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소기각까지 기습 삽입… 누구 위한 형소법 개정인가
민주당, 30일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
국민 권익 보호가 입법 최우선 목표 돼야
30일 국회에서 열린 7월 임시국회 제3차 본회의에서 법사위를 여당 주도로 통과해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0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지난 24일 형소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인한 지 6일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를 강행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은 28일 밤 법안심사1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기존에 논의가 없었던 공소기각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추가해 형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보완수사 폐지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국회 토론과 숙의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며 이날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형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묶어 전면 폐지하고 수사는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 등에 전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상정 직전 개정안에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 사유를 기습적으로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촉발했다. 현행 형소법은 피고인 사망이나 공소제기 절차상 법 위반 등을 공소기각 결정·판결의 사유로 규정하는데,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가 추가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대한’과 ‘현저한’이란 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재판 지연과 법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입법 강행에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국힘은 30일 의원총회 직후 국회 본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보완수사권 폐지 강행처리 규탄대회’를 열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가 오늘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보완수사권 폐지와 이재명 대통령 재판 취소를 맞바꾼 거래는 결국 이재명 정권의 몰락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법원을 압박해 억지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아보자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숙의를 거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약속은 온데간데없다 보니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염두에 둔 ‘위인설법’(爲人設法) 논란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당이 사회적 합의와 숙의 과정 없이 국가의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중차대한 입법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한 데도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당원의 요구에만 편승하는 것으로 비친다.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라는 명분에만 집착해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아서는 안 될 일이다. 보완수사 차단에 의한 민생범죄 대응력 약화와 공소기각 사유 추가로 인한 사법적 혼란 등 부작용은 온전히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여당은 국민의 권익 보호를 입법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