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방에 들어온 음악
이도윤 (1957~)
흰 고양이보다 어린
소녀가 피아노를 친다
음정을 고치고 소리의 간격을 조정한다
옆집은 창을 닫아도
나는 귀를 열어둔다
어린 너는 소리를 배우는 중
더 만져보아라 높낮이가 너를 두드리도록
주저앉아 우는 것이 사랑이다
너는 건반 위를 뛰어다녀라
누르는 곳마다 소리 나는 노래가 된다
서투른 곡이라도 따라 부르자
내 방에 들어온 음악이 나가지 못하도록
나는 너의 노래에 갇히고 싶을 뿐
기다리는 날마다 점점 늘어난 귀
노래는 나에게 와 사그라들고
나는 이제 불협화음에 익숙해진다
-시집 〈비가 시를 고치니 좋아라〉 (2026) 중에서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은 사랑입니다.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공감이며 존중입니다. 타인과 깊은 관계를 맺는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듣는다는 건 나의 생각과 편견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듣는다는 건 단순히 듣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리듬에 합류한다는 것. 그러다 사랑의 노래에 함께하고 싶다는 것. 그러다 불협화음에 익숙해질 줄 아는 마음을 마련하게 됩니다. 마음이라는 방에 들어온 것들. 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전언에 닿기도 합니다.
단순히 귀에 들어오는 소리를 감각으로 알아차리는 것 말고 상대방의 감정, 표정, 숨소리에까지 집중하여 내면을 이해하려는 의식적인 노력. 너의 존재와 이야기는 나에게 중요합니다. 나는 지금 누군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생각해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