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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바다 '역동적인 경험'의 장으로
4월의 바다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린다. 차가운 바람이 잦아들고 햇살이 길어지면, 부산의 해변은 다시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해양 레저 시즌을 앞둔 지금, 바다는 시민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바다는 가까이 있는 풍경일 뿐, 기꺼이 들어가 일상을 나누는 ‘삶의 공간’으로는 낯설고 멀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에게 “물 조심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바다는 경외의 대상인 동시에 사고가 잦은 위험한 곳, 함부로 다가가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교육받았다. 이러한 ‘물에 대한 공포’는 무의식 속에 바다와의 거리감을 만들었고, 이는 고스란히 부산 해양 문화의 수동성으로 이어졌다. 바다를 ‘도전과 놀이의 대상’이 아닌 ‘조심하고 피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한, 부산이 진정한 해양 도시로 도약하기는 어렵다.
물에 대한 공포 거리감·수동성 만들어
부산 해양 도시 표방하지만 규제 중심
바다 활용에 대한 정책적 상상력 부족
풍경 아닌 삶의 공간돼야 경쟁력 있어
부산은 스스로를 해양 레저 도시라 부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다소 다르다. 우리는 바다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해양 도시라고 착각해 왔다. 천혜의 자원이라는 이름 아래, 파라솔 개수나 세는 수준의 관리에 머물며 바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상상력은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 이러한 자원 의존적 관성은 행정 편의주의와 결합해, 바다 곳곳에 ‘제약’이라는 빗장을 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해양 레저 공간을 둘러싼 반복적인 갈등이다. 파도가 좋은 성수기가 되면, 바다를 적극 활용하려는 이들과 안전과 질서를 우려하는 지역 구성원 사이의 긴장이 되풀이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갈등 그 자체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창의적으로 재배치하거나 시기별·구역별 상생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채 ‘구역 나누기’라는 소극적 관리에 머물러 온 행정의 한계가 더 크다. 이 사례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부산 전반의 해양 공간 관리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정책의 부재는 지역 사회의 피로감을 키웠고, 정작 부산의 청년 해양 레저 인구는 더 자유롭게 바다를 누릴 수 있는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바다를 보러 오라”고 외치면서도, 바다와 가장 깊이 교감하려는 이들에게는 각종 제약을 가하고, 지역민들에게는 갈등의 부담을 떠안기는 모순된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비단 해양 레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부산의 수많은 아름다운 해안선은 여전히 ‘입수 금지’ 표지판에 가로막혀 있으며, 개인이 카약이나 소형 보트를 띄울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지점에서 해외 해양 도시들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호주의 시드니, 그리고 업무로 자주 찾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해안 도시들은 바다가 어떻게 도시의 ‘생활권’이 될 수 있는지를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도시는 항만과 해변, 마리나와 해양 레저 산업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일상적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 바다는 통제해야 할 위험 요소가 아니라 안전한 시스템 안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삶의 공간으로 관리된다. 핵심은 바다를 막는 규제가 아니라 이용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와 인프라다.
이제 부산에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 조심하라”며 아이들의 손을 붙잡던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바다를 어떻게 안전하고 즐겁게 누릴 것인가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바다는 더 이상 전망권(Ocean View)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 누구나 일상적으로 바다와 접촉할 수 있는 경험권(Ocean Life)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바다라는 공공재를 더 안전하고 품격 있게 누리기 위해, 행정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제안이다.
흔히 부산을 두고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인구의 고령화 때문이 아니라, 바다를 정지된 풍경으로만 묶어두려는 우리의 낡은 인식과 규제가 만든 합작품일지도 모른다. 바다를 두려워하고 가두는 도시는 미래를 갖기 어렵다. 해양 도시의 경쟁력은 바다를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가 아니라, 시민이 바다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4월의 파도는 이미 우리를 부르고 있다. 금기를 넘어 모든 시민이 바다의 역동적인 주인이 될 때, 부산의 진짜 성장은 해변 밖이 아니라 바로 그 파도 위에서 시작될 것이다.
2026-04-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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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신뢰와 협력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열자
올해 3월, 필자는 북위 69도에 자리한 노르웨이 트롬쇠를 찾았다. 북극의 관문으로 불리는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북극항로 시대’의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트롬쇠항과 협력 MOU를 체결하고, 북극경제이사회(AEC)의 공식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아시아 항만에서는 최초 가입으로 북극항로 준비에 부산항만공사가 실질적인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기후 위기가 북극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극지연구소(KOPRI)에 따르면 북극 얼음은 두터운 다년생 얼음이 줄고, 넓고 얇은 단년생 얼음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모든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 여름철 ‘얼음이 없는 북극해’의 출현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래 여름철 얼음 면적은 10년마다 12.1%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남한 면적의 75%에 달하는 얼음이 매년 사라지는 속도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해상 교역로의 재편을 예고한다. 최근 중동전쟁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북극항로는 단순히 얼음이 빨리 녹는다고 해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운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이용할 화물, 운송 수단인 선박, 그리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항만이 그것이다.
쇄빙선 등 선박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화물과 항만에 대한 준비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우선 화물로는 북극에 묻혀 있는 LNG 등 에너지와 광물 자원이 고려될 수 있으며, 컨테이너의 경우 특송 화물을 염두에 둘 수 있다.
항만 측면에서 볼 때 부산항은 동북아 주요 항만 중 북극항로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글로벌 2위 환적항이라는 검증된 인프라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산업 기반도 갖추고 있다. 남은 과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 방향을 다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친환경·탈탄소이다. 북극은 지구에서 가장 취약한 해양 생태계를 품고 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는 극지 운항 선박에 엄격한 기준을 부과하는 ‘극지 코드(Polar Code)’를 발효했으며, 2024년 7월부터는 중유(HFO)의 사용과 연료로서의 적재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북극항로를 오가는 모든 선박은 LNG·메탄올·암모니아 같은 친환경 연료를 써야 하고, 기항하는 항만은 그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북극권 연안국의 다자 협의체인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에서도 친환경 이슈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다.
둘째는 안전이다. 기상 예측·해빙 탐지·위성 항법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북극해는 여전히 데이터가 부족하고 환경 변화가 극심하다. 얼음이 사라진 오픈워터가 넓어질수록 거대 파랑과 폭풍 발생 가능성은 오히려 커진다. 해빙·유빙 정보, 극지 기상 예보, 보험 등 운항 전 주기에 걸친 정보가 체계적으로 집적·공유되는 ‘북극 항해 안전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이유이다.
셋째, 북극권 당사국과의 협력이다. 북극권 이해 당사자들과의 신뢰 구축 없이 지속 가능한 북극항로 운용은 불가능하다. 개발과 이용이 원주민의 삶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지역 포용성’을 갖추지 않으면 북극권 국가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2013년 북극이사회의 옵서버 국가로 참여한 이후 북극권 국가들과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
이번에 부산항만공사가 북극경제이사회에 가입하고, 트롬쇠항과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뢰와 협력’ 없이는 지속 가능한 북극항로 논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 북극권 국가와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해상 운송로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기후 대응, 안전 확보, 원주민 포용성까지 아우르는 다자간 협력 플랫폼인 ‘친환경 북극항로(Green Arctic Corridor)’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범 사업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이에 발맞춰 부산항만공사도 스마트 항만과 친환경 벙커링 인프라 구축, 국내외 북극 협력 강화를 담은 ‘부산항 친환경 북극항로 로드맵’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기후 위기가 만들어낸 역설적인 도전 앞에서 바른 방향성과 철저한 준비로 본격적인 북극항로 시대를 열어나간다면 부산이 울산, 경남과 함께 진정한 해양수도권으로 발전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중심에 바로 부산항이 있다.
2026-04-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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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심해저 자원 탐사, 국제 해양법과 함께 가야
지난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서태평양 공해 해역에서 해저 희토류 탐사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원 자립도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러한 탐사 성과는 충분히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성취다. 자원 탐사 기술의 독자적 확보와 해저 지질 정보의 축적은 우리나라 자원 안보 역량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별개로, 심해저 자원 탐사가 이루어지는 국제법적 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바다의 헌법이라 불리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은 제11부에서 심해저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심해저란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저와 하층토를 말한다. 유엔 협약은 이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선언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해양법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인류의 공동 유산인 심해저 자원은 어느 한 국가가 독점적으로 점유하거나 개발할 수 없다. 유엔 협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ISA)의 체계를 통해서만 탐사와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 서태평양 해저 희토류 탐사 성과
국제법 규정 없어 개별 국가 개발 한계
기술·경험 축적하며 규범 제정 준비를
이러한 원칙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탐사를 통하여 심해저에서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원을 우리나라가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유엔 해양법 협약의 심해저 제도 하에서는 자원에 대한 탐사 자체도 개별 국가가 자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해저기구는 심해저 자원 탐사를 위한 규칙을 제정하고 있으며, 자원을 탐사하고자 하는 국가는 이 규칙에 따라 국제해저기구와 탐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현재 탐사 규칙이 제정된 광종은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세 가지에 한정되어 있다. 희토류에 대한 별도의 탐사 규칙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번 심해저 희토류 탐사는 유엔 협약 제3부속서 제2조에 규정하고 있는 심해저 자원의 존재와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개괄 탐사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유엔 협약에 따를 때 개괄 탐사자는 활동 개시 이전에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에게 탐사 시행 예정 지역을 통보해야 하고, 국제해저기구에 의한 개괄 탐사자의 해양 환경 보호에 관한 규칙 준수 등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제법적 관점에서 이번 활동이 심해저 제도와의 정합성에 대한 의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제해저기구는 망간단괴 개발을 위한 개발 규칙 제정 협상을 수년간 진행 중이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의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자원의 심해저 개발이 심해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전주의적 심해저 개발 정지를 요구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광종에 대한 개발을 위한 규범 체계 마련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희토류라는 새로운 광종에 대한 탐사 규칙 제정을 국제해저기구에 요청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법적 환경을 고려할 때, 보다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서 공해 해양 과학 조사는 모든 국가에 보장된 자유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심해저 희토류 부존 지역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심해저 지질 구조와 해저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해양 과학 조사라는 틀 안에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희토류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로 확인된 희토류 부존 정보는 국가 차원에서 비밀리에 전략적으로 관리하여 향후 국제해저기구에서 희토류 탐사 규칙이 제정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탐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이라 생각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축적한 심해저 탐사 기술과 경험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역량이 국제 해양법의 틀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기술적 성과와 법적 정합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국제법에 대한 깊이 있는 사전 검토를 거치고 국제해저기구와 소통을 통해 우리의 활동이 국제 규범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해양 선진국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뛰어난 해양 과학 기술 뒤에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전략적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2026-04-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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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땅만 만든 북항 재개발, 도시를 다시 만들자
부산항은 단순한 항만이 아니다. 부산의 정체성이자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며, 도시의 역사 그 자체다. 그러나 북항 재개발은 2007년 기본계획 수립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완성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북항은 한마디로 ‘땅은 있지만 도시가 없는 상태’다.
문제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지금까지의 북항 재개발은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구역을 나누고 건물을 세우는 ‘부동산 개발 방식’에 가까웠다.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 산업, 문화, 생태 그리고 그 사이의 유기적 관계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그 결과 공간은 만들어졌지만 도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구조다. 북항은 여전히 부산 원도심과 단절된 채 ‘섬처럼 개발’되고 있다. 중구, 동구, 영도구, 서구로 이어지는 부산의 핵심 생활권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사람의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북항은 사람보다 시설 중심으로 접근되어 왔다. 공원과 도로, 기반시설은 갖추어졌지만 그 안을 채울 콘텐츠와 활동은 부족하다. 도시는 건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활동으로 완성된다.
여기에 더해 이원화한 거버넌스 구조는 문제를 심화시켰다. 항만은 해양수산부, 도시구역은 부산시가 담당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공간은 하나지만 정책은 둘로 나뉘어 추진될 수밖에 없다. 계획과 집행, 운영이 분절되면서 일관된 도시 전략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북항 재개발의 지연은 사업성이나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 계획된 구조의 문제였다.
핵심은 분명하다. 북항을 단순한 개발 구역이 아니라 ‘도시를 재생시키는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북항은 해양·문화·산업의 중심 거점이 되고, 원도심은 생활·상업·관광·창작 기반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 두 축이 연결될 때 비로소 도시 전체가 살아난다. 서울 성수동의 변화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성수동은 대규모 철거와 신축이 아니라 기존 도시 구조를 유지한 채 점진적으로 변화했다. 낡은 공장과 창고는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고, 그 안에 창작자와 스타트업이 유입되면서 도시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의 숲을 통한 도시녹지를 확보하고 신규 고가주택단지와의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통한 자연스러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조화를 만들어 내었다. 한 공간 속에 재생과 개발이 공존하면서 도시의 다양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공공은 흐름을 읽고 유지하는 역할에 집중했고, 기업은 정책이 아니라 ‘도시의 매력’을 따라 들어왔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빌바오항의 재개발은 쇠퇴한 항만과 산업을 버리는 대신 도시와 연결하여 문화·디자인 중심 도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디트로이트는 대규모 개발 중심 접근 속에서 도시의 회복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차이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도시는 개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통해 살아난다.
북항 2단계의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원도심과 통합한 광역 도시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북항을 중심으로 중구·동구·영도구·서구·남구를 하나의 도시 생태계로 묶어야 한다. 둘째, 해양 기반 창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양문화와 콘텐츠, 관광, 디자인, 스타트업, 라이프스타일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구조가 필요하다. 북항은 단순한 해양 공간이 아니라 ‘해양 기반 창조 산업 허브’로 전환되어야 한다. 셋째,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공공은 개발의 주체가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조정하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민간은 투자와 콘텐츠, 운영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행정이 아니라 사람과 시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는 형식적인 협력을 넘어 하나의 도시를 함께 운영하는 통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통합 마스터플랜, 공동 의사결정 구조, 역할 재정립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북항은 하나의 도시로 작동할 수 있다. 북항 2단계는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를 결정짓는 도시 실험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사람은 왜 이곳에 머무르는가. 기업은 왜 이곳으로 오는가. 이 도시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을 머물게 하는 힘’에서 나온다. 이제 부산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계속 북항과 원도심의 분절된 개발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원도심과 통합된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전환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북항 재개발은 더 이상 ‘건설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부산 북항 재개발은 원도심 재생과 연결한 도시를 다시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해양수도권의 중심은 부산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중심은 북항 도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2026-04-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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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ABC론' 활용법
지난 2년 부산 시민을 애달프게 했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글로벌도시법)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지방선거 앞두고 이렇게 쉽게 통과시킬 일, 지난 2년을 왜 허송해야 했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 상정된 북극항로특별법, 동남권투자공사법 등의 법안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글로벌도시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북극항로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공약하기 1년 전부터 국회에 발의돼 있었다. 국가 균형 성장의 축을 부산 등 동남권에 조성한다는 취지는 이 대통령의 공약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지역 여야 의원이 함께 발의한 이 법안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근 2년을 보냈다. 그 사이 여야도 바뀌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외면과 방기에 가로막힌 시간이었다. 국가와 공동체 발전을 도모하려는 새로운 법·제도는 오랜 기득권 세력의 저항 앞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평하게 바로잡는 일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것뿐 아니라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까지 포함된다.
여야 시장 후보의 경합이 없었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이 시점, 글로벌도시법 국회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지역 민심을 예측하기 어렵고 정당 간 승부가 엎치락뒤치락하면 유권자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 선의의 경쟁이 반복되면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
이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발의된 ‘북극항로특별법’과 ‘동남권투자공사법’ 국회 통과가 남았고, 해양수산 공공기관과 해운 대기업의 부산 이전을 이뤄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북극항로 공약에 부정적이던 국민의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도 법안을 냈고, 이달 말께 해수부의 ‘북극항로 개방 대비 상업 운항을 위한 경제성 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 심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동남권투자공사법은 속도가 더딘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경기 안양동안갑)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법안은 8월 한 차례 심의 후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겼으나 그 이후 심사가 멈췄고, 지난해 12월 같은 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아직 심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두 법안 모두 공사 자본금을 3조 원으로 상정했다. 공사의 주요 업무 범위로, 김 의원 안은 ‘투자, 신용 공여, 자산 인수 등의 방식으로 동남권 산업 개발·육성, 인프라 확충, 기업 지원 등의 자금 공급 업무’를, 민 의원 안은 ‘금융·투자 지원, 산업 연구·컨설팅, 인프라 개발, 동남권 기업 및 벤처·스타트업 투자·융자’를 공사 주요 업무 범위로 삼아 대동소이하다. 지역 산업 재편과 대전환에 마중물이 필수적이기에 이 법 또한 신속한 심사와 통과가 필요하다.
효능감을 강조하는 정치권 기조에 맞춰 ‘해양수도권 조성’이라는 국정과제가 조속히 달성되도록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AI) 같은 새 기술과 산업은 법이 앞서기 어려워도, 수십 수백 년 굳어진 기득권을 타파하는 일은 법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몇몇 법만으로 만족할 수도 없고, 두터운 관행의 벽과 기득권 고리를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뚫고 끊어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ABC론’으로 보면, 지역(국가) 발전을 추구하는 A,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B, A와 B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C가 있다 치자. A와 B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 정파가 내건 공약이라서 지역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법안도 지연·무산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공천이라는 목숨줄과 복잡한 여의도 문법 앞에 지역 유권자 목소리가 짓눌리기 십상이다.
이럴 때 A형 유권자들이 현명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도시법 통과는 내 덕분이다’, ‘해사중재법원 유치는 내 공이다’ 이런 말에 휩쓸리거나, 아전인수 행태에 넌더리만 낼 일은 아니다. 그들의 지난 행적, 내거는 공약의 중장기적 효과를 꼼꼼히 따져, 조금이라도 A에 가까운 세력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럴 때 B에 쏠린 정치인들도 서서히 C형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다.
부산항 개항 150년, 해수부 출범 30년을 맞는 올해는 해양수도권과 글로벌허브도시 부산의 원년이기도 하다. 활력 넘치는 동남권의 시작은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만드는 정치에서 비롯된다. 법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역 발전의 중요한 틀과 계기인 것은 분명하다. 주권자로서 눈 부릅뜰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호진 해양산업국장 jiny@busan.com
2026-03-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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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연안 여객선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언
어청도, 상왕등도, 횡도, 홍도, 가거도, 여서도, 거문도. 이 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23개 영해 기점 중 하나이자, 여객선을 타고 방문할 수 있는 섬이다. 이 중 3곳은 ‘국가보조항로’로 지정되어 정부 소유 선박이 운항한다. 연안 여객 항로의 유지 및 확대가 섬 주민의 교통권 확보뿐만 아니라 해양 관할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도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하는 사례다.
2025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는 100개 항로, 149척의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으며 약 1260만 명의 섬 주민과 관광객을 수송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항로 수는 변동이 없으나 여객선은 18척이 감소했고, 수송 실적은 20% 가까이 줄었다. 섬 주민 감소, 연륙교 개통, 해외 관광 수요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의 상황은 어떨까? 작년 54개 연안 여객선사의 전체 매출액은 3767억 원 규모로 선사당 약 70억 원 수준이다. 이는 시외버스 업체당 매출액의 4분의 1 수준이고 국내 항공 운송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이다. 특히, 제주도, 울릉도 등 주요 관광 항로를 운항하는 13개 선사의 매출액 비중이 60%에 가까운 점을 감안할 때 나머지 선사는 40억 원 미만으로서 격차가 더 벌어진다.
지속적인 수요의 감소, 선박 건조비 상승 등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연안 여객 운송업계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표본의 한계는 있지만 과반수의 선사가 재무적으로 ‘심각’한 단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안 여객선이 섬 주민의 교통 이동권과 직결되는 준공공재적 서비스임을 감안할 때,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카페리 여객선을 중심으로 현대화 펀드 사업을 시작하였고, 차도선 등 중소형 여객선에 대한 금융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항로 단절 방지를 위한 국가보조항로와 소외 도서 항로 운영 지원 사업 등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연안 여객선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적자 항로에 대한 지원은 결을 같이 하지만, 개별 업체에 대한 직접적 보조보다는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공공 법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40개 전 항로를 교통부 산하 ‘국가도로페리청’에서 운영하고 운임 무료 정책 등 교통 복지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각 나라의 사정과 관련 산업 생태계가 다르기에 무조건 외국 사례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제는 연안 여객 운송업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새로운 방안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이재명 정부는 섬 주민의 교통권 확보와 섬 관광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관광 항로와 나머지 항로를 다른 시장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특히 시장 원리 작동이 어려운 국가보조항로 등의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운영 방식, 즉, 공공 부문의 통합 운영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선박, 즉 여객선을 철로,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보고 공공 부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의 연안 여객 시장 여건상 어느 항로를 막론하고 막대한 신조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공공 부문의 ‘선주사’ 개념과도 닿아 있지만,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것이 해당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의 항로 운영을 보장하는 보완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목적은 선사의 이익 보장이 아니라 도서민의 교통권 보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 발굴이다. 작년 인천광역시에서 시행한 ‘인천 I-바다패스’ 같은 운임 지원 확대는 물론 항로 특성에 맞는 스토리텔링형 관광 자원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공공 부문의 재정 부담은 늘어날 수 있지만 무너져 가는 산업 생태계 유지를 통해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연안 여객선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다수의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지난 19일 관련 상임위 법안 소위에서 처음 심의가 이루어졌지만 아쉽게도 의결은 다음으로 미루어졌다고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보조항로의 운영을 민간 위탁에서 공공 위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조속한 법안 의결을 기대해 본다
오는 4월 16일은 제12회 국민 안전의 날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아픔을 딛고 온 국민이 연안 여객선을 안심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첫 출발이 되는 4월을 기대해 본다.
2026-03-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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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AI는 바다의 비밀을 풀어낼 열쇠다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정치·경제 지형을 흔들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AI 산업 역량이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새로운 지능이 인류에 기여하여 세상을 더욱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AI 시대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AI에 대한 이러한 전망과 기대의 근원은 새로운 창조 행위를 통해 미래의 힘과 부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한계 또는 숙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 인식에 근거를 둔다. 전자는 각국 정부와 선도 기업들에 의해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상품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후자에 주목한다. 지구상에서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일까?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지구 생명의 가장 큰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물 순환의 99%를 책임진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초과 에너지(열) 가운데 약 90% 이상을 흡수하여 더 급격한 온난화를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인류에게 건강한 식량을 공급하고, 대항해시대 이후에는 해상무역을 통해 세계 경제 발전을 주도했다. 해상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바다를 잘 모른다. 해저 지형의 80%는 정밀하게 조사되지 않았고, 해저 상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넓고 깊고 이동이 자유로운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해양 생태계를 이해하고 이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존재하는 해양 데이터는 국가별, 해역별로 상이한 기준으로 조사되거나 부분적이며 전통적 방식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변화가 가속화하는 지금, 해양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거대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바다는 수온과 염분, 해류, 용존 산소, 영양염 등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자연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장 관측은 날씨의 제약을 받고, 위성 관측은 대부분 표면 정보만 제공하며, 부이나 조사선 관측은 빈틈이 많다. 이 ‘관측의 공백과 단절’이 해양 예측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 정보들은 해상 풍력, 해저 케이블, 해양플랜트, 항만 시설 등 전략 인프라의 안전 관리에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기존 예측 모델과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예측이 확대되어 제한된 데이터를 보완하며 재해나 재난 예측과 적조, 저산소 수괴, 갯녹음 등 해로운 자연 현상을 빠르고 정밀하게 예측하게 될 것이다.
수산자원 관리에서도 AI는 미래 어업의 ‘새로운 두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주요 어종의 분포와 산란 시기가 바뀌고, 회유 경로도 예측 불가능할 수준으로 일정하지 않다. 선박 중심의 자원 추적·조사 방식만으로는 광범위하고 급변하는 해양 생태계를 따라잡기 어렵다. AI는 기존 조사에 더해 드론, 위성, 수중 카메라, 음향 센서, 선박 AIS 등을 결합해 어종을 자동 식별하고 자원량을 추정하며, 산란장 변화와 회유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게 될 것이다. 불법 어업 감시도 AI 기반 패턴분석으로 한층 정교해질 것이다.
해저 탐사에서도 AI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것이다. 심해는 인간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미래 에너지·광물 자원, 독특한 생태계, 기후변화 정보를 담은 지질 기록 등이 존재한다. AI와 자율무인잠수정(AUV)의 결합은 이 영역을 빠르게 열어젖히고 있다. AUV는 AI 기반 경로 설정과 자율 운항으로 정교한 해저 탐사가 가능하며, 수집한 고해상도 영상과 음향을 AI가 분석해 해저 지형 변화, 해저 생물상과 같은 해저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줄 것이다.
이처럼 AI는 해양 예측·수산 자원·해저 탐사라는 영역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기술적 가능성에 비해 제도적·행정적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 국가 차원의 해양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AI 기반 관측·예측 연구 투자 확대,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 해양수산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가 발달한 연안 국가인 한국은 이러한 전환을 선도할 충분한 역량과 필요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바다는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자 인류의 식량과 산업, 과학의 미래를 품은 공간이다. 특히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미래의 해양 위기를 예측하기를 바라는 것과 바다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경쟁력 있게 활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단지 욕심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다를 매우 지능적으로 깊이 이해하는 기술이며, 그 중심에는 AI가 있다. 잘 보이지 않는 바닷속의 비밀을 풀어내고 예측하는 AI라는 열쇠에 주목해야 한다.
2026-03-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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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부산은 바다를 보여주고 있는가
얼마 전 호주 시드니에서 새롭게 문을 연 시드니 피시마켓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은 남반구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간 약 300만 명이 찾는 대표적인 해양 관광 공간이다. 동시에 하루 약 50톤에 이르는 수산물이 거래되는 활발한 산업 현장이기도 하다. 기존 건물 옆에 새로 건설된 새 시설은 단순한 시장 교체가 아니라 바다와 도시, 산업과 관광이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해양 공간에 가까웠다. 시장 건물은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고 시민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와 공공 공간이 함께 조성돼 있었다. 수산물 경매와 도매 유통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산업 현장이 관광과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바다에서 시작된 산업이 도시의 일상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이곳을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부산의 어시장을 떠올렸다. 부산에는 자갈치시장과 공동어시장이 있다. 자갈치시장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산물 시장이고 공동어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수산물 경매가 이루어지는 산업 공간이다. 그러나 두 공간은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채 분리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자갈치시장은 관광 중심 시장이고 공동어시장은 철저히 산업 기능 중심의 시설이다. 두 시장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지만 도시 경험 속에서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자갈치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과 어민들이 바닷가에서 생선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시장으로서 해양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자갈치시장은 과거의 풍경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2006년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시장은 훨씬 정돈된 공간이 되었지만 동시에 바다와의 관계는 이전보다 멀어졌다. 원래 자갈치는 배가 들어오고 어민들이 바로 생선을 팔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은 도로와 건물 구조로 인해 바다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형태가 되었다. 관광객이 보는 것은 어업의 현장이 아니라 해산물을 소비하는 공간에 가깝다. 바다가 있는 도시의 시장이지만 정작 바다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본 도쿄의 사례는 또 다른 방식의 해법을 보여준다. 도쿄의 대표적인 어시장이었던 츠키지 시장은 산업 기능을 토요스 시장으로 이전했다. 대신 기존 츠키지 지역은 식문화와 관광 중심의 시장으로 남겼다. 토요스 시장에서는 여전히 참치 경매와 수산물 거래가 이루어지고 관광객은 관람 공간을 통해 이를 직접 볼 수 있다. 산업 기능을 보호하면서도 관광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산업과 관광이 분리되어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도시 경험 속에서 이어지는 방식이다.
부산은 최근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수도로서의 역할에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해양 정책의 중심 도시로서 부산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양도시는 단순히 바다를 곁에 둔 도시를 의미하지 않는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산업과 삶이 도시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도시여야 한다. 시민과 관광객이 바다를 바라보고 그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부산은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공동어시장은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설로 건설될 예정이고 북항 재개발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이 각각의 시설 개선이나 도시 개발에만 머문다면 부산의 해양 공간은 여전히 단절된 채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자갈치와 공동어시장, 그리고 북항을 하나의 해양 도시 축 속에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부산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한 시장의 현대화가 아니라 바다를 보여주는 도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수산물 경매와 유통 같은 실제 어업 활동을 시민과 관광객이 경험할 수 있는 산업 관광 프로그램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갈치와 북항, 공동어시장을 하나의 해양 축으로 연결해 바다를 따라 걸으며 시장과 항만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도시 구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시장을 단순한 유통 공간이 아니라 해양 식문화와 교육, 관광이 함께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산은 이미 훌륭한 바다를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바다를 도시 속에서 드러내는 일이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산업과 삶이 시민과 방문객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고 경험되는 도시, 그것이 진정한 해양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자갈치와 공동어시장, 그리고 북항은 부산의 바다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들이 서로 연결될 때 부산의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부산은 과연 바다를 보여주고 있는가. 해양수도 부산은 결국 바다의 산업과 삶이 함께 드러나는, ‘바다를 보여주는 도시’일 것이다.
2026-03-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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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드디어, 해양수도 부산!
6·25전쟁 당시 부산은 대한민국의 ‘수도’였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입법·사법·행정기관이 부산에 자리했다. 휴전과 함께 찾아온 수도의 지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후 중앙 부처가 부산에 둥지를 튼 적은 없었다. 그런 부산에 2025년 12월, 해양수산부가 이전했다. 73년 만의 중앙 부처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다. 대한민국 해양 행정의 컨트롤타워가 비로소 부산에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해수부 이전 효과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거대하다. 해수부를 찾아온 수많은 국내외 기관과 글로벌기업 관계자들이 내친김에 부산의 해양기업과 기관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기업 홍보와 사업 협력이 일어나는데, 서울이나 세종에 해수부가 있던 때에는 감히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라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해수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의 각종 기관과의 타운홀 미팅이 이어지고, 부울경을 아우르는 산업 전반과 해수부 기능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청사만 나서면 만날 수 있는 해양 현장이 바로 부산이니 민원 해결에 목마른 지역 기업인들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당연지사다. 지난달 25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간담회도 그중 하나다. 해양풍력발전 부품을 생산하는 한 기업인은 간담회에서 대형 구조물 운송 문제를 토로했다. 낮에 도로를 이용할 수 없어서 심야 운송을 하는데 불법 논란으로 늘 조마조마하다고 푸념했다. 게다가 수출하려면 부두가 있어야 하는데 컨테이너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부산항의 시스템 한계를 지적했다. 그 넓은 부산신항 배후 부지에 제조업체가 왜 활성화하지 못하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토로와 고민도 과거에는 지방 정부의 민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해수부 장관이 필요에 따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수 있고 범정부 차원의 논의로 이어갈 수 있으니 부산 기업인의 희망이 커진 것이다.
해수부는 더 이상 여러 부처 중 하나로 머물지 않는다. 부산의 수많은 현장 목소리, 그것이 설령 해양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도 중앙정부 플랫폼으로 의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해수부는 이미 서울과 세종의 타 부처와 다르다. 아니,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지역과 중앙을 잇는,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이른바 ‘부산 On’ 해수부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부각된다. ‘지역이 곧 국가’라는 인식의 중심에 서 있고 다른 중앙 부처를 끊임없이 설득하는 주체로 변하고 있다. ‘부산에 홀로 떨어진’ 부처가 아니라 ‘부산에서 홀로 국가 운명을 짊어진’ 혁신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AI시대다.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모든 국가가 규제보다 설루션, 즉 해결책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해수부가 이런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물놀이가 해양레저의 전부이던 시대에 설정한 규제 틀로는 한국형 크루즈산업, 바지선 레스토랑, ESG와 결합한 해양레저 산업의 성장을 기약할 수 없다. 안전과 환경의 중요성을 ‘모르쇠’ 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전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사후 책임을 더 철저히 묻는 것이 시대에 부합하는 행정 혁신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해양관광을 보아도 바다에서 이뤄지는 관광만이 아니고 해양을 자원으로 삼는 관광산업이라는 관점을 해수부가 주도해야 한다. 소관 업무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부처가 아니라, 모든 지역사회 문제를 해양의 관점에서 수렴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해양공간을 이용하는 주체 간의 갈등이 있을 때 “합의해 오라”는 힐난으로 책임을 방기하는 부처가 아니라 조정 기구를 설치하고 합의를 끌어내는 용기를 해수부가 지니게 되기도 희망한다.
대한민국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통해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지방과 중앙, 부처와 부처의 벽을 허무는 실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 것인가, 아니면 미완의 혁명으로 끝낼 것인가는 부산 시민들의 관심에 달렸다. ‘규제의 도시’에서 ‘해결의 도시’로 다시 태어날 기회를 이번에는 잃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나무를 구해 오라고 하지 말고,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갈망하게 하라”는 문장이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온다. 꿈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배를 지어도 깊은 바다로 항해를 떠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해수부는 지금 배 짓기에 앞서 어디를 어떻게 항해할지 꿈부터 키워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 중 가장 중요한 북극항로 개척의 꿈도,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업도 그런 꿈과 실험 속에서 성취될 수 있다. 대통령도 아마 그런 꿈을 함께 실현할 수 있는 해수부 장관을 찾고 기대하고 있을 것 같다.
2026-03-0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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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해기인력, 국가전략이다
우리가 먹고, 만들고, 수출하며 성장해 온 방식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바다를 통해 연결되는 국가라는 사실이다. 원유·가스·곡물 같은 필수 자원, 반도체·자동차·철강 같은 주력 제품, 그리고 국가 비상 상황에서의 군수·구호 물자 등 이 모든 것이 해상 물류망 위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해운산업은 단순한 ‘운송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떠받치는 기간산업이다.
그런데 이 동맥이 원활히 흐르려면 배만 있어서는 안 된다. 배를 움직일 사람, 즉 해기인력이 있어야 한다. 선박의 안전 운항, 화물의 안정적 수송, 항해·기관·전자·통신·안전관리 등 고도의 전문성이 결합된 해기역량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친환경 연료 전환, 디지털·자율운항, 사이버 보안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해운 현장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해기인력은 이제 ‘부족한 직군’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격차를 만드는 직군’이 되고 있다.
미국은 다시 바다를 국가 전략의 한가운데로 불러왔다. 2026년 2월 발표된 ‘America’s Maritime Action Plan(MAP)’은 단순한 조선·해운 정책이 아니다. 이는 산업정책·안보정책·공급망 전략을 하나로 묶은 ‘해양 국가전략’ 선언에 가깝다. 미국이 문제를 인식한 지점은 명확하다. 연간 상선 건조량은 세계의 1%에도 못 미치고, 대형 조선소는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다. 군수 물자, 에너지, 식량 수송까지 외국 선박과 외국 조선에 의존하는 구조는 단순한 산업 경쟁력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의 취약성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숙련 인력의 고령화와 기술 단절까지 겹치며, 미국은 ‘해양 역량의 구조적 붕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해운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고 있는가. 해기인력 양성을 단기 인력 수급 문제가 아니라 장기 국가 역량 구축 과제로 다루고 있는가. 그리고 그 답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기반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가.
그 기반의 이름이 바로 국립한국해양대학교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는 지난 80년 동안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성장 곡선과 함께 걸어왔다. 전후(戰後) 폐허 속에서 해상 운송의 복원이 곧 국가 재건의 출발점이던 시절부터, 고도성장기 수출입 물동량이 폭증하던 시기, 세계 조선·해운 강국으로 도약하던 과정,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립한국해양대학교는 현장에 투입될 해기사와 해운 전문인력을 꾸준히 길러내며 산업의 ‘사람 기반’을 만든 기관이었다.
해운산업은 ‘설비 산업’이면서 동시에 ‘인력 산업’이다. 선박은 자본으로 살 수 있지만, 해기역량은 시간과 축적이 필요하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는 바로 그 축적의 장이었다. 항해사와 기관사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 해기인력 양성은 물론, 해운, 항만, 물류, 선박금융, 해사법, 조선, 조선기자재, 해양디지털 분야로 교육과 연구의 스펙트럼을 넓혀오며 산업 변화에 대응해 왔다. 산업의 파고가 높아질 때마다 현장은 “사람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사람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숙련과 신뢰가 축적된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국립한국해양대학교는 그 숙련과 신뢰를 제도적으로 길러내는 대표 거점이었다.
오늘날 해운산업은 또 다른 전환점 앞에 서 있다. 국제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연료 전환, 디지털 전환과 자율운항 기술의 도입, 공급망 재편과 경제안보 경쟁, 그리고 해상 사이버 위협의 증대까지 현장은 기존의 ‘항해·기관’ 역량에 더해 데이터·AI·보안·신연료 안전관리까지 요구하고 있다. 즉 해기인력은 줄어드는 직업이 아니라, 더 복합적이고 고도화되는 직업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인력 확대가 아니라 한국형 해양행동계획이다. 해운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해기인력 양성을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꾸는 계획이다. 그 중심에서 국립한국해양대학교는 ‘교육기관’을 넘어 국가 해양인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해기사 교육을 강화하되, 친환경 연료·해양 AI·자율운항·디지털 선박·해상 안전·해양 사이버 보안까지 아우르는 통합 역량 체계를 구축하고, 산업·군·공공부문과 연계한 경력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나아가 실습선과 교육 인프라를 ‘현장 실증 플랫폼’으로 확장해 기술 전환을 교육과 동시에 달성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바다는 국가의 동맥이다. 그리고 해기인력은 그 동맥을 뛰게 하는 심장이다. 대한민국이 해운산업으로 성장해 왔다면, 앞으로도 해양으로 미래를 열어야 한다. 지난 80년 동안 국립한국해양대학교가 해기사 양성과 해운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역사는, 앞으로의 80년을 준비할 가장 확실한 자산이다. 이제 그 자산을 ‘과거의 성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중심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바다는 다시 국가의 일이 되었고, 사람은 그 전략의 출발점이다.
2026-02-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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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위한 선결 과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 지난 1년간 정부와 국회, 전문가, 관련 업계는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한때 대체항로로 여겨지던 북극항로는 이제 독자적인 국제항로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항로는 수에즈운하 경유 노선보다 5000km, 희망봉 우회 노선보다 1만 km 짧아 물류비용과 운항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야말반도와 알래스카산 LNG, 무르만스크 일대 철광석 등 자원의 수입 경로로도 활용될 수 있다. 물론 항행 가능 기간과 선박 규모, 기착항 부족 등으로 컨테이너 화물 운송의 상시화에는 제약이 있지만 중국이 지난해 11월 컨테이너 정기선 프리미엄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만큼, 우리도 이를 계기로 북극항로 진출의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오는 9월 3000TEU급 컨테이너선 시범 운항 계획을 마련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새로운 항로 개척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북극항로는 항해를 책임질 선장과 선주에게 여전히 낯선 바다여서 우려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 정부 주도로 유럽에서 한국까지의 시범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후 여러 선사가 다섯 차례가량 추가 운항을 통해 경험을 축적했다. 일본은 상세한 항해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풍부한 운항 경험을 갖추고 있다. 이제 이러한 선행 사례를 적극 활용해 보다 체계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1급 단장급 조직을 신설하고 민관협의회를 구성했다. 연구기관과 전문가들도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모든 역량을 결집해 시범 운항과 상용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적합한 선박과 선원, 전문 장비의 확보가 필요하다. 이는 안전 운항의 출발점이다. 북극해는 유빙이 남아 있어 일반 선박으로는 안정적인 항해가 어렵고, 얼음을 견디거나 쇄빙 기능을 갖춘 내빙선이 요구된다. 여름철 일부 재래선박 운항 사례가 있으나 이 기간에도 해빙이 남아 있어 법적으로는 내빙선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정부는 관련 법제와 기준을 검토하고 보험업계와 협의해 운항 가능 여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극지 항해 자격을 갖춘 선원 확보와 전문 교육도 필수적이다. 얼음 탐지·회피와 쇄빙을 지원할 수 있는 특수 항해 장비도 갖춰야 한다.
둘째, 이러한 운항 기반 위에서 시범 운항의 방식과 노선을 현실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2013년 사례처럼 유럽에서 극동으로 향하는 동향 항해나, 반대로 극동에서 유럽으로 가는 서향 항해 모두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컨테이너선을 활용한 시범 운항을 계획하는 만큼, 유럽에서 하역을 마친 선박을 이용해 항로검증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북극항로특별법에서 복수 거점항 지정이 논의되고 있어 부산항을 모항으로 여수·포항을 경유하는 노선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실제 운항을 가로막는 최대 변수는 보험과 경제 제재라는 위험 관리 문제다. 러시아 관련 선박이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유럽 보험시장에서 가입이 거절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른바 ‘어둠의 선단’ 역시 안전성 문제로 보험 인수가 쉽지 않다. 항해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북극 해역의 특성까지 더해져 실증선박에 대한 보험자들의 심사는 더욱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위 70도 이상은 추가 보험료가 부과되는 특수해역이어서 시범 운항의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완화하려면 정부가 정책보험 개념을 도입해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특별법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러시아 연안에서 발생하는 도선·에스코트 비용이 제재 대상 기관으로 지급될 경우 미국의 2차 제재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넷째, 시범 운항의 토대는 항해 정보 인프라, 특히 해도의 확보다. 해도에는 위험 해역과 항행 정보가 담겨 있어 안전 항해의 필수 자료지만, 러시아 연안 해도는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워, 전자해도를 포함한 사전 확보가 요구된다. 항해 중 빙해 상황을 상시 파악해야 하나 기존 수동 레이더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빙해 정보 수신 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이러한 실증 과정은 본질적으로 첫 시도의 위험을 수반하고 공익적 연구개발 성격이 강하므로 재정 지원과 세제 감면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북극항해에 적합한 선박 확보 역시 비용 부담이 크고 범용성이 낮아 민간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이에 해양진흥공사가 공공선주사 개념을 도입해 정부가 선박을 보유하고 민간이 임차하는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범 운항 이전에 국회에 발의된 여섯 건의 북극항로특별법이 통합법 형태로 정비돼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2026-02-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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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이제 '오션 마인드'의 시대로
2026년의 시간도 어느새 한 달을 지나왔다. 사람들은 달력을 넘기며 흐르는 시간을 체감하고, 바다 역시 해마다 다른 결을 만들어낸다. 파도는 결코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늘 어제와는 다른 바다를 마주한다. 그리고 지금의 바다는 단순한 자연의 반복을 넘어 ‘부산 시대’라는 이름의 결정적 가능성을 품은 채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행정기관의 지리적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해양 전략 중심이 서울이라는 내륙의 틀에서 벗어나 비로소 바다 현장으로 체질을 바꾸는 역사적·구조적 전환이다. 그동안 책상 위에서 설계되던 해양 정책은 이제 부산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입안될 것이다. 이 변화는 부산이 더 이상 중앙의 지침을 수행하는 항만 도시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 해양 경제의 심장이자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에 가깝다. 변화는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분명하다.
‘북극항로 개척’ 생존과 직결된 현실
부산, 세계 경제 핵심 거점 도약 기회
바다 중심 도시 구축 시드니 ‘참고점’
파도 기다리기보다 서퍼처럼 나아가야
특히 북극항로의 개척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공상이나 외신 속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부산의 생존과 직결된 이미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기후변화로 북극해 항로의 상업적 운항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까지의 항해 거리는 기존 수에즈 운하 노선보다 12~15일가량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변화는 단순한 물류 비용 절감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물류의 기준이 바뀌고 세계 항만 지도의 위계가 다시 재편되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의미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기점과 종점에 위치한 부산항이 이 새로운 ‘지름길’의 관문으로 부상하며, 부산이 세계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결정적 기회를 맞이했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도시가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학부 시절을 보냈던 호주의 시드니는 항만 도시가 어떻게 한 도시의 삶의 방식과 정체성까지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드니는 항구를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항만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항만과 해변, 레저와 문화, 주거와 관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바다를 중심에 둔 도시 구조’를 구축해 왔다. 그곳에서 바다는 산업의 배경이 아니라 도시의 중심이었고 곧 경쟁력이었다. 이 점에서 시드니는 부산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참고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부산은 북극항로의 수동적인 종착지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해양 질서를 주도하는 능동적인 출발지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부산항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환적 항만이지만 우리가 마주할 다음 파도는 단순한 하역과 적치의 범주를 훨씬 넘어선다. 해양 에너지와 해양 레저, 요트·크루즈 산업,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해양 관제,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 나아가 해양 도시만이 구현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바다는 이제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도시의 삶 전체를 혁신하는 핵심 성장 엔진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서핑팀을 이끌며 파도를 마주할 때마다 절감하는 진리가 하나 있다. 최고의 서퍼는 막연히 같은 곳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파도의 결을 읽고 적극적으로 파도를 찾아다니는 사람이다. 도시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파도는 위협적인 파고일 뿐이지만, 깨어 있는 도시에 파도는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부산·울산·경남을 잇는 이른바 ‘동남권 해양 벨트’는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 부산의 항만 서비스가 울산의 조선 산업, 경남의 해양 기자재 산업과 하나의 사슬처럼 맞물릴 때, 우리 해양 경제의 체급은 비로소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 역시 분명하다. 단순히 ‘오션 뷰(Ocean View)’가 좋은 도시가 아니라, 도시 구성원 모두가 ‘오션 마인드(Ocean Mind)’를 공유하는 도시다. 바다를 풍경으로 소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바다를 향해 도전하며 주도적으로 나아가는 해양 주권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오션 마인드란 결국 바다를 두려움이 아닌 기회로, 금기가 아닌 일상의 놀이터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지금 부산 앞바다에는 거대한 기회의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 흐름을 놓친다면 우리는 또 한 세기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도의 결을 읽고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면, 분명 부산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해양 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
바다는 다시 부산을 부른다. 이 파도를 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제 부산은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2026-02-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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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인공지능 대전환으로 새로운 150년 열자
1876년 2월 26일, 근대 무역항으로 첫 문을 연 이래 부산항은 대한민국 경제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왔다. 지난 150년간 부산항은 대한민국 수출입 관문으로서 국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해 왔으며, 개항 150주년을 앞둔 지금 세계 2위의 컨테이너 환적 허브라는 위상을 듬직하게 지키며 앞으로의 150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대변혁기는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이 가져온 산업혁명의 변화를 훨씬 능가하게 될 것이다. 지난 150년이 물동량이라는 ‘양적 성장’을 통해 부산항의 체급을 끌어올렸다면, 앞으로의 150년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에 기반해야 한다. 이 질적 성장이란 곧 고부가가치 성장을 의미하며, 디지털과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지능형 항만으로의 진화를 뜻한다.
1876년 개항 부산항 국가 경제 발전 견인
AX 통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전환 이뤄야
항만물류 전 과정 AI·로봇·자동화 도입
미래형 항만 도약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특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계기로 하여 부산을 중심으로 한 부울경이 해양수도권을 형성하고 부산항이 그 핵심에 있음을 고려할 때 부산항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부산항 AI 대전환(AX)’이 핵심 전략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부산항 AI 대전환의 시작을 언제로 봐야 할까? 필자는 그 시작점을 2024년 4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 7부두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완전 자동화 부두’, ‘부두 내 무인 차량이 다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물론, 개장 초기 몇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이는 미래 지능형 항만으로 거듭나기 위한 학습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습득한 운영 데이터와 노하우는 이제 착공한 부산항 진해신항 자동화 부두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럼, 2030년 완공 예정인 진해신항은 어떤 모습일까? 진해신항에는 국내 최초로 항만 하역 장비의 실시간 제어를 위한 피지컬 AI 기능이 탑재된 ECS(Equipment Control System, 하역 장비 통합 제어 시스템)가 도입될 예정이다.
즉, 기존 컨테이너 부두에서는 터미널 운영 시스템(TOS)이 부두 내 여러 하역과 이송 장비의 개별 작업을 지시하는 수준이었다면, ECS는 부두 내 모든 자동화 장비를 일괄 통제하고, 나아가 작업의 최적 배분까지 수행할 것이다.
AI 대전환을 위한 부산항의 준비는 이미 진행 중이다. 먼저 디지털에 기반한 부산항 항만물류 통합 플랫폼인 ‘체인 포털(Chain-Portal)’을 통해 실시간으로 해상과 육지 간 화물과 선박, 부두의 운영 정보가 항만 이용자들의 물류 최적화를 위해 제공되고 있다.
특히, 부산항을 이용하는 1만 7000여 화물 차량 모두가 이용하는 모바일 앱인 ‘올컨e’(All Con-e)를 통해 매번 부두를 출입할 때 전자인수도증(E-Slip)이 전면 도입되어 사용 중이다. 화물차 기사들이 직접 수령해야 했던 종이 인수도증을 대신하기 때문에 ‘항만형 하이패스’라고도 불린다.
또 부산항에서 제공되는 디지털 기반 기능 중에는 대량의 화물과 다수의 트럭을 최적으로 연계하여 환적 화물 운송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환적운송시스템(TSS)’ 서비스도 있다. 향후 체인 포털에 AI를 접목하여 부산항을 이용하는 선박과 트럭의 정확한 도착 시간을 예측하여 제공하는 기능 등을 갖추어 플랫폼을 점차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항만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는 선박과 하역 현장에서는 AI 도입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선박의 컨테이너를 고정하는 고위험 작업인 라싱(Lashing)과 선박을 부두에 고정하는 줄잡이 분야에 로봇을 투입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러한 피지컬 AI 기술에 더해 부두 내에서 컨테이너를 자율주행으로 운송할 항만 모빌리티의 도입은 그간 고위험 작업 구역으로 여겨지던 항만 현장의 위험도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데 일조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피지컬 AI, 로봇·자동화 기술이 영향을 미치게 될 노동 분야와의 사회적 협의는 노사정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150년, 부산항은 숱한 위기를 기적 같은 회복력으로 이겨내며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허브로 우뚝 섰다. 우리가 마주한 AI 대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앞으로 우리의 선택과 실행이 대한민국 항만의 새로운 150년을 이끄는 엔진이 될 것이다.
이 거대 전환기를 맞이하여 부산항만공사는 ‘선도자(First Mover)’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대변혁기, 명확한 목표 아래 수립된 전략을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실행해야 한다. 부산항의 미래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2026-01-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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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해운물류시장 구조적 위기 앞 부산항
글로벌 해운 시장의 지표들은 2026년이 금융 위기와 팬데믹 충격기를 제외하면 ‘현대 컨테이너 통계에서 가장 부진한 해’가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적인 환적 허브인 부산항은 수요의 구조적 감소와 기록적인 공급과잉이 결합된 ‘구조적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지정학 리스크는 지난해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위기가 심화되어 글로벌 해운물류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영향을 주면서 부산항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첫째, 수요와 공급 불균형의 심화다. 올해 해운시장의 가장 큰 위협은 단순한 수요 정체를 넘어선 ‘둔화’가 기본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지난해 11월 이미 전년 대비 14% 감소하며 약세로 돌아섰고, 올해 초에도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관세 및 보복관세의 영향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발 미국향 물동량은 25% 감소했으며, 이는 아시아 대미 수출 환적의 허브항인 부산항 물동량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운영 선대 대비 30~34%의 선박 주문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저유가 환경 탓에 노후 선박 해체가 지연되면서 공급과잉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결국 이는 운임을 역사적 평균 이하 수준으로 떨어뜨려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다.
둘째, 아시아-북미 항로의 구조 변화다. 부산항의 지리적 입지를 위협하는 항로의 구조적 변화도 예상된다. 맥카운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수입 화물은 비용 구조와 인구 분포를 따라 서안에서 동안 및 걸프 지역 항만으로 2019년 이후 매년 0.4~0.5%P씩 이동하고 있다. 미국 인구의 75%가 미국 동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최근 해외투자가 이 지역으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6년 파나마 운하의 확장으로 아시아-미국 동안 사이 대형 선박의 통항이 가능해진 점도 원인이다. 현재 부산항의 북미 항로는 주로 미국 서안 항만과 연결되어 있다. 게다가 베트남, 대만 등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직기항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부산항을 거치던 환적 물동량이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의 역설이다. 만약 홍해 사태가 정상화되어 수에즈운하 운항이 재개될 경우, 우회 항로에 묶여 있던 약 8%의 유효 선복이 시장으로 복귀하게 된다. 이는 이미 과잉 상태인 글로벌 해운 시장에 추가적인 공급 압박을 가해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운임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글로벌 선사들은 부산항의 하역료에 더 강력한 하향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속에서 부산항이 글로벌 허브 항만 지위를 유지하려면 전략적인 선택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글로벌 성장 시장으로의 항로 다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수요 부진과 미·중 갈등에 따른 물동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물동량이 크게 성장 중인 아프리카와 남미 등 신흥 시장과의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항로 개설을 넘어 현지 물류 거점 확보와 국적 기업 진출 지원 등의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 확충이 필요하다. 둘째는 AI 기반의 공급망 솔루션 제공이다. 항만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데이터와 물류가 흐르는 공급망의 심장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부산항은 회복탄력성 확보를 목표로 AI 기반 물류의 가시성 확보, 데이터 통합, 재고 완충 및 부가가치 창출, 인프라 유연성을 갖춘 복합운송 네트워크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는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다. 거래 선사를 압축하고 체선료 및 장치료 조항을 명확히 하여 실질적인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는 항만 터미널 통합이 필요하다. 부산항 신항의 고질적인 문제인 터미널 분절화와 다수 운영사 존재는 마케팅 능력을 저하시키고 규모의 경제 실현을 가로막는다. 부산항 신항 내 터미널 통합과 터미널 간 환적시스템 구축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마지막은 친환경 인프라 선점이다. IMO 2030-2050 규제 강화에 따라 이중연료 선박 발주가 대세가 된 만큼, 부산항은 친환경 연료 공급망을 확충해 글로벌 선사들이 찾는 ‘그린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026년의 부산항과 연계된 해운물류 시장은 ‘선박 공급은 늘고, 화물 수요는 줄며, 항로는 이탈하는’ 삼중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항이 이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동량 수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네트워크 다변화, AI 기반 공급망 솔루션 확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항만 운영 효율화와 탄소 중립 실현이라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생존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더욱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2026-01-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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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해수부 부산 이전과 해양 정책의 새로운 지평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개최된 제55회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이전을 국토의 균형적 발전과 부산 도약의 중대한 계기로 평가하였다. 대통령은 부산을,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시아의 대표적인 경제·산업·물류 중심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 재정과 행정 등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항만 시설을 확충하고 고부가가치 서비스 제공 및 지역 산업 성장 지원을 통해 부산과 동남권을 북극항로 시대를 이끄는 주역으로 만들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총집중할 것을 선언하였다.
역사는 바다의 중요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임진왜란 시기 이순신 장군의 해전 승리는 일본의 조선 침탈을 좌절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침탈당한 배경에는 청일전쟁(1894-1895)과 러일전쟁(1904-1905)에서 일본이 승리하며 한반도 주변의 제해권을 장악한 사실이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의 제해권 상실은 열강 간 균형을 무너뜨렸고, 결국 일본의 한반도 지배로 이어졌다. 일본의 제해권 장악은 대만과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였다. 만약 일본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제해권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청·러시아·일본 간 삼국의 균형이 쉽게 깨지지 않았을 것이며, 이는 당시 조선에 또 다른 기회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이러한 과거의 역사를 단순히 이야기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 있어 바다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다. 현재에 있어 이러한 중요성은 한반도 삼면에 인접한 근해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부산은 동북아시아 밖으로 진출하기 위하여 적합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에서 부산을 기점으로 북극항로 개척을 국가 중요 정책으로 수립한 데에는 이러한 전략적 이점이 반영되어 있다.
지구에서 바다는 육지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어느 나라의 관할권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와 심해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공해는 전체 해양 면적의 약 64%를 차지한다. 이러한 사실은 해양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우리의 시야를 보다 넓힐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북극항로 개척이라는 해양 정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의 해양 정책 지평을 공해와 심해저로 확장하는 것으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대양에 대한 우리나라의 비전과 정책 수립 고민이 절실하다. 그 넓은 공간과 미지의 자원을 현재의 국제해양법 질서에 맞추어,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이용을 담보하기 위한 해양 환경 보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이며 체계적인 국가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해양 개발과 이용에 치우친 정책이 아니라, 해양 생태계 기반의 해양 환경 보전을 전제로 하는 지속 가능한 이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가의 해양 과학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된 균형 잡힌 보전과 개발 정책이 요구된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이 우리나라 해양 정책의 중요성과 바다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적 시설 확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관련 국가와 갈등, 그리고 갈등으로 인한 분쟁 해결을 위한 외교적·규범적 대응을 포함한 다각적인 차원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북극항로의 경우 북극항로를 둘러싼 러시아의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에 대한 유엔해양법협약상 관할권 행사, 중국의 ‘빙상 실크로드(Polar Silk Road)’ 전략과의 경쟁 등 복잡한 국제법과 외교 및 정치적 변수들이 존재한다.
북극항로 개척을 통한 물류 중심 도시 발전을 위한 항만 시설 확충, 고부가가치 서비스 제공, 지역 산업 성장 지원은 우리나라 해양 정책의 추진·발전·확장을 위한 바탕이다. 이러한 안정적 기반을 토대로 드넓은 대양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해양 환경 보전에 있어 우리나라가 추구하여야 할 목표와 방향성을 포함하여 다각적인 요소를 고려한 국가의 장기적 대양 정책 수립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삼면이 바다라는 점을 강점으로 배웠다. 그러나 바다에 대한 정책이 국가의 중요 정책으로 수립되고 추진된 적이 있었는지 돌이켜 보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해수부의 업무 특성상 해상 교통과 물류, 해양 환경 보호, 수산자원의 개발과 이용, 해양 외교 등 다기능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1차관을 두고 있는 현재 해수부 조직으로는 이러한 역할에 한계를 가질 것이다. 부산 이전을 계기로 다기능적 역할 수행이 가능한 조직으로 확대 개편해야 본격적인 해양수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1-11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