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서른
유수연 (1994~)
삶을 밀려 쓴 것 같다
답지가 아닌 타인을
계속 들춰보고 싶다
맞아, 삶엔 답이 없다
알아, 그래도 있지 않을까
깨지지 않는 것만으로
더는 이해받을 수 없다
그 온도에 물이 끓는단다
그전에 멈추면 안 되는 거란다
멈춰도 오래 따뜻할 수 있다
뜨겁지 않은 체온으로
사람을 데울 수 있다는 것
서로가 서로를 안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 때
삶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집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2025) 중에서
서른은 스물과 마흔 사이에 있는 애매한 나이입니다. 어른이 된 것 같지만 아직 배우고 채워가야 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이. 공자는 마음이 확고하게 서서 세상의 유혹이나 흔들림에 굴하지 않고 자기만의 가치관과 기초를 확립하는 나이인 서른을 이립(而立)이라 했습니다.
인생이라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시기이지만 주어진 현실 속에서 수많은 기대로 힘든 시기이기도 합니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가정을 이루고 출산과 육아를 시작하기도 하는 서른은 삶에 와닿는 사회적 문제들을 직접 느끼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빌려 쓴 것 같다고 토로합니다.
삶에 답은 없지만 타인을 안아주는 사람의 온도만이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합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