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파의 생각+] '잭팟'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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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 교양대학 교수·공모 칼럼니스트

오픈 카지노 포함 부산형 복합리조트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 효과 미지수
산업계서 필요한 인재 육성이야말로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한 대안

지난 13일 부산상공회의소는 부산형 복합리조트 유치를 위한 전문가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부산상의 회장은 인사말에서 “오픈 카지노(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로 인한 부작용은 적절히 규제하고 복합리조트로 인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방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통해 부산상의에서 추진하는 복합리조트는 오픈 카지노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상의는 2017년 북항 재개발을 계기로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했으나 오픈 카지노 도입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로 추진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간헐적으로 복합리조트의 필요성을 주장해 오다 가덕도 신공항 개항과 연계해 8년 만에 다시 본격적으로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유치를 언급한 것이다.

복합리조트 유치에 찬성하는 이들은 글로벌 허브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이 아시아 주요 도시들과 경쟁하기 위해 하루빨리 복합리조트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천은 벌써 복합리조트를 운영 중이며 태국과 일본 오사카는 가덕도 신공항이 개항할 2030년경 복합리조트를 개장할 예정이어서 부산도 시급히 복합리조트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게 된다면 세수 증대를 포함해 엄청난 경제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2017년 샌즈그룹은 북항 복합리조트 조성에 6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했으며 이때 부산상의에서 발주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복합리조트 조성에 따른 경제 효과가 4년간 23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 1만 60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지노 사업을 사행산업으로 규정해 덮어놓고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내국인 출입에 있어서 도박 중독자 출입 금지, 출입 가능 일수 제한 등의 규제 방안을 마련한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지나칠 정도의 장밋빛 전망이다. 부산의 경쟁 도시 인천의 예를 통해 살펴보자. 2023년 12월 인천에는 미국 인디언 모히건 부족의 카지노 회사인 모히건이 약 2조 원을 투자해 축구장 64개 넓이의 부지에 5성급 호텔, 1만 5000석 규모의 공연장,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을 포함한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가 문을 열었다.

인스파이어는 개장 전 향후 30년간 약 167조 원의 생산 효과, 60조 원의 부가가치 효과 등 230조 원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개장 1년 만에 1500억 적자를 내고 결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에 경영권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베인캐피탈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감축하거나 일부 시설 운영을 축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2046년까지 6조 원을 투자한다는 처음 모히건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고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스파이어 건설 시 지역업체 참여와 고용 창출, 낙수효과 등을 기대했으나 지역업체는 전체 공사 금액 1조 2000억 원의 1.34%인 163억 정도만 하도급을 받았다고 한다. 또 공사에 투입된 인력 중 지역 인력은 8%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카지노가 세금을 많이 내 세수 확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국세여서 지자체가 가져갈 세수도 많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카지노 산업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미미하다. 그런데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를 열게 된다면 오히려 지역에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오픈 카지노를 운영하게 되면 지역 주민의 돈이 카지노에 들어가고, 그 돈이 해외로 유출되게 된다.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강원랜드 카지노의 매출이 연간 1조 2000억 원 수준으로 강원랜드 외 16개 카지노 전체 매출 합과 비슷한 규모임을 감안할 때 얼마나 많은 국부가 해외로 유출될지는 굳이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아도 자명하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도박 산업과 함께 공존하는 성매매와 마약 산업의 활개, 개인의 도박 중독과 그로 인한 가정 파탄 등 무수히 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국무총리실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도박 중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연간 78조 원에 달한다고 해 그 문제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다.

오픈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로 침체한 지역 경제를 단번에 활성화하겠다는 꿈은 좀처럼 터지지 않는 잭팟과 같다. 느리더라도 우리 지역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역 대학과 함께 육성해 수도권 기업 못지않게 좋은 대우를 해 줌으로써, 이들이 부산에 정주하며 산업에 기여하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 때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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