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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심해저 '경배 지역' 새로운 권익과 그 한계
해양에 관한 국제법의 탄생에는 오래된 두 명제의 대립이 있었다. 바다는 누구의 것도 아니어서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명제와 바다도 영토처럼 차지할 수 있다는 명제다. 이 두 명제의 치열한 다툼의 산물로 오늘날 국제법은 바다의 일정 부분은 한 국가가 영토처럼 관할하도록 인정하면서도, 다른 부분은 어느 한 국가의 영유권도 허용하지 않고 모두에게 열어 둔다. 후자가 국가의 관할권 밖에 있는 지역에 해당하는 공해와 심해저다. 그런데 지금, 가장 멀고 깊은 바다에서 새로운 권익과 주체가 떠오르고 있다.
올해 3월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서 심해저 광물 자원 개발 규칙을 제정하기 위한 국제해저기구(ISA) 제31차 이사회가 개최되었다.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산업에 쓰이는 금속 수요가 늘고 심해저 해양환경 보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심해저는 새로운 자원 개발 경쟁의 현장이자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중요 대상으로 떠오른 터다. 이 협상장에서 소수 민족을 대표해 발언권을 얻은 한 옵서버 대표가 조상의 혼을 기리는 전통 민요를 불렀다. 하와이 원주민의 조상이 깃든 심해 평원과 해산이 자신들에게는 신성한 장소, ‘경배 지역(venerated site)’이니 심해저 자원 개발로 그 정신적 연계를 훼손하지 말라는 호소의 서곡이었다.
‘경배 지역’은 새로 만들어진 말이 아니다. 2001년 채택된 유네스코 수중문화유산 보호협약의 부속 규칙은 유해나 ‘경배 지역’에 대한 불필요한 교란을 피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비극적 사건으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수중의 장소나 역사적·종교적으로 신성시되는 장소를 무분별한 발굴과 탐사로부터 보호하려는 취지였다. 다만, 이 협약의 ‘경배 지역’은 난파선과 같은 물리적 대상이나 역사적·종교적 유물이나 유적을 전제한다. 반면, 옵서버가 말하는 ‘경배 지역’은 손에 잡히는 대상이 아니라 정신적 연계를 매개로 한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이러한 주장은 더 큰 국제 규범의 흐름 위에 있다. 바로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권리에 대한 존중이다. 오랜 차별과 소외의 역사를 지닌 이들을 국제 사회가 특별히 보호해 온 것은 정당하며, 이들은 이제 국제법의 당당한 권익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 최근 발효한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 해양생물다양성 협정(BBNJ 협정)도 공해와 심해저에 관한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전통 지식의 존재와 그 존중을 규정한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구별할 필요가 있다. BBNJ 협정이 규정하는 것은 이들이 ‘가지는 지식’이다. 지식은 공동체가 지닌 무형의 자산으로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심해저에서 ‘경배 지역’ 주장은 인류 공동 유산으로 지정된 심해저의 특정 장소에 특별한 보호 이익을 설정하는 행위다. 그들이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지역에 말이다. 지식의 존중과 장소에 대한 권리 주장은 결코 같은 차원의 일이 아니다. 토착민과 지역 공동체의 전통 지식도 존중해 주니 ‘경배 지역’ 주장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논리는 경계되어야 한다.
따져 봐야 할 문제는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경배 지역’에 대한 권리를 부정할 것인지가 아니다. 바다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은 심해저를 인류 공동 유산으로 정한다. 누구도 독점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가보지 않은 미지의 심해저에 조상과의 정신적 연계를 이유로 특정 지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독점적 점유를 부정하는 인류 공동 유산 개념과 조화될 수 있는지. ‘경배 지역’의 존재와 가치는 누가 인정하며 그 범위를 어떻게 정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혹자는 ‘경배 지역’이 취지가 좋으니 받아들이면 되지 않느냐 물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ISA를 통하여 심해저 세 곳에서 자원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해저 개발로부터 보호해야 할 범주가 어떤 형태로 정해지는지는 우리나라 개발 주체의 미래와 직결된다. 핵심은 ‘경배 지역’을 보호할 것인가가 아니라 범위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가다. ‘경배 지역’이 자칫 광범위한 지역의 심해저 채광을 막는 도구로 쓰일 여지는 없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무형의 정신적 연계가 장소에 대한 권리로 인정되기 시작하면, 이 논리는 다른 영역에서 확장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경계(儆戒)는 부정이 아니다. 어떤 권리든 한계가 분명해야 비로소 권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검토 없이 당위로 받아들이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심해저 탐사권을 가진 국가로서 이 논의를 회피하지 않고 ‘경배 지역’ 범위 설정을 위한 균형 잡힌 기준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원주민과 지역 공동체의 권리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2026-06-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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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해양 지식 요람, 세계해양도서관을 상상하며
도시는 건물과 도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물자가 모여야 도시가 움직이고, 그 위에 지식과 문화가 축적되어야 비로소 그 도시는 시대를 이끄는 힘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해양도시로는 지중해를 밝힌 파로스 등대로 유명한 고대 알렉산드리아가 있다.
기원전 331년, 알렉산더 대왕은 이집트 북부 지중해 연안의 라코티스 일대에 새로운 도시 건설을 명령했고 이름을 알렉산드리아로 하였다. 이후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이곳을 수도로 삼고 항만과 행정 시설, 왕궁, 학술 기관을 집적해 고대 세계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로 성장시켰다. 지중해와 나일강을 연결하고, 내륙의 생산과 국제 교역을 결합하며, 정치·경제·학문을 하나의 도시 안에 통합하려 한 매우 혁신적인 도전이었으며 로마제국의 가장 중요한 물자 공급 항구로 발전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는 항구를 통해 드나드는 선박으로부터 문헌, 기술과 사상을 무모하리만큼 적극적으로 흡수했다. 도시 중심에는 무세이온(Mouseion)이라 불린 연구 공동체와 이를 뒷받침하는 도서관이 조성되었다. 오늘날의 대학과 연구소, 지식센터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했던 공간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또한 교역으로 벌어들인 부의 많은 부분을 투자하여 많은 문헌을 수집하고 복제해 도서관에 축적하려 했으며, 수십만 점의 파피루스 문헌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로서는 세계 최대의 지식 허브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문헌의 수집을 넘어 분류와 해석, 번역과 새로운 지식의 생산이 이루어졌다. 칼리마코스가 작성한 ‘피나케스’는 세계 최초의 체계적 도서 목록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또한 에라토스테네스는 이곳에서 연구하며 지구 둘레를 정교하게 계산했고, 유클리드는 기하학의 체계를 정리했다. 알렉산드리아는 물류와 교통의 관문인 항구와 문명과 학문의 관문인 도서관이 결합하면서 고대 세계 최고의 해양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파로스 등대가 물류의 길을 밝혔다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지혜의 길을 밝힌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그 후에 번영한 해양도시들에서도 표준 모델이 되었다. 베네치아는 교역과 금융, 예술을 결합했고, 암스테르담은 항만과 자본, 기술을 연결했으며, 런던은 해운과 보험, 대학을 중심으로 하였다. 오늘날 싱가포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역량 위에 금융과 데이터, 교육과 기술을 더하고 있다. 사람이 모이고, 물자가 흐르고, 자본이 축적되고 지식에 재투자해 온 해양도시가 늘 시대를 이끌어 왔던 것이다.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부산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고 본다. 1970년대 이후 원양산업이 한국경제의 기틀을 열었던 수산의 시간, 1980년대 이후 수출산업의 기적을 실현했던 항만의 시간, 1990년대 이후 해양수산부 출범으로 이어진 통합 행정의 시간, 그리고 21세기 북극항로 시대가 열어갈 새로운 해양경제의 시간이 부산이라는 공간에서 만나고 있다. 이에 더해 해양수산 관련 유수한 대학과 연구기관, 공공기관 그리고 기업이 모여 있거나 모이고 있고 더 모이게 될 것이다. 해양 지식 도시라는 새로운 비전을 통해 해양수산업과 물류, 금융, 교육, 연구, 문화와 이를 통섭하고 연결하고 혁신하는 지식 생태계가 함께 성장한다면 해양수도의 길은 더욱 빨라지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부산이 가진 해양수산 지식기반을 통합하고 지식 문화를 이끌 수 있는 상징적인 인프라로 ‘세계해양도서관’ 구상을 제안한다. 세계적으로 아직 다양한 해양 지식이 하나로 통합되어 집적된 도서관은 없다. ‘세계해양도서관’은 전 세계 해양·수산·항만·물류·기후·해양과학 자료와 정책, 역사와 데이터가 모이고 연결되는 플랫폼이고, 연구자와 학생, 산업계와 시민, 청년과 세계의 석학이 함께 모여 새로운 해양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문화로 발전시키는 네트워크이자 공간이 될 것이다.
2026년은 부산의 해양사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부산항 근대 개항 150주년, 해양수산부 출범 30주년, 부산항 신항 개항 20주년, 그리고 해양수산 통합 행정의 부산 시대가 시작되는 대전환의 시간이다. 부산 앞바다가 보이는 ‘세계해양도서관’에서 부산을 비롯한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해양 비즈니스의 꿈을 키우고, 세계의 해양 관련 연구자들이 지속 가능한 바다를 논의하며, 그것이 새로운 해양 문명으로 이곳 부산에서 태어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지중해의 알렉산드리아로부터 시작된 중심 해양도시의 역사가 알려주는 것은 세계를 연결하는 무역 경제와 새로운 지식과 혁신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의 결과이다. 그것은 아마 다음 세기의 바다를 선도하고자 하는 도시 역시 가야 할 길일 것이다.
2026-06-0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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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탈탄소화, 불확실성과 해운산업의 기회
해운산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산업 중 하나이다. 세계 무역 물동량의 80% 이상이 바닷길을 통해 운송되며, 우리나라는 의존도가 더욱 높아 수출입 물동량의 99.7%를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해운산업이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른바 ‘2D 이슈’로 불리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와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그것이다.
지난달,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두 가지 이슈에 관한 중요한 회의가 잇달아 열렸다. ‘자율운항선박 비강제 국제 기준’이 채택된 반면, ‘선박 온실가스 감축 중기 조치’는 제84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도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작년 4월,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 규제 틀을 마련했으나, 같은 해 10월 최종 채택이 1년 연기된 바 있다. 미국과 산유국의 반대, 선진국과 개도국 간 비용 분담 갈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연말 재논의가 예정되어 있지만, 합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제 해운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8년 대비 13% 줄었지만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고, 2025년 기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를 차지하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국제적 합의가 지연되면서 선사들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 합의가 늦어지는 사이 각국과 지역이 저마다의 탄소 규제를 먼저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유럽 항만을 드나드는 선박에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EU ETS’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2024년부터 적용하고 있고, 선박 연료의 탄소 함량을 직접 규제하는 ‘FuelEU Maritime’을 2025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2028년부터 국제 해운 선박에 대해 자체적인 해운 탄소 과금 제도를 도입하며,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도 독자적인 탄소 부과금을 시행하고 있다.
선박은 전 세계 바다를 누벼야 하는데, 최악의 경우 기항하는 항구마다 다른 규제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마다 기준이 달라질수록 선사들은 항로별로 다른 규제를 파악하고 준수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무엇보다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워진다. 국제 단일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혼선은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 해운산업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유럽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는 탄소 비용이 해마다 늘어나고, 연료 조달 방식과 계약 구조까지 전반적인 재편이 요구되고 있다. 탄소 규제는 더 이상 환경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전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가 됐다.
시장의 움직임도 이를 반영한다. 클락슨리서치의 올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LNG 운반선을 제외한 전체 신조 선박 발주 중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의 비중은 약 20%로, 2024~2025년 평균 37%에서 크게 줄었다. 규제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사들이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환의 방향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대체 연료 사용을 염두에 둔 ‘레디(Ready)’선 발주는 2021년부터 꾸준히 증가하여 2023년 이후 전체 발주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연료 효율을 높이는 각종 기술의 탑재 비율도 전체 선대의 47%에 달하며, 배출 가스를 선박에서 직접 포집하는 탄소포집장치(CCS) 설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앞으로 24년간 약 4조 5000억 달러의 신조·설비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각국이 제각각 규제를 만들어가는 환경일수록, 선박·연료·항만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적 대응 체계가 현실적인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선사의 입장에서 이러한 국제 환경은 매우 가혹한 상황이며 개별 선사가 통제할 수도 없다. 필자가 접한 선사들의 입장도 다양하다. 중기 조치의 채택 불발로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기대하는 선사도 있는 반면, 국가 또는 지역 단위 규제가 시행되는 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는 이중 규제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해운 탈탄소화는 ‘올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어떤 방식으로’ 올 것인가의 문제다. 선박은 최소 20년 이상을 운용해야 하는 장기 자산이다. 오늘 발주하는 선박이 2050년까지 운항한다는 뜻이고, 지금의 연료 선택이 곧 미래의 규제 리스크를 결정짓는다.
올해 들어서, 정부는 ‘녹색 전환’(K-GX)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재편과 녹색전환이 필수적이다.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은 분명 부담이지만, 준비된 쪽에는 새로운 시장 질서를 선점할 기회이기도 하다. 기회를 선점할지는 선사의 몫이지만, 선사의 리스크를 줄이고 해운산업 재편을 위한 틀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2026-05-3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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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부산의 다음 바다는 '블루 제너레이션'
최근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부산시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역대 최단 기간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K팝과 K콘텐츠가 촉발한 세계적 관심은 이제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다. 바다와 도심이 맞닿아 있고, 항만과 해변, 산복도로와 야경이 하나의 풍경 안에 공존한다. 밤이 되면 광안대교의 불빛과 해운대의 마천루, 광안리 앞바다의 요트와 드론쇼는 부산만의 독특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과는 다른 개방감과 해양도시만의 분위기를 경험하기 위해 부산을 찾는다.
부산시 역시 오래전부터 해양관광도시를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중심으로 한 마리나 인프라 조성과 국제보트쇼, 북항 재개발과 워터프런트 사업, 해양레포츠 육성사업 등 부산은 지속적으로 바다를 도시 성장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려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은 일정 부분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해양레저 체험 관광객의 80% 이상이 1박 이상 체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서핑과 SUP, 요트 세일링과 같은 체험형 콘텐츠일수록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관광의 흐름 역시 얼마나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고 깊은 경험을 제공하느냐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 부산의 해양관광은 여전히 ‘관람형 소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광안리와 해운대의 야경을 감상하고, 전통시장과 카페를 찾으며, 스카이캡슐을 타고 해안 풍경을 즐긴다. 그러나 요트나 서핑 같은 본격적인 해양 레저 콘텐츠를 실제 경험하는 비율은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단순히 콘텐츠 숫자가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부산의 해양관광이 여전히 시설과 하드웨어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마리나와 워터프런트 개발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민과 관광객이 일상적으로 접근하고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생활형 해양문화 구조’는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부산의 대표적인 해양 거점들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현재 글로벌 해양관광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재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운촌항 역시 부산 해양관광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공간이다. 뛰어난 바다 경관과 해운대·청사포를 연결하는 입지를 갖고 있지만, 과거 추진됐던 마리나 사업이 충분한 동력을 얻지 못하면서 현재는 제한적인 계류 기능 중심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 당면한 거점들의 노후 인프라와 부족한 하드웨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한편, 그 공간을 시민과 관광객의 구체적인 경험, 그리고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세계적인 해양도시들이 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요코하마는 산업과 무역 중심의 항만도시에서 시민과 관광객이 바다를 직접 경험하는 워터프런트 도시로 변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요코하마 베이사이드 마리나는 약 1500척 규모의 일본 최대급 마리나로 운영되고 있으며, 요트 체험과 크루즈, 수변 레스토랑과 쇼핑, 야간 콘텐츠가 하나의 도시 경험처럼 연결돼 있다. 실제로 요코하마는 연간 4600만 명 이상이 찾는 일본 대표 관광도시로 성장했고, 관광객들은 실제 바다 위에서 시간을 보내며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한다.
반면 지금 부산의 바다는 아직 ‘사용하는 바다’보다는 ‘바라보는 바다’에 가깝다. 부산은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그 바다를 시민과 관광객의 실제 경험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아직 더 많은 상상력과 촘촘한 연결 구조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부산에는 ‘블루 제너레이션’이라는 새로운 도시 감각이 필요하다. 블루 제너레이션은 단순히 해양산업 종사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바다를 풍경이나 관광 자원이 아니라 삶과 문화, 경험과 산업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플랫폼으로 받아들이는 미래 세대를 뜻한다. 결국 앞으로의 해양도시 경쟁력은 얼마나 거대한 항만을 가졌느냐보다, 얼마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람과 바다의 관계를 연결하고 그 경험을 다음 세대의 삶 속에 녹여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부산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대표적인 항만도시다. 이제는 그 바다 위에서 사람들이 머물고 경험하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부산의 미래는 더 이상 바다를 얼마나 잘 보여주느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제는 그 바다 위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한 시간이다.
2026-05-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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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부산항, 이제는 크루즈를 꿈꿔야 한다
6·3 지방선거는 지역 권력 재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6개 시도지사와 교육감, 수많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새로 뽑는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성을 가늠하는 정치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특히 부산은 그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정치 지형 위에 서 있다. 중앙 정치와 지역 정치의 균열, 여야의 역학 관계, 그리고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과제가 부산이라는 도시 위에서 교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분명한 사실 하나는 부산의 미래가 바다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예외 없이 해양산업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물론 세부적인 비전과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도시의 품격을 결정할 것이다.
부산은 오래전부터 해양수도를 자처했다. 그러나 정작 해양수도란 무엇일까를 자문하는 노력은 등한시한 것 같다. 해양수도란 항만 물동량이 많거나 조선소가 밀집한 도시를 뜻하는 게 아니다. 세계적인 해양도시는 산업과 물류를 넘어 사람과 문화, 관광과 소비가 바다를 통해 흐르는 도시다. 그 변화의 중심에 크루즈산업이 있다. 미국 마이애미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싱가포르와 홍콩은 크루즈를 단순한 관광상품으로 보지 않는다. 도시의 관문이자 국가 브랜드 전략으로 활용한다. 크루즈선이 얼마나 입항하는지, 얼마나 많은 승객이 머물며 소비하는지가 도시 경쟁력을 대변하는 시대다. 부산 역시 산업항 시대를 지나 ‘미항(美港)’으로 진화해야 한다. 지금의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은 그런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국제여객과 크루즈 승객이 오가지만, 정작 승객들이 머물고 소비하며 부산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부족하다. 세계적인 크루즈터미널의 경쟁력은 외관과 함께 규모, 입출국 수속 속도가 중요하다. 입국에 두 시간, 출국에 한 시간이 걸리는 항만은 글로벌 크루즈 시장에서 선택받기 어렵다. 관광객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그렇지 않아도 제2크루즈터미널 논의가 조심스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임시방편으로 급하게 대응하려는 생각은 부산의 미래를 오히려 망칠 수 있다. 그럴듯한 건물을 하나 더 짓는 데 그치지 말고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든다는 사명감을 부산시장 후보들이 가지면 좋겠다. 최소 3~4개의 갱웨이를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입국과 동시에 관광과 쇼핑, 문화가 연결되는 동선 설계, 터미널 자체가 소비와 체험이 살아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항의 랜드마크 부지를 크루즈터미널로 활용하는 큰 그림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북항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랜드마크 부지 활용안은 여전히 겉돌고 있다. 이 공간을 부산 크루즈 시대를 여는 핵심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부산과 북항의 도시 브랜드를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부산역과 북항, 국제여객터미널, 그리고 미래의 제2터미널을 하나의 거대한 해양문화축으로 연결하는 상상도 가능하다. 공중보행로와 복합상업시설, 야간관광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원도심 전체를 살리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원도심은 자체 수요 창출이 어려운 구조다.
최근 국제정세 변화로 중국발 크루즈선이 부산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외교 환경이 바뀌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의 매력을 세계에 각인시킬 골든타임이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도 든다. 마침 부산 크루즈업계 종사자들이 힘을 모아 부산크루즈산업협회를 출범시켰다. 선사와 여행사, 대리점 등이 참여했고 크루즈산업 발전을 위한 데이터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접안과 동시에 관광이 시작되는 시스템, 세계적인 크루즈항의 기본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크루즈는 결코 행정 논리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다. 민간의 상상력과 시민의 공감, 그리고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민 공감이다. 시민이 어떤 상상을 하느냐에 따라 크루즈산업도 도시의 미래도 달라진다.
북극시대는 그런 공감 속에서 상상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다. 부산~북극~유럽으로 이어지는 북극 컨테이너 항로 개발은 물론이고, 부산을 모항으로 일본 와카나이(홋카이도 최북단)~사할린 섬~북극으로 연결하는 크루즈 루트 개발을 선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유럽에 가지 않아도, 미국의 알래스카 크루즈가 아니라 부산에서 빙하와 오로라를 경험하는 북극 크루즈 투어를 상상해야 할 것이다. 부산은 잠재력이 큰 도시다. 이번 부산시장 선거는 단순한 정치적 승패를 넘어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를 진지하게 설계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부산항은 ‘세계적인 미항’을 꿈꾸고 만들어 가야 한다.
2026-05-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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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부산, 바다 위에 미래를 짓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이지만, 그 잠재력을 온전히 산업과 미래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세계는 이미 해양을 단순한 물류의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와 에너지,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에 부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삼혁신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오션밸리(Ocean Valley)’ 구상은 부산을 세계적 해양 디지털 허브로 도약시키는 국가 전략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부산은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부산항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국립한국해양대학교를 비롯한 해양 특화 교육·연구기관과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들이 집적된 동삼혁신클러스터는 다른 어떤 도시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반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자산들을 단순한 ‘집적’이 아니라 ‘융합’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오션밸리 전략의 핵심은 명확하다. 첫째, 부산항을 중심으로 해운·항만·물류 데이터를 통합하는 ‘해양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선박 운항 정보, 화물 흐름, 항만 운영 데이터는 이미 방대한 규모로 축적되고 있지만, 이를 통합·분석하여 산업적 가치로 전환하는 체계는 아직 미흡하다. 만약 부산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분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단순한 항만을 넘어 ‘세계 해양 데이터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둘째, 동삼혁신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해양 산업과 기술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조선·해양기자재·해양에너지 기업들이 연구개발(R&D) 기능과 함께 집적되고, 여기에 데이터와 AI가 결합될 때 비로소 새로운 산업이 탄생한다. 이는 기존 제조 중심 산업 구조를 ‘디지털 기반 해양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셋째, 해양 특화 창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의 창업 정책은 대부분 IT나 플랫폼 중심으로 설계되어 왔지만, 해양 분야는 여전히 미개척 영역이다. 동삼혁신클러스터를 ‘해양 스타트업 밸리’로 육성하고, 공공기관과 항만을 실증 테스트베드로 제공한다면 부산은 해양 분야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대학과 연구기관이 창업의 중심에 서는 구조를 만든다면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다.
넷째, 오션밸리는 해양관광·레저 산업 육성과 연계되어야 한다. 앞으로의 해양산업은 물류와 제조만으로 성장할 수 없다. 해양관광, 크루즈, 마리나, 요트, 해양스포츠, 해양문화 콘텐츠 산업까지 함께 성장해야 진정한 글로벌 해양도시가 완성된다. 부산은 광안리·해운대·영도·북항·오륙도·가덕도 등 세계적 수준의 해양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산업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오션밸리 전략은 동삼혁신클러스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향후 북항과 신항까지 연결하는 ‘부산 해양 디지털 트라이앵글 전략’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동삼혁신클러스터가 해양 데이터·연구·창업의 중심이라면, 북항은 국제 비즈니스와 교육·연구·국제협력의 중심지로, 신항은 스마트 물류와 AI 기반 자동화 항만의 실증 현장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특히 북항 재개발지역은 부산 오션밸리 전략의 핵심 확장축이 되어야 한다. 북항에는 대학 캠퍼스와 해양 연구기능을 집적하여 ‘도심형 글로벌 해양캠퍼스’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립한국해양대학교의 교육·연구 기능과 국제협력 기능을 북항으로 확장한다면, 학생·연구자·기업·국제기구가 함께 연결되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캠퍼스 이전이 아니라 산업과 교육, 연구와 창업이 융합되는 미래형 해양지식도시 모델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동삼혁신클러스터-북항-신항을 하나의 거대한 해양 디지털 산업벨트로 연결하는 것이 오션밸리 전략의 완성형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니라 부산 전역을 하나의 초대형 해양 혁신 플랫폼으로 재편하는 국가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지금 세계는 ‘누가 데이터를 지배하느냐’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바다는 더 이상 물류의 통로가 아니라 데이터가 흐르는 거대한 산업 플랫폼이다. 부산이 이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추어져 있다. 남은 것은 선택과 실행이다. 동삼혁신클러스터에서 시작되는 오션밸리는 단순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을 넘어 ‘해양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다. 그리고 그 비전은 동삼동을 넘어 북항과 신항까지 확장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부산이 바다 위에 미래를 짓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해답은 지금 우리의 전략과 실행에 달려 있다.
2026-05-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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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지켜야 할 항해의 자유
바다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사실 우리 삶 가까이에 늘 존재한다. 육지에서 살아가는 우리 일상 곳곳에 바다가 스며 있다. 우리가 먹는 생선은 물론 조리에 사용하는 LNG와 LPG도 바다를 통해 수입된다. 식용유의 원료가 되는 곡물, 자동차 연료인 원유, 플라스틱의 원료, 요소수, 도로 포장에 쓰이는 아스팔트까지 대부분 바닷길을 통해 들어온다.
우리의 대표 산업인 조선업 역시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선박은 바다에서 건조되고 진수된 뒤, 다시 바다를 항해한다. 탈탄소 시대의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또한 바다를 통해 수입될 가능성이 크다. 암모니아는 공기 중 질소와 수소를 결합해 생산할 수 있으며, 수소는 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활용해 바닷물을 수전해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수전해 방식 역시 바다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우리는 바다를 자유롭고 당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러한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바로 항해의 자유다.
항해의 자유는 국제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바다에서 형성해 온 핵심 원칙이다. 17세기 네덜란드 법학자 후고 그로티우스는 저서 〈자유해양론(Mare Liberum)〉에서 바다는 특정 국가의 소유가 될 수 없으며 모든 인류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상에서 비롯된 항해의 자유는 인류가 지켜야 할 바다의 핵심 가치이자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관습법으로 발전해 온 이 원칙은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을 통해 국제법적 원칙으로 확립됐다.
바다는 공해, 배타적 경제수역, 영해 그리고 내해로 구분된다. 공해에서 항해 자유는 절대적이다. 공해는 연안국이나 내륙국에 관계없이 모든 국가에 개방되고, 공해의 자유에는 항해의 자유가 포함된다고 유엔해양법은 명시하고 있다.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공해에서 임의로 선박을 정지시키거나 통항을 제한할 수 없다. 공해에서 항해 자유는 국제 해양 질서의 안정을 지탱하는 기둥이 된다.
1982년 유엔해양법은 새롭게 설정된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도 선박의 항해 자유가 공해와 마찬가지로 보장된다는 점을 명시해 그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했다. 이에 선박은 연안국의 기선으로부터 200해리 범위에 들어오더라도 12해리 영해에 이르기 전까지는 온전한 항해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기선에서 12해리까지의 영해는 연안국 영토로 인정되기에 연안국은 자국의 안전과 질서 유지를 위해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항해의 자유 원칙은 여전히 작용해 외국 선박은 영해를 통과할 때 ‘무해통항권’을 보장받는다. 즉 외국 선박이 연안국이 정한 무해통항의 조건을 준수하는 한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다만 내해와 항구로의 진입은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연안국이 가지는 이러한 제한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며 항해의 자유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제항행해협에서는 항해의 자유가 더욱 강하게 보호된다. 두 개의 공해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을 연결하는 국제항행해협은 전 세계 해상교통의 핵심 통로이다. 이곳이 막히면 에너지 공급과 물류 흐름이 단절되고, 세계 경제 전체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유엔해양법협약은 해협에서의 선박 통과통항권을 인정하고 있다. 선박은 신속하고 계속적으로 해협을 통과할 권리를 가지며, 연안국은 이를 방해할 수 없다. 다만 연안국은 안전한 항행을 위해 항로 지정 등 관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항해의 자유가 현실적인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특정 국가가 군사적·정치적 이유로 해협을 봉쇄하거나 통항료를 부과하려는 시도는 항해 자유라는 국제해양법 원칙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특히 중동 지역 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요 해협의 안전성이 흔들리고 있으며, 이는 곧바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물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항행해협에서의 통항을 방해하는 부과금의 부과는 금지돼 있다. 무해통항권을 가지는 선박에 대해 영해를 통과한다는 이유로 부과금을 징수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항해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에너지와 원자재를 바다를 통해 들여오고, 수출품을 바닷길로 내보내는 해양국가이자 무역국가이다. 항해의 자유가 지켜질 때 우리 경제는 안정되고, 국가의 번영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항해의 자유는 단순한 법 원칙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식탁, 산업, 에너지, 안보, 그리고 미래 세대를 지키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된 국가적 가치이다. 해양국가인 우리는 항해의 자유를 지키는 데 있어 관찰자가 아니라 당사자이며, 이를 수호하는 것은 곧 우리의 국익을 지키는 일이다.
2026-05-0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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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바다 '역동적인 경험'의 장으로
4월의 바다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린다. 차가운 바람이 잦아들고 햇살이 길어지면, 부산의 해변은 다시 사람들을 맞을 준비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해양 레저 시즌을 앞둔 지금, 바다는 시민 곁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바다는 가까이 있는 풍경일 뿐, 기꺼이 들어가 일상을 나누는 ‘삶의 공간’으로는 낯설고 멀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에게 “물 조심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바다는 경외의 대상인 동시에 사고가 잦은 위험한 곳, 함부로 다가가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교육받았다. 이러한 ‘물에 대한 공포’는 무의식 속에 바다와의 거리감을 만들었고, 이는 고스란히 부산 해양 문화의 수동성으로 이어졌다. 바다를 ‘도전과 놀이의 대상’이 아닌 ‘조심하고 피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한, 부산이 진정한 해양 도시로 도약하기는 어렵다.
물에 대한 공포 거리감·수동성 만들어
부산 해양 도시 표방하지만 규제 중심
바다 활용에 대한 정책적 상상력 부족
풍경 아닌 삶의 공간돼야 경쟁력 있어
부산은 스스로를 해양 레저 도시라 부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현실은 다소 다르다. 우리는 바다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해양 도시라고 착각해 왔다. 천혜의 자원이라는 이름 아래, 파라솔 개수나 세는 수준의 관리에 머물며 바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상상력은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 이러한 자원 의존적 관성은 행정 편의주의와 결합해, 바다 곳곳에 ‘제약’이라는 빗장을 거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해양 레저 공간을 둘러싼 반복적인 갈등이다. 파도가 좋은 성수기가 되면, 바다를 적극 활용하려는 이들과 안전과 질서를 우려하는 지역 구성원 사이의 긴장이 되풀이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갈등 그 자체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을 창의적으로 재배치하거나 시기별·구역별 상생 모델을 제시하지 못한 채 ‘구역 나누기’라는 소극적 관리에 머물러 온 행정의 한계가 더 크다. 이 사례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부산 전반의 해양 공간 관리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정책의 부재는 지역 사회의 피로감을 키웠고, 정작 부산의 청년 해양 레저 인구는 더 자유롭게 바다를 누릴 수 있는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바다를 보러 오라”고 외치면서도, 바다와 가장 깊이 교감하려는 이들에게는 각종 제약을 가하고, 지역민들에게는 갈등의 부담을 떠안기는 모순된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비단 해양 레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부산의 수많은 아름다운 해안선은 여전히 ‘입수 금지’ 표지판에 가로막혀 있으며, 개인이 카약이나 소형 보트를 띄울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지점에서 해외 해양 도시들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자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호주의 시드니, 그리고 업무로 자주 찾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해안 도시들은 바다가 어떻게 도시의 ‘생활권’이 될 수 있는지를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이들 도시는 항만과 해변, 마리나와 해양 레저 산업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일상적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 바다는 통제해야 할 위험 요소가 아니라 안전한 시스템 안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삶의 공간으로 관리된다. 핵심은 바다를 막는 규제가 아니라 이용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와 인프라다.
이제 부산에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 조심하라”며 아이들의 손을 붙잡던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바다를 어떻게 안전하고 즐겁게 누릴 것인가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바다는 더 이상 전망권(Ocean View)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 누구나 일상적으로 바다와 접촉할 수 있는 경험권(Ocean Life)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바다라는 공공재를 더 안전하고 품격 있게 누리기 위해, 행정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제안이다.
흔히 부산을 두고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인구의 고령화 때문이 아니라, 바다를 정지된 풍경으로만 묶어두려는 우리의 낡은 인식과 규제가 만든 합작품일지도 모른다. 바다를 두려워하고 가두는 도시는 미래를 갖기 어렵다. 해양 도시의 경쟁력은 바다를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가 아니라, 시민이 바다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4월의 파도는 이미 우리를 부르고 있다. 금기를 넘어 모든 시민이 바다의 역동적인 주인이 될 때, 부산의 진짜 성장은 해변 밖이 아니라 바로 그 파도 위에서 시작될 것이다.
2026-04-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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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신뢰와 협력으로 북극항로 시대를 열자
올해 3월, 필자는 북위 69도에 자리한 노르웨이 트롬쇠를 찾았다. 북극의 관문으로 불리는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북극항로 시대’의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트롬쇠항과 협력 MOU를 체결하고, 북극경제이사회(AEC)의 공식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아시아 항만에서는 최초 가입으로 북극항로 준비에 부산항만공사가 실질적인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기후 위기가 북극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극지연구소(KOPRI)에 따르면 북극 얼음은 두터운 다년생 얼음이 줄고, 넓고 얇은 단년생 얼음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모든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 여름철 ‘얼음이 없는 북극해’의 출현은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위성 관측이 시작된 1979년 이래 여름철 얼음 면적은 10년마다 12.1%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남한 면적의 75%에 달하는 얼음이 매년 사라지는 속도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 해상 교역로의 재편을 예고한다. 최근 중동전쟁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북극항로는 단순히 얼음이 빨리 녹는다고 해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운용하려면 기본적으로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이용할 화물, 운송 수단인 선박, 그리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항만이 그것이다.
쇄빙선 등 선박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화물과 항만에 대한 준비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우선 화물로는 북극에 묻혀 있는 LNG 등 에너지와 광물 자원이 고려될 수 있으며, 컨테이너의 경우 특송 화물을 염두에 둘 수 있다.
항만 측면에서 볼 때 부산항은 동북아 주요 항만 중 북극항로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글로벌 2위 환적항이라는 검증된 인프라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산업 기반도 갖추고 있다. 남은 과제는 올바른 방향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 방향을 다음 세 가지로 본다.
첫째, 친환경·탈탄소이다. 북극은 지구에서 가장 취약한 해양 생태계를 품고 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는 극지 운항 선박에 엄격한 기준을 부과하는 ‘극지 코드(Polar Code)’를 발효했으며, 2024년 7월부터는 중유(HFO)의 사용과 연료로서의 적재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북극항로를 오가는 모든 선박은 LNG·메탄올·암모니아 같은 친환경 연료를 써야 하고, 기항하는 항만은 그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북극권 연안국의 다자 협의체인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에서도 친환경 이슈를 우선적으로 다루고 있다.
둘째는 안전이다. 기상 예측·해빙 탐지·위성 항법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북극해는 여전히 데이터가 부족하고 환경 변화가 극심하다. 얼음이 사라진 오픈워터가 넓어질수록 거대 파랑과 폭풍 발생 가능성은 오히려 커진다. 해빙·유빙 정보, 극지 기상 예보, 보험 등 운항 전 주기에 걸친 정보가 체계적으로 집적·공유되는 ‘북극 항해 안전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이유이다.
셋째, 북극권 당사국과의 협력이다. 북극권 이해 당사자들과의 신뢰 구축 없이 지속 가능한 북극항로 운용은 불가능하다. 개발과 이용이 원주민의 삶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지역 포용성’을 갖추지 않으면 북극권 국가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2013년 북극이사회의 옵서버 국가로 참여한 이후 북극권 국가들과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
이번에 부산항만공사가 북극경제이사회에 가입하고, 트롬쇠항과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뢰와 협력’ 없이는 지속 가능한 북극항로 논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때다. 북극권 국가와의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해상 운송로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기후 대응, 안전 확보, 원주민 포용성까지 아우르는 다자간 협력 플랫폼인 ‘친환경 북극항로(Green Arctic Corridor)’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범 사업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하며, 이에 발맞춰 부산항만공사도 스마트 항만과 친환경 벙커링 인프라 구축, 국내외 북극 협력 강화를 담은 ‘부산항 친환경 북극항로 로드맵’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기후 위기가 만들어낸 역설적인 도전 앞에서 바른 방향성과 철저한 준비로 본격적인 북극항로 시대를 열어나간다면 부산이 울산, 경남과 함께 진정한 해양수도권으로 발전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중심에 바로 부산항이 있다.
2026-04-19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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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심해저 자원 탐사, 국제 해양법과 함께 가야
지난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서태평양 공해 해역에서 해저 희토류 탐사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원 자립도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러한 탐사 성과는 충분히 의미 있고 주목할 만한 성취다. 자원 탐사 기술의 독자적 확보와 해저 지질 정보의 축적은 우리나라 자원 안보 역량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 대한 자부심과 별개로, 심해저 자원 탐사가 이루어지는 국제법적 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병행되어야 한다. 바다의 헌법이라 불리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은 제11부에서 심해저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심해저란 국가 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저와 하층토를 말한다. 유엔 협약은 이 심해저와 그 자원을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선언하고 있으며, 이는 국제 해양법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인류의 공동 유산인 심해저 자원은 어느 한 국가가 독점적으로 점유하거나 개발할 수 없다. 유엔 협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해저기구(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ISA)의 체계를 통해서만 탐사와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국, 서태평양 해저 희토류 탐사 성과
국제법 규정 없어 개별 국가 개발 한계
기술·경험 축적하며 규범 제정 준비를
이러한 원칙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탐사를 통하여 심해저에서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원을 우리나라가 독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아가 유엔 해양법 협약의 심해저 제도 하에서는 자원에 대한 탐사 자체도 개별 국가가 자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해저기구는 심해저 자원 탐사를 위한 규칙을 제정하고 있으며, 자원을 탐사하고자 하는 국가는 이 규칙에 따라 국제해저기구와 탐사 계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현재 탐사 규칙이 제정된 광종은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세 가지에 한정되어 있다. 희토류에 대한 별도의 탐사 규칙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번 심해저 희토류 탐사는 유엔 협약 제3부속서 제2조에 규정하고 있는 심해저 자원의 존재와 분포를 파악하기 위한 개괄 탐사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유엔 협약에 따를 때 개괄 탐사자는 활동 개시 이전에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에게 탐사 시행 예정 지역을 통보해야 하고, 국제해저기구에 의한 개괄 탐사자의 해양 환경 보호에 관한 규칙 준수 등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제법적 관점에서 이번 활동이 심해저 제도와의 정합성에 대한 의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제해저기구는 망간단괴 개발을 위한 개발 규칙 제정 협상을 수년간 진행 중이며,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의 망간단괴, 해저열수광상, 망간각 자원의 심해저 개발이 심해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전주의적 심해저 개발 정지를 요구하는 국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광종에 대한 개발을 위한 규범 체계 마련조차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희토류라는 새로운 광종에 대한 탐사 규칙 제정을 국제해저기구에 요청하는 것도 시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법적 환경을 고려할 때, 보다 전략적이고 신중한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서 공해 해양 과학 조사는 모든 국가에 보장된 자유다.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심해저 희토류 부존 지역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자 한다면, 심해저 지질 구조와 해저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해양 과학 조사라는 틀 안에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조용하게 희토류 관련 정보를 축적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조사 결과로 확인된 희토류 부존 정보는 국가 차원에서 비밀리에 전략적으로 관리하여 향후 국제해저기구에서 희토류 탐사 규칙이 제정되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탐사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이라 생각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축적한 심해저 탐사 기술과 경험은 우리나라의 귀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역량이 국제 해양법의 틀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기술적 성과와 법적 정합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국제법에 대한 깊이 있는 사전 검토를 거치고 국제해저기구와 소통을 통해 우리의 활동이 국제 규범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해양 선진국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뛰어난 해양 과학 기술 뒤에 국제법에 대한 존중과 전략적 지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2026-04-1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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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땅만 만든 북항 재개발, 도시를 다시 만들자
부산항은 단순한 항만이 아니다. 부산의 정체성이자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며, 도시의 역사 그 자체다. 그러나 북항 재개발은 2007년 기본계획 수립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완성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북항은 한마디로 ‘땅은 있지만 도시가 없는 상태’다.
문제의 본질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지금까지의 북항 재개발은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라기보다 구역을 나누고 건물을 세우는 ‘부동산 개발 방식’에 가까웠다.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 산업, 문화, 생태 그리고 그 사이의 유기적 관계는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그 결과 공간은 만들어졌지만 도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구조다. 북항은 여전히 부산 원도심과 단절된 채 ‘섬처럼 개발’되고 있다. 중구, 동구, 영도구, 서구로 이어지는 부산의 핵심 생활권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사람의 흐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북항은 사람보다 시설 중심으로 접근되어 왔다. 공원과 도로, 기반시설은 갖추어졌지만 그 안을 채울 콘텐츠와 활동은 부족하다. 도시는 건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활동으로 완성된다.
여기에 더해 이원화한 거버넌스 구조는 문제를 심화시켰다. 항만은 해양수산부, 도시구역은 부산시가 담당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공간은 하나지만 정책은 둘로 나뉘어 추진될 수밖에 없다. 계획과 집행, 운영이 분절되면서 일관된 도시 전략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북항 재개발의 지연은 사업성이나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잘못 계획된 구조의 문제였다.
핵심은 분명하다. 북항을 단순한 개발 구역이 아니라 ‘도시를 재생시키는 플랫폼’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북항은 해양·문화·산업의 중심 거점이 되고, 원도심은 생활·상업·관광·창작 기반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 두 축이 연결될 때 비로소 도시 전체가 살아난다. 서울 성수동의 변화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성수동은 대규모 철거와 신축이 아니라 기존 도시 구조를 유지한 채 점진적으로 변화했다. 낡은 공장과 창고는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고, 그 안에 창작자와 스타트업이 유입되면서 도시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울의 숲을 통한 도시녹지를 확보하고 신규 고가주택단지와의 단절이 아니라 연결을 통한 자연스러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조화를 만들어 내었다. 한 공간 속에 재생과 개발이 공존하면서 도시의 다양성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공공은 흐름을 읽고 유지하는 역할에 집중했고, 기업은 정책이 아니라 ‘도시의 매력’을 따라 들어왔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다. 스페인 빌바오항의 재개발은 쇠퇴한 항만과 산업을 버리는 대신 도시와 연결하여 문화·디자인 중심 도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디트로이트는 대규모 개발 중심 접근 속에서 도시의 회복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차이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도시는 개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연결을 통해 살아난다.
북항 2단계의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원도심과 통합한 광역 도시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 북항을 중심으로 중구·동구·영도구·서구·남구를 하나의 도시 생태계로 묶어야 한다. 둘째, 해양 기반 창조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양문화와 콘텐츠, 관광, 디자인, 스타트업, 라이프스타일 산업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 구조가 필요하다. 북항은 단순한 해양 공간이 아니라 ‘해양 기반 창조 산업 허브’로 전환되어야 한다. 셋째,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공공은 개발의 주체가 아니라 방향을 설정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조정하는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민간은 투자와 콘텐츠, 운영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행정이 아니라 사람과 시장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는 형식적인 협력을 넘어 하나의 도시를 함께 운영하는 통합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통합 마스터플랜, 공동 의사결정 구조, 역할 재정립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북항은 하나의 도시로 작동할 수 있다. 북항 2단계는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를 결정짓는 도시 실험이다. 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사람은 왜 이곳에 머무르는가. 기업은 왜 이곳으로 오는가. 이 도시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도시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을 머물게 하는 힘’에서 나온다. 이제 부산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계속 북항과 원도심의 분절된 개발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원도심과 통합된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전환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북항 재개발은 더 이상 ‘건설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부산 북항 재개발은 원도심 재생과 연결한 도시를 다시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해양수도권의 중심은 부산이다. 해양수도 부산의 중심은 북항 도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2026-04-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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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ABC론' 활용법
지난 2년 부산 시민을 애달프게 했던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글로벌도시법)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지방선거 앞두고 이렇게 쉽게 통과시킬 일, 지난 2년을 왜 허송해야 했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 상정된 북극항로특별법, 동남권투자공사법 등의 법안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를 통과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글로벌도시법은 이재명 대통령이 북극항로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공약하기 1년 전부터 국회에 발의돼 있었다. 국가 균형 성장의 축을 부산 등 동남권에 조성한다는 취지는 이 대통령의 공약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지역 여야 의원이 함께 발의한 이 법안은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한 채 근 2년을 보냈다. 그 사이 여야도 바뀌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의 외면과 방기에 가로막힌 시간이었다. 국가와 공동체 발전을 도모하려는 새로운 법·제도는 오랜 기득권 세력의 저항 앞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평하게 바로잡는 일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는 것뿐 아니라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전략까지 포함된다.
여야 시장 후보의 경합이 없었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이 시점, 글로벌도시법 국회 통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지 모른다. 지역 민심을 예측하기 어렵고 정당 간 승부가 엎치락뒤치락하면 유권자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 선의의 경쟁이 반복되면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
이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발의된 ‘북극항로특별법’과 ‘동남권투자공사법’ 국회 통과가 남았고, 해양수산 공공기관과 해운 대기업의 부산 이전을 이뤄내야 한다.
이 대통령의 북극항로 공약에 부정적이던 국민의힘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도 법안을 냈고, 이달 말께 해수부의 ‘북극항로 개방 대비 상업 운항을 위한 경제성 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 심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동남권투자공사법은 속도가 더딘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경기 안양동안갑) 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발의한 법안은 8월 한 차례 심의 후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넘겼으나 그 이후 심사가 멈췄고, 지난해 12월 같은 당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아직 심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두 법안 모두 공사 자본금을 3조 원으로 상정했다. 공사의 주요 업무 범위로, 김 의원 안은 ‘투자, 신용 공여, 자산 인수 등의 방식으로 동남권 산업 개발·육성, 인프라 확충, 기업 지원 등의 자금 공급 업무’를, 민 의원 안은 ‘금융·투자 지원, 산업 연구·컨설팅, 인프라 개발, 동남권 기업 및 벤처·스타트업 투자·융자’를 공사 주요 업무 범위로 삼아 대동소이하다. 지역 산업 재편과 대전환에 마중물이 필수적이기에 이 법 또한 신속한 심사와 통과가 필요하다.
효능감을 강조하는 정치권 기조에 맞춰 ‘해양수도권 조성’이라는 국정과제가 조속히 달성되도록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AI) 같은 새 기술과 산업은 법이 앞서기 어려워도, 수십 수백 년 굳어진 기득권을 타파하는 일은 법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다. 몇몇 법만으로 만족할 수도 없고, 두터운 관행의 벽과 기득권 고리를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뚫고 끊어내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ABC론’으로 보면, 지역(국가) 발전을 추구하는 A,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B, A와 B 사이의 균형을 추구하는 C가 있다 치자. A와 B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 정파가 내건 공약이라서 지역과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나 법안도 지연·무산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공천이라는 목숨줄과 복잡한 여의도 문법 앞에 지역 유권자 목소리가 짓눌리기 십상이다.
이럴 때 A형 유권자들이 현명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도시법 통과는 내 덕분이다’, ‘해사중재법원 유치는 내 공이다’ 이런 말에 휩쓸리거나, 아전인수 행태에 넌더리만 낼 일은 아니다. 그들의 지난 행적, 내거는 공약의 중장기적 효과를 꼼꼼히 따져, 조금이라도 A에 가까운 세력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럴 때 B에 쏠린 정치인들도 서서히 C형으로 변화해 나갈 것이다.
부산항 개항 150년, 해수부 출범 30년을 맞는 올해는 해양수도권과 글로벌허브도시 부산의 원년이기도 하다. 활력 넘치는 동남권의 시작은 법과 제도, 그리고 이를 만드는 정치에서 비롯된다. 법이 전부는 아니지만 지역 발전의 중요한 틀과 계기인 것은 분명하다. 주권자로서 눈 부릅뜰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호진 해양산업국장 jiny@busan.com
2026-03-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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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연안 여객선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고언
어청도, 상왕등도, 횡도, 홍도, 가거도, 여서도, 거문도. 이 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23개 영해 기점 중 하나이자, 여객선을 타고 방문할 수 있는 섬이다. 이 중 3곳은 ‘국가보조항로’로 지정되어 정부 소유 선박이 운항한다. 연안 여객 항로의 유지 및 확대가 섬 주민의 교통권 확보뿐만 아니라 해양 관할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도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시사하는 사례다.
2025년 말 기준, 우리나라에는 100개 항로, 149척의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으며 약 1260만 명의 섬 주민과 관광객을 수송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항로 수는 변동이 없으나 여객선은 18척이 감소했고, 수송 실적은 20% 가까이 줄었다. 섬 주민 감소, 연륙교 개통, 해외 관광 수요 증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의 상황은 어떨까? 작년 54개 연안 여객선사의 전체 매출액은 3767억 원 규모로 선사당 약 70억 원 수준이다. 이는 시외버스 업체당 매출액의 4분의 1 수준이고 국내 항공 운송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규모이다. 특히, 제주도, 울릉도 등 주요 관광 항로를 운항하는 13개 선사의 매출액 비중이 60%에 가까운 점을 감안할 때 나머지 선사는 40억 원 미만으로서 격차가 더 벌어진다.
지속적인 수요의 감소, 선박 건조비 상승 등 비용 증가가 겹치면서 연안 여객 운송업계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태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표본의 한계는 있지만 과반수의 선사가 재무적으로 ‘심각’한 단계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안 여객선이 섬 주민의 교통 이동권과 직결되는 준공공재적 서비스임을 감안할 때,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카페리 여객선을 중심으로 현대화 펀드 사업을 시작하였고, 차도선 등 중소형 여객선에 대한 금융 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항로 단절 방지를 위한 국가보조항로와 소외 도서 항로 운영 지원 사업 등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도 연안 여객선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와 같이 적자 항로에 대한 지원은 결을 같이 하지만, 개별 업체에 대한 직접적 보조보다는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공공 법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웨덴의 경우, 40개 전 항로를 교통부 산하 ‘국가도로페리청’에서 운영하고 운임 무료 정책 등 교통 복지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각 나라의 사정과 관련 산업 생태계가 다르기에 무조건 외국 사례를 따를 필요는 없지만, 이제는 연안 여객 운송업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새로운 방안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이재명 정부는 섬 주민의 교통권 확보와 섬 관광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관광 항로와 나머지 항로를 다른 시장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특히 시장 원리 작동이 어려운 국가보조항로 등의 경우에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운영 방식, 즉, 공공 부문의 통합 운영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선박, 즉 여객선을 철로,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으로 보고 공공 부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의 연안 여객 시장 여건상 어느 항로를 막론하고 막대한 신조선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공공 부문의 ‘선주사’ 개념과도 닿아 있지만,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것이 해당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의 항로 운영을 보장하는 보완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는 목적은 선사의 이익 보장이 아니라 도서민의 교통권 보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 발굴이다. 작년 인천광역시에서 시행한 ‘인천 I-바다패스’ 같은 운임 지원 확대는 물론 항로 특성에 맞는 스토리텔링형 관광 자원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단기적으로 공공 부문의 재정 부담은 늘어날 수 있지만 무너져 가는 산업 생태계 유지를 통해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연안 여객선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다수의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지난 19일 관련 상임위 법안 소위에서 처음 심의가 이루어졌지만 아쉽게도 의결은 다음으로 미루어졌다고 한다.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보조항로의 운영을 민간 위탁에서 공공 위탁으로 변경하는 것으로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조속한 법안 의결을 기대해 본다
오는 4월 16일은 제12회 국민 안전의 날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아픔을 딛고 온 국민이 연안 여객선을 안심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첫 출발이 되는 4월을 기대해 본다.
2026-03-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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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AI는 바다의 비밀을 풀어낼 열쇠다
인공지능(AI)이 전 세계 정치·경제 지형을 흔들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AI 산업 역량이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이견이 없는 듯하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새로운 지능이 인류에 기여하여 세상을 더욱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AI 시대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AI에 대한 이러한 전망과 기대의 근원은 새로운 창조 행위를 통해 미래의 힘과 부를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한계 또는 숙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 인식에 근거를 둔다. 전자는 각국 정부와 선도 기업들에 의해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고 상품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는 후자에 주목한다. 지구상에서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일까?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지구 생명의 가장 큰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물 순환의 99%를 책임진다.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초과 에너지(열) 가운데 약 90% 이상을 흡수하여 더 급격한 온난화를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인류에게 건강한 식량을 공급하고, 대항해시대 이후에는 해상무역을 통해 세계 경제 발전을 주도했다. 해상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 안보의 핵심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바다를 잘 모른다. 해저 지형의 80%는 정밀하게 조사되지 않았고, 해저 상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넓고 깊고 이동이 자유로운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해양 생태계를 이해하고 이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존재하는 해양 데이터는 국가별, 해역별로 상이한 기준으로 조사되거나 부분적이며 전통적 방식으로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변화가 가속화하는 지금, 해양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서 거대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바다는 수온과 염분, 해류, 용존 산소, 영양염 등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자연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장 관측은 날씨의 제약을 받고, 위성 관측은 대부분 표면 정보만 제공하며, 부이나 조사선 관측은 빈틈이 많다. 이 ‘관측의 공백과 단절’이 해양 예측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이 정보들은 해상 풍력, 해저 케이블, 해양플랜트, 항만 시설 등 전략 인프라의 안전 관리에도 필수적이다. 앞으로 기존 예측 모델과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예측이 확대되어 제한된 데이터를 보완하며 재해나 재난 예측과 적조, 저산소 수괴, 갯녹음 등 해로운 자연 현상을 빠르고 정밀하게 예측하게 될 것이다.
수산자원 관리에서도 AI는 미래 어업의 ‘새로운 두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로 주요 어종의 분포와 산란 시기가 바뀌고, 회유 경로도 예측 불가능할 수준으로 일정하지 않다. 선박 중심의 자원 추적·조사 방식만으로는 광범위하고 급변하는 해양 생태계를 따라잡기 어렵다. AI는 기존 조사에 더해 드론, 위성, 수중 카메라, 음향 센서, 선박 AIS 등을 결합해 어종을 자동 식별하고 자원량을 추정하며, 산란장 변화와 회유 패턴을 정밀하게 분석하게 될 것이다. 불법 어업 감시도 AI 기반 패턴분석으로 한층 정교해질 것이다.
해저 탐사에서도 AI는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것이다. 심해는 인간이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미래 에너지·광물 자원, 독특한 생태계, 기후변화 정보를 담은 지질 기록 등이 존재한다. AI와 자율무인잠수정(AUV)의 결합은 이 영역을 빠르게 열어젖히고 있다. AUV는 AI 기반 경로 설정과 자율 운항으로 정교한 해저 탐사가 가능하며, 수집한 고해상도 영상과 음향을 AI가 분석해 해저 지형 변화, 해저 생물상과 같은 해저의 실상을 정확히 알려줄 것이다.
이처럼 AI는 해양 예측·수산 자원·해저 탐사라는 영역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일부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기술적 가능성에 비해 제도적·행정적 준비는 아직 미흡하다. 국가 차원의 해양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 AI 기반 관측·예측 연구 투자 확대, 민간과 공공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 해양수산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특히 ICT(정보통신기술)가 발달한 연안 국가인 한국은 이러한 전환을 선도할 충분한 역량과 필요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바다는 기후 위기의 최전선이자 인류의 식량과 산업, 과학의 미래를 품은 공간이다. 특히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바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미래의 해양 위기를 예측하기를 바라는 것과 바다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경쟁력 있게 활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단지 욕심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다를 매우 지능적으로 깊이 이해하는 기술이며, 그 중심에는 AI가 있다. 잘 보이지 않는 바닷속의 비밀을 풀어내고 예측하는 AI라는 열쇠에 주목해야 한다.
2026-03-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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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 뷰] 부산은 바다를 보여주고 있는가
얼마 전 호주 시드니에서 새롭게 문을 연 시드니 피시마켓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은 남반구 최대 규모의 수산시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간 약 300만 명이 찾는 대표적인 해양 관광 공간이다. 동시에 하루 약 50톤에 이르는 수산물이 거래되는 활발한 산업 현장이기도 하다. 기존 건물 옆에 새로 건설된 새 시설은 단순한 시장 교체가 아니라 바다와 도시, 산업과 관광이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해양 공간에 가까웠다. 시장 건물은 바다와 바로 맞닿아 있고 시민과 관광객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와 공공 공간이 함께 조성돼 있었다. 수산물 경매와 도매 유통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산업 현장이 관광과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바다에서 시작된 산업이 도시의 일상 속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이곳을 둘러보며 자연스럽게 부산의 어시장을 떠올렸다. 부산에는 자갈치시장과 공동어시장이 있다. 자갈치시장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해산물 시장이고 공동어시장은 전국 최대 규모의 수산물 경매가 이루어지는 산업 공간이다. 그러나 두 공간은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채 분리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자갈치시장은 관광 중심 시장이고 공동어시장은 철저히 산업 기능 중심의 시설이다. 두 시장은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지만 도시 경험 속에서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자갈치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과 어민들이 바닷가에서 생선을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시장으로서 해양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자갈치시장은 과거의 풍경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2006년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시장은 훨씬 정돈된 공간이 되었지만 동시에 바다와의 관계는 이전보다 멀어졌다. 원래 자갈치는 배가 들어오고 어민들이 바로 생선을 팔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은 도로와 건물 구조로 인해 바다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형태가 되었다. 관광객이 보는 것은 어업의 현장이 아니라 해산물을 소비하는 공간에 가깝다. 바다가 있는 도시의 시장이지만 정작 바다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일본 도쿄의 사례는 또 다른 방식의 해법을 보여준다. 도쿄의 대표적인 어시장이었던 츠키지 시장은 산업 기능을 토요스 시장으로 이전했다. 대신 기존 츠키지 지역은 식문화와 관광 중심의 시장으로 남겼다. 토요스 시장에서는 여전히 참치 경매와 수산물 거래가 이루어지고 관광객은 관람 공간을 통해 이를 직접 볼 수 있다. 산업 기능을 보호하면서도 관광과 연결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산업과 관광이 분리되어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도시 경험 속에서 이어지는 방식이다.
부산은 최근 해양수산부 이전을 계기로 해양수도로서의 역할에 기대감이 더 높아지고 있다. 해양 정책의 중심 도시로서 부산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양도시는 단순히 바다를 곁에 둔 도시를 의미하지 않는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산업과 삶이 도시 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도시여야 한다. 시민과 관광객이 바다를 바라보고 그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부산은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공동어시장은 현대화 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설로 건설될 예정이고 북항 재개발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이 각각의 시설 개선이나 도시 개발에만 머문다면 부산의 해양 공간은 여전히 단절된 채 남을 가능성이 크다. 자갈치와 공동어시장, 그리고 북항을 하나의 해양 도시 축 속에서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부산이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한 시장의 현대화가 아니라 바다를 보여주는 도시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수산물 경매와 유통 같은 실제 어업 활동을 시민과 관광객이 경험할 수 있는 산업 관광 프로그램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갈치와 북항, 공동어시장을 하나의 해양 축으로 연결해 바다를 따라 걸으며 시장과 항만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도시 구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시장을 단순한 유통 공간이 아니라 해양 식문화와 교육, 관광이 함께 이루어지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산은 이미 훌륭한 바다를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바다를 도시 속에서 드러내는 일이다.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산업과 삶이 시민과 방문객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고 경험되는 도시, 그것이 진정한 해양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자갈치와 공동어시장, 그리고 북항은 부산의 바다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 공간들이 서로 연결될 때 부산의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산이 될 수 있다.
부산은 과연 바다를 보여주고 있는가. 해양수도 부산은 결국 바다의 산업과 삶이 함께 드러나는, ‘바다를 보여주는 도시’일 것이다.
2026-03-08 [1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