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는 행복입니다”…
겨울 바다 누비는 ‘해피 바이러스’
박은영(54) 씨의 SNS엔 고맙다, 감사하다, 행복하다는 표현이 넘쳐난다. 이런 식이다. “오늘 하루도 하늘을 볼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살아 있다는 건, 건강해서 일할 수 있다는 건, 맨발걷기를 할 수 있다는 건….” 특별히 기쁜 일이나 멋진 이벤트가 있어서가 아니다. 대단한 경사가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다시 글이 이어진다. “이 소박할 것 같은 오늘이~ 건강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내게 주어져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저 하늘을 볼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은영 씨의 사연이 궁금했다.은영 씨를 처음 만난 곳은 송정해수욕장 백사장이었다. 부산의 해수욕장 일곱 군데를 맨발로 걷는 행사인 세븐비치 어싱 챌린지 네 번째 순서가 진행됐던 11월 9일. 백사장 구석구석 참가자들의 사연을 취재하던 중 알록달록 경광등을 얹은 노란색 통학버스를 몰고 달려온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은영 씨였다. 무르팍까지 걷어 올린 바지 아래로 드러난 맨발과 챙이 넓은 선 캡 아래 짙은 라이방을 착용한 얼굴의 건강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김해지회를 이끄는 은영 씨의 직업은 버스 운전기사다. 직장인 출퇴근과 초등학교 유아반 아이들의 통학을 책임지고 있다. 송정 바닷가에 몰고 온 25인승 버스는 은영 씨의 일터인 셈이다. 오후 1시부터 행사가 시작된 그날, 경남 김해시에서 출발한 회원 20여 명은 은영 씨가 운전하는 노란 버스를 타고 아침 일찍 송정에 도착한 후 챌린지 참가와 자체 게임 등을 통해 단합을 다지고 오후 늦게 김해시로 돌아갔다.그리고 한 달이 훌쩍 흐른 지난 14일 오전, 찬바람이 제법 돌던 임랑해수욕장에서 다시 은영 씨를 만났다. 해수욕장 한쪽에 친 바람막이용 비닐 텐트 안에 모여 앉은 일행 6명이 맨발걷기에 앞서 삶은 달걀과 떡으로 요기하던 참이었다. 일이 없는 토요일, 회원 몇몇과 함께 바닷가 맨발걷기에 나선 것이었다.“올 초였던 1월과 2월 겨울 바닷가를 두루두루 다녀 봤는데요, 여기 임랑이 바람 영향도 적고 제일 낫더라고요.” 맨발걷기에 빠진 지 4년째인 은영 씨는 겨울이면 주말마다 꼭 바닷가를 찾는다고 한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면 ‘기를 써서라도’ 해야 하는 겨울철 루틴이다. 차가운 날씨에 굳이 바닷가를 맨발로 다니는 이유는 뭘까. 은영 씨는 “활성산소니 양전자니 음전자니 얘기를 많이 하지만, 이론을 떠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게 가장 확실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내 몸이 바로 느끼기 때문”이란다.은영 씨를 맨발걷기로 이끈 건 아이러니하게도 질병이다. 2021년 유방암 판정은 받은 은영 씨는 큰 충격에 빠졌다.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 막다른 길 끝에 선 것 같았다. 출구가 안 보이는 막막함에 우울증까지 시달렸다고 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식이요법이나 마사지요법을 하고 비싼 비용을 들여 요양병원에 입원도 해 봤지만 쉽게 예전 삶으로 돌아가지 못했다.이런 은영 씨가 한 줄기 희망을 본 곳은 김해의 분성산 황톳길이었다. 예고 없이 닥친 질병이 일상을 흔들었듯이, 별 기대 없이 맨발로 디딘 황톳길은 은영 씨에게 새 세상을 열어 줬다. 신발을 벗고 맨땅을 디뎠을 뿐인데 머리와 눈이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이게 뭐지”하며 스스로 놀랐던 은영 씨는 그때부터 책을 읽고 동영상을 보며 맨발걷기의 세계에 깊숙이 발을 들였다.절망의 늪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면서 생각이나 생활 방식도 바뀌었다. 집착을 버리고 내려놓기, 단순하게 살기 등 마음 관리를 하면서 예민하던 성격도 부드럽게 다듬어졌다. 일상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봉사하는 삶을 생각할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2년간의 실천을 통해 맨발걷기에 대한 확신을 가진 은영 씨는 이웃과 함께 나누기 위해 모임을 만들고 총무에 이어 회장을 맡고 있다. 행복한 일상을 찾아준 ‘해피 바이러스’를 혼자만 간직할 수 없어서란다.주말뿐 아니다. 일을 해야 하는 평일 일과도 온전히 맨발걷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핸들을 잡아야 하는 시내버스 기사직을 내려놓은 은영 씨는 통학버스 기사로 변신했다. 오전 6시 집을 나서 직장인 출근과 아이들 등교를 돕고 난 후 오전 8시 40분께부터 맨발걷기를 시작한다. 아이들을 태우고 간 학교 근처나 봉황대, 해반천, 분성산 등 김해시 전역이 무대다. 식사는 미리 챙긴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오후 4시 아이들 하교를 끝내면 집으로 와 집안일과 저녁 식사를 끝낸 후 새벽에 출근시킨 회사원 퇴근 차량을 운행하려 다시 집을 나선다. 은영 씨가 직장인으로서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오후 9시. 이후엔 또 집 근처에서 맨발걷기.대회 출전을 앞둔 운동선수의 훈련 스케줄 같은 일상이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즐기면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오히려 행복과 기쁨의 나날이라고 한다.그런 은영 씨는 최근 두 개의 큰 선물을 받았다. 하나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가 시행한 전문 지도자 과정 2급 자격증을 획득한 것이다. 정부(문체부) 승인 민간자격증 발급기관으로 정식 등록된 후 시행된 첫 시험에 응시해 98명의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무엇보다 은영 씨를 기쁘게 한 선물은 병원 검사 결과다. 2년 반 만에 시행한 검사에서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길래 이렇게 좋아졌느냐”는 의사의 말에 은영 씨가 한 대답은 “산과 바다를 맨발로 누비며 살았습니다”였다고 한다. 이 말을 하는 순간 라이방 아래 은영 씨의 미소가 더 환하게 빛났다.
찬바람 불면 뇌혈관이 위험하다
고혈압 있다면 더 조심
뇌졸중으로 대표되는 뇌혈관질환은 사망률이 높고 치료가 끝나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질환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발병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고령자와 고혈압을 비롯한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봉생기념병원 뇌졸중센터 신재용 센터장의 도움말로 겨울철 뇌졸중의 위험성과 건강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사망자 1월 최고·3월까지 높아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져서(뇌출혈) 뇌 영역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경색은 주로 혈관에 기름때(혈관 죽상반)가 쌓여서 좁아진 부분에 혈전(피떡)이 생성되어 혈관을 막을 때 발생한다. 뇌출혈의 주요 원인은 급격한 혈압 상승이다.겨울철에는 찬 공기로 몸의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상승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혈관에 과도한 부담을 줘서 뇌졸중 발생 위험이 커진다. 추운 날씨 때문에 신체 활동이 감소하는 반면 모임 등으로 고칼로리 음식이나 알코올 섭취가 늘어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신재용 센터장은 "추위에 노출되면 혈액의 점성이 높아져 혈전이 쉽게 발생하게 되고, 추위에 수축된 뇌혈관에 혈전이 쌓이면 혈류가 차단돼 뇌경색과 뇌출혈과 같은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고 설명한다.2009년부터 10년간 통계를 보면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0월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1월에 정점을 이루고 일교차가 큰 3월까지 높게 나타나는 추세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하락할 때마다 뇌졸중 위험이 약 1~2%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신 센터장은 "특히 고령자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혈관 위험인자인 만성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겨울철 혈압 상승과 혈전 생성으로 인한 뇌졸중에 더욱 취약하다"고 강조했다. 60세 이상은 기온 차에 따른 뇌졸중 발병률이 젊은 층보다 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령화로 뇌졸중 발생은 더욱 늘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의 '한국뇌졸중등록사업 뇌졸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뇌졸중 발병 평균 연령은 남성 66.3세, 여성 72.5세였고, 85세 이상 환자 비율은 2012~2014년에 비해 남녀 모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뇌졸중 환자의 혈관 위험 인자 유병률을 보면 고혈압이 67.0%에 달했고, 당뇨병 34.3%, 이상지질혈증 42.5% 순이었다.뇌졸중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을 사전에 숙지하고 발생 즉시 응급실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뇌경색의 증상은 의식 변화, 갑작스러운 한쪽 팔이나 다리의 마비, 언어장애, 얼굴의 비대칭 등이 있다. 뇌출혈은 심한 두통, 구토, 갑작스러운 의식 소실 등이 나타난다.■갑자기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뇌졸중은 치료가 늦어지면 후유 장애의 위험도 높아진다. 반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다시 흐르게 뚫어주는 재개통 치료를 받으면 발병 전 상태 또는 장애를 크게 인식하지 않는 수준으로 호전될 수 있다.뇌졸중 팩트시트에 따르면 허혈뇌졸중 환자가 증상 발생 후 3.5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한 비율은 26.2%에 그친다. 재개통 치료율은 병원에 늦게 도착할수록 급격히 떨어져서 4.5시간 이내 도착일 때 42.0%, 4.5~24시간과 24시간 초과 도착일 때 각각 10.7%, 1.5%로 나타났다.겨울철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 조절이 중요하다. 기온이 급격히 낮아질 때는 외출을 자제하고, 운동은 기온이 올라가는 낮에 한다. 외출을 할 때는 물론 실내에서도 따뜻한 옷을 입고 몸이 차가운 공기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평소에는 선행질환 관리와 건강한 생활습관이 뇌졸중을 막을 수 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하고,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 흡연과 기름지거나 짠 음식,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통곡물, 채소, 콩,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건강한 식단을 지킨다. 매일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과 스트레스 관리, 적정한 체중과 허리 둘레 유지도 중요하다.봉생기념병원은 2022년 10월 뇌졸중 집중치료실을 개소하고, 전원 대한신경과학회 급성 뇌졸중 진료 인증의인 신경과 진료과장 6명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치료를 제공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는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0회 연속 1등급을 달성하기도 했다.봉생기념병원 뇌졸중센터 신재용 센터장은 "고령화로 뇌졸중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데다 겨울철에는 기온 변화로 인한 혈압 급상승과 혈관 수축으로 발병 위험이 더욱 높아진다"며 "기온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고 평소에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겨울철 뇌졸중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별한 연말 술자리,
잘 제조한 하이볼 한 잔이면 '완성'
맨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시국이다. 그래도 힘든 시기는 결국 지나갈 것이다. 다가오는 연말연시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여유를 즐길 수 있길 바란다.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만, 적당한 술은 소통과 화합에 이롭다. 맨정신을 잠시 느슨하게 풀어 주니, 꽉 붙들고 있던 속마음을 털어놓기에 편하다. 철학자 칸트도 “술은 마음속을 터놓게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새 가장 인기 있는 주류는 아무래도 ‘하이볼’이다. 하이볼은 주로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에 토닉워터나 탄산수, 진저에일 같은 ‘믹서’를 부어 만드는 일종의 칵테일을 뜻한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특별한 연말연시 모임을 준비 중인 이들을 위해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4 부산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진행된 ‘하이볼 마스터 클래스’ 핵심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하이볼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큼지막한 얼음 덩어리들이다. 강사로 나선 전재구 한국음료강사협의회 회장은 하이볼의 맛을 좌우하는 변수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얼음이라고 했다. 가정용 냉동고로 만드는 얼음은 녹는 속도가 빨라 하이볼의 맛을 쉽게 해친다. 최적의 비율로 하이볼을 만들어도 금방 맛이 연해진다. 반면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얼음은 제빙공장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더 천천히 녹는다. 일부 가게에선 위스키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는 구(球) 형태의 ‘빅 볼’ 얼음을 판매하기도 한다.하이볼 제조에는 특별한 기구도 필요 없다. 모래시계 모양의 계량컵인 ‘지거’와 기다란 ‘바 스푼’이 있으면 좋지만, 없다면 소주잔과 숟가락을 써도 무방하다. 맥주잔과 비슷하게 생긴 하이볼 전용 글라스는 따로 준비하는 걸 추천한다. 와인 잔과 마찬가지로 글라스의 두께가 얇을수록 입술에 닿았을 때의 느낌이 좋다.하이볼 제조 기법은 ‘빌드’라고 한다. 재료를 넣는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가벼운 재료를 먼저 넣고 진한 재료를 나중에 부어야 조화를 이룬다. 예컨대 무거운 토닉워터를 먼저 넣고 ‘진’을 나중에 부으면 애매한 맛이 난다. 위스키와 믹서의 비율은 기본적으로 1 대 3이지만, 진한 맛을 원한다면 1 대 2까지도 괜찮다.위스키와 믹서 외에도 중요한 것이 ‘모디파이어’다. 향과 맛을 보완하는 모디파이어는 리큐어, 시럽, 수제 청, 비터, 티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시럽은 얼그레이가 대표적이고, 티는 홍차나 히비스커스 등이 있다.이 중에서도 수제 청은 한국적인 맛을 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전 회장은 “청을 넣으면 ‘그러데이션’이 만들어져 시각적 효과가 상당하다”면서 “레몬 청은 의외로 향이 약한 편이고, 라임 청은 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달달한 청은 한국인 입맛에도 딱이다. 전 회장은 “학생들에게 하이볼을 마시는 이유를 물어보니 ‘맥주나 소주에 비해 배가 덜 부르고 맛이 달아서’라고 하더라”면서 “국내에서 가장 인기 많은 칵테일 톱 10을 봐도 모히토, 진 토닉 등 맛이 달달한 게 많다. 한국은 주로 맵고 짠 안주를 즐기기 때문에 단맛의 하이볼이 잘 어울리기도 하다”고 말했다.하이볼 재료도 중요하지만, 직접 만들 때 쉽게 놓치는 것이 바로 가니시(장식)다. 전 회장은 “하이볼을 포함한 모든 칵테일은 맛뿐만 아니라 멋이 있어야 한다”면서 “가니시까지 완성돼야 칵테일”이라고 강조했다.가니시는 모양에 따라 크게 ‘웨지’와 ‘슬라이스’로 나뉜다. 반달 모양으로 자른 감자처럼 재료를 잘라내는 것이 웨지, 슬라이스 치즈처럼 얇게 자르는 방식이 슬라이스다. 비교적 크고 두껍게 자르는 웨지 방식이 맛에도 더 큰 영향을 미친다.레몬이나 라임 같은 가니시를 사용할 때는 ‘바짜담’을 기억하자. 바르고, 짜고 담그는 것이다. 하이볼 글라스 테두리에 즙을 살짝 발라 주고, 글라스 안에도 살짝 짜서 넣어 준 뒤 술에 담그면 향과 맛이 풍성해진다. 레몬의 경우 껍질에 있는 오일을 불에 살짝 태우면 스모키한 맛이 오래 간다. 믹서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토닉워터와 최적의 조합은 라임이라는 것도 기억하자.허브 역시 훌륭한 가니시다. 전 회장이 추천하는 허브는 로즈마리다. 향과 맛을 풍부하게 해 고급진 느낌을 주는 데 제격이다.이날 기자가 시음해 본 하이볼은 총 4잔이다. 이 중 비교적 맛이 대중적이고 만들기 쉬워 보이는 레시피 두 가지를 소개한다. ‘화요 하이볼’은 알코올 도수 41도짜리 화요 30mL에 유자청을 티 스푼으로 두 번, 오미자청은 10mL만큼 넣고 토닉워터를 채운다. 모든 청은 얼음보다 먼저 넣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가니시로 라임 웨지를 얹으면 유자와 오미자의 달달한 맛에 라임의 산미와 향이 어우러져 제법 산뜻하다.‘안동소주 하이볼’은 민속주인 안동소주 30mL에 도라지생강 시럽 10mL를 넣고 진저에일을 채운다. 여기에 레몬 웨지와 로즈마리를 가니시를 더하면 완성이다. 도라지와 생강, 로즈마리의 조합 덕에 향긋한 미향이 코를 즐겁게 한다.한편, 하이볼은 자칫 방심하면 과음으로 이어지기 쉬운 주류라 주의가 필요하다. 하이볼의 알코올농도는 보통 10~15%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그만큼 더 빨리, 더 많이 마시기 쉽다. 단맛에 끌려 술술 마시다 보면 금방 취하기 십상이다. 연말연시 흔히 볼 수 있는 추태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면 폭음은 피하도록 하자.
이색 탈 쓰고 공룡 만나는
즐거운 겨울방학 "신난다"
뺨을 빨갛게 만드는 쌀쌀한 날씨와 함께 겨울방학이 눈앞에 다가왔다. 방학 내내 학원에만 다닐 수도 없고, 춥다고 집안에만 갇혀 있을 수는 없다. 초등학생에게 재미를 줄 수 있고, 역사와 전통문화 공부도 할 수 있는 탐방 여행을 소개한다. 경남 고성군의 탈박물관, 공룡박물관 그리고 고성박물관과 고분군을 ‘3색 박물관’이라는 주제로 다녀왔다.■고성탈박물관우리나라 서민들은 예로부터 탈놀이를 즐겼다. 탈을 쓴 채 악귀를 쫓거나 복을 불러오는 춤을 추기도 하고, 서민을 괴롭히는 양반을 놀리기도 했다.고성탈박물관은 고성오광대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탈놀이와 여기에 사용된 탈 300여 점을 모아 전시하고 소개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 문화의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공간이다.박물관 마당에 선 탈 인형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방문객을 환영한다. 색깔이 선명하고 귀여워 함께 사진 한 장 찍기에 제격인 인형이다.박물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탈이 꽤 많이 전시돼 있어 하나하나 살피면서 둘러보려면 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탈마다 재질, 표정이 다 다르고, 맡은 역할이나 상징성이 달라 그 의미를 알아보려면 안내판도 잘 읽어야 한다.벽에 걸리거나 전시대 안에 놓인 탈 중에는 우스꽝스러운 탈도 있고, 무섭게 생긴 탈도 있다. 곰보 탈도 있고, 도깨비 같은 탈도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오나시처럼 생긴 탈도 있다. 양주별산대놀이에 등장하는 상좌 탈이라고 하는데, 어찌 저리 닮았는지 신기할 정도다.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라면 다양한 표정의 탈을 보면서 겁을 먹을지도 모를 일이다. 성인에게는 흥미롭게 보이는 탈이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무서운 귀신의 얼굴로 보일 수도 있다. 천천히 둘러보면서 상세히 설명해주는 친절이 더해지면 두려움을 낮출 수 있다.박물관 곳곳에는 탈을 써 보거나 탈 모양을 탁본하는 체험도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체험용 탈에서 냄새가 조금 나기는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고성공룡박물관각종 공룡 조형물과 공룡 골격, 화석을 전시해 어린이들에게는 인기 있는 공간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라가면 정원에 선 초대형 공룡 조형물이 방문객에게 인사부터 한다.입장권을 사서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자 이곳이 ‘공룡의 집’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처럼 중앙홀에 전시된 초대형 육식공룡과 익룡 골격이 눈길을 끈다. 2층에는 오비랍토르 진품 골격 등 다양한 공룡 골격이 전시돼 어린이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영상실도 있어 공룡 관련 영상물을 볼 수 있지만 시간을 잘 맞춰 가야 한다.1층으로 내려가면 커다랗게 벌린 육식공룡의 입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백악기 공룡을 실물처럼 제작해 분위기 있게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공룡박물관을 둘러본 뒤에는 약간 춥더라도 공룡 공원을 산책하는 게 좋다. 기가노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 각종 공룡 조형물이 설치돼 사진 찍기에 제격이다. 공원 끝까지 내려가면 공룡이 살았던 흔적인 상족암 공룡 발자국을 볼 수 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티라노체험장에서 각종 만들기 체험을 즐길 수도 있다.■고성박물관고성은 과거 해상강국이던 소가야가 존재했던 지역이다. 고성박물관은 인근 송학동고분군에서 발굴한 소가야 유물을 전시한 시설이다. 전시물이 화려하거나 엄청나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 일곱 곳 중 하나인 고성 송학동고분군을 둘러보려면 미리 살펴봐야 하는 곳이다.송학동고분군은 소가야의 숨겨진 역사를 담은 타임캡슐이다. 아직 완벽하게 봉인 해제되거나 조사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미지의 왕국’의 전모를 보여줄 소중한 유산이다. 누렇게 변한 잔디 사이로 봉긋한 봉분 사이를 걸으며 시원하게 펼쳐진 고성군 읍내의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마치 과거 가야의 역사 속을 걷는 착각을 느낄지도 모른다.
20분 영상 송출 사고…
‘부산발레시즌’ 아쉬운 첫걸음
누구보다 ‘전문 직업 발레단’ 창단을 기대하던 부산 발레인들의 안타까움이 컸다. 일반 시민 눈높이엔 맞았을지 모르겠지만, 무용을 전공한 전문가들 눈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였다.부산시가 주최하고, 클래식부산과 영화의전당이 공동 제작으로 지난 15~17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선보인 ‘2024 부산발레시즌’(예술감독 김주원) 개막 공연에 대한 평가는 아쉬움이 넘쳐났다. 이는 만들어지지도 않은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창단으로 오해하게끔 시나 예술감독이 기대감을 키운 면도 없지 않았다.시는 정식 발레단 창단이 아닌, 18명의 시즌 단원과 프로젝트 단원 10명으로 꾸린 ‘부산발레시즌’을 처음 시도했다. 더욱이 3일간 총 4회의 공연을 진행하면서 개막 첫날인 15일엔 영상 송출 사고까지 겹쳐 창작 발레 ‘샤이닝 웨이브’ 45분 러닝타임 중 20여 분을 영상 없이 진행했다. 영상 사고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화의전당 리허설 과정에도 불안불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연 당일 무대 배경막으로 사용한 다리막이 부족해 시장으로 구하러 다녔다는 후문에다 1막 음악 MR 반주에 이어 2막 음악은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하겠다는 애초 안내와 달리 MR과 오케스트라 연주가 뒤섞이면서 “이럴 거면 라이브 연주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오케스트라 단원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작품은 2부로 나눠서 1부는 클래식 발레 ‘파키타 그랑 파 클래식’(‘파키타’ 중 결혼식 장면, 일부 안무 윤전일)과 2부는 창작 발레인 ‘샤이닝 웨이브’(안무 이정윤·박소연)로 구성했다. 첫 발레시즌인 만큼 클래식 발레와 창작 발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예술감독의 포부였다. 하지만 무용수들의 기량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프리랜서 발레 무용수 중에서 선발한 시즌 단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주역과 군무진 등 프로젝트 단원 명목으로 10명의 추가 인원이 투입됐지만, 역부족이었다.부산경남발레협회 소속 A 발레인은 “강렬함의 상징과도 같은 ‘파키타’를 우아한, 부드러운, 유연한 ‘파키타’로 재구성한 것과 한국 한지와 먹을 상징하는 듯한 발레 의상, 아름다운 꿈속을 연상케 하는 무대 장치, 몽환적 조명 등은 기존의 ‘파키타’를 넘어선 의미 있는 행보였다”면서도 “오디션을 통해 채용된 단원이 아닌, 프로젝트 단원과 중등생의 출연은 공연을 보는 내내 시즌제 발레단의 정체성과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부산의 중견 발레인 B 씨는 “당초 세계적인 발레리나의 부산 입성을 참으로 자랑스럽게 반겼고, 지역 부산 예술계에 긴장과 충격을, 발레계의 수호자가 되어주길 바랐다”고 말을 꺼냈다. 그러나 이후로는 기획 부재와 인식 부족, 협업 성과의 의문, 무용수들의 해석과 표현의 부족, 관객 소통과 감동의 부재 등 질타가 이어졌다. 이 발레인은 또 “이번 작품은 재료와 도구, 장소는 마련해 놓고 어떤 메뉴로 누구와 멋진 요리를 만들어 함께 맛나게 먹을까가 아쉬웠다. 테이블 보와 접시(의상)는 좋았다”고 비유적으로 전했다.발레 전공자는 아니지만 중견 무용가 C 씨는 “부산에서 얼마나 어렵게 마련한 시스템인데 정말 너무한다 싶어서 화가 났다”면서 “두 달 연습에, 5억여 원이란 예산이 들어간 공연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 도시에서 부산 ‘발레단’ 창단 소식을 듣고 관광을 겸해서 일부러 부산을 찾았다는 40대 발레인 일행 4명은 “서울과 광주 발레단을 빼면 부산이 처음이어서 큰 기대를 했는데, 창단 공연 수준이 예고나 학원 발표회보다 못한 것 아닌가 싶어서 진짜 실망하고 돌아간다”로 혹평했다. 혹자는 단원 약력 하나 없는 프로그램도 지적했다.시즌제 발레단이라고 해도 시즌제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너무나 달랐고, 준비 부족을 실감했다는 게 주최 측의 전언이다. 분명한 것은 예산도, 발레 무용수도, 전문 인력도 태부족인 부산 상황에서 서두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정식 발레단 구상이 확실해질 때까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중요할 듯싶다. 원로 발레인 D 씨가 들려준 “발레인들의 숙원이던 발레단 창단까진 안 되더라도 발레시즌 물꼬를 튼 것만으로도 만족하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다. 지도자들이 욕심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아니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제대로 하든지…”라는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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