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책 찢고 나온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 울산에도 있소
공업도시로만 생각했던 울산에도 목장이 있다. 지난달 열린 부산푸드필름페스타(BFFF)에서 30년 넘게 젖소를 키우고 우유를 생산해 온 유진목장을 처음 알게 됐다. 영화제에서 상영된 프랑스 영화 ‘사랑, 우유, 그리고 치즈’가 계기였다. 열여덟 살 소년이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변고로 가장이 되어 치즈 만들기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다. 신기하게도 울산에 꼭 닮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 영화 상영 뒤 유진목장 정해경(38) 대표가 무대에 올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날 관객들은 MZ세대 여성이 대를 이어 큰 목장을 운영하게 된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풍덩 빠져들었다. 그 뒤 내내 궁금했던 울산 울주군 유진목장에 찾아가 해경 씨가 미처 풀어놓지 못한 달콤쌉쌀한 이야기를 마저 들었다.아버지 정이기, 어머니 손선희 씨는 책을 좋아하는 문학소년 소녀 출신이었다. 부산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어머니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목동처럼 살고 싶다”라고 먼저 운을 띄웠다. 아버지도 “그러면 부산을 떠나 자연으로 가자”라고 선선히 응했다. 아버지는 경남 양산의 한 목장에서 목부로 취직해 성실하게 일했다.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목장주가 송아지 한 마리를 선물로 준 게 시작이었다. 아버지는 이어갈 사람이 없었던 연로한 목장주로부터 목장을 인수했다. 그리고 구제역, 광우병 파동, 원유 가격 폭락, 사룟값 폭등 같은 온갖 위기가 있었다. 그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젖소 150두를 키우는 오늘날의 유진목장을 일궈냈다.해경 씨는 걸음마 할 때부터 송아지가 친구였다. 목장 일로 바쁜 부모님을 도와 송아지에게 우유를 주거나 볏짚을 옮겼다. 한국판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는 소를 키우는 부모님이 부끄러웠던 철없는 시절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 비가 많이 오면 다리가 물에 잠겨 트랙터를 타고 학교에 가야 했다. 학교와 멀찌감치 내려달라고 해도, 꼭 정문 앞에 세워주는 아버지가 그때는 참 원망스러웠다.종이 다른 동물도 서로 교감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됐다. 해경 씨는 겨울에 송아지가 태어나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담요를 덮어주곤 했다. 그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강아지가 갓난 송아지를 톱밥으로 얼굴만 빼고 다 덮어놓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엔 송아지가 죽었다고 오해를 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린 송아지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은 강아지의 마음이 나중에야 읽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다 동물과 교감하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꿈꾸게 됐다. 수의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천안의 연암대학교 축산학과에 다니다, 유가공 산업에 관심을 두게 되며 부산대 동물생명자원학과에 편입했다.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를 하던 2012년이었다.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가 목장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아버지의 상태는 생사의 기로에 섰다고 할 정도로 심각했다. 신기한 꿈도 몇 차례나 꿨다. 버스가 다가와서 타라고 했다. 아버지가 버스 좌석에 앉으면 도로에 흰 소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소가 도로에 있으면 안 되는데 싶어서 버스에서 내리면 꿈에서 깼다. 저승행 버스를 가족 같은 소가 막아준 게 아닌가 싶은 꿈이었다.부모님은 해경 씨 자매에게 목장 일을 할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차녀인 해경 씨는 고민 끝에 가업을 잇겠다고 결심했다. 그때가 스물셋이었다. 처음 3년은 소를 돌보는 일에만 전념하기로 약속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우유를 짜고, 사료를 먹이고, 거름을 치웠다. 지게차와 트랙터 운전에 인공수정까지, 남자도 힘든 낙농 전 과정을 혼자서 다 했다. 소들의 미스코리아 대회 같은 한국홀스타인품평회에도 송아지와 함께 처음 출전해 4등이라는 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회에서 자신처럼 젊은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낙농이 새로운 문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부모님은 해경 씨가 맡은 목장 일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자,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밖에 나가 안목을 넓혀 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시작한 선진 낙농국 체험은 일본, 미국, 호주, 터키, 이스라엘 등 12개국을 넘기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유도 잼으로 만들어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일본에서 알게 됐다. 일본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밀크잼은 언양읍에서 운영 중인 카페 본밀크를 창업하는 데 큰 영감을 줬다. 유진목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과 요거트를 맛볼 수 있는 본밀크는 줄 서는 유명 카페가 되었다.유진목장에서 함께 운영하는 유가공 제조시설 및 체험공간인 본치즈어리는 호주 여행에서 처음 만난 개념이었다. 본치즈어리는 처음에는 치즈의 모든 것을 경험하는 치즈 레스토랑으로 구상했다. 하지만 다소 시기상조라는 판단에 치즈를 만드는 체험 공간으로 한발 물러선 상태다. 해경 씨의 아이디어 노트에는 호주에서 만난 유청 와인도 들어 있다. 원유로 치즈를 만들면 치즈가 10퍼센트, 그 나머지가 유청이다. 국내에서는 이 아까운 유청을 모두 버린다. 유청을 증류해 만드는 유청 와인에 도전할 생각으로 특허까지 받아뒀다.목장에 카페 일로 바쁜 해경 씨는 이봄(6), 이숲(4)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남편 김유장 씨는 유진농장에서 차로 15분 떨어진 언양읍에서 포니랜드라는 승마 체험장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 창업농 1기에 울산에서 나란히 선정되어 교육을 같이 받으면서 서로 눈이 맞았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소말부부’의 탄생이었다.해경 씨는 첫 아이 출산하고 나서 진짜 많이 울었다. 미처 엄마 젖소의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한 게 미안해서였다. 어미 소가 송아지를 낳고 나면 안전과 위생을 이유로 서로 떨어뜨려 놓는다. 그러면 어미 소는 밥도 안 먹고 난리가 난다. 해경 씨는 출산 뒤에 아이를 떨어뜨려 놓고 하루 두 차례 전화 통화만 허용하는 게 그렇게 서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 소와 아기 송아지를 합방시키는 목장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듣고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너의 깨달음이 참 감동스럽다. 우리만의 목장 관리 방식으로 풀어가자”라고 약속했다. 소는 임신 기간이 사람과 똑같은 열 달일 정도로 사람과 닮았다.목장주이자 엄마로서 해경 씨가 요즘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저출생 여파로 인한 우유 소비량의 감소다. 국내 1인당 흰 우유 소비량은 1980년대 이후 최저 기록을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그래서 해경 씨는 교육부와 연계한 학교로 ‘찾아가는 우유 교실’ 출강도 열심히 하고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유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줘야 낙농 사업도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해경 씨가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유진목장에 들어온 지 벌써 16년이 흘렀다. 그동안 아버지는 두 번의 고비를 넘겼지만 맞는 약을 찾아서 회복되었고, 지금도 목장 일을 도와주고 있다. 부모님이 애써 가꾼 목장을 부끄럽지 않게 오래 지속할 방법에 대해 여전히 고민을 많이 한다. 유진목장은 부산우유에 70퍼센트를 납품하고 나머지는 제품화해 카페에서 사용한다. 다행스럽게도 유진목장에서 자체 처리하는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대량 생산과 전국 납품, 세계로 우주로! 미안하지만 이런 확장이 꿈이 아니다. 대신 해경 씨는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유진목장이 하는 일이 보람 있고 귀감이 된다고 생각하면 좋겠단다. 유진목장에서 키우는 소는 130두로 줄였다. 앞으로는 50두만 키우는 게 목표다. 알프스처럼 소들을 풀어 놓아 누가 봐도 정말로 소를 행복하게 키운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유진목장과 본치즈어리의 체험 프로그램인 ‘팜클래스’는 주말에만 네이버 예약을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치즈 만들기, 송아지 우유 주기 등 아이 눈높이에 맞는 목장 체험이 포함되어 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암 재발 없도록 안전하게 제거… 환자 삶의 질도 고려
유방암은 조기 발견이 중요한다. 유방암 검진에는 증상 없는 여성이 정기적으로 받는 ‘선별검진’과 증상이 있을 때 받는 ‘진단검사’가 있다. 국가암검진은 만 4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2년 간격의 유방촬영술을 권고한다. 좋은강안병원 유방센터 전창완 소장은 “국내 유방암 환자의 약 13%가 70세 이상이기에, 전신 건강상태가 좋다면 나이만으로 검진을 중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유방촬영술이 멍울 발생 전 미세석회화를 발견하는데 유효하다면, 유방초음파는 유방 안에 위치한 혹·결절·낭종을 평가하는데 유용하다. 유방촬영술에서 치밀유방으로 판정되거나 비대칭 음영이 발견된 경우에는 유방초음파를 추가한다. 유전성 유방암 관련 병적 변이가 확인되거나 젊은 나이에 유방암을 앓은 직계가족이 있는 고위험군은 전문의와 상의 후 유방 MRI 등 개인별 검진계획을 세워야 한다. ■유방암 수술 때 병변 위치도 중요관상피내암(0기 암)이 범위가 작고 부위가 국한됐다면 유방보존술 후 방사선치료를 한다. 같은 0기라도 미세석회화가 여러 구역에 넓게 분포하거나, 병변 범위가 유방 크기에 비해 매우 크다면 전절제술을 고려한다. 종양이 작고 림프절 전이가 없거나 제한적인 1기는 유방보존술을 우선 고려한다.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있는 2기는 보존수술이 가능하면 바로 수술할 수 있다. 하지만 종양이 크거나 HER2 양성·삼중음성처럼 약물 치료 반응이 좋은 유형이라면 선행항암치료로 암을 줄인 후 보존수술을 시도한다. 3기는 종양이 크거나 피부·흉벽 침범, 광범위한 림프절 전이가 있는 국소진행성 유방암이다. 항암·표적·면역치료 등을 먼저 진행하고, 치료 반응에 따라 전절제술이나 일부에서는 유방보존술을 시행한다.병변 위치도 중요하다. 전 소장은 “유두 바로 아래라도 유두 침범이 없다면 유두보존 전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고, 유두·유륜에 암이 침범했다면 유두를 보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유방 안쪽이나 아래쪽 병변은 같은 크기라도 변형이 두드러질 수 있어 종양성형술을 함께 설계한다.■삶의 질 고려하는 수술 방식유방암 수술은 암을 안전하게 제거하면서 재발 위험을 낮추고, 가능한 한 유방의 형태와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을 치료하는 것만큼 환자 삶의 질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 소장은 “현대 유방암 치료의 목표는 재발을 막는 데 필요한 치료를 정확하게 선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전 소장은 유방보존술 가능 여부는 암의 크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종양 크기와 유방 전체 크기의 비율, 암의 분포 상태, 수술 후 깨끗한 절제면을 확보할 수 있는지와 방사선치료 가능 여부, 선행항암치료 후 종양이 얼마나 줄었는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서 수술 방식을 결정한다. 선행항암치료와 종양성형술을 적절히 결합해 종양학적으로 안전한 범위 내에서 유방 보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 반대로 서로 떨어진 여러 사분면에 암이 존재하는 광범위 다발성 병변이나 피부와 유두를 광범위하게 침범한 경우라면 전절제술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유방 재건이다. 유방 재건은 시점에 따라 ‘즉시재건’과 ‘지연재건’으로 나뉜다. 즉시재건은 전절제술 후 재건술까지 시행한 뒤 수술을 종료한다. 가장 큰 장점은 유방의 피부 외피를 최대한 보존해 자연스러운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암 제거와 재건을 한 번의 마취로 진행해 수술 횟수를 줄이고 환자의 상실감도 줄일 수 있다. 좋은강안병원의 경우 전절제 환자의 약 76.7%가 재건술을 병행했다.지연재건은 조직 제거 후 항암·방사선치료가 끝난 수개월 또는 수년 후 시행한다. 전 소장은 “피부 침범이 광범위하거나 염증성 유방암인 경우, 조절되지 않는 당뇨·중증 비만으로 상처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경우 지연재건이 고려된다”고 말했다. ■미세전이 조절로 재발 위험 낮춰유방보존술 후 남은 유방에는 원칙적으로 방사선치료를 한다. 전절제 뒤 △종양 크기 5cm 초과 △여러 개의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 △피부 또는 흉벽 침범 △염증성 유방암 △절제면에 암이 남았거나 매우 가까운 경우 △선행항암치료 전 림프절 전이가 많았거나 치료 후 잔존암이 남은 경우라면 방사선치료가 적극적으로 고려된다.전 소장은 ‘미세전이’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미세전이를 제거하지 못하면 수년 뒤 뼈, 폐, 간, 뇌 등에서 원격전이로 나타날 수 있다”며 “보조약물 치료의 목적은 현재 보이지 않는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성장을 억제해 재발과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약물치료는 강할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전 소장은 “병리 결과, 림프절 상태, 종양 크기, 치료 반응, 유전자검사, 나이, 동반질환을 바탕으로 재발을 줄이는 이득과 부작용의 손실을 비교해 필요한 만큼 치료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유방암 치료 후 관리도 중요하다. 유방보존술을 받은 환자는 치료한 유방과 반대쪽 유방에 정기 유방촬영술을 시행한다. 병기·치료 내용에 따라 검사 주기를 정하고, 증상과 진찰을 바탕으로 필요한 검사를 선택하면 된다. 운동은 주당 150~300분의 중등도 유산소운동이나 75~150분의 고강도 운동, 주2회 이상의 근력운동이 권장된다.암 환자에게는 주변의 정서적 지원도 중요하다. 진료에 동행하고, 환자 본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외모 변화나 재건 선택을 평가하지 않고, 항암치료 부작용과 응급증상을 함께 숙지하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 전 소장은 “유방암 치료의 성공은 암을 없애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꼭 필요한 치료를 정확히 시행하면서 환자의 몸과 마음, 그리고 치료 이후의 삶까지 지키는 것이 진정한 완치”라고 말했다.
나를 살린 음식
남에게도
권하는 맛있는 행복
몸이 아프고 난 뒤 음식의 의미가 달라졌다. 자극적인 맛보다 몸이 편안한 음식을 찾게 됐고,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중요해졌다. 병을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식탁은 어느새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식탁이 됐다.“살기 위해 건강한 음식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그때 체감한 치유의 경험을 많은 분께 전하기 위해 이 공간을 차렸습니다.” 대학교수로 일하다 명예퇴직한 뒤 부산 금정구에서 카페 또이따를 운영하고 있는 박성혜 대표의 말이다.올해로 개업 7년 차를 맞은 또이따는 디저트·브런치 애호가, 업계에서는 ‘조용한 강자’다. 특별한 마케팅 없이 ‘좋은 재료로 만들어 맛있고 먹고 나면 속이 편하다’는 입소문만으로 코로나19 대유행도 버텼다. 인근 주민은 물론, 부산·경남 곳곳에서 주변에 별다른 명소가 없는 이곳까지 ‘원정’을 온다. 스마트 스토어를 통한 온라인 판매에는 서울·수도권이 전체 주문량의 80%가량을 차지한다. 2022년엔 레시피와 카페 경영 노하우 등을 가르치는 과정(꼬르또또)도 개설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가격이 비싸다’는 손님들도 쓰이는 재료나 들어가는 정성을 보고는 주변에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고 알린 것 같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또이따에서 판매하는 빵과 과자, 청, 브런치 등 모든 메뉴에 유기농 혹은 친환경 재료만 사용한다. 자연스레 원료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기 어렵지만 통상적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원가가 제품 가격의 30% 수준이라면, 이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직접 연구한 레시피에 맞는 수작업으로 맛을 더 높인다.박 대표에게 카페는 단순히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곳을 넘어 치유의 공간이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면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을 수밖에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신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마진이 얼마 남지 않거나,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박 대표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만든 음식이 누군가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얻는 기쁨이 훨씬 크다”며 “원산지 하나가 바뀌어도 맛과 영양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쓰는 재료와 들이는 정성은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유아교육, 그중에서도 그림책 등 유아문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신라대학교 유아교육과에서 약 30년간 강단에 섰다. 재직하며 수많은 예비 교사를 길러낸 박 대표는 2021년 8월 대학에서 명예퇴직했다. 2019년 4월 또이따를 차린 뒤 아들에게 맡겼던 운영에 본격적으로 전념하기 위해서였다.아직 정년까지 수년이 남은 시점이었다. 남편도 박 대표에게 퇴직하는 게 아깝지 않은지 넌지시 물었다. 박 대표는 “교수로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른 퇴직이 후회되지는 않았다”며 “변수를 통제하고 그에 따른 변화를 분석하던 연구자로서의 습관이 레시피 연구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그런데 그해 11월 박 대표는 설암 진단을 받고 수술해야 했다. 박 대표가 수술대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했던 박 대표는 학부를 마친 뒤 대학원에 갓 진학한 1987년 무혈성 괴사증으로 처음 수술받았다. 골반이 무너져 내리는 심각한 병이었다. 박 대표는 이때를 시작으로 5년 전까지 총 8차례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았다. 1991년 대학원 졸업 후 수술을 받고는 재활에만 꼬박 1년이 걸릴 정도였다.박 대표가 고된 투병과 재활의 시간을 견디며 무너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던 건 ‘빵’이었다. 아픈 탓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엄습하던 박 대표에게 손으로 직접 빵과 과자를 빚고 굽던 시간은 그 자체로 위로이자 치유였다. 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막연한 선망의 대상이었던 제빵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목발을 짚고 부평시장 인근의 제빵학원에 다녔다. 당시 박 대표를 지도했던 강사는 일취월장하는 박 대표의 솜씨를 보면서 나중에는 수강료를 받지 않고, 유학을 권할 정도였다. 박 대표는 “수업이 끝나면 시장에서 산 재료를 들고 집에서 실습했다”며 “당시 집에는 별다른 설비가 없고 가스 오븐이 전부였지만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 시간에 몰입하며 아픈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타인을 행복하게 할 수 있길 바란다. 본인의 행복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재료도 중요하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은 분명 치유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지금도 커피를 내리기 전에 이 커피를 마시는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한다”며 “레시피도 꾸준히 연구해 몸에 좋은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말했다.몸이 아프고 나서야 음식의 속도를 알게 된 사람이 있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길의 ‘수카페’에서 제철 재료로 한식 한 상을 차려내는 박수현 대표는 “한 끼 때우는 식사가 아니라 편안하게 머물다 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수카페 주방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강된장 케일 쌈밥, 두릅전, 구운 채소 샐러드, 소불고기, 달고기 튀김, 초록홍합 세비체 등 계절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이 상에 오른다. 메뉴는 정해져 있지 않다. 그날그날 시장에서 가장 좋다고 느낀 재료로 식탁을 꾸린다.박 대표는 오후 영업을 마치면 다시 시장으로 향한다. 여러 가게를 돌며 채소를 만져보고 생선을 살핀다. 그는 “시력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좋은 재료를 알아보는 눈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다.그런 습관은 엄마에게서 배웠다. 식당을 운영했던 엄마는 매일 새벽 ‘빨간 고무 다라이’를 들고 버스를 타고 시장으로 향했다. 엄마는 “음식은 정직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는 “왜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엄마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11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박 대표는 원래 바비큐 중심의 파티 공간을 운영했다. 싱가포르에 살던 시절 현지인들에게 한식을 대접하는 일이 즐거웠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 한식 자격증을 취득했고, 서울을 오가며 푸드코디네이터 사범 마스터 과정을 이수했다. 음식의 맛은 물론 색감과 플레이팅, 공간의 분위기까지 고민하는 지금의 식탁은 그때부터 완성되기 시작했다.그러다 코로나19가 닥쳤고 신장암 진단까지 받았다. 이후 조직 검사에서는 암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수술대에 오른 경험은 음식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몸이 아픈 일을 겪고 나니 음식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예전에는 자극적인 음식도 즐겼지만 지금은 가공식품과 강한 양념을 멀리한다. 식당들을 찾아다녀 봐도 마음 놓고 먹을 만한 곳이 많지 않았고, 결국 자신이 먹고 싶은 건강한 밥상을 직접 차리게 됐다.그가 말하는 건강식은 거창하지 않다. 좋은 재료를 고르고, 천천히 조리해 정성껏 차려내는 것. 그는 이를 ‘좋은 재료에 정성 한 스푼’이라고 표현했다. 식당은 손이 많이 가는 한식 특성상 예약제로 운영한다. 그는 “급하게 하면 놓치는 부분들이 많다”며 “손님들도 천천히 식사하면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오래 기억에 남는 손님도 있다. 한 손님이 음식을 많이 남겨 입맛에 맞지 않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자신이 암 말기 환자라고 털어놨다. 그 손님은 “죽고 싶은 마음으로 왔는데 오늘은 정말 행복하게 먹었다”며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고 했다. 박 대표는 “그런 일을 겪으면 식당을 쉽게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해운대 특성상 외국인 손님도 많다. 크루즈 관광객 등 외국인 손님에게 개별 상차림으로 한식을 내놓는데 반응이 좋다. 박 대표는 “그 한 끼가 한국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준비한다”고 말했다.매일 아침 식당 문을 열 때마다 그는 여전히 “이걸 계속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흔들린다고 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몸이 고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장에서 제철 재료를 고르고 주방에 서는 순간 다시 마음이 움직인다고 했다.식당 문을 닫은 오후면 그는 또 시장으로 간다. 새벽마다 시장으로 향하던 엄마의 길을 이제는 자신이 걷고 있다고 했다.박 대표는 “음식을 하면서 매일매일 엄마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몸이 아프고 난 뒤 그는 맛있으면서도 먹는 사람의 몸이 편안한 음식을 고민하게 됐다. 그리고 오늘도 그 마음으로 다음 식탁을 준비한다.
[울산 울주군 자수정동굴 탐방] 태곳적 신비에 탄성이 절로… 더위 따위 까마득히 사라져
정말 덥다. ‘찜통 더위’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낮 최고온도이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에 오직 시원한 곳만 찾게 된다. 살인적인 무더위에 시원한 곳이 어딜까 생각해보면 동굴만한 곳도 없을 듯 하다. 그렇다고 램프를 들고 박쥐가 우글거리는 동굴 탐사를 하자는 건 아니고, 우리 주변에 가족들과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고,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기운도 받을 수 있는 곳.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의 자수정동굴나라를 다녀왔다.■영롱한 보라색 보석을 품은 자수정동굴나라부산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자수정동굴나라는 영남 알프스의 백미 신불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2월의 탄생석이며 세계 5대 보석 중 하나인 자수정을 채광하던 광산 갱도다. 총 길이 2.5km, 넓이만 약 1만 6500㎡(5000평)로 축구장 약 2.3개 정도의 넓이다. 폐광으로 방치됐다 1987년 테마파크로 조성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잔뜩 찌푸린 미간이 시원한 기운이 두리운 신불산 자락에 들어서면서 다소 누그러졌다. 역시 자연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났는데도 피부로 느껴지는 바람이 다르다.자수정동굴나라 탐험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동굴 구간을 직접 걸으며 관람하는 도보 코스와 지하 수로를 이용해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수로 탐험 코스가 마련돼 있다. 두 가지 모두 경험하고 싶어 신청했더니 매표소 직원이 보트 탐험부터 하란다. 보트 탐험을 하기 위해 ‘선착창’에 도착하니 동굴 안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다. 역시 동굴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무보트에는 한 번에 10명씩 탑승한다. 보트 3개 정도를 보내고 나서야 내 차례가 됐다.보트에 몸을 싣고 낮은 천장 아래 수로를 지나는 기분이 묘하다. 미로같은 지하동굴을 이리저리 둘러보니 마치 미지의 지하세계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더위는 온데간데 없다. 동굴 수로를 달리던 보트 ‘선장’이 “여기서부터 내려서 걸어가야 합니다”라고 한 썰렁한 농담은 동굴 천장에 박힌 보라색의 영롱한 자수정을 보며 용서가 됐다. 어두운 동굴에 선명한 보라색의 자수정이 영롱한 빛은 뿜어냈다. 아름답다. 역시 보석은 보석이다.수로의 길이는 500m로 각종 동굴과 연결돼 있어 이색적이었다. 박쥐가 산다는 박쥐동굴, 폭포수가 떨어지는 폭포동굴, 여기저기 자수정이 박혀 있는 자수정동굴 등 다양했다. 동굴 수로의 수심이 궁금해 물었더니 2m란다. 수로는 동굴 암반에서 자연적으로 흘러나온 지하수가 모여 수로를 이뤘다고 했다. 보트 탐험이 시작되자마자 울음을 터뜨린 돌 지난 아기는 7분여 동안의 여정이 끝날 쯤에야 울음을 멈췄다.잠깐 동안의 동굴 탐험이었는데도 몸은 벌써 더위를 잊고 있었다. 동굴 속 연중 평균 기온이 12~16도라 하니 그럴만 했다. 곧바로 도보 탐험에 나서려다 차가워진 몸을 조금 데운다는 기분으로 테마파크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아이들을 위한 공룡나라가 있다고 해서 갔더니, 커다란 공룡 모형 앞에서 가족들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바이킹,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도 눈에 띤다. 바이킹을 탄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참 오랜만이다.■태고의 신비가 어우러지는 자수정의 세계보트 탐험을 해봤으니 이젠 걸어서 동굴 탐험에 나섰다. 과거 자수정을 채굴하던 모습의 벽화가 동굴 입구에서 반겼다. 힘든 노동의 현장을 인기 캐릭터와 함께 따뜻하게 표현한 게 인상적이었다. 추천 경로를 따라 반딧불동굴부터 찾았다. 예상대로 반딧불이는 없었지만, 벽면 가득 반딧불을 표현한 조명들이 다채로웠다. 반딧불 조명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을 뒤로 하고 공룡동굴로 향했다. 공룡동굴 입구에서 만난 물 뿜는 고래 모형물 보며 여기가 ‘고래의 도시 울산’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역시 아이들에게 최고의 인기 캐릭터는 공룡이다. 아이들은 거대한 공룡 모형을 직접 만져 보고, 거대한 공룡 입에 들어가 공룡의 표정을 지으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움직이는 공룡을 보고 놀라 우는 아이는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어두운 동굴에 ‘빛의 향연’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빛동굴’이 나타났다. 사람의 생각은 비슷한 모양이다. 동굴 벽면과 천장에 빛으로 꾸며진 동굴에선 마치 우주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신비로운 모습에 사진에 담으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다. 빛동굴에서 이어지는 미디어아트광장에선 산타크로스와 루돌프, 아이러브존 등 다채로운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추억을 담긴엔 제격이다.빛동굴의 신비로움을 지나면 오리보트가 나온다. 동굴 수로 체험을 하지 못한 관람객들을 위한 배려인 듯 했다.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여기서 꿀팁! 동굴 체험을 하려면 얇은 옷이나 모자가 필수다. 동굴 천정에서 물에 떨어지기도 하고, 오랜 동굴 탐험에 체온이 낮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이곳은 관광뿐 아니라 고고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도보로 관람할 수 있는 동굴탐험 코스는 6500만년 전 조립식 화강암으로 형성된 곳이다. 태고의 신비가 이어지는 자수정 정동이 그대로 남아 있고, 실제 동굴 내부에 전시돼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자수정은 ‘언양 자수정’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최상급에 속한다.동굴에 오래 있어서 인지 몸이 싸늘해 자수정 기체험관으로 향했다. 몸도 따뜻하게 하고, 더위로 지친 기운도 받고…. 자수정의 신비한 기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체험실은 따뜻했다. 십여 명의 관람객들이 바닥이 따뜻한 기체험실에 앉거나 누워 자연 그대로의 자수정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몇몇 관람객들은 자수정 벽면에 최대한 다다가 자수정을 기운을 받거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수정의 기운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자수정 암반수도 인기다. 자수정 기체험실 인근에 보면 자수정에서 나오는 암반수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자수정 암반수는 폐의 기를 좋게 하고,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자궁을 따뜻하게 하고, 심장의 기를 높여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따뜻해진 몸을 이끌고 나오니 소원동굴의 이정표가 보인다. 여기까지 왔는데 소원 하나 빌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방향을 잡았다. ‘우리 가족 건강하면서 하고자 하는 모든 일 이루게 해 주세요’ ‘다이어트 성공하게 해 주세요’ ‘엄마 아빠 새 폰 갖고 싶어요’ 등 갖가지 소원이 적힌 카드들이 소원동굴 벽면에 가득하다. 수백 개의 소원들을 바라보며 모든 사람들의 소원이 전부 이뤄졌으면 하는 소원을 빌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부산 초여름 수놓을 ‘몸의 언어’
제22회 BIDF 개막
부산의 초여름을 수놓을 부산국제무용제(BIDF, 운영위원장 신은주)가 2일 ‘BIDF 프린지’를 시작으로 일주일간의 여정에 들어간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BIDF는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프린지를 신설하고, ‘AK21 안무가 경연 결선’을 축제 기간에 포함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행사는 7일까지 해운대 해변과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덴마크, 몽골 등 13개국 44개 단체, 350여 명이 참여해 60여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부산·울란바토르 우호협력 10주년을 기념한 교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공식 개막식은 5일 오후 6시 30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진행된다. 개막 공연으로는 캐나다 퀘벡의 ‘나무의 존재’와 ‘번 베이비, 번’(BURN BABY, BURN)이 무대에 오른다. ‘나무의 존재’는 퀘벡의 소도시 생장포르졸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플러브 에스파스 당스’의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인 샹탈 카롱이 2022년 안무한 작품이다. 4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25분 내외의 현대무용으로, 인간과 자연, 특히 캐나다 북부 숲의 야생 동물과 나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시적으로 그려낸다. ‘번 베이비, 번’(BURN BABY, BURN)은 캐나다 무용계의 거장이자 발레리노 출신 안무가 기욤 코테가 이끄는 ‘코테 당스’의 작품으로, 전쟁과 기후 위기 속 인간의 모순을 디스코라는 역설적 이미지로 표현한 60분짜리 컨템포러리 발레다. 두 작품은 5일(오후 7시 30분)과 6일(오후 3시) 2회 유료(R석 7만 원, S석 5만 원, A석 3만 원, 학생 단체 1만 원)로 공연된다.6~7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남짓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선 ‘BIDF 공식 프로그램’이 무료로 펼쳐진다. 올해는 한국 무용단(강미리할무용단·와이즈발레단·AWSC·르씨디씨·요찬강·수무브)을 비롯해, 홍콩(Y SPACE), 대만(메이메이지 댄스), 인도네시아(두타 사만 인스티튜트), 프랑스(칸 로젤라 하이타워 주니어 발레단), 아르헨티나(탱고 2커플), 덴마크(어퍼컷 댄스 시어터), 몽골(에르카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라인업을 꾸렸다.이 중 6일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번 베이비, 번’ 외에 강미리할무용단 ‘신이적고’, AWSC ‘Bed town’, 르씨디씨 ‘마브 MOB’ 등이고, ‘나무의 존재’, 요찬강 ‘학’, 수무브 ‘카시나칭칭’ 등은 7일에만 만날 수 있다. 나머지는 이틀 모두 공연된다. 특히 덴마크 어퍼컷 댄스 시어터의 하이브리드 비보잉·현대무용 ‘벤치 BENCHED’, 대만 메이메이지 댄스의 호샤오메이 안무가의 초현실적 미학이 돋보이는 신작 프롤로그, 인도네시아 전통 ‘사만가요춤’ 등이 눈길을 모은다. 일본 미디어아티스트 우메다 히로아키와 부산 무용수들의 협업 무대도 기대된다. 한·일 협업 무대는 2025년 BIDF 안무가캠프와 연계한 것으로 부산-일본(BIDF-우메다 히로아키) 협업 레지던시 후속 창작 작품을 공연한다.신설된 제1회 ‘BIDF 프린지’는 7개국 18개 작품이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부산을 포함한 국내외 신진·기성 안무가들이 참여한다. 부산 연고 작품으로 박재현의 ‘뼈 이야기’, 공주영의 ‘마주할 용기’, 김남진피지컬씨어터 ‘흔들리는 땅’, 이현우의 ‘찰나: 감지하다’, 황정은 ‘그을음’, 프로젝트 촘의 ‘적당한 침묵’(이언주 안무)이 포함됐고, 서울, 대만, 프랑스, 일본, 리투아니아, 스페인, 에스토니아 등에서도 부산을 찾아온다. 2일 오후 7시, 3일 오후 3시부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과 로비에서 열린다. 3일 오후 6시엔 프린지 네트워킹 시간도 마련된다.차세대 안무가 발굴을 위한 제18회 AK21 안무가 육성 경연은 7일 오후 3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다. 현재 3차 심사까지 통과한 염승훈(‘너 싫어’), 윤희섭(‘Royal blue’), 이종윤(‘만선 Return to the home’), 배현우(‘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가 결선을 치른다. 4명의 안무가 모두 남성이고, 이 중 염승훈과 이종윤은 부산 출신이다. 축하 공연으로는 지난해 17년 만의 첫 공동 수상으로 눈길을 끈 김형민(‘드루와’)과 양승관(‘궤도’) 무대가 준비된다. 올해부터는 최우수안무가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 외에 안무자에 한해 해외 초청 항공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제5회 BIDF 부산국제안무가캠프는 오는 7월 7~16일 부산시민회관 연습실에서 타우피크 이제디유(모로코), 테트 카스크(에스토니아)를 마스터 안무가로 초청해 개최한다.이밖에 △BIDF 거리 공연(4일 오후 5시 해운대 구남로 거리, 7일 낮 12시 부산역) △찾아가는 맞춤형 예술감상 프로그램’(용호초등-몽골·명륜초등-덴마크·충렬초-인도네시아 팀 등) △부산무용협회와 부산무용인이 함께하는 열린무대 △전공자를 위한 오픈 워크숍(6일 오전 10시 발레·7일 오전 10시 탱고, 영화의전당 리허설룸)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공연 예매는 놀 인터파크 티켓과 영화의전당 누리집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일정은 BIDF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1-868-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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