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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기술 도핑
인간의 한계로 여겨졌던 마라톤 풀코스 2시간의 벽이 마침내 깨졌다.
1996년 3월생인 케냐 출신의 사바스티안 사웨는 지난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 마라톤에서 42.195㎞ 풀코스를 1시간59분30초에 완주했다. 그는 인류 최초로 공식 대회에서 2시간의 벽을 허문 위대한 선수가 됐다.
‘서브 2’로 불리는 2시간 이내의 마라톤 풀코스 완주는 세계 육상계의 숙원이자 꿈이었다. 하지만 한계를 모르는 인간의 저력과 끈기가 스포츠 과학 등과 만나면서 서브 2 달성은 실현 가능한 영역이 됐다.
기록상으로만 보면 사웨의 대기록이 처음은 아니다. ‘마라톤의 전설’ 일리우드 킵초게(케냐)가 2019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프로젝트 ‘INEOS 1:59 챌린지’에서 1시간59분40초02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인류 최초로 서브 2를 달성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킵초게가 7인 1조의 페이스 메이커와 레이저로 속도를 조절하는 선두 차량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킵초게의 도전은 ‘인류의 서브 2 달성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대학 연구진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기록 단축을 위해 최적화한 마라톤화 개발에 적극 나섰고,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인류 최초의 서브 2 달성의 기쁨도 잠시, 사웨가 신고 뛴 신발이 기술 도핑 논란에 빠졌다. 이 신발은 아디다스가 3년 동안 연구·개발한 것으로 무게가 97g에 불과하다. 사웨는 “신발이 매우 가볍고 편안한 건 사실이지만, 규정에 맞는 신발을 신고 뛰었다”고 주장했다.
기술 도핑 논란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가 2016년 탄소섬유판을 삽입한 신발을 선보였고, 이 신발을 신은 선수들이 기록 단축에 큰 효과를 봤다. 결국 세계육상연맹은 2020년 엘리트 선수 신발 규정을 신설해 밑창 두께를 40㎜ 이하로 제한하고, 탄소섬유판도 1장만 허용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기술 도핑은 수영에서도 있었다. 2008년 한 해 동안 수영계에서는 총 108개의 세계 기록이 수립됐는데, 전신 수영복 ‘덕분’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전신 수영복은 2010년 퇴출됐다.
스포츠 과학의 발달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선수 개인의 땀과 노력이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신발에 주목할 게 아니라 선수에게 주목했으면 한다.
2026-04-3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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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유럽발 유물 반환
이달 초 국빈으로 방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찾은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는 김혜경 여사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로 반출됐다가 2011년 반환된 외규장각 의궤를 관람했다. 이 의궤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왔지만 오랫동안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중국 서적으로 분류돼 관리되기도 했다. 그러다 1975년 역사학자 박병선 박사가 현지 연구 중 이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이는 한국 문화재 반환 운동의 계기가 됐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에 따르면 약 25만 6000점에 이른다. 일본,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등 29개국 800여 기관에 흩어져 있다. 이 중에는 일제강점기 부산 연산동 고분군에서 도굴돼 일본으로 반출된 뒤 아직 반환되지 않은 유물도 있다. 도쿄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원두대도와 차양투구, 갑주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인 사업가 오구라 다케노스케는 1921년부터 도굴꾼을 동원해 연산동 고분군 유물을 비롯해 우리 문화재 1100여 점을 수집·강탈해 해방과 함께 일본으로 반출했다. 이른바 ‘오구라 컬렉션’이다.
최근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서 식민지 시대에 약탈한 유물을 반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는 불법 취득 문화유산의 반환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과 네덜란드도 유산의 출처를 추적하며 무조건 반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의미가 크다. 그동안 소유권은 유지한 채 장기 대여하거나 국빈 방문 등 계기에 맞춰 반환하던 관행에서 한발 더 나아간 흐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에 대한 일본의 움직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해외 유출 우리 문화유산은 약 43%(11만여 점)에 이른다. 문화재 반환은 상당 부분 보유국의 ‘도덕적 자각’에 달려 있지만 일본의 반환 움직임은 일부 민간 차원에 머물 뿐이다. 일본은 침략 과정에서 자행한 문화재 약탈을 오랫동안 외면해 왔으며 이를 군국주의의 전리품처럼 취급해 왔다. 이제라도 일본이 유럽 국가들의 반환 움직임을 배웠으면 한다. 문화재 반환은 소유권 이전을 넘어 역사 회복과 문화 다양성 존중, 나아가 국가 간 신뢰와 화해의 출발점이다. 이는 미래를 여는 일이기도 하다. 내년은 연산동 고분군이 국가 사적지가 된 지 어느덧 10년이 되는 해다.
2026-04-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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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포켓몬 고? 부산 고!
2016년 7월 미국 게임 제작사 나이앤틱이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를 출시했다. 스마트폰을 들고 동네 카페와 편의점 앞에서 앱을 켜면 눈앞 테이블 위에 포켓몬이 나타났다. 하지만 게임사가 한국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내는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이때 동해안 일부 지역이 일본 서비스 영역에 걸쳐 있다는 사실이 SNS에 퍼졌다.
서울에서 가장 가기 쉬운 강원도 속초는 순식간에 ‘포켓몬 성지’로 떠올랐다. 속초행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연일 매진됐다. 포켓몬이 자주 출몰한다고 입소문이 난 엑스포광장 주변 편의점과 음식점의 매출은 평일 기준 20% 이상 뛰었다. “수백억을 들여도 못할 홍보 효과”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속초시가 대규모 시설을 짓거나 새 항공 노선을 유치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사람이 몰렸다. 게임 콘텐츠와 지역의 희소성이 만났을 때 도시의 매력이 배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같은 일이 다른 도시에서도 가능할까. 10년이 지난 지금, 이번엔 부산이 ‘게임 무대’로 변신했다. 부산관광공사는 민간 기업과 협업해 다음 달 5일까지 ‘더 스카우트 인 부산’이라는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야외 방탈출’이다. 방탈출이란 연출된 공간에서 단서를 모아 과제를 해결하고 빠져나오는 게임인데, 통상 실내에서 진행되는 것을 도시 전체로 확장한 점이 독특하다.
참여자는 부산역에서 스마트폰으로 비밀 지령을 받는다. 이어 차이나타운, 남포역, 광복로 패션거리, 용두산 부산타워 등 원도심 곳곳을 누빈다. 관광안내도와 도심에 그려진 벽화를 단서로 도시에 발생한 균열의 원인을 추적한다는 설정이다. 얼리버드 티켓 2000장은 조기 매진됐다. 이미 갖춰진 부산이라는 하드웨어에 게임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입힌 것만으로 호응은 뜨거웠다. 게임을 즐기러 온 이들은 부산에서 세 끼를 먹고, 잠을 자고, 대중교통을 탄다.
이처럼 관광과 게임 요소를 결합하기에 부산만한 도시도 드물다. 바다와 산, 항구와 산복도로가 뒤엉킨 지형 자체가 천혜의 게임판이다. 영도 깡깡이마을의 오래된 철공소, 동천을 따라 이어지는 도시 재생의 흔적, 감천문화마을의 미로 같은 골목까지. 다른 도시가 갖고 싶어도 쉬이 가질 수 없는 지형과 이야기가 곧 부산이 가진 희소성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부산 고’를 외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 즐겁다.
2026-04-28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