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수부 산하기관,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하면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부산 타운홀미팅과 올해 바다의날 기념식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강조한 내용이 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따른 후속 조치로 산하기관과 관련 공공기관, 출자·출연 기관을 최대한 빨리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그동안 숱하게 필요성이 제기돼 왔던 해수부 부산 이전이 실현된 이후 대통령의 언급에 따른 관련 기관 부산 이전은 당연히 신속하게 진행되리라 여겼던 것이 이 지역 민심이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던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은 최근 정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 포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믿었던 지역민으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지난 3일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해수부 산하기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에 맞춰 부산으로 함께 가는 방향이 거의 정리됐다”고 말했다. 전 시장은 이들 기관 이전 시점을 그렇게 정리한 것은 다른 공공기관들이 먼저 이전한 해수부 산하기관처럼 지원해 달라며 벌어질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 기관의 이전은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만큼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봐야 하며 2차 공공기관 이전 때는 ‘플러스 알파’의 유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심지어 해당 기관 이전은 해수부 부산 이전에 따른 후속 국정과제로까지 규정한다. 다른 공공기관들이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에 따른 지원만큼 지원을 요구함에 따른 혼란 우려도 법적으로는 이미 정리돼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제정돼 올해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부산 해양수도 이전 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존재가 그 이유다. 해당 법은 해수부와 관련 기관 부산 이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이전 기관의 원활한 이주와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원 근거 마련을 제정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지원 대상과 지원 방법을 명시해 놓은 특별법까지 존재하는 이상 지원에 따른 혼란이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 대상 기관의 이전 지연이 오히려 혼란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는 형국이다. 최근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내용으로 하는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놀라운 속도전을 보여준 바 있다. 메가 프로젝트 발표 직후 해당 부지까지 확정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실행력이라는 평가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도 초대형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같은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의지를 표명해 온 과제가 ‘해양수도 부산 구축을 통한 해양강국 대한민국 실현’이었다. 해양수도의 토대가 될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허공에 뜬 모양새가 된 지금 해수부 산하기관 이전까지 2차 공공기관 이전과 연계하려 한다면 정부는 ‘선택적 의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터이다.
[사설] 막 내리는 70년 검찰 수사 시대, 부작용 뒷감당은 국민 몫
정부는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피해자 보호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압박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는 비정상적 형사사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첫 출발”이라면서 “국민의 삶을 더욱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모든 권력기관은 예외 없이 국민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말했다. 형소법 개정안은 공포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된다. 수사 주체를 경찰로 일원화하고 검사는 공소제기와 유지만 담당함으로써 70년 검찰 수사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형사소송법을 놓고 많은 이견이 있지만 위헌, 국익 위배 등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 등 후속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형소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인식하면서도 거부권을 쓰지 않은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3일 “이렇게 빛의 속도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부작용이 생긴다면 빨리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의를 표명하며 발을 뺀 모습은 책임 있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형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야권은 강력 반발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은 본인의 퇴임 후 안전보장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팔아넘겼다”고 비판했다. 국힘은 개정안이 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침해한다며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도 준비 중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씨와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거부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지옥문이 열렸다”고 했다. 김 씨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국가 폭력’으로 규정했다. 형소법 개정안 통과에 대한 야권과 피해자들의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무회의 의결 직후 ‘검찰 개혁의 전환점’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기소와 수사를 기형적으로 단절한 형사사법 체계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국민들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경찰 수사가 부실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경우 검사가 추가 증거를 확보해 사건을 바로잡아 온 것이 보완수사의 주요 기능이었다. 그 통로가 사라지면 수사 실패의 비용은 피해자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여당은 10월 2일 시행 전에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형소법을 다시 손봐야 한다. 국가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끝까지 수사할 의무를 없앤다면, 그 부작용의 뒷감당은 오로지 국민 몫이다.
[사설] 2차 공공기관 이전, 부산시와 정치권 전력 쏟아야
정부는 하반기에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지역으로 추가 분산시켜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현재 전국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비전에 걸맞은 공공기관을 한 곳이라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해양강국을 선도할 글로벌 해양도시와 금융중심지 도약을 추진 중인 부산시의 입장에서도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무척 중요하다. 금융과 해양, 첨단산업·연구개발, 영화·영상 등 부산의 미래 비전을 실현할 공공기관 유치 성적에 따라 도시 미래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부산시가 이전 추진 공공기관 40곳의 명단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부산시는 3일 전재수 시장 주재로 ‘공공기관 이전 추진 TF’ 회의를 개최했다. 시는 이날 회의에서 중점 유치 대상으로 선정한 공공기관을 공개한 데 이어 이들을 유치할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금융 분야엔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해양 분야엔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한국어촌어항공단·해양환경공단 등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첨단산업·연구개발 분야에서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한국환경산업기술원·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을, 영화·영상 분야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시청자미디어재단 등을 각각 대상 기관으로 꼽았다. 2차 공공기관 발표를 앞둔 지역의 시각은 매우 우려스럽다. 당초 해양 관련 공공기관들은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 이전에 따라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별도로 당연히 부산으로 옮겨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론나면서 여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해수부와 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것은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대정부 활동을 그동안 꾸준히 이어왔다고 이날 밝혀 민심도 파악하지 못한 자화자찬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시가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산업은행을 포함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전 시장은 그동안 산업은행 부산 이전 대안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동남권투자공사 설립에 방점을 찍는 등 산은 이전과 거리를 뒀다. 이런 점에서 시가 산은을 여전히 유치 대상으로 꼽은 것을 두고 안 되면 말고 식의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인다. 더욱이 이날 전 시장과 첫 회동을 가진 이성권 국힘 시당위원장은 산은 유치를 강하게 주문, 시정과 정치권 불협화음에 따른 엇박자 우려도 높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부산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최선의 결과를 도출토록 시와 지역 정치권이 합심해 전력을 쏟아주길 당부한다.
AI 글라스 커닝
지난달 중국 광둥성의 대학에서 한 학생이 스마트 기능을 갖춘 AI(인공지능) 글라스를 끼고 시험을 치다가 감독관에게 적발됐다. 이 글라스는 착용자가 내장된 초소형 렌즈를 이용해 AI에게 질문하고 답을 전해 받는 기능을 갖고 있다. 착용자가 안경테를 건드려 시험지 사진을 찍으면 AI가 시험 문제를 분석해 검색한 추천 정답을 안경에 프롬프터처럼 띄워주는 방식이다. AI 글라스 커닝 사태가 발생한 이 대학은 감독관들이 휴대용 금속 탐지기로 검사키로 한 데 이어 안경 종류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등 시험장 보안을 대폭 강화한 상태다.기존 AI 커닝 방지책은 학생들이 각종 제출 과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생성형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제는 정교한 기능을 갖춘 AI 글라스 등 최첨단 스마트 기기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고사장에서 직접 실시간으로 커닝하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5~6월 토익 시험에서 AI 글라스를 이용한 부정행위 시도가 있었고, 산업기사 컴퓨터기반시험에서도 수험생들이 적발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이동통신 3사는 최근 메타의 AI 글라스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이전에도 해외 직구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제품을 구할 수 있었다. 이들 제품은 사진·영상 촬영과 통화, 음악 재생, 음성 AI 등의 서비스를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AI 글라스를 사용한 커닝 등 시험 부정행위 우려가 높아지면서 대학 등 교육 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AI 글라스를 반입 금지 물품에 포함하고, 수험생들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라는 공문을 시도 교육청에 보냈다. 인사혁신처도 안경 착용 수험생 전원을 대상으로 AI 글라스 여부를 확인토록 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법무부도 내년 변호사시험부터 AI 글라스 소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하지만 AI 글라스 최신 모델은 일반 안경과 거의 흡사해 육안만으로 구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AI 글라스에 이어 스마트 콘택트렌즈 등 초소형 AI 기기도 개발 단계에 있는 만큼 시험 부정행위 감시 방식에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시험장 녹화는 물론 탐지기 상시 도입 등으로 향후 끊임없이 등장할 새로운 최첨단 커닝 수법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이 초래한 다양한 AI 커닝 소식이 씁쓸하기만 하다.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논설주간/상무이사
강윤경
수석논설위원
김승일
논설위원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김영한
[데스크 칼럼] '인디언식 기우제'라도 지내라고?
부울경은 현재 용광로다. 오죽하면 슈퍼급 태풍을 고대할까. 우리나라 122년 기상 관측 사상 하루 최고 기온이 3회나 갱신됐다. 양산시 상황이다. 양산시 일 최고기온은 지난달 31일 41.4도로 122년 만에 일 최고기온 기록을 세운 뒤, 지난 1일에는 41.6도로 그 기록을 갈아치웠고, 다음날인 2일은 42.5도로 신기록을 세웠다. 전국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면 ‘자랑’이란 단어가 먼저 떠올라야 정상이다. 하지만, 양산시는 울상이다. 기상청과 양산시는 혹시나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고장났을까 봐 긴급 점검을 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양산시에서 관측된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신뢰할 만한 기록인지 확인하고, 관측자료의 정확성과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최근 확인한 것이다. 아쉽게도 기계는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었다. 점검 결과 장비의 설치 기준인 지면에서 1.2~2m 높이를 잘 지키고 있었고, 운영 기준도 준수해 관측자료의 신뢰성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살수차가 동원됐다. 양산시가 도로 살수를 시작하자, 인근 밀양시 주민들도 마음이 급했다. “우리도 더운데, 왜 없냐”란 주민들의 원성에 밀양시도 살수차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사실 경남 무더위의 대명사는 밀양이었다. 영화 ‘밀양’으로 전국에 알려진 밀양은 한때 경남에서도 기온이 높기로 소문이 나 한자어 그대로 ‘볕이 빽빽한 고장’으로 읽히기도 했다. 그 더위의 대명사를 이번에 ‘양프리카’(양산이 덥다고 아프리카에 빗댄 표현)에 뺏긴 밀양의 마음이 시원할지 섭섭할지 궁금하다. 더위가 특정 고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울경 대부분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8개 시군 가운데 14개 시군이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뜨겁다. 폭염중대경보는 하필 올해부터 기상청이 도입한 폭염특보의 최상위 경고 단계이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폭염에 대응하여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이 제도를 적용했다. 기존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일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일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이 되는 조건 중 하나라도 하루 이상 예상될 때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다. 폭염경보는 일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할 때 발령하는데 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폭염중대경보에 밀양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일 어르신들의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동장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시골집 오래된 에어컨이 고장 났다. 찬 바람이 나왔다 안 나왔다 하는 상태라고 했다. 노모는 혹 실외기가 폭염에 뜨거워서 그런지 모르겠다며 마대로 그늘까지 만들어 주었으나 상태는 영 시원찮았다. 이대로 여름을 나겠다고 교체를 마다했지만, 신형 에어컨을 잽싸게 온라인 구매했다. 이틀 만에 설치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는데 설치가 하루 미뤄졌다. 처음엔 이대로 여름을 지내겠다고 고집했지만, 배송이 하루 늦어지자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이 완전 이해됐다. 폭염의 지속에는 가뭄이 한몫하고 있다. 대지의 열기는 비로 식혀야 하는데 비가 도무지 오지 않는 것이다. 가물어도 너무 가물다. 통계도 가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올해 경남의 누적 강수량은 최근 6개월 동안 556mm였다.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평년 강수량은 853.8mm여서 평년의 65.1%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옛사람의 방식이라도 따라야 했던 모양이다. 지자체 곳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시작은 창녕군에서 했다. 지난달 28일 창녕사직단에서 성낙인 창녕군수가 초헌관, 창녕군의회 박재홍 의장이 아헌관으로 하늘에 비를 구하는 기우제를 지냈다. 폭염 대명사가 된 양산시도 이에 질세라 지난달 30일 가야진사에서 나동연 양산시장이 기우제를 지냈다. 기우제 이후 양산은 단 10분간이지만, 비가 왔다고 한다. 조금만 더 주시지. 지난 3일 차석호 함안군수도 함안 충의공원 당산유적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그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라도 지내자 ‘인디언식 기우제’는 비가 내릴 때까지 지낸다고 하니. 다행인 것은 경남의 상수도 상황은 아직은 건재하다. 낙동강이라는 천혜의 자원이 있고, 도서 지방도 수차례의 가뭄에 대비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산간 지방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물차가 출동하고, 연일 폭염과 가뭄 대책 회의가 진행되지만, 하늘은 좀체 비를 내려 주지 않는다. 오존경보, 녹조경보도 일상화 됐다.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현상이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다양한 기후공약을 제안했지만, 지차제장 후보의 기후공약 제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낙제점이다. 탄소다배출 지역인 경남의 획기적인 기후 대응 정책은 토건성 개발 공약에 밀렸다. 하늘은 이 사실을 다 안다. 폭염에 따른 이 고통은 그래서 우리 탓이다.
[중앙로365] 부산 관광데이터의 나아갈 길
연일 최고기온 기록이 갱신되고 있다. 사람들은 무더위를 피해 바다를 찾고, 야간 관광지를 찾으며, 시원한 실내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사람들의 이러한 움직임을 알게 되는 것일까. 답은 데이터에 있다. 스마트폰을 누르는 손가락 하나, 검색창에 입력하는 단어 하나, 길을 걷는 발걸음 하나까지 모두 데이터가 된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매일 데이터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관광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관광 데이터는 관광객 수, 숙박객 수, 관광지 방문객 수처럼 관광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숫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관광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지만, 관광객이 왜 그 장소를 선택했고 어떻게 이동했으며 무엇을 경험했는지는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 필자는 이러한 데이터를 ‘평면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관광객 수로 나타난 평면 데이터 다른 정보 조합되면 입체 데이터 무연결 정보 남발 데이터 카오스 새로운 데이터의 중심 축은 시간 미래 세대가 복원할 관광 위해선 시점에 충실한 정보 연결이 중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위치정보와 소비기록, 검색기록, SNS, 사진과 영상, 교통정보, 날씨, 이동경로 등이 서로 연결되면서 한 명의 관광객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각각의 데이터는 작은 조각에 불과하지만 그 조각들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 하나의 관광 경험이 완성된다. 이 같은 데이터는 더 이상 숫자의 집합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 행동과 경험을 함께 설명하는 ‘입체 데이터’로 진화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입체 데이터는 단순히 데이터의 양이 많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데이터가 시간과 공간, 사람과 경험이라는 공통된 맥락 안에서 연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관광객이 언제 어디를 방문했고, 무엇을 소비했으며, 어떤 감정을 남겼는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관광의 맥락을 설명할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데이터의 미래는 누가 더 많은 양을 모았는지보다 누가 더 깊게 연결할 수 있느냐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입체 데이터의 시대가 곧바로 이상적인 미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는 너무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데이터가 넘쳐날수록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서로 다른 데이터들이 연결되지 못한 채 흩어지는 ‘데이터 카오스’의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미래에는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이 경쟁력이 아니라,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연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데이터 카오스를 무엇이 정리하게 될까. 필자는 그 중심축이 ‘시간(Time)’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데이터는 주로 공간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어디를 방문했고, 어디에서 소비했으며, 어디에서 사진을 찍었는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시간축을 따라 데이터가 연결되기 시작할 것이다. 특정 장소에서 특정 시점에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였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했는지가 하나의 이야기로 복원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 순간 관광은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한다. 우리는 더 이상 현재의 공간만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시간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물론 물리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시간축을 따라 재구성할 수 있다면 미래의 사람들은 2026년 부산의 거리와 시장, 바다와 축제, 사람들의 일상까지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현실 속 타임머신은 아니지만 관광의 관점에서는 시간여행에 가장 가까운 경험이 될 수 있다. 관광은 원래 시간을 소비하는 산업이었다. 그러나 미래의 관광은 시간을 소비하는 산업을 넘어 시간을 복원하는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를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시점의 과거를 다시 체험하게 만드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 출발점에는 결국 데이터가 있다. 그렇다면 부산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제 중요한 것은 관광객 숫자를 하나 더 세는 일이 아니다. 미래 세대가 오늘의 부산을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오늘의 부산을 얼마나 충실하게 기록하고 연결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데이터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미래 관광을 위한 시간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부산의 관광데이터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필자의 답은 분명하다. 평면 데이터를 넘어 입체 데이터로, 입체 데이터를 넘어 시간축으로 연결되는 데이터로 나아가야 한다. 미래 관광의 경쟁력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때 비로소 부산의 관광은 공간을 넘어 시간을 여행하는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프런티어] 래디컬한 미래를 상상하기
한때, 근사한 디자인을 하고 차별적인 네이밍을 하면 브랜딩이 될 줄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브랜드는 겉모습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와 지역, 문화라는 맥락 속에서 낡고 멋없고 비루하다고 여겼던 과거로부터 그저 무작정 도망치지만은 않는 채, 그 오래된 연결의 무게 앞에 책임감 있게 열려 있으려고 하는 것. 어쩌면 브랜딩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생존과 매출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더 넓은 그 어떤 세계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과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나는 보고 싶다. 누군가 진정성을 가지고 도전하는 모습을. 쉬운 길보다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흔들리면서도 끈질기게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나도 팬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 마음의 한 자락을 기꺼이 쏟을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언제나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나도 역시 그런 브랜드를 향한 희망을 여전히 품고 있다. 부산 브랜딩 향한 담대한 꿈 그 출발은 바다일 수밖에 없어 바다는 섞임과 교류, 다양성과 개방성의 공간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곳 해양도시 진취적 자극 통해 부산만의 바다 정신 발견하기를 부산도 그러하다. 부산은 바다와 함께 만들어진 도시다. 한반도에서 해양 세력에게 열려졌던 유일한 곳, 해양 세력과의 불온한 사이의 공간이자 섞임의 장소, 분단 이후 남쪽 한반도의 가장 큰 항구, 임시수도, 해양수산 산업의 메카. 바다와 관련된 기억은 이 도시에 헤아릴 수 없는 무게로 겹겹이 쌓여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돈도 되지 않는 해양수산을 왜 붙들고 있느냐고. 하지만 과거와의 단절을 너무 쉽게 말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생존을 위해 앞으로 달려가더라도, 마음 한편에는 후회와 반성의 흐름을 진지하게 품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무엇을 다시 이어야 하는지, 더 나은 삶과 도시와 문명은 어떤 모습인지 계속 묻고 또 시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에 ‘미래부’가 필요하다.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질문을 붙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연구하는 조직. 아주 래디컬하게 말이다. 부산에서 그 질문은 바다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지금 바다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이렇게까지 훼손 되어가는 자연을 단순한 보전을 넘어, 어떻게 회복해 낼 것인가, 이를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며 의사소통하는 가버넌스 또는 커먼즈를 활성화하는 형태로 말이다. 이런 래디컬한 질문 앞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야심 찬 아이디어들과 시도들이 도출되고 또 전개되어 가고 있다. MSC(해양관리협의회)의 지속가능어업 방법론, 슬로피시 무브먼트와 필리핀 네그로스섬 사례, 전 세계 바다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보전하자는 30×30 목표, 그리고 전 세계 다양한 임팩트 재단과 펀드, UN과 여러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남아공의 지속가능어업 소셜벤처 ABALOBI 등 이런 대안적 질서를 꿈꾸는 상상력은 수없이 많다. 그리고 이것은 특별한 비즈니스모델과 과학기술의 접목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바다의 도시로서 부산은 이런 글로벌한 트렌드와 고민에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 바다는 본래 섞임과 교류, 다양성과 개방의 공간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곳이었다. 그레이버와 같은 인류학자는 바다 해적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유럽 계몽주의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진취성이 바다의 특징이라면, 그것은 바다의 도시 부산을 계속 자극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커먼즈, 그 운영 원리로서의 직접민주주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섞이며 만들어가는 상호문화주의. 이렇게, 바다의 도시 부산 앞에는 새로운 문명을 발견할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부산이 바다의 정신을 다시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포틀랜드’를 뛰어넘는 문화를 가진 도시가 되기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도시가 되기를. 이런 브랜딩의 꿈을 부산도 끈질기게 놓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디지털 리터러시] 스마트폰과 학업 성적
올해 초 대학 입학 시기에 우리나라 부모들이 깜짝 놀랄 뉴스가 전해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아들이 서울대 경제학부에 합격한 소식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스마트폰과 게임을 완전히 끊고 공부에 몰입한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뉴스를 접하고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마 무릎을 치며 “역시 스마트폰을 끊어야 공부를 잘한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학생들의 지속적인 주의력과 집중력을 방해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스마트폰과 SNS로 대변되는 오늘날 미디어 생태계는 중독 기술(Addictive Technology)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숏폼 콘텐츠와 끊임없는 실시간 알림은 학생들의 뇌 도파민 회로를 자극하여 스마트폰의 스크린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강제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 사용과 수학 학업 성취도와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 수학 점수는 3점씩 하락했다. 반면, 수업 중에 SNS와 앱의 알림을 꺼 둔다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27점 높은 성취를 보여줬다. 요컨대, 스마트폰 기기 자체가 학생들의 몰입도를 방해하여 학업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 기기의 부작용은 IT 전문가들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오늘날의 스마트 미디어 환경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스티브 잡스는 가정 내에서 자녀들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하는 것을 철저히 제한했다. 빌 게이츠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14세가 될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특히 가정 내 식탁에서는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쯤이면, 전 세계의 부모들은 잡스와 게이츠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그럼 우리 부모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자녀들이 경험하고 있는 스마트 미디어 환경을 이해하기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공부를 스스로 해야 한다. 나아가 자녀들과 자기 주도적인 미디어 이용에 관한 대화를 시도하면서 가정 내에서 부모 스스로가 절제되고 선택적인 디지털 기기 단절을 위한 모범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기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디지털 강국이라는 미명아래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학업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준 채 자신의 의지력만으로 극복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가혹하다. 우리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스마트폰 좀 그만해라’라고 윽박지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늘이라도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할 때 현관문 앞에서 스마트폰을 끄고 집으로 들어가는 작은 실천을 시도해 보기 바란다.
[기고] 들불의 시간, 밀양아리랑
‘밀양아리랑’은 들판과 강바람이 빚어낸 노래다. 정선아리랑이 첩첩한 산맥의 깊은 울림이라면, 밀양아리랑은 넓은 들녘과 사람 사는 마을의 숨결 속에서 태어난 노래에 가깝다. 빠르고 경쾌한 가락은 밀양강 물길처럼 힘차게 흐르고, 흥을 돋우는 장단 속에는 삶의 고단함마저 웃음으로 견뎌내려 했던 영남 사람들의 기질이 스며 있다. 그래서 밀양아리랑은 단순히 흥겨운 민요가 아니다. 웃음 속에서도 삶을 놓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의 생활 철학이 담긴 노래다. 필자 역시 밀양이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먼저 강과 들판의 풍경이 생각난다. 아침 안개가 밀양강 위로 천천히 번지고, 넓은 들녘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산골의 적막과는 다른, 사람의 온기가 살아 있는 풍경이었다. 장터로 향하는 발걸음과 논두렁 사이의 웃음소리, 그리고 저녁 무렵 마을 어귀에서 들려오던 노랫가락은 삶이 힘겨워도 끝내 무너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밀양의 삶은 오래전부터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며 이어져 왔다.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은 사람과 살림살이를 모이게 했고, 장터와 마을에는 늘 사람 사는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흥겨움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난과 이별, 긴 노동의 시간 또한 이 땅 사람들의 삶 속에 함께 존재했다. 밀양아리랑은 바로 그런 현실 위에서 태어난 노래다. 힘겨운 삶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불렀고,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함께 가락을 이어갔다. 우리는 흔히 밀양아리랑을 흥의 노래로 기억한다. 실제로 “날 좀 보소”로 시작되는 익숙한 가락은 많은 사람들에게 유쾌하고 정겨운 정서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한 흥 이상의 감정이 스며 있다. 웃으며 노래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삶의 애환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함께 담겨 있다. 흥은 슬픔의 반대가 아니라, 슬픔을 견디기 위해 만들어낸 삶의 방식이었던 셈이다. 특히 밀양아리랑은 혼자 부를 때보다 여럿이 함께 부를 때 더욱 살아난다. 장터와 마을 잔치, 들일과 놀이판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목소리를 맞추며 가락을 이어갔다. 누군가 한 소절을 시작하면 다른 이들이 뒤따라 흥을 더하고, 개인의 외로움은 공동체의 웃음 속으로 스며든다. 함께 노래하는 동안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견디게 했고, 노래는 공동체를 이어주는 힘이 되었다. 밀양의 골목과 장터마다 아리랑이 오래도록 이어져 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오늘날 밀양의 풍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오래된 시장은 하나둘 사라지고, 사람 냄새 가득하던 골목과 마을의 정취도 점점 옅어지고 있다. 삶은 편리해졌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함께 어울리던 공동체의 시간은 예전 같지 않다. 그럴수록 오래된 민요가 품고 있는 삶의 기억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밀양아리랑은 단순히 흥을 돋우는 노래가 아니다. 삶의 무게를 서로의 목소리로 견디게 만든 노래다. 밀양강 바람을 따라 오래도록 흘러온 그 익숙한 가락은 오늘도 우리에게 조용히 말하고 있다. 사람은 결국 혼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함께 부르며 견뎌내는 존재라고.
[김종기의 미술 미학 이야기] 히로시마에서 후쿠시마까지 핵 시대의 동시대 미술
2026년 8월 6일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81주년이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다시 핵발전에 기대려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히로시마와 후쿠시마의 기억은 더욱 불편하고 절박한 질문이 된다. 여기에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냉전 시기 1980년대 영국 핵무기 반대 의료인 캠페인(MCANW)이 제작한 포스터 ‘이것이 적이다’는 ‘적’의 얼굴을 인류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 자체로 돌려놓았다. 단순하고도 직접적인 이 이미지는 오늘날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핵무기는 위험하지만 핵발전은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분법은 핵기술의 연속성과 폭력성을 가린다. 더 나아가 클레이 립스키는 핵의 공포가 소비되고 은폐되는 방식을 문제 삼는다. 그는 2012년 사진 연작 ‘아토믹 오버룩’에서 해변이나 전망대 등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관광객의 사진에 과거 핵실험의 버섯구름을 합성했다. 이 연작은 관광지의 장관이나 영화의 특수효과처럼, 핵폭발이라는 재난 앞에서조차 구경꾼으로 남는 우리의 시선을 겨냥한다. 2015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출입 금지구역 내부에 설치된 프로젝트 ‘바람을 따라가지 마 Don’t Follow the Wind’는 정반대의 방식을 취한다. 작품은 존재하지만 관객은 방사능 때문에 들어가 볼 수 없다. 전시는 열렸지만 관람할 수 없다. 이 역설은 핵 재난이 폭발의 순간에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채 오랫동안 지속되는 시간임을 드러낸다. 그 가운데 두 작품은 재난 이후의 시간과 부재를 특히 선명하게 드러낸다. 태린 사이먼의 ‘마지막 사진들’은 주민들이 피난 직전 남긴 일상의 사진을 모아 출입 금지구역 안의 태양광 서버에서 외부로 전송한다. 고이즈미 메이로의 ‘집’에서는 피난민이 언젠가 고향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나누게 될 가상의 대화가 빈집 안에서 반복된다. 사진과 목소리는 주민들이 떠난 자리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것이 적이다’가 핵의 위험을 한눈에 보이는 상징으로 제시하고, ‘아토믹 오버룩’이 그 이미지의 스펙터클화를 비판한다면, ‘바람을 따라가지 마’는 보이지 않는 재난의 시간을 전시한다. 하나는 핵의 공포를 직접 경고하고, 하나는 그것을 소비하는 시선을 폭로하며, 다른 하나는 끝내 볼 수 없는 장소 앞에 관객을 세운다. 핵 재난은 물질과 몸, 장소와 기억 속에 남아 세대를 건너 지속된다. 사용후핵연료, 오염된 토양, 돌아갈 수 없는 고향, 해체되지 않는 원자로 등, 핵발전은 재난의 가능성과 폐기물의 시간을 미래 세대에 넘기는 체제다. 예술은 바로 그 은폐를 걷어내고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핵 재난을 지나간 한 장면과 화면 속 볼거리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핵발전을 다시 구원의 기술로 호명하는 오늘의 세계까지, 아직 끝나지 않은 핵 시대의 일부로 마주할 것인가? 미술평론가·철학박사
서면1번가 상권활성화, 금정구 용역 그대로 ‘복붙’
지방 국립대생에 전액 장학금 검토
“해양수도 완성 위해 인프라·교육·세제 등 전방위 지원”…부산해양수도특별법’ 개정안 발의
“지원하라” 손짓하는 중수청… “지켜보자” 머뭇대는 검찰
“부산오페라하우스, 아시아 대표 제작 극장 지향해야”
윤리위원장 사퇴 촉구한 조경태 “한동훈 제명 철회해야”
정청래 앞세워 뭉치는 부산 친노…전대 결과가 부산 민주 세력 판도 바꾼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현장서 오염토 발견
일회성 넘은 ‘지속가능한 문화 도시’ 원동력은 시민 지지 [부산은 열려 있다]
“눈치 안 보고 무더위 피하세요” 문 활짝 연 은행·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