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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대입전형료 이제 폐지 논의를
대학입시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수시모집에 합격한 수험생을 제외한 대다수 수험생들이 가·나·다 군 두세 곳에 지원한다. 그런데 입시를 치를 때 드는 전형료가 만만치 않아 안그래도 어려운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전형료는 보통 일반대학은 3만 원선, 예체능 계열의 실기 실시대학은 9만~11만 원 선이다. 수험생 1인당 최소 9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에 이르는 전형료가 드는 셈이다. 이 금액마저 정부가 수 차례에 걸쳐 인하 지시를 내려 과거에 비해 다소 저렴해지긴 했다. 한 때는 입시생을 상대로 전형료 장사를 했다는 말까지 들렸다. 입시 한번 치르고 나면 대학에 단과대학 건물 한 채가 들어서고, 교직원들이 단체로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대학 입시는 각 대학이 입학 지원자들을 선택하는 과정인데,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워 전형료를 받는 것은 재고해봐야 한다. 대학입시는 대학이 존립하기 위한 필수적 기본 업무이고 대학 학사력의 일부분이므로 대학의 교직원이 입시 업무를 당연히 담당해야 함에도 그 비용을 전적으로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 또한 서류전형으로 선발하면 일선 고교에서 다 작성해 제출하기만 하면 되는 자료를 처리하는 작업만 하는데도 전형료를 받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안 된다. 뎌구나 이제는 대학 정원이 수험생보다 더 많은 시대가 되지 않았던가.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입시 전형료를 폐지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대학마다 전형료에 표준 원가 개념을 도입하고 전형료 수입에 따른 구체적인 지출 항목을 규정하고 사용처를 공개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학부모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정부가 적극 나서 입시 전형료를 폐지하거
나 대폭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 대학에 권고해 나갔으면 한다. 우정렬·부산 중구 보동길 112번길
2025-12-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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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눈] 비긴급 신고에 갇힌 112… 골든타임 무너진다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일단 아무 화장실이나 들어와서 볼일을 봤는데, 휴지가 없다는 신고. 이런 것도 경찰의 업무가 맞냐는 동료의 질문에 “뭐 그런 것까지 신고하냐”라며 웃어 넘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112상황실에 근무하면서 생각보다 비슷한 신고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12신고 중 경찰의 개입이 진정으로 필요한 사안인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신고가 하루에도 수천 건씩 들어온다. 혼자 해결하기 어렵고 난처한 상황이 오면 가족 외에 당장 생각나는 사람이 경찰, 그리고 112라는 번호라는 점은 백번 공감한다. 하지만 112는 생명·신체·재산을 위협하는 긴급한 상황에 가장 먼저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그런데도 비긴급 신고가 전체 신고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현실은 참으로 갑갑하다. 진짜 위급한 사건을 놓칠 위험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월을 기준으로 부산 전체 112신고 중 42%가 생활 불편·단순 상담 등 비긴급 상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출동이 필요없는 신고(코드4)라는 사실에 대해서 한번은 다함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국민의 모든 문제를 경찰이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찰 본연의 임무는 위험과 범죄로부터의 보호이며, 생활편의 민원을 전담하는 기관은 따로 있다. 바로 민원상담 번호 110이다.
112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다. 비긴급 신고가 경찰 업무가 아닌 이유는 경찰이 그 일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누군가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경찰의 역량이 제대로 닿기 위해서는 비긴급 신고가 반드시 줄어들어야 한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112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부산시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장 김현정
2025-12-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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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눈] 한 장 남은 달력과 사자성어
어느덧 2025년의 달력도 한 장만을 남겨 놓고 있다. 매년 연말이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 새날에 적합한 사자성어를 정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곤 한다. 2025년을 맞이할 때, 중소기업계가 선정한 사자성어는 인내심을 발휘해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뜻을 담은 ‘인내외양’(忍耐外陽)이었다. 중소기업인들이 어려운 경제 위기를 인내심을 갖고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담았을 것이다. 또 올해를 마무리하며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였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끈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으로, 한 해동안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었던 국내 정세를 잘 반영했다.
개인적으로 내년이면 나이가 지천명에 이른다. 공자는 논어에서 50세가 되면 세상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고 했다. 이는 단순히 숫자를 넘어서 인격적인 성숙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2025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엄마인 나도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무척 바빴고, 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나를 찾던 시아버님이 갑자기 세상과 작별하셨다. 주부이자 엄마, 며느리였던 일상에 변화가 생겼고, 빈 자리엔 공허함이 차오르기도 했다.
올해 나만의 사자성어는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뜻의 ‘세월유수’(歲月流水)가 아니었을까. 억지로 현실의 고단함과 이별의 슬픔에 붙잡혀 연연하기보다는 이를 세월의 흐름 속에 받아들이고, 새로운 환경으로 나아간다는 하늘의 이치를 조금은 공감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2026년 붉은 말의 해 병오년에 걸맞는 사자성어는 ‘스스로 강해지길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자강불식’(自强不息)으로 삼으려 한다. 늙어감을 거스를 순 없지만,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건강한 육체로 하루하루 충실하다 보면 2026년은 인생의 깊이가 무르익어 가는 알찬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공지원·부산 연제구 법원북로16
2025-12-09 [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