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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의 맛있는 여행] 무더위 여행
정말 덥다. 차원이 다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낮 최고 기온이 30도만 넘어도 ‘찜통 더위’ ‘가마솥 더위’ 등 온갖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했는데, 이제는 그런 표현들조차 무의미해졌다. 체감 온도가 40도 이상이 된 게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낮 최고 기온이 40도가 넘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경남 양산은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웃도는 날이 5일이나 지속되더니 2일에는 42.5도까지 올랐다. 122년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이다. 양산뿐 아니다. 1일 부산은 40.5도, 창원 40.4도, 김해 40.2도를 기록했다. 한밤에도 30도를 육박한다. 강원도 강릉은 30도를 넘는 초열대야 현상이 이틀째 계속됐다. 요즘 더위의 기세가 정말 무섭다.
이럴 땐 여행 담당 기자도 난감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많은 독자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멋진 곳을 소개해야 하는데, 살인적인 무더위로 엄두가 나지 않는다. 뙤약볕에 잠시라도 나서면 머리속은 물론 피부가 타들어갈 것 같은 무더위에 여행을 다니시라 권하는 자체가 죄송스러울 정도다.
살인적인 무더위에도 지자체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경남도는 8월 휴가철을 맞아 함양 용추계곡, 밀양 수퍼 페스티벌, 통영 다찌, 진주 미디어아트 진주성, 김해 낙동강레일파크, 산청 경호강 은어낚시, 거제 전국해양스포츠제전 등 모두 7곳을 선정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자연과 먹을 거리, 축제와 체험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여름 대표 콘텐츠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북은 한 달 전부터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경북 대표 실내 관광지 3곳을 추천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지난달 ‘경주 황룡사역사문화관, 상주 낙동강역사이야기관, 영덕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을 선정했다. “무더위로 야외 활동이 제한되는 만큼 역사와 문화,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실내 관광지가 새로운 여행 대안”이라는 것도 덧붙였다. 올해 무더위를 예상이라도 한 듯하다.
대표적인 여름 피서지인 바다와 각종 축제 참가를 통해 한여름 무더위를 정면으로 이기는 것도 좋지만, 시원한 실내 관광지도 고려해 볼만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부산은 대표적 실내 관광지가 제법 있다. 해양의 역사와 문화·생물·예술 등 한국 해양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영도),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는 동남권 대표 과학관인 국립부산과학관(기장), 부산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부산시립박물관 등 다양하다. 특히 부산박물관에서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기념 특별기획전으로 〈조선왕조실록〉 4대 사고본이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공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미술관도 좋은 실내 여행지 중 하나다. 우리 주변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무더위에 갈 만한 실내 여행지가 제법 있다.
2026-08-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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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의 너튜브B컷] 정부 생중계 너머 그들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고객 응대 근로자 보호 조치가 시행 중입니다. 상담원 모두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6년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한 고등학생은 인터넷·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세이브팀, 쉽게 말해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불과 4개월 뒤 이 학생은 한 저수지에서 삶을 내려놓았다. 수화기 너머로 쏟아진 폭언은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이가 감당하기엔 턱없이 버거웠다. 이듬해인 2018년 국회는 부랴부랴 ‘감정노동자 보호법’인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마련에 나섰다. 이제는 모두에게 익숙한 콜센터 안내 음성의 시작이다.
출범 한 달도 채 안 된 민선 9기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유튜브를 통해 주요 회의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생중계가 모델이 된 듯하다. 단체장들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 시민들의 알권리, 그리고 행정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찬성파가 있다. 반면에 한정된 공간 속의 반응을 마치 전체의 의사로 받아들여 자기 정당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맞선다. 생중계는 장단점이 뚜렷한 정책 홍보 방식인 까닭에, 진영에 따른 시각 차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화면 너머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한정된 회의 시간 내에 단체장의 지적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직에 몸담은 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고’에 할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 앞에 서서 발언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이같은 애로사항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랏밥을 먹는다면 응당히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단체장이 쓴소리를 내뱉기라도 하면, 해당 공무원을 향한 필터링 없는 비난이 예사로 쏟아진다. 당장 이들이 행정 중계로 받는 고통은 아랑곳없이, ‘능력 없으면 욕을 듣든지, 그게 싫으면 그만두든지’ ‘무능이 소문날까 봐 아주 난리네’ 등의 반응까지 나온다.
다소 극단적 표현일 수 있지만 반문해 본다. 온라인상에서 익명의 필자들 주장대로 능력이 부족하다 해서 광장에 효시(梟示)되는 것은 정당한가. ‘국민의 봉사자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 이들에게 인민재판식 맹목적 비난을 쏟아내는 게 2026년에 가당한가.
정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민선 9기 단체장들의 선택은 응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공무원은 당신의 직원인 동시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인격에 대한 힐난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26-07-2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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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랑의 취재海랑] 참전용사 후원 '떡상', 한성기업의 또다른 비밀
‘착한 기업’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최근 부실 상장기업의 퇴출 기준(시가총액)이 상향되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몇몇 기업들이 뜻밖의 선행으로 기사회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부산에 본사를 둔 수산물 가공회사 ‘한성기업’이다.
이들이 17년간 참전용사를 위한 음악회를 후원해 왔다는 사실이 SNS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주가가 그야말로 폭발했다. 지난 6일을 기점으로 무려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보름도 안 돼 주가가 213%나 급등한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급락 우려를 제기하며 일명 ‘애국주’ 투자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의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겠으나, 단순히 ‘애국 행보’만으로는 롱런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번 애국주 이미지에 비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성기업의 또다른 비밀이 있다. 바로 ‘MSC(해양관리협의회·Marine Stewardship Council) 인증’이다. 한성기업은 지난 2013년, 국내 식품 제조업계 최초로 이 까다로운 국제 인증을 획득했다. MSC 인증은 남획으로 인한 어자원 고갈을 막고, 지속 가능한 어업 방식으로 생산된 원재료를 사용하는 기업에만 부여되며, 인증을 통과한 제품에는 파란색 ‘에코라벨’이 붙는다.
인증 조건은 혹독할 만큼 까다롭다. 지속 가능한 어법을 준수한 어장에서 잡아야 하고, 남획을 방지하는 조업선에서 생산된 원물이어야 하며, 가공 과정에서 비인증 수산물과 섞이지 않도록 철저히 분리된 인증 공장을 거쳐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매년 엄격한 재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물론, 행정에 드는 비용만 해도 수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필연적으로 높은 원가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에, 특히나 유럽과 달리 MSC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낮은 국내선 기업들이 인증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한성기업은 MSC 한국사무소가 2018년 문을 열기도 전인 2013년에 이미 이 길을 택했다. 소시지 제품 론칭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던 임원진들이 현지 매장에 파란색 에코라벨이 붙은 수산물이 가득한 풍경을 목격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한국 수산업계가 위생 관리를 위해 HACCP(해썹) 도입 등에 머물러 있을 때, 유럽은 이미 ‘지속 가능한 수산물’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해 있었던 것이다. 때마침 우리 바다에서도 명태가 고갈되는 위기를 겪고 있었으니, 수산 전문기업인 한성기업에게 ‘지속 가능성’은 큰 가치로 다가왔다.
이후 한성기업 직원들의 행보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MSC 영국 런던 본사 홈페이지를 뒤져 직접 문의를 남겼고, 본사 담당자들의 한국 출장비까지 자처해 부담하며 초청을 성사시켰다. 그렇게 자사 공장 3곳을 모두 실사대에 올린 끝에 인증을 받아냈고, 이 인증을 현재도 유지 중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한성기업의 대표 제품 ‘크래미’에는 원가가 저렴한 베트남, 인도산 대신 MSC 인증을 받은 알래스카 베링해산 명태 연육이 고집스럽게 들어가고 있다.
한성기업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제품의 숨은 가치로 옮겨갈 때, 착한 기업의 지속 가능성도 비로소 담보될 수 있다. 아직 대한민국 수산업의 MSC 인증 성적표는 걸음마 단계다. 이번 애국주 열풍을 계기로, 더 많은 소비자가 이들이 지켜온 제품 가치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 MSC 인증 수산물을 장바구니에 담는 것은, 단순히 착한 기업을 살리는 소비를 넘어 우리 바다와 지구를 살리는 위대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2026-07-1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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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카르멘’이 남긴 과제 [김은영의 문화시선]
11~12일 부산 북항 랜드마크 부지에서 열린 야외 오페라 ‘카르멘’(작곡 조르주 비제)은 도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별빛과 바다를 배경으로 약 5000명의 시민이 함께한 공연은, 북항이라는 공간이 문화 무대로 확장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북항을 떠나는 크루즈선의 뱃고동까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공연과 도시의 풍경이 맞물린 이날의 경험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같은 변화는 3년 전 부산시민공원에서 시작된 ‘클래식 파크 콘서트’에서 출발했다. 당시 이틀간 1만 4000여 명이 모인 야외 음악회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후, 이 프로그램은 매년 이어지며 부산 클래식 음악계의 대표적인 야외 공연으로 자리 잡았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클래식을 접하는 통로가 됐다. 지난해 부산콘서트홀 개관 이후에는 콘서트 오페라가 시도되며 레퍼토리가 확장됐고, 이번에는 야외 전막 오페라로까지 이어지며 공연 형식과 규모 모두에서 한 단계 진전을 이뤘다.
이제 관심은 내년 7월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로 향한다. 대형 공연장의 등장은 도시 문화 인프라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항 일대 재개발과 맞물려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크다. 다만 개관 자체의 상징성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후 운영을 어떻게 설계할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추진 중인 ‘라 스칼라’ 극장 초청 공연은 상징성과 화제성이 높지만, 100억 원대에 이르는 비용은 재정적 부담 또한 적지 않다. 개관의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과 장기적 운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접근이 필요하다.
운영 기반에 대한 점검도 필수적이다. 지역 민간 오페라단의 규모와 여건을 고려할 때, 외부 유명 단체 초청만으로 연중 일정을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다른 지역 공연장들이 공통으로 겪은 문제다. 국립오페라단 등과의 협력을 통해 부산에서 제작·초연한 작품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구조도 생각해봄 직하다. 나아가 지역 오페라단과의 협업으로 제작 경험을 축적하고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도 병행돼야 한다. 이는 단순한 공연 유치를 넘어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를 키우는 길이다.
북항 야외 오페라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그 성과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개관 이후를 내다보는 체계적인 운영 전략과 단계적 실행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부산은 이미 관객과 공간이라는 기반을 확보했다. 이제 그 위에 어떤 콘텐츠와 시스템을 쌓아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발전시킬지 고민할 시점이다. 북항의 밤이 보여준 가능성이 부산 공연예술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6-07-1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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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원의 유행 너머] 콰자작!
“콰자작!”
손안에서 왁스가 부서진다. 왁스를 깨뜨리면 알록달록한 비즈나 점토가 쏟아지고, 손으로 조물조물 주무르는 소리까지 더해진다. 별것 아닌 영상인데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된다.
5000원 안팎의 작은 장난감이 올여름 가장 뜨거운 소비가 됐다. ‘왁뿌볼’은 왁스로 만든 공을 깨뜨리는 장난감이다. ‘말랑이’는 말 그대로 손으로 계속 주무르고 싶은 폭신한 촉감의 제품이다. ‘슬랑이’는 슬라임+말랑이로, 비즈를 넣은 슬라임을 고무로 감싸 완성한다. 모두 소리와 손끝으로 느껴지는 촉감이 매력 요소다.
30초짜리 왁뿌볼 영상을 보고, 퇴근길 문구점에서 말랑이 하나를 사고, 손으로 몇 번 주무르며 기분을 푼다. 커피 한 잔보다 저렴한 돈으로 잠깐의 재미를 살 수 있다. 마음에 쏙 드는 말랑이를 찾아 문구 시장을 방문하는 ‘말랑이 사냥’도 유행이다. 신상품이 많이 들어오는 시장은 어느새 새로운 핫플이 됐다. 서울에선 동묘 창신동 완구 거리로, 부산에선 국제시장의 문구사로 사냥을 떠난다.
비슷한 흐름은 해외에서도 나타난다. 영미권에서는 최근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인 ‘피젯 토이’ 열풍이 거세다. 손으로 반복해 만지고 누르며 긴장을 푸는 장난감으로, 성인 소비자들까지 가세하며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완구 브랜드 ‘니도’의 말랑이는 블랙핑크 로제가 애용하는 모습이 알려진 뒤 오픈런과 품귀 현상을 빚었고, 일부 제품은 중고 거래 가격이 정가의 수십 배까지 뛰었다. 랜덤 색상의 만두 모양 말랑이를 뽑는 ‘랜덤 만두 스퀴시’는 틱톡에서 수천만 회 조회수를 기록하며 ‘니도 헌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비싼 취미보다 손안에 쉽게 잡히는 촉감과 소리, 짧지만 확실한 만족을 소비하는 문화가 국경을 넘어 확산하고 있다.
랜덤 뽑기나 가챠 등 안에 든 내용물보다 열어보는 순간의 설렘과 짧은 행복을 소비하는 문화도 일상이 됐다. 오래 쓰는 제품이 아닌 순간 기분을 전환해 주는 작은 자극에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 게 요즘 소비 공식이다.
유행은 늘 시대를 닮는다. 거창한 취미를 시작하기에는 시간도 돈도 부족하다. 여행 한 번 가려면 수십만 원이 들고, 공연 티켓도 만만치 않다. 치솟는 물가에 작은 소비조차 계산하게 되는 시대다. 하지만 얇아진 지갑, 바쁜 하루, 길어진 불황 속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행복의 물리적 크기가 조금 작아졌을 뿐이다.
“몇 분만이라도 내 감각에만 온전히 집중하며 아무 생각 없이 편하고 싶다.” 복잡한 세상 속 젊은 세대가 소비하는 작고 확실한 즐거움 뒤에 숨은 이면이다.
2026-07-0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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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의 정가 뒷담화] 젊은 정치인의 자작극 의혹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말아달라. 지금은 저라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지만, 시민들이 저를 바위로 키워주실 것이라 믿는다.”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6·3 지방선거 마지막 날 유세 차량에서 쏟아낸 말이다.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에서 끝까지 완주하려는 젊은 정치인의 ‘도전’을 응원하기로 한 시민들은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정 전 후보가 공언한 변화를 믿었던 2만 7418명의 부산시민은 한 표로 응답했지만, 그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자작극 의혹의 당사자로 전락했다.
음료 피습 자작극 의혹 직후 정 전 후보는 목 보호대를 두르고 “이번 일로 제 또래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를 이해하게 됐다”며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선처 탄원서’까지 냈다. 그러나 학생부 허위 기재 논란에다 부친 병원 관계자들의 선거 개입 의혹 등 날마다 터지는 논란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같은 또래라도 그들이 처한 삶의 위치가 얼마나 다른지 새삼 느끼고야 만다.
정 전 후보는 선거 전부터 이해하기 힘든 돌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선거를 불과 2주 앞두고 ‘잠수’를 탔다. 이튿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공지해놓고는 언론사 기자는 물론 당직자들의 연락마저 무시한 채 두문불출했다. 당선 확률이 희박하다고는 하지만, 320만 부산시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공당의 후보라면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단일화 무산 등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정 전 후보는 잠행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고 끝까지 선거를 치렀다.
이번 사태로 개혁신당 부산시당은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고, 책임론은 중앙당까지 번지며 개혁신당은 존립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산이라는 보수적인 정치 지형의 벽을 무너뜨리려는 젊은 정치인들에게 유사한 낙인 효과가 찍히지는 않을까 우려된다는 지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은 물론 광역의회 문턱을 넘은 젊은 부산 정치인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작극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역의 청년 정치인들은 자신의 도덕성과 진정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만 한다. 젊은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인들보다 더 구태스러운 정치를 한다며 도매금 취급하려는 목소리까지 곳곳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청년 후보 공천이나 정치 신인 발굴에 소극적인 분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오늘도 바위를 부수기 위한 계란을 자처하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의 진정성과 책임 정신이 이번 자작극 의혹에 흔들려서는 안될 일이다.
2026-06-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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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의 타임 아웃] 승부차기 가장 약한 나라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조별리그가 각국마다 2경기째를 치르며 반환점을 돌고 있다. 조별리그가 끝나면 월드컵의 묘미인 승부차기의 시즌이 돌아온다. 이번 월드컵에서 토너먼트로 진행되는 32강전부터 정규시간 90분, 연장전 30분 동안 승패를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가 펼쳐진다.
승부차기의 시작점인 페널티킥 지점은 골 라인의 정중앙으로부터 11m 떨어져 있다. 키커가 찬 공이 골라인을 넘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0.4초, 골키퍼가 반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0.5∼0.7초다. 승부차기는 이론상으로 보면 키커가 이기는 승부다. 키커가 구석으로만 잘 차면 거의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월드컵에서 실제 승부차기 성공률은 70% 안팎이다.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요인이다. 골키퍼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여러 차례 슈팅을 막을 기회가 있고 승부차기 특성상 막지 못하더라도 비난을 덜 받는다. 반면 키커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성공시켜야 한다. 이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중압감 면에서 골키퍼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월드컵 역사상 첫 승부차기는 1982년 스페인 대회 준결승 때였다. 서독이 프랑스를 5-4로 꺾고 승부차기 첫 승리 기록을 남겼다. 이후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4-2로 꺾은 2022 카타르 대회 결승전까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는 총 35번 나왔다.
승부차기에 가장 약했던 나라는 어디일까.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승부차기를 총 5번 치러 4번을 패했다. 2002 한일 월드컵 16강에서 아일랜드를 3-2로 물리친 게 유일한 승리다. 그러나 8강전에서 한국에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하면서 승부차기 징크스를 끊지 못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를 7번 치르는 동안 6번 이겼다. 2006 독일 대회 8강에서 안방 팀에 2-4로 패한 게 유일한 패배 기록이다. 독일(옛 서독 시절 포함)과 크로아티아는 승부차기 4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승부차기를 가장 많이 성공시킨 선수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다. 두 선수 모두 3번 시도해 3번 모두 성공했다. 골키퍼가 한 경기에서 기록한 승부차기 최다 선방 기록도 3번이다. 히카르두(포르투갈), 다니옐 수바시치, 도미니크 리바코비치(이상 크로아티아)가 공동 1위 기록 보유자다.
우리나라는 역대 월드컵에서 한 번 승부차기를 했다. 애국가의 한 장면으로도 기억되는 2002 월드컵 8강 스페인전이다. 당시 5번째 키커로 홍명보가 나서 스페인의 오른쪽 골대 상단을 갈랐다. 그로부터 24년 뒤 그가 한국 대표팀을 이끈다. 24년 전 홍명보의 환한 미소를 이번 월드컵에서도 볼 수 있기를.
2026-06-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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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금융포커스] 긴축의 시대가 온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운트다운에 돌입하며 ‘긴축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취임 한 달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는데, 특히 “늦지 않게 인상해야 한다”며 7월 인상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한은이 통화정책을 전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성장과 물가, 그리고 금융 관련 지표가 모두 인상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에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인 상황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에 생활물가 체감은 이를 웃돌고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과 1500원대가 뉴노멀로 자리잡은 원달러 환율까지 감안하면 통화정책은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긴축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금리를 인상했고, 일본은행(BOJ) 역시 다음 주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책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생계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또 자산시장 과열과 투기 심리 자극으로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2000조 원에 가까운 가계부채는 물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상당수는 코로나19와 이후 경기 침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16만 3000원이 늘어나는데, 전체 차주로 보면 3조 2000억 원 규모다. 또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 역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취약계층이다. 영세 자영업자 등 저신용 차주의 경우 이미 대부분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이자 부담은 64만 원으로 일반 가계대출 차주의 약 4배에 달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과 금융지원 체계를 점검하고,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한은 역시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며 예측 가능한 정책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물가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상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처방인 것은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인상 여부가 아닌 충격 관리에 맞춰져야 한다. 정부와 한은의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2026-06-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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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의 맛있는 여행] 핫 플레이스의 함정
여행지를 찾아보기 위해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검색하다 보면 ‘여행 핫 플레이스’라는 곳을 종종 보게 된다. 여행 블로거들이 올린 글에서부터 지역 공공기관에서 위탁을 받아 올린 글, 개인들이 직접 다녀와서 쓴 후기 형태의 글 등 다양하다. 이런 글을 보면서 여행지 선택에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한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핫 플레이스’의 함정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 SNS에서 더욱 그렇다. ‘핫 플레이스’라고 해서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가보면 별 것 없는 경우가 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는 ‘핫 플레이스’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기사 마감이 다가오면 급한 마음에 또다시 헛걸음을 한다. 인터넷이나 SNS를 보고 여행에 나서는 분들 상당수가 이런 경험이 한 두번씩은 있을 것이다.
별 것도 없는데 왜 핫 플레이스라고 할까.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낚시인가? 아니면 도대체 뭐지?
조회수를 올리거나 과다한 홍보를 위해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낚시 글은 금방 들통이 나서 효과를 거둘 수 없고, 실체를 아는 사람들에게 악플 수준의 ‘역풍’을 맞기도 한다.
결국 인식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SNS가 발달되고 개인 미디어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욕구와 인식이 마치 대중적인 양 포장돼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내가 어떤 곳을 다녀와서 좋고,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것 같아 ‘핫 플레이스’로 SNS 등에 올리는 것인데,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여행지를 고르는 선택자들의 몫일 수도 있다.
여행지에 대한 인식 변화도 무분별한 ‘핫 플레이스’ 현상에 한몫한다. 기존의 여행지는 여기저기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관광 명소여야 했다. 관광버스들이 줄 지어 가는 곳, 한 번 가면 여러 곳에서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한마디로 국내에서도 이름 난 곳들이 여행지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어도 내가 가서 즐겁고, 편하면 된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 나오는 곳이면 금상첨화다. 볼거리가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유명 포토존 한 곳만 있으면 그곳이 여행지가 되고 ‘핫 플레이스’가 된다. SNS와 개인 미디어 확산에 따른 풍경이다.
스토리텔링도 여행지 선택에 중요한 부분이다. 예전엔 그냥 보고 사진 몇 장 찍는 유명 여행지라면 족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곳의 이야기들, 숨은 맛집이 여행객들을 끌어 당긴다. 많은 것을 보지 않아도 많은 사진을 찍지 않아도, 내가 그곳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나에겐 ‘핫 플레이스’가 되는 것이다.
여행지를 고르려면 ‘핫 플레이스’를 찾을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먼저 찾는 게 중요하다.
2026-06-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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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철의 너튜브B컷] 레거시라 긁혔습니다만
불과 두 달여 전까지만 해도 국원들과 가족, 지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실시간 시청자 수 0명에 가깝던 〈부산일보TV〉 ‘뉴스캐라’. 개편 세 달여 만인 현재 소소하지만 그래도 이젠 출연자와 무관한 일반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어엿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자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튜브 세계에 첫 발을 디딘 ‘뉴스캐라’ 입장에서, 실시간 시청자 수천 명은 기본으로 훌쩍 넘는 이른바 대기업 유튜브가 부럽기만 하다. 잘나가는 유튜브 채널에 거의 매일 출연하는 후보를 우리는 단 한 번이라도 모시기 위해, 회신도 기대할 수 없는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다 자존심이 긁히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지자들 요청이 있었다며 특정 진영에서만 시청하는 프로그램에 수차례 출연하거나 부산에 출마한 후보가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여러 차례 출연하는 다소 황당한 모습을 목도하면 그 울화는 이루말할 수 없다.
사실 그렇다. 아무래도 신문이 주요 플랫폼인 부산일보이기 때문에 그들의 선택이 이해가 된다. 유튜브 생태계에서 영향력 있는 채널에 출연해 이름을 알리고 체급을 올리는 전략 말이다. 그래서 기자의 토로는 여기서 각설하려 한다.
중요한 건 시민이자 유권자 입장에서 이러한 행태를 바라보면, 문제가 명확해진다는 점이다.계속되는 청년 유출과 이제는 만성 질환 같은 경기 침체로 부산 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는 생존 자체가 위협이 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부산의 존폐를 가를 변곡점이다.
그렇기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이들의 정치 행보는 더욱 부산 시민들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심지어 부산에 출마한 한 후보는 유튜브 출연 덕분에 후원금을 채웠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 전했다. 그에게 지역 발전 비전을 기대한 주민들에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유튜브가 일반인들에게 언론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7위다. 이는 신문 중 가장 영향력 있다고 평가된 조선일보(10위)를 앞서는 결과다. 시청자 유치 경쟁에서 기성 언론이 유튜브에 뒤지는 상황이다.
이제 길고 길었던 레이스가 끝을 앞두고 있다. 신문 제작이 메인인 ‘재래식 회사’라 긁혔습니다만 일반시민들의 자존심만큼은 긁히는 일이 없도록 부산 사람들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잠을 줄여가며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보들의 무운을 기원한다.
2026-05-3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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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랑의 취재海랑] 수산종자 전쟁시대
수산업이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지난해 국내 양식어업(해면양식업)의 생산량은 총 253만 277t으로, 지난해 우리나라 수산물 전체 총생산량 393만 4971t 중 약 64.3%를 차지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더 가속화되고 있다. 변수가 많은 바다를 벗어나, 바다 생태계를 육지에 그대로 이식함으로써 안정적인 생산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종자다. 종자를 확보해 일정 비율 이상의 부화율을 달성하고 대량생산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양식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남획과 해양환경 변화 탓에 종자 확보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장어다. 우리가 먹는 민물장어는 치어인 실뱀장어를 키워서 만든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완전양식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한 국내에선 실뱀장어를 자연 채집에 의존하고 있다. 자연 채집으로 채우지 못하는 부족분 80%가량은 수입한다. 하지만 최근 실뱀장어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에 실뱀장어가 포함될 가능성마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실뱀장어 수입이 불가능하게 되는데, 다행히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제안한 뱀장어 국제거래 규제안이 CITES 당사국 총회 전체회의에서 최종 부결돼, 3년이라는 골든타임을 얻게 됐다. 하지만 업계는 차기 CITES 총회에서 해당 규제안이 재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도 종자 기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일본은 앞선 시장이다. 일본은 상업화 직전까지 기술을 개발했으며, 이제는 단가 인하 작업만 남았다. 일본 정부는 30년 전부터 국산화 기술 개발에 나서, 2010년 세계 최초로 뱀장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완전양식이란 자연산 실뱀장어가 양식장에서 자라 어미가 되면 새끼(인공 1세대)를 낳고, 이 새끼가 다시 양식장에서 자라 새끼(인공 2세대)를 낳는 것을 말한다. 양식장에서 부화한 뱀장어가 새끼까지 낳는 사이클이 온전히 돌아야 완전양식으로 인정된다. 이미 이에 성공한 일본이 대량생산기술 확보로 단가까지 낮추면, 엄청난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이는 장어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은 연어나, 참다랑어 양식도 마찬가지다. 수산 종자는 단순히 ‘기르는 어업’의 출발점을 넘어, 향후 국가 식량 안보와 해양 주권을 좌우할 핵심 전략 자산이다. 일본이 30년 전부터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상업화 문턱에 도달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규제가 현실화되고 시장을 선점 당한 뒤에 나서는 사후약방문식 지원으로는 뒤집기 힘든 격차가 우려된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원팀이 되어 종자 국산화와 대량생산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2026-05-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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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의 문화시선] '작은 미술관'도 도시 숨결
서울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 부산 중구의 복병산작은미술관.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구립(또는 공립)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경남 거제의 해조음 미술관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비록 임시적 선택에서 출발했지만,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한 뒤 미술관으로 전환했다. 해조음 미술관은 현재 부산·경남 작가들의 작품을 시대별로 정리해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립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시도 자체가 이미 의미가 있다.
대구 수성구의 ‘스페이스 들안’(가칭)은 이러한 흐름을 한 단계 더 진전시킨 사례다. 주택과 도심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한 이 프로젝트에는 약 41억 원의 공공 예산이 투입됐다. 지하에는 수장고와 전시 공간을 확보하고, 지상에는 사무 공간을 배치해 기존 주택 개조 미술관이 안고 있던 구조적 한계를 보완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지점은 이 과정 전반을 구청이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단순한 공간 재생을 넘어, 지역 문화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구축하려는 행정의 의지가 읽힌다.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앙리 프랑수아 드바이유 방한 소식을 듣고 돌아본 경주의 더안미술관은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전통 한옥 구조를 기반으로, 200년 된 고택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었는데 전시와 컬렉션이 남달랐다. 설립자인 백진호 관장은 한의원과 미술관을 하나의 철학 아래 묶는다.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의학과 감각과 내면의 균형을 일깨우는 예술은 하나의 연장선 위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공립 미술관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작은 미술관’이 어떤 깊이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부산으로 향한다. 부산은 공·사립을 통틀어도 미술관 인프라가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대형 미술관의 유치와 운영에만 시선을 둘 것이 아니라, ‘스페이스 들안’과 같은 방식의 소규모 공공 미술관을 적극적으로 실험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문화적 위상은 몇몇 상징적 건축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골목과 생활권 곳곳에 스며든 작은 공간들이 도시의 호흡을 만든다.
대형 미술관이 막대한 예산과 관람객을 전제로 안정적인 기획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작은 미술관’은 그보다 훨씬 가볍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 실험적인 전시, 지역 작가에 대한 지속적인 조명, 동시대 담론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이런 공간에서 더 잘 가능하다. 물론 전제는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기획 예산을 포함한 안정적인 재원 구조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짓는 일’이 아니라 ‘지속하는 일’이다. 부산이 지금 고민해야 할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2026-05-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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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원의 유행 너머] 사지 않는 선택의 시대
“미안, 나 거기 불매야.”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말이다. 상대도 대부분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 불매는 이제 개인의 취향을 넘어, 하나의 ‘입장’이 됐다.
오는 7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문을 열 예정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성패를 결정지을 핵심 요소도 제품의 맛이나 매장 내부 디자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직원 과로사 논란으로 촉발된 불매 운동이 그때까지 어떤 온도로 이어지느냐다.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서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1990년대 이후 환경·시민운동의 확산과 함께 불매 운동이 등장했다. 2019년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 불인정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 시행으로 인한 일본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사지 않습니다, 가지 않습니다’라는 구호와 함께 전국적인 불매 운동으로 확산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사지 않는 선택이 집단적 행동으로 이어지면 의사 전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후 불매 운동의 방향은 조금씩 바뀌었다. 남양유업의 성차별 논란, SPC 계열사의 반복된 산업재해, 쿠팡의 물류센터 노동 환경 문제 등은 소비자가 기업 내부의 문제에 직접 반응한 사례다. 유통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변화다. 매출과 직결되는 소비자 반응이 이제는 매장 밖에서, 그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형성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있다. 문제 제기가 빠르게 공유되고, 공감이 쌓이며 여론이 형성된다. 과거에는 시간이 걸렸던 불매가 이제는 하루 사이에도 확산된다. 기업이 대응할 틈조차 없이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는 구조다. 한 번 형성된 인식은 쉽게 되돌리기도 어렵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둘러싼 불매 움직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직원 과로사 논란이라는 무거운 이슈가 배경이 되면서, 브랜드의 감각적 이미지보다 운영 방식에 대한 의문이 앞서고 있다. 긴 대기줄과 ‘핫플’ 이미지로 상징되던 공간이 순식간에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오늘날 소비자가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제품만 사지 않는다. 그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운영 방식을 함께 소비한다. 과로사 논란이 불거진 브랜드에 대해 사지 않겠다는 선택은 단순한 불만 표시가 아니라 일종의 윤리적 판단이다. 불매 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런던베이글 뮤지엄을 둘러싼 논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부산에서도 긴 대기줄 다시 만들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 소비자의 마음을 잡기에 ‘좋은 제품’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는 내가 사는 제품에 ‘좋은 운영’이 함께 담겨 있기를 요구한다.
2026-05-1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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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의 정가 뒷담화] 부산의 ‘샤이보수’
6·3 지방선거를 한 달가량 남겨둔 부산 정가에서는 ‘샤이보수’가 단연 화두다. 샤이보수란 평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보수적 선택을 하는 유권층을 뜻한다. 여론조사에서는 이들이 과소 표집되는 경우가 많으며, 부산처럼 보수 색채가 상대적으로 짙은 지역에서는 이들의 비중이 선거 결과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부산 선거판에서 ‘샤이보수가 얼마나 존재하냐’는 논쟁거리다. 보수 진영은 유권자의 10% 또는 그 이상이 샤이보수로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역시 “여론조사에서 10%P(포인트) 정도의 격차가 나면 선거날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수차례 자신했다.
반면 진보 진영은 보수 인사들의 분석에 낙관적 기대가 지나치게 투영돼 있다고 본다. 부산 지역의 샤이보수의 비중은 5~7%를 넘지 못할 것이며, 이들마저도 최근 급변하는 정치 지형에 따라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양 진영의 분석치를 아슬하게 넘나든다. KBS부산총국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27일 부산 성인 8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한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는 42%,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32%의 지지도를 얻었다. 지난달 중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던 여론조사도 나왔지만 격차가 다시 10%P로 다소 멀어졌다.
적지 않은 부산 지역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소위 ‘위닝 DNA’가 내재돼 있다.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격차로 뒤져도, 구설수에 올라도 결국 선거날엔 승리한다는 마인드다. 이번 선거에도 이런 DNA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에게 샤이보수는 자신감의 뿌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댈 곳이 샤이보수의 등장 말고 없다면 승리의 역사도 끝날 수 있다.
지난 2일 박 후보 개소식에 장동혁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며 ‘선거 총력전’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서는 또다시 당 노선을 둘러싼 갈등이 터지며 내부 균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단일대오를 보여줘도 모자랄 판에 지리멸렬한 민낯을 그대로 비췄으니 부산의 샤이보수들은 착찹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게 됐다.
선거는 이제부터 총력전이다. 2024년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토 여론 속에서 치러졌다. 여론조사는 민주당을 향해 웃어줬고, 5석 이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북갑을 제외한 부산의 모든 의석을 국민의힘에게 내줬다. 민주당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되고,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스스로 원동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2026-05-0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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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의 타임 아웃] 선발투수의 QS
야구에서 안타를 많이 쳐 타율이 높은 타자가 득점 찬스에서는 침묵한다면 좋은 타자일까. 삼진을 잘 잡는 투수가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잘 잡지 못한다면 좋은 투수라 할 수 있을까.
무를 자르듯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를 구분할 절대적인 숫자는 없다. 조금 더 선수의 실력을 나타내기 위해 야구의 숫자들은 발전해왔다. 단순히 몇 개의 홈런, 몇 개의 안타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야구. 자연스레 다양한 기록, 통계의 지표들이 생겨났다.
최근 들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기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야구 용어 퀄리티스타트(Quality Start). 선발투수들이 좋은 투구를 하면서 QS라는 단어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QS는 선발투수가 6회 이상 던지고, 3자책점 이하로 막을 경우를 의미한다. 실점이 아닌 자책점을 기준으로 한 것은 수비 실책 등에 의한 실점은 투수 책임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이론이 뒷받침됐다. 승리, 평균 자책점보다 더 엄격하게 투수의 실력을 반영한다.
QS는 1986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리차드 저스티스 기자가 고안해냈다. 19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는 선발투수, 중간투수, 마무리투수 분업이 시작됐다. 지금은 어쩌면 당연하게 보이는 역할 분담이지만 1980년대 이전에는 선발, 중간, 마무리의 개념은 없었다. 선발투수는 경기에 나오는 첫 번째 투수일 뿐이었고 그 투수는 며칠 뒤에 중간이나 마지막에 나오기도 했다.
6이닝 3자책점의 기준은 무엇일까. 19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당 평균 득점은 4.63점이었다. 즉 선발투수가 6이닝을 3실점으로 막는다면 자신의 팀이 낼 수 있는 평균 득점(4.63)보다 적게 실점(9회 환산 4.50점)해 팀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5이닝 1실점, 5이닝 무실점은 점수를 적게 줬을지라도 QS로 인정받지 못한다. QS에는 책임감이 담겨 있다. 선발투수는 한 회라도 더 던져 불펜투수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선발투수가 빨리 물러나면 불펜투수들이 많이 소모될 수밖에 없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1점을 더 주더라도 1회를 더 던지는 것이 선발투수의 책임감이자 능력이라는 의미가 QS에 담겨 있다.
선발투수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는 팀에서 5~6 경기만에 출전하는 유일한 포지션이라는 점도 있다. 매 경기 출전하는 다른 포지션과 달리 선발투수는 휴식과 관리 끝에 경기에 나선다. 선발투수는 팀에서 애지중지 최고 대우를 받는다.
우리 사회의 선발투수를 떠올려 본다. 책임감의 무게를 느껴야 하고 사회에서 그에 걸맞은 의전과 대우를 받는 사람. 곧 지방선거다. 그들이 선발투수로서 무게감을 크게 느꼈으면 한다. 4년 동안 QS 하길 바란다.
2026-04-26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