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축제,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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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사)ESG시민운동본부 이사장·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교수

지난해 5월 부산 수영구 광안리어방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다회용기로 음식과 술을 먹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5월 부산 수영구 광안리어방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다회용기로 음식과 술을 먹고 있다. 부산일보DB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전국 지자체들은 창의적이고 특색 있는 지역축제 개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축제마다 인파가 넘쳐난다. 국민들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축제를 찾아 즐기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민운동 차원에서 부산 등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역축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이유는 첫째, 대부분 축제에서 종이컵, 플라스틱 용기 등 일회용품을 사용해 생활 쓰레기를 과도하게 배출해서다. 우리나라는 재활용 분리배출을 잘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버려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유럽 기준 16.4%에 불과하다. 2021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플라스틱은 1193만t(국민 1인당 연간 약 208㎏ 배출)으로 OECD 평균의 4배에 달한다.

전국 축제 대부분 일회용품 넘쳐나

쓰레기 과다 배출로 미래 세대 위협

ESG 시민운동 차원서 운영 바꿔야

다회용 물품 사용은 선택 아닌 필수

지속가능 친환경 축제로 거듭나길

세계 각국에서 버린 해양 투기물 탓에 태평양에는 한국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형성돼 있고, 국내에도 불법 투기로 만들어진 쓰레기 산이 235개나 돼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생수 1㎖당 1억 6600만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또 폴리에틸렌이 코팅된 종이컵에 물을 담으면 1ℓ당 상온에서 2조 8000억 개, 100도에선 5조 100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 입자가 용출된다. 이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문제로 미래 세대에게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지역축제의 이면에는 과다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해 문제다. 부산불꽃축제는 매혹적이고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했으나 대기를 크게 오염시킨다. 불꽃놀이는 미세먼지(PM2.5) 수치를 급증시켜 지역 주민과 방문객의 호흡기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또 해운대 등 지역 해수욕장의 모래축제는 관광객 유입으로 해변 침식과 쓰레기 증가를 초래하며 해마다 엄청난 양의 모래 투입이 이뤄져 주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워터밤 페스티벌 같은 물 집약적인 행사는 가뭄 시기에도 엄청난 양의 물을 낭비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축제 성수기에는 교통 체증, 소음 공해, 숙박 및 서비스 가격 폭등 등으로 지역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축제에 동원되는 임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공정한 임금과 안전한 근무 환경 보장이 요구되기도 한다.

셋째, 지역축제는 대부분 지속가능 보고가 부족하고 행사의 환경적 영향을 거의 공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각성을 수치화하지 않아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환경보호 실적이 낮은 기업들이 후원하는 경우 축제의 지속가능성 메시지와 모순을 일으키는 문제도 야기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ESG 시민운동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안한다. 첫째, 종이컵과 일회용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할 필요가 있다. 광안리어방축제와 동래읍성축제는 일회용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사상강변축제는 다회용 접시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모범 사례를 확산해야 마땅하다. 예산상 문제가 있다면 축제를 2년에 한 번 개최하거나 방문객들에게 텀블러나 머그컵 지참을 권장하는 게 좋다.

둘째, 환경친화적 운영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재생 에너지 사용, 재활용 스테이션 설치, 폐기물 관리시스템을 강화해 지역축제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자체의 사회적 책임 강화가 수반돼야 하겠다. 대부분 축제는 전문 행사업체에 맡겨져 진행되는데, 이때 동원되는 인력이 저임금의 임시 노동자들인 경우가 많다. 공정한 임금과 안전한 근무환경 등이 보장되길 바란다. 넷째, 투명한 거버넌스 구축이다. 이를 통해 축제의 환경적 영향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친환경 기업과 협력해 ‘지속가능한 축제’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는 지자체에서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노력에 앞장설 때다. 축제는 부산의 문화 정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그런데, ESG 문제를 간과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 친환경적 운영 방안을 도입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투명한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 일회용품 없는 축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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