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169세이브 마무리, 아웃 하나 남겨두고 승리 날렸다
단순한 1패 이상의 패배였다. 5연승이 멈춘 뒤 다시 상승 기류로 이륙하려던 기세가 9회말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꺾였다.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한국 프로야구 역대 1호 9회말 2아웃 대타 끝내기 만루홈런포 기록의 희생양이 되며 무너졌다. 롯데는 지난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3차전에서 5-8로 패했다. 5-4로 1점 앞선 채 맞이한 9회 말. 수년째 그랬듯 마운드에는 김원중이 섰다. 롯데 구단 최초 100세이브를 넘어 구단 최다 세이브(169개)를 기록한 붙박이 마무리 투수. 올해 그는 1승 5패 5세이브 12홀드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투수는 자주 바꾸는 게 아니다”는 말로 그를 신뢰했다. 김원중은 첫 타자인 홈런 선두 김도영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나성범에 안타를 내줬으나 이어 타석에 나온 이창진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주자가 1루에 있었지만 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 하나. 하위 타선을 상대로 어렵지 않아 보였다. 김호령에게 안타를 내줘 주자는 1, 2루가 됐다. 롯데 벤치는 움직였다. 투수 교체가 아닌 수비 강화였다. 레이예스 대신 김동혁을 넣으며 외야 수비를 강화했다. 안타를 맞더라도 어떻게든 홈을 틀어막겠다는 전술이었다. 수비를 강화했지만 김원중은 흔들렸다. 후속 타자 김태군이 포크볼을 연신 참아내며 볼넷으로 출루했다. 2사 만루. 김원중은 변우혁 타석에 대타로 나온 이호연에게 131km 포크볼을 던졌다. 공이 가운데로 몰리자 이호연의 방망이는 힘차게 돌았다. 타구는 순식간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김원중은 고개를 떨군채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호연의 만루포는 한국 야구 역사상 첫 9회말 2아웃 역전 대타 끝내기포였다. 2017년 5월 18일 한화전에서 이택근(당시 키움)이 대타로 나와 9회말 만루포로 경기를 끝냈지만 무사 상황이었다. 2001년 6월 23일 송원국(당시 두산)도 SK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지만 당시 점수는 6-6 동점이었다. 김원중은 이달 들어 이날 KIA전을 포함해 6경기에 나와 단 한 차례 세이브를 올렸다. 2패 평균자책점 21.60을 기록 중이다. 지난 14일 사직 NC전에서는 6-6 동점이던 9회말 등판해 몸에 맞는 공 2개와 폭투 2개를 연달아 범하며 3실점하고 아웃 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강판됐다. 직구 구속이 떨어졌고 승부구로 쓰던 포크볼에 타자들의 방망이가 따라 나오지 못하고 있다. 롯데에게 남은 33경기(26일 경기 전 기준). 김태형 감독은 이날 KIA전을 앞두고 남은 시즌에 대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봐야 한다”는 말로 총력전을 시사했다. 하지만 뒷문이 흔들리면서 총력전의 첫 날, 롯데는 고민을 안고 남은 시즌을 임하게 됐다. 다음 달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간 전반기 마무리 투수를 맡았던 최준용이 차출된다. 5위 두산 베어스와 9경기 차. 총력전을 위해서는 김원중이 기량을 회복하거나 마무리 투수 교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김태형 감독은 26일 마무리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김 감독은 "오늘부터 이이무라가 마무리다. (박)정민이와 (최)준용이 앞에 (김)원중이가 나간다"고 말했다.
2026-08-26 [15:30]
‘찰칵'…세계 무대 뒤흔든 유쾌한 부산 배구 소녀들
지난 12일(현지 시간) 칠레에서 열린 2026 국제배구연맹(FIVB) U-17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 한국과 필리핀의 16강전. 호쾌한 백어택 득점 뒤 카메라를 발견한 장수인(16·경남여고)이 코트 밖 카메라를 향해 달려갔다. 장수인은 두 손으로 네모난 프레임을 만들고 활짝 웃었다. ‘찰칵’. 세계 무대의 긴장감보다 배구를 즐기는 영락없는 10대 소녀의 모습이었다. 한국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배구팬들은 열광했다. 장수인과 문티아라(16·경남여고)를 비롯해 선수단은 득점하거나 경기가 끝나면 승리를 자축하며 강강술래를 돌았다. 첫 출전한 U-17 대회에서 한국은 8강에 진출했고 세계 대회를 즐기는 부산 소녀의 모습은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 여자 배구 역사상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 10대 소녀들은 연전연승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푸에르토리코·대만·이탈리아·도미니카공화국·알제리를 차례로 꺾어 조별리그 5전 전승으로 D조 1위에 올랐다. 16강전에서 필리핀까지 꺾으며 6연승으로 8강에 진출했다. 튀르키예에 지며 4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한국 배구의 미래를 보기엔 충분했다. 지난 24일 부산 동구 수정동 경남여고 배구부 코트에서 만난 U-17 대표팀 공격수 장수인과 미들브로커 문티아라는 화제가 된 세리머니의 뒷이야기로 대회 소감을 밝혔다. 장수인은 “사실 손흥민 세리머니는 아니었다”며 “경기 전 중요한 득점을 하면 세리머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아이돌 가수 겸 배우 박지훈의 ‘내 마음속에 저장’ 포즈를 떠올려서 한 건데 사람들이 손흥민 세리머니라고 해서 그 뒤로는 손흥민 세리머니로 하기로 했다”며 웃었다. 장수인과 문티아라는 대표팀의 돌풍의 중심이었다. 아웃사이드 히터 장수인은 도미니카공화국전 14점, 알제리전 13점, 이탈리아와의 5위 결정전에서도 12점을 올렸다. 문티아라는 경기 중후반 투입돼 결정적 블로킹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예선 알제리전 15-15 동점에서 장수인의 백어택과 문티아라의 오픈 공격이 연이어 터지며 두 선수가 경기를 승리로 이끈 장면은 대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장수인은 “대회 초반 공격이 풀리지 않아 자신감이 떨어질 때는 친구들이 버팀목이 됐다. 못했다고 속상해하면 친구들이 괜찮다고 위로해줘 버틸 수 있었다”고 동료들에게 자신의 활약의 공을 돌렸다. 문티아라는 “세계 대회 선수들은 키도 크고 파워도 달랐다”며 “대회 전 부상으로 완벽한 제 기량을 다 못 보여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아쉽다”고 말했다. 장수인과 문티아라는 부산의 배구 명문 수정초-경남여중-경남여고를 함께 다녔다. 중학교 시절에는 5관왕의 기쁨도 함께 맛봤다. 태극마크도 2년째 함께 달고 있다. 지난해 열린 U-16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두 선수의 목표는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프로 선수가 돼 성인 대표팀으로 세계 무대에 서는 것이다. 장수인은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것이니까 성인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티아라도 “부족한 점을 메워서 다음 연령별 대표팀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을까. 세계 무대를 즐겼던 배포만큼 두 선수가 그리는 자신의 미래 모습도 명확했다. 장수인은 172㎝라는 배구 선수 중 다소 작은 신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장수인은 “제가 성공해서 키가 작은 유망주 선수들에게도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문티아라는 배구 슈퍼 스타 김연경의 실력과 함께 책임감과 열정을 닮은 자신을 꿈꾼다. 문티아라는 “언젠가 후배들이 롤모델로 저를 꼽을 수 있을 만한 선수가 되고 싶다”며 “나라는 선수를 봤을 때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느끼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2026-08-2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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