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너튜브B컷] 정부 생중계 너머 그들
TV방송국 기자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고객 응대 근로자 보호 조치가 시행 중입니다. 상담원 모두는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6년 어느 무더운 여름날. 한 고등학생은 인터넷·휴대전화 계약 해지를 방어하는 세이브팀, 쉽게 말해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불과 4개월 뒤 이 학생은 한 저수지에서 삶을 내려놓았다. 수화기 너머로 쏟아진 폭언은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이가 감당하기엔 턱없이 버거웠다. 이듬해인 2018년 국회는 부랴부랴 ‘감정노동자 보호법’인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마련에 나섰다. 이제는 모두에게 익숙한 콜센터 안내 음성의 시작이다.
출범 한 달도 채 안 된 민선 9기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유튜브를 통해 주요 회의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생중계가 모델이 된 듯하다. 단체장들의 이러한 결정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 시민들의 알권리, 그리고 행정의 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찬성파가 있다. 반면에 한정된 공간 속의 반응을 마치 전체의 의사로 받아들여 자기 정당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맞선다. 생중계는 장단점이 뚜렷한 정책 홍보 방식인 까닭에, 진영에 따른 시각 차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화면 너머에 있는 공무원들에게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한정된 회의 시간 내에 단체장의 지적과 관련한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직에 몸담은 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고’에 할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 앞에 서서 발언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이같은 애로사항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랏밥을 먹는다면 응당히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단체장이 쓴소리를 내뱉기라도 하면, 해당 공무원을 향한 필터링 없는 비난이 예사로 쏟아진다. 당장 이들이 행정 중계로 받는 고통은 아랑곳없이, ‘능력 없으면 욕을 듣든지, 그게 싫으면 그만두든지’ ‘무능이 소문날까 봐 아주 난리네’ 등의 반응까지 나온다.
다소 극단적 표현일 수 있지만 반문해 본다. 온라인상에서 익명의 필자들 주장대로 능력이 부족하다 해서 광장에 효시(梟示)되는 것은 정당한가. ‘국민의 봉사자로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 이들에게 인민재판식 맹목적 비난을 쏟아내는 게 2026년에 가당한가.
정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민선 9기 단체장들의 선택은 응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공무원은 당신의 직원인 동시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인격에 대한 힐난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