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수도 부산, 누가 결정하고 누가 챙겨 가는가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지역순환경제학회 회장
부산은 내 고향이다. 내가 지역순환경제 운동을 처음 시작한 곳도 부산이었다. 그래서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말은 내게 단순한 행정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부산이 자기 경제의 흐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 부산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부산 시민의 삶으로 돌아오는가를 묻는 문제다.
부산은 오래전부터 해양도시였다. 항만이 있었고, 배가 드나들었고, 물류가 움직였고, 수많은 노동자가 바다와 항만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제 질문은 더 날카로워져야 한다. 부산은 정말 해양수도였는가. 아니면 해양경제의 현장은 부산에 있었지만, 그 결정권과 이익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은 아닌가.
부산항은 움직인다. 그러나 움직이는 항만과 결정하는 도시는 다를 수 있다. 컨테이너는 부산을 지나가지만 계약은 서울에서 체결되고, 물류는 부산에서 처리되지만 금융은 서울에서 조달될 수 있다. 항만 노동은 부산에서 이루어지지만 고부가가치 기획·투자·법률·보험·데이터 기능은 수도권에 집중될 수 있다. 이 경우 부산은 해양경제의 무대일 뿐 주체가 아니다.
그러므로 해양수도 부산의 과제는 더 큰 항만, 더 넓은 배후단지, 더 화려한 개발계획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짜 해양수도는 해양경제의 가치사슬을 지역 안에 붙잡는 도시다. 선박이 드나드는 도시가 아니라 해양경제의 결정권·금융·연구개발·법률서비스·데이터·청년 일자리가 함께 뿌리내리는 도시다.
최근 HMM을 비롯한 해운 대기업의 부산 이전, 해양수산 공공기관 이전, 해사전문법원 설치, 동남투자공사 설립 논의는 중요한 계기다. 그러나 본사가 온다고 자동으로 지역순환경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전의 숫자가 아니라 이전 이후의 구조다. 본사와 공공기관의 연구·조달·고용·투자가 부산의 대학, 기업, 금융, 청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핵심이다. 동남투자공사 역시 단순한 개발금융기관이 아니라 부산과 동남권의 부를 지역 안에서 다시 순환시키는 공공적 금융장치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지역순환경제의 문제로 본다. 지역순환경제는 지역경제 활성화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지역으로 돌아오도록 경제의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부산에서 만들어진 부가 부산의 청년 일자리, 중소기업, 기술혁신, 생활경제, 공공서비스, 지역금융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부산이 자기 경제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곧 경제적 자기결정권의 문제다.
지금까지 한국의 공간경제는 대체로 반대로 작동해 왔다. 지역은 생산하고 수도권은 결정했다. 지역은 항만과 토지와 노동을 제공했지만, 본사·금융·법률·회계·컨설팅·데이터 기능은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부산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해양수도론은 개발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다. 항만은 확장되지만 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대기업은 들어오지만 지역 중소기업은 주변부에 머물 수 있다. 도시지대와 개발이익만 커지고 그 이익이 외부 자본과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간다면 부산 시민에게 남는 것은 많지 않다.
부산은 이제 “무엇을 유치할 것인가”를 넘어 “유치한 것을 어떻게 지역의 부로 바꿀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해양수도는 기관과 건물의 목록이 아니라 가치의 흐름을 바꾸는 도시 전략이다. 항만·해운·물류·개발에서 만들어진 가치가 부산 시민의 삶으로 되돌아오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해양수도 부산, 누가 결정하고 누가 가져가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해양수도는 구호에 그친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부산은 더 이상 물류가 지나가는 도시가 아니라 가치가 머무르고 순환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그때 비로소 부산은 이름뿐인 해양수도가 아니라 시민의 삶 속에서 실현되는 해양수도가 될 것이다. 부산의 바다가 부산 시민의 미래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내가 부산에서 시작한 지역순환경제의 문제의식이다. 이제 그 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