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관객 526만 명 돌파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파죽지세로 관객을 동원하며 500만 명을 넘어섰다. 작품이 안정적으로 순항하면서 영화계에서는 또 다른 천만 영화 탄생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이 작품은 전날까지 관객 526만 583명을 모았다. 지난 4일 개봉한 이후 1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한 기록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가 500만 관객을 넘은 건 처음이다.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단종이 강원 영월 유배지에서 촌장과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그렸다. 계유정난과 왕위 찬탈이라는 익숙한 역사에서 한발 비켜 서 조명되지 않았던 유배지 서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비극적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 웃음과 온기를 더해 관객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관객 증가세도 가파르다. 개봉 1·2주차 금요일에 각각 12만여 명, 13만여 명이던 하루 관객 수는 최근 26만여 명 수준으로 뛰었다. 설 연휴 닷새 동안에는 하루 평균 53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연휴 내내 박스오피스 선두를 지켰다. 관객 만족도를 나타내는 CGV 골든에그지수는 97%를 유지하며 호평받고 있다.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는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유해진은 생활인적 면모와 인간적 고뇌를 오가는 촌장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박지훈 역시 비운의 왕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지태, 전미도 등 베테랑 배우들도 힘을 보탰다. 장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의미 있는 흥행 반등을 이뤄냈다.관심은 천만 가능성으로 향한다. 영화계는 영화 ‘범죄도시 4’ 이후 2년 만에 새 천만 영화가 나올지 주목한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3월 초 대작 개봉 전까지 경쟁 강도가 높지 않고, 방학과 문화가 있는 날, 3·1절 연휴가 이어진다”며 “현재의 관람객 만족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다시 극장을 찾고 있다는 점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다.변수도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천만을 넘기려면 최소 한 달 이상 장기 상영이 필요하다”며 “OTT 확산 속에서 추가 관객을 얼마나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정 평론가는 “실제 역사를 영화화한 데다 온가족이 같이 볼 수 있다는 영화의 매력이 확실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 여성 문인 발자취, 사전으로 집대성
부산여성문학인협회가 창립 32주년을 맞아 <부산여성문인사전>을 발간했다. <부산여성문인사전>은 그동안 문인사전과 문단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누락돼 온 여성 문인들의 존재와 업적을 복원하고 정립하는 데 목적을 두고 기획됐다. 부산여성문학인협회는 앞서 2021년에 <부산여성문학사>를 발간해 지역 여성문학의 흐름을 정리한 바 있으며 이번 사전 출간은 인물 중심의 기록 작업으로 지역 여성 문인들의 성과를 확장했다. 분과별 편집위원들이 각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며 문인을 발굴·정리했고, 간행위원회 차원에서 추가 조사와 보완 작업을 거쳐 사전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작가의 작품 제목을 단순히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문인의 기본 프로필을 토대로 작품세계와 문학적 성과를 정리한 점이 이 사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향후 문학 연구와 지역 문단사 정립을 위한 기초 자료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천양희 시인과 같이 부산 출신 시인을 포함해 다년간 부산에서 살고 활동했던 문인, 제대로 된 기록 없이 잊힌 김춘방 시인, 이숭자 시조시인, 허영자·신달자·최금녀 시인, 김말봉 소설가 등 문인의 작품세계를 깊이 있게 살폈다. 부산 지역에서 창작 활동을 하거나 연고를 둔 여성 문인들의 생애와 작품 세계, 문학 활동의 궤적을 집대성했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여성문인사전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미가 있다. 이번 사전은 판매를 전제로 한 기존 출판 방식과 달리 회원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고 발간했다. 정영자 평론가가 기획을 총괄했고, 김경자 부산여성문학인협회 이사장과 다수의 편집위원, 간행위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협회의 공동 성과로 완성했다. 김경자 이사장은 “부산은 바다와 근대 도시의 역동성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이러한 역사적 환경 속에서 여성 문인들은 강인한 문제 의식과 섬세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지역 문학의 깊이와 폭을 확장해 왔다. 여성 문인들이 어떤 시대적 조건 속에서 창작했는지, 부산의 삶과 현실을 어떻게 문학으로 형상화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라며 부산여성문인사전의 가치를 소개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지역 문학사의 완성을 향한 중요한 이정표이자, 앞으로 문학의 길을 걸어갈 여성 문인들에게 선배 문인들의 궤적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로 기능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에 국가권력 비판 '옐로 레터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21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시상식을 끝으로 폐막했다. 최고 작품에 수여되는 황금곰상은 튀르키예계 독일 감독 일케르 차탁의 ‘옐로 레터스’(Yellow Letters)에 돌아갔다. ‘옐로 레터스’는 튀르키예에서 국가 권력에 삶의 터전을 잃은 예술가 부부가 생존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며 가족 해체 위기를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차탁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진정한 위협은 우리 사이가 아니라 저기 독재자들에게 있다”며 “그들에 맞서 싸우자”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2위 상에 해당하는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은 튀르키예 에민 알페르 감독이 튀르키예 산악마을의 종교적 신념과 권력 다툼을 그린 ‘샐베이션’(Salvation)에 돌아갔다. 은곰상 심사위원상은 미국 랜스 해머 감독이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 이야기를 다룬 ‘퀸 앳 시’(Queen at Sea)가 받았다. 은곰상 감독상은 ‘에브리원 디그스 빌 에번스’(Everyone Digs Bill Evans)의 그랜트 지(영국) 감독이 받았다. 은곰상 주연상은 ‘로즈’(Rose)의 산드라 휠러(독일)에 안겼다. ‘레퀴엠’으로 2006년에도 은곰상 주연상을 받은 휠러는 ‘추락의 해부’와 ‘존 오브 인터레스트’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대표적 연기파 배우다. 은곰상 조연상은 ‘퀸 앳 시’의 애나 콜더 마셜(영국)과 톰 코트니(영국)가 공동 수상했다. 은곰상 각본상은 ‘니나 로자’(Nina Roza)를 쓴 캐나다 감독 제네비에브 뒬뤼드드셀이, 은곰상 예술공헌상은 미국 다큐멘터리 ‘요: 러브 이스 어 리벨리어스 버드’(Yo: Love Is a Rebellious Bird, 애나 피치·뱅커 화이트)에 돌아갔다. 배우 배두나는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한국 영화인이 심사위원에 위촉된 것은 배우 이영애(2006)와 봉준호 감독(2015)에 이어 세 번째다. 한편, 한국영화는 장편 3편과 단편 1편 등 4편이 초청받았지만, 경쟁 부문 초청작을 배출하지는 못했다. ‘베를린이 사랑하는 감독’ 홍상수 감독의 ‘그녀가 돌아온 날’이 파노라마 부문에,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이 포럼 부문에서 상영됐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연구생 유재인 감독의 졸업 작품 ‘지우러 가는 길’(제너레이션 14플러스)과 오지인 감독의 단편영화 ‘쓰삐디’(제네레이션 단편)도 베를린에서 소개됐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파죽지세로 관객을 동원하며 500만 명을 넘어섰다. 작품이 안정적으로 순항하면서 영화계에서는 또 다른 천만 영화 탄생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분위기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이 작품은 전날까지 관객 526만 583명을 모았다. 지난 4일 개봉한 이후 1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한 기록이다. 올해 개봉한 영화가 500만 관객을 넘은 건 처음이다.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단종이 강원 영월 유배지에서 촌장과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그렸다. 계유정난과 왕위 찬탈이라는 익숙한 역사에서 한발 비켜 서 조명되지 않았던 유배지 서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비극적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 웃음과 온기를 더해 관객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객 증가세도 가파르다. 개봉 1·2주차 금요일에 각각 12만여 명, 13만여 명이던 하루 관객 수는 최근 26만여 명 수준으로 뛰었다. 설 연휴 닷새 동안에는 하루 평균 53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연휴 내내 박스오피스 선두를 지켰다. 관객 만족도를 나타내는 CGV 골든에그지수는 97%를 유지하며 호평받고 있다. 배우들의 밀도 있는 연기는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유해진은 생활인적 면모와 인간적 고뇌를 오가는 촌장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박지훈 역시 비운의 왕을 사실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지태, 전미도 등 베테랑 배우들도 힘을 보탰다. 장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의미 있는 흥행 반등을 이뤄냈다. 관심은 천만 가능성으로 향한다. 영화계는 영화 ‘범죄도시 4’ 이후 2년 만에 새 천만 영화가 나올지 주목한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3월 초 대작 개봉 전까지 경쟁 강도가 높지 않고, 방학과 문화가 있는 날, 3·1절 연휴가 이어진다”며 “현재의 관람객 만족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객들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다시 극장을 찾고 있다는 점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했다. 변수도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천만을 넘기려면 최소 한 달 이상 장기 상영이 필요하다”며 “OTT 확산 속에서 추가 관객을 얼마나 끌어오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정 평론가는 “실제 역사를 영화화한 데다 온가족이 같이 볼 수 있다는 영화의 매력이 확실해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먼지 쌓인 고서? 당대 최고의 '디자인 작품'!
박물관 전시 기획자도, 관람객도 접근하기 어렵다는 전시 분야가 있다. 옛 서적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대부분 한자로 적힌 책의 내용을 읽을 수도 없고, 거의 비슷해 보이는 책들을 결국 휙 한 번 스치듯 보고 전시실을 나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유물 중 도자기, 그림은 관리가 잘 되지만, 옛 책은 변색된 채 먼지만 쌓여 버려지는 사례가 꽤 있다. 실제로 학계에서조차 옛 책을 제대로 해석하고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연구자가 아주 드문 게 요즘 현실이기도 하다. 역사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고,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국내 주요 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한 저자. 박물관에 전시된 멋진 고서를 관람하는 관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고서 보는 방법을 알면 그 매력에 빠질 것 같은데 다들 진입 문턱이 높다고 말했다. 그 진입 문턱을 조금이나 낮추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지금까지 옛 책을 소재로 한 도서가 대부분 내용을 해석하고 글을 쓴 저자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옛 책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면, 사람들이 좀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저자는 옛 책의 내용이 아니라 표지, 제목, 본문과 주석의 배치, 글자 크기, 문단 나누기, 띄어쓰기, 본문 밖 여백, 소장자의 흔적에 주목했다. 오늘날 책 편집자와 디자이너들이 읽기 편하고 보기에도 좋고 편집이 뛰어난 책을 만들기 위해 정성과 아이디어를 쏟는 것처럼, 옛 책 편집자와 제작자도 똑같은 고생을 했다. 오늘날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어서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화엄경> <월인천강지곡> <조선왕조실록> 등 한 번쯤 제목을 들어봤음 직한 15종류의 옛 책을 골랐고 각 고서의 물성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지면 배치, 디자인 감각 등을 분석한 후 쉽게 설명해 준다. 원고지는 일본에서 만들어졌다지만, 한국은 이미 삼국시대에 원고지처럼 정확하게 구획을 나누고 글자 한 개를 그 구획에 둔 정간이라는 방식이 있었다. 본문 아래 작은 글자를 두 개 넣는 표기 방식, 책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볕이 좋은 날 책을 서고에서 꺼내 바람에 말리는 행사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심지어 우리가 아는 종이책 이전 대나무, 돌, 금속으로 만들어진 책은 물론이고 선장본, 두루마리, 절첩본 등 책으로 엮는 방식까지 설명해 준다. 책의 편집이 바뀌게 되는 역사적 배경지식은 덤이다. 세종이 지은 찬불가인 <월인천강지곡>은 한글을 먼저 쓰고 뒤에 한자를 쓴 거의 유일한 책이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은 한자 대신 한글을 주 언어로 선택했고, 한자를 보조 설명으로 함께 쓴 것이다. 한글 창제 후 한글은 한문으로 된 서적을 한글로 번역한 언해본에 주로 쓰였다. 그런데 조선시대 언해본을 보면 이제 정말 한글로 번역한 것이라 볼 수 있는가 싶다. 예를 들어 논어의 유명한 첫 구절 ‘공자왈학이시습지불역열호’는 한글로 번역하자면 ‘공자가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당시 간행한 언해본에는 ‘자이 가라사대 학하고 시로 습하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랴’로 번역돼 있다. 조사와 형용사 빼고 기본적으로 ‘학’ ‘시’ ‘습’같은 한자를 알아야 번역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조선시대 왕에 따라 한자를 전혀 모르고 한글만 익힌 백성도 이해할 수 있도록 책을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역병이 돌자 전염병 치료와 대처 방법을 담은 책이 그렇다. <무예도보통지> 같은 병법서 역시 한문에 능통하지 않은 무인들이 봐야 할 책이기에 한글을 제대로 번역했다. 책의 후반부에는 3권의 서양 고서의 특징도 소개한다. 서양 최초 인쇄본 성서인 구텐베르크 성서 1부를 인쇄하는 데 송아지 160마리의 가죽이 필요했고 근대 출판사의 선구자로 불리는 알도 마누치오가 인쇄한 <역사>라는 책에 드러난 최초의 현대식 책 편집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이재정 지음/푸른역사/416쪽/2만 7900원.
분명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검사에선 왜 ‘정상’일까
“교통사고는 다음날 돼 봐야 안다.” “온몸이 쑤시는데 검사에선 아무것도 안 나온다.” “사고 이후 갑자기 앞이 안 보인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별다른 외상이 없는 것 만큼 억울한 일이 있을까. 분명 온몸이 아픈데 병원 검사에선 ‘정상’이니 꾀병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이 같은 증상이 죄다 거짓일 리는 없다. 교통사고 후유증의 ‘카더라’식 속설, 어디까지 진실일까.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윤기성 원장과 함께 속설과 근거를 찾아봤다. 속설 1. 사고 당일보다 다음 날이 더 아프다 대표적인 속설 중 하나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사고 직후 우리 몸은 통증을 줄이는 엔드로핀과 스트레스 관리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통증을 일시적으로 덜 느끼게 한다. 하루가 지나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염증 반응이 본격화되면 근육에 경직이 오고 통증이 심해진다. 따라서 며칠간 몸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다친 부위가 쑤신다’는 속설도 마찬가지. 기압이 낮아지면 관절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근육과 인대로 가는 산소 공급이 줄어들면서 신경이 자극을 받아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기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속설 2. 교통사고 후유증은 평생 간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교통사고 환자의 목이나 허리의 급성 통증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확률은 사고를 겪지 않은 사람에 비해 2.7배 정도 높은 것은 사실이다. 추간판 탈출증 발생 확률도 사고를 겪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초기에 치료를 잘 받으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제때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거나 부위의 손상이 심하다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근력 강화와 관절 기능 회복을 통해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후유증이 남지 않을 수 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등 근육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는 행동은 피하자.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허벅지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 가벼운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속설 3. 뒷목 잡고 차에서 내리는 건 쇼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희화화되는 장면인데, 의학적으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교통사고 후 경부통증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차량이 충돌할 때 목이 채찍처럼 휘둘리면서 목 주변에 미세한 손상이 생기는 편타성(채찍질) 손상이다. 교통사고 환자의 80%는 편타 손상을 입을 정도로 흔하다. 편타 손상은 시속 15~20km 이하의 저속 추돌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뒤차 운전자가 보기에는 가벼운 추돌 사고처럼 보여도 앞차에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가속·감속 에너지가 보통의 목 염좌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앞차 승객이 뒷목 잡고 내리는 상황은 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속설 4. 교통사고로 골병들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몸 안이 아픈 이른바 ‘속병’이나 ‘골병’도 의학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다. 보통 경부 염좌는 잘못된 수면 자세나 갑작스러운 목의 움직임, 과도한 근육 사용 등이 원인이고 근육과 인대가 한계를 넘어 늘어나면서 발병한다. 그러나 교통사고에서 발생하는 편타 손상은 에너지의 크기가 훨씬 크기 때문에 근육이나 인대 이외 신체의 깊은 부위까지 손상을 입히고, 심하면 척추 관절 주변의 미세 골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고로 경추를 다쳤을 경우 초점이 맞지 않아 시야가 흐려진 느낌을 받는데, 목의 긴장이 눈의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병원 검사에선 이 같은 손상들이 확인되지 않고 ‘정상’ 소견이 나오면서 속병이나 골병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속설 5. 교통사고 후 몸에 힘이 없다 이 역시 대체로 사실이다. 교통사고 후 특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감각 이상이 대표적인데, 경추 근육의 긴장으로 신경이 통과하는 공간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근력 약화도 널리 알려진 특이 증상 중 하나다. 실제 마비는 없지만, 통증이 있는 부위에서 힘이 빠진 느낌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고로 발생한 통각 신호가 해당 부위 근육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것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현기증도 교통사고 환자들이 자주 호소하는 불편 증상 중 하나다. 일반적인 현기증과 달리 술에 취한 듯한 불안정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부 경추 신경 이상으로 인한 척추-전정 경로의 장애로 설명된다. 윤 원장은 “이같은 여러 증상들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고 해서 증상이 실재하지 않거나 사고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탈모=남성만의 질환’은 이제 옛말… 나이 들수록 빈도 높아져
탈모는 더 이상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여성 탈모 환자가 증가하면서 여성 탈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 탈모는 전반적으로 모발이 가늘어지고 숱이 감소하는 미만성 탈모증 형태가 흔하다. 이마 양쪽부터 진행되는 M자형 탈모가 특징적인 남성과 달리 여성의 경우 헤어라인은 유지하되 정수리 부분이 휑한 느낌이 들거나 가르마 부위가 듬성해지는 양상을 주로 보인다.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 한번에 여러 가닥의 머리카락이 쉽게 빠지기도 한다. 두피가 가렵고 붉어지거나 피지 분비와 각질이 많아지는 지루성 피부염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완경 이후 여성호르몬 변화가 동반되면서 심해지는 사례가 많다. 좋은삼선병원 가정의학과 송영권 과장은 “스트레스, 각종 질환, 영양 부족, 무리한 다이어트, 임신, 출산 등의 원인으로 인해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여성의 탈모 빈도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만성 탈모증의 초기 치료 방법은 혈관확장 작용이 있는 외용제를 사용한다. 외용제 농도에 따라 하루 사용횟수 차이가 있으며 주의사항과 바르는 방법을 충분히 이해한 후 사용해야 한다. 필요시 효모영양제 계열의 경구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 원형탈모증이 동반된 경우 스테로이드 국소 주사가 효과적이며 범위가 넓을 경우 면역요법으로 치료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여성은 남성형 탈모증 약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남성형 탈모증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프로페시아)와 두타스테리드(아보다트)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전환 과정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으로 탈모의 진행을 막거나 늦추게 하는데,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이 약을 복용하면 태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대 금기다. 드물지만 피부를 통해 흡수될 수도 있어 가임기 여성은 부서진 알약이나 캡슐 내용물을 만지는 것도 피해야 한다. 탈모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절주가 중요하며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도움이 된다. 단식과 같은 무리한 다이어트는 모발 성장에 좋지 않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단으로 단백질과 기초 영양소를 섭취하면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잦은 펌과 염색은 모발과 두피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 꼭 해야 하는 경우엔 충분한 간격을 두고 하는 것이 좋다. 두피 마사지는 스트레스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탈모를 예방하거나 모발성장을 자극하는 효과까지 기대하기 어렵다. 두피에 상처나 피부염이 생길 수 있어 두피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거나 재질이 딱딱한 제품을 쓰지 않도록 한다. 머리를 너무 꽉 묶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발은 거의 대부분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달걀, 닭가슴살, 콩 같은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 좋으며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와 견과류도 모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필요에 따라 비타민과 미네랄이 포함된 종합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송 과장은 “온라인상에 잘못된 정보와 과장된 광고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허가 여부와 성분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며 검증된 치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며 “탈모도 초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적절한 진단과 원인 감별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쪽파 농사를 체조로...기장 문동 주민의 '파도 치유 체조'
‘파도 치유 체조?’ 유튜브에서 낯선 이름의 뮤직비디오를 만났다. 이 영상은 파도와 갈매기 울음소리로 시작했다. 평범한 어촌 동네 주민 다섯 분이 경쾌한 노래에 맞춰 숨쉬기 운동부터 허리 돌리기까지 16개의 체조 동작을 선보였다. 배경은 바닷가 테트라포드 앞에서 시작해 쪽파밭에서 끝이 났다. 의외로 흥겹고 재미가 있었다. 출연한 어머니들께 죄송하지만, 살짝 동작이 안 맞고 촌스러운 감성이 매력적이었다. 자꾸 돌려보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나훈아의 노래 ‘기장갈매기’ 뮤직비디오 속편 같았다. 대체 누가, 왜 이런 체조를 만들었을까. 어느 바닷가에서 찍었는지도 궁금해졌다. 알고 싶으면 부산 기장군 일광읍 문동마을 해녀복지회관으로 찾아오라고 했다. 부산 기장에도 해녀가 살고 있었다. 문동마을에는 지금도 14명가량 되는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문동마을 해녀들은 주말도 없이 날씨와 파도 상황에 따라 오전 7시 반이면 바다로 출근한다. 기장 지역 18개 어촌마을에는 590여 명의 해녀가 활동 중이지만 고령화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문동마을에는 275가구가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주민은 100명 남짓이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한 분에게 마을 소개를 부탁했다. “문동은 돈이 좀 흔한 편이지. 돈이 바다에서 나오고, 또 밭에서 나오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했다. 바다의 돈은 다시마와 미역에서 나온다. 5~6월이면 마을에서 다시마를 수확해 말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밭에서는 동래파전에 빠지면 안 되는 기장 쪽파를 재배한다. 특히 겨울에 심어서 혹독한 겨울을 나고 살아난 봄 파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이처럼 공기 좋고 돈도 흔한(?) 마을이지만 한 가지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고령화 문제였다. 노인인구 비율이 41.9%. 고령화의 파고는 농어촌을 먼저 덮치고 있었다. 마을 주민 2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보니 일할 사람은 줄고 소멸 위험이 커진 것이다. 다행히 현재 문동을 중심으로 한 문동생활권에는 해양수산부가 지역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추진하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 진행 중이다. 파도 치유 체조도 문동생활권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사회혁신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졌다. 파도 치유 체조반은 지난해부터 12명가량으로 운영했지만 농사도 짓고, 병원에도 가야 해서 매번 모이는 인원이 달랐다. 아무튼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참가자 각자가 활동명을 지으며 체조반을 시작했다. “제 이름은 오순자고요, 활동명은 자유입니다. 제가 시집살이를 되게 심하게 살았거든요. 이제 우리 가족끼리 사니까 마음도 좀 편하고 자유로워서, 그래서 자유라고 했어요.” “내 이름은 김봉남, 활동명은 장미. 얼마나 예쁘노 장미가? 내가 장미같이 한번 살아볼까 싶은 그런 마음도 있어서 장미라고 지었어예.” “저는 김명숙입니다. 활동명은 사과입니다. 항상 붉고 예쁘게 살려고 사과라고 지었습니다. 근데 짜증 날 때도 있어요. 다리가 너무 아파서 앉아야 되는데, 서서 하는 동작들은 다리가 말도 안 듣고 그렇더라고.” “저는 문동에 사는 문명금입니다. 쪽파 농사를 많이 짓고 있기 때문에 쪽파라고 활동명을 지었습니다. 체조했더니 운동한 기분이 좋데요. 이런 프로그램을 마을과 회관에서 지속적으로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예.” 문 씨는 무려 46년째 쪽파 농사를 짓고 있다. 자기소개를 마친 뒤에는 자신의 이름을 표현하는 동작을 만드는 순서였다. ‘자유’님은 훨훨 날아가는 새처럼 날갯짓했고, ‘장미’님은 예쁜 꽃처럼 손바닥으로 꽃 모양을 만들었다. ‘사과’님은 사과를 한 움큼 베어 물고 좋아하는 동작으로 표현하는 식이었다. 쉽게 동작을 만들지 못하는 서로를 도와줬다. 따로, 또 같이 동작을 만들었다. 체조 동작은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문건호 문화기획자는 먼저 이들이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거기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려고 노력했다.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쪽파 농사는 계속 허리를 숙여야만 하기에 허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배 위에서는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해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허벅지와 무릎에 힘을 주다 보니 무릎이 아프다. 길에 앉아 쪽파를 팔아야 해서 체조 연습하러 올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았다.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아픈 신체 부위에 특화된 동작을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부산백병원 어업안전보건센터를 통해 어업 종사자들을 위한 체조 동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업안전보건센터와 의견을 나누며 체조 동작을 다듬었다. 결과적으로 파도 치유 체조는 문동마을 주민들의 이야기에서 나왔지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쉽게 만든 동작들로 구성되었다. 유튜브에서 파도 치유 체조를 검색해 한번 따라 해 봐도 좋겠다. ■파도 치유 체조 동작 1.숨쉬기 숨을 들이마시며 팔과 뒤꿈치를 올리고, 숨을 내쉬며 팔과 뒤꿈치를 내린다. 2.손목 펴고 당기며 앉았다 일어나기 무릎을 살짝 구부리며 앉았다 일어서며, 팔은 쭉 펴고 하늘 위로 손바닥을 펴고 땅을 향해 주먹을 쥔다. 3.날개 동작 날개를 펼치듯 두 팔을 양쪽으로 크게 올리며 무릎을 번갈아 올린다. 4.목 돌리기 목을 왼쪽으로 180도, 오른쪽으로 180도 돌린다. 5.어깨 돌리며 걷기 양어깨를 바깥쪽으로 돌리며 한 바퀴 돈다. 이후 반대로 어깨를 안쪽으로 돌리며 한 바퀴 돈다. 6.작은파도 오른쪽 왼쪽으로 발을 움직이며 양팔을 앞으로 뻗어 파도처럼 살랑살랑 느낌으로 휘젓는다. 7.큰파도 양팔을 앞으로 뻗어 커다란 원 모양으로 돌리며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인다. 8.큰큰파도 큰파도 동작보다 더 크게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 9.다시마 동작 양팔을 위로 들어 물결에 흔들리는 다시마처럼 살랑살랑 움직인다. 10.쪽파 뽑기 쪽파를 뽑듯 허리를 숙이고 양손을 밑에서 위로 올리며 앞으로 걸어간다. 11.쪽파단 만들기 양손을 앞으로 모아 깍지를 끼고 무릎을 번갈아 깍지 낀 위치까지 올린다. 12.쪽파 뒤로 던지기 깍지를 끼고 쪽파단을 던지듯이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허리를 비틀어 돌아본다. 13.건강박수 박수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치고 난 다음, 주먹을 쥐고 양쪽 겨드랑이를 번갈아 두드린다. 그다음에는 배를 두드린다. 14.흔들기 막춤 음악에 맞추어 세상에서 가장 신나게 춤을 춘다. 15.반짝반짝 은하수 손목에 힘을 주어 반짝반짝 비틀어준다. 16.허리 돌리기 양손을 허리에 대고 왼쪽 오른쪽으로 크게 한 번씩 돌린다. ■각자의 삶이 체조가 되다 지난 13일 설날 연휴를 앞두고 문동 주민들이 오랜만에 해녀복지관에 모여 파도 치유 체조 뮤직비디오를 같이 봤다. “이 인물에 출세했다!”라는 반응에 폭소가 터졌다. 함께 연습했지만, 촬영 당일 바빠서 참석 못한 분들은 아쉬워하기도 했다. ‘자유’님은 “내가 허리가 좀 안 좋았는데 체조를 하니까 몸도 가벼워지고 많이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사과’님도 “체조를 하다 몸이 아파 내일 아침에는 밭에도 못 가고 죽을 거다 이랬더니만 가뿐하게 일어나지더라. 파도 치유 체조 덕분에 마음과 몸도 다 편해지고 좋아졌다”라고 거들었다.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체조를 하면서 틀려서 웃고, 아파서 웃고, 하도 많이 웃어서 젊어진 기분이 든다”라고 했다. 파도 치유 체조를 보다 2007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 ‘안경’이 슬며시 떠올랐다.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한적한 섬으로 여행을 와서 작은 숙소에 머무는데,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매일 아침 ‘체조’를 하는 심심한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본 사람마다 마음이 편해지고 이 섬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 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파도 치유 체조도 사람들의 마음을 문동으로 이끌고 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문동생활권 어촌신활력증진사업 앵커조직은 그동안 문동방파제를 걸어보는 노르딕 워킹, 문오성 달력 제작, 압화공방, SUP 패들보드 클래스, 프리마켓 파도시장, 버스킹 공연, 문오성 잡지 발행, 문오성 고양이 모음집 등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현재 문오성 트로트 창작단도 모집 중이다. 동백, 신평, 칠암, 문중, 문동 5개 마을을 문오성이라고 부른다. 과거 마을 이름에 모두 앞 글자로 ‘문’을 사용했고, 다섯 마을이기에 숫자 ‘오’를 가져온 것이다. 문동을 비롯해 문오성 마을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이 지역이 궁금해진다. 참 이번 뮤직비디오에 남자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아 아쉬웠는데 곧 ‘할배’들만 따로 모아서 확장판을 만들겠단다. 반짝반짝 문오성 마을이 지속가능하면 좋겠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대만 가장 오래된 도시 타이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국내 프로야구 구단의 스프링캠프로 각광 받는 타이난은 대만에서 가장 오랜된 도시다. 타이난은 네덜란드가 대만 남부를 점령했던 1624년부터 수도 역할을 했다. 1894년 타이베이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270년간 대만의 중심 도시였다.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고적 문화를 만날 수 있고, 개발과 보존의 대립 속에 신구 조화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다. ■안핑수옥과 덕기 상사 16세기 대항해시대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인들은 타이난의 안핑항을 기점으로 대만을 지배했다. 이후 네덜란드를 몰아낸 명나라와 청왕조,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안핑항은 중심 무역항의 기능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외국인이 안핑에 회사를 설립했다. 그중 영국인들이 설립한 덕기·이기·화기 상사와 미국인이 설립한 내기 상사, 독일인들이 설립한 동흥 상사 등 5곳이 ‘안핑 오양행’으로 불렸다. 지금은 덕기 상사와 동흥 상사 건물만이 남아 역사를 증언한다. 덕기 상사 건물은 안핑수옥(안핑 트리하우스)로도 알려져 있다. 상사 건물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안핑수옥은 덕기 상사의 창고였다. 일제 강점기였던 1911년에는 대일본염업주식회사 안핑출장소의 창고로 사용됐다. 이곳은 집이 나무에 얹혀 있는 듯한 이색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벵골 보리수가 벽을 뚫고 지붕을 덮으면서 나무와 집이 하나가 됐다. 이같은 기이한 모습은 벵골 보리수의 특성 때문이다. 이 나무는 뿌리에서 강한 산을 뿜어내 석회암을 녹일 수 있어 석회 반죽 벽돌로 지은 집을 에워쌀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건축가들이 트리하우스의 구석구석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각종 시설을 설치하면서 이 건물은 타이난의 유명 관광 명소가 됐다. 18세기 유럽인들이 살았던 덕기 상사 내부를 둘러 본 많은 관광객들은 안핑수옥의 신기함에 넋을 잃었다. 인근의 안핑 옛 거리도 가볼 만 하다. 곳곳에 눈에 띄는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모습이다. 대만 최초의 상업 거리답게 온갖 물건이 진열된 야시장 분위기다. 작은 골목이 연결돼 골목골목 누비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만 최초 학교 타이난 공자묘 안핑 옛거리를 뒤로 하고 공자묘로 향했다. 택시로 20여 분 거리를 달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공자묘에 도착했다. 대만 사람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스쿠터(모터바이크)를 많이 타고 다닌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만큼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다. 특히 타이난에서 택시잡기가 정말 힘들다. 그럴 땐 우버 앱을 이용하거나 편의점에서 ATM기기를 통해 택시를 호출하면 쉽게 이용 가능하다. 타이난의 공자묘는 공자의 뜻을 따르기 위한 사당이다. 대만으로 이주한 공자의 후손이 1655년 지었다. 대만의 첫 번째 공자사원이자 중국 본토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대만 원주민들을 교육하기 위한 최초의 학교였다. 타이난은 그만큼 옛 대만의 중심지였고, 관문이었다. 타이난 공자묘는 총 15개 건축물이 있는데 학교와 사원이 함께 들어서 있다. 명나라를 재건하겠다는 정성공의 뜻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의 교육기관 역할을 했다. 최고의 학교라는 뜻의 ‘전대수학(全臺首學)’이란 현판이 붙어 있다. 매년 공자탄신일(9월 28일)에는 대성전(大成殿) 앞에서 공자탄신일을 기리는 성대한 의식이 열린다. 지난 12일에는 성대한 의식 대신 대성전을 화폭에 담으려는 미술 동호인들이 손놀림이 분주했다. 대성전 실내에서는 공자의 뜻을 기리려는 사람들의 기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공자묘에는 공부의 신을 모신 문창각(文昌閣)이 있다. 괴성루(魁星樓)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타이난 공자묘 건축물 중에서 유일하게 누각 형태를 하고 있다. 1층은 사각형, 2층은 원형, 3층은 팔각형으로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 등 만물을 포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곳은 입시와 승진시험 등을 앞두고 대만 현지인들이 찾는 곳인데, 40여 명의 학생들이 문창각 앞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 공자묘 내에는 반달 모양의 특이한 연못이 있다. 반지(泮池)라는 곳인데, 천자의 학교는 ‘벽옹’이라 하여 사면이 물로 둘러싸여 있지만, 제후의 학부나 지방 관학은 남쪽만 반쯤 물이 있어 ‘반궁(泮宮)’이라 했다고 한다. 공자묘를 나와 큰길을 건너면 푸중지에 골목이 있다. 음식점과 노점,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푸중지에 골목에 곳곳에서 신을 모신 종교 시설을 쉽게 볼 수 있다. 재물과 건강을 기원하는 곳으로 제법 인상적이다. 어묵과 토란, 면요리 등 간단한 대만 현지식을 즐길 수도 있다. ■부산과 닮은 션농지에 푸중지에에서 도보로 10여 분 걷다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입소문이 난 션농지에(神農街)를 볼 수 있다. 청나라 때 형성된 작은 거리인데 아기자기한 소품점과 가구점, 카페가 있어 데이트 성지로 알려져 있다. 신발 상점에서부터 영화 캐릭터 판매점, 서점, 다기, 빈티지 의류, 잡화 등 없는 게 없다. 사원도 여럿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1830년에 설립된 도교 사원 금화부가 있다. 삼국지 관우를 신격화한 곳이다. 이곳에는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을 때 세워진 일본식 건물이 대부분 남아 있는데 200년 이상 된 건물도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부산과 많이 닮아 있음을 느낀다. 일제시대 건물이 그렇고, 건물 내 풍경이 그렇다. 예술가와 청년 사업가들이 함께하는 빈티지한 감성도 부산도 비슷하다. 특히 이곳은 밤이 아름답다. 건물마다 달린 등의 불빛과 검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아름답고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젊은 감성의 카페는 물론 야시장에서 꼬치구이를 비롯해 두부튀김, 굴전 등 현지식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가장 오래된 하야시 백화점 션농지에서 걸어서 15분이면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을 만날 수 있다. 하야시 백화점은 1932년 일제시대에 개장해 100년 가까이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야시 백화점은 대만에서 두 번째로 생긴 백화점이다. 대만의 첫 백화점인 타이베이의 ‘키쿠모토 백화점’이 문을 닫는 바람에 가장 오래된 백화점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 건물은 타이난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생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는 신형 엘리베이터가 운행되고 있지만, 성인 5명이 타기도 좁았다. 5층 규모인 백화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다. 대만의 근대화와 일제 강점기라는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6층 옥상에는 대만에선 유일하게 일본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신사가 자리하고 있다. 옥상에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미군의 공습으로 생긴 탄흔도 남아 있다. 현재도 백화점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현대식 백화점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계단과 바닥 문양이 일제 시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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