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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디지털 블루푸드 허브’로 가자
최근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 등의 이슈로 ‘식량안보’ ‘탄소 저감’ ‘물 부족’ 등을 포함한 지속 가능성 문제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2021년도 통합식량안보 기준분류(Integrated Food Security Phase Classification)에 따르면, 현재의 식량 위기 수준은 지난 5년간 최고치보다 약 25%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응해 유엔은 17가지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제시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식품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산물은 2021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학술지인 ‘Nature’에서 기존 농축산물 중심의 식량원을 대체할 수 있는 ‘블루푸드(Blue Food)’로 언급되며 주목받고 있다. ‘블루푸드’는 수산물을 활용한 식품을 의미하며, 자원의 다양성, 주요 단백질 공급원, 균형 잡힌 영양성으로 전 세계에서 주요 식품 공급원으로 기여해 왔다. 그러나 그 가치는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돼 왔다. 또 ‘블루푸드’는 다른 단백질 공급원인 축산물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환경 부담이 덜하며,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담수가 적어 물 자원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 더불어, 넓은 해양공간을 활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수산물은 부가가치가 낮고 환경변화에 민감하여 자원 수급의 어려움과 같은 한계가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적인 수산업과 수산가공업에 바이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로봇 등 4차 산업의 혁신 기술을 융·복합하는 ‘블루푸드테크(Blue Food-Tech)’로 발전하고 있다.
부산은 국내 수산식품산업의 중심지로 수산식품의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규모 면에서도 국내에서 절대적인 우위(생산량 1위, 종사자 1위, 업체 수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술적 수준에서는 최근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블루푸드테크’와 같은 혁신적인 변화는 더딘 실정이다. 지역의 대표적인 기반 산업인 수산식품산업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약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 혁신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블루푸드테크’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블루푸드테크’는 ‘블루푸드(Blue Food)’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수산식품의 생산-가공-유통-소비 전반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바이오 기술(B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술이다. △세포배양 식품 △식물성 대체식품 △간편 식품(HMR, 밀키트) △케어푸드(메디푸드, 개인맞춤형 식품, 고령친화식품 등) △스마트 식품 제조(로봇·자동화) △디지털 식품 이력 추적 △디지털 수산식품 유통(온라인 플랫폼) 등이 있다 . 우리나라의 4차산업혁신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식품산업에 4차산업기술을 접목한 푸드테크산업은 한국이 선도해 나갈 글로벌 신성장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수산식품의 글로벌 이슈는 수산식품의 이력과 안전관리다. 미국의 경우 ‘식품안전 현대화법(FSMA: Food Safety Modernization Act)’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US FDA)은 2026년 1월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농축수산식품 이력추적제도 의무화’를 시행한다. 이와 같은 국제규범 강화는 수산식품 교역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외에도, 불법·비보고·비규제(IUU·Illegal, Unreported, Unregulated) 어업국 수산물 및 수산식품 수입 거부’와 수산물에 대한 MSC(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와 ASC(수산양식관리협의회·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 인증, 미국의 포유류보호규제인 MMPA(·해양포유류보호법·Marine Mammal Protection ACT) 2026년 수입규제 시행 등 수산식품에 대한 이력 추적 강화 및 의무화는 글로벌 규범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부산은 동북아 수산물류 무역기지로서 러시아, 중국, 일본과 미국, 유럽의 중계 무역·환적지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부산으로 반입되는 수산식품에 대한 디지털 이력관리는 앞으로 수산식품에 대한 새로운 부가가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1대 국회에서 회기 종료로 아쉽게 폐기되었던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 연초 여야 국회의원 18명 전원 공동으로 참여해 1호 법안으로 재발의되었다. 특별법은 ‘글로벌 허브도시 기반’과 ‘생활환경 조성’ 두 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글로벌 허브도시 기반은 글로벌 물류거점, 글로벌 금융거점, 디지털·첨단산업 거점 조성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부산이 가진 그리고 부산만이 잘할 수 있는 산업이 전통과 역사, 지역기반산업으로 성장해 온 수산식품산업이다. 이제는 그곳에 부산이 가진 잠재적인 첨단역량을 모두 집중해 ‘디지털 기반 블루푸드 플랫폼’을 조성해야 한다. 부산에서 반출입되는 수산식품에 대한 디지털 이력관리와 국제거래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세계는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수산식품 원료 확보를 위해 부산으로 모여들 것이 자명하다.
세계는 지금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글로벌 아젠다를 지향하고 있어 향후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누가 얼마나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믿을 수 있는 원료를 확보하는가?’ 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산이 지향하는 ‘글로벌 허브도시!’ ‘글로벌 블루푸드 플랫폼 조성’으로 가장 먼저 도전해 보자.
2024-11-2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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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복지에서도 서울은 넘사벽인가
한때 서면에 부산을 상징하는 백화점이 하나 있었다. 1983년 문을 연 태화쇼핑이다. 그 앞에서 사람을 만났고 어린 시절 그곳에서 부모님이 옷이라도 하나 사주면 며칠을 학교에서 자랑했다. 하지만 1995년 서울의 대형 백화점이 들어오면서 점점 외면받기 시작했다. 태화 살리기 시민운동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결국 2001년 10월 문을 닫았다.
굳이 한 백화점의 추억을 꺼내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문제점 중 대표적인 것이 서울과 지역의 차이다. 정치, 경제, 교육, 의료 등 어느 하나 서울에 집중되지 않은 것이 없다. 청년들은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향한다. 환자는 삶을 연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서울행 기차에 오른다.
필자가 활동하는 사회복지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예컨대 기부금도 서울에 본부를 둔 대형 복지기관에 집중된다. 국세청 홈택스 자료를 보면 국내 1~3위 규모의 서울 복지기관 3곳이 작년에 기부금 7100억 원을 모금했다. 지역의 복지기관은 연간 몇천만 원 모금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의 대형 기관들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기부금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N사가 운영하는 모금 경로인 ‘해피빈’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 기관들이 등록한 모금 글에는 몇십만 원 기부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들 대형 기관 글에는 몇천만 원이 수월하게 모인다. 서울과 지역의 격차가 복지 영역에서도 벌어지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들 대형 기관에 기부하는 사람이 비단 서울 시민만은 아닐 것이다.
지역의 선한 재원을 지역의 이웃을 위해 집행될 수 있도록 시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복지기관이 지역에 뿌리내릴 방법은 없을까? 우선 시민이 공감하는 전문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운영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 기본일 터이다. 지역 복지계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필자가 알기로는 지역의 전문 복지기관들은 기본적으로 이것을 실천한다. 그럼에도 서울로 기부금이 집중되는 이유는 뭘까?
부산에서 출발한 기업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본사를 서울로 옮기는 현상을 우리는 쉽게 목격한다. 본사를 서울로 옮기니 소비자의 인식도 훨씬 나아지더라는 그들의 푸념을 듣노라면 뿌리 깊은 서울 중심적 사고를 절감한다.
그렇다고 지역 기관들이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필자가 활동하는 기관에는 이런 취지에 공감해 매월 몇천 원씩이라도 기부하는 시민들이 있다. 또 지역 아이들을 위한 사업에 쓰이기를 바라며 큰돈을 기부해 준 한의원 원장도 있다. 한 시민은 지역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에 대한 학습 후원 활동에 어머니 장례식 조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어려서 공부하지 못한 것을 늘 한스러워하던 모친의 뜻을 받든 것이다.
지역 복지기관들은 대개 정부 지원금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배분 사업에 목을 맨다. 기부가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몇몇 기관에만 집중된다고 “그 돈은 서울로 가니 기부하지 마시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론적이지만 시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문 복지기관을 지역사회에 정착시켜야 한다. 제대로 된 사업을 수행하며, 미담 등을 통해 지역 기관의 존재를 시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더불어 시민들도 지역 기관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을 활성화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지역이 먹고 살 수 없다고 푸념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2024-11-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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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니어 인적자본 이렇게 활용하자
덴마크에서는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이웃에서 빌려오라‘는 격언이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은 전쟁 중에 길을 잃으면 느리지만 지름길을 아는 늙은 말을 풀어 길을 찾게 했다. 이렇듯 나이 듦의 경험과 지혜를 공경하는 마음은 동서양이 비슷하다.
최근 국내·외 기업에서 60대 이상 시니어 직원들이 업무처리 속도는 조금 느려도 책임감과 성실성이 뛰어나 신규 채용 수요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국내 일부 젊은 층에서 노인은 빨리 죽어야 한다고 해서 노인들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청년과 노인세대 간뿐 아니라 노인과 노인 간 노·노 갈등 또한 심각하다. 여성 경로당에서는 화투 놀이, 말다툼으로 앙심을 품고 상주에서는 사이다, 봉화에서는 냉커피 안에 살충제를 섞은 음독 사건이 발생했다.
남성 노인들 간 갈등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때 서울 한 공원에서는 노인들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세 곳으로 구분해 노는데, 중도 성향의 가운데 그룹을 기준으로 좌우에 있는 진보와 보수 노인들 간에는 대화는 물론 담뱃불도 서로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국내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줄고 있고 65세 이상 인구는 급속히 증가하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노인 인적자본 활용에 대해 다 함께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일찍이 개방적 이민정책을 시행한 서방 선진국들이 현재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이민 유입 정책에 앞서 국내 시니어 인력을 적극 이용할 필요성이 있다. 시니어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핵심도구로 독서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일본 NHK 방송국이 노인 40만 명을 10년 이상 추적한 조사에서 건강수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생활 습관은 독서라고 결론 내렸다. 책을 좋아하는 노인들은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변화하는 사회적 현상에 쉽게 적응하여 우울증 등의 방지에도 큰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시·군·구 지자체가 현재 운영하는 노인 공공근로보다 한층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니어 인력 활용 정책을 제안한다. 노인복지관에 독서 동아리들이 활동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도서 구입비도 일부 보조해 주면 어떨까. 가능하면 동아리 회원은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노인들로 구성하면 좋겠다. 독서 후 토론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제도 개선책 등이 도출되면 지자체 아이디어 뱅크 사이트에 올리고 지자체는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하자.
이스라엘에서는 70대 창업도 흔하다고 한다. 청년들이 창업에 실패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경험 부족이다. 청년 창업에 전문 경험이 있는 시니어 인력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자체가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면 어떨까.
시골에서 성장한 70대 중반 이하의 건강한 도시 노인들은 농촌의 단순노동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농번기 일손이 부족한 인근 농촌에 하루 3~4시간 정도 일할 수 있게 교통편은 지자체가 제공해 도·농간 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하자. 국내 다수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인근 기업들이 단순 마무리 일감들을 도시 노인들이 모이는 마을회관 등에 운반해 와서 작업하면 어떨까.
그 밖에도 노·노 케어에 시니어 인력을 이용해 보자. 올바른 공동생활에 익숙해지도록 경로당에는 노인 자원봉사자를 모셔 유치원 이야기 할머니처럼 흥미 있는 대화와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좋을 듯하다. 건강한 노인들이 거동 불편한 노인들을 주기적으로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원봉사 활동도 해보자. 정부는 노인청을 신설하고 지자체는 노인 전담 부서를 만들어 시니어 인력 활용 정보 워크넷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아무튼 노인 문제의 본질은 노인에게 있고, 노인 문제 해결의 진정한 주역은 노인 자신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2024-11-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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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바람 나는 노후 만들어야
아침밥을 오전 7시쯤 먹는다. 정장(正裝)이 아니면 노타이로 현관문을 나간다. 출근하는 필자의 뒷모습을 보는 집사람은 좋아하는 눈치다. 점심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자유의 몸이 될 것 같으니 좋아하는 것 같다. 어쩌다 저녁 모임이나 직장 회식이 있는 날은 더욱 좋아한다. 이날 나는 ‘이식이’도 아닌 ‘일식이’가 된다. 향우, 학우들로부터 엿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나이를 먹은 아내들은 남편의 외출과 모임을 권유하거나 압박한다고도 한다. 그러니까 40, 50년을 아내, 엄마, 며느리로 살아온 그녀들도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지사(當然之事)일 것이다.
나이 들면 지식은 조금 모자라도 되지만, 지혜는 있어야 한다고 한다. 즉 나이에 얽매이지 말고 마음을 젊게, 밝게, 넓게 노후를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오전 9시 전 사무실에 도착해 복도와 계단을 청소한 후 업무를 시작한다. 아직도 직장에 출근하는 것을 집사람과 아이들도 좋아한다. 지인들과 향우들도 부러워한다. 나이 들어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저널리스트인 마티아스 이를레는 “나이 듦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버려라! 우리는 이전의 그 어느 세대보다 오랫동안 노인으로 살게 될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마티아스 이를레의 예언과 같이 지금 60, 70대는 앞으로 20년, 30년을 더 노인으로 살아가야 한다. 100세 시대에 어떻게 하면 두려움 없이 노후를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하고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몸은 늙어도 마음이 늙지 않는 삶을 배워야겠다. 정년으로 은퇴해도 젊은 시절에 출근하듯 가내(家內)에만 머무르지 말고 출가(出家)하면 어떨까? 복지관, 노인대학, 공원 등에서 많은 사람들과 친교(親交)함으로써 변화하는 시대에 신바람 나는 노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자녀들은 물론 국가와 사회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
노인의 여가문화와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즉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50, 60대들과 고령 노인들을 위한 생산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의 4고(苦)는 ‘빈고(貧苦)’와 ‘병고(病苦)’, 주위 사람들로부터 소외되는 ‘고독고(孤獨苦)’, 역할 상실에 따른 ‘무위고(無爲苦)’이다. 그러므로 노년의 4고(苦)를 탈피해야 노후가 행복할 수 있다. 나이 들어 겪는 가장 큰 서러움은 외로움과 쓸모없는 늙은이로 푸대접받는 일이다. 그러므로 노소(老少)를 막론하고 할 일과 갈 곳이 없고, 만날 사람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여든이 넘었지만 아직도 현역이다. 매일 직장으로 출근해 업무를 기획하고 집행하며 법인사업을 총괄한다. 또 관계 기관을 방문해 젊은 엘리트들과 노인복지 사업과 지원을 요청한다. 시민·여성·노인 단체들과 시민 운동은 물론 노인 권익 운동도 추진한다. 필자는 죽는 날까지 현역으로 건강하게 일하다가 이승을 하직하는 날이 퇴임일이기를 소망한다.
2024-11-1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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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적성검사는 안전한 부산 만드는 기본
올해 부산 지역 운전면허 적성검사(갱신) 대상자는 23만 7000명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 하지만 10월 말 현재 15만 6000명만 수검해 65%에 그치고 있다. 연말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8만 명 이상의 대상 인원이 적성검사를 미루고 있거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특히 매년 하반기에는 겨울 방학이 있어 운전면허 취득 인원까지 합쳐지는 점을 감안하면,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위해 시험장을 찾는 부산 시민의 불편은 가중될 것이다. 지난 10월 21일 1종 자동면허까지 신설되어 면허 취득 민원인이 연말에 더욱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고, 자율주행차가 운행된다고 하더라도 운전면허증은 언제나 지니고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편리하게 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미래가 오더라도 운전면허증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처음 운전면허증을 취득하였던 경험과 자동차를 구입하여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던 시절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운전면허증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업무의 성과를 올렸던 분들도 많이 있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는 면허증이기에 더욱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운전면허증은 취득한 지 10년째 되는 해에 적성검사(갱신)를 받아야 하고 그 기간은 1년이다. 10년째 되는 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이지만 많은 분들이 12월 마지막 날까지 기다리는 경우가 있다. 10년 동안 범칙금도 납부하고 교통사고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하면서 애증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처음 운전면허를 취득한 느낌으로 10년에 한번은 꼼꼼히 확인해봐야 할 시기가 되었다. 10년 동안 운전자의 얼굴이 변하듯이 신체와 정신도 변하기 마련이다. 운전면허증의 사진을 최근 사진으로 변경하고,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도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적성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제1종 면허는 기존 운전면허증, 최근 6개월 이내의 컬러사진 2장과 신체검사서가 필요하다. 제2종 면허는 기존 운전면허증과 최근 6개월 이내의 컬러사진 1장의 준비물이 필요하다. 기간 내 적성검사를 받지 않으면 과태료가 발생하고,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연말로 갈수록 면허시험장의 방문 대기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지금 적성검사를 받으면 10분 만에 가능하지만, 연말에 받으면 2시간 이상 소요된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더욱 편리하다. 굳이 시험장이나 경찰서를 방문하지 않아도 조건이 맞는다면 집에서도 편리하게 적성검사가 가능하다.
18세 이상의 부산 시민 대부분은 신분증으로 운전면허증을 사용하고 있다.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는 부산 시민의 안전운전 의식은 부산의 안전을 지키는 첨병이 되는 것이다.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는 것은 부산 시민의 의무다. 지금 남부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하면 10분이면 받을 수 있고, 온라인이라면 더욱 편리하게 새로운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도 있다. 부산 시민이 하루라도 빨리 적성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한 부산을 만들어 나가는 기본이 된다.
2024-11-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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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출입 물류의 심장, 해기사의 위기
우리나라는 조선업 세계 1위, 해운업 세계 4위, 무역 교역량 세계 8위 국가다. 해상 물동량은 연간 13억t에 이른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으로는 휴전선으로 막힌 사실상 섬나라다.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선박으로 운송한다. 무역 의존도도 75% 수준으로, 선진국의 30%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해운은 국가 경제의 대동맥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지원 속에 해운산업을 성장시켰고 그리스,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해운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해운산업 육성으로 항만 물류업(운송, 보관), 조선업, 해운 관련 서비스업도 동반 성장했다.
해기사는 해운산업의 가장 큰 축인 선박을 운영한다. ‘물류의 심장’과도 같다. 이들은 해양대와 해사고 등 전문 교육기관을 졸업하고 승선 근무와 면허 시험을 거쳐 선장, 기관장으로 진급하는 고급 인력이다.
오래전 해운회사 근무 때 선박 한 척의 재산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한 개) 컨테이너선을 기준으로 계산해 봤다. 그 결과 선박 가격 1000억 원과 선적된 화물 가격 5000억 원을 합한 총 6000억 원에 이르렀다. 세계 최대 규모 선박인 2만 4000TEU 컨테이너선의 가치는 무려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8~10명의 해기사는 이 막대한 재산을 안고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넘나든다. 해기사가 얼마나 중요한 국가적 자산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웃 일본은 한때 아시아 해운산업의 중심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인력 양성을 하지 못한 탓에 자국의 해기사 인력이 급격히 감소했다. 외항 선박 4000여 척을 보유한 세계 3위의 해운대국이지만, 해기사의 고령화와 젊은 인력 유입 부족으로 현재 단 2000명가량의 해기사만 보유하고 있다. 해운업을 제외한 선박 관리, 수리 등 연관 산업도 대부분 쇠퇴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해기사 양성은 인력 수급 문제를 넘어 해운 연관 산업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해운산업의 최대 수혜지 부산의 상황은 어떠한가. 해운업과 조선업의 발전은 부산항을 세계 7위 항만, 환적 화물 처리량 세계 2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또 선박의 기부속, 선박 연료유, 윤활유, 생활용품 등의 물품 공급업, 선원 교대에 수반되는 여행업, 숙박업 등을 성장시켰다.
다행히 한국은 아직 골든타임의 끝자락에 있다. 현재 한국 해기사는 승선 인원이 8000명이다. 해운 연관 산업에도 약 1만 명이 포진해 있다. 혹자는 ‘해기사가 부족하면 외국 선원을 쓰면 될 일이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외국 선원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이면 해운업은 유지할 수 있을지언정 해운 연관 산업의 내리막길을 막기 어렵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하루빨리 해기사 인력 양성 체계를 마련하고, 관련 지원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선 육·해상 해기사 인력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해 기존 인력의 유실을 막아야 한다. 둘째, 친환경 디지털 선박의 출현에 대비한 해기사 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선박 관리·수리·보급 산업 우대 지원, 해사법원 유치 등 해운 연관 산업 활성화로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운산업의 중심지임을 선포해야 한다. 넷째, 기존 해기사 양성 기관을 강력히 지원해 우수한 인력을 계속 배출해야 한다. 가령 글로컬대학 지정, 해사고 졸업생들의 학사 취득 패스트트랙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선원 기념관 건립, 해기사 기념 거리 지정 등으로 해기사 가치를 제고할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단편적인 노력으로 해기사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사회적으로는 해기사를 향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국가적으로는 관련 제도를 과감히 손봐야 한다. 해기사들도 자기 직업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 대한민국 경제의 주춧돌이 된 해기사가 앞으로도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 주기를 희망한다.
2024-11-0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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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토균형발전과 권한 이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지방자치 및 균형발전의 날을 맞아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지방시대 정부”라고 다시 강조하면서 “지역 균형발전과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여는 것이 국정 운영의 핵심 기조”라고 밝혔다. 또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분배해 주는 시대는 지났다고 하면서 권한과 책임의 무게 중심을 더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옮기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이날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성과를 거론하면서 대구·경북 행정 통합 합의를 끌어냈다는 점을 첫 번째로 언급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단순히 지방자치의 날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부가 대구·경북 행정 통합에 권한 및 재정 이양을 약속하고, 범정부 협의체를 구성해 지원하겠다며 의지를 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가 본격화하자 그동안 여러 차례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혀왔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언론, 학자들이 참여하는 지방분권전국회의도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대한민국 헌법을 개정해서 주거·교육·일자리·보건의료 등이 모두 몰려있는 수도권 집중을 타파하고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이루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 균형발전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중앙집권적 정부 정책과 수도권 중심적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균형발전을 끊임없이 외쳐온 여야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함께 나서 수도권의 기형적 발전과 비수도권의 지방 소멸을 막아야 한다.
한편으로는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 소멸의 국가적 위기 상황이 그만큼 엄중해지고 절박해졌다는 방증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수도권 초집중은 젊은이들이 대학과 일자리를 찾아 대거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만들고, 세계 최하위권의 출생률과 같은 망국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부울경 3개 시도를 비롯한 비수도권은 공통으로 청년 유출 및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잠재 성장력이 약화하고, 상당수 기초지자체가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서 부울경은 초광역 경제동맹을 결성했고, 부산·경남은 행정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부산·경남 행정 통합이든 대구·경북 행정 통합이든 상생과 협력을 통해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지만, 중앙정부로부터 현재와는 다른 권한과 재정을 받아야만 빠른 속도로 진척돼 효과를 낼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지방분권을 점진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일이다. 만약 적극적인 권한과 재정 지원이 있었다면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야심 차게 출범했던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도 중단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토 균형발전은 역대 정부가 수십 년간 앞에 내걸었던 국정 목표였으나, 제대로 실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부산이 앞장서서 수도권 규제를 위한 법을 만들어 놓아도 알게 모르게 규제를 완화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다. 비수도권의 지역 발전 사업은 이런저런 이유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늦춰지는 일이 다반사였고, 무산되는 발전 사업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차별 대우의 결과가 세계에서 유례없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과감한 권한 이양과 재정 지원을 약속하면서 ‘지방시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갑고, 또 큰 기대를 하게 된다. 부산·경남·울산이 하나로 힘을 합쳐 경제공동체로 만들고, 나아가 행정 통합을 이루어 수도권에 대응하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것은 지역의 오랜 염원이었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은 땀과 열정이 오랜 세월에 걸쳐 쌓여 있다. 부산·경남이 면밀한 준비와 과감한 추진력으로 권한과 재정을 대거 이양받아 하나가 되고, 울산도 동참해서 지방 시대와 균형 발전을 선도하기를 희망한다.
2024-11-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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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회동수원지가 중요한 이유
1930년대 후반 물 부족을 극복하고자 수영강 보조 수원지에 양수 시설을 설치·취수한 것이 부산 회동수원지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지속 가능한 가뭄 대책과 상수도 확장 사업의 일환으로 회동저수지 축조계획을 수립해 1946년 명장 정수장과 함께 준공됐다.
급격한 인구 증가에 따른 수돗물 수요를 맞추기 위해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여러 차례 확장 공사가 진행된 회동수원지는 송수관으로 이송되는 낙동강 원수를 저장해 하루 시설용량이 34만 t에 이르는 거대한 저수지가 되었다. 문헌마다 약간씩 수치가 다르지만, 현재 회동저수지는 집수면적 93.28㎢, 만수면적 217만 1000㎡, 총저수량 1850만 7000t, 유효저수량 1515만 3000t 규모이다. 둘레는 약 20km, 긴 쪽의 지름은 약 6km, 폭 2km의 인공 저수지이다. 취수구의 수문은 각각 해발 27m, 29m, 32m, 34m에 위치한 4개소가 있다. 저수지의 수위는 상시만수위가 35.8m, 저수위가 17.0m이며, 주변 88.5㎢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회동수원지 부근은 1964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며, 2010년 개방돼 관광 유원지로 시민의 출입이 늘어나고 있다.
2022년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된 환경부의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 따르면, 합천의 황강복류수 45만t, 창녕의 강변여과수 45만t 등 총 90만t을 개발해 경남 중동부에 48만t 우선 공급하고, 부산에 42만t을 공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부산시와 환경부는 부산 필요량 95만t 중 42만t을 제외한 나머지 53만t은 기존 물금매리취수장의 추가고도정수처리 43만t과 회동수원지를 개량하여 확보되는 10만t을 통해 안전한 먹는 물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그 후 여러 가지 여건 변화에 따른 조정이 지속되고 있지만, 부산시가 회동수원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10만t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부산의 수돗물 공급에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회동수원지가 계획된 취수원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현재 수원지 물 중 상당량을 낙동강 원수로 보충해 부족한 취수량을 채우고 있으며, 적절한 준설 관리가 되지 않아 상당량의 퇴적물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자체적으로 10만t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수질을 살펴보면, 집수구역에서 유입되는 수질은 공급되는 낙동강 원수보다는 대체로 좋으며, 저수지 내 퇴적물 중금속도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초과하는 항목은 없으나, 폐광산에 의한 중금속 용출 문제와 저수지 내 녹조 문제로 수돗물 원수로서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부산시도 강변여과수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며, 회동상수원보호구역의 관리 대책을 시행하는 등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도 올해 초 수위관측소를 신설해 자료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개략적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낙동강 원수의 보충이 없다면 회동수원지에서 안정적으로 취수할 수 있는 양은 약 7만t이며, 이는 부산시와 환경부가 합의한 10만t에는 미치지 못한다.
안전한 먹는 물 확보라는 부산 시민들의 오랜 소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회동수원지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문제, 강변여과수 문제, 저수지 녹조 및 준설 문제, 회동저수지의 정확한 현재 제원 파악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고 이해관계는 복잡하다. 부산시의 관심, 전문가들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 제공, 부산 시민들의 혜안이 요구된다.
2024-11-0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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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물산업 클러스터 유치 필요성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물자원 관리에 큰 도전과제가 되고 있다. 세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물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유엔은 2050년까지 물수요가 40% 이상 증가할 것이며, 전체 인구 4분의 1 이상이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에 살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산업은 물의 공급, 정수, 배급, 폐수처리 및 물 관련 서비스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산업이다. 물산업 발전을 위해 조성하는 물산업 클러스터는 물 관련기업, 연구기관, 정부기관 등이 집합하여 상호 협력하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공간이다. 대전과 대구에 물산업 클러스터가 있지만 담수를 대상으로 물관리, 물기술 관련 서비스 분야의 혁신과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천혜의 자연 바다에 연한 부산에서 인류의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해수담수화는 안정적인 수자원 공급을 하기 위한 훌륭한 대안이다. 담수화 설비는 지구상의 물 중 97.5%나 되는 해수를 인류 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게 하는 경제적인 방법이다.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만드는 설비로서 지표수에서 생산하는 담수에 비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부산 물산업 클러스터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단가를 줄일 수 있다면 매년 15%씩 성장하는 18조 원의 해양 담수화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또 담수화 과정에서 발생한 농축수를 수전해하여 수소를 생산한다면 미래에너지인 청정수소 생산국이 되고, 연간 1조 달러의 수소시장에서 10%만 차지해도 연간 140조 원의 생산가치를 국가 경제에 제공하게 될 것이다. 2050년경 세계는 수소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약 18%를 차지하며 연간 2조 5000억 달러의 시장가치와 함께 일자리 3000만 개가 창출될 것이다. 수소생산, 저장 및 운송 등 인프라 산업시장이 새로 생겨나고 수소 전기차를 중심으로 열차, 선박, 드론, 건설기계 등 모든 운송 분야에서도 새로운 수소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국내 기존 물산업 클러스터와 차별화된 부산 물산업 클러스터는 해수담수화 기술고도화, 수소생산 실증화, 농축수 활용 및 정화기술개발, 초순수 생산시스템 연구, 녹조제어/관리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이 되고 국가 재정이 과학기술에서 창출되는 시대에서 핵심 연구시설이 될 것이다. 또 고용 창출과 기업 공생 발전에 기여하고 담수화 물산업 기술 혁신 허브로 조성할 수 있다. 해수담수화 전문 인적 자원을 육성해 혁신 첨단 산업체를 유치하고 지역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미국이 세계 최고 과학국가가 된 계기는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기술 산업 클러스터로 기업의 이주와 진입을 활성화하고 신규 기술 개발을 촉진한 것이다. 이는 지역산업 고용을 증가와 신생기업 탄생으로 이어졌다. 또, 정부연구소, 대기업, 스타트업으로 이어지는 기술생태계 구축에 기여했다. 구체적으로 테슬라는 2009년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4억 6500만 달러의 대출보증을 받아 전기차 배터리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확립하고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혁신했다. 또 미국 내 전기차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2022년 미국 정부는 반도체 및 과학법을 제정하고 반도체 제조 및 연구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미국이 기술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세계 지식 재산기구(WIPO)는 2023년 과학기술클러스터를 발표했는데 서울 3위, 대전 18위, 부산 74위, 대구 91위의 순위로 나타났다. 조사된 131개국 중 중국(24개), 미국(21개), 독일(9개), 한국(4개) 순으로 발표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대전에 훨씬 못 미치는 과학기술도시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부산 물산업 클러스터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과 자금을 제공해 혁신과 연구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2024-10-3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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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늙는다는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한동네에 오래 살다 보니 동네 목욕탕에 가면 함께 나이 들어가는 중년, 노년의 익숙한 분들을 뵙게 된다. 어떤 할머니는 나이보다 젊게 살아가고, 어떤 할머니는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 이 중에서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할머니 두 분이 계시는 데 5살 연상의 선배 언니 할머니가 훨씬 더 젊어 보여 늘 신기하게 느껴졌다. 선배 할머니는 자전거를 타고 목욕탕을 오셔서 호탕하게 늘 웃으시며 다니는데, 후배 할머니는 허리를 숙이고 매번 힘들게 ‘아이고’ 소리를 연신 하시면서 목욕만 겨우 하고 다니신다.
연상되는 유명한 실험연구 하나가 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엘렌 랭어 박사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가 그것이다. 마음을 20년 전으로 되돌리면 몸도 그것을 반영할 수 있을까? 연구자는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노인들이 20년 전에 시청했던 뉴스, 영화, 공간적 배경을 똑같이 해서 한적한 수도원에서 일주일 동안 20년 전과 똑같이 젊게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20년 전처럼 모든 배경을 꾸며놓고 그들이 20년 전으로 돌아가 이 시간이 현재인 것 같이 행동할 것, 그리고 20년 전의 영화와 뉴스를 시청하고 청소, 설거지, 집안일을 스스로 할 것이 실험전 연구참여 조건이었다. 놀랍게도 혼자 짐을 나르는 일조차 어려워하던 노인들은 일주일 후 눈에 띄게 활력을 되찾았으며, 신체 기능도 확실히 좋아졌다.
자녀를 늦게 출산한 부모들이 일찍 결혼해서 출산한 부모들보다 건강하게 오래 장수한다는 연구 또한 비슷한 사례이다. 노산한 부모들은 자녀를 양육하면서 그들보다 나이가 어린 부모들과 함께 양육 시기를 보내면서 또래보다 젊게 그들의 뇌와 정서를 활성화시킨다. 이들의 신체나 뇌 기능 등이 일찍 자녀를 출산한 부모보다 건강한 사례는 몸과 마음이 노화와 연결돼 있음을 입증한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집중’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의식을 집중해서 노화와 육체의 한계에 수긍하는 삶이 아닌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음을 인지하며 주체적으로 살아가길 권한다.
어느 곳에나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의료계는 과학을 토대로 수많은 결정을 내리지만, 과학적 연구는 확고한 진실이 아닌 더 나은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탐색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의 책임자로서 내 몸의 변화를 관찰하고 계속 의료진들과 소통해야 한다. 노인에 대한 편견은 무의식적이고 사회적이다. 대개 노인은 건망증이 있고, 행동이 굼뜨며, 고집이 세다고 여겨지지만 인간은 본래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어느 연령층에나 행동이 굼뜬 사람은 존재한다. 고집은 어린아이도, 젊은이도, 중년도 모두 세다.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말이 있다. 노화는 곧 질병이라는 생각 탓이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늙는다는 사실이 착각에 불과하다면,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훨씬 내 삶을 건강하고 젊게 가꿀 수 있다. 내가 늙었다는 생각이 늙게 만드는 것이다. 가능성을 향한 랭어 박사의 유쾌한 실리 실험이 당신의 시간을 10,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2024-10-3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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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러시아 최고 시인' 푸시킨 탄생 225주년을 맞아
올해는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1799~1837)이 탄생한 지 225주년이다. 그는 시인, 극작가로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그의 작품은 무려 2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특히 그의 소설 ‘대위의 딸’과 ‘벨킨 이야기’는 한국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주변에 러시아 작가 연합이 건립한 푸시킨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한국과 러시아의 문화 교류의 깊은 상징성을 보여준다. 푸시킨 탄생 225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을 접해보는 건 어떨까?
러시아에서도 푸시킨은 단순한 작가를 넘어 문화 그 자체로 존경받고 있다. 그는 동화, 가사, 산문 등 다양한 장르를 개척하였고, 그 속에 근대 러시아의 문화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근대 문학의 창시자로 평가받으며 러시아 문학의 황금기를 열었다.
푸시킨은 어린 시절부터 언어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러시아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를 공부하며 언어적 재능을 키워나갔다. 그는 아버지의 도서관에 있는 책을 탐독하며 문학적 소양을 쌓았고, 11살에는 도서관에 있는 거의 모든 책을 기억할 정도로 비범했다. 12살이 되던 해, 그는 황제 마을 리세움에 입학하여 6년간 교육을 받았고, 졸업 후에는 외교부에 입사했지만 그의 주된 관심사는 여전히 문학과 창작에 있었다. 이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작가 사회에서 인기를 얻으며 창의성을 발휘하였고, 1819년에는 데카브리스트들의 자유주의적 이념에 가까운 문학 단체인 ‘녹색 램프’에 가입하는 정치적 경향을 보였다. 차르 당국은 이러한 그의 행보를 용납하지 않았다. 1823년 그가 친구에게 보낸 불온 편지가 검열당해 직장을 잃고 미하일로프스코예에 있는 가족 영지로 추방당했다. 추방 기간에도 100여 편을 창작하는 열정을 보였고, 1826년이 되어서야 수도로 돌아갈 수 있었다.
1829년, 푸시킨은 운명같이 나탈리야 곤차로바를 만나게 된다. 모스크바의 최고 미녀로 명성이 자자하던 그녀는 시인의 마음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얼마 후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어린 나이를 이유로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결혼을 허락받지 못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1년의 기다림 끝에 결국 그녀 부모님의 허락을 받는다. 1830년 여름, 볼디노에 방문한 그는 콜레라로 인해 3개월간 발이 묶이게 되었는데, 천재 작가는 이 기간에 ‘벨킨 이야기’ ‘작은 비극’ 등 32편의 시를 썼고 ‘예브게니 오네긴’을 완성했다. 이 기간을 ‘볼디노의 가을’이라고 부른다. 같은 해 12월, 모스크바로 돌아온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했다. 하지만, 불같은 성격과 아내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그는 죽음을 맞았다. 1837년 2월 8일, 나탈리야의 명예를 훼손한 단테스와의 결투에서 치명상을 입고 이틀 후 세상과 이별했다. 그의 죽음으로 러시아는 큰 슬픔에 잠겼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시민 절반이 그의 장례식에 참석해 위대한 시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할 정도였다.
흥미롭고 다사다난했던 그의 삶은 작품에 잘 녹아 있다. 운문, 소설, 시, 동화, 산문, 희곡 등에서 사랑, 우정, 자연, 애국심, 자유, 철학, 역사 등 주제를 다뤘다. 가을을 맞아 한국 독자들도 이 독특한 인물의 작품에서 흥미롭고 의미 있는 삶의 지혜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2024-10-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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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고리원전의 미래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실현과 전기화 사회 전환기의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원자력발전의 역할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최근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고리 2·3호기가 40년간의 운전을 잠시 멈추고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계속운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민들의 오해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전 계속운전의 필요성과 경제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안전성에 대한 경계심은 늘 남아 있다. 사실 안전성과 경제성이 검증된 원전의 계속운전은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기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운전허가기간이 만료된 원전 267기 가운데 91%인 244기의 원전이 계속운전을 시행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허가 만료된 63기 모두 계속운전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규제적 측면과 일반 시민들의 인식 사이에는 간극이 있을 수 있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시민들의 안전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검증된 기술력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계속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사회의 공감과 지지가 없는 발전사업은 존재 이유 자체가 퇴색하기 때문이다.
발전업체와 지역주민이 상호 신뢰하는 안전한 계속운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해법은 결국 상생의 가치를 전제로 하는 진심 어린 쌍방향 소통이다. 원자력발전소는 국가와 지역에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저탄소 전력을 공급하면서 장기간의 사업으로 지자체 재정안정에 계속 기여한다. 또 지역 고용 창출과 상권 활성화, 다양한 지역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고리원자력본부 역시 지난 40여 년간 부산 지역에 뿌리를 둔 대표 공기업으로서 인근 지역 주민의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총 18년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1조 1700억 원을 지원했다. 연평균 653억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이는 해당 기간 기장군 총예산의 약 15.6%에 해당한다.
대표적으로 발전소 인근 지역의 주민들께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매년 ‘한수원 지원사업’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발전소 인근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환경개선, 문화진흥, 복지향상 등의 다양한 사업 활동을 지원한다. 또 지역사회와의 상시 소통을 위해 기장군의회 의원, 공무원, 언론인, 지역 발전 전문가, 지역 주민 대표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로 구성된 ‘고리원전소통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협력 활동, 고리본부 주변 지역 지원사업, 본부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리본부 임직원들은 2004년부터 ‘고리봉사대’를 설립해 인근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자원봉사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독거노인 밑반찬 배달 등 어르신들을 위한 ‘효사랑’, 인근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연탄배달, 생필품 지원 등 ‘사랑나눔’, 어린이들을 위한 주니어공학기술교실과 같은 ‘희망나눔’과 인근 마을 환경정화활동, 주민 의료봉사, 재난피해 복구, 일손돕기 자원봉사 등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추진 과정에서 네 차례 공청회를 진행한 바 있다. 계속운전시 방사선 환경 영향과 그 안전성에 대해 전문 기관에서 오랜 기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한 내용을 잘 설명했다. 주민들도 여러 가지 질의와 건의를 해 줘서 상호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는 소중한 소통의 자리가 됐다.
‘동행주원(同行走遠)’이라는 옛말이 있다. ‘함께 갈 때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의미다. 고리원자력본부는 지난 40여 년간 함께해 온 지역사회와 앞으로도 더 투명하고 진솔한 소통과 상호 협력을 통해 진정한 동반자로 거듭나고자 한다. 이와 함께 고리2·3호기의 신속하고 성공적인 계속운전 재개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 발전하는 고리원자력발전소의 미래를 이어갈 것이다.
2024-10-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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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낙동강의 기적'으로 이루는 통일한국
지난 9일 북한군 총참모부는 보도를 통해 대한민국과 연결된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15일 북한은 급기야 경원선 도로를 폭파했다. 우리 정부가 투입한 약 1800억 원의 막대한 세금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11일에는 외무성 중대발표를 통해 한국 정부가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며 재발 시 군사공격을 경고하는 등 군사적 도발 수위를 높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연일 ‘괴뢰대한민국에 대해 복수하자’라는 내용을 실으며 전시 동원 체제를 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이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남한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고 통일, 동포라는 단어까지 삭제하라고 지시한 이후 북한은 한국 지우기에 혈안이다. 특히 김정은이 ‘적대적 2국가론’을 주장하면서 북한당국은 남북한 접경을 국가 대 국가의 경계인 국경으로 간주하고 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70여 년의 분단 세월도 모자라 북한은 이제 휴전선 일대에 거대한 장벽까지 세우며 영구분단을 획책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바로 북한의 주장에 동조라도 하는 듯 정치권 일각에서 ‘남북한을 각각 독립된 두 개의 국가로 인정하고, 통일보다 평화공존을 우선시 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헌법의 영토 조항과 평화통일 추진 조항도 삭제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반헌법적, 반통일적이라는 점에서 규탄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특히, 자유로운 통일 한반도 실현을 위해 북한 주민 인권 개선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 대한민국을 위한 비전과 추진전략인 8·15독트린을 제시했다. 출범 초기부터 탈북민의 안정적 정착을 국정과제로 설정하는 한편, 자유를 찾아 온 북한이탈주민을 포용하고 남북 주민 간 통합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정부 최초로 매년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했다.
또한 8·15독트린의 7대 추진 방안 중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통일의 가치 및 헌법에 명시된 통일 의지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가야 한다. 통일 공감대 확산을 위해 지역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민주평통(대통령 직속 헌법기구) 사무처장은 지난 11일 부산에서 개최된 민주평통 부산지역회의에서 한강의 기적과 함께 ‘낙동강의 기적’을 언급했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 방어선은 대한민국을 지켜내고 자유를 수호한 최후의 보루였다. 전후 경제복구의 주역으로 한국을 새롭게 일으킨 저력을 바탕으로 이제 부산을 통일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자는 취지였다. 피란수도로서 부산은 전쟁의 상흔을 딛고 한국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된 곳이다. 이제 국민 역량을 결집하고 통일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온 통일’ ‘통일의 마중물’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된 북한이탈주민을 따스한 이웃으로 맞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남북한 통일의 가치는 무엇보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남북한 출신 사람들이 적대감을 해소하고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출발점은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다. 이러한 취지에서 민주평통 부산지역회의는 북한이탈주민 한마음 체육대회, 부산 시민과 함께하는 평화통일기원 음악회 등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과 화합과 소통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려 한다. 낙동강의 기적을 일구어갈 부산 시민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통일대한민국의 주춧돌이다.
2024-10-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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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적십자사 75년, 시민과 함께 지켜온 인도주의
우리나라의 적십자 운동은 1905년 고종황제의 칙령 선포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시련을 극복하고 상하이 임시정부로 면면히 이어진 뒤 광복 후 대한민국 국회가 1949년 대한적십자사조직법(법률 제25호)을 제정하면서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이 본격적으로 운영되었다. 부산적십자사는 늘 부산 시민 곁에서 지역사회를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로서 인도주의 사업을 펼쳐왔다.
최근 창립 75주년을 맞아 주요 활동들을 정리하면서 부산적십자사가 광복, 6·25전쟁, 산업화, 민주화를 거쳐 가는 과정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고, 그 활동들이 적십자의 노력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부산 시민과 함께한 75년의 역사 속에는 특별히 인상적인 활동이 있다. 광복 직후에 조국으로 돌아오는 교포들을 지원하고, 6·25전쟁 중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피난민을 도왔다. 특히, 전쟁의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청소년들에게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을 보급하기 위해 대한민국 RCY 운동을 시작하며 청소년적십자 운동 활동의 발상지로서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의료시설이 부족했던 시기에는 부산 적십자 산하의 3개 병원을 통해 무의촌 진료에 나서며 지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했고, 4·19혁명 때에는 부상당한 시민과 학생을 도왔다. 산업화 시기에는 전국에서 부산 지역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근로청소년들에게 RCY 활동으로 건전한 사회활동 기회를 제공했고, 저녁을 거르며 공부하는 근로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무료 급식소를 운영했다. 특히 근로 RCY 단원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폐품을 모으고 바자 개최를 통해 마련한 기금으로 ‘생명의 금고’를 만들어 수술비를 지원하는 활동을 펼쳤다.
1975년 베트남 난민들을 수용하며 따뜻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건강을 챙겼다. 이 활동은 모든 베트남 난민이 연고지를 찾아 떠나는 1993년까지 운영되었다.
태풍 사라, 루사, 매미 등 부산 지역에 큰 피해를 준 자연재해와 구포역 무궁화 탈선 사고, 김해공항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 사하구 신평동 산사태, 기장군 집중호우, 메르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늘 부산 지역의 재난 현장에는 부산적십자사가 이재민들과 함께했다. 이들의 고통을 나누고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한 손길을 더해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위기가정 긴급 지원 활동, 응급처치와 심폐소생술 보급, 희망 풍차 결연세대 돌봄과 같은 인도주의 활동도 시민과 기업, 기관의 공감과 관심, 지속적인 성원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부산적십자사는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더 나은 부산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부산 시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복지 사각지대를 밝히며 어려운 가정을 다시 일으킬 수 있도록 오는 12월부터 시작되는 2025년 적십자회비 모금과 매달 정기 후원 참여를 통해 지속가능한 인도주의 기반 마련에 주인공이 되어주시길 바란다. 작은 손길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함께할 때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 더 큰 희망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어느덧 지나가고 있다. 올려다 본 푸른 가을 하늘은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적십자 봉사원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2024-10-2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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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을 세계적인 자원봉사 1등 도시로
현재 부산은 ‘블록체인 기반 자원봉사은행 플랫폼’을 구축해 시범운영 중에 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자원봉사은행의 시스템은 봉사 활동을 통해 적립한 포인트를 저축할 수 있으며, 반대로 봉사를 받은 뒤 포인트를 지불하는 것으로 일반은행과 원리는 같다. 그럼 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개인정보 보호에 용이하고, 자원봉사 은행 내 활동 이력과 포인트 등의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해 신뢰성과 보안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자원봉사와의 차이점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현재의 해당 기관이 봉사 활동을 지정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은 시민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참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자원봉사은행은 자발적인 비대면 자원봉사 활동을 앱을 통해 스스로 관리하고, 자원봉사 활동에 언제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즉 평소 봉사에 뜻이 있으나 자원봉사 활동 참여 방법을 몰랐던 다수의 시민들을 자원봉사에 한 발짝 다가오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시민 스스로 봉사활동을 제시할 수 있으므로 사회 곳곳의 봉사활동 수요에 대처할 수 있다.
자원봉사은행의 개인매칭 주요 서비스 분야를 보면 배움, 동행, 돌봄, 건강, 가사도움, 환경 등 6개 분야와 세부 활동 유형으로 나누어 봉사 검색과 매칭 시 활용할 수 있도록 구분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확장성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배지 부여 등 다양한 서비스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외 봉사미션 서비스를 별도로 만들어 놓았는데, 미션의 목표는 쓰담걷기, 재활용 등 환경 분야를 비롯해 사회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다. 누구나 희망할 때 손쉽게 미션에 참여할 수 있고, 봉사 활동 인증이 되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장차 부산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종합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따뜻한 공동체 구현과 좋은 사회적 관계의 출발점인 ‘블록체인 기반 자원봉사은행 플랫폼’이 2025년부터 본격 운영될 예정인 만큼 부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오는 22일부터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가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4일간 개최된다.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는 전 세계 94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자원봉사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서울 개최 이후 22년 만에 우리 부산이 어렵게 유치했을 만큼 유치 경쟁이 치열한 국제대회이다. 유치 과정에서 부산의 국제행사 수행 능력과 전시컨벤션 도시라는 부산만이 가진 여러 강점들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행사 내용을 살펴보면 유명 인사의 기조 강연, 포럼, 세미나, 정보마켓 플레이스, 부산투어 등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개최에 따른 파급 효과를 살펴보면 첫 번째, 94개 회원국 14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 방문에 따른 약 33억 원 정도의 총생산유발액과 약 21억 원 정도의 총부가가치 유발액 등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두 번째로, 대회 기간 중의 포럼, 세미나 등을 통한 국내 자원봉사자들의 역량 향상과 자원봉사 단체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관광과 자원봉사의 ‘볼런투어(Volun-Tour)’는 부산을 의미 있는 관광도시로 만들어 줄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의 주제인 ‘인류의 힘, 자원봉사를 통해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는 기후 변화 등 인류의 위기를 자원봉사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으로 부산이 국제사회의 리더로 각인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이 올해 ‘세계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아시아 6위로 발표됐는데 ‘블록체인 기반 자원봉사은행’과 ‘부산세계자원봉사대회’를 통해 따뜻한 정과 나눔을 실천하는 자원봉사 분야도 1등 도시임이 전 세계에 알려졌으면 한다.
2024-10-17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