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티어] 래디컬한 미래를 상상하기
장종수 덕화명란 대표
지난 3월 15~16일 서울에서 열린 프랑스명장요리사협회 세계총회에 마련된 K수산식품 홍보행사에서 덕화푸드가 명란을 활용한 메뉴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덕화푸드 제공
한때, 근사한 디자인을 하고 차별적인 네이밍을 하면 브랜딩이 될 줄 알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알게 되었다. 브랜드는 겉모습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와 지역, 문화라는 맥락 속에서 낡고 멋없고 비루하다고 여겼던 과거로부터 그저 무작정 도망치지만은 않는 채, 그 오래된 연결의 무게 앞에 책임감 있게 열려 있으려고 하는 것. 어쩌면 브랜딩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생존과 매출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더 넓은 그 어떤 세계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과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나는 보고 싶다. 누군가 진정성을 가지고 도전하는 모습을. 쉬운 길보다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고, 때로는 실패하고 흔들리면서도 끈질기게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나도 팬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 마음의 한 자락을 기꺼이 쏟을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언제나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리고 나도 역시 그런 브랜드를 향한 희망을 여전히 품고 있다.
부산 브랜딩 향한 담대한 꿈
그 출발은 바다일 수밖에 없어
바다는 섞임과 교류,
다양성과 개방성의 공간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곳
해양도시 진취적 자극 통해
부산만의 바다 정신 발견하기를
부산도 그러하다. 부산은 바다와 함께 만들어진 도시다. 한반도에서 해양 세력에게 열려졌던 유일한 곳, 해양 세력과의 불온한 사이의 공간이자 섞임의 장소, 분단 이후 남쪽 한반도의 가장 큰 항구, 임시수도, 해양수산 산업의 메카. 바다와 관련된 기억은 이 도시에 헤아릴 수 없는 무게로 겹겹이 쌓여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돈도 되지 않는 해양수산을 왜 붙들고 있느냐고. 하지만 과거와의 단절을 너무 쉽게 말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생존을 위해 앞으로 달려가더라도, 마음 한편에는 후회와 반성의 흐름을 진지하게 품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무엇을 다시 이어야 하는지, 더 나은 삶과 도시와 문명은 어떤 모습인지 계속 묻고 또 시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에 ‘미래부’가 필요하다.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질문을 붙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연구하는 조직. 아주 래디컬하게 말이다.
부산에서 그 질문은 바다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지금 바다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이렇게까지 훼손 되어가는 자연을 단순한 보전을 넘어, 어떻게 회복해 낼 것인가, 이를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며 의사소통하는 가버넌스 또는 커먼즈를 활성화하는 형태로 말이다. 이런 래디컬한 질문 앞에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야심 찬 아이디어들과 시도들이 도출되고 또 전개되어 가고 있다.
MSC(해양관리협의회)의 지속가능어업 방법론, 슬로피시 무브먼트와 필리핀 네그로스섬 사례, 전 세계 바다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보전하자는 30×30 목표, 그리고 전 세계 다양한 임팩트 재단과 펀드, UN과 여러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남아공의 지속가능어업 소셜벤처 ABALOBI 등 이런 대안적 질서를 꿈꾸는 상상력은 수없이 많다. 그리고 이것은 특별한 비즈니스모델과 과학기술의 접목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바다의 도시로서 부산은 이런 글로벌한 트렌드와 고민에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
바다는 본래 섞임과 교류, 다양성과 개방의 공간이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곳이었다. 그레이버와 같은 인류학자는 바다 해적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를 만들어냈고, 이것이 유럽 계몽주의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런 진취성이 바다의 특징이라면, 그것은 바다의 도시 부산을 계속 자극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시민의 참여로 만들어지는 커먼즈, 그 운영 원리로서의 직접민주주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섞이며 만들어가는 상호문화주의. 이렇게, 바다의 도시 부산 앞에는 새로운 문명을 발견할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부산이 바다의 정신을 다시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포틀랜드’를 뛰어넘는 문화를 가진 도시가 되기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도시가 되기를. 이런 브랜딩의 꿈을 부산도 끈질기게 놓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