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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컨테이너 선수촌
2000년대 열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는 선수촌 논란이 부쩍 잦아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가이드라인은 뒀지만 규정이 세세하지 않아 벌어지는 일로 보인다. 때문에 선수촌 운영은 경제 상황이나 개최국 의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과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선 골판지 침대가 논란을 불렀다. 골판지 침대는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한 도쿄 올림픽 때 처음 제공됐다. 하지만 내구성이 떨어지고 매트리스가 단단하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이스라엘 선수단이 침대에 차례로 올라가다 무너지는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도 저탄소 올림픽을 내세우며 ‘노 에어컨’을 선언했다. 하지만 대회 기간 폭염이 닥치면서 선수들이 사비로 객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거나 선수촌을 이탈하는 일도 있었다. 뜻은 좋았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못한 대회였다.
시설이 논란이 된 적도 여러 차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선수촌은 개막 직전까지 공사가 계속됐다. 개막 후 객실 변기가 막히고 가스가 새는 등 소동이 속출했다. 보안도 취약해 호주 선수단이 유니폼과 노트북을 도난당하기도 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선수촌 객실에선 녹물이 흘러나와 선수들이 샤워나 세안을 못 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빼어난 선수촌 준비로 극찬을 받은 대회도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역대 올림픽 중 가장 훌륭하고 선수 친화적인 선수촌”이라고 극찬한 대회다. 신축 아파트 단지를 선수촌으로 활용해 객실 환경과 난방, 방음이 최고 수준이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추후 임대·분양주택 전환을 염두에 두고 선수촌을 꾸몄는데 넓은 녹지에 최첨단 체력단련실, 의료센터, 영화관도 제공됐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대회 전부터 최악 선수촌 리스트에 오른 모양새다. 조직위원회가 예산 절감을 이유로 선수촌 건립 대신 시내 호텔, 크루즈선, 컨테이너 숙소를 마련한 일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 중 컨테이너 숙소에서 누수, 열악한 방음, 화장실 부족 등 논란이 터졌다. “선수촌이 아니라 난민촌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크루즈선 선수촌 입촌식 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등장, 우리 대표팀을 자극했다. 안정적 대회 운영을 고민하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평화와 화합을 도모한다는 국제대회 개최 취지도 잘 살릴 일이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
2026-09-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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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쇄빙연구선과 극지강국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만들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ARAON)’가 2009년 11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극지연구소(소유·운영 주체)에 인도돼 그해 12월 18일 인천항에서 남극을 향해 출항했다. 아라온호는 첫 출항에서 1m 두께의 얼음을 깨며 항해하는 쇄빙 능력 실증 테스트 및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후보지 조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20여 개국만 보유하고 있던 ‘쇄빙연구선 보유국’ 반열에 올라 극지 연구 선진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적인 조선 강국이었지만 쇄빙선 설계·건조 경험이 전무했다.
이후 17년이 지난 2026년 9월 11일 경남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는 제2 쇄빙연구선인 차세대 쇄빙연구선 착공식이 열렸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추진 10년 만인 지난해 7월 29일에야 한화오션과 지각 건조 계약을 체결한 이후 14개월 만이다.
해수부는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를 위해 2015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요청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2021년 예타를 통과해 극지연구소가 2022년부터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총사업비는 3176억 원.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총톤수 약 1만 6560t에 길이 140.8m로, 아라온호(7507t·111m)보다 규모가 크고 승선 인원도 100명으로 아라온호(85명)보다 많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예정대로 2029년 완공되면 2030년부터 정식으로 북극 연구에 투입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운항되면 북극 연구(북극 고위도 전담)를, 아라온호는 남극 연구를 전담하는 ‘투트랙 체제’로 운용된다. 이 경우 남·북극 연구 항해 일수는 연간 약 85일에서 약 270일로 3배 이상 늘어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아라온호보다 약 50% 향상된 쇄빙 능력을 갖추게 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준공 시 한국은 남극 2개(세종·장보고), 북극 1개(다산) 등 3개의 과학기지와 2척의 쇄빙연구선을 동시에 운영하는 ‘투트랙 체제’를 구축한다. 고위도 북극 연구의 주도권 확보, G7급 극지 연구 인프라 완성 등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정상급 극지 강국으로 도약하게 된다. 차세대 쇄빙연구선 사업의 차질 없는 완수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은 △철저한 품질 관리 및 공정 준수 △예산의 안정적 증액 및 연차별 집행 △운용 인력 선제적 양성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2026-09-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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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거제 야호' 그 이후
경남 거제는 천혜의 해안 경관을 갖춘 조선 도시다. 해금강, 바람의 언덕, 외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등 전국적으로 알려진 관광 명소와 먹거리가 즐비하다. 그런데 최근 거제를 찾는 젊은 관광객들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다. 거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MZ 관광객 유입을 촉발한 일등 공신은 걸그룹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거제 출신 멤버 원이와 대화를 나누다 던진 ‘거제 야호’라는 한마디였다. 야호는 통상 산 정상에서 외치는 감탄사가 아니다. 일본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는 ‘얏호’로 안녕에 가까운 친근한 표현이다. 미나미가 말한 ‘거제 야호’는 ‘거제 안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올해 3월 20일 리센느 원이의 개인 유튜브 콘텐츠에서 미나미가 독특한 억양과 표정, 손동작으로 ‘거제 야호’라고 말하는 장면이 공개되자 이 부분을 발췌한 짧은 영상들이 숏폼과 SNS에 빠르게 확산됐다. 거제 대신 다른 지명이나 자신의 학교와 직장 이름 등을 넣은 다양한 ‘야호 밈’들이 탄생했다. 흥미로운 것은 ‘거제 야호’를 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거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후 거제시는 5월 22일 리센느를 새로운 홍보대사로 위촉해 도시 브랜드 홍보를 시작하는 등 젊은 세대와의 소통 강화에 나섰다. 특히 리센느 멤버들이 거제식물원 정글돔, 거제 케이블카 등 거제 관광지를 방문하는 브이로그 형식의 관광 홍보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했다. ‘거제 야호’에 이어 거제 홍보 영상까지 화제를 모으면서 거제를 찾는 MZ 세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리센느가 다녀간 곳을 관광객들이 찾아가 같은 장소에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다시 SNS에 올리면서 관광객 급증 현상을 만들어냈다. 리센느도 ‘거제 야호’ 인기몰이에 힘입어 각종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지난 9일 리센느 멤버 전원을 연예인 최초 거제 명예시민으로 선정해달라는 내용의 시 안건을 통과시켰다. 리센느가 거제 위상을 높인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리센느는 지난달 거제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위해 팬덤이 모은 5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거제 야호’ 현상에서 눈여겨볼 점은 우연한 밈 유행을 도시 브랜딩과 관광 정책에 접목시킨 시의 적극적이면서도 발 빠른 대응이다. ‘거제 야호’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거제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2026-09-16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