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6 수요일
산복도로와 자갈치, 박병제가 건져 올린 ‘따뜻한 생명력’
부산 원도심 산동네와 자갈치시장, 고단하지만 치열한 서민의 삶을 특유의 두터운 질감으로 포착해 온 ‘산복도로와 자갈치의 화가’ 고(故) 박병제(1954~2009) 화백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10여 년 만에 마련됐다. 부산중구문화원은 부산항 개항 150년을 기념해 지난 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산복도로와 자갈치를 그리다’ 고 박병제전(展)을 열고 있다. 호떡 장수와 학원 강사로 일한 몇 달을 제외하면 평생 전업 화가로 살아온 박 화백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원도심의 골목과 시장,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형상화했다. 이번 전시에는 고인의 작품 41점과 생전 사진 17점, 개인전 도록 등이 소개된다. 출품자는 이성희 이광호 구모룡 최갑진 유경원 조기종 박영경 화인갤러리 등이다. 전시 개막일인 지난 9일 오후 5시에는 ‘박병제의 삶과 작품 세계-산복도로와 자갈치를 그리다’를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와 작가들, 고인의 딸이 참석해 작가의 생애와 회화적 성취를 돌아봤다. ■질박한 마티에르에 담긴 부산의 삶 이날 세미나에서는 박 화백이 평생 천착한 ‘장소성’과 독특한 ‘회화적 질감’에 대한 미학적 분석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박 화백에게 산복도로와 자갈치는 단순한 외부의 취재 대상이 아니었다. 그는 유년기와 성장기를 부산 서구 초장동 산동네에서 보냈고, 어머니는 자갈치 일대에서 생선을 팔았다. 개발 이전의 기울어진 판잣집과 흙담, 구불구불한 골목길 등 곤궁했던 유년기의 ‘원체험(原體驗)’은 그의 회화적 바탕이자 정체성이 됐다. 박 화백의 30년 지기로 발제를 맡은 이광호 전 민주공원 관장은 초장동 유년 시절부터 양산 법기리 닭장 작업장, 노포동 비닐하우스, 만덕동, 사직동 녹동화실에 이르기까지 척박한 환경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생애를 소개했다. 특히 나이프로 물감을 겹겹이 올리고 두드리며 짓눌러 색채와 질감의 밀도를 극대화했던 작업 방식을 회고하고, 그가 남긴 원도심 풍경의 역사적 가치를 짚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이성희 미학자는 고(故) 이동석 평론가가 박 화백의 작품을 설명하며 사용한 ‘따뜻한 비관주의’라는 키워드를 고찰했다. 그는 “박병제의 그림은 추상적 개념이나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장소가 화가를 유혹하고 화가가 그 장소를 감각적으로 체험해 낸 ‘생생한 삶의 서사’”라고 평가했다. 또 “거듭 덧칠해 만들어 낸 두터운 질감, 즉 마티에르와 화면의 주름 속에는 자갈치와 산복도로가 품은 피란 시절, 산업화의 역사, 생계의 고단함이 오롯이 담겨 있다”며 “그 그늘진 삶의 바탕에는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빛으로 충만한 희망과 삶에 대한 강렬한 예찬, 익살스러운 유희가 흐른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진경’을 그린 화가 최학림 요산김정한문학관장이 사회를 맡은 종합 토론에서도 박 화백의 예술적 성취와 인간적 면모에 대한 회고가 이어졌다. 박 화백의 후배인 박경효 작가는 “초장동 등 주변부 산복도로에서 자라 자갈치로 내려와 삶을 이어 간 서민들의 전형을 포착한 그의 작품은 ‘부산의 진경(眞景)’이라 불러도 무방하다”며 가난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포착하려 했던 작가의 시선을 짚었다. 곽영화 작가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부산이라는 도시가 틀을 갖춰 가던 시기에 자갈치와 산복도로라는 상징적 공간을 독창적인 조형 가치로 끌어올린 인물”이라며 전업 화가로서 치열하게 살아온 박 화백을 증언했다. 방정아 작가는 “다루기 어려운 흰색을 여러 겹의 레이어로 올려 고유한 깊이감을 구현한 기량이 보면 볼수록 놀랍다”며 “부산 미술사에서 김종식 세대와 현대 작가 세대 사이의 비어 있는 고리를 탁월하게 메워 주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최갑진 문학평론가는 만년의 사직동 녹동화실 시절을 떠올렸다. 더는 짜낼 것 없는 빈 물감 통과 막걸리 통이 널브러진 스산하고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특유의 천진난만함으로 주변 사람들과 정을 나누던 박 화백의 모습을 소개해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10여 년 만의 소환…박 화백 유족 참석 2009년 5월 26일, 가을 개인전을 앞두고 작업에 매진하던 박 화백은 향년 56세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후 부산 작가 40여 명이 참여한 추모전 ‘아름다운 동행’과 1주기 회고전이 2010년 열렸다. 2014년엔 5주기 추모전이, 2021년엔 ‘고 박병제 화백 기념의 필요성과 의의’ 포럼이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10여 년 만에 마련된 회고 성격의 전시로, ‘박병제 소환 작업’의 뜻깊은 결실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박 화백의 딸 유란 씨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집에 남겨진 그림이 많지 않았다”며 “흩어진 유작을 찾아 모으는 일이 쉽지 않지만, 2029년 20주기 회고전이 열릴 수 있다면 더 많은 작품이 세상 밖으로 나와 아버지를 따뜻하게 기억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무성 부산중구문화원장은 “이번 전시는 박병제 작가의 작품을 통해 부산 원도심의 삶과 풍경을 돌아보고, 지역 문화사 속에서 작가의 예술적 위치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많은 관람을 당부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철현 부산중구문화원 사무국장도 이번 자리가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박 화백을 재조명하는 작은 결실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고 박병제 화백의 유고작을 통해 부산 서민들의 삶의 궤적과 따뜻한 휴머니즘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주말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추석 연휴에는 휴관한다. 문의 051-442-2550.
현대차, 선진그룹과 수소버스 480대 도입…충전 인프라 확대
현대자동차가 수소버스 보급 확대를 위해 대형 운수사와 충전 사업자, 관련 기관을 아우르는 다자간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현대차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대로 사옥에서 4개사와 '충전 인프라 혁신 기반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현대차는 선진그룹, 하이넷,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한국천연가스수소충전협회와 손잡고 김포·파주 차고지의 CNG 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하기로 했다. 오는 2032년까지 수소버스 480대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수도권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선진그룹은 김포·파주 차고지의 기존 CNG 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바꾸고 수소버스를 순차 도입한다. 하이넷은 해당 차고지에 대용량 수소충전소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한다. 한국자동차환경협회와 한국천연가스수소충전협회는 충전소 구축과 인프라 활성화, 관련 모델 확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수소버스를 적기에 공급하는 동시에 운수사 대상 특화 정비 교육을 제공한다. 현대차 수소버스는 2024년 국내 누적 판매 1000대, 2025년 2000대를 넘어선 데 이어 지난 3월 3000대를 돌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다자간 협력 모델을 바탕으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확산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알림] 매월 만나는 인생 명작 부일시네마 시즌3
영화를 나누는 시간, '부일시네마'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부산일보 해피존플러스에서 매월 부산닷컴 회원 50분께 영화 관람 기회(1인 2매)를 제공합니다. 시즌3를 맞은 '부일시네마'에서 영화가 전하는 감동과 여운을 느껴보세요. ■상 영 작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괴물' ■상영일시 : 2026. 9. 29.(화) 오후 7시 ■상영장소 : BNK부산은행아트시네마 모퉁이극장(부산 중구 광복중앙로 13 3층) ■상영작 안내 및 참여 : 해피존플러스 응모 https://hzplus.busan.com/
한국타이어, SUV 타이어 '다이나프로' 브랜드 필름 미국 첫 공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지난 15일 미국 현지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용 타이어 브랜드 '다이나프로'의 신규 브랜드 필름 '러프 테레인'을 공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영상은 2024년 이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브랜드 필름이다. 기존의 전형적인 오프로드 중심 스토리에서 벗어나 온·오프로드를 아우르는 다이나프로의 범용성과 주행 성능을 강조했다. 모험과 일상을 함께 담아 브랜드 가치를 폭넓게 전달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영상에선 운전자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험로'에 비유해 그려냈다. 온·오프로드 겸용 전천후 타이어 '다이나프로 AT2 익스트림'을 장착한 SUV가 거친 진흙탕과 자갈길을 돌파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대형마트 주차장이나 커피를 쏟는 순간과 카풀 등 현실적인 일상 장면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다. 다이나프로는 오프로드부터 도심 주행까지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라인업을 갖고 있다. 오프로드와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제품으로는 익스트림 터레인 타이어 '다이나프로 MT2', 러기드 터레인 타이어 '다이나프로 XT', '다이나프로 AT2 익스트림'이 있다. 온로드 라인업으로는 SUV 전용 퍼포먼스 올시즌 타이어 '다이나프로 evo AS', 프리미엄 컴포트 타이어 '다이나프로 HPX', SUV·픽업트럭 전용 올시즌 타이어 '다이나프로 HT2' 등이 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최근 현대자동차의 8세대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아반떼'에 컴포트 타이어 브랜드 '키너지'의 사계절용 그랜드 투어링 타이어 '키너지 XP'를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하는 등 국내외 완성차 제조사와의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직행 티켓의 주인공은 [BIFF 2026]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가장 큰 변화로 꼽힌 경쟁 부문이 올해 2회차를 맞았다. 지난해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이 부산 어워드의 첫 대상을 수상하며 경쟁 부문이 출범한 가운데 올해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 작품은 국가별 공식 출품 제한과 관계없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에 출품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되어 세계 영화인의 관심도가 한층 높아진 상태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로 나아간 BIFF 경쟁 부문 후보작 13편을 소개한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예술적 지평과 대중적 감각을 동시에 갖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수상작은 다음 달 15일 폐막식장에서 발표되며, 대상 수상작은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13편 중 11편이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당신의 인생 영화가 될지도 모르는 작품을 소개한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면도 2013년 장편 데뷔작 ‘들개’로 세상을 향한 울분으로 가득 찬 청춘들의 내면을 그린 김정훈 감독이 13년 만에 내놓는 야심 찬 신작. 시골 저택이라는 제한적 공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감각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심리극. 공포 소설 작가 수연은 신작 결말을 쓰지 못해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연휴를 맞아 애인 신지가 찾아오고, 둘은 시골 저택에 머물며 오붓한 시간을 꿈꾼다. 그러나 신지가 낡은 면도기를 쓰다가 얼굴에 상처를 입은 바로 그 순간부터 상황은 돌변한다. “심리, 공포, 미스터리 장르가 뒤범벅돼 만들어 내는 쾌감이 상당하다”(정지혜 프로그래머) ■비트윈 투 러버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니시카와 미와 감독과 함께 일하면서 실력을 쌓아오다 데뷔작 ‘여명’(2018)과 다큐멘터리 ‘책 종이 가위’(2019)를 선보인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도발적 신작. 여성 간의 사랑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가족을 탐구한다. 그림책 작가 우타는 남편 모리오와 편집자이자 연인인 준나 사이를 오가며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던 우타는 두 연인이 동시에 아이를 원하자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는데, 세 사람이 함께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영화를 이끌어가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박가언 부집행위원장) ■처음 만난 외로움 첫 장편 데뷔작인 ‘푸춘산의 삶’(2019)으로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은 구유 감독의 신작. 이번 작품은 그가 선보이는 산수 영화 3부작의 마지막편이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오프닝 씬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모녀 삼 대가 살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로 향한다. 아버지가 떠난 집의 곳곳을 찬찬히 비추면서 그가 남긴 흔적들을 찾아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협업으로 유명한 촬영감독도 합류해 20분이 넘는 원테이크 장면을 보여준다. “물 흐르듯 유려한 카메라 워킹으로 강과 산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풍경 속에 인물들의 시공간을 포개놓는다.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 저우쉰의 섬세하고 우아한 연기 더욱 깊은 울림을 만든다”(박선영 프로그래머) ■평범하기 위하여 2005년 장편 데뷔작 ‘인어공주와 구두’로 뉴 커런츠에 초청됐던 리윈찬 감독의 장편 연출작. 오토바이를 타고 귀가하던 위지에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 가해자인 노인은 자신의 집을 위지에에게 양도하고,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급하며 책임을 다한다. 재정·감정적으로 위태로웠던 위지에의 가족들은 다시 따뜻한 저녁을 나눠 먹는 ‘식구’가 되어간다. 그러나 잠시의 ‘평범한’ 행복은 오래 가지 않으며 사건이 전개된다. “인생의 아이러니를 그려내며, 그럼에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사연을 차곡차곡 쌓아 밀도 있는 서사”(박선영 프로그래머) 세 명의 사토코와 한 쌍의 부부 ■사토코는 언제나 2009년 ‘남극의 쉐프’로 친숙한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신작. 첫사랑의 애틋한 아픔을 겪는 15살 중학생 사토코, 불륜 관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35살 영화 홍보 담당자 사토코, 그리고 자녀를 다 키운 뒤 잊고 있던 자신을 되찾아가는 55살 주부 사토코. 아무런 접점이 없던 이들은 뜻밖의 계기로 저마다 펜을 들게 되고, 각자의 사연을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은 어느새 신기하리만치 교차하기 시작한다. “영화 전체가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박가언 부집행위원장) ■일요일 다음날 2022년 ‘우리들은 어른’과 2023년 ‘흐트러지다’에 이은 가토 다쿠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가족과 함께 리조트 호텔로 여행을 떠난 마이와 남편 고이치. 산전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마이는 신경이 점점 예민해지지만, 고이치는 이런 상황을 외면하기 급급하다. 엇갈린 태도 속에 감춰져 있던 부부의 긴장은 결국 견디기 힘든 갈등으로 폭발한다. “관람 후 훨씬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기는 영화”(박가언 부집행위원장)
신예 감독 데뷔작부터 이란 거장의 작품까지 한자리 [BIFF 2026]
모성과 민주화, 도덕적 딜레마 ■마이 마더 인도네시아 욕자카르타 가족 서사와 여성의 삶을 깊게 탐구한 에디 카효노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젊은 시절 인기 있는 자틸란 무용수였던 수미아티는 빚을 갚기 위해 외동딸 스리를 강제로 혼인시켜야 했다. 하지만 스리는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일삼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고국을 떠나 이주노동자가 되는데, 그곳에서 고용주의 학대에 시달리던 스리는 살인을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는다. 딸의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 수미아티는 주변의 만류에도딸을 직접 만나러 가겠다는 절박한 결심을 한다. “의도적 불편함과 복합적 캐릭터를 통해 ‘모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박성호 프로그래머) ■바다에 새겨진 이름 데뷔작 ‘아주 특별한 여행’(2012) 이후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일궈온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신작.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작가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1991년, 수십 년간의 독재정권 하에 놓인 인도네시아. 고전부터 금서까지 탐독하던 대학생 라웃은 토론 모임에 발을 들이며 국가폭력과 사회 모순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기 시작한다. 한국과 필리핀의 민주화운동에 자극을 받아 학생운동에 뛰어들지만, 동료들이 하나둘 체포되고 은신 중이던 라웃 역시 사복경찰에 붙잡혀 실종된다. “한국보다 한 세대 늦은 민주화 과정을 겪은 인도네시아. 관객으로 한국 민주화를 다룬 영화 차이를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박성호 프로그래머) ■빵과 책 이란의 거장으로 아카데미 후보에도 올랐던 적 있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솔란은 악지 마을의 유일한 교사다. 정교사가 되어 어머니와 함께 번듯한 집에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품지만, 학교 급식을 지원해 오던 독지가의 부고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급식이 멈추면 학생 태반이 학교에 오지 않게 되고 폐교는 피할 수 없다. 절박한 술란은 월세 보증금을 빼서 학교로 거처를 옮기며 낮에는 교사로, 밤에는 석유 밀수꾼으로 위태로운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도덕적 딜레마를 영화 끝까지 끌고 가며 머리를 한 대 때린 것 같은 충격을 준다. “정통 이란 영화에 기대하는 아름다운 서사와 인물 갈등을 통한 관계의 이해. 그런 것들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박성호 프로그래머) 올해의 빛나는 데뷔작 ■그날의 태주 한국영화아카데미 정규과정을 거쳐 2024년 단편영화 ‘갈비뼈’로 주목받기 시작한 신예 임하연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제작 규모 차원은 독립영화일지언정, 완성도는 대중적 문법을 충분히 갖고 있는 영화.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수군댐과 소문에 시달려 기차에 오른 태주. 사주집에서 남자를 멀리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이 말을 믿은 태주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길거리 마술사 만혁을 의도적으로 피하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가 신경 쓰이고 눈에 밟힌다. “말간 얼굴, 해사한 기운, 보드라움 속에 막강한 이야기꾼의 면모와 장악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놀라운 데뷔작”(정지혜 프로그래머) ■긴긴밤 약 20년간 국내 광고계에서 CF를 연출하며 경력을 쌓은 염규복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 누적판매 50만부를 돌파한 루리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코끼리 무리 속에서 자란 흰바위코뿔소 노든. 인간들의 탐욕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모두 잃었다. 그런 그의 곁에 버려진 알 하나. 노든은 작디작은 이 알을 품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 펭귄 ‘나.’ 전혀 다른 존재의 코뿔소와 펭귄은 이제 펭귄이 살아갈 바다를 찾아 긴긴밤을 보낸다. “작품을 보면 눈물이 마를 새가 없을 것.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깊은 울림과 감동을 담아낸 애니메이션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정지혜 프로그래머) ■실버 익스프레스 2025년 선보인 단편영화 ‘진저 보이’로 호평받은 다나카 미키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타인에게 연애 감정이나 성적 끌림을 느껴본 적 없는 치에리. 그녀는 연애 감정을 느끼지 않는 쇼야를 만나면서 비로소 마음 둘 곳을 찾는다. 그러나 치에리가 무성애자인 반면 무로맨틱인 쇼야에게는 육체적 욕망이 있기에, 이들이 누리던 평온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독특한 소재, 인상적인 연기, 캐릭터 감정을 시각화하는데 뛰어난 감독”(박가언 부집행위원장) ■힐롤 우즈베키스탄의 보티르 압두라흐 마노프 감독의 장편 데뷔작. 태권도 국가대표였던 주인공 ‘힐롤’은 여성이나 아들처럼 키워졌다. 이러한 힐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핵심 키워드인 ‘힐롤’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남성 이름인 것과 동시에 ‘힐롤라’라는 여성 이름의 애칭이며, 아직 차오르지 않은 ‘초승달’이라는 의미다. “우즈베키스탄의 주목할 만한 신인 감독의 등장”(박선영 프로그래머)
‘서른 다섯’ 부일영화상, 역대 최대 규모로 돌아온다 [BIFF 2026]
국내 최초 영화상으로 공정과 전통으로 이름난 ‘부일영화상’이 오는 10월 7일 열린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이번 ‘2026 부일영화상’은 레드카펫과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시작으로 본 시상식과 올해의 스타상 수상자 오픈 토크까지 이어지며, 전 과정은 네이버 치지직을 통해 단독 생중계된다. 부일영화상 사무국에 따르면 제35회 부일영화상이 10월 7일 오후 4시 30분 부산 해운대구 중동 시그니엘 부산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다. 1958년 국내 최초로 출범한 부일영화상은 현재까지 영화상으로서의 전통성과 권위를 지켜오고 있다. 사무국은 앞서 각 부문 후보자(작)을 공개했다. 각 부문 후보작은 지난해 7월 11일부터 지난 8월 10일까지 1년간 국내에서 최초로 극장 개봉하거나 OTT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최초 공개된 한국 작품 대상 중 선정됐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총 16개 부문을 시상한다. 최우수작품상 후보에는 ‘3학년 2학기’, ‘사람과 고기’, ‘세계의 주인’, ‘어쩔수가없다’, ‘호프’가 이름을 올렸다. 최우수감독상 후보에는 ‘굿뉴스’ 변성현 감독, ‘세계의 주인’ 윤가은 감독,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왕과 사는 남자’ 장항준 감독, ‘호프’ 나홍진 감독이 올라 트로피를 두고 경쟁한다. 남녀주연상 후보도 관전 포인트다. 남우주연상 후보엔 ‘만약에 우리’ 구교환, ‘어쩔수가없다’ 이병헌,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왕과 사는 남자’ 유해진, ‘호프’ 조인성이 이름을 올려 경합한다.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내 이름은’ 염혜란, ‘만약에 우리’ 문가영, ‘세계의 주인’ 서수빈, ‘어쩔수가없다’ 손예진, ‘파반느’ 고아성이 이름을 올렸다. 남녀조연상 후보 역시 화려하다. 남우조연상 후보엔 ‘어쩔수가없다’ 이성민, ‘와일드 씽’ 오정세, ‘왕과 사는 남자’ 유지태, ‘좀비딸’ 윤경호, ‘호프’ 음문석이 이름을 올려 경합한다. 여우조연상 후보에는 ‘세계의 주인’ 장혜진, ‘어쩔수가없다’ 염혜란, ‘얼굴’ 신현빈, ‘왕과 사는 남자’ 전미도, ‘좀비딸’ 이정은이 올랐다. 신인감독상 후보로는 ‘바얌섬’ 김유민, ‘산양들’ 유재욱, ‘살목지’ 이상민, ‘지난 여름’ 최승우, ‘충충충’ 한창록이 노미네이트 돼 자웅을 겨룬다. 올해 최다 부문 후보작은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로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다음으로 8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치열한 경합의 선두에 섰다. 두 작품은 촬영상과 미술·기술상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할 전망이다.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 역시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남녀 올해의 스타상은 관객 투표와 전문가 집단 투표를 합산해 선정한다. 올해의 스타상 후보는 본선 진출 작품에 출연한 주요 주·조연 배우다. ‘유현목영화예술상’은 추후 전문심사위원회를 통해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2026 부일영화상’ 시상식에는 충무로 대표 배우 김남길과 천우희가 사회자로 나선다. 지난해 ‘2025 부일영화상’에 이어 김남길과 천우희가 올해 영화상에서 또다시 사회자로 뭉치면서 영화상의 문을 화려하게 열 예정이다. 두 배우가 올해 다시 한번 사회자로 만나는 만큼 팬들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김남길과 천우희, 충무로 중심축인 두 배우는 오랜 시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해 왔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끌었으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장르와 캐릭터에 한계를 두지 않고 도전과 확장을 계속해 온 두 사람은 매 작품 독보적인 연기력을 드러내며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충무로 대표 배우인 김남길은 27년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마다 한계 없는 연기로 극에 생동감과 흡인력을 불어넣는 베테랑 배우다. 김남길은 연기뿐 아니라 문화예술 NGO 활동을 하며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과 ‘무뢰한’(2015), ‘판도라’(2016), ‘살인자의 기억법’(2017), ‘비상선언’(2022), 드라마 ‘굿바이 솔로’(2006)와 ‘선덕여왕’(2009), ‘나쁜남자’(2010), ‘명불허전’(2017), ‘열혈사제’ 1·2(2019),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2022), 넷플릭스 ‘도적: 칼의 소리’(2023), ‘트리거’(2025) 등이 있다. 자립 준비 청년들을 응원하는 영화 ‘문을 여는 법’(2024)을 기획·제작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지난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큰 주목을 받았다. 2004년 영화 ‘신부수업’으로 충무로에 발을 디딘 천우희는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영화 ‘써니’(2011)와 ‘우아한 거짓말’(2014), ‘한공주’(2014), ‘곡성’(2016), ‘메기’(2019), ‘앵커’(2022), ‘브로커’(2022),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2023), 드라마 ‘아르곤’(2017), ‘멜로가 체질’(2019), ‘이로운 사기’(2023), ‘더 에이트 쇼’(2024), ‘히어로는 아닙니다만’(2024) 등에서 캐릭터 확장과 연기 도전을 계속하며 내공을 쌓았다. 이번 ‘2026 부일영화상’ 전 과정은 네이버 치지직을 통해 단독 생중계된다.
참신과 노련의 다채로운 변주… 독립영화 축제의 장 [BIFF 2026]
지난해 한국과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독립영화의 장으로 새롭게 재편된 부산국제영화제(BIFF) ‘비전’ 섹션이 한국과 아시아 독립영화의 현재와 새로운 가능성을 더욱 폭넓게 담아낸다. 비전은 한국과 아시아의 최신 독립영화를 다각도로 발굴해 소개하는 부문으로, 올해는 ‘비전-한국’ 12편, ‘비전-아시아’ 12편 등 총 24편을 최종 선정작으로 확정했다. 특히 올해의 비전 섹션은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 온 중견 감독부터 감각적인 신예까지 다양한 세대와 경력의 창작자들이 두텁게 포진해 아시아 독립영화가 가진 잠재력을 가장 입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총 19개의 시상 부문도 함께 운영된다. ‘비전-아시아’는 넷팩(NETPAC)상,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FIPRESCI) 등 10개 부문에서, ‘비전-한국’은 올해의 배우상, 한국영화감독조합 플러스엠상, KBS독립영화상 등 9개 부문에서 시상이 진행된다. ■비전-한국(Vision-Korea) 12편 ‘비전-한국’ 12편은 신예와 중견의 조화와 균형을 보여준다. 먼저, 독립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영역을 여는 신진 창작자의 과감한 시도가 보인다. 소설가 지망생의 성장사를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풀어낸 김효미 감독의 ‘귀벌레’와 화장장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다룬 김시진 감독의 ‘화곡사’는 애니메이션의 표현 가능성을 한층 확장한다. 세계 최초 공개라는 설렘과 부산을 다시 찾은 반가움이 교차하는 신작도 대거 포진했다. ‘한강에게’, ‘정말 먼 곳’ 등으로 주목받았던 박근영 감독은 신작 ‘극장에 두고 온 것들’로 관객을 맞이한다. BIFF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이는 신동민 감독의 ‘당신을 위한 것은 아닌’은 상실의 아픔을 묵묵히 견뎌 온 이들의 치유와 애도의 여정을 그리며, 정지혜 감독의 ‘풀문’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부모를 숨겨 온 한 소녀가 무너져 가는 자신의 세계와 마주하는 섬세한 과정을 담아냈다. 전작에 이어 다시 부산을 찾은 오세현 감독은 ‘베일러’에서 삶의 전환점에 선 30대 여성이 농촌에서 보내는 시간을 담담히 포착하며, 손현록 감독의 ‘새’는 연이어 벌어지는 학생들의 추락사에 얽힌 진실을 좇으며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신선 감독의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은 미래를 보는 능력을 지닌 여성이 상처와 마주하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중견 감독들의 노련미와 확고한 존재감도 돋보인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로 평단과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던 박송열 감독은 ‘사랑의 지평선 너머로’를 통해 한층 확장된 가족의 풍경을 그려내고, ‘혼자’ ‘그대 너머에’로 존재감을 알린 박홍민 감독은 신작 ‘스페이스’로 일상에 초현실적 상상력을 더한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 온 장우진 감독은 ‘우주의 흔적’을 통해 사랑과 상실, 우연과 필연의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절해고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미영 감독은 신작 ‘모종의 탐정’으로 부산을 찾는다. ■비전-아시아(Vision-Asia) 12편 ‘비전-아시아’ 선정작 12편은 홍콩,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인도, 몽골, 카자흐스탄, 이란 등 아시아 전역의 다양한 문화적·사회적 맥락을 담아낸다. ‘비전-한국’에 이어 아시아도 거장들의 신작과 신진 창작자들의 도전이 어우러져 있다. 2013년 ‘리모트 콘트롤’로 BIFF 뉴 커런츠상을 수상했던 몽골의 사히야 뱜바 감독은 격리된 공간의 질서를 풍자한 신작 ‘멈춰서다’로 다시 부산을 찾는다. ‘더 워터 머머스’(The Water Murmurs, 2022)로 제75회 칸 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중국의 천젠잉 감독은 장편 데뷔작 ‘다시 눈이 올 거야’로 부산을 찾는다. 베트남의 응우옌호앙디엡 감독은 ‘1982’를 통해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 나선 영화감독의 내면적 상처를 들여다본다. 다방면에서 활약해 온 창작자들의 장편 도전도 눈길을 끈다.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로 감각을 다져 온 구마모토 료헤이 감독은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을 다룬 ‘노래가 끝난 후’를 선보이며, 필리핀의 아빈 벨라르미노 감독은 ‘리아’를 통해 뮤지션의 뜨거운 분투를 그려낸다. 태국 배우 인티라 차른뿌라와 펜시리 끌랑수린 감독이 공동 연출한 ‘부아’는 혼혈 소녀의 성장을 담았고, 넷플릭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해 온 인도의 샤샹크 왈리아 감독은 장편 데뷔작 ‘어둠 속의 새들’을 통해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시아 각국의 현주소를 포착한 독창적인 시선도 선명해졌다. 홍콩 이사벨라 람록힌 감독의 ‘데드 엔드’는 남자의 심리적 불안을 포착하고, 이란 마니 모가담 감독의 ‘미몽’은 이란의 불안하고 억압된 현실을 응시한다. 인도의 사일레시 라트나쿠마르 감독은 ‘셀비’를 통해 삶의 무게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카자흐스탄의 다르한 툴레게노프 감독은 ‘탯줄’로 어머니의 고군분투를 담아냈다. 16세에 원자력 발전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이름을 알린 야자 다케노신 감독은 ‘환상의 불빛’을 통해 삶의 책임을 깨달아가는 여정을 그려낸다.
야외극장서 전 세계 수작들과 가을밤을 [BIFF 2026]
매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이면 식을 줄 모르는 영화인들의 열기가 밤늦게 이어지곤 한다. 특히 밤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섹션들이 올해도 관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오픈 시네마’와 ‘미드나잇 패션’이 그 주인공이다. 저녁 시간,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전 세계 수작을 즐길 수 있는 오픈 시네마는 올해 7편의 작품을 준비했다. 그중 3편은 월드 프리미어로 관객 앞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밤에 극장에 들어가 아침 해가 밝을 때 나오는 ‘밤샘’ 프로그램 미드나잇 패션은 올해 9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다음 달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매일 밤 3편씩 연달아 상영될 예정이며, 상영 리스트에는 월드 프리미어 4편과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편이 포함돼 있다. 특히 올해 애니메이션 특별전 콘셉트에 맞춰 애니메이션 3편을 연달아 상영하는 시간도 마련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산의 밤을 밝혀줄 두 섹션의 작품 일부를 소개한다. ■오픈 시네마 ▷그저 환상일뿐 ‘언터처블: 1%의 우정’(2011)으로 신화를 쓴 프랑스 코미디의 거장 톨레다노와 나카슈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 1985년 파리 교외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성장 영화는 관객들을 사랑스러운 시간 여행으로 초대한다. 소년 빈센트의 시선을 통해 정체성과 첫사랑, 어쩌면 모든 것이 환상이었을지 모를 그 시절의 기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서승희 프로그래머는 “‘응답하라 1988’ 못지않은 유머로 무장한 코미디이자, 웃음과 눈물, 향수와 현재가 절묘하게 포개진다”고 평가했다. ▷룩백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돌아왔다. 만화 ‘체인소맨’의 작가로 익히 알려진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 만화 ‘룩백’을 실사화했다. 뛰어난 재능과 자부심으로 학교 신문에 실릴 4컷 만화를 쓱쓱 그려내던 시골 소녀 후지노는 학교조차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 쿄모토의 압도적인 그림 실력에 깊은 충격을 받는다. 만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교감을 나누게 된 두 사람은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되어 함께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예기치 못한 삶의 갈림길을 마주하는데. 박가언 부집행위원장은 이 작품에 대해 “영화를 보고 나면 만화, 애니메이션 원작을 왜 실사화했는지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인헤릿 ‘셔터’(2004), ‘샴’(2007), ‘랑종’(2021) 등을 연출한 세계적인 공포·장르 영화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이 연출을 맡았다. 세 차례나 TV 시리즈로 제작될 만큼 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소설 〈악마의 후계자〉를 실사화했다. 수십 년간 소식이 끊겼던 워라낫 할머니가 가족들 앞에 나타난다. 카리스마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그녀의 등장에 집안은 재회의 반가움보다 불길한 긴장감으로 휩싸인다. ■미드나잇 패션 ▷붉은실 장편 영화 데뷔작 ‘지옥에서 온 여정’을 2005년 BIFF에 소개하며 인연을 맺은 함 쩐 감독. 살인, 영혼,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불가사의를 다루는 그의 신작 ‘붉은실’이 BIFF 미드나잇 패션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어린 소녀 락의 눈에는 무시무시한 귀신들이 보인다. 락의 아버지는 귀신을 두려워하며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친구처럼 대하며 도움을 주라고 독려하지만, 원한을 품고 있는 귀신들을 돕는 것은 어린 락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게다가 성인이 된 락을 노리는 연쇄살인마까지 나타나며 이야기가 긴박하게 흘러간다. ▷장미의 사슬 누가 경찰이고, 누가 범죄자인가? 서로에게 수갑이 채워진 채 깨어난 한 남녀는 과거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러나 주변 정황은 두 사람 중 한 명은 경찰, 한 명은 범죄자라는 것을 말해준다. 빠르고 스타일리시한 서스펜스 영화로 사토 사키치 감독은 20년 전부터 ‘수갑으로 묶인 남녀’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감독이 “은퇴작이 되어도 후회가 없다”고 자신하는 기대작이다. ▷천사의 알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1985년 선보인 작품. 게임 ‘파이널 판타지’ 일러스트로 유명한 아마노 요시타카가 캐릭터 디자인 등을 맡았다. 폐허로 가라앉은 수몰 도시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알을 품은 소녀와 꿈속 새를 쫓아 나타난 거대한 총을 든 소년의 이야기다. 현재는 단색에 가까운 색조와 대사가 거의 없는 구성, 400컷 내외의 절제된 편집 등으로 형식적 실험은 물론 존재를 향한 질문과 상실의 고통 등을 영상미로 잘 드러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발표 당시에는 난해하다는 이유로 외면받았고, 오시이 감독 스스로 이 작품으로 인해 한동안 일이 끊겼다고 회고한 문제작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공각기동대’ 이전에 그의 세계관을 응축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전문가들도 ‘실효성 낮음’ 결론 낸 항만공사 통합…“부산, 울산 경쟁력 약화”
울산시, 30년 시내버스 민영제 접는다…공영제 전환 착수
여기도 편백 저기도 편백… 수종 다양성 포기하나
미국에서도 '부산 그 맛' 그대로…73년 만에 태평양 건넌 돼지국밥
458명 모집에 5076명 지원… ‘지역의사제’ 후끈
‘근본 찾기’ 나선 부산대, 시계탑 이어 정문도 손본다
김승원 눈물에 격려 박수 친 與, “브로커 보고 싶나” 비꼰 野
‘공소 취소’ 등에 명확한 입장 나올까… 이 대통령 18일 기자회견
울산 ‘에너지’ 경남 ‘기계’ 부산 ‘항만’ 유기적 연결을 [통랍 로드맵 다시 쓰자]
삼락천 물고기 폐사 막을 적정 유지 용수는?…전국 최초 AI 수질 관리 모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