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에 부는 거센 AI 바람

류순식 기자 s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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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식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수작업 의존 많고 경험·직관 중요시
해운·항만·수산 등 AI 기술 도입 늘어
전 세계 초기 단계 주도권 싸움 치열
부산 해양수산업 AI 선도 도시 기대

1950년대부터 태동되었으니, 인공지능(AI)의 나이는 70대 중반이다. 하지만 AI는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이야기됐다. 그것도 실현 불가능한 기술 정도로. 그러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2016년 한 사건에서였다. 당시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 이세돌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1승 4패. 예상과 달랐다. 바둑을 잘 알지 못하지만, 승패를 흥미롭게 지켜봤던 내겐 이세돌의 패배와 AI 위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후 세계적으로 알파고 신드롬이 일었고, AI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또 10여 년이 흐른 지금, 이젠 AI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게 됐다. 성능과 적용 범위가 대폭 확장된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연일 세상을 놀라게 한다.

우리 사회의 뉴노멀로 자리 잡은 AI. AI 위력은 해양에서도 거세게 일고 있다. 공간적, 기술적 한계로 인해 해양에서 해 왔던 우리들의 접근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작업 의존이 많았고, 경험과 직관을 중요시했다. 육지에 발을 디디고 사는 인간에게 해양은 여전히 모험과 도전, 기회의 영역이다. 특히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도 미지의 영역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AI 시대엔 기존 방식이나 기술, 시스템을 고집하긴 힘들게 됐다. 시대적 변화 물결을 타지 못하면 개인이나 기업이든 국가든 ‘물 먹기’ 딱 좋은 상황이다.

해양에서 AI 활용은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관련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양 분야에서 AI 활용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도 해 볼 만하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최근 내놓은 ‘해양수산 분야 AI 이슈와 과제’에 해양 분야 AI 기술 도입 사례가 몇 가지 언급된다. 부산시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포어시스는 AI 기반 하천 부유 쓰레기 통합 수거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AI 학습 모델을 통해 해양환경 정보(수온, 염분, 해상풍, 파랑, 해수유동 등)의 시공간 단절·결절 없는 연속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외부 요건에 영향을 크게 받는 수산 분야 역시 AI가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스마트 양식, 스마트 어업 관리, 원산지 판별 등이 좋은 예이다. 해운 분야는 선박 운항 효율성을 높이고, 유지 보수 시스템에 AI가 탑재된다. 세계 2위 글로벌 환적항만인 부산항의 AI 활용은 늘고 있다. 현재는 자동화 중심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이 이뤄지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AI 기반 지능화 컨테이너 터미널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디 이뿐이랴. 해양산업의 전통 분야인 해양과 수산, 항만 외에도 부산이 강점 가질 수 있는 분야는 의료·바이오산업이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 해양 생명 자원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면 ‘미래 먹거리’를 개발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준다.

AI 개발과 활용 전략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이다. 동시에 지역 산업에도 필수적이다. 부산은 지난 수십 년간 항만과 수산, 조선 등 해양산업이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 격변 속 고민에 빠졌다. 혁신을 통한 첨단 기술 확보라는 중대한 과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해양 연구기관 등이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부산은 세계적 수준의 해양 인프라를 보유한 도시이다.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해양클러스터’와 남구 ‘부산항 해양산업클러스터’가 대표적이다.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구역에도 해양클러스터가 들어선다. 수십 개의 ‘해양 싱크탱크’가 이렇게 밀집된 지역은 드물다. AI 기반 생태계 확장에 나선 부산시는 해양 연구기관과 정책 방향을 함께 토론하고 협력 분야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시와 부산일보사가 최근 개최한 ‘글로벌 해양수산 비전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제안들이 관심을 모았다. △정부·지자체·산학연 거버넌스 구축 △해양 수도 정책 담당 전담 부서 신설 △범 클러스터 혁신 인큐베이터 설립 △‘해양 AI 대학원’ 설립 등이다. 부산이 보유한 해양수산 분야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부산시의 행정적 뒷받침과 투자, 해양기관과 산업체의 유기적인 연결이 해양산업의 AI 기반 첨단산업화를 앞당길 것이다. 글로벌 허브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이 해양산업 AI 선도 도시가 되길 기대한다.


류순식 기자 ssry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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