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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계란, 최고의 식재료
계란은 지구상 최고의 식재료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계란을 참 많이 먹었다. 개인적으로 채식을 한다면 안 먹을지언정, 계란을 먹지 않는 나라는 없다.
요리도 무궁무진하다. 프라이도 하고 스크램블, 오믈렛도 있으며 계란말이 지단도 만든다. 빵·과자 등에 필수재료기도 하다. 호불호가 거의 없는 식재료다. 근데 최근엔 계란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마트에서 선뜻 집어들기가 꺼려진다.
우리나라에서 계란은 하루 4900만 개 정도가 소비된다. 현재 생산량도 그 정도다. 계란을 낳는 산란계는 3일에 2개 정도 알을 낳는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키우는 산란계는 1분기 기준 7775만 마리에 달한다.
지난 겨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산란계 1134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정도 규모면 계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 7월 기준 계란 30개들이(XL사이즈) 소비자가격은 평균 7538원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본격적으로 닥치기 전인 작년 11월(6499원)보다 16.0% 올랐다. 뿐만 아니라 마트에서는 동물복지란, 무항생제란 등에 특정업체 브랜드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체감 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다.
농식품부에서는 계란 가격을 억누르기 위해 상반기 미국산 674만 개, 태국산 337만 개 등 1011만 개의 신선란을 수입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정도 규모는 하루 소비량의 4분의 1도 안 된다. 비행기로 들여오다보니 물류비도 만만치 않다. 모두 손해보고 시장에 푸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2억 개를 추가로 수입할 계획이다. 정부의 의도는 계란 유통업자들이 의도적으로 계란 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즉 계란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언제든지 수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는 것이다.
계란 1개에는 6~7g의 단백질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 A·D·E, 비타민 B군, 철분, 셀레늄 등 다양한 영양소가 있다. 농촌진흥청의 한 계란 전문가는 등급으로 계란을 고르는 것이 가장 낫다고 한다. 신선함의 정도를 ‘등급 마크’(1+등급, 1등급 등)로 표시한다. 동물복지란, 무항생제란도 좋지만 영양학적으로 차이가 없어 사회적 가치를 소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계란 가격에 민감한 것은 그만큼 많이 쓰이는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설명은 병아리가 점점 자라고 생산량이 회복되면서 이달부터는 점차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한다. 마트별로 시기는 다르지만, 계란에 20% 할인정책도 시행할 예정이다.
2026-07-0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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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공짜 버스가 던진 질문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선 덕분에 경북 울진까지 철길이 열렸다. 벼르고 별러서 올봄 울진 온천·대게 여행을 다녀왔는데, 뜻밖에 인상 깊었던 것이 공짜 버스다. 지역민·나이 구분 없이 버스가 무료였다. 울진역에서 19㎞ 떨어진 덕구온천을 다녀오기 위해 렌터카를 빌리려다 역 앞에서 왕복 버스를 만나 로또에 당첨된 듯 기뻤던 기억이 생생하다. 인구 감소 지역은 승객 감소와 운행 축소가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서민의 발’ 자체가 사라지기 일쑤다. 그 불편은 주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지인의 발길마저 끊어 놓는다. 그러한 문제의식이 공짜 버스를 탄생시켰으리라.
농어촌은 대중교통 자체의 존립에 사활을 걸지만, 대도시는 대중교통 무임승차가 늘어서 고민이다. 이 점에서 서울시의 ‘70세 이상 공짜 버스’ 구상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정해진 횟수만 시내·마을버스 요금을 지원하되, 65~70세의 도시철도 요금은 유료화하자는 취지다. 교통 복지의 대상과 수단을 재조정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무임승차 손실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구조는 여전해서 비판적 여론도 적지 않다.
이동권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다. 하지만 교통 복지는 연령별·지역별 형평성과 국가와 지자체 책임이 엇갈리는 논쟁적 이슈다. 가장 큰 논란은 전국 6개 도시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 부담이다. 무임승차 손실액이 당기순손실의 58%에 이른다.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다. 65세 이상 인구가 4.1%에 불과했던 1984년 만든 제도를 42년째 유지한 채 지방에 부담을 떠넘긴 탓이다.
부산의 무임승차 비중은 28.7%인 데 반해 서울은 14.1%다. 이 차이 때문에 서울이 무임승차를 버스로 확장하는 접근법을 택했을 것이다. 부산은 4월 기준 65세 이상 비율이 25.9%에 이르렀다. 시민 넷 중 한 명이 무료고, 머지않아 둘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다. 서울의 해법이 부산에 적용되기 어려운 구조다.
일본 도쿄의 실버패스 등 해외 대도시의 고령자 우대 정책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기 할인권 방식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노인복지법 시행령에 ‘도시철도 65세 이상 무료’가 못 박혀서 지자체는 운신의 폭이 좁다. 무임승차의 틀로 접근하면 ‘비용 대납’을 둘러싼 세대 갈등으로 번질 소지가 크다. 이동권 보장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국가가 기본적 재정 책임을 지는 원칙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마다 실정에 맞는 교통 복지를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울진과 서울, 부산의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김승일 수석논설위원 dojune@busan.com
2026-07-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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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사투리 사용자 유감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만큼 자갈치시장을 잘 담아낸 말이 없다. 사투리 단 세 마디에 장바닥 아지매에게서 흘러나오는 구수함, 시장 특유의 생동감, 그 시장 위치가 바로 부산 바닷가라는 사실 등 다양한 삶과 문화가 얽혀 있다. ‘오세요, 보세요, 사세요’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사투리는 얼마나 정겹고 다채로우면서도 주체적인가.
사투리는 첨단 기술에서도 중요하다. 최근 열린 ‘2026년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는 사투리를 알아듣는 피지컬 AI 로봇이 큰 관심을 받았다. 여러 지자체에선 사투리로 관광·행정 정보를 안내하는 챗봇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사투리로 신고하면 실시간으로 문자를 화면에 띄워 정확성을 높이는 AI 기반 신고접수 시스템도 나왔다. AI 연구자들은 사투리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대우한다. AI가 사투리를 얼마나 정확하게 알아듣느냐가 AI 주권을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고 한다.
아직 사투리는 봉변 당할 때가 더 많다. 수년 전 경북·경남 산불 지원법 표결 때 “호남에는 불 안 나나” 망언을 한 국회의원이 뒤늦게 “경상도 사투리로 짧게 말하다 보니 오해가 생겼다”는 엉뚱한 해명을 해 공분을 샀다. 어느 정치인이 유세 현장에서 사투리로 “이제 고마 치아라”고 정권을 비판하자 한 지상파 앵커가 일본어냐고 비아냥거린 일도 있었다. 사투리 비하나 오용은 사투리를 지키려는 수많은 개인과 단체, 대학, 지역 언론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다.
최근 웃기거나 희화화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사투리를 적극 내세우는 연예인들의 활약을 흥미롭게 지켜봐왔다. 김해 출신 개그맨 양상국은 경상도 사투리로 출연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터트려 흐뭇해하던 터다. 그가 자신있게 구사하는 사투리는 사투리 사용자에 덧씌워진 촌놈 편견을 깨트리는 맛이 있다. 거제 출신인 아이돌그룹 리센느 리더 원이도 사투리로 고향 사랑을 한껏 드러내며 주목 받았다. 그런 그가 유튜브 영상에서 쓴 “무섭노” 표현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에 정치인들이 뛰어들며 일이 일파만파 퍼졌다. 아무렇지 않게 “~노” 표현을 주고받는 경상도 사람에겐 논쟁 자체가 곤혹스럽다. 20년 넘게 사투리를 쓴 원이도 일상적으로 썼을 가능성이 크다. 안태형 동아대 국어문화원 교수는 “단순히 그 표현만으로 일베냐 아니냐를 따지기 어렵다. 그의 언어 생활이나 다른 글, SNS 등을 보고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짜 “사투리한테 와 이라노”, 항변하고 싶다.
김영한 논설위원 kim01@
2026-07-07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