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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문화시선] '옥토버 부산…'이 뭐길래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부산형 융복합 전시컨벤션 스페셜 위크 ‘옥토버 부산페스티벌’을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가칭이지만 ‘옥토버 부산페스티벌’이라고 해서 맥주 축제인 줄 알았다.” “메가 이벤트 개념으로 보면 취지가 나쁜 것 같진 않다.” “안 그래도 부산은 10월에 축제가 많은데 숙박·교통난이 벌써 걱정이다.” 등이다.
부산시는 이번 행사를 치르기 위한 공동 주관사로 L컨벤션을 지난달 22일 결정, 고시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전시컨벤션 통합 운영 지원 예산은 최대 5억 원이다. 통합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콘퍼런스 개최, 홍보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매년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되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페스티벌이 유력 모델이라고 한다. 시 담당 부서 관계자와 정무 진용, 시 출자출연기관 고위급 인사들은 지난 3월 SXSW 단체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SXSW는 음악과 영화 페스티벌, 콘퍼런스, 인터랙티브, 전시회 등이 함께 열리는 종합 예술 축제다. SXSW를 다녀온 A 씨는 “SXSW 참가자가 ‘내돈내산’ 유형이라면, 우리는 델리게이트 대부분을 초청하는 상황이고, 오스틴이 반경 2㎞ 남짓 구간에서 모든 행사를 치르는데 우리는 벡스코, 영화의전당, 해운대, 부산문화회관, 삼락공원으로 흩어져 있어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이 정한 통합 대상은 △플라이(FLY) 아시아창업엑스포(9월 30일~10월 2일) △부산디자인페스티벌(9월 30일~10월 2일) △부산월드크리에이티브페스티벌(10월 1~3일) △부산국제영화제(10월 2~11일) △데이터 글로벌 해커톤(10월 4~6일)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10월 4~8일) △국제록페스티벌(10월 4~5일) △국제음식박람회&마리나셰프챌린지(10월 4~6일) △수제맥주페스티벌(10월 5~6일) 등이다. 이 밖에 부산소공연장연합회가 주관하는 ‘2024부산원먼스페스티벌’도 시책에 동참하는 의미로 7월에 이어 10월 개최를 확정했다.
그런데 문화예술계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못해 불만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월엔 민간 공연 자체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숙박, 교통에 이어 공연장 수급이 걱정돼서다. 록페스티벌 팬들 커뮤니티에선 “BIFF 기간과 겹친 지난해도 숙박이 골치였는데 올해는 경전철을 이용해 김해 쪽에 숙소를 잡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말이 돌아다닌다.
통합 브랜드 전략도 좋고, 도시 홍보도 좋은데, 이미 잘하고 있는 행사를 한데 모아서 그럴듯하게 포장만 하는 일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일단 첫해 성과를 보고 후속을 논의하겠지만, 시너지만큼이나 개별 콘텐츠가 가진 정체성도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
2024-05-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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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의 집피지기] 황금알을 낳던 거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분위기를 담아내는 자조적 표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입지가 좋은 부산의 재개발·재건축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입주권을 따내기 위해 부동산마다 줄을 섰다. 입주 전에 추가 분담금을 조금 내더라도 집값 상승을 통한 이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원자잿값이 크게 오르고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조합원들에게 갖은 혜택을 주겠다며 구애를 펼치던 시공사들은 태도를 싹 바꿨다. ‘우리도 남는 것 없으니, 시공 계약을 해지하고 싶으면 하라’는 식이다.
서울에서는 억 소리 나는 분담금 폭탄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진구 범천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은 기존 평(3.3㎡)당 539만 9000원이던 공사비를 926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시공사로부터 ‘통보’ 받았다. 3년 전과 비교해 72%나 증액된 금액이다. 범천뿐만 아니라 부산 도심의 여러 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갈등이 예고된다.
재개발·재건축 조합 입장은 난감하다. 매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이자를 조합 돈으로 내야 하는데, 시공사와의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손해는 조합원들에 쌓인다. 공사비 산정 기준을 명확히 밝혀달라는 조합 측 요구도 묵살되기 십상이다.
시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한다면 업체 입찰부터 산적한 단계를 새로 밟아야 한다. 새 시공사와 종전보다 저렴한 공사비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공사비 인상에서 시작된 갈등이 조합의 내홍으로 번지는 경우도 여럿이다. 이런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비화된다면 조합원들은 몇 년간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재건축 패스트트랙 등 각종 규제완화 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분담금 폭탄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별무소용이다. 사회적 재난 수준의 물가 인상을 겪고 있는 시공사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정부는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들의 갈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이 휘청이면 여파는 조합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이 급감하면 4~5년 뒤 시장에 풀리는 신규 아파트가 줄어들 게 뻔하다. 이는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부동산 시장은 극단적인 사이클을 그리며 요동치게 된다. 하루 아침에도 수천만 원씩 오르내리는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서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까. 몇 년 전 부동산 폭등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2024-04-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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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목숨 건 사진 찍기 놀이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디에서나 휴대폰으로 이른바 ‘셀카’를 찍는 사람을 많이 본다. 이곳저곳에서 셀카를 하도 많이 찍어대는 바람에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더러 있다. 셀카는 남에게 불편을 주는 걸 넘어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여행 전문가들은 ‘완벽한 셀카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려는 사람들 때문에 여행은 어느 때보다 위험해졌다’고 지적한다.
국제여행의학학회가 발간하는 〈여행의학저널〉 2022년 발행본에 따르면 2008~2021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셀카를 찍다 목숨을 잃은 사례는 379건에 이른다. 이후에도 사망 사고는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인도 서쪽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숲’으로 유명한 프라갈바다 포트에서는 20대 여성이 조금이라도 더 아찔한 셀카를 찍으려고 절벽 끝으로 가다 6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전문가들은 실제 셀카 사고 사망 건수는 드러난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도의 가정의학과협회가 발행하는 〈가정의학과 1차 의료〉라는 학회지에 따르면 셀카 관련 사망 사고는 대개 사망 원인으로 집계되지 않는다. 셀카를 찍다 절벽에 떨어져 사망하는 경우 ‘추락사’로 집계되고 ‘셀카사’라고 기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법이나 조례로 셀카 촬영을 금지하는 곳이 늘었다. 이탈리아 북부의 포르토피노는 관광객이 셀카를 찍느라 좁은 골목을 막고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자 인파가 몰리는 일부 구역에서 셀카를 찍지 못하게 했다. 일본의 서일본여객철도회사는 셀카봉이 머리 위 전선에 닿아 감전사하거나, 사람이 철로에 떨어져 열차에 치이는 사고가 빈발하자 승강장에서 셀카봉 사용을 금지시켰다.
셀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인도 뭄바이는 해안, 축제구역이나 여행자 명소를 셀카 금지구역으로 설정했다. 스페인 팜플로나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황소가 질주하는 ‘산 페르민 축제’ 기간 중에 셀카 촬영을 금지시켰다. 미국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걸친 레이크 타호 일대에서는 곰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행위가 금지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셀카 사고 관련 통계가 제대로 나온 게 없다. 사고가 적지 않을 텐데도 알려진 게 없을 가능성이 높다. 호주 시드니의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팀 조사를 참조하면 충분히 이해된다. 이 조사에 따르면 언론은 셀카 사고사를 ‘어리석고 이기적인 행동 때문’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여행객이 셀카를 찍다 사고를 내더라도 셀카 때문이라고 밝히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셀카 명소로 알려진 곳에 안전 관련 시설을 갖추거나 셀카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24-04-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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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부산부심'
부산인이라면 누구든 가슴 속에 ‘부산부심’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국밥부심’으로 때로는 ‘사투리부심’ 등으로 치부돼 조롱 당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터전에 대한 부산 사람들의 애착은 대한민국 어느 도시 못지 않게 강하다. 부산 출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부산부심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이는 총선 결과에 대한 언급이 아니다.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역대 선거에서 여야의 공천관리위원회는 부산을 핵심 전략지라고 판단해 왔다. 부산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전투에서는 승리할 수 있었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한 정당의 안일한 인식과 ‘내 사람만 챙긴다’는 다른 정당의 판단으로 시민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한 선거구에서는 전혀 연고가 없는 인사들이 여야 본선 후보로 나서면서 유권자들이 참담함을 말로 다할 수 없다며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한 쪽은 다른 선거구 출마를 단행했다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재활용 카드다. 이는 많게는 몇 달, 적게는 몇 주간 사력을 다한 후보들을 향한 쓴소리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죄가 없다. 시스템 공천이라는 미명 하에 진행된 돌려막기와 낙하산 헛발 공천을 단행한 이들의 문제다.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도 일찍이 지역에서 지지 기반을 다지며 유권자와 소통해 온 비주류 후보들을 확인도 되지 않는 경쟁력을 이유로 잘라내고 경선도 없이 상대적으로 힘 있는 후보를 밀어 넣기도 했다.
인사가 만사이듯 선거의 승리 공식은 곧 공천이다. 유권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후보를 적절한 지역구에 출마시키면 선거의 3대 요소 인물·구도·바람도 거뜬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기자의 이야기와는 달리 결국 한 쪽은 부산에서 압승을 다른 쪽은 참패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결국 차악을 선택해야만 하는 선거의 특징 때문이다. 어찌 됐든 국민의힘은 부산에서 18석 가운데 17석을 싹쓸이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진보 정당에 한 석을 내준 이후 16년 만의 대승이다. 민주당은 부산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전국에서 지역구 161석과 비례 14석 등 총 175석 그리고 여기에 더해 조국혁신당(12석)까지 확대하면 범야권이 187석 확보에 성공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민심의 준엄함을 증명하는 총선이 끝났다. 하지만 선거는 앞으로 계속된다. 부산의 심판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다.
2024-04-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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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우리도 '막'차보자 [골 때리는 기자]
“보통 남성보다 여성이 배우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태어나서 20대 후반에 처음 공을 차 봤다.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고, 주변에 공을 차는 친구도 없으니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에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을 북돋아 주려는 ‘빈말’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여러 코치들이 공통적으로 해주는 말이 있었다. ‘여성이 배우기만 하면 남성보다 빠르게 실력이 는다’는 것이다. 남성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과 공을 차거나, 축구 영상 등을 참고하는 탓에 체계적인 수업을 받지 않는다. 반면, 여성은 백지상태에서 축구를 처음 접하고 배워 잘못된 습관이 없기 때문이란다.
안타깝게도 ‘여성들은 배우면 잘 찬다’는 이 말이 나와 다른 이들을 옥죄기도 했다. 공을 찬 지 얼마 되지 않았을무렵, 비교적 체력 소모를 적게 하면서도 재미있게 공을 찰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혼성 풋살팀에 들어간 적이 있다. 혼성팀은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공을 잘 전달해 주고 쉽게 득점의 맛을 보면서 여성들이 쉽게 축구에 재미를 붙이게 되는 매력이 있다. 거기서 만난 한 회원은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잘할 수밖에 없는 비결로 ‘막 찬다’라는 조언을 건넨 적이 있다. 남성들은 축구 영상을 보며 따라 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선수 움직임을 모방해보기도 한다. 연습하는 장소도 다양하다. 어릴 때부터 학교 운동장, 복도, 주차장 등 가리지 않는다. 반면, 나는 배우지 않으면 절대로 공은 찰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나의 ‘뚝딱’대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연습장에서만 훈련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주눅 들지 않고 ‘막’ 차기 시작했다. 사는 곳 주변에 있는 초등학교에 공을 가지고 연습을 하러 간 적이 있다. 다 큰 성인 여성이 리프팅(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연속해서 차올리는 기술) 하나를 성공하지 못하고 발을 내밀기만 하면 공이 뻥뻥 날아가 버리니, 초등학생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였을 것이다. 여성 혼자서 공을 차고 있으니 신기해서 보는 시선, ‘잘하나 어디 보자’는 시선들이 나를 스쳐갔다. 공놀이를 즐기게 된 순간은 내가 ‘개발’임을 인정한 그때부터였다. 부끄러운 순간들을 이겨내고 리프팅 1개를 성공하는 순간, ‘행복 축구’가 시작됐다.
우리도 축구를 처음 접하는 남자아이들처럼 공을 차 보자. 공 하나를 사서 집에서도 해보고, 근처 공원에서도 해보자. 축구 경기를 보다 멋있어 보이는 움직임이 있으면 무작정 따라 해보자. 물론 체계적인 수업을 받지 말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에 대한 흥미없이는 실력 향상도 없다. 공 하나만 있으면 몇 시간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즐거워하던, 어린 시절 목격하기만 했던 남자 친구들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24-04-0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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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지금은 '파킹' 시대
파킹(Parking). 파킹의 사전적 의미는 ‘자동차를 일정한 곳에 세워 둠’이다. 일상에서 주차의 의미가 아닌 재테크족들에게 최근 파킹이란 단어가 각광받고 있다.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금리 흐름, 불확신한 미래가 주는 혼돈 속에 자금을 잠시 다음 목적지에 가기 전 ‘보관’해두는 것이다.
보통 사용하는 수시 입·출금 통장은 이자가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등장한 파킹 통장은 일 단위로 이자가 지급된다. 자유롭게 입·출금 할 수 있으면서도 이자도 넉넉히 주는 것이다. 돈의 행선지를 찾지 못하고, 당장 예금으로 큰 돈을 묶을 자신이 없고, 가까운 시일 내에 목돈을 사용해야하는 요즘의 세태에 매우 적합한 통장이다.
시중은행 파킹 통장 상품을 살펴보면 지난 27일 기준 1000만 원 이하 금액에 제공되는 금리는 최대 3.5%다. 저축은행의 파킹 통장 상품은 좀 더 높은 금리를 준다. 코로나19 이후 ‘동학 개미’ 대열에 합류한 재테크족이라면 CMA 통장도 활용 가치가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CMA 계좌 수는 3866만 개를 돌파했다. 정기 예금 계좌 수가 3505만개인데 CMA 통장 보유자가 일반 통장 보유자 수를 뛰어넘은 것이다. 현재 기준 각 증권사의 CMA 수익률을 보면, 2.50~3.55% 수준이다. 1금융권 파킹 통장과 2금융권 파킹 통장 사이의 이익을 돈을 넣어두는 것 만으로 얻을 수 있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하루만 돈을 맡겨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CMA와 파킹 통장의 공통점이다.
물론, 파킹 통장은 입·출금통장이므로 가입 당시 금리와 상관없이 금융사가 금리 인상·인하를 시행하면 기존 가입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금리 하락기에는 짭짤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파킹 통장이기에 언제든 더 높은 금리를 향해 ‘이동 주차’가 가능한다. 단, 통장 신규 개설을 했다면 20일간 타 금융사 통장 재개설이 안 되는 점은 주의해야한다.
CMA는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점도 살펴야한다. 증권사의 부도·파산으로 원금·수익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거나, 원금 손실 위험도 존재한다. 다만 증권사의 부도·파산은 흔한 일이 아니기에 이 같은 위험성은 재테크족들에게는 큰 위험으로 체감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돈을 한 곳에 묶어두는 ‘고금리’의 시대가 다시 저물어가려한다. 미국 연준은 금리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2024년은 돈을 주차하는 시대, 잠시 넣어두는 시대다. 파킹 통장과 CMA가 새롭게 느껴지거나 신기하게 읽힌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파킹 통장이 ‘금알못’ 탈출의 첫 단추가 되길.
2024-03-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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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진의 타임 아웃] 가장 경계되는 선수는?
기자들도 취재 대상이 되곤 한다. 특히 해외 취재진을 만날 때 그렇다. 한 달 전 성황리에 끝난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취재하다 뜻밖의 투표 기회가 생겼다. 미디어센터에서 일본 취재진이 다가와, 자국 여자탁구팀 멤버 중 ‘가장 경계되는 선수’를 꼽아달라고 했다. 패널에 인쇄된 3명의 선수들 중 대충 1명을 찍으려다 부산을 찾은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다음에 투표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날 저녁, 한국 대표팀 기사를 마감한 뒤 일본 탁구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야타 히나(당시 세계랭킹 5위)와 히라노 미우(18위), 하리모토 미와(16위)를 앞세운 일본 여자대표팀은 ‘우주 최강’ 중국과 겨루는 세계 2위의 강팀이었다. 랭킹에서 보듯 하야타는 현존 에이스, 만 15세 하리모토는 일본 탁구의 미래로 불렸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8강 조 추첨 불운으로 일본 대신 중국과 만나게 됐다며 아쉬워했는데, 실은 일본 탁구도 중국 ‘탁구장성’에 견줄 만큼 강했다.
다음 날, 다시 마주친 일본 취재진 앞에서 대세 하야타에게 한 표를 던졌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 하리모토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일본 남자대표팀 간판인 친오빠 하리모토 토모카즈 못지않은 천재성으로 주목받은 동생 하리모토는 지난해 6월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컨텐더 튀니스 대회에서 우리나라 신유빈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회 막바지, 중국과 일본의 여자 결승전에서 드디어 하리모토 경기를 직관할 짬이 났다. 1단식에서 세계랭킹 1위 쑨잉샤에게 무릎을 꿇은 하리모토는 팀 언니들의 선전으로 매치스코어 2-2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탁구대 앞에 섰다. 우승컵의 향배를 좌우할 마지막 주자는 10대에겐 버거울 법한 중책. 하지만 하리모토는 경기 내내 거침없는 플레이로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멍(3위)을 괴롭혔다. 급기야 첫 세트(11-4)를 먼저 따내자 경기장 전체가 술렁였다. 결국 1-3(11-4 7-11 8-11 7-11)으로 역전패하며 중국에 우승컵을 내줬지만 2008년생 중3 선수의 당당한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산 대회를 계기로 탁구의 매력뿐만 아니라 선수들에 대해 알게 된 건 또 다른 수확이다. 특히 이웃나라 탁구를 유심히 살필 수 있었던 건 ‘투표’ 덕분이다. 자화자찬이 아니라, 한 표의 가치는 투표권자 하기 나름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이든 새 학기 반장 선거든 후보(선수)들 이력과 언행을 눈여겨보면 선거라는 경기판이 한층 흥미롭게 다가온다. 만약 일본 취재진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경계되는 선수’를 묻는다면? 이번엔 ○○○○에게 한 표를 던지겠다. ‘비밀투표’라 지금 공개할 수는 없다.
2024-03-2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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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문화시선] 시 '발레단' 보도자료 유감
“부산시는 오페라단도 없는데 발레단부터 창단하는 겁니까?” “부산오페라하우스 초대 예술감독 정명훈 씨와는 역할 구분이 어떻게 되죠?”
지난 4일 자 부산시 보도자료 ‘부산시, 2024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단원 공개 모집’ 내용에 포함된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발레리나 김주원 위촉’을 보고 터져 나온 질문이다. 시가 이 보도자료를 낸 뒤 국내 언론 여기저기에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에 김주원 씨 위촉” 기사가 잇따랐다. 김주원 씨 소속사 EMK엔터테인먼트도 “발레리나 김주원이 ‘부산오페라하우스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위촉돼 첫 번째 시즌을 이끈다”고 알렸다.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적어도 보도자료라는 형식을 통해 시가 어떤 사실을 공표할 때는 정확해야 한다. 보도자료만 보면 시가 ‘발레단’을 만들면서 초대 예술감독을 결정한 듯하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을 담당하는 시 문화시설개관준비과 주무관에게 재차 확인했다. ‘발레단’ 창단 로드맵이 나온 건지, 예술감독은 어떤 선임 절차를 거쳤는지. 그 주무관은 “공식 발레단 창단은 아니다. 올해 시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시즌 단원을 모집하면서 ‘2024 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지칭했고, 위촉(선임)위원회를 꾸린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실은 영화의전당과 연계해 오는 11월 15~16일 선보일 ‘샤이닝 웨이브’ 작품 제작 총괄책임자로 김주원 발레리나를 초빙한 것이었다.
시는 오는 2027년 개관 예정인 오페라하우스를 제작 중심 극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인력 육성 차원에서 2022년부터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모집, 선발해 운영해 왔는데 올해는 발레단으로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지난 2년간 오케스트라 시즌 단원 훈련을 지도한 김봉미 지휘자나 합창단을 책임진 김강규 지휘자와 비슷한 입장이다.
이는 올해 책정한 예산에서도 잘 드러난다. 시는 ‘발레단’ 운영과 시즌 사업비(영화의전당분 포함) 명목으로 각각 1억 원 남짓을 정했다. 정식 ‘발레단’ 출범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참고로 서울시가 최근 ‘서울시발레단’ 창단을 공식화하면서 밝힌 예산은 제작과 인건비를 포함해 26억 원이다.
시는 호칭 하나 정하는 데도 신중해야 한다. ‘2024’ 숫자를 넣어서 ‘오페라하우스 발레단 예술감독 위촉’이라고 보도자료를 낸 것 자체가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크다. 더욱이 같은 작품을 이틀에 걸쳐 공연할 뿐이지만, ‘2024 부산발레시즌’으로 표현한 것도 전형적인 부풀리기다. 담당자의 과욕이 빚은 ‘과대 포장’이라고 하기엔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한 내부 시스템도 문제다. 거듭 말하지만, 보도자료는 팩트에 기반해 구성하고 발표해야 한다. 보도자료를 받아쓰는 언론 역시 확인의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2024-03-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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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의 집피지기] 무너지는 주거 사다리
오피스텔과 빌라는 죄가 없다. 지난해 전국을 발칵 뒤집은 전세사기 사태는 사기를 치밀하게 계획했거나 대책 없이 무분별한 투기를 일삼았던 일부 파렴치한 임대인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다.
화살이 오피스텔과 빌라 그 자체로 향해선 안 된다. 오피스텔과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은 오랫동안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도맡았다. 아파트 전월세 보증금이 부담스러운 주거 취약계층은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에서 차곡차곡 목돈을 모으며 ‘상급지’로 옮겼다. 2~3년 전처럼 아파트값이 폭등할 땐 사다리 역할이 더욱 빛을 발했다.
하지만 정부가 ‘투기꾼을 잡겠다’며 2020년 8월부터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면서 오피스텔의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오피스텔에 투자했다간 월세 수익보다 훨씬 많은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할 판이다. 불과 5년 전 11만 실에 달했던 전국 오피스텔 신규 공급은 올해 6900실로 쪼그라들었다.
착공 물량이 줄어든 건설업계 걱정하자는 게 아니다.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이 상승한다. 월세 위주로 임대되는 오피스텔이나 빌라의 신규 공급이 감소하면 월세와 보증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임대료 증가분은 청년이나 서민 등 주거 취약계층이 오롯이 떠안게 된다.
올해부터 분양이나 착공 물량이 줄어들고 있으니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는 2~3년 뒤 월세 상승은 사실상 예견된 상황이다. 벌써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월세가 치솟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임에도 전국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8개월째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올 1월 오피스텔 수익률은 5.27%로 2020년 6월 이후 3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국토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소형 신축 오피스텔을 최초 구입할 경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규제 완화책을 발표했다. 대책이 나온 지 두 달이 다 돼가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오피스텔 공급이 끊긴 상황에서 ‘신축’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놓으니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청년들이 건너갈 징검다리가 끊어지면, 이들이 체감하는 주거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진다. 오피스텔과 빌라가 사라지면 결국 고시원이나 쪽방 정도의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 투기를 조장하지 않는 차원에서 규제부터 풀고, 공급자에게는 한시적으로라도 세제나 금융 등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전세사기 예방과 감시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지금은 무너져가는 주거 사다리를 다시 이어야 할 때다.
2024-02-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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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정치인의 민낯
중국 역사서 ‘십팔사략’(十八史略)에는 위왕이 백성들로부터 계란 2개씩을 거둔 적이 있는 한 장군을 파직시키려 하자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진언하면서 파면을 취소한 일화가 나온다. 자사는 “훌륭한 목수는 아름드리 큰 나무에 썩은 곳 몇 군데가 있다고 하여 나무 전체를 버리는 법이 없다. 이 난세에 계란 두 개 때문에 인재를 버리려 하나”고 말했다.
한국 현대 정치에서도 정치인 검증에 있어 윤리와 도덕 등과 같은 ‘수신’(修身)과 국가 경영 역량인 ‘치국’(治國)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하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두 가지 모두 최소한의 인품을 갖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 개인의 인품이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말이다. 평소 ‘신사적’인 이미지로 잘 알려진 부산의 A 국회의원이 오전 7시 전화를 걸어왔다. 몇 분간 이어진 통화의 골자는 자신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상대 후보와 자신에 대한 평가가 분량은 물론 내용적인 면에서도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4년간 치러진 4번의 선거 모두 정치부에서 지낸 만큼 선거가 임박해 조급해진 A 의원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는 “〈부산일보〉 경영진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이러면 가만 안있어요”라고 말했다. 언론계 내에서도 금기시되는 ‘편집권 침해’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놓으면서 기자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통화를 끊고 문자로 해당 발언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표현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적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속상했다”면서 “균형은 잊지 말길 바란다”였다. 자신의 발언에 대한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며칠 지나지 않은 날에도 이러한 황당한 통화는 이어졌다. 늦은 저녁 시간 휴대전화 너머로 들리는 B 후보의 목소리는 한껏 흥분돼 있었다. 기사 중 경선 가능성을 제기한 대목을 문제 삼으며 자신이 전략 혹은 단수 공천 가능성이 있음에도 “무조건 경선이 치러지는 것처럼 읽힌다”는 것이다.
이어 ‘균형발전’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그의 입에서는 “이러면 내가 부산을 왜 오냐” “약속했던 것들 부산에서 안해도 되는가. 나는 수도권으로 가면 된다”라는 말이 나왔다. 자신의 고향에 대한 시혜적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B 후보는 오늘도 유권자들에게 부산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두 사람과의 통화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지만 그들과 함께 일하거나 일하게될 보좌진, 직원들 걱정이 앞선다. 기자와 취재원 사이에서도 이같은 말을 하는 데 자신의 아랫사람에게는 어떨까.
2024-02-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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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의 '금알못' 탈출기] 뛰는 '정책' 위에 나는 'MZ'
월 납입 한도 50만 원. 만기까지 납입하면 1년 차 납입액의 2%, 2년 차 납입액의 4%만큼 저축장려금을 최대 36만 원까지 정부에서 지급하는 적금 상품이 있다. 이자 소득은 비과세다. 기한은 만기 2년의 자유 적립식 적금이다. 2년 만기 상품으로 가입했을 때 이자는 연 10% 수준에 이른다. 아무리 고금리 세상이라지만 이자 10%의 상품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 상품은 2022년 2월 정부가 청년 지원 목적으로 출시한 청년희망적금이다. 하지만 상품 출시 2년. 이 상품에 가입한 10명 중 3명이 적금을 중도 해지했다. 최초 가입자 수는 289만 5043명이었는데 지난해 12월 말 중도 해지자 수는 무려 86만 1309 명으로 중도 해지율이 29.8%에 달한다. 상품 출시 당시 가입했던 지인에게 물었다. 돌아온 답은 “진작에 해지했다”였다. 월세, 결혼 준비 자금 등 써야 할 돈은 해마다 늘어났고 2년은 길게 느껴졌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지난해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을 두고도 MZ세대들의 반응은 차갑다. 젊은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위해 저금리로 보금자리 마련을 돕겠다는 정책이지만 1년 만에 은행권의 저금리 경쟁 속에 고금리 딱지가 붙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했던 45만 명은 은행권의 3%대 주택담보대출 경쟁 속에 은행권으로 대환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정책 금융의 최대 화두인 신생아 특례대출. 대출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에 대해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을 저금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대상 주택은 9억 원 이하, 전용 면적 85㎡ 이하여야 한다. 올해 대상은 2023년 1월1일 이후 출생아를 둔 출산 가구(입양 가구)다. 구입 자금 금리는 1.6~3.3%, 전세 자금은 1.1~3.0%가 적용된다. 대출 기간 중 자녀가 더 생기면 우대 금리도 적용된다. 지난달 29일 출시 첫날 최저 1.1% 금리에 접속 사이트에 신청자가 폭주했다. 출발은 좋았다. 하지만 실제 대출 신청자들은 ‘출산 장려라면서 면적 제한은 비현실적이다’는 뒷말이 나온다. 출산 2년 제한은 어떤 기준이냐는 비판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옛날에는 저런 것도 없었는데 젊은 세대들이 참…’하며 기성세대들은 혀를 찰 수도 있다. 하지만 MZ들의 금융은 호흡이 짧고 빠른 것만은 틀림없다. 자신이 주식, 코인 등 고위험 상품의 직접 투자에도 거리낌이 없다. 정책 금융 상품이 출시되면 각종 SNS에는 유불리를 따지는 글들이 넘쳐난다. 각박한 청년세대에게 2년은 길었고 특례보금자리론보다 더 저렴한 금리를 찾는 건 매우 쉬운 일이다. 더 이상 은행원의 권유에 돈을 묵혀두거나 주거래은행이니 낮은 이자라도 안주하는 시대는 지났다. MZ 눈높이에 맞는 금융 상품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뛰는 정책 위에 나는 MZ의 시대다.
2024-02-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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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욱의 타임 아웃] ‘롯데의 가을’ 기대한다
경남 김해시 상동면에 위치한 롯데 자이언츠 상동야구장은 신인 캠프에 참가한 ‘자이언츠’들의 젊은 열정과 땀방울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상동야구장은 사직 무대에서 뛰는 꿈을 꾸는 2군, 신인, 재활 중이거나 군을 전역한 선수 등이 훈련하는 곳이다. 또 2군 퓨처스리그 경기를 치르는 곳이기도 하다. 부산 사람이면 사직이야 모르는 이가 없지만 상동은 다소 낯설다. 기자 역시 한 번도 찾아본 적이 없었다. 올해 〈부산일보〉 스포츠부로 발령이 나 2024시즌 한국프로야구(KBO) 취재를 담당하게 되면서 이달 중순 상동야구장을 직접 찾아봤다.
먼저, 상동야구장에 대해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김해시 상동면 대감리에 롯데의 전용 연습구장으로 2007년 세워졌다. 이후 편의시설 증축과 리모델링을 거쳐 주경기장, 경기운영관, 선수들이 먹고 자고 쉬면서 머무는 거인관, 자이언츠 돔 등으로 구성된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주경기장은 사직과 동일한 외야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경기 관람이 가능한 관중석은 포수와 주심 뒤로 만들어져 있다. 2군 퓨처스리그 경기를 관람한 적은 없지만 한적하고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관람료는 무료다.
상동을 찾았던 날 간만의 추위가 찾아온 탓에 밖에서 러닝 중인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자이언츠 돔에서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자이언츠 돔은 피칭을 하거나 타격 연습을 할 수 있는 실내 훈련실부터 트레이닝할 수 있는 운동 공간, 재활을 위한 치료센터, 트레이너실 등이 복합적으로 갖춰진 공간이다.
이날 롯데의 유망주이자 투타 겸업 ‘이도류’ 전미르,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인기를 끈 정현수 등 고등학교,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프로로 온 신인 선수들을 만났다. 이번 겨울부터 합류한 새 얼굴의 선수가 상당수일텐데 풋풋한 모습으로 장난도 치면서 훈련하는 모습에서 이미 그들은 끈끈한 동료가 돼 있었다.
이들 각자의 출신과 포지션, 이전 성적들은 천차만별이다. 구단의 큰 기대를 안고 괌 전지훈련을 기다리는 ‘즉시 전력감’ 기대주도 있는 반면, 앞으로 차근차근 성장시켜야 할 미래 자원들도 있었다. 그들 모두의 꿈은 단 하나. 1군 무대 출전이다. 출발선은 동일하다. 이제부터 흘릴 땀의 양에 따라 올해, 혹은 내년쯤 사직에서 볼 수 있는 이도, 조용히 상동을 떠날 이도 있을 것이다.
올해는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합류로 그 어느 해보다 가을야구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열망이 크다. 길어져야 할 올 시즌을 끌어가려면 확실한 1군 외에도 뒤를 받쳐줄 든든한 백업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동에서 느껴진 젊은 패기와 뜨거운 땀방울들은 곧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증명될 것 같다. 사직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새 얼굴은 과연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2024-01-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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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의 그림책방] 다름을 품다
못된 고양이, 배고픈 여우, 순진한 병아리와 새끼 오리가 가족이 된다면 어떨까. ‘포유류 부모와 조류 아기’ 색다른 가족의 탄생은 백희나 작가의 <삐약이 엄마>(책읽는곰)에서 만날 수 있다. 악명 높은 고양이 ‘니양이’는 닭장에 놓인 달걀을 꿀꺽한다. 그런데 이 달걀이 소화되는 대신 부화한다. “아이고 배야!”하며 화장실에 달려간 고양이. 힘을 주어 변을 봤는데 작고 노란 병아리가 튀어나왔다. 충격에 빠진 것도 잠시, 고양이는 품을 파고드는 병아리에 푹 빠진다. 자식 사랑 지극한 ‘삐약이 엄마’가 된 니양이의 변신이 미소를 부른다.
고양이가 병아리를 낳았다면 여우는 오리를 품었다. <여우가 오리를 낳았어요>(리틀브레인)는 대만 출신 순칭펑과 난쥔 작가가 만든 그림책이다. 먹을 것을 찾던 여우가 오리알을 발견했다. 군침을 흘리던 여우의 머리를 스친 생각. ‘오리알을 먹는 게 나을까, 오리를 먹는 게 나을까?’ 맛있는 오리고기를 먹기 위해 알 품기에 매진하는 여우의 모습이 재미난다. 애지중지 돌보던 알의 껍데기를 깨고 오리가 태어난 날. 여우는 먹잇감 대신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좋은 친구 같은 아들을 얻게 됐다.(그림)
<상자 속으로 들어간 여우>(한울림어린이)에는 늙은 여우와 토끼들이 등장한다. 안트예 담 작가는 이웃 또는 친구의 모습으로 같이 어울리고 다름을 품는 관계를 보여준다. 토끼의 숲에 여우가 나타난다. 긴장했던 토끼들은 늙어서 고기를 먹지 못한다는 여우와 점점 친해진다. 토끼들은 여우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여우에게 소리 없이 움직이는 법도 배웠다. 여우가 죽음의 상자 속으로 들어간 뒤 토끼들은 진심으로 애도했다.
고양이와 여우는 병아리와 아기 오리를 만나며 달라졌다. 기존 생활 방식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품는 삶의 의미를 알게 됐다. 토끼들은 늙은 여우와 어울리며 다른 동물의 존재 방식을 이해했다. 토끼의 숲 가운데 세워진 ‘여우 할아버지’ 묘비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다름을 품는 마음에서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시작된다.
2024-01-1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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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문화시선] 기관장 인사 '+1'의 무게감
두어 달을 끌며 관계자 속을 태웠던 부산의 3개 문화기관장 인사가 10일 오후에야 겨우 결론이 났다. 11일로 2년 임기가 만료된 영화의전당 김진해 대표이사와 오는 16일로 2년 임기가 만료되는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이사는 각각 ‘+1’(1년)을 통보받았고, 오는 25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부산문화회관 이정필 대표이사에겐 ‘임기 완료’가 전달됐다. 이제 부산문화회관은 후속 절차를 밟아 새로운 대표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이미 결론이 난 인사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 지난한 과정에 대해선 지극히 유감이다. 지난 두어 달 동안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면 “빨리 결론(연임이든 아니든)이 좀 나면 좋겠다. 대표이사 거취가 안 정해지니 직원들도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도 좋지만 발표를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 산하 조직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등이다. 직속상관은 아니지만 유관 부서인 부산시 문화예술과에서조차 “인사는 재정혁신담당관실 소관이라 개입할 수 없지만 ‘결과’를 너무 오래 붙들고 있어서 답답했다”면서 “뭔가 개선 방향을 찾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물론 대표이사의 연임이 아니라 ‘임기 완료’로 결론 날 경우, 해당 조직 분위기가 극도로 해이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시의 조치였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하반기 경제산업 관련 부산시 출자·출연기관의 2년 임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기관장 인사여서 지난 연말에라도 결과를 공유하고 조직별로 그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부산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선임 문제만 하더라도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가 부산시립예술단 부단장으로 있으면서 본인의 거취 문제와 맞물려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건 아닌가 하는 오해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임이 확정된 두 문화기관장도 우여곡절 끝에 임기는 연장됐지만, 결코 낙관할 처지는 아닌 듯하다. 마지막까지 가슴 졸여야 할 만큼 이들은 인사권자에 신뢰를 주지 못했다. 이들 기관장은 지난해 성과 평가 결과에서 C등급을 받았다. 부산문화재단의 경우, 최근 반년 새 차장, 과장, 대리 등 중간 허리급 직원들 퇴사가 줄 잇는 등 조직 문화에도 상당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의전당도 지난해 4월 직원의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에 이어 부실 근무, 출장비 부정 지급 문제 등으로 종합감사를 받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번 인사가 심기일전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늘 좋을 수는 없더라도, 부산 문화가 더 새롭게, 더 힘차게 도약하는 데 최소한의 도움이 되는 기관장 인사가 되어야 ‘+1’이라도 빛을 발하는 법이다.
2024-01-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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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의 집피지기] 전세사기와 정보 비대칭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던 A는 전국 1만 명이 넘는 ‘전세사기 피해자’ 중 하나다.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확인했지만 사기를 막을 순 없었다. 인자한 미소의 중년 임대인은 사실 체납 세금만 억대에 달하는 인물이었다. A는 전세 보증금 2억 5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그는 1년 넘게 8평 남짓한 서울의 한 원룸에서 비좁고 막막한 신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지인인 B는 지난달 전세 계약을 맺었다. B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기 위해 임대인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임대인은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 뒷조사 당하는 게 싫다”며 으름장을 놨다. B가 세입자의 권리를 설명하자 그는 보증 상품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보증금 500만 원을 깎아주겠다고 했다. 찜찜했지만 B는 임대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전세사기의 핵심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있다. 전세계약이 체결되면 집주인은 채무자가 되고 세입자는 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가 된다. 희한하게도 전세시장에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눈치를 본다. ‘집 없는 설움’이라는 이유로 권리는 저당잡히고 관계는 역전된다.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등기부등본이나 공인중개사의 설명 정도가 전부다.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이나 대출로 쌓인 빚 등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 관계는 그야말로 ‘깜깜이’다. 중간에 집을 팔아서 채무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이를 알 방법이 묘연하다. 심지어 주택도시보증공사와 같은 보증기관도 임대인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임대인들의 주택·토지 관련 정보와 금융 정보, 세금 체납 현황, 파산·회생 여부 등을 연동해서 미리 파악할 수는 없을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스템 구축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여러 유관 기관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통합하는 일은 번거로울 수는 있을지언정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선량한 임대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임대인을 의식해서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너무도 많은 임차인들이 무고한 피해자가 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80% 이상이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적 장애는 물론 신체적 질병까지 얻었다는 설문 조사도 있다.
사기 피해가 발생한 뒤 피해 금액을 보전해 주는 ‘사후약방문’식 대책은 한계가 명확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전세 사기는 언제든 만연해질 수 있다. 사회적 재난을 막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때다.
2024-01-04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