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울경 통합, 기싸움을 멈춰라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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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지자체장 간 통합 방식 이견
박완수 경남지사 “내후년 행정통합”
전재수 부산시장 “메가시티 먼저”

과거 정당·개인의 이해관계로 차질
욕심 내려놓고 시·도민만 생각하길

최세헌 부국장 최세헌 부국장

“주민 투표를 거쳐 2028년 4월을 목표로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뜻에 변함이 없다.”(박완수 경남지사)

“행정통합도 좋지만, 당장 내년과 내후년 부산·울산·경남의 공통사업 예산 확보 방안을 먼저 고민하는 게 이치다.”(전재수 부산시장)

지난 1일 출범한 민선 9기의 부울경 광역지자체장들은 저마다의 시·도정 방향 수립과 조직 개편에 여념이 없다. 각 지자체의 굵직한 현안에 대해 방향성을 정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때 뜨겁게 달궈졌던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소외되고 있다. 마치 누가 먼저 말을 꺼낸다는 것이 불편한 모양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예정된 대로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전재수 부산시장은 내년과 내후년은 부울경의 공통사업 예산 확보부터 하자고 맞받았다. 전 시장의 부울경 메가시티와 박 지사의 부산·경남 행정통합 정책 방향이 부딪히는 순간이다. 서로 자신의 공약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방에게 잽을 던지면서 기싸움을 벌인 셈이다. 이미 예상했던 갈등이다. 물론 벌써 갈등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갈 길이 멀기에, 일단은 가벼운 의견 교환 정도로 해두자.

김상욱 울산시장도 초광역 협력체계 복원과 공동사업 추진 등을 통해 행정통합 논의를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를 부산·경남 통합을 넘어 부울경 통합이라는 더 큰 판이 형성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 다음 지방선거 전까지는 추가 행정통합이 불가능하다. 이미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임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듯이, 사실상 부울경 통합은 각 정당의 대립과 지자체장 개인의 정치적 이익 등 각종 셈법이 동반되기에 쉽지 않은 길이다.

이는 과거 추진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부울경 통합이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은 2021년 부울경 광역지자체 간 합의로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 계획이 발표되면서다. 메가시티는 행정통합의 전 단계 정도로, 부울경 광역특별연합을 설립해 초광역적으로 공동의 정책을 개발, 집행하자는 것이다. 당시 부울경 광역단체장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기에 가능했다.

이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광역단체장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전부 바뀌면서 메가시티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여론을 의식해 ‘부울경 경제동맹’ 결성을 내세웠지만, 정책의 집행력과 일관성 부족 등 결속력이 떨어진 형식적인 동맹으로 흘러갔다.

통합론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대전·충남 통합을 언급하면서였다. 부울경을 비롯한 전국은 광역행정통합이라는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당시 김두겸 전 울산시장은 통합을 반대하며 일찌감치 발을 뺐고, 박형준 전 부산시장과 박완수 지사는 주민의 동의가 먼저라는 미명하에 당장의 통합 대신 2028년 4월 통합에 합의했다. 당시에도 주민투표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대통령과 다른 정당 소속,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미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과 울산시장이 바뀌고, 그마저도 부울경 지자체장이 민주당과 국힘 양당으로 갈리면서 부울경 통합은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해 주민 찬반 투표를 거쳐 내년 통합특별법을 만들고, 2028년 4월 총선 때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는 방안이었으나, 힘들게 선거에서 이겼는데 2년도 채 안 돼 직을 버린다는 용단을 내릴 정치인은 많지 않다. 물론 이것 또한 행정통합을 2028년으로 한다는 합의를 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그렇다면 향후 부울경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떠한 길을 가야 할까.

통합 명칭, 청사, 주민 수용성, 권한 배분 등 해결해야 할 쟁점이 많다. 통합TF팀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논의함으로써 갈등을 하나씩 없애 나가야 한다. 호남·충청권은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 유치로 생존의 길이 열린 반면, 부울경은 통합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어영부영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 전 시장과 김 시장의 선 메가시티, 후 행정통합이든 박 지사의 선 행정통합이든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결국 부울경 행정통합으로 이르는 길은 세 명이 조속히 만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각자의 정치적 욕심을 버리고, 부울경의 발전과 시민, 도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부울경 통합은 생존의 문제다. 지자체장 간의 기싸움으로, 정치적 셈법으로 더 늦춰진다면, 시·도민의 분노를 걱정해야 할 수 있다.

cornie@busan.com


최세헌 기자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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