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숨고 불펜 포수의 세계,<br />‘있는데 없습니다, 없는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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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숨고 불펜 포수의 세계,
    ‘있는데 없습니다, 없는데 있습니다’

    “오케이! 나이스!”지난달 30일 부산 사직야구장. 경기 전 관중이 입장하지 않은 고요한 경기장 1루 쪽 불펜에서 짧고 굵은 외침이 울렸다.불펜에서는 롯데 자이언츠 선발 투수 박세웅이 힘차게 공을 뿌렸다. 25개의 공을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가볍게 던졌지만 불펜장에는 포수의 우렁찬 감탄사가 울려 퍼졌다. 박세웅에 이어 외국인 투수 로드리게스와 비슬리도 이어 공을 던졌다. 등 번호 02번의 포수는 쉴 새 없이 앉았다 일어섰다. 한 개의 공도 빠짐 없이 포수 미트를 힘차게 내밀며 “나이스”를 외쳤다같은 시간. 경기장 마운드에서는 등 번호 05번 투수가 공을 던졌다. 훈련용 보호 펜스 뒤에서 홈을 향해 정확히 공을 던지자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호쾌하게 돌아갔다. 경쾌한 타격 울림에 투수의 표정은 밝아졌다. 보통의 투수는 타자의 헛스윙에 웃지만, 05번 투수는 타자의 장타에 웃고 있었다.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02번 포수는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경기 도중 폭우가 쏟아졌고 폭우로 경기가 멈추자 그라운드 키퍼들과 함께 잔디 정리를 거들었다. SNS에는 “경기장 정리하는 저 선수는 누구에요?”라는 댓글이 달렸다.투수의 공을 하루 수백 개씩 받는 불펜 포수. 좋은 타구에 웃음 짓는 배팅볼 투수. 경기 전후 선수들의 경기 환경을 만드는 훈련 보조원. 그라운드의 ‘1인 다역’인 롯데 자이언츠 05번 불펜 포수 김지석(27), 02번 안환수(25)의 삶을 들여다봤다.■공 받기는 업무의 30%“저희를 뭐라고 소개 해야 되죠?”자기 소개를 해달라는 말에 갸우뚱하는 그들. 이들의 공식 명칭은 ‘훈련 보조원’이다. 주 업무가 투수들의 공을 받는 역할이기에 불펜 포수라는 명칭도 이들에게는 익숙하다. 롯데 자이언츠에는 5명의 불펜 포수가 있다. 5명이 선수들의 훈련, 선수들의 기량을 위해 1인 다역을 경기 전, 경기 중, 경기 후 동시에 맡는다.경기가 있는 날 훈련은 경기 4시간 30분 전 시작된다. 훈련 1시간 전 불펜 포수의 하루는 시작된다. 5명이 장비를 꺼내고 배팅 케이지와 훈련 도구를 세팅한다. 훈련 준비가 끝나면 선수들이 나오고 이들은 투수를 가장 먼저 돕는다. 캐치볼을 함께하고 불펜 피칭하는 투수의 공을 받는다. 타자들에게 배팅볼까지 던지다보면 어느덧 시간은 경기 시작 전 2시간이 된다.불펜 포수 김지석은 “불펜 포수이지만 공을 받는 일은 전체 업무의 30% 정도다”며 “훈련 준비, 훈련 정리 같은 보조 업무가 포수 역할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경기가 시작되면 이들은 오히려 숨을 잠시 돌린다.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던진다면 휴식도 길어진다. 자칫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부터 흔들린다면 다음 투수가 몸을 풀어야 해 바로 포수 장비를 챙긴다. 하루에 공을 받는 투수는 1인당 보통 3~4명. 캐치볼과 타격 훈련까지 합치면 500번 가량 공을 던지고 받는다.선수보다 더 많이 공을 받고 던지는 만큼 아프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불펜 포수 안환수는 출근 전 한 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체력 관리를 한다. 그는 “한 명이 다치면 훈련 전체에 지장이 생긴다”며 “웬만하면 아픈 것도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투수보다 먼저 아는 그날의 공불펜 포수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자주 투수의 공을 보는 사람이다. 데이터에 기록되지 않는 공의 힘과 끝 움직임을 미트로 읽는다. 같은 직구도 좋은 날과 나쁜 날의 느낌이 분명히 다르다. 매일 같은 공을 받은 손에는 데이터보다 앞서는 감각이 쌓인다.‘잘 받는 기술’도 필요하다. 공을 미트 중심에 담아 ‘퍽’하는 소리가 나며 투수는 구위에 확신을 얻는다. 투수마다 루틴과 선호하는 포구 지점이 달라 ‘맞춤형 포구’가 필요하다.김지석은 투수의 공에 ‘직언’도 망설이지 않는다. “오늘은 공 끝이 풀리는 것 같다” “슬라이더는 좋다”며 구종별 느낌을 솔직히 전한다. 김지석은 “늘 좋다고만 하면 투수도 자기 공이 진짜 좋다고 착각해 무리한 승부를 할 수도 있어서 솔직하게 말한다”고 말했다.안환수는 투수의 기를 살리는 편이다. 공 하나마다 큰 소리로 투수의 기운을 북돋는다. 실투가 오면 “홈런이다. 넘어갔다”고 장난스럽게 긴장감을 주고, 투구가 끝나면 좋았던 공과 좋지 않았던 공을 말해주려고 노력한다. 안환수는 “내가 느낀 좋은 공이 경기에서도 그대로 나오고 결과가 좋으면 뿌듯하다”고 웃어보였다. ■선수가 아니라도 야구이들의 꿈은 프로 선수였다. 경남 김해고 포수였던 김지석은 3학년 때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프로 입단이 여의치 않았고 2019년 롯데 불펜 포수가 됐다. 8년 차 불펜 포수로 타 구단 불펜 포수와 비교해도 불펜 포수 중에서는 어느덧 고참급이 됐다. 김지석은 “불펜 포수를 하면서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로 뛰면서 보이지 않았던 야구의 여러 면모가 눈에 들어온다”며 “전력분석원 같은 야구 전체를 볼 수 있는 직업도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부산고와 송원대에서 포수로 뛰며 프로를 꿈꿨던 안환수는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2024년 롯데의 제안을 받았다. ‘평생 해 온 야구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불펜 포수 마스크를 고민 없이 썼다. 안환수는 “선수들이 야구하는 것을 보면 프로 선수가 되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불펜 포수로 배우는 것이 너무 많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이들은 함께 훈련한 투수들이 성적이 나지 않을 때 마음이 가장 무겁다. 담당 투수가 흔들리면 ‘무엇이 문제였을까’를 함께 고민한다. 배팅볼을 던져준 타자가 안타를 치고, 공을 받은 투수가 호투하고 고맙다며 건네는 인사가 가장 힘이 된다. 김지석은 “주변에서 너희가 전력의 반이다, 너희가 있어야 훈련이 된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김지석이 처음 불펜 포수가 되던 2019년 3명이던 롯데 불펜 포수는 지금 5명으로 늘었다. ‘1인 다역’을 맡는 훈련 보조원에 대한 구단의 처우는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다. 다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전문 직종으로 대우받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여전히 단순히 ‘공을 받아주는 사람’ 정도로 보는 시선이 큰 것이 사실이다.안환수는 “불펜 포수를 롯데의 우승을 위해 일하는 팀의 구성원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며 “롯데가 우승하는 순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드넓은 야구장에서 관중의 시선은 투수와 타자를 좇는다. 화려하고 뜨거운 선수들의 활약을 위해 불펜 포수는 매일 500번 미트를 열고 공을 던진다. 비가 쏟아지면 잔디를 정리하고 경기 전후 살뜰히 그라운드를 챙긴다. 기록에는 남지 않는 야구장의 ‘팔방미인’ 이들의 시즌은 오늘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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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아 골절' <br />성장판 손상, 뼈 변형 발견 땐 <br />교정치료 ‘필수’
    문화라이프

    '소아 골절'
    성장판 손상, 뼈 변형 발견 땐
    교정치료 ‘필수’

    아이의 뼈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골절이 생겨도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 잘 휘어지는 가소성을 가졌다. 반면에 성장판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번 다치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취약성도 있다. 아이의 뼈는 어른과 다르다. 그래서 소아청소년정형외과에서 따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잘 낫는 골절 vs 놓치면 안 되는 골절아이 뼈에는 어른이 부러워할 능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재형성’이다. 다소 어긋나게 붙은 뼈도 자라면서 스스로 모양을 잡아가는 속성이다. 성인이라면 수술대에 올랐을 각변형(팔다리 길이의 차이 또는 뼈가 한쪽으로 휘는 증상)인 경우도 성장과 함께 상당 부분 교정되기도 한다. 그래서 진단만 정확하다면 소아 골절의 상당수는 수술 없이 해결될 수 있다. 어긋난 뼈를 잘 정렬시키고 맞춘 뼈가 붙을 때까지 고정을 잘 하면 된다.해운대부민병원 김휘택 진료원장(소아청소년정형외과)은 “사실 아이들 골절은 많은 경우 수술 없이 잘 낫는다. 뼈가 스스로 모양을 잡아가는 힘이 어른과는 비교가 안된다. 우리 일은 그냥 둬도 되는 골절과, 안 되는 골절을 가려내는 것이다”고 지적했다.문제는 ‘놓치면 안 되는 골절’인데 성장판 부위 손상이 대표적이다. 성장판을 다쳐도 후유증 없이 회복될 수 있지만, 일부는 몇 달, 몇 년 뒤 한쪽 다리가 짧아지거나 팔다리가 서서히 휘는 변형으로 나타난다. 다친 날 찍은 엑스레이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김 원장은 “엑스레이 한 장으로 성장판 손상이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안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 결과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뒤에 나온다. 그래서 아이 골절은 ‘지금 잘 붙었느냐’만 보면 안 되고 ‘앞으로 잘 자라겠느냐’까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과 관찰도 치료의 연장이라는 것이다.■변형 교정치료 영역골절 후에 뼈가 붙으면서 스스로 모양을 다듬어 정상적인 형태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재형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재형성에도 한계는 있다. 성장판이 손상되거나 뼈의 회전 변형으로 생긴 다리 길이 차이는 저절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변형을 그대로 두면 보행기능 저하와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성장상태에 따라 적극적인 교정 치료가 필요하다.변형 교정은 남아 있는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향후 발생할 변형까지 예측하고 조절해 주어야 한다. 성장판 손상의 위치와 정도, 남은 성장 기간, 다리 길이와 관절 정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골교 제거술은 성장판이 다친 뒤 그 자리에 비정상적으로 생긴 뼈 조직이 성장을 막을 때 이를 제거하는 수술이다. 성장판이 충분히 남아 있는 경우에는 이후의 성장 장애나 팔다리 변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정치료다.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한쪽 성장판의 성장을 일시적으로 억제해 휜 다리를 펴는 교정술도 있다. 유도성장술을 통해 적절한 교정이 이루어지면 나중에 나사못을 제거하면 된다.짧아진 대퇴골이나 경골을 늘리는 하지연장술도 변형 교정의 영역이다. 성장판 손상이나 선천성 질환 등으로 한쪽 다리가 짧아져 양쪽 다리 길이에 차이가 발생했을 때 시행한다.발에서 시작되는 성장기 변형은 안짱걸음과 팔자걸음, 선천성 만곡족, 소아 평발이 대표적이다. 안짱걸음은 걸을 때 발끝이 안쪽을 향하는 보행 형태다.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변형이 심하거나 한쪽만 두드러지는 경우에는 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팔자걸음은 걸을 때 발끝이 바깥쪽을 향하는 보행 형태로 통증이나 기능 장애가 없다면 경과를 관찰해도 된다.선천성 만곡족은 태어날 때부터 발이 아래쪽과 안쪽으로 심하게 휘어 있는 대표적인 선천성 족부 변형이다. 소아 평발은 서 있을 때 발바닥의 아치가 낮아지거나 사라지는 상태인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치가 발달하는 경우가 많다.해운대부민병원 정윤성 과장은 “자주 넘어지거나, 신발 한쪽만 유독 닳는 아이의 부모님들이 외래로 많이 온다. 그럴 때 발과 다리의 정렬을 조기에 치료하면 성인이 되어 고생을 덜 수 있다. 발과 발목 성장판 골절이 소아 골절 중에서도 정교한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족부·족관절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소아 골절 응급 대처법아이가 외부 충격을 받은 후에 붓지 않는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아이 뼈는 골막이 두꺼워 골절이 생겨도 크게 붓지 않을 수가 있다. 판단 기준은 붓는지 여부가 아니고 다친 팔 다리를 잘 쓰는가이다.아이가 다친 부위를 쓰지 않으려 하면 해당 부위를 촬영해 보는 것이 좋다. 다친 쪽 팔로 물건을 안 잡거나, 다리를 절거나 딛지 않으려 하면 병원으로 바로 가야 한다.골절 부위를 부모가 직접 맞추려 하면 안 된다. 뼈를 잡아당기거나 돌리면 성장판과 신경·혈관을 추가로 다칠 수 있다. 부상 직후 함부로 옮기거나 부목을 대겠다고 다친 부위를 움직이면 손상이 커질 수 있다. 아이를 최대한 움직이지 않고 119에 연락해 안내를 따른다.냉찜질은 수건에 싸서 한다. 얼음을 피부에 직접 대지 않는다.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는 범위에서 다친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두면 부기를 줄일 수 있다.깁스 후에 색이나 감각 이상이 나타나면 즉시 내원해서 살펴본다. 손·발가락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고, 저리거나 심하게 아파하면 야간이라도 병원에 연락한다.김 원장은 대학병원 재직 시설 선천성 기형과 닌치성 사지변형 환자 1만 명 이상을 진료한 경험이 있는 소아정형 분야의 권위자다. 소아정형외과에서 골절 치료가 끝난 환자의 성장 추적은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가 이어진다. 소아청소년과의 소아내분비 파트 곽민정 과장과 영유아 발달 파트를 맡고 있는 김민향 과장과 협업한다. 소아 외상 환자는 야간과 휴일에도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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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면·막국수·소바, 메뉴 달라도 시작은 메밀!
    문화라이프

    냉면·막국수·소바, 메뉴 달라도 시작은 메밀!

    밀면, 냉면, 막국수, 소바…. 날씨가 더우니 시원한 면 음식이 당긴다. 부산 밀면, 평양냉면, 강원도 막국수, 그리고 일본 요리 소바. 다시 보니 공교롭게도 이들 음식 앞에는 지명이 붙는 경향이 있다. 밀면만 빼고 메밀로 만든다는 공통점도 가진다. 밀면도 피란민들이 당시 구하기 힘들었던 메밀 대신 밀가루로 대체해 탄생했으니, 메밀과 못다 한 인연이 있다고 하겠다. 같은 재료 메밀로, 혹은 메밀을 못 구해, 지역마다 다른 음식이 발달한 사실이 흥미롭다. 구황 작물로 시작해 건강 음식으로 변신한 메밀의 세계를 살펴봤다.■평양냉면과 막국수 각자의 길로‘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국인들이 메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효석이 쓴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대목이다. 강원도 봉평에서 자란 이효석은 서울로 유학한 뒤 고향을 그리는 소설을 썼다. 그 영향이 얼마나 컸던지 대부분의 메밀은 지금도 봉평으로 향한다. 우리나라 메밀 재배면적의 87%를 제주가 차지하지만, 국산 메밀 가공 산업의 중심이 봉평이어서다.백석이 쓴 시 ‘국수’가 평양냉면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이제 많이 알려져 있다. ‘거리에는 모밀내가 났다. 부처를 위한다는 정갈한 노친네의 내음새 같은 모밀내가 났다.’ 메밀향에 대한 비유가 참 절묘하다. 백석이 평안도를 여행하며 쓴 기행시 ‘북신(北新)’의 한 대목도 마찬가지다. 북신을 비롯해 백석의 고향인 평안북도는 예로부터 메밀을 많이 재배해, 냉면이 발달한 지역이었다.평양냉면과 강원도 막국수는 어떻게 다른지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다. 냉면의 본산 평양에서는 메밀 겉껍질을 완전히 벗겨 하얗게 만든 면은 냉면, 겉껍질이 섞여 검게 보이는 면은 막국수 혹은 흑면(黑麵)으로 구분해 불렀다. 막국수의 ‘막’은 거칠다는 의미로, 특별히 다듬지 않고 ‘막’ 해 먹는 국수라는 뜻이 담겼다. 냉면과 막국수는 원래 같은 계열의 음식이었다가 껍질을 말끔히 도정한 세련된 면은 평양냉면, 거칠고 투박하게 막 뽑아낸 면은 막국수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냉면이 원래 겨울철에 먹던 별미였던 데도 이유가 다 있었다. 냉면에는 차가운 동치미 국물이 필요하고, 또한 여름 메밀은 맛이 없기 때문이다. 가을에 수확하는 메밀이 여름 메밀보다 맛과 향이 훨씬 뛰어나다. 냉면이 사계절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 남한으로 전해지면서부터다.춘천시가 발간한 <춘천백년사>는 막국수의 유래를 구한말 의병 봉기 시기로 밝히고 있다. 의병 가족은 산으로 몸을 피해 화전을 일궈 연명해야 했다.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을 막 해서 먹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평양냉면은 기본적으로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면과 육수 자체의 맛을 은근하게 즐기도록 세련되게 설계되었다. 막국수는 반대로 양념장이 핵심이다. 고춧가루, 마늘, 간장, 참기름 등이 들어가 칼칼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막국수는 강원도의 자연을 생각나게 만드는 시골밥상 같은 매력이 있다. 메밀은 중국에서 한반도, 대마도를 거쳐 일본에 전해졌다고 알려진다.■메밀에 미친 요리사 김정영자가 제면한다는 이야기는 가끔 들어 봤어도 제분에 이어 메밀 재배까지 직접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게다가 세계적인 메밀국수(소바) 천국 일본의 수도 도쿄에 진출해 메밀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니, 이 정도면 메밀에 미쳤다고 해야 할 것 같다. 2009년부터 해운대에서 ‘면옥향천(麵屋香川)’을 운영하는 김정영 대표 이야기다.음식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치를 챘겠지만, 상호의 향천(香川)은 일본에서 우동으로 가장 유명한 가가와현(香川県)에서 가져왔다. 김 대표가 메밀을 제대로 만지기 전에 주력했던 분야는 밀가루로 만든 우동이었다. 그가 만든 어른 새끼손가락 굵기의 탱글탱글한 우동면은 한국에서 최고라고 할 정도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고혈압과 당뇨가 있던 김 대표의 아버지는 우동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고 늘 절반을 남겼다.가족에게도 맘 편히 권하지 못하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어느 날부터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매일 먹어도 괜찮은 음식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찾은 게 바로 메밀이었다. 메밀은 혈압 억제에 효능이 있는 루틴 함량이 높아 고혈압 환자의 식이요법에 사용된다. 또한 메밀의 카이로이노시톨 성분은 혈당을 낮춰 당뇨환자에게 좋다.메밀 공부는 끝이 없었다. 메밀에서 원하는 맛과 색깔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제일 잘 하는 평양냉면집에 들어가는 메밀가루를 써도 일본에 비하면 맛이 없었다. 좋은 메밀을 구하느라 전국을 헤매고 다니다 통메밀을 직접 갈아서 쓰기로 했다. 그런데 원하는 크기의 맷돌이 보이지 않았다. 시판 맷돌은 크기가 작아 가게에서 쓸 물량을 맞추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포기할 김 대표가 아니었다.맷돌을 주문해서 만들고 설치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단단하면서 열이 덜 나는 거창석(거창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메밀 향은 열에 매우 약해 제분 과정에서 마찰열이 발생하면 쉽게 날아가기 때문이다. 맷돌로 직접 제분하니 좀 더 깊은 메밀 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갈고 나서 이틀만 지나면 날아가는 메밀 향을 더 붙잡고 싶었다.메밀 종자 몇 개를 구해다 2012년부터 충남 논산의 농지 3000평을 빌려 직접 재배를 시작했다. 메밀 농사가 거듭되자 상태가 좋아지고 수확량도 늘었지만 막상 갈아보면 향이 엷었다. 땅이 안 좋은가 싶어서 전주로 옮겨 제주도 메밀을 심었다. 좀 낫긴 했지만 여전히 성에 차지 않았다. 메밀은 서늘한 기온과 높은 일교차를 통해서 향이 깊어지니 북위 40도 이상이 되어야 기후조건이 맞아진다. 한국에서는 한라산 중산간(해발고도 200~600m)이 되어야 비슷하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북한의 개마고원에서 메밀 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 진짜 한번 해볼 만할 것 같았다.2018년에는 북베트남 하장성 몽족 거주지에서 붉은 꽃이 피는 메밀 씨앗을 구해왔다. 수도 하노이에서 버스로 7시간 걸려 최북단 산악 지역인 하장에 도착한 뒤 다시 오토바이를 빌려 8시간을 달린 험난한 여정이었다. 30년 가까이 마라톤과 철인3종 경기를 해왔으니, 체력적으로 가능했던 일이다. 원하는 메밀을 손에 얻으니 뿌듯했다.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 선생 생각도 났다. 지금은 3년 전부터 술도 끊고 면을 비롯한 음식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 국내 자료만으로는 부족해 일본 원서를 본다. 제대로 일어를 배운 적이 없으니 그림과 사진으로 먼저 이해하고, 모르는 글자는 사전을 뒤져가며 하나씩 맞춰 나가는 식이라 진도가 빠르지는 않다.김 대표는 “좋은 메밀면이 나오는 데는 좋은 밀과 좋은 메밀, 좋은 물, 향을 살려 제대로 한 제분, 좋은 설비와 좋은 기술,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문화와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경남 의령에 마련해 둔 최고 수준의 족타 반죽기와 제면기를 갖춘 제면 공장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김정영의 면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기대가 된다.■부산의 메밀국수 맛집은부산에서 메밀국수로 가장 전통 있는 음식점을 꼽자면 ‘중앙모밀’과 ‘원조18번완당’이다. 중구의 중앙모밀은 1956년에 중앙손국수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70년 전통을 자랑한다. 이제는 표준어가 아닌 ‘모밀국수’라는 메뉴를 고수하면서 맛도 변하지 않아 오래된 단골이 많다. ‘모밀냄비’를 시키면 따뜻한 온메밀을 즐길 수 있다. 서구의 원조18번완당은 완당 외에도 ‘발국수’라고 부르는 메밀국수가 인기 메뉴다. 메밀죽처럼 메밀국수를 가난한 음식으로 여길까 봐 대나무 발의 이름을 따서 발국수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지금 자리에서는 1956년에 문을 열었고, 보수동 포장마차 시절을 포함하면 역사가 194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해운대구 ‘뫼밀집’은 2026 미쉐린 빕구르망 식당에 선정됐다. 제면실을 갖추고 100% 국내산 메밀, 소금, 물 3가지만 가지고 메밀면을 자가 제면한다고 강조한다. 물메밀국수와 비빔메밀국수가 1만 600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느낌이다. ‘무스비’는 해운대 해리단길에 위치한 소바 전문점으로 구운 고등어가 든 ‘사바소바’와 청어 간장조림의 ‘니싱소바’가 인기 메뉴다. 등푸른 생선들이 국물에 담겼는데도 전혀 비리지 않고 조화로운 맛이 난다. 메밀 80%와 밀가루 20%를 혼합한 ‘니하치 소바’를 낸다.수영구 ‘주문진교항리막국수’는 신흥 막국수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1대 강릉 주문진 교항리, 2대 부산진구 범천동에 이어 3대가 손맛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깊은 육향의 평양식 막국수를 먹다 보면 냉면과 막국수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수영 ‘주와리소바’는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아 국산 메밀 100%로 만드는 주와리(十割) 소바를 선보이며 자리 잡았다. ‘밀면 천국’ 부산에서도 평양냉면집을 비롯해 꽤 괜찮은 메밀국숫집들을 찾을 수 있다. 그만큼 부산 미식 세계가 다양화되고 있는 모습이 반갑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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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칠디거친 질그릇 속 <br />사그라들지 않는 <br />가야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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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칠디거친 질그릇 속
    사그라들지 않는
    가야의 불꽃

    박물관을 다니다 보면 유적지를 품은 박물관을 종종 볼 수가 있다. 각종 유물을 전시·보존하는데 그치지 않고, 유적지 전체를 품고 있는 박물관. 주로 경주와 고령, 김해, 함안 등 고분군에 위치한 박물관들이 그러하다. 이러한 박물관 중에는 ‘뷰 맛집’이 간혹 있다. 박물관에서 바라보는 외부 전경이 특히나 아름다워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박물관 자체가 문화 휴식 공간인 경남 함안박물관이 대표적이다.■1500년 역사의 말이산을 품은 함안박물관함안은 지리적으로 내륙과 해안으로의 이동이 편리해 예로부터 교통 중심지이자 요충지였다. 강이 주는 풍요로움과 뛰어난 접근성 등으로 오래 전부터 문명이 시작됐다. 함안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중기 구석기시대인 약 13만 년 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함안은 고대 안라국(아라가야)의 전통이 살아 있는 지역이다. 고대국가의 역사와 유산이 어느 지역보다 잘 보존돼 있다. 국내에 있는 고분군 중 단일 규모로 최대인 ‘말이산고분군’이 함안에 있다. 함안박물관은 바로 말이산고분군을 품고 있다.국가사적으로 지정돼 있는 말이산고분군의 서쪽에 자리 잡은 함안박물관은 2003년 문을 열었다. 말갑옷을 비롯해 수레바퀴모양토기, 불꽃무늬토기, 문양뚜껑, 미늘쇠 등 가야 시대 대표적 유물을 포함해 총 8200여 점의 각종 유물들이 전시·보존돼 있다. 제1전시관에는 아라가야의 문화와 전통을 느낄 수 있고, 제2전시관에서는 고려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의 함안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고분전시관은 말이산고분군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관심을 끈다.박물관에 도착하니 마당에 놓인 대형 불꽃무늬토기 모형이 ‘가야의 왕국’이라는 느낌을 준다. 가야를 상징하는 각종 유물 모형을 뒤로하고 제1전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아라가야 성장의 원동력이던 선사시대부터 아라가야 멸망 이후인 통일신라시대까지를 경험할 수 있다. 아라가야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는 곳이다.제1전시관에 들어서니 공룡발자국 화석이 눈에 띄었다. 신석기시대는 물론 청동기시대의 각종 토기들이 전시돼 있다. 청동기시대 함안천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농경과 정착생활이 이뤄지면서 크고 작은 마을이 생겨난 것으로 짐작된다.함안지역은 강과 바다를 모두 접하고 있어 경남 동부권과 서부권 청동기문화의 연결지점이었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은 아라가야가 고대국가로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다.박물관 내 아라가야의 유적을 따라가다 보면 아라가야 토기를 만날 수 있다. 보면 볼수록 정교하고 아름답다. 아라가야는 여러 가야 중 ‘토기의 나라’라고 인식될 정도로 토기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불꽃 형태의 모형을 토기 다리 부분에 뚫어 만든 불꽃무늬토기는 아라가야 토기의 정수다. 각종 토기 옆에 토기를 제작하는 방식과 도공들의 모습이 함께 전시돼 이해를 도왔다. 전시된 말갑옷을 통해 아라가야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고, 고분군 덮게돌에서 나온 별자리 홈을 통해선 아라가야 사람들이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별헤는 방’에 들어가면 당시 아라가야 사람들이 별들을 관찰한 방식을 디지털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아라가야는 5세기 후반 삼국시대의 여러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6세기 초반 백제와 신라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신라에 복속된다. 함안박물관엔 아라가야를 흡수한 신라가 당시 이 지역에 세운 성산산성의 유물들이 남아 있다.아라가야의 흥망성쇠를 뒤로하고 제2전시장으로 가다 보면 입이 벌어진다. 박물관 복도에서 말이산고분군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말이산고분군의 전경을 감상했다. 한참을 넋놓고 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관람객이 “진짜 전망 좋은 곳은 3층 카페에 있다”고 슬쩍 알려 준다.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3층으로 가려다 제2전시관을 보고 가려고 참았다.제2전시관은 2023년 개관했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근현대의 함안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고려시대의 함안은 함안군(咸安郡)과 칠원현(漆原縣)으로 나눠지고 조선시대까지 이어진다. 조선시대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했던 함안 고유의 전통문화인 함안 낙화놀이는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다.제2전시관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목판수장고다. 이곳은 함안박물관이 개관한 이후 현재까지 기증이나 기탁을 받아 관리하고 있는 목판들을 한 자리에 모은 공간이다. 3면에 빼곡히 들어 찬 목판들은 함안의 높은 문화적 위상을 말해주 듯 견고하다. 목판수장고는 고려 말 안축(安軸)부터 조선시대 유학자 조려(趙旅)·조임도(趙任道)·이경무(李景茂)·주재성(周宰成) 등이 남긴 글(時文)을 후손들이 모아서 책으로 간행하고자 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제2전시관을 나와 서둘러 3층으로 향했다. ‘아라홍련’ 카페 이름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말이산고분군이 한 눈에 들어왔다. 정말 뷰 맛집이다. 고분군이라는 생각보다는 고향 마을 뒷동산 느낌이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한참을 앉았다. 가야 사람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고분군이 후대 사람들의 휴식처가 됐다.말이산고분군을 직접 가봐야 겠다는 생각에 카페를 나섰다. 말이산고분군은 아라가야의 왕과 귀족들의 묘역이다. ‘말이산(末伊山)’은 순우리말인 ‘마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두머리’라는 의미이다. 말이산은 ‘왕의 무덤이 있는 산’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봉토가 확인되는 것만 160여 기, 면적이 약 80만㎡나 된다. 국내 최대 규모다. 말이산고분군은 김해 대성동고분군, 고령 지산동고분군, 합천 옥전고분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고분군, 고성 송학동고분군,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군 등과 함께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말이산고분군의 대표적인 돌덧널무덤을 실제 크기로 재현한 고분전시관을 둘러보고 곧바로 고분군으로 향했다. 단아하게 정리된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봉분들이 반긴다. 봉분 사이에 서 있는 나무들은 마치 봉분을 지키는 수호신 같다.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니 고요함이 밀려온다. 분명 무덤들인데 포근함이 드는 이유는 뭘까. 생과 사가 멀지 않고, 다르지 않다는 선인들의 속삭임이 전해진다. 18일부터 20일까지 이곳에서 ‘제38회 아라가야문화제’가 열린다고 한다.■낙화놀이가 열리는 연못, 무진정함안에 와서 무진정(無盡亭)을 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박물관에서 차량으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연못을 낀 정자, 무진정이 있다. 이곳은 조선 중종 때 사헌부집의와 춘추관편수관을 역임하였던 조삼(趙參) 선생이 기거하던 곳이다. 1976년 경남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매년 낙화놀이가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학자인 주세붕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무진정 기문에는 “천명을 알고 용퇴할 수 있었기에 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니 정자의 경치와 선생의 즐거움이 무진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전해진다. 조삼 선생이 을사사화를 예상하고 낙향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무진정을 앞을 둘러싼 연못이 나무들과 어우러져 세월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세월이 묻어 있는 정자와 푸른 하늘, 그 아래 늘어선 나무와 연못, 그리고 연못을 유유히 다니는 비단 잉어들까지. 곳곳이 포토존이다.무진정에 오르니 정자 마루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책을 읽는 사람, 누워 잠을 자는 사람. 신발을 벗고 기대 휴대폰을 보는 젊은이까지. 그들의 모습에서 조삼 선생을 비롯한 선인들이 겹친다. 시원한 마음이 편안함을 더한다. 그들 곁에 눈을 감고 한참을 앉았다. 오랜 세월에 묻어서 오는 편안함은 늘 옳다. 글·사진=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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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초여름 수놓을 ‘몸의 언어’<br />제22회 BIDF 개막
    문화라이프

    부산 초여름 수놓을 ‘몸의 언어’
    제22회 BIDF 개막

    부산의 초여름을 수놓을 부산국제무용제(BIDF, 운영위원장 신은주)가 2일 ‘BIDF 프린지’를 시작으로 일주일간의 여정에 들어간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BIDF는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프린지를 신설하고, ‘AK21 안무가 경연 결선’을 축제 기간에 포함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행사는 7일까지 해운대 해변과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 프랑스, 덴마크, 몽골 등 13개국 44개 단체, 350여 명이 참여해 60여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한국·프랑스 수교 140주년, 부산·울란바토르 우호협력 10주년을 기념한 교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공식 개막식은 5일 오후 6시 30분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진행된다. 개막 공연으로는 캐나다 퀘벡의 ‘나무의 존재’와 ‘번 베이비, 번’(BURN BABY, BURN)이 무대에 오른다. ‘나무의 존재’는 퀘벡의 소도시 생장포르졸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플러브 에스파스 당스’의 안무가이자 예술감독인 샹탈 카롱이 2022년 안무한 작품이다. 4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25분 내외의 현대무용으로, 인간과 자연, 특히 캐나다 북부 숲의 야생 동물과 나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시적으로 그려낸다. ‘번 베이비, 번’(BURN BABY, BURN)은 캐나다 무용계의 거장이자 발레리노 출신 안무가 기욤 코테가 이끄는 ‘코테 당스’의 작품으로, 전쟁과 기후 위기 속 인간의 모순을 디스코라는 역설적 이미지로 표현한 60분짜리 컨템포러리 발레다. 두 작품은 5일(오후 7시 30분)과 6일(오후 3시) 2회 유료(R석 7만 원, S석 5만 원, A석 3만 원, 학생 단체 1만 원)로 공연된다.6~7일 오후 6시부터 3시간 남짓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선 ‘BIDF 공식 프로그램’이 무료로 펼쳐진다. 올해는 한국 무용단(강미리할무용단·와이즈발레단·AWSC·르씨디씨·요찬강·수무브)을 비롯해, 홍콩(Y SPACE), 대만(메이메이지 댄스), 인도네시아(두타 사만 인스티튜트), 프랑스(칸 로젤라 하이타워 주니어 발레단), 아르헨티나(탱고 2커플), 덴마크(어퍼컷 댄스 시어터), 몽골(에르카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라인업을 꾸렸다.이 중 6일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번 베이비, 번’ 외에 강미리할무용단 ‘신이적고’, AWSC ‘Bed town’, 르씨디씨 ‘마브 MOB’ 등이고, ‘나무의 존재’, 요찬강 ‘학’, 수무브 ‘카시나칭칭’ 등은 7일에만 만날 수 있다. 나머지는 이틀 모두 공연된다. 특히 덴마크 어퍼컷 댄스 시어터의 하이브리드 비보잉·현대무용 ‘벤치 BENCHED’, 대만 메이메이지 댄스의 호샤오메이 안무가의 초현실적 미학이 돋보이는 신작 프롤로그, 인도네시아 전통 ‘사만가요춤’ 등이 눈길을 모은다. 일본 미디어아티스트 우메다 히로아키와 부산 무용수들의 협업 무대도 기대된다. 한·일 협업 무대는 2025년 BIDF 안무가캠프와 연계한 것으로 부산-일본(BIDF-우메다 히로아키) 협업 레지던시 후속 창작 작품을 공연한다.신설된 제1회 ‘BIDF 프린지’는 7개국 18개 작품이 참여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부산을 포함한 국내외 신진·기성 안무가들이 참여한다. 부산 연고 작품으로 박재현의 ‘뼈 이야기’, 공주영의 ‘마주할 용기’, 김남진피지컬씨어터 ‘흔들리는 땅’, 이현우의 ‘찰나: 감지하다’, 황정은 ‘그을음’, 프로젝트 촘의 ‘적당한 침묵’(이언주 안무)이 포함됐고, 서울, 대만, 프랑스, 일본, 리투아니아, 스페인, 에스토니아 등에서도 부산을 찾아온다. 2일 오후 7시, 3일 오후 3시부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과 로비에서 열린다. 3일 오후 6시엔 프린지 네트워킹 시간도 마련된다.차세대 안무가 발굴을 위한 제18회 AK21 안무가 육성 경연은 7일 오후 3시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개최된다. 현재 3차 심사까지 통과한 염승훈(‘너 싫어’), 윤희섭(‘Royal blue’), 이종윤(‘만선 Return to the home’), 배현우(‘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가 결선을 치른다. 4명의 안무가 모두 남성이고, 이 중 염승훈과 이종윤은 부산 출신이다. 축하 공연으로는 지난해 17년 만의 첫 공동 수상으로 눈길을 끈 김형민(‘드루와’)과 양승관(‘궤도’) 무대가 준비된다. 올해부터는 최우수안무가상을 수상할 경우, 상금 외에 안무자에 한해 해외 초청 항공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제5회 BIDF 부산국제안무가캠프는 오는 7월 7~16일 부산시민회관 연습실에서 타우피크 이제디유(모로코), 테트 카스크(에스토니아)를 마스터 안무가로 초청해 개최한다.이밖에 △BIDF 거리 공연(4일 오후 5시 해운대 구남로 거리, 7일 낮 12시 부산역) △찾아가는 맞춤형 예술감상 프로그램’(용호초등-몽골·명륜초등-덴마크·충렬초-인도네시아 팀 등) △부산무용협회와 부산무용인이 함께하는 열린무대 △전공자를 위한 오픈 워크숍(6일 오전 10시 발레·7일 오전 10시 탱고, 영화의전당 리허설룸)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공연 예매는 놀 인터파크 티켓과 영화의전당 누리집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일정은 BIDF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51-868-7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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