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캐나다 잠수함 프로젝트 실패가 남긴 유산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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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사회2부 차장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이 아쉬움 속에 막 내렸다. 비록 최종 승자가 되진 못했지만, 한화오션이 써 내려간 지난 3년의 서사는 단순히 실패라는 단어로 마무리할 수 없는 진한 여운과 희망을 남겼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1998년 도입한 노후 잠수함 4척을 대체할 3000t급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건조 비용만 20조 원, 향후 30년간 이어질 유지·보수·정비 사업을 포함한 전체 사업 규모는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방산기업 각축전 속에 한화오션이 당당히 결승전에 진출했다. 최종전 상대는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 한화오션은 현존 디젤 추진 잠수함 중 최강의 작전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KSS-III Batch-II’를 내세웠다.

KSS-III는 세계 최초로 공기불요추진체계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 탑재해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잠항 능력과 은밀성을 갖췄다. 한국 해군에 이미 배치돼 실정 성능 검증까지 마쳤다. 월등한 성능과 상품성, 빠른 납기 그리고 장기 산업 동맹을 강점으로 내세운 한화오션은 노후 잠수함 퇴역 전인 2032년 1번 함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4척 인도를 목표로 제시하며 TKMS를 압박했다. 반면 TKMS가 제안한 ‘212CD’는 설계도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모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가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로 최근까지 2000t급 미만 소형잠수함 제작만 가능했던 탓에 아직 중형잠수함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수행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는 40조 원, 2만 4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되는 탓에 기업 간 경쟁을 넘어 한국과 독일 간 국가대항전으로 확전됐다. 이 와중에 캐나다 정부가 EU 집행위원회와 1500억 유로(우리 돈 256조 원) 규모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SAFE)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TKMS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SAFE는 EU가 무기를 공동구매하는 회원국에 낮은 금리로 대출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우리 정부도 막판 총력 지원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앞세운 대통령 특사단이 국내 주요 기업인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해 자동차, 수소, 에너지, AI를 총망라한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안한 데 이어 주요 부처 장관들도 연거푸 캐나다를 찾아 경제 협력을 제안했다. 하지만 캐나다 선택은 TKMS였다. 서방권 방산 시장에 깊숙이 뿌리내린 나토 동맹 카르텔을 깨뜨리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의 전통 해양 방산 강호들을 제치고 한국 잠수함 산업의 저력을 전 세계에 입증한 역사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군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며 방산 수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산업협력과 경제외교, 군사협력, 현지 공급망 구축을 아우르는 경험은 앞으로 한국 방산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잔치는 끝났다.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다. 어제의 실패를 딛고 K잠수함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갈 내일을 고대한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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