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답은 경기장 밖에 있다
김준용 문화스포츠부 기자
지난달 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선수 일부가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해당 구호가 ‘스타벅스 5·18 탱크 데이 이벤트’를 연상시키면서 경기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경기 뒤에는 지역 비하 응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배재고 선수 전원은 전국 대회 6개월 출전 금지를 당했고 배재고 선수 징계의 적절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도 일었다.
지난달 국내 스포츠의 논란은 배재고뿐만이 아니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2강에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 홍명보 감독의 선수 기용은 32강 탈락이라는 충격적 성적 이상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2년 전 홍명보 전 감독의 선임 과정을 두고 축구협회 고위직에서 절차를 이기고 부당 개입이 있었는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회에서 월드컵 전반에 대한 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경기장 안에서 벌어진 일들은 사실 경기장 밖에서 시작된 일들이다. 경기장 밖부터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 배재고 선수들의 입으로 혐오 표현이 나오기까지 현장에서 어른들은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훈계나 훈육, 처벌을 했는지가 핵심이 아니다. 상대 선수들을 향해 조롱이나 비하를 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시민 의식 교육이 이뤄졌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에는 ‘그라운드 위 시민’을 가르치는 규정들이 있다. 그라운드에 침을 뱉어서는 안되고 인종, 성별, 민족적 배경으로 조롱 비하 발언을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 행동 강령에 담겨 있다. 행동 강령을 어기면 심판이 경기 중 주의를 주고 지속되면 퇴장 조치도 가능하다. 어른들이 만든 강령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심판의 엄벌 이전에 문화로 학생다운 건전한 ‘덕아웃 문화’가 정착됐다.
축구 국가 대표팀 문제도 경기장 밖에 답이 있다. 월드컵이면 우리 국민들은 한국 대표팀 경기만큼 일본 대표팀 경기를 챙겨본다. 일본은 브라질에 져 32강에서 졌지만 세계 강호를 위협할 만한 실력을 뽐냈다. 이제는 한일전을 하기가 두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본의 축구는 짜임새 있고 위협적이었다.
이번에는 더 일본을 살펴봤으면 한다. 일본은 2005년부터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다듬어왔고 일관된 철학과 방향성으로 스타플레이어는 없지만 11명이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일본식 축구’를 월드컵 경기 내내 과시했다. 일본의 성장과 성과는 경기장 밖의 시스템을 세밀히 다듬고 키워낸 것의 결과물이다.
혐오 발언을 한 선수들을 징계하고, 감독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기장 밖을 촘촘히 다시 점검해야 한다. 아마추어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됐다면 경기장 안에서 비하 구호는 없었을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감독 선임 체계를 만들었다면 경기장 안의 괴로웠던 결과도 어쩌면 달라졌을지 모른다. 경기장 밖이 무너졌는데 경기장 안이 견고할 것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민낯을 보인 아마추어 학생 야구의 윤리와 도덕, 무너진 축구 국가 대표팀 모두 경기장 밖에서 재건을 시작해야 한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