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부산 관광, 질적 성장 고민할 때
이자영 경제부장
올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 242만 명
BTS 부산 공연 등 지역 상권에 활기
명실상부한 국제관광도시 되려면
경유지 아닌 광역관광 거점 돼야
부울경 연계 전략·기반 마련 필수
한때 ‘노인과 바다’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도시. 그랬던 부산에 최근 들어 활기가 넘친다. 부산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장기간 침체됐던 지역 상권에도 온기가 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부산역, 서면, 해운대, 광안리, 남포동, 기장까지 도시 곳곳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부산을 ‘노인과 바다 그리고 외국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364만여 명으로, 전에 없던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그보다 많은 400만 명 이상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에만 외국인 관광객 242만여 명이 부산을 찾아 이미 목표치의 60%를 넘어선 상황이다. 게다가 상반기 전체 방한 외국인이 1070만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네다섯 중 한 명은 부산을 찾은 셈이다.
대만과 중국 등 중화권 관광객을 중심으로는 ‘부산병’이 유행 중이다. 부산 특유의 감성과 풍경을 잊지 못해 그리움을 느끼며 재방문을 갈망하는 ‘여행 후유증’을 뜻하는 말이 부산병이다. 이에 앞서 ‘서울병’이 한 차례 이미 유행하기도 했으니, 이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상대적으로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부산의 경제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의 발길을 붙잡아 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실제 관광객 유치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 1분기 부산 전체 상가 공실률은 높아졌지만, 관광객이 자주 찾는 서면·전포 일대와 남포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부산을 찾는 이유로는 K컬처의 세계적 인기가 꼽힌다. 지난 6월에는 BTS 부산 공연을 즐기기 위해 국내외 아미(BTS 팬덤명)들이 부산에 몰려 들었다. BC카드가 부산 지역 가맹점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외국인 관광객 총 5만 4700여 명의 주간(6월 7~13일) 소비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통시장 결제액이 직전 주간보다 99.8%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아미들이 해운대시장과 국제시장 등에서 ‘먹방’을 즐긴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이 늘면서 지역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화려한 야경, 제주와 같은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매력도 부산의 강점이다. 원화 약세와 중일 관계 악화로 인한 반사 이익도 누리고 있다.
이제는 부산 관광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고민할 때다. 단순히 많이 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들이 지역에서 오래 머무르며 지갑을 더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늘었지만, 체류 기간과 소비 규모는 오히려 전년에 비해 줄었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평균 체류 기간은 2024년 6.2일에서 지난해 4.8일로 1.4일 줄었다. 1인당 평균 여행 경비도 같은 기간 828.4달러(한화 약 120만 원)에서 710.6달러(약 103만 원)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부산이 경유지에 그치는 한계를 꼽는다. 현재 부산을 찾는 유럽, 미국 관광객들의 경우 인천공항으로 들어와 서울에 머무르며 KTX를 타고 다른 지역 도시들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장거리 직항노선이 부족한 부산이 경유지에 그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짧게 머무르고 적게 소비하는 여행 패턴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이 참고해야 할 모델로는 일본의 오사카와 같은 관광 허브가 꼽힌다. 부산을 거점으로 울산, 경남을 여행하며 장기간 체류할 수 있도록 동남권 광역관광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오사카를 찾은 관광객들이 교토, 고베, 나라 등 인근 도시를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울산과 경남 곳곳까지 두루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광역관광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부울경 행정 통합과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이 함께 추진된다면 시너지가 날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부산병’이 쉽게 치유되지 않고, 이들의 ‘N차 방문’까지 이끌어 내게 하려면 부산이 가진 특유의 지역색과 매력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외국인 관광객도 현지인들의 일상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로컬 체험을 선호한다. 감천문화마을이 수년째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마을 고유의 색채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만약 광안리 해변의 주요 상권이나 남포동 상권 등이 모두 비슷비슷한 인형뽑기 가게 등으로 채워진다면 무슨 매력이 있을까. 임대료 상승 탓에 기존 상인과 원주민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현상으로 인한 상권 획일화를 막으려면 각 지자체의 세심한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