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사람을 이해하는 일 [내 인생의 원픽]
[내 인생의 원픽] 최재천·안희경 <최재천의 공부>
1989년 교단에 들어선 후, 나는 줄곧 교육 현장에 있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학교를 경영하거나, 교육정책을 만들고 대학입학제도를 고민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더 오래 붙들고 씨름한 질문은 ‘어떻게 배우며 살아야 하는가’일 것이다. 여기에 가장 깊은 답을 건네준 책이 최재천 교수의 ‘최재천의 공부-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다. 이 책은 나에게 공부법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말해 주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은 “알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다. 교사는 학생을 많이 가르칠수록 좋은 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좋은 교사가 된다. 한 아이의 성적보다 표정을 읽게 되고, 결과보다 과정을 바라보게 될 때 비로소 교육은 시작된다. 이해는 관심을 낳고, 관심은 신뢰를 만들며, 신뢰는 결국 사랑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 책은 공부가 시험 준비가 아닌, 세상을 이해하는 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라 말한다. 공부는 경쟁이 아니라 성장이고, 비교가 아니라 성찰이다. 교육행정에 몸담으면서도 가장 큰 아쉬움은 한 번의 시험으로 한 사람의 가능성을 판단하는 일이 과연 교육다운가 하는 문제였다. 사람의 성장은 계절처럼 천천히 찾아오는데, 우리는 너무 자주 하루의 결과만으로 인생을 재단하고 있다. 긴 시간을 두고 관찰하며 평가해야 한다는 최재천 교수의 글을 읽으며 수많은 제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늦게 피는 꽃도 있었고, 실패를 딛고 누구보다 크게 성장한 아이들도 있었다. 잠재력은 숫자 몇 개로 설명될 수는 없으며, 교육은 앞에서 끌어당기는 일이 아니라, 옆에서 기다려 주는 일이고, 사람의 성장은 하루가 아니라 긴 시간 속에서 이루어짐을 그 아이들이 증명하였다. 최재천 교수는 침팬지 어미의 모습을 말했다. 새끼가 서툴게 열매를 깨다가 여러 번 실패해도 어미는 대신 깨 주지 않는다. 조금 더 오래 지켜보고, 조금 더 기다린다. 마침내 새끼가 스스로 열매를 깨는 순간, 그 배움은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자기 것이 된다. 책장을 덮으며 문득 우리 교육을 돌아보았다. 우리는 아이들을 사랑해서 가르치는 것일까, 아니면 조급해서 가르치는 것일까. 정답을 빨리 알려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정년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고 싶다. 세상을 더 이해하고, 사람을 더 품기 위해서.
권혁제 부산시교육청 교육국장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