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구의 연합, 반도체에 갈라지나[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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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공항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는 공군제1전투비행단 T-50. 광주 군공항의 이전은 광주지역의 숙원이었다. 부산일보DB 광주공항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는 공군제1전투비행단 T-50. 광주 군공항의 이전은 광주지역의 숙원이었다. 부산일보DB

‘기부 대 양여’라는 개념이 있다.

군사시설을 이전할 때 지자체가 대체 부지에 새로운 군사시설을 만들어 국가(국방부)에 기부하면 국가가 기존 군사시설 부지를 지자체에 양여하는 방식을 뜻한다. 군사시설의 이전 비용은 지자체가 양여받은 부지를 개발해 회수하게 된다.

2010년대 경남 창원 정중앙 노른자위 땅에 들어서 있던 39사단을 경남 함안으로 옮길 때, 전북 전주 북부에 있던 35사단을 전북 임실로 옮길 때 등 전국의 모든 군사시설 이전에는 예외 없이 기부 대 양여 방식이 적용돼 왔다. 심지어 창원 39사단 이전은 사단 부지 개발이 부동산 호황과 맞물려 성공적으로 끝나 민간사업자가 막대한 개발 이익을 남기면서 창원시와 민간사업자 사이에 초과 이익 환수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정도였다.


■광주와 대구

최근 들어 이 기부 대 양여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도심에 위치한 군공항의 이전이 신공항 개발을 둘러싸고 이슈화하면서다. 대표적인 지역이 광주와 대구다.

광주는 광주 도심 군공항을 전남 무주 등 타지역으로 이전해 광주·전남 통합 신공항을 만드는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에는 약 10조 원 규모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이 비용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광주의 지방 재정이 열악한 데다 군공항 부지 개발의 사업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구도 대구 도심의 군공항을 경북 군위 등으로 옮겨 TK신공항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대구에서도 군공항 이전에는 10조 원이 넘는 수준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역시나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는 군공항 이전을 통한 신공항 건립 비용 마련이 어려워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동시에 이전하는 국내 첫 사례지만 이전 비용 조달 문제가 난제다. 사진은 통합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군 공항과 민간 공항을 동시에 이전하는 국내 첫 사례지만 이전 비용 조달 문제가 난제다. 사진은 통합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반도체 변수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이재명 정부가 갑자기 호남권 800조 원 규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전공정 공장 설립 추진 발표 직후 정부는 열흘도 되지 않아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반도체 공장 부지로 확정했다. 당초 첨단3지구와 빛그린 산업단지 등 후보지 3~4곳이 거론됐으나 정부는 이미 평평한 대형 부지가 확보돼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군공항 부지를 쾌속 낙점했다.

이로써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글로벌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부지 구매 및 개발자로 나설 수 있게 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부지 매각을 통한 군공항 이전 비용 회수라는 기부 대 양여의 가장 큰 난제가 단번에 해결될 수 있어서다. 기껏해야 민간 아파트 분양에 기대는 수준이었던 현실이 초대형 투자자 등장으로 180도 바뀐 것이다.


■기부 대 양여 공식

250만 평에 달하는 광주 군공항 부지는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전력·용수·교통 등 핵심 인프라를 직접 지원하겠다고 밝혀 부지 개발 원가의 절감 폭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그만큼 사업 진행은 수월해지고 군공항 이전에 따른 비용 회수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향후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의 집중까지 바라볼 수 있다. 공장 외곽에 조성될 주거·상업·업무 용지 등도 분양 성공률은 급격히 올라간다. 무안 등 공항 이전 예비 후보지와의 합의를 얼마나 빨리 끝낼 수 있는지 정도의 과제만 남았을 뿐 신공항 조성을 통한 군공항 기부와 기존 군공항 부지의 지자체 양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대구공항에 착륙하는 제트기 모습. 제트기의 엄청난 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군공항 이전은 '기부 대 양여' 원칙에 따른 지자체의 자체 비용 마련 문제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일보DB 대구공항에 착륙하는 제트기 모습. 제트기의 엄청난 소음을 해결하기 위한 군공항 이전은 '기부 대 양여' 원칙에 따른 지자체의 자체 비용 마련 문제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부산일보DB

■형평성 논란

광주 군공항이 반도체 공장 투자로 기부 대 양여의 물꼬가 트일 수 있게 된 것과는 달리 대구는 도심 군공항 부지 개발 여력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대구 정치권은 광주 정치권과 손을 잡고 군공항 이전 문제를 국가 예산 투입 재정사업으로 진행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연합전선을 펼쳐 왔다. 하지만 광주 군공항 문제가 반도체 공장 투자로 풀릴 수 있게 됨으로써 두 도시 정치권이 이전처럼 보조를 맞추게 될지가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대구에서만 군사시설 이전 문제를 재정사업으로 진행할 경우 그동안 숱하게 진행된 바 있는 전국 기부 대 양여 사례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이는 향후 군사시설 이전 때에도 국가 예산을 넣을 것인지 여부와도 관련이 있는 문제여서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공항 속도전

광주 군공항 이전으로 광주·전남 신공항 조성에 속도가 붙을 경우 그 여파는 신공항 추진이 답보상태에 놓인 대구뿐만이 아니라 부산에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미 20년 가까이 추진 과정을 반복하며 이제야 연내 공사를 위한 첫 삽을 뜨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덕신공항의 건립도 입길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쪽은 반도체 대기업의 천문학적 투자로 인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도 신공항 조성이 급물살을 타는 듯한 반면 다른 쪽은 국가의 공항 정책에 따라 국가 예산으로 신공항을 만들면서도 지지부진한 상태여서다.

불과 두어 달 전만 해도 예측조차 불가능했던 이 같은 속도전을 지켜보는 해당 지역민들의 다양한 시각은 앞으로 사업이 진행될수록 더욱 복잡해질 듯하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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