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리가 끓는 물 속의 개구리?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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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상 디지털콘텐츠 부장

2016년 이세돌-알파고 바둑 대결
AI, 10년 만에 세상을 움직이는 화두
폭염과 가뭄 등 온난화 영향 누적 중
어느 순간 이상기후 극단화 우려도

“이 아이들이 크면, 뭘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AI 때문에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10년 혹은 20년 뒤의 미래가 상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자격증이 있는 직업을 구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다. 미래 세상에선 의사나 법조인도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세상에선 어떤 직업을 가져야 잘 살 수 있을까. AI의 파급력을 예측할 수 없기에, 아무도 명쾌한 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벌어졌다. 인류는 알파고의 위력에 충격을 받았지만, 당장의 큰 변화는 없었다. 대중들도 AI가 대단한 기술이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지만, 일상은 그대로였다. 그러다 챗GPT가 나오면서 AI와 대화하는 사람들이 늘고, AI를 응용한 각종 서비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년 뒤 2026년 지금은 세상의 중심에 AI가 있다. 여름 휴가 스케줄을 짤 때도 AI와 의논하는 게 일상이다. AI 때문에 전력 부족 우려, 메모리 쇼티지 등이 발생하고 주식시장과 관련 산업이 요동친다. 미국과 이란 전쟁에서 확인되듯 AI는 타깃을 추적하고, 침투 계획을 세우는 등 전쟁의 일부가 됐다. AI와 무관한 산업을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다.

돌아보면 특정 기간 AI가 가져온 변화의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꾸준히 AI는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 보니, AI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 2일 경남 양산 낮 최고기온이 2일 42.5도까지 치솟았다. 기상 관측 122년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라고 한다. 숨을 쉬기 힘든 더위다. 영남 지방은 장마도 사라져, 무더위가 더 치명적인 것 같다. 가뭄에 무더위에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올해만 이런 것이 아니다. 지난해도, 그전 해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무더위는 심했다. “올여름이 남은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말도 생겼다. 장마다운 장마가 사라진 것도 오래전 일이다. 아열대성 스콜이 일상이 됐다. 극단적인 추위가 오기도 한다. 겨울엔 북극이 따뜻해지며 기류 변화가 생긴다. 이때 북쪽의 찬 공기가 한반도까지 내려와 이상 한파가 발생하는 날들이 잦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만 이런 것이 아니다. 유럽은 여름마다 거대한 찜통이 되는데, 매년 찜통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는 심각한 산불이 더 자주 더 크게 일어나고 있다. 원인은 분명하다.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이상해졌다. 온난화의 영향이 계속 누적되다 보니, 이상한 기후가 더 자주 더 격렬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헝가리 유일의 팍스 원자력 발전소가 멈췄다. 가뭄과 폭염으로 다뉴브강의 수위가 떨어져, 원전을 식힐 냉각수 흡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전들도 해수면 기온 상승으로 냉각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란이 있다. 태양광도 너무 더우면 발전 효율이 떨어진다. 이상기후로 바람이 줄면, 풍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등은 탄소 배출이 없다는 게 장점인데,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대안 에너지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돌아보면 온난화는 산업화 때부터 매년 기후의 안전성에 ‘실금’을 추가하고 있다. 처음엔 금이 가는 줄 몰랐고, 금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여겼다. 이상기후도 때를 넘기면 다시 살 만한 계절이 돌아오니, 문제의 심각성을 금세 잊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장마는 사라졌고, 양산은 42.5도를 찍고, 낙동강은 녹조로 뒤덮이는 세상이 왔다. 계속 실금이 더해지면 그릇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든다.

AI가 그러했던 것처럼, 특정 시점만 놓고 보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알 수 없다. 작은 변화가 누적돼 체감이 가능해질 때, 그제야 세상이 뒤집혔다는 걸 알게 되는 듯하다. 기후위기, 지구온난화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인류는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기 시작할 때, 그제야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걸 실감할지 모른다. 늦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한 건 이 추세라면, 10년 뒤 혹은 20년 뒤 지구온난화는 AI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AI는 삶의 질과 관련됐지만, 지구온난화는 생존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이상기후가 극단화되면, AI도 없다. 그래서 이런 질문도 종종 해본다. “이 아이들이 컸을 때, 지구와 인류는 안녕할까?”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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