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의 요트에 K컬처를 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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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삼미재단 이사장·㈜삼미건설 부사장

BTS 팬 아미들을 태우고 '스윔'한 요트
해양레저의 해양관광 승화 가능성 입증
축제 고리로 부산 얘기를 요트에 담아야

지난 6월 12일과 13일, 세계의 시선이 부산으로 향했다. BTS의 월드투어 ‘아리랑’ 부산 공연을 보기 위해 수많은 ‘아미’가 부산을 찾았다. 이틀간 공연장을 채운 관객은 수만 명에 달했고, 외국인 관람객이 몰리면서 법무부가 별도의 출입국 대책까지 마련했다. 부산역과 해운대, 광안리 등 도시 곳곳에 마련된 이벤트 공간을 찾은 인파는 2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광안대교와 누리마루까지 앨범의 상징색으로 빛나면서 부산 전체가 거대한 축제장이 되었다.


이 열기 속에서 요트계류장을 직접 운영하는 해운대 더베이101에도 기획사가 마련한 ‘아미마당’이 들어섰다. 더베이101은 행사 공간을 대관하는 역할이었지만 공간 제공에 따른 수익 대신 직접 운영하는 요트에 BTS의 수록곡 ‘스윔(Swim)’의 이야기를 입히고, 팬들이 음악을 들으며 부산 바다를 항해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여러 차례 기획사와 협의한 끝에 ‘스윔 요트’가 실현됐다. 사흘 동안 700명 가까운 팬이 이 요트에 올랐다. 팬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음악을 들으며 부산 바다를 바라보고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같은 곡이라도 공연장이나 휴대전화로 듣는 것과 바다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듣는 경험은 분명 달랐다.

아미들이 부산을 찾은 첫 번째 이유는 바다가 아니라 음악이었다. 그런데 그 음악의 한 장면을 바다 위로 옮겨 놓자 요트는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니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의 세계를 직접 살아보는 무대가 된 것이다. 아미들이 탄 것은 요트였지만, 그들이 마음에 담아간 것은 부산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설렘과 기억이었다.

이번 경험은 부산 해양관광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해양레저의 경쟁력은 요트와 계류장을 얼마나 많이 갖췄느냐만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같은 배와 같은 바다라도 무엇을 싣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느냐에 따라 관광객이 가져가는 기억은 전혀 달라진다. 부산에 부족했던 것은 시설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기꺼이 배에 오르게 할 이유, 바다 위의 몇십 분을 잊지 못할 경험으로 바꾸는 이야기가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부산의 요트 투어는 이미 대표적인 여행 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상당수 상품은 해운대와 광안대교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번 타보는 체험에 머물러 있다. 부산 바다는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경관만으로 다른 도시와 지속해서 차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윔 요트는 요트가 단순한 이동수단이나 레저시설을 넘어 음악과 공간, 팬의 감정을 연결하는 문화의 무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부산은 최근 K팝과 연계한 공연장과 체험 공간을 여러 곳에서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공연을 관람하고 사진을 찍거나 굿즈를 구입하는 공간에 그친다면 방문객은 짧게 소비하고 떠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음악의 이야기와 K컬처를 부산의 바다, 요트, 서핑, 마리나 체험으로 연결하면 관광객은 그 문화를 온몸으로 경험하게 된다. 바람과 파도, 음악이 함께 남긴 기억은 사진 한 장보다 오래간다. 부산을 다시 찾게 하는 이유도 그런 기억에서 생긴다.

부산에는 BTS 공연뿐 아니라 다양한 국제행사와 축제가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영화의 도시를 항해하는 시네마 요트를 운영할 수 있다. 부산불꽃축제도 불꽃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과 야경, 이야기가 어우러진 선상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부산의 음식과 원도심 역사, 해양생태와 지역 예술가의 작품 역시 바다 위에서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 K팝을 넘어 영화와 드라마, 미식과 예술까지 요트에 싣는다면 K컬처는 부산 바다를 세계인에게 소개하는 강력한 언어가 될 것이다.

이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으려면 준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부산에서 큰 공연이나 축제가 열릴 때 행사장 안의 프로그램만 마련해서는 아쉽다. 행사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문화기획자와 관광업계, 해양레저 사업자가 함께 만나 그 이야기를 부산의 바다까지 확장해야 한다. 관광객이 공연을 보고 곧바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바다 위에서 그 여운을 이어가고 식사와 숙박, 지역 관광까지 즐길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해양수도의 경쟁력은 요트가 몇 척인지, 마리나가 얼마나 큰지만으로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관광객이 왜 그 요트를 타야 하는지, 그 경험이 부산에서의 체류와 소비, 재방문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스윔 요트가 보여준 답은 분명했다. K컬처가 공연장과 전시장을 넘어 부산의 바다와 만날 때 관광객은 구경하는 사람에서 직접 경험하는 사람으로 바뀐다. 부산에는 이미 아름다운 바다와 요트가 있다. 이제 그 위에 세계인이 기꺼이 배에 오를 이유, 부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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