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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겨울철 혈액 보릿고개를 넘으며
매서운 바닷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본격적인 겨울이 부산에 당도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네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지만, 부산혈액원 제재공급팀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팽팽해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시민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각급 학교의 방학으로 단체 헌혈이 급감하면서 혈액 보유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동절기 혈액 보릿고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으며, 대체할 물질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건강한 사람의 자발적인 헌혈만이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겨울철은 헌혈자에게도, 수혈을 기다리는 환자에게도 가장 가혹한 계절이다.
혈액원 제재공급팀장으로서 매일 아침 출근과 동시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그날의 혈액 보유 현황판이다. 적정 혈액 보유량인 5일분이 넉넉하게 채워져 있을 때의 안도감은 잠시뿐, 겨울철에는 ‘주의’단계인 3일분 미만으로 떨어지는 날들이 잦아진다. 숫자로 표시되는 그 데이터 뒤에는 당장 수술을 받지 못해 애태우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절박한 눈물이 숨어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붉은색 경고등이 켜질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진다.
겨울철 혈액 부족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앞서 언급한 방학이라는 계절적 요인 외에도 독감과 같은 호흡기 질환의 유행은 헌혈 적격자를 감소시킨다. 게다가 최근 가속화되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혈액 수급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심화시키고 있다. 헌혈 가능 인구인 청년층은 줄어드는 반면, 수혈이 주로 필요한 고령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부족 현상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장기적인 과제임을 시사한다.
현장에서 병원으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지금 당장 수술에 들어가야 하는데 혈액이 부족합니다.” 응급환자, 백혈병 환자, 출산 중 과다출혈 산모 등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서 혈액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실무자로서 겪는 가장 큰 고통이다. 부산 지역 내 수많은 병원에서 하루에도 수백 명의 환자가 누군가의 따뜻한 나눔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공급하는 붉은 혈액 팩 하나하나가 곧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버지이며, 사랑하는 자녀의 생명줄이다.
하지만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위기 때마다 빛나는 시민의식을 발휘해 온 저력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의 공포 속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헌혈의 집을 찾아주셨던 부산 시민들의 행렬을 나는 생생히 기억한다. 그 뜨거운 연대와 나눔의 정신이 이 유난히 추운 겨울, 다시 한번 발휘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가장 고귀한 생명 나눔의 실천이다. 헌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20~30분 남짓이다. 잠깐의 따끔함이 지나면, 나의 혈액이 누군가의 혈관을 타고 흐르며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린다는 벅찬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헌혈 과정에서 진행되는 기본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자신의 건강을 확인해 볼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의 기쁨이라 할 수 있다.
시민 여러분, 그리고 부산 지역의 기업 및 단체 관계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린다. 이번 겨울, 가까운 ‘헌혈의 집’이나 ‘헌혈 버스’를 찾아 팔을 걷어붙여 주시길 바란다. 특히 방학을 맞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허리인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헌혈 참여가 절실하다. 직장 동료와 함께, 혹은 가족의 손을 잡고 헌혈에 동참하는 모습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 어떤 교과서보다 훌륭한 생명 존중의 교육이 될 것이다.
연말연시, 우리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며 마음을 전한다. 올겨울에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 ‘생명’을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분이 나누어 준 혈액은 차가운 수술실을 덥히고, 병상의 환자에게 다시 봄을 꿈꾸게 하는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부산의 겨울 바람이 아무리 차갑다 해도, 우리가 나누는 생명의 온기보다는 강할 수 없다. 여러분의 따뜻한 헌혈 참여가 꽁꽁 얼어붙은 혈액 수급의 위기를 녹이고, 더불어 사는 우리 부산을 더욱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오늘, 당신의 팔을 걷어 생명을 잇는 기적에 동참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2026-02-0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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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시 불붙는 행정통합 논의에 부쳐
1990년대 들어 유럽은 '리스본프로젝트'라는 새로운 경제도약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자기들이 한 수 아래로 취급하던 미국이 유럽 전체의 GDP를 넘어서자 위기 의식을 느꼈고 이를 다시 되돌리고자 뭉치기 시작했다. 그게 지금 EU의 탄생 배경이 되었다.
한국판 리스본 프로젝트 역시 수도권 인구 50%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심심치 않게 과거의 행정구역을 복원해서 통합하자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필자가 부울경 메가시티를 주창한 이유도 비슷했다. 그 사이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수도권 인구는 50%를 넘겨버렸다. 그럼에도 유럽은 EU라는 연합체를 탄생시켰지만 한국은 아직 지방정부연합의 의미를 가진 각 지역별 통합의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다시 이 통합에 불이 붙고 있다. 충남 대전을 시작으로 전남 광주가 통합의 물꼬를 터트렸다. 한 때 가장 잘 나갈 것처럼 보였다가 시들었던 경북과 대구의 통합도 다시 꿈틀거린다. 이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것은 파격적인 중앙정부의 지원책이다. 전남 광주의 경우 4년간 20조 원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장기적으로야 당연히 자주적 지방재정과 국세 조정이 필요하지만 감나무 밑에 누워서 지역의 미래를 걱정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부울경 통합을 약속했던 부산과 경남의 도백들의 약속은 오리무중이다. 오죽하면 '큰 것은 능력이 없어서 못하고 작은 것은 안해서 못한다'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돌이키니 부울경이 합의한 메가시티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버린 그 시간이 더욱 야속하다. 그 약속을 지금까지 작동시켰다면 우리나라 첫 번째 통합은 충남 대전이 아니라 부울경이었을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86%의 압도적 주민이 찬성하던 거였다.
큰 것은 효율적이고 작은 것은 민주적이다. 크게 보면 민주성이, 작게 보면 효율성이 문제였다.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지금 이 효율화의 추세를 어떤 동력으로 추진하는가에 달려있다. 이재명 정부는 통합을 통한 효율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주민자치 실질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향해 가고 있다. 방향은 옳고 추구하는 가치도 민주당과 부합된다. 그러니 현장에서 이 두 가지를 얼마나 잘 융합하느냐가 관건이다.
반가운 소식은 울산 역시도 통합에 찬성하면서 현재의 분위기에 올라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야 말로 부울경의 힘을 하나로 모을 조건이 마련되었다.
굳이 제안하나를 하자면, 통합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신중하고 속도감 있게 논의하면서 동시에 시민사회가 지역자치 실질화를 어떻게 만들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강구했으면 싶다. 이를 위해서 부울경 모두가 시민사회의 등판을 요구하고 그에 필요한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예산은 수치로 표현된 정책이다. 실질적인 지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말이니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처럼 주민자치회를 백안시하는 자세로 통합에 다가서면 덩치만 큰 속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울경 통합은 지역연합을 바탕으로 상생정책을 통해 대한민국 제2의 경제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위를 바탕으로 한다. 말은 쉽지만 과정은 복잡하고 이견은 난무할 것이다. 그러니 통합의 대원칙과 방향을 먼저 천명하고 그 대의에 참여하는 모든 세력이 함께 테이블 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 세력의 한 축에는 선진국형 숙의 구조처럼 시민사회가 같이 가야 한다. 정치가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면서 가지 않으면 이견은 확대되고 찬반은 혼란으로 갈 것이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금의 분위기가 뜨겁다고 부울경의 통합이 완성된 것도 아니고 메가시티를 무산시키고 통합을 하겠다더니 아무 일도 안하던 상황에서 '다시 해보자'로 '후진'을 한 셈이다. 앞으로 가도 모자랄 판에 후진까지 하기로 했으니 이제 지나간 시간의 애석함을 잊고 지금 대세가 되어 있는 행정통합의 길을 모두의 지혜로 만들어 내야 한다. 지금의 이 흐름에서 뒤쳐지면 지역 소멸의 위기는 우리앞에 바로 다가올 것이다. 그것이 오늘 부울경 모두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자세다.
2026-01-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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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초고령 부산, 창의적 노화가 미래를 바꾼다
“창의적 노화라니,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이 안 된 사람한테는 사치지요.” 최근 세계노인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던 날, 일본의 한 노인복지학 교수가 내게 던진 말이다. 필자가 발표한 주제는 중장년·노년기의 창의적 활동이 생애 후반기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일본의 교수는 기초연금·의료·돌봄이 우선이라는 현실적 이유를 들었다. 그 말은 이해되지만, 일본처럼 초고령화가 심화된 사회에서조차 창의적 노화를 ‘사치’로만 보는 시각은 마음에 오래 남았다. 왜냐하면 바로 그런 사회일수록 창의적 노화가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창의적 노화가 사치처럼 보일 수 있는 현실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이며, 기초연금만으로 기본생활 유지가 어려운 노인도 많다. 돌봄 공백, 만성질환, 고립·우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적지 않다. 복지 현장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 역시 현실의 무게를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 노화는 사치’라는 지적은 어느 정도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유아교육의 위기를 말할 때 ‘유아기 창의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노년기의 창의성은 논의하지 않는다. 창의성은 특정 연령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필요한 인간의 기본 역량이다. 창의적 활동은 정서적 활력, 몰입 경험, 삶의 만족도를 높이며, 특히 신체·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노년기에는 우울·무기력·사회적 위축을 완화하는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 어떤 일에 창의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창의성은 설렘이고, 몰입이며, 삶을 다시 앞으로 밀어주는 동력이다. 이 불씨가 사라지면 일상의 힘도 잦아든다. 그래서 창의성은 노년기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역동력이 된다.
이 관점에서 창의적 노화는 선택적 여가가 아니라 복지의 확장이다. 영국 예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예술 활동에 꾸준히 참여한 고령자는 의료 서비스 이용률이 37% 낮았고, 우울·치매 위험도 감소했다. 창의적 활동은 개인의 취미를 넘어 건강·돌봄 비용을 줄이는 사회적 자원이다.
유로스타트(유럽연합 통계청)의 분석에 의하면 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의 65~74세 노인 중 80% 이상이 최근 1년간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한다. 이는 생활안정 기반 위에 저비용 문화·학습 프로그램을 결합해 노년층을 지역축제·공공 프로젝트의 주체로 이끈 결과다. OECD 역시 문화 활동이 삶의 만족도·정신건강·인지 기능과 유의미하게 연결된다고 보고한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다르다. 2023년 통계청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문화·여가 활동 참여율은 35.5%, 예술·창작 활동 참여율은 12%에 그친다. 부산은 고령 인구 비율이 이미 22%를 넘는 초고령사회임에도 문화예술 활동 참여율은 전국보다 낮은 20%대 후반이다. 비용, 접근성, 프로그램 부족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장애요인이다. 특히 원도심·산복도로 지역의 고립 위험군 증가 추세는 문화 접근성이 곧 지역 복지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삶의 후반기에 새로운 전성기를 연 사례는 창의적 노화가 공허한 이상이 아님을 보여준다. 미국의 그랜마 모지스는 평생 농장을 돌보며 살다가 78세에 처음 붓을 들었고, 그 늦은 출발은 1500점 이상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프랑스의 마티스는 말년에 거동이 어렵던 시기에도 가위와 종이로 ‘컷아웃’이라는 새로운 양식을 완성했다. 영국의 메리 델라니는 70대에 종이 모자이크 작업을 시작해 1000점이 넘는 식물화를 남겼다. 한국의 박서보 화백 역시 생애 후반기까지 작업을 멈추지 않으며 노년기의 창작 역량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의 경험은 창의성이 젊음의 전유물이 아니라, 오히려 삶이 깊어질수록 다른 방식으로 발현될 수 있는 역량임을 증명한다.
노화는 쇠퇴의 시간이 아니라 숙성의 시간이다. 젊음이 속도와 가능성의 시기라면, 노년은 깊이와 의미를 발견하는 시기다. 그 깊이를 창작의 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 초고령사회 부산이 선택해야 할 미래전략이다. 창의적 노화는 사치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자원이다.
2026-01-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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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산 체육, 시민과 함께 2026 새로운 도약
2025년, 부산 체육계는 그간의 노력과 열의를 성과로 증명했다. 25년 만에 부산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52년 만에 종합 2위를 달성했고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아울러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는 18년 연속 상위권에 자리하는 등 값진 결과를 얻었다. 이는 부산의 체육계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였다.
기록의 이면에는 선수와 지도자, 종목단체와 구·군체육회, 그리고 생활체육을 즐기며 저변을 든든히 받쳐준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시작된 응원과 지지의 땀방울, 지역 실업팀에서 불을 당긴 도전, 생활체육 현장의 활력이 쌓여 부산 체육계는 성과를 이룩할 수 있었다. 특히 2025년은 부산의 체육 열기가 특정 지역이나 계층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 전체로 확장된 해였다.
아울러 2025년의 성과는 체육행정과 체육 현장의 유기적 협업이 이루어졌기에 가능했다. 부산시는 전국 최초로 체육국을 신설하여 체육정책을 전문화하고 그 위상을 높였다. 이를 바탕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현장 지원이 이어질 수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체육국이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선수와 관계자들이 그 실효성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체육정책과·생활체육과·전국체전기획단 등 3개 과와 체육시설관리사업소로 이루어진 체육국은 부산시 체육 전반의 발전 방향과 정책을 기획하고 총괄하고 있다. 또한 시민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전국체전 유치 및 개최에 대한 업무를 전담하여 보다 수준 높은 대회 진행을 가능하게 했다. 스포츠를 매개로 시민의 건강을 증진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행정의 뒷받침 위에 전문체육-학교체육-생활체육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은 부산 체육뿐만 아니라 전국의 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체육국 신설’이라는 과감한 판단이 실효성을 입증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체육회는 2026년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투명경영·공정운영 △회원단체 역량 강화 △실업팀 운영 고도화 △학교체육 경기력 기반 다짐 △전국대회 경쟁력 강화 △생활체육 일상화 △생활-학교-전문 선순환 기반 강화 △부산체육 브랜드파워 향상 등의 비전을 마련했다. 이에 더해 부산에서 열리는 전국소년체육대회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소년체전은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체육 꿈나무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주는 중요한 무대다.
부산시체육회는 대회의 안정적인 개최는 물론, 이를 계기로 학교체육의 저변을 넓히고 학생 선수들이 도전하고 새롭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소년체전의 성패가 학교체육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학교에서 시작된 스포츠 경험이 지역스포츠클럽과 생활체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학교와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는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체육을 향유하는 청소년들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일상과 공동체 가치를 학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모든 비전을 통해 2026년 부산시체육회는 시민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고자 한다. 생활체육과 지역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일상에서 운동을 누리고, 스포츠가 특정한 공간이 아닌 도시 전역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할 것이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체육을 통해 모두를 위한 스포츠, 촘촘한 스포츠 복지로 행복도시를 실현하고 행복한 ‘체육천국 도시’ 조성에 앞장서고자 한다.
2025년의 성과는 부산 체육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제 2026년, 부산시체육회는 전국소년체육대회와 학교체육, 지역 체육의 발전을 통해 그 성과를 미래로 확장하고자 한다. 스포츠가 성장의 기회가 되고, 시민의 일상이 되는 부산. 그 도약의 길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힘차게 걸어갈 것이다.
2026-01-1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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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 영화 ‘국보’를 보셨나요?
최근 일본 영화 ‘국보’가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일본에서는 “국보를 보았습니까”라는 말이 인사말처럼 오갈 정도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지난해 6월 개봉 이후 6개월 만에 1200만 관객을 돌파한 일본 실사영화 최고의 흥행작이라는 점, 그리고 감독 또한 재일교포 3세인 이상일이라는 사실이 호기심을 자극해 지난해 연말 오랜만에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며칠이 지나도록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영화 ‘국보’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약 반세기에 걸친 일본 현대사를 관통하며, 가부키 배우 한 인간이 온갖 난관을 넘어 ‘국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장대한 휴먼 드라마다. 영화 속 주인공 기쿠오의 삶과 선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나 자신의 인생이 투영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렇게 영화가 생생하게 느껴진 데에는 주인공 기쿠오가 활발히 활동하는 1980~1990년대가 필자가 유학하던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도쿄와 지방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가파른 성장이 가져오는 특유의 숨 가쁜 에너지와 불안, 그리고 욕망이 영화 속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예술혼, 혈통과 재능, 고난과 갈등, 사랑과 우정이 뒤엉킨 희로애락의 인간사는 특정 시대의 일본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온 또 다른 이유는 오랜만에 일본 전통예술, 그것도 가부키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다. 가부키를 주제로 한 영화가 80년 만에 개봉했다는 사실은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국보’는 일본의 문화와 예술을 피상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인들이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기쿠오가 어린 딸과 산책하다 신사에서 기도하는 장면이다. 딸이 “무엇을 빌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악마에게 모든 것을 가져가도 좋으니, 일본 최고의 온나가타가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라는 이 대사는 예술의 최고 경지에 오르기 위해 가족과 사랑, 인간적인 삶, 나아가 영혼까지도 내놓아야 했던 기쿠오의 삶을 집약한다. 동시에 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필연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고독과 희생을 뼈아프게 드러낸다.
‘국보’는 묻는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혈통인가, 재능인가. 질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삶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그 물음은 자연스럽게 관객 각자의 삶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얼마나 간절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영화는 결국 우리의 성공이란 보이지 않는 수많은 주변 사람들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리고 국보 기쿠오가 끝내 추구했던 것은 성공도, 명예도, 돈도, 관객의 환호도 아닌, 오직 무대 위에 잠시 스쳐가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
왜 일본 사람들은 노, 가부키, 스모 같은 전통예술에 이토록 의미를 두는가. 그것은 전통예술이 일본인들에게 ‘과거’가 아니라 ‘지금의 일본’을 구성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생활문화로 이어진 역사, 국가와 사회가 함께 만든 계승 시스템, 기술 그 자체를 존중하는 문화, 그리고 전통을 현재형 이야기로 재해석하는 능력이 오늘의 ‘국보’를 가능하게 했다. 이 토양 위에서 1200만 관객이라는 숫자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이 영화는 결코 쉬운 작품은 아니다. 일본 문화와 가부키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관객들이 과연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 그러나 일본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으로, 더 나아가 우리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돌아보게 하는 보편적 울림을 지닌 작품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많은 관객들이 자리를 떴다. 개인적으로는 주제가를 끝까지 듣고, 마지막에 뜨는 이상일 감독의 이름까지 보고 일어나는 것이 이 영화의 진미를 온전히 누리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전통과 예술, 아름다움, 그리고 인간의 삶을 다룬 영화 ‘국보’는 그렇게 천천히 곱씹을수록 깊어지는 작품이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그리고 자신의 삶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를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2026-01-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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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맑은물 공급은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맑은 물은 인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부산 시민 삶의 질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한다. 부산시는 낙동강을 유일한 취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낙동강 수질 오염이 심화됨에 따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 공급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우리 협회는 부산광역시 및 각 구청과 긴밀히 협조하여 시민들께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도출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시민 건강 증진은 물론, 깨끗한 도시 이미지 구축을 통한 관광 산업 활성화, 나아가 관련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낙동강을 유일한 상수도 취수원으로 하고 있는 부산시의 맑은 물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상수원 확보는 현재 정부와 부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으로 분명히 깨끗한 수돗물 공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수원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수원을 확보하면 수질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특히 이상기후나 오염사고 같은 상황에도 더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 수질관리에 큰 이점을 줄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러한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조속 시행하여 부산 시민들이 더 깨끗한 수돗물을 맘 놓고 마실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협회는 부산시의 물 부족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해수담수화 설비 구축,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하천 정화 사업, 그리고 녹조 제거 설비 관련 사업 등에 우선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특히 낙동강 녹조 문제는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시급한 사안인 만큼, 협회 차원에서 혁신 기술을 보유한 회원사들과 협력하여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적용하는 데 힘쓰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더 이상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공공서비스가 아니다. 가뭄과 집중호우, 수질 오염사고, 노후 상수도관 증가 등으로 우리 사회의 물 안전성이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시민들은 ‘수돗물은 당연히 깨끗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마시는 물은 지자체의 치밀한 관리와 막대한 비용이 뒷받침되어야만 유지되는 서비스이다. 이제는 맑은 물 공급을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 투자로 바라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첫째, 수돗물 신뢰 회복을 위한 투명한 관리가 절실하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수질 문제는 시민들의 불신을 크게 키워왔다. 수질검사 결과와 정수 처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오픈 워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시민들은 언제든지 자신이 마시는 물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겠다. 또한 학교와 지역 단체를 대상으로 정수장을 개방해 정수 과정과 안전 관리 체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한다면, 공공서비스에 대한 신뢰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둘째, 스마트 상수도 체계로 전환해야 하겠다. 누수 감지 센서, 수질 자동 모니터링, 정수장 디지털 트윈 기술 등 첨단 기술을 상수도 관리에 도입하면, 기존 인력 중심의 관리 체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정확한 운영이 가능하겠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물 관리 분야에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맑은 물은 산업경쟁력의 필수사항이다. 반도체, 식품, 바이오 산업 등은 초순수(UPW)가 공급되어야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으며, 이러한 산업단지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공업용수 확보가 지역 경제의 경쟁력 이라는 관점으로 확장되어야 하겠으며, 국가 산업단지 ‘물 순환 클러스트’ 구축을 제안 드린다.
넷째, 깨끗한 물은 모든 공공서비스의 출발점이다. 안전한 수돗물 공급이 보장되어야 교육·복지·산업·환경이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어린이가 마시는 물은 그 어떤 서비스보다 중요하겠다. 학교 급수전 점검 강화, 저수조 관리 철저화 등 ‘아이 중심의 물 안전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맑은 물 공급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인프라일지 모르지만, 그 가치와 중요성은 어느 투자보다 크겠다. 미래 세대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마련하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며, 지금 이 순간부터 행동해야 할 과제이다. 시민과 행정, 전문가가 함께 힘을 모을 때, 우리는 물 걱정 없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026-01-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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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000만 노인 인구 시대, 일할 권리를 설계하자
옛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빈곤은 개인의 의지로만 해결하거나 일시적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 성장을 이룬 나라가 되었지만, 노인의 빈곤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그늘로 남아 있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고도의 성장 이후의 대한민국은 노인의 빈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법은 ‘현금 지원만이 복지’라는 인식을 넘어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공적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이 ‘삶의 예측 가능성’을 넓히지 못하면, 빈곤은 반복되고 삶의 질은 개선되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복지는 돈을 주는 데서 끝나는 복지가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역량과 선택권을 제공하는 복지다. 나는 그 답을 직업교육과 일자리 창출에서 찾는다.
오늘의 노년층은 더 오래 살고, 더 오래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고, 3명 중 1명은 취업 상태이지만 나머지 3명 중 2명은 일자리가 없어 안정적인 근로소득 기반이 취약하다는 보도가 있다. 반면 장년층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그들이 생각하는 적정 은퇴 연령은 평균 73.4세에 이른다. 그러나 노동시장 바깥으로 밀려난 중장년에게 ‘일’을 개인의 의지로만 찾을 수 없기에 ‘기회의 제공’이 필요하다. 기술 변화는 빠르고, 일자리의 요구 역량은 달라진다. 결국 중장년과 노년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취업과 전직이 가능한 실질적 경로를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
그 경로의 중심에 전 생애 평생직업교육이 있어야 한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직업교육은 청년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출생률 하락과 기대수명 증가로 학습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머지않아 중장년 학습자가 청년 학습자를 앞지르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제 직업교육은 청년 취업 정책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정책이자 노후 빈곤 해법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준비된 기반을 갖고 있다. 전국 129개 전문대학, 약 50만 재학생 규모의 고등직업교육 인프라는 지역 곳곳에 촘촘히 존재한다. 전문대학이 중장년에게 맞는 단기·집중형 교육과정, 자격 연계 과정, 현장 실습과 프로젝트 기반 훈련을 제공하고, 지역 산업과 연결된 채용 매칭까지 수행한다면 교육에서 취업까지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일자리도 단순한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춘 전환형 일자리, 숙련된 직무역량을 살리는 고령친화 직무, 디지털·서비스 직무로의 이동을 지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함께 가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직업교육법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입법화를 추진하는 직업교육법은 중등·고등·평생 직업교육을 국가 책무로 명시하고, 생애주기별 직업능력 개발을 공공정책으로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법에는 직업교육 지원의 원칙만 담을 것이 아니라, 경력진단·직업상담, 교육비 지원, 학습성과 인증, 고용서비스 연계, 지역·산업 수요 기반의 교육과정 편성과 품질관리까지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직업교육이 복지의 주변부가 아니라, 빈곤을 예방하는 국가 시스템이 된다.
해외는 이미 ‘교육복지’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8년 개인의 직업적 미래를 선택할 자유에 관한 법을 통해 개인훈련계좌제로 직업교육을 지원한다. 현금이 아니라 역량을 지원해 스스로 직업을 선택하게 만드는 복지다. 우리도 직업교육법 제정과 국가 차원의 평생직업교육 지원, 그리고 지역 기반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결합된다면 노년 빈곤 문제는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결국 노인의 빈곤을 줄이는 길은 ‘도와주는 사회’를 넘어 ‘다시 설 수 있게 하는 사회’로 가는 것이다. 직업교육은 재취업의 문을 열고, 일자리는 소득의 기반을 만든다. 경제 성장의 성과가 노년의 빈곤이라는 마지막 과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복지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나라가 될 것이다.
2026-01-1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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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이 외국인 유학생을 동반자로 맞이하려면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 해답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외국인 유학생을 지역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맞이하는 정주 유도 정책이다. 지역을 살리는 인재, 함께 살아갈 이웃으로서 맞이하겠다는 뜻이다. 부산시는 ‘스터디 부산 30K(Study Busan 30K)’라는 비전 아래 2028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3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부산대학교는 라이즈(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를 기반으로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학업과 생활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며 지역 발전의 든든한 동반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생활, 진로, 문화적 통합을 포괄하는 실질적 정주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이 부산으로, 부산대로 오는 것만으로 정주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주는 경험에서 비롯되고, 그 경험은 사람 간의 태도와 관계 속에서 쌓인다.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사회의 자세와 포용이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암묵적 차별’이다. 이는 의도적인 배척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배제나 미묘한 신호로 나타나는 차별을 뜻한다. 예를 들어 토론에서 발언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거나, 대화 중 눈맞춤이 적고 사무적 응대만 이어질 때,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당사자에게는 배제의 신호로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차별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멤피스대학교 크리스틴 P 존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암묵적 차별의 경험은 노골적인 차별보다 더 깊은 악영향을 미친다. 노골적인 차별은 가해자의 의도가 분명해 상대의 잘못임을 인식할 수 있지만, 암묵적 차별은 그렇지 않다. 은연중에 무시나 배제를 암시하는 태도를 마주하면, 사람은 그것이 차별인지 아니면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인지 끝없이 의심하게 된다. 미국 라이스대학교 미키 헤블 교수는 이러한 모호한 차별이 인지적 스트레스를 유발해 엄청난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학업과 성장에 써야 할 인지 자원이 차별의 의미를 해석하고 감내하는 데 낭비되는 셈이다.
즉, 암묵적 차별은 단순히 불쾌함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지속 가능한 구성원으로 맞이하는 역량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식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라이스대학교 이든 킹 교수는 차별 완화를 위해 구체적 행동 변화가 필요하며, 타인의 경험을 능동적으로 상상하는 공감 기반 접근과 차이를 인정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다양성 친화 목표를 설정해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노력과 함께 변화는 결국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시작된다. 대학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에게 먼저 말을 거는 동료, 어색한 한국어를 주의 깊게 들어주는 교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려는 조교의 태도 등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유학생에게 정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다. 이런 사소한 배려는 단순한 친절을 넘어, 낯선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이곳의 구성원이라 느끼게 하는 힘이 된다. 누군가의 미소, 따뜻한 인사, 짧은 대화의 순간들이 쌓여 낯선 곳을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살아가는 곳으로 바꾼다.
우리는 이제 외국인을 정책의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갈 사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캠퍼스에서, 지역에서,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같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공동체, 내 삶에 의미를 주는 사람들, 그리고 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외국인 유학생이 그런 미래를 부산에서, 대한민국에서 그릴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여는 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주 유도의 시작이다.
2026-01-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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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새로운 시즌 시작, 지속 가능 패션 설계하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면 패션산업에는 또 하나의 시즌이 열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컬렉션이 바뀌고, 쇼윈도의 풍경이 달라지듯, 연초는 기업이 새로운 방향과 전략을 점검하고 올해 목표를 구체화하는 시기다. 해가 바뀌는 순간은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옷을 만들고 어떤 가치를 시장에 제안할 것인지 다시 정의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산업 속에서 수십 년을 보내며 깨달은 것은, 시작의 순간이야말로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2026년을 향한 출발선에 서 있는 지금, 패션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트렌드의 생명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동시에 기술은 디자인과 생산, 유통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최근 전국 대학교수 7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變動不居)가 선정된 것처럼, 세상은 잠시도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패션기업은 속도와 방향, 유연함과 지속성 사이의 균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패션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트렌드는 매 시즌 달라지지만, 브랜드가 지켜야 할 기준과 철학은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된다. 단기적인 유행에만 반응하는 브랜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반면 오랜 시간 축적된 브랜드의 미학과 가치 위에 변화를 더해가는 기업은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옷은 소비되지만, 브랜드의 정체성은 축적된다. 그 축적된 신뢰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힘이 된다.
기술 기반 변화는 패션산업의 경쟁 구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디자인 프로세스,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 스마트 생산 시스템은 이미 업계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친환경 소재 개발과 지속 가능한 공정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통해 어떤 감성과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것인가이다. 패션은 결국 사람의 삶과 가장 가까운 산업이며,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진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 역시 새해 경영의 핵심 과제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넘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해외 소비자들은 디자인 완성도는 물론, 브랜드의 스토리, 생산 과정의 투명성, 환경과 사회적 책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제 패션기업의 해외 진출은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제안하는 일이다. 변화의 폭이 큰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치밀하고 세련된 전략과 유연한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 경영의 중요성은 패션산업에서 특히 더 크게 다가온다. 환경을 고려한 소재 선택, 과잉 생산을 줄이기 위한 생산 구조 개선, 지역사회와의 상생은 더 이상 부가적인 가치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옷의 디자인과 가격뿐 아니라, 그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기업의 태도까지 함께 바라보고 있다. 지속 가능성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의 신뢰와 미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이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또한 새해 경영의 기본 조건이 되었다. 원자재 가격 변동, 물류 리스크, 환율과 금리 변화 등 다양한 변수들이 기업의 수익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단기적인 대응 능력과 함께 중장기적인 전략적 시야가 동시에 필요하다. 안정적인 경영 기반 위에서만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패션기업의 길은 언제나 선택과 결단의 연속이다. 정해진 답이 없는 시장에서, 때로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세정은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2026년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서 패션기업으로서의 본질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부산을 대표하는 패션기업으로서 산업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중심은 단단히 지키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과감히 나아가는 기업이 되겠다. 새해가 모든 패션 종사자와 기업, 그리고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영감과 도약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2026년이 지속 가능한 패션의 가치가 더욱 깊이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하며, 여러분의 가정에도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2026-01-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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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국 장례식장, 6찬 식판 도입해야
장례식장은 한 인간의 마지막을 기리는 가장 경건한 공간이며, 한 사회의 품격을 보여주는 문화의 거울이다. 그러나 오늘날 전국 장례식장의 현실은 이 품격과는 거리가 멀다.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 종이컵, 일회용 수저, 식탁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매년 약 3억 7000만 개, 2300t의 일회용품 쓰레기가 장례식장에서 배출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유통 일회용 접시의 20%를 차지한다. 전국에 약 1200곳의 장례식장이 운영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문제가 환경에 미치는 파괴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특히 일회용기는 단순한 쓰레기 문제가 아니다. 제조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사용 후 소각·매립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남은 플라스틱은 미세입자가 되어 토양과 해양을 오염시키고, 결국 인간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부산영락공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다회용기 전면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나, 안타깝게도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빈소 10개를 운영하는 이곳은 다회용기 사용에만 매월 약 25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광역시의 지원금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웠고, 세척·운송비 등 유지비 부담이 커 지속이 불가능했다. 결국 좋은 취지의 사업이 예산 부족으로 멈춰버린 것이다.
그러나 해법은 있다. ‘6찬 식판’을 사용하면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가능하다. 초기에는 식판 구입, 식기세척기 설치, 자율배식대 비치 등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하지만, 한 번 시스템이 갖춰지면 이후 추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조문객이 먹을 만큼만 덜어가는 자율배식 방식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식기세척기를 통한 현장 세척은 다회용기 운송·회수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과 비용을 해소한다. 부산영락공원의 경우 이 방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매월 2500만 원의 예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장례식장은 대접받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고인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하는 공간이다. 시민들이 이 취지에 공감한다면 다회용기 사용으로 인한 약간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문객이 감수하는 작은 불편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실천이 된다.
전국적으로도 다회용기 도입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2023년 친환경 장례문화사업을 도입하고 서울삼성병원과 3개 시립병원이 동참하고 있다. 경기도는 산하 6개 도의료원(수원·이천·안성·의정부·포천·파주) 장례식장에 다회용기 사용 체계를 마련해 일회용품 저감에 나서고 있고, 화순군은 2025년 3월 장례식장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고 있다. 김해, 창원, 울산, 안양, 구미, 정읍, 김제시 등에서도 다회용기 재사용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신축·증축되는 모든 장례식장에는 식판, 자율배식대, 식기세척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초기부터 시스템을 갖춘 시설일수록 운영비 절감 효과가 크고, 탄소배출 감축에도 기여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장기 계획으로 추진해야 한다.
단순히 용기만 바꾸는 것을 넘어 반찬 구성을 다양화한 6찬 식판은 고인을 예우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품격 있는 장례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장례문화의 변화는 곧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준다. 장례식장 6찬 식판 사용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우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구를 생각하는 품격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고인을 예우하고, 유족을 위로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미래세대를 지키는 길이다.
2026-01-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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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담배 소송 항소심, 국민 건강의 기업 책임 기준 다시 묻다
오는 15일 예정된 담배 소송 항소심 선고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이 재판은 단순한 손해배상 소송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을 사회가 어떻게 보호하고, 그 비용을 어떤 원칙으로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판단의 계기가 될 것이다. 담배가 폐암과 후두암 등 중증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어 있다. 의료 현장에서 흡연을 주요 원인으로 하는 질병 치료가 더 이상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질병 치료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이 현재 어떤 구조 속에서 부담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흡연으로 발생한 질병 치료비의 상당 부분은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지출되고 있다. 이 재정은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가 매달 납부하는 보험료로 조성된다. 다시 말해 특정 제품으로 인해 발생한 건강 피해의 비용이 사회 전체, 그리고 미래세대에까지 분산되고 있는 구조다.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이 구조를 더 이상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만들어진 제품이 장기간 판매되어 온 구조적 문제를 사회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에서다.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공적 의료보장제도가 감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정립하고 기업의 국민 건강에 대한 윤리의식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청년과 미래세대의 부담과 직결된다. 지금의 판단이 향후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과 보험료 구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원인과 비용의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어 다음 세대가 떠안게 된다. 이는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이자,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건강권의 관점에서도 이번 항소심은 의미가 크다. 담배는 오랜 기간 젊은 층을 주요 소비 대상으로 삼아 왔고, 중독 위험을 알리지 않은 채 만들어진 제품과 마케팅은 새로운 흡연자를 만들어 왔다.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의 책임 기준과 국민 건강보호 정책의 방향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재정 현황을 보더라도 이 문제는 추상적인 논의에 그치지 않는다. 흡연으로 인한 폐암·후두암 등 중증질환 치료에 2023년 기준 3조 8000억 원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었다. 흡연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 질병에 사용되는 재원이 늘어날수록, 필수 의료와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사용되어야 할 재정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결국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 모두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한 국민적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담배 소송을 지지하며 진행된 서명 캠페인에는 약 150만 명의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는 단순한 찬반의 표시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 피해와 그 비용 부담 구조를 더 이상 공공 재정이나 개인의 몫으로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고도 제품을 생산·판매해 온 담배 제조사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이러한 인식은 건강보험제도가 지향해야 할 공공성과 책임의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다가오는 항소심 판결은 건강보험제도가 앞으로도 국민의 신뢰 속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모두가 납부한 보험료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기대해 본다. 그 판단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한 걸음 더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26-01-0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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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해양수도 부산과 가덕신공항
필자는 부산시장 정책특보로 있던 2000년 2월 '해양수도 부산'을 처음 제안했다. 그해 12월 18일 당시 안상영 시장이 공식 선포했다. 25년이 흐른 지금, 부산이 과연 해양수도로서 대한민국 제2의 도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부산 경제 활력 저하, 법·제도적 기반 미흡, 중앙정부 예산 부족 등 복합적이다. 이로 인해 도시 성장과 국가 발전의 중요한 국면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못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해양수도 부산은 부산이 지닌 해양산업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도의 자치권 보장과 국가균형발전을 연계해 지방시대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매우 전향적이고 혁신적이다.
특히 가덕신공항의 차질 없는 추진(2026년 예산 6889억 원 확정),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및 기능 확대, 해사법원 설치, HMM의 부산 이전, 북극항로의 부산항 환적 거점 육성 등은 해양산업 기반을 닦고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다. 그 중에서도 부산항을 북극항로의 아시아 출발항이자 글로벌 환적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법·제도 기반 마련, 전문 인재 양성 의지는 해양수도 부산 실현의 핵심축이다.
해양수도 부산이 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글로벌 공항의 확보다. 세계적 해양허브 톱10 도시들의 평가 결과를 보더라도 도시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공항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싱가포르, 로테르담, 런던, 상하이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공항의 부재는 부산 발전의 구조적 제약 요인이다.
가덕신공항 논의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한 달 앞두고 발생한 김해공항 북측 돗대산 참사 이후 본격화되었다. 최근 부지공사를 위한 수의계약 과정에서 시공사가 입찰 조건(84개월)과 다른 설계안을 제출함에 따라 계약이 중단되었고, 국토교통부는 발주 방식과 적정 공기를 재검토한 재추진 방안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 도입 △공사기간을 당초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조정△ 사업비를 10.5조 원에서 10.7조 원으로 증액 △공기 단축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이다. 이를 기반으로 2025년 재입찰 공고, 기본설계 착수, 2026년 착공을 목표로 한다.
가덕신공항은 남부권의 글로벌 관문공항으로서 인천공항과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인천이 수도권의 하늘길이라면 가덕도는 남부 경제·물류의 관문이 될 것이다. 나아가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한다. 가덕신공항은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해상공항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매우 높다. 내륙에 위치해 소음 제약이 많은 김해공항과 달리 민원 부담이 없고, 안전성도 우수하다. 세계 주요 도시의 현지시간에 맞춘 스케줄 관리가 가능해지면 환승 효율이 높아지고, 야간 운항이 가능한 화물기의 증가로 물류 경쟁력 또한 강화될 것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실질적 완성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덕신공항은 부산 경제뿐 아니라 국가와 남부권 전체의 재도약을 견인할 전략사업이며, 대한민국의 미래 항공·물류 경쟁력을 결정짓는 인프라다.
2026-01-0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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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의 시대에 인간의 길을 생각한다
흔히 AI를 '초지능'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이것은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지능이 어떻게 구속되어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비록 만물의 영장으로 불리는 인간이지만 시한부의 삶을 사는 것은 다른 유한한 생물들과 마찬가지이다. 그들 또한 죽음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고자 하지만 시한부를 피해 나갈 수는 없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도 또한 조건부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더 나은 조건 혹은 더 나은 상태를 찾아 지능을 발휘하는 것은,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른 생물들에게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닌가?
AI가 인간 존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은 '전기 에너지의 공급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시한부와 조건부에서 인간의 한계를 쉽게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조건부는 시한부에 귀속되는 하위 범주이다. 예를 들면 바둑에서처럼 바둑판에서 돌(시간)이 채워질수록 방법(조건)의 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시간의 존재로서 인간의 효용성과 가치가 AI와는 비교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 시간은 근대의 시간, 즉 유클리드 시공간에서의 단순한 시간이 아닌가 싶다. 근대 인간의 일과로서의 노동 시간은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의 8시간이며 이 시간은 방향성을 갖고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는가? 이 8시간의 노동 생산성에서 인간은 AI에게 패배를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 존재에게 시간은 과연 직선으로만 흐르는 것일까? 일을 하다가 불현듯 깊은 상념이나 과거의 기억에 잠길 때 시간은 직선성에서 이탈하는 것 아닐까?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그것이 다른 분야(공간)에서 초래할 미래의 여파를 상상해보는 것 또한 시간의 단순한 직선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시간의 직선성에서 벗어나는 이 순간은 사실은 다른 공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몸은 이 순간 이곳에 있으나 정신은 이 순간 다른 곳과 다른 시간대(과거 혹은 미래)에 가 있는 것이다. 저는 이것이 인류가 근대의 사유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근대의 생산관리 체계에서는 사람이 일하다가 이런저런 상상과 몽상에 빠진다면 생산성 저하는 물론이고 휴먼 에러로 중대한 안전사고까지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렇게 복잡 미묘한 인간을 단순한 산업 현장에서 도저히 가둬둘 수 없어서 AI를 탑재한 로봇이 새로운 가성비로 출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간 존재가 어떤 길을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인지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시한부와 조건부의 세계에서 ‘슈퍼 을’인 초지능의 기계(AI)에 대응하여 인간이 다시 ‘갑’의 자리를 회복하기 위해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과거와 같은 지능이 아니라 이제는 상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별 존재가 갖는 무의식과 상상의 세계, 그리고 그것을 나타내는 애매하거나 모호한 은유적 표현을 AI 알고리듬이 인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다. 즉, 말과 문자(기호)가 사람의 마음과 뜻(기의)을 온전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기호만을 학습하는 AI가 인류와의 사회적 공간에서 야만적 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혹은, 반대로 인간이 AI와의 공동체를 추구하면서 인간의 언어가 전혀 여백이 없는 무미건조하며 직설적인 언어로 변모될(AI를 닮아갈) 가능성도 커지지 않을까? 사람과 사람 간에 이미 직설의 언어가 난무하면서 반목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지금의 세태 또한, 인간을 단순하게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그렇게 길들이려는 근대의 폭력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풍부한 상상력에 의한 은유와 비유, 유머 있는 말솜씨가 더욱 그리워지는 시대이다. 그것은 말과 문자의 ‘스리 쿠션’이고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는 적과의 칼부림이 아닌 함께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과의 ‘땡꼬 때리기’ 게임이며, 이것은 근대정신의 야만성을 극복하는 길이 될 것이다.
2025-12-3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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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가균형발전의 시작은 부산으로부터
대한민국은 지금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수도권 과밀을 완화하고 남부권에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겠다는 국가적 구상은 더 이상 선언이나 구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부산은 그 방안을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지다. 그간 수도권 집중이 심화되며 부산은 ‘제2의 도시’라는 위상이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수도권의 대체축으로 기능할 수 있는 지역은 사실상 부산을 포함한 남부권이 유일할 것이다. 특히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을 기반으로 동북아 관문이라는 독보적인 지정학적 입지 위에 항만·공항·철도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 물류체계를 갖춘 도시이자, 제조업·물류·관광·금융이 집적된 글로벌 복합 대도시다. 서울과 동일한 길을 걷는 추격자가 아니라, 전혀 다른 기능과 구조로 국가 성장의 또 하나의 발전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이에 더해 북극항로시대의 개막과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AI 기술의 발전은 부산의 전략적 가치를 한층 더 부각시키고 있다. 북극항로가 가져올 글로벌 물류·에너지·산업 지형의 변화와 함께, AI 기술은 전통산업인 물류·제조·해양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새로운 성장 단계로 이끄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와 해운기업 본사의 부산 이전 추진은 이러한 변화 속 부산을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중심에 두겠다는 정부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 다가오는 새로운 기회를 발판으로 성공적인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외부적으로 수도권 중심의 성장 구조를 보완·분산할 수 있도록 부산이 중심이 되어 남부권 전체의 경제·산업 협력을 전략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부산은 항만·공항·금융·관광 등 도시 인프라와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허브 기능을 강화하고, 울산과 경남은 자동차·조선·기계 등 전통 제조업을 기반으로 AI 조선, 제조 혁신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상호 보완적인 발전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병행하여 부산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허브 도시로서의 위상에 걸맞게 기업 혁신, 행정 혁신, 금융 혁신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철저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그 첫 번째는 기업 혁신이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AI·디지털 전환, 친환경 기술 도입, 기술 고도화 등 혁신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기술 개발, 인재 확보, 자금 조달, 시장 진출이 유기적으로 구축·운영되는 혁신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경영자는 혁신 의지를 가지고 기업 운영에 적극 실행해야 한다.
다음은 행정 혁신이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이나 절차 간소화에 머무르는 단순 관리 중심의 행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 AI와 데이터 기술을 적극 활용해 행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 변화와 기업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과 AI 전환 등 미래 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산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중장기 산업전략을 설계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이 요구된다.
마지막은 금융 혁신이다. 금융의 역할은 더 이상 단순한 대출이나 이자 수익 중심의 활동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미래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생산적 금융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글로벌 자본 이동과 금융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지역 금융 역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핀테크, 디지털 금융, 데이터 기반 금융 등 첨단 금융 기술을 적극 활용해 기업의 혁신과 투자를 촉진하고, 나아가 지역 산업과 글로벌 자본을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국가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대한 국가 전략이다. 권역별 경제 발전 전략과 협력, 그리고 각자의 혁신 노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 전국 어디에서든 청년이 기회를 얻고, 기업이 성장하며, 시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균형 잡힌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그 출발점은 부산이다.
2025-12-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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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번에는 맑은 물 먹을 수 있어야
낙동강 유역 주민들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겠다며 정부가 다시 나서고 있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낙동강 유역 주민의 식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맑은 물 공급을 위한 최적 방안을 마련하고, 단계별 사업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이용하는 취수원 다변화 방안이 제시됐고, 부산 취수장을 낙동강 상류로 올리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낙동강 하류 지역 주민들에게 남강댐의 물 공급 계획은 30년 이상 늘 애만 태우게 만든 ‘희망고문’과 같은 것이었다. 남강댐의 상류에 댐을 더 만들어서라도 깨끗한 물을 부산과 창원·함안·김해·양산 등 경남의 중·동부 지역 주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은 역대 정부의 일관된 국정과제였고, 경남도의 도정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부경남 지역과 일부 환경단체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그런데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은 낙동강 하류 주민들의 생활과 건강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부산의 끈질긴 구애에 취수예정지 주민들과 지자체들이 점차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진주 등 서부경남에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남강댐물의 수급 체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주목된다.
지난해 부산상의회장 취임 직후 반드시 물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던 양재생 회장의 적극적인 활동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 10월 서울에서 기후부장관을 만나 부산의 맑은 물 확보와 관련한 건의서를 전달하면서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을 국정과제로 삼은 정부가 부산 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대체수원 확보 등 장기적 방안도 함께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해에도 대통령에게 물 문제를 건의해서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다.
돌이켜 보면 맑은 물 공급 문제는 1991년 페놀사태 이후 필자가 부산상의회장을 맡고 있던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와 낙동강 유역 지자체들이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각종 정책과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으나, 서부경남의 반대로 인해 어느 것 하나 진척되지 못했다. 보다 못한 진주 출신의 출향인들이 재부산진주향우회와 진주·부산발전협의회 등을 만들어 민간 차원에서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넓혀나갔고, 재부경남향우연합회가 힘을 합쳤다. 허남식 전 부산시장 등 서부경남 출신의 출향인들도 함께 현지 지자체장과 상의회장 등을 직접 만나 지역발전기금 지원 등 상생 방안을 협의했으나, 문제 해결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근 서부경남에서도 남강댐 방류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종전과는 다른 변화가 감지된다. 사천·남해·하동 지역에서 홍수 때 남강댐의 대량 방류가 “공동체의 생존기반을 무너뜨리는 구조적 문제”라며 국회의원과 지자체장들이 나서 피해보상과 함께 댐 운영 방식과 방류체계 개선, 국비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진주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경남도의회에서 지난 7월 극한호우 당시 남강댐은 최대량을 방류했는데도 댐 바로 아래에 사는 진주시민은 물론이고 함안과 의령 군민들까지 엄청난 침수 피해를 입을 뻔했던 위기를 겨우 넘겼다며 기후대응댐 건설을 공식 제안했다.
그동안 정부와 경남도가 남강댐 수위 높이기, 합천댐의 조정지댐 활용, 함양 문정댐 건설 및 중·소규모 댐 건설 등의 방안을 내놓았으나 댐이란 말만 나와도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던 서부경남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심정’으로 이런 의견이 나왔다는 것은 이상기후로 인한 홍수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라고 하겠다. 이런 대책을 맑은 물 공급과 직접 연관을 지을 수는 없겠으나, 좀 더 다목적인 방향으로 이뤄져서 더 많은 주민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일본의 8개 광역지자체가 결성해서 공동발전하고 있는 간사이광역연합을 모델로 부울경광역연합을 만들자고 주장하면서, 이 연합의 결성에 단초가 된 것이 3개 광역지자체가 물 문제를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낙동강 물 문제는 결국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강과 안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상류와 하류 지역 주민들이 서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상생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5-12-28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