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정통합 시도지사 연석회의 자치분권 강화 의지 모으길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극 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광역 행정통합을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아래로부터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한다.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지난주 제안한 광역 행정통합 법안 제정을 위한 전국 시도 단체장 연석회의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부산·경남·대전·충남·대구·경북·인천 등 전국 7개 시장·도지사들은 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광역 행정통합 법안 제정을 위한 논의를 벌일 방침이다. 이날 회의는 진정한 다극 체제를 만들 수 있기 위해서는 광역 행정통합의 기준과 내용의 포괄적 확립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데 대해 단체장들이 공감한 결과다.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광역 행정통합을 국가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이후 광역 행정통합은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양상으로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포괄적인 광역 행정통합 기준과 내용을 마련하기보다 개별 지자체들이 각자 특별법을 만드는 방향으로 통합을 추진중이다. 광주와 전남은 대표적으로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통합 논의를 가속화한 케이스다. 정부가 6월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 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걸자 속도전에는 더욱 불이 붙었다. 광주·전남 이외에 대전·충남과 대구·경북까지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각 지자체들이 각개약진하는 모양새로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이들 특별법에는 다극 체제 구축을 위한 재정 이양과 자치권 강화 등의 내용보다 지역 숙원 해결이 담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뒤늦게 개별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에 나선 대구·경북이 통합신공항 관련 문제 특혜까지 법안에 포함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역 행정통합은 제한된 정부의 인센티브를 누가 더 많이 따먹느냐는 식으로만 흘러가는 분위기다. 정확한 규범도 없이 우후죽순처럼 진행된 행정통합이 가져 올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포괄적 행정통합 법안 제정의 필요성이 시급한 건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 지자체장들이 모여 포괄적 행정통합 법안에 담길 기준과 내용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위로부터 진행된 메가시티 구축 시도의 실패로 인해 아래로부터의 통합 필요성을 절감한 부산과 경남의 목소리에 전국 단체장들이 호응했기 때문이다. 진작 마련됐어야 할 자리가 이제서야 성사된 것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어려운 첫발을 내디딘 만큼 진정한 자치분권 강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정된 정부의 시혜를 먼저 따먹으려는 방식의 행정통합으로는 자치분권에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 자치분권이란 모름지기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할 때라야만 성공할 수 있다.
[사설] 원전 지역별 유치 경쟁 예고… 차등요금제 도입 서둘러야
정부가 대형원전 2기, 소형모듈원전(SMR) 1기 등 신규 원전을 계획대로 도입하기로 방침을 확정하면서 후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존 원전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유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애초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당시 약속한 차등전기요금제 등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연내 차동요금제 도입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하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 수요 급증을 빌미로 원전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은 기존 원전 밀집 지역의 고통을 도외시하는 처사다. 원전 밀집 지역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정부의 명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대형원전과 SMR 건설 후보부지 유치 공모에 나섰다.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의 동의서를 포함한 유치 신청서를 오는 3월 3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현재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SMR 유치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울산 울주군과 경북 영덕군은 대형원전 2기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대책위를 꾸려 원전 유치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관련 지자체는 원전 소재지에 대한 지원금과 일자리 창출 등을 원인으로 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시적인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원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차등전기요금제 등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면 신규 원전들은 기존 밀집 지역에 모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원전 소재지 주민과 기초지자체에 대한 지원만 있을 뿐 소재지 이외 인접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은 없다. 오죽하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수도권에도 SMR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오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연내에 차등요금제 도입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1일 밝혔다. 당초 차등요금제는 올 상반기에 도입키로 이미 예고됐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도입 방안조차 확정하지 못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부는 발빠른 제도 시행을 통해 원전 밀집 지역 주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인공지능 등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감안하면 2050년까지 대형원전 20기와 SMR 12기를 더 지어야 한다는 전망까지 대두됐다. 정부가 인공지능 세계 3강 진입을 추진하면서 당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전 증설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사용후핵연료 저장 등 원전 정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안정성과 신뢰를 높이는 것이다. 기존처럼 부산, 울산, 경남 등 원전 밀집지역 주민들에게 대가 없는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 차등요금제는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 관련 의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정부가 차등요금제 도입을 최대한 서둘러 주길 촉구한다.
[사설] 로봇과 피지컬 AI, 부울경 산업생태계 혁신 기회다
부산·울산·경남이 글로벌 피지컬 AI(인공지능)와 첨단 로봇산업의 핵심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AI의 두뇌를 채울 고품질의 제조 데이터, 로봇의 관절과 근육이 될 핵심 부품 생산력, 지정학적 가치 등 좋은 요건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는 실제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 마찰열 같은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수십 년간 제조업 공동화로 학습용 데이터가 부족하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은 미중 패권 경쟁으로 데이터 반출이 막힌 상태다. 피지컬 AI와 로봇산업 패권을 차지하려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막강한 제조 인프라와 데이터를 보유한 부울경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부울경의 가장 큰 장점은 로봇에 사용할 데이터 확보, 실증, 부품 공급, 생산, 시장 응용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기업들이 협력해 모은 데이터가 6개월 만에 300TB(테라바이트)를 넘어섰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데이터의 질적 변화도 눈에 띈다. 과거 불량률, 생산량 같은 결과값이 아니라 ‘진동과 열에 따라 나사의 규격이 어떻게 버티는지’ 등 피지컬 AI가 학습할 수 있는 실제 산업현장에서의 프로세스를 담았다는 점이다. 로봇에 활용이 가능한 고품질 데이터가 모인 것은 지역에서는 처음이라고 한다. 제조 현장에서의 변수, 숙련공 기술을 데이터화하지 못한 글로벌 AI 기업들에겐 부울경은 거대한 ‘데이터 창고’가 되는 셈이다. 부울경 제조업이 피지컬 AI와 로봇산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는 것은 분명 호재지만,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실제로 부산 지역 로봇기업 140여 곳의 약 70%가 연 매출 100억 원 미만 기업이다. 아직 영세한 업체가 많아 스케일업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한다. 개별 기업 차원의 데이터 정리를 넘어, 부울경 전체를 관통하는 ‘로봇 거점센터’와 같은 컨트롤타워와 클러스터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로봇산업이 성장할 경우 지역의 다른 주력 산업들과 시너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로봇기업 성장을 가속화하는 집적단지와 거점센터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피지컬 AI와 접목한 로봇산업의 육성은 부울경 산업생태계를 혁신하는 절호의 기회다. 어쩌면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를 찾아 지역을 찾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지역 산업계는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기술혁신과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도 이를 기반으로 로봇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주도할 수 있는 공공 차원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로봇산업의 메카로 첨단업종 입주가 가능한 ‘서부산권 복합산업단지’(부산 강서구 강동동)를 거점으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 부울경 제조업이 로봇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계기로 삼아 대도약의 기회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로봇에 항복한 군인들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피지컬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피지컬 AI는 인공지능이 현실 세계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직접 결정하며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주행차량이나 로봇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6도 피지컬 AI를 화두로 내걸었다. CES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을 선보이며 로봇 산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전투용 로봇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피지컬 AI 기반의 신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군사 훈련에 자율주행 방식으로 정찰·폭파·공격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늑대 로봇을 투입했다. 우리 육군도 지난해 말 경기 연천군에 다족 보행 로봇을 배치해 장병들과 함께 철책 경계 근무를 수행토록 했다. 이 로봇은 미세한 움직임을 인간보다 먼저 감지해 알려준다. 미래형 전투체계 ‘아미타이거’의 일환으로 도입된 이 로봇의 등장은 우리 군의 시스템도 로봇 협업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특히 4년째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AI 기술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AI를 탑재한 무인 무기들이 전쟁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전쟁 초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무기 체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데브드로이드가 자사의 전투 로봇이 러시아군 3명을 생포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무인지상로봇(TW-7.62 모델)은 AI 기반의 자율 탐지 기능을 통해 경로를 자동으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정찰과 공격 임무를 수행한다. 작전 반경이 최대 24km에 달하는 이 로봇은 내장된 탄도 계산기를 통해 기관총 명중률을 극대화한다.영상 속 러시아 병사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두 팔을 들고 바닥에 엎드리며 전투 로봇에 항복했다. 외신들은 전투 로봇이 인간 군인을 생포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포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전의 중요한 이정표라는 논평도 이어졌다. 하지만 실제 전장에서 인간이 로봇에 투항까지 하는 상징적인 사태가 발생하면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언젠가 인류가 AI에게 항복하는 날도 오지 않겠느냐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무분별한 AI 개발 경쟁은 인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AI 통제권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 확산이 절실하다.
논설주간/이사
강윤경
논설위원
김승일
정달식
이상윤
김상훈
천영철
[데스크 칼럼]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빛과 그림자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초강세장)은 예상보다 길어질 것입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시장에서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자 “언제까지 갈 것이냐”는 물음에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은 이같이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 주부, 학생할 것 없이 온나라에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불과 2024년 11월에만 해도 4만 6000원이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은 15만~16만 원대를 맴돌고 있고, SK하이닉스도 1년 전 20만 원대에서 이제 90만 원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상 최대 실적과 코스피 주가지수 사상 최고치가 이어졌다. 코스피는 지난해 6월 종가 기준으로 4년 만에 다시 3000 고지를 밟았고, 지난해 12월 4000 고지를 넘어 올들어 1월엔 5000 고지도 순식간에 돌파했다.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증시가 그야말로 ‘불장’이 됐다. 코스피 지수만 놓고 보면 우리 경제가 엄청난 호황을 맞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철강, 화학, 가전 등의 제조업은 정체 내지 불황을 겪고 있고 서비스업도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수년째 경기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우리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 산업의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다. 그동안 주요 산업의 ‘슈퍼사이클’은 1~2년새 ‘슈퍼 몰락’으로 이어졌다. 2021년 전기차 바람 속에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면서 2차전지(배터리) 주들이 폭등했다. 모 기업은 “향후 감당해야 할 수주액만 1000조 원이 넘는다”고 자랑했지만 2023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으로 곧바로 추락했다.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고 있지만 2차전지 주식들은 아직도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2008년 조선업과 2011년 태양광, 2021년 석유화학도 호황을 맞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수익 급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조선업과 태양광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석유화학은 아직도 수렁에 빠져있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5~7년에 한 번씩 찾아왔고 한 번 호황이 시작되면 통상 2년 정도 이어졌다. PC 수요가 급증한 1990년대 중반,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활발해져 서버 투자가 집중된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된 2010년대 초반, 인공지능(AI) 연구가 본격화된 2017년이 그랬다. 하지만 2021년엔 상반기 반짝에 그쳤다.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AI 수요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나면서 발생했다. 메모리 제조사들은 범용 D램의 생산을 줄였다. 하지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 확장, AI 서버 수요 확대 등으로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있었던 삼성전자가 뜻밖의 호황을 맞은 것이다. SK하이닉스도 HBM 수요 확대로 수익이 급등했다. 이들 두 기업의 경쟁 업체들이 D램 제조업체들을 인수하거나 설비를 다시 정비하는 모습이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내년에나 공급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며 길게는 2028년까지 슈퍼사이클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설비 증설이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반도체 부품업체들도 대부분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지방 입장에선 반도체 호황이 강건너 불구경 수준이다. 최근 전라북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건설중인 경기도 용인 반도체단지를 유치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된 것도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니 이해가 갔다. 지방은 인구감소와 자영업 몰락 등으로 경기침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 달성’을 대선공약에 따라 증시부양책을 편 결과라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2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가 추세적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23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의 경기를 반영하는 동행지수는 3개월째 하락세다. 설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전통시장 경기는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반도체 외 제조 분야의 경기 부양에 대해선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슈퍼사이클이 끝나면 증시와 경기는 다시 내리막길을 갈 것이다. 등산할 때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더 위험하다. 코스피 5000에 취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내리막길을 대비하자.
[노트북 단상] 조선업 외노자 논쟁… 노동자는 죄가 없다
“월 220만 원짜리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해 몇조 원씩 남기며 세계 최강 경쟁력을 갖는 게 이상하지 않나?” 지난달 23일 울산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조선업 활황의 이면을 짚으며 한 발언이다.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 구조와 저임금 그리고 이로 인한 인력난과 과도한 외국 인력 의존 실태를 꼬집은 것이다.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를 싸게 고용하는 건 좋은데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냐. 생활비 외엔 본국에 송금할 텐데 그게 바람직하냐는 논란이 있다”라고도 했다. 실제 대표적인 ‘조선 도시’ 경남 거제시와 울산시는 최근 폭증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감은 넘쳐나는데 일손이 부족한 조선업계 입장에선 외국인 노동자가 구세주나 다름없지만, 정작 지역 사회는 내국인 일자리 감소와 경기 침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산업 성장이 경제와 양질의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해 지역은 되레 쇠퇴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에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 주민들은 급기야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자체도 내국인 중심 기술인력 구조 재편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잘 나가는 조선업계가 어쩌다 이런 불편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걸까? 2000년대를 전후해 초호황을 누리던 조선업계는 2015년을 기점으로 해양플랜트 부실로 인한 조 단위 손실에다 상선 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긴 빙하기를 맞았다. 이에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혹독한 감원 칼바람에 노동자들은 하나, 둘 짐을 쌌다. 다행히 2020년을 전후해 업황은 살아났지만 떠나간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황을 거치며 가뜩이나 열악한 저임금이 고착한 데다, 경기 부침이 심한 조선업 특성상 호황이 지나면 언제든 다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물 들어오는데 노 저을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였다. 덕분에 업계는 급한 불을 껐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자리 대부분을 외국인이 차지하면서 정작 지역 노동자는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경제도 냉골이다. 과거 내국인 노동자로 북적이던 시절엔 소득의 상당수가 지역에서 소비돼 호황의 ‘온기’가 지역 사회에 고스란히 퍼졌다. 반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소득 대부분을 가족이 있는 본국으로 보낸다. ‘담배가 최고의 사치’라는 말이 나올 만큼 소비에는 인색하다. 그렇다고 그저 열심히 일한 이들을 탓할 수도, 억지로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 조선업 외국인 노동자는 2만 3000여 명. 대부분 내국인이 꺼리는 도장·용접 등 공정에서 일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다, 힘들고 험한 일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내국인 확대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과 6월 지방선거가 맞물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이 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국인 없인 공장 문 닫아야 한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닌 지금, 무작정 밀어내기보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소비를 유도하는 선순환 정책을 고민하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중앙로365]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의 가치' 사이
새해 벽두부터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사건들은 단순한 개별 국가 간 갈등을 넘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국제질서 전반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지경학적 위기와 지정학적 대립이 맞물리며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거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는 한마디로 파격적이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현지에서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우는 초강수를 두었고, 그린란드를 영토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동북아로 시선을 돌리면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이 정면으로 맞서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러 접근, 그리고 높아지는 북한의 대남 공세 수위는 우리의 안보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흐름을 관통하는 핵심 기류는 무엇인가. 먼저, 기존 다자주의 질서에 대한 미국의 근본적 회의와 반발이다. 1945년 이후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을 중심으로 국제법과 다자협력 체제를 구축했고, 이는 자유무역과 평화를 제도화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 질서 아래에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등은 안정적인 안보와 무역 환경을 토대로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특히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내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활용해 각종 특혜를 누리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미국의 패권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으로 이어지자 미국 내부에서는 기존 국제규범이 더 이상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확산됐다. 국제법과 다자협정이 오히려 미국의 전략적 선택을 제약하고 경쟁국의 부당한 이익을 방치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이러한 분노와 회의의 집약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국제법은 필요 없다”고 단언한 발언은 더 이상 규범과 외교적 수사에 얽매여 손해 보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다음은 국제질서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세력에 대한 미국의 타협 없는 견제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는 원유 결제 대금을 달러화 대신 중국 위안화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려는 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린란드에 대한 집착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후 변화로 열리는 북극항로는 미래 핵심 물류 통로가 될 가능성이 크며, 이를 선점하려는 중국과 러시아를 지금부터 차단해야 현상 변경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그린란드에 매장된 막대한 희토류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을 무력화할 전략 자산이기도 하다. 이러한 미국의 인식 변화는 동맹 체제에도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맹조차 미국 국익의 하위 개념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시장경제라는 공통 가치가 동맹을 결속시켰지만, 트럼프의 미국에서 동맹은 비용과 편익으로 계산되는 거래 관계에 가깝다. 미국의 전략에 보조를 맞추지 않는 동맹국은 언제든 특별 대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냉혹한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일찌감치 읽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 신뢰를 구축하며, 안보 관련 법 개정과 동맹 현대화 요구에 신속히 화답하고 있다. 관세 협상 역시 빠르게 합의와 실행으로 옮기고 있다. 물론 일본 내부에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강국 미국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반하는 행동으로 미일 동맹이라는 핵심 가치를 희생할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국제정치는 냉엄하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영역이다. 형식에 그친 한미 간 신뢰 구축 제스처는 오히려 불신을 키울 뿐이다. 최근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미국의 공개적 불만 표명이나 갑작스러운 25% 관세 부과 언급 역시 미국의 ‘우선주의’ 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양보 없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국제 정세 변화로 더욱 중요해진 ‘한미동맹의 가치’ 사이에 서 있다. 고약한 것은 전자를 만족시켜야 후자가 유지되고, 전자를 거스르면 후자가 위태로워진다는 점이다. 동맹의 가치를 낮게 본다면야 별개겠지만, 그것은 국가 운명을 건 거대한 모험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닌 현실주의에 입각한 냉정한 판단이다.
[편집국에서] '건강할 결심' 도와주는 사회
“여윳돈으로 2억 5000만 원 정도 있습니까? 없으면 운동하셔야죠!” 연초에 만난 한 운동 전문가가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은 이랬다. 2023년 기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추정한 1인당 평생 의료비는 2억 4656만 원이며, 가장 의료비 지출이 많은 나이는 78세라는 것이다. 억대 의료비를 부담하지 않으려면 건강할 때 운동을 하라는 조언이었다. 자료를 더 찾아보니 공단이 발표한 1인당 평생 의료비는 건강보험 급여비와 본인부담금 등을 합산한 금액이었다. 내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병원비가 약 2억 원까지는 아니라는 생각에 조금 안심(?)이 됐지만, 불안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 지인도 그 불안을 건드려 운동의 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제는 ‘건강할 결심’을 미룰 수 없는 때라는 생각과 동시에 현실적인 고민이 든다. 운동할 시간과 장소는 어떻게 확보할까? 비용은 어느 정도 선이 적절할까?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 건강인식조사 보고서’에서 2000명의 응답자가 본인의 건강 상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 1순위로 ‘수입 및 사회적 수준’을 꼽았다. 실제 응답자의 수입에 따라 건강 정도가 달랐다.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22.4%가 건강하다고 답했지만, 800만 원 이상은 절반 넘게 (54.0%) 건강하다고 답했다. 반대로 건강하지 않다는 응답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25.1%인 반면 800만 원 이상은 7.5%에 불과했다. 식단과 운동 등 건강에 투자하는 금액도 소득별로 달랐다.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월 9만 1000원을 사용했지만, 800만 원 이상은 20만 8000원을 사용했다. 건강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도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주 5.3시간, 800만 원 이상은 7.9시간이었다. 건강 불평등의 지표는 각종 조사뿐만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헬스장 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에 살면, 굳이 시간을 내어 ‘산스장(산속 헬스장)’에 갈 필요 없다. 운동 기구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들여 전문가에게 자신의 몸에 맞는 사용법을 코칭 받는 것이 건강에 더 효과적이다. 관절에 부담 없는 수영이나 아쿠아로빅을 하려고해도 공공 체육시설에 자리 잡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사설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건강한 먹거리에도 경제적 장벽이 존재한다. 식재료가 건강하고 신선할수록 가격은 더 올라간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 인공 첨가물을 써서 대량으로 생산된 식재료는 무농약, 유기농, 친환경 식재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거주 지역에 따라 신선한 식재료를 쉽게 구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물론 경제적 이유는 때론 운동을 미루거나 나쁜 식습관을 정당화하는 핑계가 된다. 비교적 건강한 상태라면 맨몸으로 하는 플랭크나 푸쉬업 등으로 근육 운동, 계단 오르기나 달리기로 유산소 운동, 맨손 체조로 유연성 운동을 할 수 있다. 손수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도 되고 비용도 덜 들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이나 배달 음식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의지 정도가 동일하다면, 접근성 높은 운동 시설과 운동 전문가의 도움이 있을 때 운동을 지속하기 수월하다. 하루 노동 시간이나 건강 정도, 거주 지역에 따라 운동이나 한 끼 식사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달라진다.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이 대목일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강 인프라를 구축해 개인들이 의지 박약과 시간 부족이라는 난관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일 말이다. 부산일보는 올해 초 ‘함께 넘자, 80세 허들’ 기획 보도를 통해 수도권과 부산, 부산 내 생활권역별로 기대수명의 차이를 조명하고 있다. 부산은 전국 평균보다 기대수명이 1년이나 짧았으며, 부산 안에서도 생활권별로 기대수명이 최대 6년 차이가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권과 계층에 따라 수명 격차는 심화하고 있는 것을 수치로 확인했다. ‘수명’에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가 중첩되어 영향을 끼친다. 운동기구가 놓인 소규모 공원을 곳곳에 만드는 수준의 대응을 넘어 복지, 의료, 인구 고령화, 생활 체육 등 다방면의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과 연령, 생활 행태별로 건강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려면 포괄적인 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하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운동이나 식단 관리 등 건강을 챙기겠다는 결심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부족해서 등의 핑계 대기가 민망할 정도로 지역의 건강 인프라가 향상되길 기대한다. 송지연 스포츠라이프부장 sjy@busan.com
[오금아의 그림책방] 착한 사람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이란 바로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지난달 세상을 뜬 국민배우 안성기가 아들에게 쓴 편지 내용이 우리 마음에 깊고 긴 여운을 남겼다. 개인의 성공이 최우선이 되는 시대에,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을 당부한 그는 진정 좋은 어른이었다. ‘착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이 된다면 출판사 길벗어린이에서 나온 그림책을 추천한다. <나쁜 씨앗>과 <착한 달걀> 두 권 모두 조리 존이 쓰고 피트 오즈월드가 그렸다. <나쁜 씨앗>은 아주아주 삐뚤어졌다. 안 씻고, 새치기하고, 거짓말하고, 조용히 하라면 더 떠드는 ‘삐딱한 씨앗’이다. 씨앗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오래 몸에 밴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씨앗은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 여전히 얄미운 짓을 할 때가 많지만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다른 씨앗을 도와주기도 한다. ‘삐뚤어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착한 마음이 들 때도 많아.’ <착한 달걀>은 처음부터 착했다. 늘 ‘타의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친구의 잘못을 바로잡고, 큰 일이 생기지 않게 막으려 애쓰다 보니 껍질에 ‘쩍’ 금이 갔다. 달걀은 의사에게서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 달걀은 마트를 떠났다. 혼자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진 뒤 원래 모습을 회복한 달걀은 생각했다. ‘내 친구들에게 만큼이나 나 자신에게도 착한 달걀이 되어줄 거야.’ 나쁜 씨앗과 착한 달걀을 보며 생각한다. 처음부터 착하지 않아도 괜찮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그리고 실천이 중요하다. 또 착하게 살기 위해 나를 과하게 희생하고 부당한 일까지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남도 소중하게 대하는 법이다. 엘리너 파전이 쓴 ‘친절한 지주님’(계몽사·1975년)이라는 동화가 있다. 인정사정없던 지주 로버트 처든이 딸에게 “좋은 아빠”라는 말을 듣기 위해 선행을 베풀며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변해가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착하고 좋은 어른을 보며 아이가 삶의 태도를 배우듯, 순수하고 선한 아이를 통해 어른도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을 지키며 세상에 이로운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 아이든 어른이든 아직 기회가 있다.
[오션 뷰] 이제 '오션 마인드'의 시대로
2026년의 시간도 어느새 한 달을 지나왔다. 사람들은 달력을 넘기며 흐르는 시간을 체감하고, 바다 역시 해마다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파도는 결코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늘 어제와는 다른 바다를 마주한다. 그리고 지금의 바다는 단순한 자연의 반복을 넘어 ‘부산 시대’라는 이름의 결정적 가능성을 품은 채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행정기관의 지리적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해양 전략 중심이 서울이라는 내륙의 틀에서 벗어나 비로소 바다 현장으로 체질을 바꾸는 역사적·구조적 전환이다. 그동안 책상 위에서 설계되던 해양 정책은 이제 부산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입안될 것이다. 이 변화는 부산이 더 이상 중앙의 지침을 수행하는 항만 도시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 해양 경제의 심장이자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에 가깝다. 변화는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분명하다. ‘북극항로 개척’ 생존과 직결된 현실 부산, 세계 경제 핵심 거점 도약 기회 바다 중심 도시 구축 시드니 ‘참고점’ 파도 기다리기보다 서퍼처럼 나아가야 특히 북극항로의 개척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이나 외신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부산의 생존과 직결된 이미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항로의 상업적 운항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까지의 항해 거리는 기존 수에즈 운하 노선보다 12~15일가량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물류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물류의 기준이 바뀌고 세계 항만 지도의 위계가 다시 재편되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기점과 종점에 위치한 부산항이 이 새로운 ‘지름길’의 관문으로 부상하며, 부산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결정적 기회를 맞이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도시가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학부 시절을 보냈던 호주의 시드니는 항만 도시가 어떻게 한 도시의 삶의 방식과 정체성까지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드니는 항구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항만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항만과 해변, 레저와 문화, 주거와 관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바다를 중심에 둔 도시 구조’를 구축해 왔다. 그곳에서 바다는 산업의 배경이 아니라 도시의 중심이었고 곧 경쟁력이었다. 이 점에서 시드니는 부산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참고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부산은 북극항로의 수동적인 종착지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해양 질서를 주도하는 능동적인 출발지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부산항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환적 항만이지만 우리가 마주할 다음 파도는 단순한 하역과 적치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다. 해양 에너지와 해양 레저, 요트·크루즈 산업,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해양 관제,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 나아가 해양 도시만이 구현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바다는 이제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도시의 삶 전체를 혁신하는 핵심 성장 엔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서핑팀을 이끌며 파도를 마주할 때마다 절감하는 진리가 하나 있다. 최고의 서퍼는 막연히 같은 곳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파도의 결을 읽고 적극적으로 파도를 찾아다니는 사람이다. 도시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파도는 위협적인 파고일 뿐이지만, 깨어 있는 도시에 파도는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부산·울산·경남을 잇는 이른바 ‘동남권 해양 벨트’는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부산의 항만 서비스가 울산의 조선 산업, 경남의 해양 기자재 산업과 하나의 사슬처럼 맞물릴 때, 우리 해양 경제의 체급은 비로소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 역시 분명하다. 단순히 ‘오션 뷰(Ocean View)’가 좋은 도시가 아니라, 도시 구성원 모두가 ‘오션 마인드(Ocean Mind)’를 공유하는 도시다. 바다를 풍경으로 소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바다를 향해 도전하며 주도적으로 나아가는 해양 주권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오션 마인드란 결국 바다를 두려움이 아닌 기회로, 금기가 아닌 일상의 놀이터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지금 부산 앞바다에는 거대한 기회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 흐름을 놓친다면 우리는 또 한 세기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도의 결을 읽고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면, 분명 부산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해양 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 바다는 다시 부산을 부른다. 이 파도를 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부산은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6개 시도 “행정통합 공통 특별법 마련” 한목소리
치솟던 코스피 ‘워시 날벼락’… 5% 넘게 빠졌다
정부, '부동산 투기 제동' 기조 재확인
2030년 '쓰레기 대란' 임박, 부산시 대책은
강남 중소형 아파트 평균 18억… 정부 규제에도 내달리는 양극화
오세훈 “‘장동혁 사퇴’ 입장 변함 없어”…‘재신임 투표’ 놓고 갑론을박
‘초선 무덤’ 해운대구, 재선 구청장 나올까
‘속도전’ 재개발 공사, 아이들 통학로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