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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두근거리는 심장 방치 땐 뇌졸중 위험
직장인 A(49) 씨는 지난 연말 지인들을 만나 맥주를 마시던 중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했다. 최근 비슷한 증상으로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는 지인의 말에 A 씨는 병원을 찾았고 다행히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산부민병원 심혈관센터 정순명 센터장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은 증상이 애매해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가슴 두근거림이나 불규칙한 맥박을 느낀다면, 증상의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반드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부정맥 아닌 뇌졸중 유발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적으로 빠르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불규칙한 맥박을 형성하는 질환으로, 단순한 부정맥 증상에 그치지 않고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심장질환이다.
인구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심방세동 환자는 최근 10년 사이 배 이상 늘었다. 2024 심방세동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심방세동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2.2%로 집계됐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은 가파르게 상승해 60대 3.0%, 70대 6.8%, 80대 이상 12.9%에 이른다. 최근에는 40~50대 중장년층에서도 발병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심방세동이 뇌졸중 위험을 약 5배까지 높인다는 점이다.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미세하게 떨리면서 혈액이 고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심장 안에 혈전(피떡)이 형성되고, 혈류를 따라 이동해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으로 이어진다.
심방세동의 또 다른 위험성은 증상이 없거나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전체 환자의 약 30%는 뚜렷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거나 일시적인 피로·스트레스로 오인해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쉽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불규칙한 맥박,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숨참,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 어지럼증, 무력감 등이 있다. 정 센터장은 “증상이 없다고 해서 심방세동이 안전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무증상 환자에서 뇌졸중이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경고했다.
■치료 핵심은 환자 맞춤 전략
심방세동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뇌졸중 예방이다. 환자의 나이, 고혈압·당뇨병 여부, 심부전, 뇌졸중 병력 등을 종합해 뇌졸중 위험도를 평가하고, 기준을 넘는 경우 항응고제 치료를 시행한다.
항응고제는 심장 내 혈전 형성을 막아 뇌경색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춘다. 연구에 따르면 항응고제를 꾸준히 복용할 경우, 심방세동 환자에서 발생하는 뇌경색의 약 3분의 2를 예방할 수 있다.
증상이 뚜렷한 환자의 경우에는 심장 박동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치료를 함께 고려한다. 항부정맥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전기적 치료나 시술적 치료까지 논의한다. 고령이거나 여러 질환을 함께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뇌졸중을 예방하면서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지 않도록 조절하는 치료가 더 적절한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심방세동 진단 후 1년 이내 심장 박동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유지하기 위한 전반적인 치료법인 조기 리듬조절 치료가 뇌졸중, 심부전, 심근경색 등 주요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심장 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해서 뇌졸중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험이 큰 환자라면 항응고제 치료는 계속 유지해야 한다. 정 센터장은 “부산부민병원 심뇌혈관센터는 심장내과·신경내과·신경과가 긴밀히 협력해 심방세동과 같은 고위험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를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생활습관 관리·예방 절실
약물과 시술 치료뿐 아니라 생활 습관 관리 역시 심방세동 관리의 중요한 축이다. 특히 알코올은 심방세동 발생과 재발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과음은 심방세동을 직접 유발할 수 있다.
심방세동 예방과 관리에 가장 널리 권장되는 유산소 운동은 걷기다. 특히 빠르게 걷는 운동은 심장에 무리가 크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좋다. 이 외에도 자전거 타기, 수영, 가벼운 조깅 등이 권장된다. 운동 강도는 숨이 약간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정도가 적당하며 하루 30분 정도, 일주일에 5회 정도가 일반적인 권장 기준이다.
노년층의 경우 처음부터 강한 운동을 하기보다는 낮은 강도에서 시작해 서서히 운동량을 늘리는 방식이 좋다. 특히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경우에는 넘어졌을 때 출혈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넘어질 가능성이 높은 운동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식습관은 짜지 않게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며, 가공식품과 기름진 음식은 줄이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 심방세동을 예방한다고 확실히 입증된 영양제는 없으며, 오메가3와 같은 성분도 심방세동 예방을 목적으로 임의로 복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정 센터장은 “심방세동은 심장 문제로 시작되지만 결과는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환자의 삶의 질과 예후를 크게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2026-01-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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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새 식이지침에 첫 명시 김치, 어떤 효능이
미국 정부의 새 식이지침에 김치가 ‘건강 식품’으로 첫 명시되면서 김치의 효능이 주목받고 있다.
12일 미국 보건복지부 등이 최근 개정 발표한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에 따르면 이 지침의 장 건강 항목에 ‘마이크로바이옴 다양성을 유지하도록 도와 건강에 유익한 발효식품’으로 김치가 처음 명시됐다. 김치와 함께 독일식 양배추절임 자우어크라우트, 우유나 양젖 발효 음료 케피어, 일본식 된장 미소 등도 이름을 올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이나 동식물과 공생하는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 군집의 총칭으로, 특히 장에 서식하는 유익 미생물의 비중과 개체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소화기관뿐 아니라 뇌, 면역, 대사 기능 등 전신의 건강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치는 발효가 시작되면 젖산 등 탄산가스가 발생하고 산성을 띄게 되는데, 이 같은 산성 환경에서는 배추, 무, 마늘, 고춧가루 등 채소와 양념에 부착된 여러 미생물 중 유산균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숙성되면 유산균이 1억 마리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치 속 기능성 유산균은 58종에 이르며, 이 유산균들은 항염·항비만·뇌기능 개선·항노화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암센터가 대한암예방학회와 공동 발간한 ‘암 예방을 위한 지식교과서’에서도 김치에는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은 물론 류코노스톡, 락토바실러스, 와이셀라 등의 다양한 유산균에 의해 발효돼 젖산, 아세트산, 프로피온산 등과 같은 유기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시하는 김치의 1회 섭취 참고량은 배추김치 40g, 물김치80g 정도다.
한편 새롭게 개정된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2025~2030)은 정제 탄수화물을 비롯한 첨가당, 과도한 나트륨, 건강에 해로운 지방 및 화학 첨가물이 든 초가공 식품 섭취를 줄이고, 붉은 고기와 전지방(full-fat) 유제품 섭취를 권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붉은 고기, 치즈, 채소, 과일이 맨 위에 배치된 역피라미드 모양의 표로 구성돼 곡물, 채소, 단백질, 과일을 거의 같은 비율로 담고 유제품은 소량만 섭취하도록 했던 식판 모양의 가이드라인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2026-01-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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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광기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나
“얘들아, 우리 게임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
시작은 너무나 단순했다. 봉숭아학당이 연상될 만큼 제멋대로 굴던 아이들은 게임을 한다는 얘기에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선생님을 주목했다. 게임이 비극의 서막을 열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다. 극단 415의 연극 ‘파란나라’가 13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동구 일터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고등학교 세계사 교사 이종민은 영화반 동아리 수업에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감상 과제를 냈지만 대부분 해 오지 않았다. 과제를 한 몇몇 학생조차 진부한 내용의 옛날 영화를 왜 봐야 하나며 불만을 토로한다. 더군다나 힘없는 비정규직 교사 이종민은 교장 중심의 주류 집단에도 끼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아는 학생들은 이 교사를 대놓고 무시한다.
도저히 수업이 되지 않겠다고 생각한 교사는 수업 대신 게임을 제안한다.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며 교실은 곧 게임 속으로 빠져든다. 영화반은 파란나라혁명단이라는 조직으로 바뀌고 대장을 뽑고 규칙을 정했다. 대장이 된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파란나라 회원증을 발급하고 경례와 구호 등 나치식 규범을 따르게 한다. 무시당하던 교사는 어느샌가 학생, 아니 단원들로부터 추앙의 대상이 된다. 단원들이 발언하려면 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그의 한 마디에 모두 “네, 이종민 대장님”이라고 복창해야만 한다.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이종민 대장의 말투는 점점 명령조로 바뀐다. 때때로 불만이 터져 나오지만, 공동체 규율이라는 명분으로 무시당한다. 그런 단원은 오히려 반역자나 불만 세력으로 몰려 축출과 배제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처단하라’는 무시무시한 구호까지 등장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 귀도처럼 나치의 삼엄함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다.
연극은 1967년 미국의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가 진행한 실험에서 비롯됐다. 나치 독일의 집단 동조 현상을 체험하고 비판 의식을 갖도록 설계된 실험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달렸다. 연극 ‘파란나라’는 이 실험을 한국의 교실로 옮겨온 작품이다. 김수정의 희곡을 극단 신세계와 남산예술센터가 공동 제작해 2016년 국내 초연했다. 당시 꼼꼼한 학교 현장 취재와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수정 희곡을 원작으로 한 극단 415의 부산 공연은 동서대학교 연기과와 협업으로 진행된다. 극단 전문 배우와 함께 3~4학년 학생 배우 10여 명이 무대에 올라 교실 분위기를 실감 나게 펼쳐 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또한 김예빈 배우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다. 김예빈은 문화판 모이라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무대에 올린 ‘슬픔이 찬란한 이유’에서 카페 주인 소연을 연기한 중견 배우이다.
“그저 어떤 생각으로 공동체 안에서 존재해야 하는가 한 번쯤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예빈 연출은 “교실에서 펼쳐지는 파란나라의 모습이 우리 사회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면서도 관객들에게 특정 메시지를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공연은 중간 휴식 없이 120분간 진행된다. 13~16일 오후 7시, 17일 오후 3시 일터소극장. 관람료 일반 2만 5000원, 할인(대학생, 청소년, 단체, 장애인 등) 1만 2000원이다. 수험표 지참 수험생은 1만 원만 받는다. 예매 네이버.
2026-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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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능 검사, 일반 검진으로… 이상지질혈증·당뇨 혜택 확대
올해 국가건강검진 체계가 크게 바뀌었다. 국민의 생애주기에 맞춰 설계된 이번 개편은 검진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보다 얼마나 제대로 해서 질병을 찾아내느냐에 방점을 두고 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폐기능 검사’가 올해 처음으로 일반검진 항목에 포함됐다. 56세와 66세가 되면 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질병을 미리 발견하기 위해 마련됐다.
COPD는 담배연기나 미세먼지 등 해로운 입자 흡입으로 기도가 좁아지고 폐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대표적인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호흡곤란이 점점 심해지고 만성 기침을 동반한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을 노화에 따른 변화로 여겨 조기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확한 검진 결과를 얻기 위해선 검사 전 30분 동안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하고 1시간 전부터는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 술은 4시간 전부터 마시면 안 된다. 검사 결과에서 1초 노력성 호기량 비율이 70% 미만이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대표적 만성질환으로 꼽히는 이상지질혈증과 당뇨병에 대한 검진 혜택도 확대된다. 이상 소견이 나올 경우 첫 진료 때 본인부담금 면제 항목에 고혈압, 당뇨, 폐결핵, C형 간염, 우울증, 조기 정신증 등이 있었는데 올해 이상지질혈증이 새로 포함됐다. 첫 진료비 지원으로 이상지질혈증 역시 초기 관리 부담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상지질혈증은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혈관 내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면서 심근경색 등 심각한 질환을 야기한다.
당뇨병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공복혈당 검사까지만 본인부담금 면제가 적용됐지만, 올해엔 당화혈색소 검사(HbA1c)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당화혈색소는 장기간의 혈당 관리 상태를 확인하는 필수 검사로, 수치가 높을수록 당뇨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아동·장애인에 대한 검진 지원도 보강됐다. 영유아 구강검진 때는 유치가 빠지는 시기를 확인하는 문진 항목이 추가돼 치아 발달 관리가 보다 세심해졌다. 장애인 건강검진 기관에 지급되는 지원비는 8만 3000원대로 인상돼 안내 보조와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검사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출장검진의 경우 정원제가 새롭게 도입됐다. 의사 한 명이 하루에 검진할 수 있는 인원은 일반검진의 경우 120명, 암검진은 70명까지 제한된다. 출장검진을 나가기 열흘 전까지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기준을 어기면 검진비를 돌려줘야 하거나 업무정지를 당할 수 있어 마구잡이 검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올해 국가건강검진은 출생 연도가 짝수인 20세 이상 지역·직장 가입자 등이 대상이다. 연말엔 검진 예약이 몰려 조기 마감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검진하는 것이 좋다. 지난해 검진 시기를 놓쳤다면 오는 6월까지 국민건강보험 홈페이지와 고객센터, 앱을 통해 연장 신청할 수 있다.
2026-01-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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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배우자라는 통념에 근본적 질문 던져본다면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 못할 고민에 마음 아픈 이들이 기댈 곳은 실상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마음산책>은 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내적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줍니다. 올해 초 동아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인 김철권 박사와 함께 이메일(gomin119@busan.com) 등을 통해 접수된 사연 중 한 건을 선정해 매월 한차례 고민을 풀어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Q. 아내는 현모양처의 전형이었습니다. 살뜰하게 집안일을 챙기고 자녀들도 남부럽지 않게 키웠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자격증을 따고 소일거리를 찾아 가정에 보탬이 됐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연예인에 빠지면서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우고 몰입할 거리를 찾았나 싶어 같이 콘서트도 가면서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생활의 중심이 연예인이 됐습니다. 콘서트에 간다며 수일간 집을 비우고 팬클럽 사람들하고만 어울렸습니다. 은퇴하고 나서 아내와 함께 할 생각에 마냥 들떴는데…. 아내가 가정을 내팽개친 듯해 너무 속상합니다. 부부상담을 받자고 하면 연예인 좋아하는 게 무슨 죄냐며 화부터 냅니다. 어디서 어떻게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이번 사례에 대해 3가지 치료 기법으로 접근해 보겠습니다. 먼저 ‘행동치료’입니다. 임상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며 문제해결 방식을 중시합니다. 대부분의 부부상담이나 부부치료가 이런 접근법을 채택합니다. 행동치료에서는 what(무엇이 문제인가?)과 how(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중시됩니다. 대신 why(왜 아내는 그런 행동을 할까?)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깁니다. 여기서 문제란 아내가 현모양처의 전형에서 벗어나 가정을 내팽개친 듯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설정됩니다. ‘지금, 그리고 여기’ 원칙에 맞춰 과거는 묻어두고 현실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해결책들을 생각해냅니다. 각 해결책을 놓고 장단점을 따져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선택합니다. 구체적으로 남편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설정하고(아내가 집을 비우는 기간), 아내를 비난하기보다는 자기의 불안과 상처 입은 감정을 이야기하고(당신이 연예인을 좋아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정을 내팽개친 듯이 행동해서 불안하다. 가정이 파괴될까 겁이 난다), 서로 양보하면서 가정의 틀을 깨지 않기 위해 합의할 수 있는 타협점을 도출해 냅니다. 행동치료의 장점은 부부가 서로 동의하고 만족하는 타협점을 찾아낸다면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부부 중 한쪽이 치료를 거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부부 중 한 사람을 대상으로 ‘정신분석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아내가 대상이 됩니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현모양처의 역할을 하던 아내가 갑자기 생활의 중심을 연예인으로 잡은 데는 분명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이나 행동 뒤에는 언제나 욕망이 흐르고 있습니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억압된 욕망의 분출이 증상(현모양처의 전형에서 벗어나 가정을 내팽개친 듯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만든 것입니다. 억압된 욕망은 무엇일까? 그것을 알아가는 것이 바로 정신분석치료입니다. 아내가 ‘아!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연예인에게 집착하는구나’를 깨닫는다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정신분석치료의 장점은 아내만 동의하면 시행할 수 있지만 단점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고 좋은 분석가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남편의 시각이나 관점을 바꾸는 것입니다. 정신과에서는 보통 인지치료라고 하지만 저는 ‘철학치료’라고 부릅니다. 철학치료는 정신과에서의 인지치료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깊이와 폭이 깊고 넓습니다. 철학자는 그 어떤 정신과 의사보다도 뛰어난 치료자의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 철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근본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면 더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는 ‘아내는 현모양처의 전형이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 문장이 남편의 아내관을 보여주는 핵심입니다.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의 본질은 현모양처이고 그 본질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일치하느냐 얼마나 닮았느냐가 아내에 대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현모양처의 전형에서 가까워질수록 아내는 좋은 아내가 되고 전형에서 벗어날수록 아내는 나쁜 아내, 아내답지 못한 존재가 됩니다. 현모양처의 기준이나 전형에서 벗어나는 아내의 행동들은 일탈로 낙인 찍힙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왜 아내는 현모양처여야 하는가? 아내는 생활의 중심을 연예인으로 두면 안되는가? 나는 왜 그런 아내관을 가졌는가? 이런 주제를 놓고 남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철학치료를 통해 남편의 아내관을 더 확장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정신세계는 사고, 행동, 감정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고는 철학치료로, 행동은 행동치료로, 감정은 정신분석치료로 도움받을 수 있습니다.
2026-01-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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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우리마루 대표 변호사, 부산예술후원금 1000만 원 전달
법무법인 우리마루 박정은 대표 변호사가 (사)부산예술후원회에 후원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박정은 대표 변호사는 지난 8일 부산 남구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린 (사)부산예술후원회 제5차 정기총회에 참석해 후원금을 전달했다. (사)부산예술후원회 김정기(경동건설 대표) 회장은 “지역 예술계에 단비와 같은 지원을 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풍성한 예술 환경 조성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정기총회에는 김정기 회장과 함께 강의구(부산영사단 대표) 고문, 박원범(전 한국피복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고문, 정광현((주)코리아오션텍 대표) 이사, 조한제(전 KBS부산방송총국장) 정책위원장, 박근서(성현회계법인 대표) 감사가 참석했다. 또 오수연 회장을 비롯해, 김인숙 수석부회장, 권성은 부회장, 남선주 무용협회장, 안규성 연예협회장 등 부산예총 집행부도 함께했다.
2026-01-0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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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안성기, 스크린에서 다시 만난다
하늘나라로 연기 무대를 옮긴 ‘국민 배우’ 안성기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는 귀중한 시간이 부산에서 마련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로서 연기력은 물론 바른 품성과 인품으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안성기는 지난 5일 향년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57년 영화 ‘황혼열차’에서 아역 배우로 데뷔한 이후 ‘바람 불어 좋은 날’ ‘고래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 ‘투캅스’ ‘영원한 제국’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실미도’ ‘화려한 휴가’ ‘부러진 화살’ ‘한산: 용의 출현’ 등 1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국민 배우로 자리 잡았다.
안성기를 극장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는 기회는 오는 12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2026 영화사랑방: 한국고전영화 정기상영회’ 자리이다.
‘영화사랑방’은 매달 첫째, 둘째 월요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212석)에서 한국 고전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의 협조를 받아 매달 4편씩 상영하는데, 때마침 이번 달 상영작에 고인이 출연한 두 편이 포함됐다.
지난 5일 첫째 주 상영에 이어 오는 12일 둘째 주 상영회가 열린다. 상영작은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과 임권택 감독의 ‘왕십리’(1976),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2006), 그리고 배창호 감독의 ‘황진이’(1986) 등 네 편이다.
이 중 ‘라디오 스타’와 ‘황진이’에서 안성기의 생전 연기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작품의 상영 시간은 각각 12일 오후 5시 20분과 7시 40분이다. 예매는 영화의전당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안성기는 ‘라디오 스타’에서 후배 박중훈과 완벽한 브로맨스 연기를 펼쳐 그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했다. 안성기와 박중훈은 앞서 ‘투캅스’(1993) 연기로 제32회 대종상영화제에서 공동 남우주연상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두 배우는 ‘충무로 명콤비’로 불렸다. 서울성모병원 빈소에서 안성기의 영정을 대면한 박중훈은 “이 슬픈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고인은 갖바치로 분한 영화 ‘황진이’에서 스스로 기녀의 길을 선택한 장미희와 정통 멜로드라마의 새로운 미학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황진이’를 연출한 배창호 감독은 ‘안성기 배우 장례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한편, 방송사들도 안성기 추모 특집 방송과 출연작 긴급 편성에 나선다.
KBS는 오는 10일 ‘영화가 좋다’와 17일 ‘인생이 영화’ 프로그램에 고인의 영화 인생을 조명하는 코너를 마련하기로 했다. SBS와 MBC는 각각 9일과 11일 방송 예정으로 추모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전문 채널 OCN과 OCN 무비, OCN 무비2도 6일부터 고인의 출연작 긴급 편성에 들어갔다. OCN은 1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카시오페아’ ‘라디오 스타’ ‘노량: 죽음의 바다’ 3편을 연속 편성하기로 했다. tvN 드라마 채널은 안성기가 출연한 ‘청년 김대건’ 3부작을 10일 오전 8시부터 연속 방송한다. ‘청년 김대건’은 2022년 개봉한 윤시윤·안성기 주연 영화 ‘탄생’을 재편집한 3부작 드라마다.
별이 된 한국영화의 큰 별 안성기는 9일 경기도 양평군 추모공원 별그리다에 영원히 잠든다.
2026-01-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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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상위 촬영 지원작 45%에 '바다' 나온다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영상물 속에도 ‘해양수도 부산’의 위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영상위원회는 5일 ‘2025년 촬영지원 결산’ 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부산영상위가 촬영을 지원한 영화·영상물은 모두 94편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4년의 74편에 비해 27% 늘어난 편수다.
94편 중 장편영화는 12편으로, 전년의 17편에 비해 29% 감소했다. 반면 TV 드라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예능 등 비극장용 영상물은 82편이었다. 이는 전년의 57편과 비교해 41%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전체 촬영지원 건수 증대를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산영상위는 이에 대해 국내 영화시장 위축과 콘텐츠 소비 환경 변화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결산 자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로케이션 장소이다. 지난해 전체 촬영 지원작 94편 중 항만, 부두를 포함한 부산의 해양 공간이 등장하는 작품은 모두 42편에 달했다. 94편의 45%에 해당한다. 바다로 대표되는 부산의 해양 공간이 영화·영상물 촬영 유치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9편의 장편영화가 부산의 해양 공간에서 촬영됐다. 여기에는 송정·다대포 등 해수욕장을 포함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과 연안여객터미널, 5부두와 북항친수공간, 미포항, 민락수변공원, 송도해상케이블카, 수영만 요트경기장 등 주요 해양 포인트가 망라됐다.
부산의 해양도시 이미지가 잘 드러난 장편영화 9편 중에는 올해 개봉 기대작으로 꼽히는 한일 합작영화 ‘3mm의 사랑’도 포함돼 있다. 이 영화는 한국인 유학생을 사랑한 일본 소년이 고향으로 돌아간 유학생을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일본 메이저 영화사 도에이가 제작하고, 디아스포라 영화 ‘국호 7호선’(2024)을 연출한 재일 동포 3세 전진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3mm의 사랑’은 특히 한일 양국의 차세대 스타 연기자로 성장하고 있는 김지안과 구로카와 소야가 주연을 맡아 풋풋한 로맨스 연기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부산의 해양 공간에서 촬영된 작품 42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장르는 드라마이다. tvN의 ‘태풍상사’를 비롯해 JTBC ‘굿보이’, 현재 방영 중인 SBS ‘모범택시3’ 등 15편의 드라마 촬영이 진행됐다. 이밖에 예능, CF, 뮤직비디오, 단편영화 등도 18편에 달한다.
부산영상위는 부산의 해양 공간 촬영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부산영상위 관계자는 “오랫동안 지속해 온 부산의 해양 공간 촬영 유치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올해 역시 지난해 못지않은 실적 달성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5년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의 유치 작품 편수와 대여 일수도 2024년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스튜디오 촬영 유치 작품은 영화 3편과 영상물 4편 등 7편으로 집계됐다. 2024년은 영화 2편과 영상물 3편 등 5편이었다. 대여 일수는 모두 454일로, 전년도의 315일보다 44% 늘었다.
부산영상위 강성규 운영위원장은 “올 9월 완공 예정인 부산기장촬영소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간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한편, 부산시가 조성한 두 개의 모태펀드 기반 중저예산 펀드를 활용한 촬영 유치 전략도 본격 추진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강 운영위원장은 덧붙여 “올해는 촬영 유치의 양적 확대와 함께 콘텐츠 경쟁력과 완성도를 높이는 질적 성장까지 모두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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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도 못 자는 노인, 6시간 이상 자는 노인보다 낙상 위험 높아
수면 시간이 적거나 우울감이 있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낙상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동아대 의대 홍영습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17년·2019년·2021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자료를 활용해 노인 19만 7776명을 분석한 결과 수면이 5시간 이하인 수면부족 그룹의 1회 낙상 경험 비율은 13.4%, 다회 낙상 경험 비율은 7.5%로 나타났다. 6∼8시간 수면 그룹의 1회 낙상 경험 비율(10.4%)과 다회 낙상 경험 비율(4.9%)에 비해3%포인트 높은 셈이다.
우울감 경험 여부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울감을 경험한 그룹에서는 1회 낙상 경험 비율이 16.0%, 다회 낙상 경험비율이 13.1%인 반면 우울감을 경험하지 않은 그룹의 1회 낙상률은 10.9%, 다회 낙상 비율은 5.1%에 그쳤다.
스트레스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인다. 스트레스를 아주 많이 받는 그룹의 1회 낙상 비율 15.5%, 다회 낙상 비율 14.9%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그룹(1회 낙상 비율 10.0%, 다회 낙상 비율 4.2%)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낙상으로 인한 부상을 경험하게 되면 낙상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신체활동 기피, 삶의 질 저하, 우울증이 야기된다고 지적했다. 또 낙상 그룹이 낙상을 경험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신체활동의 실천이 낮은 이유는 낙상 경험의 두려움 때문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으로 우울증이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와함께 뇌의 노화로 인한 손상이 우울증은 물론 보행 이상을 일으켜 낙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항우울제 사용이 우울증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1회 낙상 및 다회 낙상 모두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앞선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노인 낙상과 정신건강 간 연관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부상을 야기하는 낙상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빈번한 낙상 경험은 우울증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월간지 ‘지역사회 건강과 질병’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앞서 대한예방의학회의 격월간 공식 학술지 ‘예방의학과 공보건저널’에도 게재된 바 있다.
2026-0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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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당’이 고관절 골절까지… 주머니 손 넣기 금물
한겨울은 노년층에겐 생명의 위협이 된다. 낙상 사고가 빈번해지는 탓이다. 겨울철에 3배 이상 많이 발생하며, 65세 이상 노년층 낙상은 65세 미만보다 6배 가량 높다는 질병청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인창요양병원 재활의학과 김영동 과장은 “노년층은 골밀도 감소로 인해 가벼운 낙상에도 고관절 골절이나 척추 압박골절, 손목 골절 등 심각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년층 낙상 잦은 원인은
추운 날씨는 몸을 움츠러들게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게 만들어 균형 유지에 방해가 된다. 눈이나 빙판길까지 더해지면 작은 부주의에도 쉽게 넘어질 수 있다. 특히 관절염이나 중풍을 앓아 균형 감각이 떨어지는 노년층의 경우엔 추운 날씨에 몸을 더 움츠리게 되면서 넘어져 다칠 가능성이 높다.
관절과 뼈, 근육이 약해지고 근력이 감소하는 것도 주된 원인이 된다. 시력과 청력 또한 감퇴해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려지면서 넘어질 우려가 더욱 커진다. 낙상 사고의 상당수는 외부가 아닌 집 안에서 발생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고령층 낙상 사고의 60~70%가 실내에서 일어난다. 겨울철에는 추위로 근육이 경직되고 외출이 줄어들면서 욕실의 젖은 바닥, 현관 문턱, 장판이나 카펫 경계, 침대나 소파에서의 낙상이 잦아진다.
낙상 사고 때 가장 많이 다치는 부위는 손목이다. 넘어질 때 손을 짚으면서 손목에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부기가 가라앉지 않고 손목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지속되면 골절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무릎도 많이 다치는 부위 중 하나다. 연골·인대 손상이 있을 수 있어 단순 타박상이라 여기고 방치해선 안 된다. 꼬리뼈도 마찬가지다. 통증이 1주일 이상 이어지거나 앉기 힘들 정도라면 골절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혔을 때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혈액 응고를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 중인 노인의 경우엔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출혈이 진행될 우려가 있다. 낙상 이후 이르면 수일 뒤 두통이나 구토, 보행 이상 등의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노년층 낙상에서 가장 심각한 부상은 고관절 골절이다. 고관절은 뼈가 약해진 고령자나 골다공증 환자는 가벼운 낙상에도 쉽게 골절될 수 있는 부위다. 방치하면 1년 내 사망률이 25%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어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것이 급선무다. 김 과장은 “낙상 사고가 발생했다면 즉시 일어나려 하지 말고 통증이나 이상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조금만 움직여도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119에 연락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욕실 등 실내 낙상 예방 환경을
낙상으로 부상을 입었다면 재활치료에 신경써야 한다. 김 과장은 “재활치료는 손상 부위와 부상 정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환자별 맞춤형 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부종과 통증을 완화시키고 관절은 움직이지 않고 근육에 힘을 주는 등척성 운동을 통해 근육 긴장을 유지하도록 한다. 이어 손상된 근육을 강화시키고 관절가동 범위를 회복하는 운동을 단계적으로 수행한 뒤 고유수용감각 회복 훈련을 통해 균형 능력을 복원시켜 낙상 재발을 예방한다.
완경 이후 갱년기를 맞은 여성이나 노년층은 골밀도 감소로 추가 골절 위험이 더욱 커지는 만큼 골밀도 검사를 통해 골다공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골밀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뼈의 주요 구성 성분인 칼슘과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수다. 칼슘의 하루 권장량은 800mg이며, 우유와 같은 유제품과 뼈째 먹는 생선 등에 풍부하다. 김 과장은 “비타민 D의 경우 산책 등으로 햇볕을 쬐면 되는데, 바깥 활동이 어렵다면 보충제로 섭취할 수 있다”며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와 탄산음료는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에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내 낙상 사고가 빈번한 만큼 안전한 실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욕실과 현관에 미끄럼 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문턱과 바닥의 높낮이를 최소화하는 식이다. 실내에서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나 양말을 착용하는 습관도 들일 필요가 있다.
낙상을 우려해 바깥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면 심폐기능이 떨어지고 근육 위축이 빠르게 진행될 우려가 있어 어느 정도 바깥에서 움직이는 것이 좋다. 기온이 비교적 높은 낮 시간을 이용해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되 평소 운동량의 약 80%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겨울철에는 관절과 근육이 쉽게 굳어지므로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한다.
외출 시에는 보행 속도를 줄이고 손을 주머니에서 빼 균형을 유지하도록 한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습관을 피하기 위해 장갑을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김 과장은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신발을 착용하고 필요하다면 지팡이와 같은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옷은 따뜻하게 입되 지나치게 둔하지 않게 입어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1-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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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복원한 사랑도 현실의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재)부산문화회관의 2026년 기획공연이 시작된다. 첫 공연은 오는 16~17일 열리는 연극 ‘시뮬라시옹’이다. 배경은 자율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근미래인 2035년. 비행기 사고로 아내를 잃은 ‘선욱’이 AI와 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아내 상아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상아 님을 AI 기술로 복원하기 위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전상아 님의 디지털 기기가 있다면 저와 연결해 주십시오.” 테마파크 어트랙션 엔지니어인 선욱은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가상현실 재현 프로그램 ‘시뮬라시옹’을 통해 AI 상아를 만난다.
부재했던 그녀의 존재를 경험하며 시뮬라시옹은 그의 일상 깊숙이 파고든다. 그러나 데이터러닝으로 점점 더 실제화되는 AI 상아를 통해 선욱은 복원하려 하지 않았던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연극 ‘시뮬라시옹’은 눈앞 현실로 다가오는 인공지능 일상화 시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사람은 복제할 수 있어도 감정의 공유까지 복원할 수 있는가? 사랑하는 아내를 복제했지만, 그와의 사랑까지 되돌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연극 '시뮬라시옹'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는 극장은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본질이 어떻게 변화하고 지속될 수 있는지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창작공장 콤마앤드가 제작한 ‘시뮬라시옹’은 ‘1923년생 조선인 최영우’ '워크맨' 등에서 깊이 있는 주제 의식과 독창적인 연출로 주목받은 최양현 작가와 이태린 연출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송철호(선욱), 신사랑(상아), 유연, 안창현, 임지영, 송예준 등이 무대에 선다.
‘시뮬라시옹’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주체 지원사업과 대학로극장 ‘쿼드’의 2025년 쿼드초이스 ‘재연을 부탁해’ 선정작이다. 대학로 공연 당시 “기술과 감정의 경계를 가장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 “SF적 상상력이 인간의 감정으로 귀결되는 보기 드문 연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62회 동아연극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관객들은 특히 천장과 조명 등을 활용해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는 후기를 많이 남겼다.
연극 ‘시뮬라시옹’의 첫 지방 무대인 부산 공연은 오는 16일(오후 7시 30분)과 17일(오후 3시) 두 차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전석 5만 원으로 7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해수부 임직원 포함 부산시민 20% 할인 혜택이 있다. 예매 부산시민회관 홈페이지. 문의 051-607-6000.
2026-01-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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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존재 떠나보낸 모든 생명에 위로와 희망을…"
부산의 고등학생 2명이 쓴 동화책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2024년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소재로 쓴 동화책 <맑음이>다. 지난 2일 저자 현로아·양현수 양을 만났다.
“나는 맑음이! 특기는 ‘기다려’.”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듯 얌전히 자리 잡고 앉아 해맑게 웃는 강아지 그림이 눈길을 붙잡는다. 견주인 희망이가 손바닥을 내미는 걸 보고 기다리면, 아빠는 소시지를 주고 엄마는 등을 쓰다듬어 준다.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맑음이다.
“얼른 와야 해! 여기 있을게.” 그러던 어느 날, 희망이는 노란 가방을 메고 가족 여행을 나선다. 비행기를 타야 해서 함께 갈 수 없지만, 금방 다녀올 거라며 손바닥을 내밀어 기다리라고 말한다. 맑음이는 희망이 내복 위에 웅크리고 누워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지만 며칠이나 지나도 희망이네 가족의 귀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책 출간의 시작은 제주항공 참사로 견주 가족이 모두 떠난 뒤 집에 홀로 남아 그들을 기다리는 ‘푸딩이’ 사연을 접하면서였다. 여객기 사고 소식에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둘은 강아지 ‘푸딩이’ 시점으로 책을 내기로 했다. 둘 다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도 이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
둘은 출간 비용을 마련하려 인터넷에 펀딩사이트를 개설하고 자신들의 구상을 알렸다. 가수인 현수 아버지와 알고 지내던 수와진과 팬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원더박스)와도 인연이 닿았다.
8월께 내려던 구상과 달리 책은 연말이 돼서야 세상에 나왔다. 각각 고2, 고3 학생으로 학업이 우선이었던 점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원고와 그림을 수정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글과 그림 모두 처음 구상과 많이 바뀌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우리 생각이 좀 투박하기도 하고 과한 표현도 많았던 거 같다”라고 말한 둘은 길어진 출간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성숙해진 기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아 양은 “처음엔 많은 얘기를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힘을 빼면서도 견주인 희망이가 (어떤 모습으로든)늘 맑음이 가까이에서 함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현수 양도 “간결한 선과 여백, 그리고 색감으로 가족의 부재를 받아들여야 하는 강아지의 입장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림은 강아지가 구분할 수 있는 파랑과 노랑으로만 그렸다.
둘은 책이 나온 후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저자로 초대받아 사인도 하고, 대형 서점에 진열된 자신들의 책을 찾아보는 등 ‘작가 경험’을 살짝 즐기기도 했다. 로아 양과 현수 양의 학교에서도 책을 전시해 주는 등 관심과 부러움이 섞인 응원을 받았다. 아무리 의욕이 많다고 해도 10대에 책을 낼 결심을 하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이들이 용기를 낸 배경에는 스스로 개척해 온 궤적들이 있다.
중학교 때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일기에 표현하기 시작한 로아 양은 고등학교(부산진여고)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힘을 쏟았다.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은 그는 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해 시를 쓰는 작가의 길을 걸으려 한다. 그림을 맡은 현수 양은 큐레이터를 꿈꾸는 예비 미술학도. 입시용 그림 그리기가 싫어 예고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성모여고)에 진학했지만, 2학년이던 지난해 이미 전시회를 연 화가이기도 하다.
얼마 전 제주항공 사고 1주년을 가슴 아프게 보냈다는 둘은 <맑음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닿기를 희망하고 있다.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쓴 책이지만, 소중한 이를 가슴 아프게 떠나보낸 모든 생명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들이 어둠 속에서 미안해하며 힘들어할 걸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마음속 먹구름이 걷히고 맑게 개기를 바라는 뜻을 담았어요.” 책 제목을 실제 사연의 주인공인 ‘푸딩이’ 대신 ‘맑음이’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6-01-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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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라는 말 속에 똬리 튼 경계와 배척
제주에 사는 ‘나’와 아버지는 북카자흐스탄에서 관광 온 고려인 재종숙 부부를 반나절 동안 안내하기로 한다. 촌수로 따지자면 남이나 다름없지만 아버지는 그들 또한 ‘괸당’이니 잘 대접해야 한다고 말한다. 괸당은 집성촌이 발달한 제주의 끈끈하고 촘촘하게 결속된 친인척 관계를 뜻하는 방언이다. 실제로 ‘나’의 괸당들은 고려인 강제 이주와 제주 4·3사건의 역사적 아픔을 매개로 재종숙 부부와 정을 나누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재종숙 부부가 제 부친의 뼈를 고향 땅인 제주에 묻고자 노동 비자를 얻으러 왔다고 고백함과 동시에 괸당들은 그들을 경계 너머로 배척한다.(성해나 작가의 ‘괸당’)
‘왜 우리는 누군가에겐 관대하면서도 누군가에겐 한없이 매정해질 수밖에 없는지’를 묻는 단편 소설 6편을 묶은 소설집 <경계 없는 소설>에 실린 작품 중 하나다. 책에 수록된 6편은 모두 우리 경계 밖의 낯선 곳, 낯선 이와 만나는 이야기들이다.
조해진 작가의 ‘문주’는 해외로 입양된 주인공 ‘문주’가 다큐멘터리 촬영 요청을 받고 한국에 머물면서 자기 이름의 뿌리를 찾으려는 과정을 담고 있다. 김다은 작가의 ‘내 이름은 프리’는 한국에 사는 ‘나’와 미국에서 여행 온 ‘변’이 언어 장벽과 숨기고 있는 아픔으로 소통하지 못하다가, 조각 작품을 함께 만들며 마음을 털어놓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이환 작가의 ‘고양이의 마음’은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우후루에 내전이 벌어지면서 주인공 ‘장 사장’이 귀국을 위해 벌이는 소동을 그렸다. 한소은 작가의 ‘국경’은 여섯 명의 사람이 국경을 넘어 밀입국하려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버스 뒷좌석 좁은 비밀 공간에 숨은 그들의 절박한 심정이 잘 그려졌다.
가장 관심이 가는 작품은 조선족 전춘화 작가의 ‘블링블링 오 여사’였다. 한국에서 소설가가 되려는 딸을 위해 느지막이 한국으로 이주해 간병인으로 일하는 조선족 오봉선의 일상을 그린 소설이다. 2003년 호밀밭에서 나온 작가의 첫 소설집 <야버즈>에 수록됐다. 야버즈는 오리의 목에 붙어 있는 고기로 중국에서는 친숙하지만, 한국인에게는 베이징오리구이와 달리 생경하기만 하다. 전춘화의 소설은 야버즈처럼 낯설고 이해할 수 없는 이방인 조선족의 자리를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이웃의 자리로 옮겨 놓은 작품이다.
이처럼 소설집 <경계 없는 소설>에 실린 여섯 작품에는 제목과 달리 우리 사회 곳곳에 그어진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이런 결속력이 때로는 높고 배타적인 벽으로 작용한다. 책은 그런 벽을 넘나들어야 하는 이들과 낯선 곳에서 새 터전을 일구는 존재들, 그리고 뿌리를 찾아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와 ‘다문화’라는 말의 의미를 되묻는다.
창비교육의 ‘테마 소설 시리즈’ 열네 번째로 묶인 이 책은 경기도 안산시의 학교에서 다문화 업무를 하는 한 교사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다문화’라는 단어가 단순히 이질적인 문화의 물리적 공존을 뜻하는지, 누구의 관점에서 이질적인지, 이질적이라는 말에 혹여 일방적인 의미가 내포된 건 아닌지, 그리고 다문화를 교육한다는 건 어떤 형태로 가능한지 등을 고민하던 인근 지역 교사 다섯이 뜻을 같이했다.
여섯 명의 교사는 다문화 교육이 단순히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거나 공존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차이에 고정 관념을 갖지 않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문화적으로 공감하는 능력과 태도인 ‘다문화 감수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곧이어 이들은 다문화 감수성을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소설을 찾아 여러 차례 토의를 거쳐 여섯 편을 선정했다.
작품들은 각각 다른 시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단행본에 수록된 단편 소설이다. 출간을 허락한 작가와 출판사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힌 창비교육 관계자는 “이 책이 ‘진짜 ‘우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성해나 조해진 김다은 전춘화 김이환 한소은 지음/창비교육/216쪽/1만 7000원.
2026-01-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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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안하고 단백질 과다 섭취 땐 오히려 독
한때 운동선수와 보디빌더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단백질 보충제.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초고령사회에 들어서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면서 일반인도 단백질 보충제를 쉽게 접하게 됐다.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무분별한 섭취를 경고하며, 단백질 보충제가 만능이 아님을 강조한다.
□단백질 보충제, 정말 먹을 필요 있나
흔히 ‘프로틴’이라고 불리는 단백질 보충제는 평소 식단으로 하루 권장량의 단백질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으로 분말이 일반적이다. 이용층이 확대되면서 단백질 바, 음료, 스낵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돼 인기를 모은다. 분말형 보충제 1스쿱(약 30g)에는 최대 30g의 단백질이 들어있으며 근력 운동 후 섭취하면 운동으로 미세하게 손상된 근육의 회복과 합성에 도움이 된다. 근육 분해를 억제해 단백질 섭취와 운동량이 부족한 고령층에 특히 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8년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이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연구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준다. 65세 이상 92명을 대상으로 하루 단백질 권장량(0.8g/kg) 섭취군과 그보다 훨씬 많은 1.3g/kg 섭취군으로 나눠 6개월간 관찰한 결과 두 군 간에 근육량, 근력, 신체 기능 정도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관련 연구에 매진해 온 동의의료원 송무호(정형외과 전문의) 의무원장은 “노인에게도 성인 단백질 권장량인 하루 0.8g/kg은 근육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양”이라며 “단백질을 더 많이 먹는다고 더 많은 근육이 생기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송 의무원장은 더 주목할 만한 연구도 있다고 했다. 65세 이상 200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주 2회 근력 운동 및 류신, 유청단백질, 대두단백질, 크레아틴 등 다양한 단백질 보충제의 효과를 조사한 결과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처방하는 어떤 단백질 보충제도 근육량을 늘리는 데 실패했으며, 근육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근력 운동’이라는 것이다. 7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단백질 보충제의 효과를 연구한 15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난 30년간 근감소증 해결을 위해 수많은 단백질 보충제가 나왔지만 별 효과는 없었고, 근감소증에 실제로 도움이 된 것은 근력 운동뿐이었다.
하지만 단백질 보충제가 필요한 연령층도 있다. 근감소증 위험성 있는 고령층이다. 단백질 섭취가 어려운 고령층은 물론 성장기 어린이·청소년, 회복기 환자에게는 도움이 된다. 운동 전보다 운동 후 섭취가 권장되며, 한번에 몰아먹는 것보다 나눠 먹는 것이 낫다. 단백질 1일 권장섭취량을 한 끼에 몰아서 먹기보다 매끼 골고루 분배해 섭취하는 것이 근육 합성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대한가정의학회 한성호(동아대 가정의학과 교수) 회장은 “단백질 보충제가 필요한 연령층의 경우 하루 1~2개 정도 단백질 보충제를 먹을 수 있지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과도한 섭취, 심각한 부작용 초래
전문가들은 건강한 일반 성인의 경우엔 단백질 보충제 섭취가 필요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회장은 “보통 자기 체중이 단백질 섭취량이 되는데, 몸무게 70kg인 사람은 단백질 70g 정도 먹으면 단백질 보충제를 따로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며 “건강한 일반 성인은 먹을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단백질 보충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다. 특히 신장(콩팥) 기능에 문제가 있을 경우엔 문제가 된다. 단백질을 과다 섭취할 경우 체내 많은 양의 질소가 쌓이면서 콩팥에 부담을 주게 되기 때문에 신장 질환자에겐 단백질 자체가 부작용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실제 체중 1kg당 하루 1.5g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고단백 섭취군 추적 관찰 결과, 콩팥 기능의 빠른 감소나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젊은 층의 신장암 발생률이 높은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단백질 과잉 섭취가 한몫한다는 주장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신장암으로 내원한 20대 환자가 2018년 대비 58%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한 회장은 “신장 기능에 문제 있는 경우 단백질 섭취는 독으로 작용한다”며 “단백질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신장 질환자의 경우 꼭 먹어야 한다면 주치의와 상담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간에도 무리가 된다. 특히 평소 식단에 단백질 함량이 높을 경우 단백질 과다 섭취로 인해 간 수치 증가, 지방간 등 각종 간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칼슘 결핍 현상으로 인해 신장결석, 통풍, 골다공증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단백질 보충제의 단백질은 주로 우유에서 추출되는 만큼 유당불내증이 있는 경우엔 소화불량과 복통, 설사 등을 겪을 수 있다. 체질과 평소 식단, 알레르기 유무에 따라 뾰루지나 가려움과 같은 각종 피부 질환을 앓을 수 있다.
단백질 보충제를 먹기 좋게 하기 위해 감미료가 첨가되는 탓에 되레 살이 찌기도 한다. 한 회장은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운동하는 사람처럼 많이 먹으면 남은 단백질은 전부 지방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과한 에너지 보충은 비만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이 답
전문가들은 단백질 보충제보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강조한다. 송 의무원장은 “우리에게 부족한 건 운동이지, 단백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상적인 식사만 해도 이미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고단백식이나 단백질 보충제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사실상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중의 불안감을 자극하여 필요 이상의 단백질 섭취를 부추기는 현재의 단백질 열풍은 마케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형외과 재활훈련에도 참여하는 송 의무원장은 “근육이 커지는 원리는 ‘반복된 손상을 통한 재생’”이라고 강조했다. 운동으로 근육을 많이 움직이면 근섬유가 미세하게 손상되고, 근처 위성세포가 몰려와 손상된 근섬유에 붙는 등의 과정을 통해 근육 조직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근섬유 양이 기존보다 늘어나면서 근육은 커진다. 송 의무원장은 “근육이 성장하는 시점은 운동할 때가 아니라 회복할 때”라며 “근력 운동은 매일 하는 것보다 하루나 이틀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한다면 보충제가 필요하지 않다. 단백질이 많은 음식으로는 닭가슴살, 계란, 콩, 두부, 연어, 오징어, 귀리, 우유 등이 있다. 특히 닭가슴살은 많은 단백질을 가진 것에 비해 적은 지방을 자랑하며 포만감까지 살려 배부른 효과를 더해준다. 콩과 두부는 풍부한 단백질과 함께 저칼로리 음식으로 포만감을 높여줘 과식 및 폭식 예방에도 도움을 주며, 건강을 증진시키는 식물성 지방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단기간 성과가 아니라 절제와 균형이 지속적으로 반복될 때 건강한 몸이 만들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성이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계획을 세워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이고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분 보충과 회복 시간의 확보가 핵심이다. 송 의무원장은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육을 사용하면 근육이 조금씩 커지거나 현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매일 20~30분 간 유산소 운동을 하고 이틀에 한 번씩 10~20분 정도 근력 운동을 하는 등 운동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결국 건강한 근육을 만들고 유지하는 핵심은 단백질 보충제가 아니라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인 셈이다. 한 회장은 “보충제는 말 그대로 보충하는 역할로만 그쳐야 하며,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을 고려해 전문가와 상담 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2026-01-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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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만 먹으면 된다고? 단백질 덩어리 ‘콩’ 챙겨먹어도 굿
단백질 섭취는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필수요소다. 하지만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기 등 동물성 식품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식물성 단백질, 특히 콩류가 우리 건강에 더 유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결과로 증명된다.
콩을 두고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 부른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백태·서리태·흑태·서목태 등 국내 대표 콩 4종의 단백질 함량을 분석한 결과 서리태가 100g당 43.1g으로 가장 높았으며, 서목태(42.7g), 흑태(40.9g), 백태(40.8g)가 뒤를 이었다. 구운 소고기 등심 100g의 단백질 함량이 18.9g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콩의 단백질 함량이 얼마나 풍부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때 콩 단백질을 두고 일부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한 ‘불완전 단백질’로 불렀지만 국내 대표 콩 4종엔 트립토판 등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되어 있음이 확인됐다.
콩은 조리법에 따라 단백질 흡수율이 달라진다. 국립농업과학원은 콩을 삶으면 생콩보다 단백질 함량이 67% 늘어나며, 볶으면 2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가열하면 세포벽이 깨져 흡수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콩은 단백질 외에도 다양한 영양소를 제공한다. 식이섬유를 비롯해 비타민K, 철, 아연, 인, 칼슘, 마그네슘 등이 들어있어 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함께 장 기능 개선, 혈압조절, 항암작용 등 다양한 효능이 있다. 특히 검은콩인 서리태에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서리태 겉껍질의 안토시아닌 색소는 대표적인 블랙푸드로, 항염증 및 항산화효과가 탁월하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이소플라본도 풍부해 유방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 병아리콩과 렌틸콩 같은 다른 콩류도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연구에서도 이 같은 식물성 단백질의 이점이 두루 입증되고 있다. 동핀란드대학 연구팀이 42~60세 남성 2232명을 대상으로 19년간 진행한 연구 결과 식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35%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국립암센터의 대규모 연구 결과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4%만 식물성으로 대체해도 전체 사망률이 34%, 심혈관질환 관련 사망률은 42%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식물성 단백질만 섭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루 권장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0.8~1g 정도인데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을 약 3대 7의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과체중이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식물성 단백질의 비율을 더 늘리는 것이 좋다.식물성 단백질 섭취는 간단하다. 밥에 콩을 넣어 잡곡밥으로 먹어도 된다. 쌀에 부족한 라이신은 콩에 풍부하고, 콩에 부족한 메티오닌은 쌀에 들어있어 콩밥을 먹으면 단백질 영양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두부를 활용한 찌개와 반찬, 콩국수, 두유 등으로도 섭취 가능하다. 병아리콩은 샐러드에 넣거나 갈아서 페이스트로 만들어 먹어도 된다.
2026-01-03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