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앞세워 뭉치는 부산 친노…전대 결과가 부산 민주 세력 판도 바꾼다
정, 최고 투표율 부산서 경선 승리
노사모 기반 조직, 동원력 재확인
김민석 지지 부산 세력 결속 대응
전대 결과 따라 PK 주도권 재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김민석·정청래 당 대표 후보가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2차 TV 토론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울산·경남(PK) 친노계가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다시 결집하면서 세력 경쟁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았던 기간 친명(친이재명)계가 PK에서도 당내 주류로 부상한 뒤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친노 진영이 정청래 당대표 후보를 중심으로 존재감 회복에 나선 것이다. 다른 지역보다 정청래·김민석 후보 지지 진영의 대립 구도가 뚜렷한 PK에서는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지역 내 주도권과 향후 당내 세력 판도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응답하라! 호남인들이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영남의 깨시민(깨어있는 시민)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하러 간다”며 호남 당원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앞서 정 후보는 지난 3일에도 “부산·울산·경남과 충청의 노사모 회원들에게 부탁한다”며 “호남 지인들에게 전화해달라”고 호소했다.
정 후보가 PK 당원들의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배경에는 1주 차 경선에서 확인된 이 지역의 높은 참여도와 득표력이 자리하고 있다. 부산의 투표율은 62.37%로 1주차 경선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정 후보는 부산에서 1만 345표를 얻어 48.76%를 기록하며 9182표, 43.28%를 얻은 김민석 후보를 5.48%포인트(P) 차로 앞섰다. 경남에서도 정 후보는 1만 790표(46.08%)를 얻어 1만 156표(43.38%)를 얻은 김 후보를 상대로 2.70%P 차로 승리했다. 울산에서는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정치권에서는 부산과 경남의 경선 결과를 두고 노사모를 기반으로 한 옛 친노 세력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조직력과 동원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PK 친노·친문 세력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결집하며 다시 세력화에 나섰다. ‘미키루크’ 필명으로 알려진 이상호 전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을 중심으로 정 후보 지지세가 모이면서 PK 친노 조직의 건재함을 부각했다는 해석이다.
친노·친문 진영의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부산 친명계도 조직 결속을 다지며 맞서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친명계 인사인 김용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달 부산에서 연 당원 간담회에는 이재성 사하을 지역위원장과 유동철 수영 지역위원장, 이재용 금정 지역위원장, 이정식 연제 지역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재임 당시 영입됐거나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 활동한 부산 친명계로 꼽힌다.
이 같은 대립 구도는 최근 수년간 진행된 부산 민주당의 세력 재편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친노의 본산으로 평가받던 PK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았던 시절 신규 당원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존 권력 구도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24년 총선 당시 영입 인재였던 정치 신인 이재성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부산시당위원장에 선출된 것은 친명계 중심의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됐다.
이후 정청래 당대표가 선출된 뒤 치러진 지난해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는 친명 외곽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였던 유동철 수영 지역위원장이 컷오프되면서 이른바 ‘명청 갈등’이 부산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기도 했다. 친명계와 정 대표 측 사이의 긴장감이 이어져 온 상황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뒤로 물러섰던 친노·친문 진영까지 전면에 나서면서 PK 내 세력 경쟁이 한층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번 전당대회 결과는 PK 민주당 내부의 세력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 후보가 당대표에 선출될 경우 위축됐던 PK 친노·친문 진영의 정치적 입지가 다시 확대되고, 이들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김 후보가 승리하면 친명계 중심의 당내 질서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PK 친노 세력은 다시 후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당내 갈등을 얼마나 빠르게 봉합하느냐도 과제로 꼽힌다. 부산 지역위원장과 지방의원이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내부 갈등까지 표면화하는 모습이다. 부산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청래 후보와 김민석 후보 지지를 두고 지방의원뿐만 아니라 PK 당원들 갈등이 격화했는데 전당대회 이후 이를 봉합하고 지역 조직을 안정적으로 재정비할 시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