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 기로에 서다] ‘재선충과의 전쟁’ 백기 든 지자체도
사업비 쏟아부어도 ‘속수무책’
확산속도 못 따르는 방제 고민
일부 지자체, 생활권 방제 전환
경남 밀양시 상남면 야산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고사해 잿빛을 띠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확산 정도가 심상찮다. 한 해 218만 그루 감염이 확인된 2014년 2차 대발생 피해 규모를 곧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피해가 극심한 일부 지자체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사실상 방제 포기를 선언했다.
16일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 국가방제전략(2026~2030)’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는 2022년부터 증가 추세로 재전환했다. 2023년 107만 그루, 2025년 149만 그루 등 감염 나무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3차 대발생이 진행되는 양상이다. 올해는 7월 말 현재 전국 177만 그루가 재선충병에 걸렸다. 218만 그루가 발병했던 2014년 다음으로 가장 많고, 해를 거듭해 증가 추세다.
경남의 경우 감염 나무가 2022년 21만 6768그루에서 2025년 58만 4156그루로 3년 만에 약 2.7배, 169% 증가했다. 2026년 감염 나무는 115만 5546그루로 단 1년 만에 약 2배, 98% 증가했다. 2026년 감염 피해 조사량 중 80% 수준인 약 92만 3000그루는 밀양·창녕·사천·김해·하동 등 5개 시군에 집중됐다. 현재 밀양·창녕은 5만 본 이상 피해 등급인 ‘극심’ 지역으로, 사천·김해·하동은 3만~5만 본 피해 등급인 ‘심’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외 1만~3만 본 피해 등급인 ‘중’ 지역에 창원, 진주, 양산이 포함되어 있는 등 경남 대부분의 지역이 감염으로 시름하고 있다.
재선충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자 일부 지자체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생활권 방제 등 소나무재선충병 대응 정책 전환을 검토하는 단계다. 피해 등급 ‘극심’ 지역에 포함된 경남 창녕군은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100만 본 정도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극심’ 등급을 규정하는 기준인 5만 본의 무려 20배에 달하는 피해다. 창녕군은 최근 소나무재선충병 긴급 예방과 방제 조치가 필요한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됐다. 창녕군은 최근 산림청 요청으로 대응 부서를 구성할 계획이지만 재선충병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라 내부적으로는 생활권 소나무 방제 집중 등 정책 방향 전환을 검토 중이다. 산림 속 소나무 방제는 사실상 포기하는 방향인 셈이다.
창녕군은 재정 자립도가 낮아 방제 사업비 부담이 크다. 산림재해대책비는 국비 50%·경남도비 15%·군비 35%다. 올해 창녕군은 현재까지 군비만 8억 원을 투입했다. 이처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가 가시적인 효과 없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진행되면서 추후 창녕군처럼 기존 방제 전략을 포기하는 지자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방제 예산을 추가 투입해 피해 확산에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기후변화로 매개충 활동이 증가하고 소나무류가 자연 쇠퇴하면서 재선충병 피해도 집단화·규모화하면서다. 149만 그루가 피해를 본 2025년 경남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율은 71%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그조차 65%로 급감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