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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필연 기술로 부산 ‘고용의 봄’ 꿈꾸다
벚꽃이 만개하는 요즈음, 부산 경제에도 반가운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자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의 고용 지표는 그간의 침체를 벗어나 잠재력이 결실을 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부산의 30대 고용률이 최근 5년 사이 무려 10%P나 상승하며 전국 최고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실업률 또한 7대 특·광역시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순히 수치상의 개선을 넘어 구인·구직 간의 고질적인 ‘미스매치’가 해소되면서 혼인율과 출생아 수 또한 전국 평균을 상회하며 반등하고 있다.
이는 부산이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사람이 머물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로 성공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희망의 증거다.
이러한 소중한 성과는 그간 지역 사회가 합심하여 구축해 온 지·산·학 협력 체계와 산업 혁신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청년 맞춤형 고용 정책이 실질적인 지표의 변화를 끌어낸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이 기분 좋은 반등의 기세를 몰아, 부산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과학기술 허브’로 안착시키는 일이다. 청년의 지역 유출 속도는 완화되고 있지만, 인재들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딥테크 기업’ 육성과 이를 통한 역외 인재의 유입 가속화는 여전히 시급한 과제다.
현재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 95위권에 머물고 있는 부산의 순위를 국가 혁신 위상에 걸맞게 끌어올려야 한다. 훌륭하게 갖춰진 도시 인프라가 단순한 거주 기능을 넘어 양질의 일자리와 혁신 창업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더 단단히 다져야 할 때다.
그 도약의 핵심 열쇠는 부산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필연 기술(Inevitable Tech)’에 있다. 필연 기술이란 단순히 유행을 좇는 기술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도시의 산업과 일자리가 유지될 수 없는, 부산의 미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주도권을 쥐어야 할 핵심 기술 영역을 의미한다.
첫째, 부산의 뿌리인 제조업에 ‘AI 전환(AX, AI Transformation)’의 새 옷을 입혀야 한다. 산업 맞춤형 AI와 로봇이 결합한 첨단 제조 현장은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스마트하고 매력적인 일터가 될 것이다.
둘째, 최근 착공한 센텀2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도심융합특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양자 특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양자 분야는 부산의 기존 주력 산업과 융합할 지점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세계적인 항만 인프라에 양자센싱과 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양자항만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면, 부산은 북극항로 거점도시의 심장을 넘어 기술의 메카로 격상될 수 있다.
셋째, 고령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역설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 데이터와 실용화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복지 모델은 부산을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미래형 초고령사회 대응 모델 도시로 만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양 유래 바이오 소재와 에너지 안보를 결합한 ‘블루 이코노미’의 확장은 부산을 바다를 통해 에너지와 데이터를 연결하는 초연결 도시로 진화시킬 것이다. 이 거대한 희망의 여정에서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은 든든한 ‘성장판’이자 ‘혁신 파트너’가 될 것이다.
지금 부산이 맞이한 ‘고용의 봄’은 끝이 아닌 위대한 시작이다. 지난 5년간 정성껏 뿌린 씨앗이 이제 막 싹을 틔웠을 뿐이다.
이제 ‘필연 기술’이라는 따뜻한 햇살과 ‘혁신 생태계’라는 풍요로운 토양을 더해, 부산의 미래를 활짝 꽃피워야 한다. 대한민국 혁신의 중심축으로서, 부산이 그려갈 ‘과학기술로 시민이 행복한 도시’의 미래를 시민들과 함께 확신과 설렘으로 준비해 나가고자 한다.
부산의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이자 가장 큰 도약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2026-04-0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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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도 할 수 없는 일, 이순신 전적지 탐사
학승이자 대강백인 종범 스님의 법문을 우연히 듣다가 벼락을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법문의 요지는 이렇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진다. 가장 고집이 센 사람은 학자들이다. 식당에 와서 혼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주인이 다가가, 단체 손님이 온다고 자리를 옮겨 달라고 하면 대부분은 옮기는데 학자들은 절대 말을 안 듣는다. 그리고 학자들은 자기 주장이 최고인 줄 알고 남과 타협하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런 학자들의 고집과 권위가 ‘빛의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때문이다. 질문만 잘 하면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해답을 내놓는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AI 열풍 앞에 학자들의 입지는 위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역사학자는 통역가와 번역가 다음으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직업이라는 분석 결과가 있다.
명확한 답이 있고 실험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연과학 분야는 비교적 논란이 덜한 편이지만 인문학 분야는 학자들 간에 주장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역사학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서로 다투면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환단고기가 위서인가 여부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사료가 풍부하지 못한 상고사는 학자들 간의 논쟁이 치열한 분야 중 하나다.
임진왜란 역사와 이순신 장군을 연구하는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초 삼도수군통제영이 여수인가 아니면 한산도인가를 놓고 편을 갈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지역 정치인들까지 가세하여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어 민망할 뿐이다. 합포해전지가 마산 합포인가 진해 학개인가를 놓고도 해묵은 논쟁이 종식되지 않고 있으며,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하러 갔던 합천의 권율 원수진이 어느 동네인가도 연구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렸다.
이순신 장군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유독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에게 공개적인 인신공격이나 비방도 예사로 한다. 지식 카르텔을 형성하여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태는 모두 충무공의 영전에 부끄러운 일이다.
필자는 이순신 장군의 행적을 따라 20년 이상 바다를 누비고 다니면서 스스로 학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이순신 장군을 좋아하는 해전 현장 전문가라고 하는 것이 편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출판사 사장은 필자를 두고 발로 뛰는 ‘바다의 고산자’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고산자는 대동여지도를 그린 김정호의 호다. 서재에서 문헌만 연구하는 것은 나의 자유분방한 성정과도 맞지 않다. 역사기행 수필가나 시인이 내게는 더 잘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그동안 350회 이상 이순신 전적지를 답사하면서 태풍에 갇혀 섬에 고립된 적도 있었고, 날이 저물어 외딴 암자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섬은 거의 다 섭렵했고 결국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있는 오곡도라는 작은 섬에 내 영혼의 짐을 내려놓았다. 섬마을 토담집을 수리하여 이순신 전적지 답사를 위한 베이스캠프를 하나 마련했다.
종범 스님의 법문은 AI 시대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AI가 역사학자들을 능가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역사학은 기본적으로 문헌학이기 때문에 그 어떤 분야보다 먼저 AI에게 자리를 넘겨줘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AI가 잘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배낭 하나 메고 이순신 장군의 해전 현장을 다니면서 역사의 진실을 캐고 구전설화를 채록하며, 별빛 쏟아지는 밤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다시 만나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확신한다.
2026-04-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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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천마산에 심은 미래, 부산에서 시작된 청소년적십자(RCY)
피란수도 부산. 6·25전쟁의 한복판에서 전국의 산야는 황폐해졌고, 삶의 터전을 잃은 국민들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부산으로 모여들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피란지와 같았던 그 시절, 절망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움직임은 이어졌다.
1953년 4월 5일 식목일, 대한적십자사 서영훈 청소년과장(훗날 대한적십자사 총재 역임)의 인솔 아래 청소년적십자(RCY) 간부 단원들은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산에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전쟁으로 헐벗은 산을 되살리기 위한 이 식목 활동은 단순한 환경 복원이 아니라 상처 입은 공동체를 다시 세우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날이 청소년적십자(RCY)의 창립일이 되었다.
RCY는 1953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출범하였다. 1917년 미국에서 RCY가 창설될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미국적십자사 명예총재)이 특별 선언문을 통해 RCY의 출범을 격려한 사례와 같이,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적십자사 명예총재 자격으로 우리나라 RCY 조직을 재가한 것은 청소년적십자 운동이 국가적·사회적·교육적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전쟁 직후 RCY 활동은 우리 사회가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원동력이 되었다. 캐나다 적십자사에서 지원한 원조금 3만 5000달러를 재원으로 서울과 부산의 여자고등학교 학생 5000여 명이 전장에서 부상을 입고 후송된 국군 장병을 위한 환자복 1만여 벌을 제작했다. 또한 민둥산에 나무를 심는 활동을 전개했고, 방학 기간에는 농어촌 봉사활동을 통해 낮에는 농사를 돕고 밤에는 농어민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문맹 퇴치에 기여했다. 배움과 봉사를 결합한 이러한 활동은 초창기 RCY 정신의 기틀이 됐다.
한국전쟁 당시 미국·호주·캐나다 청소년들이 보내온 ‘우정의 선물상자(각종 학용품 등)’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현재 RCY 단원들은 우정의 선물상자를 제작해 우크라이나 등 세계 각지의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해외 봉사활동을 통해 국제적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부산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도시로, 시민들은 자긍심을 가질 만하다.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의 흔적인 태종대 ‘유엔 의료 지원단 참전 기념비’, 서면 일대 ‘스웨덴 적십자병원 터’, 대신동 ‘독일 적십자병원 터’ 등은 전쟁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국제사회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이는 부산이 단지 피란의 도시가 아니라 인도주의의 현장이었음을 상징한다.
160여 년 전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돕고자 한 열망에서 출발한 국제적십자운동은 현재 192개국이 참여하는 범세계적 인도주의 운동으로 성장했다. RCY는 그 정신을 이어갈 미래 세대의 주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배움의 과정에서 학생들은 배려와 봉사, 사랑의 가치를 체득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RCY 1953년 전쟁 이후 새로운 희망을 심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나무를 심으며 출발한 그 정신은 세대를 거쳐 이어지고 있다. 4월 5일 창립의 의미를 되새기며, 부산에서 시작된 청소년적십자 운동이 앞으로도 인도주의의 미래를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2026-04-0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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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마민주항쟁, 헌법에 새겨야 할 이름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의 거리에서 울려 퍼진 함성은 유신독재의 어둠을 흔들었다. 청년 학생과 평범한 시민들이 함께 외친 “유신철폐, 독재타도”의 외침은 두려움을 넘어선 용기의 언어였다. 그것이 바로 부마민주항쟁이다. 18년에 걸친 박정희 군사독재와 유신 체제 종식을 이끌어낸 위대한 시민항쟁이자 민중항쟁. 이 항쟁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예비했고, 1987년 6·10민주항쟁의 바람이 되었으며, 결국 2016년 ‘촛불혁명’으로, 그리고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빛의 혁명’의 마중물이었다. 무엇보다 부마민주항쟁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군부독재를 종식시킨 최초의 항쟁’이라는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전환점이자, 민주공화국 정신의 뿌리였다.
1987년 6·10항쟁의 승리로 우리는 ‘87년 헌법체제’를 갖게 되었고, 그것의 정치적 결과물이 대통령직선제였다. 또한 그것은 유신 체제 이후 오랜 기간 빼앗긴 ‘국민주권을 되찾은 민주화 역사의 시발점’이었다. 또한 6월 항쟁의 승리는 헌법전문에 ‘임시정부’와 ‘4·19혁명’을 새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이후 우리 역사는 여러 번 굴곡을 겪었고, 마침내 2016년 ‘촛불혁명’과 2024~25년 ‘빛의 혁명’을 거치면서, 다시 대두한 반헌법·반민주 세력으로부터 ‘형해(形骸)화’된 국민주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두 번에 걸친 대통령 탄핵 사태는 우리 민주주의의 허약한 토대와 시민 항쟁의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헌법정신과 가치의 명시적 선언이 바로 헌법전문이라는 점에서 6·10민주항쟁의 또 하나의 성과는 헌법전문에 새겨진 ‘임시정부’와 ‘4·19혁명’이었다. 이제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민주항쟁의 성과물은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헌법전문에 새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헌법전문에는 아직 그 이름들이 없다. 국가의 근본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명시하는 헌법전문에 4·19혁명과 함께 이들을 새기는 것은 민주주의 연대기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는 한 페이지를 제대로 완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부마민주항쟁’을 헌법에 새기는 일은 단지 지역의 명예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서사를 완성하는 일이다. 헌법전문은 한 나라의 정신적 좌표다. 거기에는 국민이 어떤 고통을 감내하며 어떤 자유를 쟁취했는지가 새겨져야 한다. 부마민주항쟁은 서슬 퍼런 군부독재의 총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시민의 용기,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던 시민의 각성이 응축된 사건이다. 이 항쟁이 있었기에 유신의 종말이 가능했고, 민주주의의 새 아침이 올 수 있었다. 따라서 부마민주항쟁의 헌법전문 수록은 과거를 기념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원형을 복원하는 헌정사적 책임이다.
문재인 전대통령, 후보 시절의 이재명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같은 주요 정치 지도자들과, 국회와 각 지방의회, 그리고 수많은 시민사회가 이미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의 헌법전문 수록”을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난해 5월 18일 개헌입장 발표문에서 “더 촘촘한 민주주의 안전망으로서의 헌법을 구축할 때”라며 “부마항쟁과 6·10항쟁, 촛불혁명과 빛의 혁명으로 이어진 국민 승리의 역사가 헌법에 수록될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자”고 말했다(‘문화일보’, 2025.5.18.). 그리고 더 나아가 최근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5·18을 헌법전문에 넣고 동시에 “부마항쟁도 헌정사에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같이 하면 형평성도 맞고 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2026.3.17. 한겨레). 또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부마민주항쟁은 민주주의의 원형이며, 우리 헌법의 서두에 반드시 기록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오마이뉴스’, 2015.10.13.).
우리가 헌법 속에 부마민주항쟁을 새기는 순간, 국가는 당시 시민의 희생을 공식적으로 기억하고, 그 정신을 미래 세대에 계승하게 될 것이다. 부마민주항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억압에 맞서는 양심의 목소리로 살아 있다. 역사는 잊힌 이름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 4·19, 5·18, 6·10과 함께 헌법 속에 새겨진 부마민주항쟁의 이름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역사 속에 올바로 자리매김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2026-03-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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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산의 문제는 역시 일자리였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를 방문했다. 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을 보고, 애리조나주립대학(ASU)에서 반도체·배터리 분야 교육 현장도 살펴보았다. 그곳을 둘러보며 내내 떠오른 도시는 뜻밖에도 부산이었다.
애리조나는 따뜻한 기후와 넓은 정주 공간, 빠르게 확장되는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은퇴 이후 머물기 좋은 환경이라는 점에서 부산과 닮은 점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현장에서 본 애리조나는 부산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이 모여드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의 중심에는 일자리가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 현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였다. 공장 하나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었다. 장비, 물류, 유지보수, 품질관리, 협력업체, 교육훈련 체계까지 함께 형성되며 산업 생태계와 정주 기반이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었다. 결국 사람은 미래가 보이는 곳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미래는 대개 일자리의 형태로 가장 먼저 나타난다.
ASU 방문에서는 더욱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관계자는 “우리는 엔지니어를 양성할 수는 있지만, 테크니션 교육은 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전문대학과 협력 방안을 모색해보자”고 말했다. 짧은 말이었지만 의미는 컸다. 첨단산업은 연구개발 인력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반도체 공정을 운용하고, 배터리 생산설비를 다루며, 장비를 유지보수하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숙련된 테크니션이 있어야 산업이 움직인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에는 이미 5년 전부터 전문기술석사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이번 회의를 통해 나는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제 우리가 길러야 할 인재는 단순한 실무자가 아니다. 첨단산업 현장을 이해하고 설비를 운용하며 공정을 개선할 수 있는 고숙련 인재, 곧 ‘슈퍼 테크니션’이다. ASU의 제안은 한국 전문대학 직업교육의 가치가 국제적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순간 부산을 다시 떠올렸다. 부산은 흔히 자조적으로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고 불린다. 바다는 아름답고, 기후는 온화하며, 정주 여건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청년의 눈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술을 익히고 미래를 설계하며 성장할 수 있는 도시인가를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부산의 인구 문제를 말할 때 우리는 낮은 출산율, 고령화, 수도권 집중을 이야기한다. 모두 맞는 진단이다. 그러나 조금 더 근본으로 들어가면 부산의 문제는 결국 일자리였다. 정확히는 청년이 남고, 외부 인재가 들어오고, 기업이 미래를 걸 수 있을 만큼 지속가능한 일자리의 부족이었다. 사람은 바다가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설계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다.
부산은 전력도 있고 물도 있다. 항만과 물류의 강점도 갖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전기와 물만 보고 오지 않는다. 숙련된 기술인력이 있고, 협력업체가 연결돼 있으며, 대학이 산업과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산업 입지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과 교육의 수준에서 완성된다.
이제 직업교육은 단순히 취업을 돕는 교육이 아니다. 지역의 산업을 만들고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다. 부산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 일자리를 뒷받침할 기술인재를 길러내는 일이다. 지역 기업과 대학이 함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생이 학습 단계에서부터 산업현장을 경험하며, 졸업과 동시에 지역의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애리조나에서 내가 본 것은 사막 위의 공장만이 아니었다. 나는 그곳에서 산업이 도시를 바꾸고, 교육이 산업을 지탱하며, 일자리가 결국 인구를 움직인다는 현실을 보았다. 부산의 문제는 결국 일자리였다. 그리고 그 해법은 기술인재 양성과 직업교육에 있다. 부산이 더 이상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자조에 머물지 않고, “기술과 청년이 모이는 도시”로 나아가길 바란다.
2026-03-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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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력은 곧 국력이다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말이 국민적 구호였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직면한 환경을 돌아보면, 이제 그 구호는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해양력은 곧 국력이다.”
정부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한 결정은 단순한 행정기관 이전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해양국가로 재정의하려는 선언이며, 부산을 명실상부한 해양수도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국가 전략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근대 해양사의 출발점이다. 부산포라는 작은 어촌에서 시작한 부산은 1876년 개항 이후 일본과의 교역은 물론, 동아시아 해양 네트워크의 핵심 관문 역할을 수행해 왔다. 바다를 통해 문물이 들어오고, 기술과 인력이 오갔으며, 새로운 세계 질서가 부산을 통해 유입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부산을 단순한 항구 도시가 아닌 ‘해양 교류의 플랫폼 도시’로 성장시켰다. 오늘날 부산항이 세계적인 환적항으로 기능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축적된 해양 경험과 지리적 이점이 자리하고 있다.
부산의 해양적 가치는 전쟁의 위기 속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존속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부산항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유엔군 병력과 군수 물자, 식량과 장비는 바다를 통해 부산으로 들어왔고, 부산은 이를 전선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해상 교통로 (Sea Line of Communication), 즉 국가의 생명선 역할을 수행했다. 만약 부산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경험은 한 가지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해양 통제력과 항만 운영 능력은 전시뿐 아니라 평시에도 국가 생존의 핵심 요소라는 점이다.
부산이 해양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은 결코 최근의 일이 아니다. 약 17년여 전, 해군작전사령부가 진해에서 부산으로 이전할 당시에도 핵심 배경은 분명했다. 해양작전의 중심은 항만·물류·연합작전 환경과 결합되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부산에는 대한민국 해군작전사령부뿐만 아니라, ‘주한미해군사령부(CNFK)’가 함께 위치해 있다. 이는 부산이 단순한 국내 해양 거점이 아니라, 한미 연합 해양안보의 핵심 노드임을 의미한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이러한 군사·안보·산업 인프라와의 결합을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이제 시선은 미래로 향해야 한다. 기후 변화와 글로벌 물류 재편 속에서 북극항로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해상 실크로드로서 북극항로는 해운, 조선, 에너지, 안보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부산은 이 변화에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도시다. 세계적 항만 인프라, 조선·해양산업 기반, 해군과 연합 해군의 존재, 그리고 해양수산부 이전이라는 정책적 결단까지 갖추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한 국가 해양 전략과 인재 양성, 그리고 해양력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실질적 기능 강화다.
부산의 해양사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자산이며 미래의 가능성이다. 개항의 기억, 전쟁의 교훈, 해군 전략의 축적, 그리고 북극항로라는 미래 비전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를 ‘해양력의 시간 항로’라 부르고 싶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그 항로 위에 놓인 중요한 이정표다. 이제 부산은 질문받고 있다. 우리는 해양수도를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이전을 받아들였을 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대한민국 해양력의 미래이자, 국력의 방향이 될 것이다.
2026-03-2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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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렌드를 읽고 취향을 입다, ‘나다운 옷’의 시대
‘오늘 무엇을 입을까’라는 질문은 매일 아침 마주하는 작지만 설레는 선택이다. 하루의 옷차림을 정하는 행위는 단순히 몸을 보호하는 단계를 넘어 타인에게 건네는 첫인사이자, 스스로를 정의하는 기분 좋은 의식이다. 이처럼 패션은 개인의 가치관을 투영하며 일상을 완성하는 가장 가까운 매개체가 된다. 옷은 나를 표현하는 솔직한 언어이자 그날의 기분과 일상의 활력을 결정짓는 가장 사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패션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거리의 풍경을 보면 그 시대가 지향하는 가치와 대중의 심리가 고스란히 읽힌다. 최근 패션 시장은 급변하고 있지만, 흥미로운 점은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과거에는 유행을 따르는 것이 보편적인 선택지로 여겨졌으나, 지금의 소비자들은 획일화된 유행만을 좇지 않는다. 지난 겨울, 보온성을 우선시한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벗어나 각자의 체형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퍼스널 패딩’이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옷을 비롯해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 ‘나의 취향’이라는 필터를 거쳐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올봄 패션계에 등장한 다채로운 스타일들 또한 트렌드보다 개인의 감각이 우선시되는 ‘취향의 시대’가 열렸음을 보여준다. 시인처럼 자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의 ‘포앳코어(Poet-core)’부터 선명한 색감의 대비로 활력 넘치는 ‘컬러 블로킹(Color-blocking)’까지 상반된 트렌드가 동시에 사랑받는 중이다. 유행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본인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소비자들에게 트렌드는 참고용 데이터이고, 마지막 선택을 내리는 결정값은 ‘나의 취향’에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공간이 있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 각자의 스타일을 공유하며 취향은 더욱 세밀해졌고, 소비자들은 ‘내 취향에 맞는 옷’을 찾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적극적으로 탐색한다. 이는 패션 소비의 기준이 ‘나’를 중심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브랜드가 제안하는 답안을 거부하고 스스로 스타일의 주인공이 된 소비자들은 옷을 통해 자신의 삶을 정성껏 큐레이션하고 있다.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로렌’ 역시 이 같은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왔다. 기존 시즌별 컬렉션과 함께 ‘온라인 익스클루시브’ 라인을 론칭해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필자가 직접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며 고객의 목소리를 브랜드 방향성에 녹여내고 있다. 올해 봄 컬렉션 ‘Time to Bloom(타임 투 블룸)’과 캠페인 메시지 “당신만의 분위기를 입으세요”에도 이런 고민을 담았다. 단순히 브랜드가 제안하는 신제품을 입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옷이 내 고유한 분위기와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나다움’의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나다움’의 기준은 이제 패션을 넘어 삶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필자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 2024년 말 ‘OVLR’이라는 신설 법인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다. OVLR은 올리비아로렌을 필두로 여성의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파트너로 나아가고자 한다. 패션부터 일상을 채우는 모든 선택에 취향이 투영될 때 비로소 ‘나다운 삶’이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3월은 새로운 시작을 설계하는 시기다. 가벼운 아우터 하나가 일상의 온도를 바꾸듯, 이맘때야말로 ‘나만의 스타일’을 발견하기 가장 좋은 때다. 우리는 고객들이 올리비아로렌을 통해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내면이 먼저 만족하는 ‘취향의 옷’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기업에게 트렌드를 읽는 것이 생존의 문제라면, 유행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은 브랜드 본연의 가치와 고객 취향에 대한 존중에서 나온다.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결국 견고한 취향이다. 올봄, 모든 여성이 나만의 확신과 취향으로 일상을 채워가며 저마다의 삶 속에서 가장 눈부신 순간을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2026-03-2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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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년의 꿈 실현하는 교육으로 전문가 대한민국 만들자
우리는 어렸을 때 모두가 장래에 대해 막연한 꿈을 꾼다. 대통령이 꿈으로도 등장하고, 의사, 판검사, 소방관, 경찰관 등등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유년시절에 흥미를 가진다. 그런데 이런 꿈들은 본인의 자질에 맞는 희망이기보다는 부모나 주위의 상황에 의해 그 꿈이 재단된 것이다. 따라서 꿈만 꾸는 유년시절을 지나면 이러한 꿈들은 사라진다. 여태까지의 교육과 진로지도는 자신의 꿈과 자질은 도외시되고 40, 50세가 되어서야 본인에게 맞는 적성을 깨닫고 후회하기도 한다. 이는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본인에게 맞는 꿈을 일찍 발견하고 그에 맞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양성되고 사회구성원들도 하는 일에 만족하여 더욱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교육 백년대계는 본인의 자질에 맞는 꿈을 꾸고 의지를 갖추어서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꿈을 실현하는 교육의 첫 번째 단추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자라나는 새싹들의 동화 속에 있는 막연한 꿈에 맞는 각 분야의 은퇴전문가를 만나게 하여 그 꿈을 체험해 보게 하는 것이다. 아무 꿈이 없어도 좋다. 막연한 직업상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서는 체험을 다양하게 해보면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자질을 발견하면서 구체적인 자신만의 꿈을 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막연한 꿈에 대해 학년별로 다양한 분야의 체험을 해나가다 보면 초등학교 마칠 때쯤에는 상당히 그 꿈이 벼려지고 또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앞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하겠다는 자기 주도적인 계획을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는 본인의 자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진로를 정하고 강요한 측면이 많았다. 또한, 학생들도 미래를 정하는 데 있어서 자기 주도적으로 되지 못하니까 학습하는 데 있어서 더 몰입하지 못했을 것이다. 꿈 없이 그냥 사회의 시류에 밀려 학습했던 과거보다는 꿈의 현실적 체험으로 훨씬 나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학교에서 지도하시는 분들도 선생님 개인의 경험이나 사회의 양상에 학생의 미래를 맞추기보다는 학생의 자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등학교 마칠 때까지 이와 같은 체험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해나가면 고등학교 진학 무렵에는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진로를 알아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가일층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대학을 나와서 직업을 택하면서도 진정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방황하는 청년층도 많다. 국가적으로도 매우 큰 손실이다.
은퇴한 전문가의 활용이라는 측면도 경제적인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갑자기 길어진 기대수명과 맞지 않게 우리 주위에는 일찍 은퇴한 전문가가 많이 있다. 은퇴전문가의 활용도 인구절벽을 맞이한 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데 그 한 가지 방법으로 은퇴전문가를 자라나는 새싹들과 연결하여 본인들의 전문성이 사회에 기여될 수 있도록 한다면 은퇴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신구세대가 함께 노력하는 조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하나하나 소중한 우리 미래세대들이 본인에게 맞는 꿈을 가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교육이 뒷받침해준다면 선순환으로 미래세대가 늘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유년의 꿈을 체계적으로 실현하여 국민 전체를 전문가로 만드는 교육은 꼭 필요하다.
2026-03-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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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 사고 대응, 훈련의 질이 생존 좌우한다
대형 재난에서 인명 피해 규모는 장비 수준이나 매뉴얼 완비 여부보다, 대응 타이밍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3월 경북 의성·안동 일대 대형 산불은 강풍으로 불길이 급속히 확산되며 현장 통제가 어려웠고, 그 결과 피해가 빠르게 확대된 사례로 기록됐다. 이는 일정 시점이 지나면 현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수단과 판단 폭이 급격히 좁아진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산불 전개 양상은 밀폐된 환경에, 대피 수단도 제한된 선박 화재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선박 화재도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연기와 고열로 현장 접근이 급격히 제한되며, 이후에는 피해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 때문에 해운업계는 선박에서 소화 훈련을 할 때 절차 위주 훈련에 머무르기보다, 초기 대응 한계를 얼마나 신속히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 전략을 수정할 수 있느냐가 인명 피해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40차 해양사고방지 세미나에서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김성범 해양수산부 장관 직무대행을 비롯한 유관기관 관계자 약 200여 명은 반복되는 화재·침몰 사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평상시 실제 상황을 반영한 실질적인 비상훈련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특히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채병근 교육본부장은 “선박 화재 현장에서 조기 대응 실패 시 즉각 고정식 소화설비 사용으로 전환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며 현실과 괴리된 훈련은 단순 절차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고정식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기관실을 밀폐하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이어서, 구역 내에 인명이 잔류하면 치명적이고, 주요 설비 손상을 일으키므로 보통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정식 소화설비 사용을 주저한 채 선원을 중심으로 한 화재진압을 반복 시도하다 결정적인 대응 전환 시점을 놓쳐 선박 전손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과정에서 연기 확산과 시야 상실, 고온 노출로 선원 안전이 위협받고, 현장 철수나 대응 방식 전환에 대한 판단이 지연되며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단순한 초기 대응 실패가 아니라, 판단 전환 지연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선박검사기관인 한국선급(KR)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선박 화재 대응 선원 비상훈련’ 교육 영상을 제작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화재 진압 시도 이후 실패 인지, 현장 재평가, 즉각적 퇴각, 고정식 소화설비 사용 결정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흐름을 단계적으로 구현해, 선원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하고 화재를 조기에 격리·차단하는 과정을 실제 상황에 가깝게 보여준다.
이 영상은 공개 이후 국내외 해운사와 유럽 항만국통제(PSC) 관계자들로부터 실효성 높은 교육 자료라는 평가를 받으며 선내 정기 교육과 PSC 수검 대비 자료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재난은 그 특성상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철저한 사전 준비와 교육을 통해 인명 피해와 사고 규모는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정 강화나 장비 보강 못지 않게, 현장 판단력을 강화하는 교육의 질이 생존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위기 상황에서의 판단력은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는다. 평상시 현실에 가까운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학습하고 체득해야만, 위기의 순간 본능처럼 작동할 수 있다.
이제는 형식적인 절차 중심 훈련에서 벗어나, 실제 사고 상황을 전제로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실전형 교육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반복되는 해양사고 속에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현실에 기반한 교육훈련이 해양 안전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2026-03-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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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덕도신공항, 더 이상 좌절은 없다
우여곡절 끝에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다시 착수하게 되었다. 현대 컨소시엄의 입찰 부적격 결정과 불참 선언 후 대우컨소시엄이 새롭게 참여하면서 멈춰섰던 사업이 재가동 국면에 들어섰다. 20여 년 넘게 이어진 숙원사업이 더는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 김해공항의 구조적인 안전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지난해 국제선 이용객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부울경 시도민 입장에서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그동안 부울경 시도민들은 유럽이나 미주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기 위해 인천공항이나 해외 허브공항을 거쳐야 하는 불편을 겪어 왔다. 지체할수록 이러한 항공 이용의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SOC 사업이 아니다. 좌절과 희망이 반복된 20년의 역사다. 2006년 남부권 신공항 검토가 공식화된 이후, 입지 논쟁과 지역 갈등, 동남권지역 현실을 잘 이해 못하는 일부 수도권의 그릇된 시각 등으로 사업은 번번이 방향을 잃었다. 시민들의 기대는 번번이 유보되었고, 고스란히 그 피해는 800만 시도민들에게 돌아갔으며 불편하고 실망스러운 세월을 보냈다.
2021년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은 비로소 국정 과제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부지 조성공사의 공사기간을 둘러싼 이견은 사업을 다시 멈춰 세운 결정적 변수였다. 해상 매립과 연약지반 개량이라는 초고난도 공사의 특성상 공사기간 산정은 가장 민감한 기술적 쟁점이었다. 그러나 국토부의 기술 검토 결과와 건설업계의 요구사항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업은 또다시 표류했다.
문제는 견해 차이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차이를 조정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점이다. 공사기간은 데이터와 공법, 위험관리 계획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수렴되어야 할 기술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 지연이 반복되면서 기본설계 착수마저 늦춰졌고, 지역사회는 또다시 기다려야 했다. 더 이상의 공기 논쟁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제는 검증된 자료와 책임 있는 결단으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는 대규모 해상 매립과 깊은 연약지반 처리를 수반하는 고난도 사업이다. 일각에서는 간사이국제공항의 지반 침하 사례를 언급한다. 그러나 간사이공항은 수백 미터에 이르는 심층 연약지반 상부 일부만 개량한 반면, 가덕도신공항 활주로 예정지는 약 22~42m 깊이 연약층의 전면 개량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국내외 해상 매립 기술 범위 내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영역이다. 비전문가가 주장하는 막연한 불안이 사업 지연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컨소시엄 대표사인 대우건설은 최근 토목 분야 시공능력평가와 항만 분야 건설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면서 대형 해상 토목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해 왔다. 이라크 알포 신항만 공사를 통해 초연약지반 매립과 침하 관리 경험을 축적했고, 거가대로 해저 침매터널 시공으로 가덕도 인근 해상 공사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축적된 실적이 말해주는 역량이다.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공항이 아니다. 부산항과 연계될 경우 항공·해운·물류가 결합된 복합물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 이는 부산만의 과제가 아니라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핵심 전략 인프라다. 또한 106개월에 이르는 공사 기간 동안 지역 건설업과 연관 산업 전반에 안정적 수요를 제공하여 지역 경제에 장기적 활력을 불어넣는 기반이 될 것이며 이는 현 정부의 모두가 잘 사는 균형성장이라는 국정과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오랜시간 기다려 왔다. 이제는 다시 묻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것은 또 다른 논쟁이 아니라, 책임 있는 완주다. 가덕도신공항이 이번에는 반드시 실행으로 이어져, 더 이상 좌절의 상징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관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2026-03-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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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재난안전, 이제는 공공서비스로
부산에서는 침수·산사태·해안 재난이 반복되고 있다. 2022년 태풍 ‘힌남노’ 당시 기장군 정관 일대는 단시간에 침수됐고, 주민들은 대피 안내를 받지 못한 채 현장을 벗어나야 했다. 같은 해 해운대구 엘시티 인근에서는 낙석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후에도 산사태와 도로 침하, 지하공간 침수 사례는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위험 신호는 사전에 존재했지만, 대응은 사고 이후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경보는 늦었고, 대피 과정은 혼란스러웠다. 사고가 지나간 뒤에야 “왜 미리 알 수 없었느냐”는 질문이 반복됐지만, 재난을 대하는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난은 지나갔지만, 대응 방식은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부산의 재난 대응은 여전히 사고 이후 복구와 행정 조치에 머물러 있다. 재난이 발생하기 전, 즉 예방과 준비의 시간은 제도적으로도 조직적으로도 충분히 채워지지 못하고 있다. 이 공백은 정부의 무능이나 시민의 부주의로만 설명할 수 없다.
행정은 모든 생활 현장을 상시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고, 시민 역시 정보와 전문성, 지속성을 혼자서 갖추기 어렵다. 결국 문제는 개인이나 특정 기관이 아니라, 재난을 다루는 방식 그 자체에 있다. 부산의 재난안전 체계는 이제 ‘사건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상시적으로 작동하는 공공서비스로 전환돼야 한다.
첫째, 재난 예방은 생활권에서 시작돼야 한다. 재난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에서 발생한다. 하천 인접 지역, 급경사지, 해안가, 고층 밀집 지역은 위험 유형이 서로 다르지만, 재난 교육은 여전히 획일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조심하라”는 경고만으로는 시민의 행동을 바꿀 수 없다. 침수 지역에는 대피 동선을, 산사태 지역에는 붕괴 전조를, 해안 지역에는 해일과 월파 위험을 알려주는 유형별·생활권 맞춤 교육이 필요하다. 재난을 막는 첫 단계는 거창한 장비가 아니라, 자신이 사는 공간의 위험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둘째, 훈련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실제 대응도 달라지기 어렵다. 현재의 재난 훈련은 절차를 점검하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재난은 새벽에 시작되고, 엘리베이터는 멈추며, 가장 취약한 이웃은 도움을 요청할 시간조차 확보하기 어렵다. 시민이 직접 경보를 받고 상황을 판단하며, 이웃의 안부를 확인하는 시나리오 기반 참여형 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동 단위 자율 대응 체계와 안전통신망이 결합될 때, 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의 골든타임을 시민 스스로 지킬 수 있다.
셋째, 기술은 현장에 닿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AI와 데이터, 센서 기술은 이미 충분히 발전했다. 문제는 이 기술이 실제 생활 현장에서 작동하느냐다. 하천 수위와 강우량 정보가 단순한 숫자에 머무는 한 기술은 무력하다. 그것이 “지금 어디가 위험한지”로 해석되고 전달될 때, 기술은 비로소 생명을 지키는 도구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이나 기업 단독의 접근을 넘어, 공공성과 현장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중간 영역의 조정과 실험이 필요하다.
재난은 도시의 약점이 아니라 도시의 품격을 드러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부산이 단지 해양 관광도시를 넘어, 재난을 관리하고 회복하는 도시로 인식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재난을 숨기는 도시는 취약하지만, 대비하는 도시는 신뢰를 얻는다. 재난은 더 이상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재난안전은 상시적으로 제공돼야 할 공공서비스다. 예방·교육·훈련·기술이 일상 속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 한, 부산의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때다.
2026-03-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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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외투자 유치와 지역차등 전기요금제
지난해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투자유치 설명회가 열렸다. 규슈경제연합회 현지 관계자는 인근 구마모토에 둥지를 튼 대만 반도체 거인 TSMC의 투자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권역별로 7개 전력회사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역별로 차등화된 요금 체계를 갖추고 있다. TSMC가 기존 대만 본사 외에 추가로 일본 구마모토에 공장을 건설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전기요금 체계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구마모토는 규슈전력 관할지역으로, 후쿠시마 원전 피해를 입은 도쿄전력 관할구역보다 전기료가 싸고, 원자력·지열 등 안정적인 전력공급체계를 갖추고 있다. 에너지 정책이 기업의 투자 결정과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사적 전환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발전소와의 거리나 송전 비용을 무시한 채 전국 단일 요금제를 유지해 왔다.
그 결과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에서 오는 막대한 송전 손실과 사회적 비용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생산지 근처의 기업이 저렴한 전기를 쓰는 ‘지산지소’형 구조로의 전환은 지역 균형 발전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열쇠다.
대한민국의 산업 심장부인 부산·울산·경남은 이 변화를 주도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리·새울 원전 단지를 중심으로 한 국내 최대 전력 생산 기반은 동남권이 가진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다.
여기에 최근 부울경은 기존 원전 중심의 구조를 넘어 소형모듈원자로(SMR) 제조 생태계와 다대포·울산 앞바다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그리고 이를 잇는 수소 배관망 인프라까지 구축하며 차세대 에너지 믹스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부울경의 제조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도 글로벌 탄소 규제에 완벽히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된다. 이는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넘어, 지역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저탄소·고효율 스마트 산단’으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동력이다.
또한 부산과 울산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제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전력을 한전을 거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직접 거래(PPA)할 수 있는 실무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는 기업들에 실질적인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이나 무탄소 에너지 100% 사용(CF100) 달성이 시급한 글로벌 IT·첨단 제조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제공한다.
에너지 혁신의 중심에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있다. 부산신항의 글로벌 물류 경쟁력에 진해신항(2040년)과 가덕도신공항(2035년)이라는 ‘트라이포트(Tri-Port)’ 인프라가 완성되면, 전 세계 물류와 산업의 허브가 될 전망이다.
지역차등 요금제라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더해진다면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된다. 전력 소모가 많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정밀 기계 등 국내외 첨단 기업들이 동남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투자유치 현장에서 만나는 기업인들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예측 가능한 에너지 비용이 기업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차등 요금제가 조속히 안착돼 입주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개선된다면,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지역 산업의 고도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흐름을 되돌릴 가장 강력한 동력 역시 에너지 기반의 산업 경쟁력에서 나온다.
에너지는 이제 복지를 넘어 경제이며 국가 생존의 문제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을 필두로 한 동남권의 에너지 분권 실현은 수도권 일극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엔진을 가동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 지역차등 요금제의 조기 정착과 에너지 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2026-03-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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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인은 아름답다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은 해양 관광, 음식 관광, 문화 관광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방문하지만 지역체험형 관광과 덜 붐비는 숨은 명소를 탐방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하며 느끼는 도시 이미지는 노인과 바다가 연상된다고 한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벨상 수상작 ‘노인과 바다’가 멕시코만의 작은 어항을 배경으로 집필된 것을 보면 도시화된 도심의 풍경보다는 상대적으로 노인 수가 많다는 느낌을 폄하시켜 부르는 말이라 생각된다. 소설 속 노인 산티아고 어부는 조각배를 타고 낚시를 나가 84일 동안 한 마리의 생선도 낚지 못했지만 그의 눈빛만은 바다처럼 푸르고 활기에 넘쳐 있었으며 패배를 알지 못했다. 어느 날 먼 바다를 나가 3일 동안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끝내 이겨 조각배에 묶어 돌아오는 과정에 서 상어떼에게 살점을 다 뜯기고 청새치의 앙상한 뼈만 단 채 항구에 돌아왔지만, 노인은 개의치 않는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오두막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든다. 꿈속에서 아프리카 해변을 서성이는 사자 꿈을 꾼다. 물리적으로 패배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승리감을 느끼며 소년 마놀린과 함께 먼 바다를 보며 내일을 기약한다.
부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노인들도 거친 삶에 패배할 수 없다는 용기와 넘어져도 주먹은 쥔 채 일어선다는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 왔다. 20·30대 시절엔 꺼지지 않는 민중항쟁의 횃불을 들고 광장에 나서서 독재정권의 폭압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를 뜨거운 가슴으로 표명하여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고 기초자치제도를 완성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40대에 맞은 IMF 경제 불황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야했다. 남보다 더 잘해 내겠다는 집요함으로, 열심히 살면서 위기 앞에서도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고 거짓 없이 정직하게 맞서며 포기하지 않았기에 OECD 선진국의 시민으로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초조와 불안 대신 여유를 지닌 노인들, 외모에 연연하지 않는 노인들은 자신의 매력이 성품과 지혜에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어느 학자는 행복에도 경험행복과 기억행복이 있다고 했다. 경험행복은 순간순간 실시간으로 느끼는 감정행복을 말한다. 반면 기억행복은 지나온 삶의 의미를 평가하는 인생만족도를 뜻한다. 기억행복을 가슴에 품고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가듯 살아가는 노인은 아름답다. 아름다운 노인들은 규칙적인 운동습관,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독서나 학습을 통한 지속적 사고의 확장을 생활화한다. 또한 자기 개발을 통해 단순한 학습의 연장이 아니라 타인과의 공감능력을 키우고 다음 세대와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 이러한 노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려면 사회적 제도와 문화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연령차별 없는 고용과 재취업의 기회, 건강관리 서비스의 접근성 강화, 그리고 노년의 지혜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역사는 사회가 외면한 이들의 가치를 찾아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역사의 나아감은 노인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세상이 깨닫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회 매체와 광고 등에서 노인의 아름다움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고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통합운동으로 작용되어야 한다. 여권 발급 창구 앞에서 돋보기를 쓰고 여권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80대 초반 할머니의 옅은 미소를 띤 얼굴은 아름답다.
2026-03-0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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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업이 ESG시민운동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심화되는 오늘, 기업의 역할은 단순한 이윤 창출을 넘어 인류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시민적 주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 기업인은 더 이상 경제적 행위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를 통합적으로 실천하는 ESG시민운동은 기업이 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한 필수 과제다.
첫째, 기업의 생존 조건이 변했다. 과거에는 가격과 품질이 경쟁력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성’이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세계 주요 투자기관들은 ESG 평가를 투자 판단의 핵심 지표로 삼고 있다.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회장은 “ESG 없는 기업에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탄소배출권, 순환경제, 공급망 투명성 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되었으며, 이를 무시한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ESG시민운동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실천 플랫폼이다.
둘째, 기업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ESG시민운동에 있다. 기업은 사회의 자원을 활용하여 성장한 존재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진정한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지역의 환경정화, 청년고용 창출, 장애인 고용 확대, 지역사회 교육기부 등은 ESG시민운동의 핵심 실천이다. 기업이 지역과 손잡고 ESG시민운동에 참여할 때, 소비자들은 ‘윤리적 소비’를 통해 그 기업을 지지하게 된다. 신뢰는 곧 브랜드 자산이며, 이는 장기적 수익으로 돌아온다.
셋째, ESG시민운동본부는 ESG 실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광역시 ESG시민운동 지원조례(2024.5.22 제정) 이후 창립된 (사)ESG시민운동본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인가(허가번호 2024-16)를 받은 전국 최초의 ESG 시민단체로, 기획재정부 공익법인(지정번호 103515)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난 9월 17일에는 부산광역시, 부산광역시의회, 부산광역시교육청, 부산상공회의소의 후원으로 개최된 「ESG시민운동 포럼」에 282명의 시민이 참석해 ESG 실천 의지를 보여주었다.
ESG시민운동본부는 국내 최초로 생애주기별 ESG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반 시민을 위한 「ESG시민운동」, 대학생을 위한 「ESG아카데미」, 유·초·중·고생을 위한 「ESG척척박사」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소비자의 ESG 인식과 실천은 점차 생활 속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넷째, ESG시민운동본부는 시민 의식 변화의 촉진자 역할을 해 왔다.
부산일보를 통해 「ESG시민운동의 필요성」, 「ESG조기교육의 중요성」, 「지역축제 이대로는 안 된다」, 「지자체·공공기관 청사 일회용품 반입 금지해야」, 「전국 장례식장 6찬 식판 사용해야」 등의 시론을 연재하며 ESG시민운동의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이러한 꾸준한 담론 형성은 시민과 기업이 함께 실천하는 ‘생활 속 ESG’의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ESG시민운동은 기업인의 명예로운 사회참여 방식이다. 기부나 봉사보다 한 단계 높은 사회적 리더십의 실천이며, 기업의 경영철학이 사회적 가치와 연결되는 과정이다. 일회용품을 줄이고, 에너지를 절감하며, 투명한 경영문화를 만드는 작은 변화가 모여 국가의 경쟁력을 높인다. ESG시민운동에 참여하는 기업인은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번영’이라는 유산을 남기는 주역이 된다.
이제 ESG시민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전략이자 국민운동이다. 부산에서 시작된 이 시민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때, 대한민국 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들어설 것이다. 기업이 시민이 되고, 시민이 기업을 이해하는 상생의 시대, 그 중심에 ESG시민운동이 있다.
2026-03-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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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협동조합 임원 연임 제한 규정 폐지해야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들이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 인력난이라는 3중고를 넘어 디지털 전환(DX)과 AI 전환(AX)이라는 거대한 파도까지 마주한 상황이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중소기업들의 구심점인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하지만 현행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협동조합의 손발을 묶는 독소조항을 품고 있다. 바로 임원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협동조합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천명한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중 가장 핵심이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이다. 임원의 선출과 신임은 조합원의 고유한 권한이며, 이를 통해 조직의 자율성과 민주성이 구현된다.
그런데 연임 제한 규정은 이러한 자율적 의사 결정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한다. 리더의 성과가 아무리 뛰어나도, 조합원들의 신뢰가 아무리 두터워도, 법이 정한 횟수를 채우면 물러나야 한다. 이는 조합원의 판단보다 법률의 획일적 기준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협동조합의 자치 원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만약 같은 논리를 일반 기업에 적용한다면, 주주총회에서 CEO를 선임하는 기업에 ‘최고경영자는 두 번까지만 연임 가능’이라고 법으로 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민간 자율 조직의 인사권에 대한 이러한 국가 개입은 시장경제 원리와도 맞지 않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운영은 단순한 기업 경영의 차원을 넘어선다. 수십, 수백 개 조합원사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동사업을 기획·실행하며, 정부 정책과의 연계를 도모하고, 업계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 이는 고도의 전문성과 깊은 경험을 요구하는 영역이다. 특히 협동조합의 주요 사업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 협동화단지 조성, 공동물류센터 건립, 기술개발 협력, 브랜드 공동개발 등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이러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리더십의 연속성은 필수적이다.
임원의 임기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해당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리더십이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갈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리더가 바뀔 때마다 조직의 비전과 전략이 변경되고, 추진 중이던 사업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인 중소기업의 몫이 된다.
연임 제한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장기 집권으로 인한 권력 집중과 부패의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에는 이미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견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첫째, 정기총회 제도다. 협동조합 이사장은 매년 총회에서 사업보고를 하고 조합원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성과가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조합원들의 질타를 받게 된다. 둘째, 감사 제도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은 의무적으로 감사를 두도록 하고 있으며, 감사는 조합의 업무와 회계를 감독하고 총회에 보고할 책임이 있다. 셋째, 이사회의 견제다. 이사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주요 사항을 결정해야 하며, 독단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구조다. 넷째, 조합원의 직접 선거다. 이사장은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다. 만약 리더의 성과가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조합원들은 다음 선거에서 그를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이것이 가장 강력하고 민주적인 견제장치다.
협동조합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조합원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조직 운영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원 연임 제한 규정을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힘은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적 의사결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법률의 획일적 제한이 아니라, 조합원의 자율적 선택과 책임 있는 판단이 협동조합을 강하게 만든다. 이제 법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협동조합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기를 바란다.
2026-02-25 [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