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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우리가 곧 관광상품
지난 12일과 13일 BTS 월드투어 ‘아리랑’ 부산 콘서트 전후로, 부산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났다. 이틀간 콘서트장에 11만 명의 팬들이 몰렸는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으로 추정된다. 콘서트 표가 없지만 부산을 찾은 외국인 팬들도 많다. 연일 역대 최다 외국인 관광객 기록이 계속 갱신되는 상황에서, BTS 팬들까지 몰려온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관광지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해운대·광안리·남포동 등은 물론 관광지 주변 골목 구석구석을 누볐다. 관광지와 떨어진 동네 식당과 동네 마트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은 음식을 먹고 물건을 샀다. 요즘 외국인들은 마치 대한민국의 일상을 체험하러 온 것처럼 관광을 한다.
2023~2025년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신용카드 지출액을 분석해 보니, 지난 3년간 숙박업(38%)·한식(68%)·양식(60%)·편의점(77%) 등의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로 와 면세점 쇼핑을 하는 게 대세였다. 그러나 점점 외국인 관광객은 쇼핑 중심에서 벗어나 체류와 식음료, 생활밀착형 소비를 선호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과 쓰는 물건들을 사는 데 돈을 쓰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형태 변화는 미디어와 문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2019년 영화 〈기생충〉, 2021년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을 거치며 K컬처는 세계인이 소비하는 상품이 됐다. 〈흑백요리사〉 같은 TV쇼도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그 덕에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삶에 노출됐고, 자연스레 우리의 일상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는 설명이다. 드라마에서 본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TV쇼에서 본 한국 음식도 맛보고 싶어졌다는 거다. 한국인의 일상을 경험하면서 그 과정을 SNS에 올리는 게 한국 관광의 목적이라는 거다.
‘마인드 마이너’로 활동하는 송길영 작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드라마와 소셜미디어로 한국의 곳곳이 알려지면서 관광 안내소나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장소를 넘어 우리 땅의 구석구석이 그들에게 탐험의 장소로 열리게 됐다”라고 표현했다.
물론 부산의 바다와 산도 훌륭한 관광상품이다. 이제는 관광 명소를 잘 꾸미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일상을 더 매력적으로 세계에 보여주는 게 관광객 유치에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그들은 우리를 보러 오고 있다.
2026-06-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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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키조개 추억의 소환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키홍합’을 이렇게 적었다. ‘큰 놈은 지름이 대여섯 치 정도이고 모양이 키와 닮아서 평평하고 넓으며 두껍지 않다. 돌에 붙어 있으나 곧잘 떨어져 헤엄쳐 다닌다. 맛이 달고 개운하다.’ 학자들은 이 키홍합을 오늘날의 키조개로 본다. 200여 년 전에도 우리 선조들은 키조개를 눈여겨봤고, 그 맛 또한 높이 평가했던 모양이다.
예전 시골에는 밤에 오줌을 가리지 못해 이불에 지도를 그린 아이에게 곡식의 알곡과 쭉정이를 가르는 농기구인 키를 머리에 씌워 소금을 받아 오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공동체가 아이 생활 습관을 바로잡아 주던 시절 지혜였지만, 키를 뒤집어쓴 채 이 집 저 집을 다녀야 했던 아이에게는 적잖이 창피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키를 꼭 빼닮은 조개가 바로 키조개다. 껍데기 모양이 키와 흡사해 붙은 이름이다. 예부터 속을 편안하게 해 준다고 해 ‘서해부인’이라는 별칭도 가졌다. 키조개는 수심 20m 안팎의 펄과 모래가 섞인 바닥에서 무리 지어 자란다. 남해안 득량만과 여자만, 서해안 보령·서천 근해가 대표 산지다. 7~8월이 산란기라 살이 오르기 시작하는 봄이 제철이다. 잠수부들이 바닷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하나씩 채취하기에, 여느 조개보다 사람의 땀과 수고가 더 많이 배어 있는 셈이다.
키조개의 진짜 별미는 조갯살보다 ‘관자’다. 패주(貝柱)라고도 부르는 이 근육은 껍데기를 여닫는 역할을 한다. 두툼한 살결과 쫄깃한 식감, 씹을수록 번지는 단맛 덕분에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버터에 살짝 구워 먹으면 여느 고급 레스토랑의 가리비 요리 못지않다. 전남 장흥에는 ‘장흥삼합’이 유명한데,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를 함께 구워 먹는다.
기자에게는 30여 년 전 남해의 봄 바다에서 맛본 키조개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언론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선배들과 떠난 남해 야유회 길. 잠수부가 막 바다에서 건져 올린 키조개를 즉석에서 손질해 내놓았다. 바닷바람과 짭조름한 내음, 갓 잡아낸 관자의 맛은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은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키조개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돼 비싼 초밥 재료로 사용되곤 했다. 해양수산부가 6월의 수산물로 키조개를 선정했다는 소식에 옛 기억이 저절로 소환됐다. 지나간 시간을 건져 올리는 바다의 타임캡슐처럼 말이다. 남해의 봄날과 젊은 날의 추억. 엊그제 같은데, 세월 참 빠르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2026-06-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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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드문드문 벼농사
지역 불균형으로 인한 소멸 위기 현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에서 나타나지만 특히 농촌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농촌 인구의 궤멸적 감소는 결국 농업 일손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벼농사 등 노동 집약적 농법에 타격을 주게 된다. 이 같은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새로운 벼농사 기법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드문모심기’ 농법이다.
드문모심기는 모판에 뿌리는 볍씨의 양을 늘리는 대신 기른 모를 논에 옮겨 심는 이앙 작업 때 모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농법을 뜻한다. 모내기 작업 때 모판을 드문드문 심으면 투입 노동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절감된다.
농촌진흥청은 2020년 모판에 파종하는 볍씨량을 기존 130g 안팎에서 300g까지 늘려 파종하고 이앙하는 모판은 평당 기존 80주에서 50주 수준으로 줄이는 드문모심기 벼 재배법을 시범사업으로 도입했다. 시범사업 결과 파종에서 이앙까지 투입돼야 하는 노동시간은 300평(10a)당 2.6시간에서 1.9시간으로 27%가 줄어 인력 절감 효과가 기대됐다. 농사 과정에 드는 비용도 300평당 22만 원에서 12만 8000원으로 42%가 감소했다.
이렇게 노동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게 되면 수확량에는 어떤 변화가 발생할까. 농촌진흥청 시험 재배 결과 300평당 벼 수확량은 560~600kg으로 일반 경작 때와 비교해 95~100%의 수확량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판의 수를 줄였는데도 생산량이 비슷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벼의 분얼(줄기 분화)에서 이유를 찾았다. 벼는 조밀하게 이앙하면 줄기가 위로 자라기 때문에 폭을 충분히 확보해 드문드문 모내기를 하면 분얼이 활발해지면서 여러 줄기에서 벼 이삭이 달린다는 설명이다. 드문모심기 때 분얼이 활발하게 일어나 수확량 확보에 유리한 벼 품종으로는 영호진미, 백옥찰, 화선찰, 일품 등의 품종이 꼽힌다.
6년여 전부터 농촌진흥청 주도로 시험 재배가 이뤄져 오던 드문모심기 재배가 최근 경남 창원에까지 확산됐다는 소식이다. 창원시농업기술센터의 시범사업 차원에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지만 효과가 검증되면 더욱 활발하게 보급될 전망이다.
한때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생산력 극대화에 치중하던 벼농사가 노동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찾기에 더 골몰하게 된 세태 변화가 아직은 조금 낯설다.
2026-06-16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