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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어렵고 팔다리 저린데 중풍도, 목 디스크도 아니라면?
갑자기 젓가락질이 어려워지고 양쪽 팔다리가 저리다면? 경추척수증을 의심해볼 만하다. 뇌졸중(중풍)이나 추간판 탈출증(목 디스크)으로 혼동하기 쉬워 초기 대응이 중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경추척수증은 경추 부위에서 척수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압박되면서 발생하는 척수 손상을 일컫는다.
경추는 총 7개 척추뼈로 구성돼 있는데 머리를 지지하는 것은 물론 회전, 굴곡·신전 등 다양한 방향으로 머리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팔·어깨·손으로 내려가는 말초신경의 분지 경로 역할도 하며, 경추 내부의 척추관을 통해 지나가는 척수와 신경 구조물을 보호하기도 한다. 척수는 중추신경계의 핵심 구조로, 뇌에서 시작해 경추·흉추·요추를 따라 내려가는 길고 연속된 신경 조직이다. 척수는 뇌의 명령을 근육으로 전달하는 운동 신경 경로, 감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감각 신경 경로, 그리고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하는 반사 작용의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
척추의 뼈와 뼈 사이에서 충격 흡수 역할을 하는 추간판이 여러 요인으로 탈출해 척수를 직접 압박하는 목 디스크와 척추체 뒤쪽에서 척추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후종인대가 두툼해지거나 골화돼 척수 공간을 좁히는 후종인대 골화증, 척추 후궁을 연결하는 황색인대가 두꺼워지거나 골화돼 후방에서 척수를 압박하는 황색인대 골화증 등이 경추척수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목, 어깨, 손, 팔에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나타나면서 목 디스크와 혼동될 수 있다. 척수 압박이 심해지면 손의 미세운동 장애가 나타나면서 젓가락질을 비롯해 필기 능력이 저하되고, 단추를 채우기나 물건을 잡는 정교한 손동작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보행이 불안정해지고 균형 잡기가 어려워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경우도 발생한다.
이뿐만 아니다. 주먹을 빠르게 쥐었다 펴는 동작을 10초 동안 20회를 하지 못하거나 양쪽 팔·다리가 저리고 손가락 끝이 저리거나 시큰한 경우엔 가까운 병원을 찾아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노화와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는 50대 이상부터는 정기적인 척추 평가가 권장된다.
진단은 신체검사 및 MRI, CT, X-Ray 등을 통해 척수 압박 정도, 디스크 변화, 척추 정렬 상태를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신경학적 검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약물,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가 우선되지만 척수 압박이 심하거나 진행성 신경학적 결손이 있을 경우엔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경추척수증 예방을 위해서는 컴퓨터·스마트폰을 쓰거나 운전할 때 척추 정렬에 맞는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과 목·어깨·등 근육 강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며, 적정 체중 관리를 통해 척추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동병원 척추센터 정동문(신경외과 전문의) 진료부장은 “손놀림이 부자연스럽고 보행이 불안정한 증상은 뇌졸중과 유사해 조기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미 손상된 신경 기능은 회복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2025-12-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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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괴로워하는 자기에게 집중할 때 ‘치유’의 시작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말 못할 고민에 마음 아픈 이들이 기댈 곳은 실상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마음산책>은 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내적 고통에서 벗어날 길을 보여줍니다. 올해 초 동아대병원에서 정년퇴임한 정신과 전문의이자 정신분석가인 김철권 박사는 개인 병원을 열고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회복에 전념하기 하고 있습니다. 이메일(gomin119@busan.com)을 통해 접수된 사연 중 한 건을 선정해 매월 한차례 고민을 풀어볼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Q. 어머니는 안중에 첫째 뿐이었습니다.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어머니가 저의 진가를 알아주실 줄 알았습니다.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권유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랐던 것도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장기 기증한 뒤 가족들은 나몰라라 했습니다. 이유 모를 고통을 호소하면 생색내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바랐던 가족의 사랑이었건만…. 제가 먼저 가족과 연을 끊었다고 해서 연락조차 없는 그들은, 남보다 못한 존재입니다. 불쑥 치미는 화 때문에 가끔은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장기 기증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여전히 후회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이번 사례는 두 가지 매듭으로 꼬여있습니다. 하나는 가족 간의 장기 기증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로부터의 인정 욕망 문제입니다. 가족 간의 장기 기증은 타인 간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심리적 문제를 초래합니다. 가깝고 자주 보기 때문입니다. 기증자는 대부분, 자기 신체 일부를 병든 가족에게 조건 없이 제공함으로써 아픈 가족 구성원이 회복되고 그로 인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 엔딩을 상상합니다. 기증 전에는 가족 모두 기증자의 용기와 희생에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갈등은 대부분 기증자나 수혜자의 건강이 악화될 때 생깁니다. 장기 기증 후 건강이 악화되면 기증자는 자기 보존 본능이 작동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결정을 후회합니다. 마찬가지로 수혜자가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기대했던 만큼 건강이 회복되지 못할 때도 기증자는 괜히 기증했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장기 이식은 기증자의 엄청난 희생을 전제로 성사됩니다. 가족 구성원에게 자기의 장기를 주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기증자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사랑은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주는 것입니다. 기증한 후에 기증자의 마음은 사랑에서 욕망으로 바뀝니다. 욕망은 가지는 것입니다. 내 몸의 일부를 주었으니 당신도 그에 맞는 소중한 것을 나에게 달라는 마음이 싹틉니다. 그래서 기증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수혜자와 가족 구성원 모두로부터 보상을 받기를 원합니다. 돈과 같은 물질이든, 아니면 감사와 칭찬과 존경과 고마움의 표시와 같은 비 물질이든 간에 자기 몸의 일부를 내어준 대가를 원합니다. 그것도 계속, 지속적으로 받기를 욕망합니다. 기증자의 보상 심리와 기대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기증자는 후회와 배신감, 우울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어머니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망입니다. 이것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욕망입니다. 모든 인간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고 사회는 아기를 잉태하고 출산한 여자에게 ‘어머니’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신성하고 위대합니다. 아무나 ‘어머니’의 이름을 달고 어머니의 자리에 앉을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없다면 아기는 태어날 수 없고 태어난 후 생존할 수 없기에 어머니는 아기 생명의 모든 것입니다. 아기는 태어나서 처음에는 자기와 어머니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내가 어머니이고 어머니가 나인줄 압니다. 성장하면서 어머니가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아이는 오랜 기간 어머니를 욕망하는 심리적 일체감을 가집니다. 그러다가 사회 규범을 받아들여 비로소 어머니에 대한 욕망을 접고 독립합니다. 어머니와 심리적으로 분리된 후에도 ‘어머니’라는 단어가 주는 그 포근함과 안락함과 안정감은 모든 인간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습니다. 실제 자기 어머니가 그런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어머니’라는 말이 주는 상징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평소에는 아프지 않던 손이 소금물에 넣었을 때 어느 부위가 쓰리고 아프다면 분명 그 부위에 상처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사례에서 장기 기증은 삶에서 소금물 역할을 하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인간은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취약성을 발견하게 되고 성장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했기 때문에 장기 기증을 권유하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랐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바로 그때가 아이에서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순간입니다.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치유는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이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 괴로워하는 나 자신에게 집중할 때 시작됩니다. 상처가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상처는 아물어 삶의 무늬가 되고 당신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중심을 자기 자신에게 두어야 크고 작은 시련에 인생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2025-12-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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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황홀지경 신라 금관 여섯 점…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겨울방학이 눈앞이다. 신나게 방학을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이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경북 경주시에 다녀왔다. 이번 행선지는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인기 높은 야외 명소가 아니라 어린 자녀들과 함께 따뜻한 실내에서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신라 금관전’이 열리고 월지관이 재개관한 국립경주박물관, 최근 신라를 주제로 문을 연 ‘플래시백 계림’ 그리고 겨울에 꼭 가볼 만한 동궁원 버드파크가 바로 그곳이다.
■국립경주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은 두 가지를 기념하기 위해 신라역사관 3a실에서 특별전시회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을 열고 있다. ‘APEC 2025 정상회의’와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이 그것이다.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교동, 황남대총 북분, 금관총, 서봉총, 금령총, 천마총에서 발굴된 금관 여섯 점이 사상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는 전시여서 큰 기대를 모았다. 초기 양식의 교동 금관부터 완성형이라는 천마총 금관까지 제작 시기에 따른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그야말로 박물관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황금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달까지만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일반 관람객이 쇄도하자 전시 기간을 내년 2월 22일까지로 연장했다. 무료입장권은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박물관 정문에서 나눠 받으면 된다. 물론 입장권 구하기가 쉬운일은 아니다. 다행히 홈페이지 예약에 성공해 특별전을 관람할 수 있었다.
하루에 총 17차례, 30분마다 매회 150명이 특별전에 입장할 수 있다. 사실 특별전 전시실은 ‘신의 금관’이라는 주제에 비해서는 매우 좁다. 그래서 전시실 내부는 매우 붐비고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도 모든 입장객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언제 다시 신라 금관 여섯 점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지 않은가.
전시실은 중앙에 ‘신성한 나무와 새 그리고 황금빛 세상’이라는 독특한 사각형 구조물이 서 있고, 구조물 뒤에 금관총 금관 그리고 주변 벽을 따라 다른 금관들이 전시된 형태로 구성됐다. 곳곳에 신라 금관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을 미리 관람하면 여섯 금관을 직접 볼 때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사전 지식을 갖고 신라 금관 여섯 점을 한꺼번에 살펴보니 모두 다른 형태에 다른 특징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원초적 형태를 가진 교동금관에는 사슴뿔 장식이 없는 반면 서봉총 금관에는 새 모양 장식이 있다.
‘신라 금관’ 특별전 외에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장기간 보수를 거쳐 지난 10월 재개관한 월지관이다. 통일신라 왕실의 별궁이자 연못이었던 동궁과 월지(안압지)에서 출토된 유물 중 1100여 점이 전시된 곳이다. 무엇보다 널찍하게 펼쳐진 박물관 내부 구성이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박물관 한가운데에는 7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배 한 척이 놓여 과거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느낌을 준다. 배를 중심으로 왕의 연회와 음악, 꽃과 새가 어우러진 정원 문화, 수중 장식물 등 통일신라의 생활 미학이 전시품으로 펼쳐진다. 주사위인 상아 주령구와 금박무늬 뼈 장식, 연꽃 문양 도자편 등은 처음 공개되는 희귀 유물이라고 한다.
물론 ‘신라의 금관’ 특별전을 둘러본 뒤 같은 건물인 신라역사관도 빼먹을 수 없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품은 당연히 벽에 걸린 얼굴무늬 수막새 ‘신라의 미소’다. 모든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인기 전시품이다. 그 앞에 서서 한동안 넋 빠진 표정을 하고 있으면 수막새가 정말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이는 착각을 가질지도 모른다.
불교미술을 볼 수 있는 신라미술관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그곳의 조각상은 고대 그리스 못지 않게 환상적이다. 금강역사, 사천왕, 팔부중 등 다양한 신장상의 강력한 표정과 역동적 자세는 잊지 못할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불교 조각 3실’에서 만난 약사여래는 무더위와 일상에 지친 관람객에게 위로와 안식을 준다.
■플래시백 계림
요즘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은 물론 개인 시설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아트, 즉 특수 영상이 인기다. 빛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화려하게 표현하는 장치다. 경주에는 최근 신라 시대 계림을 주제로 만든 히스토리텔링 미디어아트 시설인 ‘플래시백 계림’이 문을 열었다.
전시 공간은 총 13개의 주제로 이뤄진다. 신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시작점부터 신라 건국 설화, 신화 속 신, 고대 유물, 신라 왕국의 대서사시가 차례로 펼쳐진다. 가격이 비싼 게 흠이지만 이색적인 주제인 데다 화려한 영상을 보면서 독특한 사진을 찍기에도 좋아 경주에 간다면 한번쯤 둘러볼 만한 시설이다.
플래시백 계림의 시작은 홍살문을 표현한 ‘붉은 문’이다. 거울에 끝없이 비친 홍살문은 여행의 시작을 의미한다. 신라를 지킨 수호신인 골화, 계신 등을 표현한 ‘수호자’가 이어진다. 벽에 붙은 거대한 부조처럼 표현된 신들의 모습은 무섭기도 하면서 재미있기도 하다. 부조를 보고 서면 뒤쪽에서 나온 빛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데 특이하게도 도깨비, 귀신 등의 형상을 연출한다. 움직임에 따라 빛은 계속 모양을 바꾸는 게 상당히 이색적이고 재미있다.
플래시백 계림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사진 찍기에 훌륭한 공간은 ‘신단수’다.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나무 신단수를 주제로 한 넓은 공간인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영상과 색채가 화려해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문무왕의 대왕을 주제로 삼은 ‘용이 지키는 바다’는 파도가 철썩이는 바다를 표현했다. 바다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여 사진을 찍으면 정말 동해 겨울바다에 다녀온 것처럼 훌륭한 한 컷이 된다.
‘용이 지키는 바다’에 이어 신라인들의 문양인 ‘보상화’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인 ‘빛의 회랑’가 나온다. 햇빛이 잘 비치는 쪽에 마련된 시설이어서 정말 밝아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다. 마지막 공간은 금관, 상감유리 목걸이 등 신라의 각종 보물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영상이다.
■동궁원 버드파크
<삼국사기> 기록에 따르면 신라 시대 동궁과 월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이었다고 한다.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2013년 보문단지에 동궁원이 탄생했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시설은 버드파크다. 다양한 새를 살펴보거나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시설이다. 물론 새 외에도 여러 가지 동물을 구경할 수 있다.
버드바크 안에 들어가자마자 다양한 새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뱀과 거북이 잠을 자는 시설을 지나면 수생플라이트장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데, 새 소리는 이곳에서 흘러나온다. 태양황금앵무, 흰올빼미 등이 소리를 지르는 ‘범인’들이다. 어린이 두 명이 태양황금앵무 두 마리를 손바닥에 앉혀 모이를 준다. 새들은 익숙한 듯 얌전하게 먹이만 골라 먹는다.
새로운 관람객이 들어오자 새들은 더 소란스러워진다. 먹이를 달라면서 주변을 맴돌며 소리를 지른다. 사람 머리에 앉은 새가 있는가 하면 바닥에 앉아 사람 얼굴만 쳐다보는 새도 있다.
수생플라이트를 나오면 화려한 깃털로 장식한 청금강앵무를 만날 수 있는 새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안전을 고려해 직원이 안내한다. 청금강앵무는 부리가 날카로운 탓인지 먹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안내판도 붙어 있다.
제2관에는 사랑앵무장이 있다. 잉꼬앵무새들의 재촉을 들으며 먹이를 주는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잉꼬앵무새가 여러 마리가 바로 날아온다. 머리에 앉아 재롱을 떠는 새도 있다. 손바닥을 펼치자 여러 마리가 날아와 앉더니 먹이를 달라면서 짹짹거린다. 새들은 노래하고 사람들은 신나게 웃으면서 그야말로 합창을 한다.
2025-12-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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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연출가와 함께 만든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스'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 중 한 명인 에우리피데스의 대표작 ‘오레스테스’(ORESTES)가 부산 관객에게 선보인다. (사)한국연극협회 부산시지회(부산연극협회)가 12~14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무대에 연극 ‘오레스테스’를 올린다.
에우리피데스의 고전 비극을 현대적 맥락으로 재해석한 연극 ‘오레스테스’는 어머니를 살해한 존속 살해범 오레스테스가 법적 심판과 동시에 냉혹한 대중의 심판대에 오르는 과정을 긴박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무대엔 극의 분위기에 맞게 차갑고 경직된 형태의 브루탈리즘 건축물로 둘러싸인 광장이 들어선다. 광장 중앙의 테이블은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과 고정된 법의 무게를 상징한다. 여기에 현대적 음향 효과 마스크와 제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합창단은 청각과 시각을 통해 긴장감을 더한다.
부산연극협회 관계자는 오레스테스를 중심으로 삼촌 메넬라오스(정치권력), 틴다레오스(법), 익명의 합창단(군중)이 격렬하게 충돌하는 ‘투쟁’ 파트를 핵심 장면으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개인의 복수와 집단의 정의가 어떻게 상충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장면을 통해 ‘누가 누구를 심판할 권리를 가졌는지’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는 특히 그리스 연출가와 부산 연극인들의 협력을 통해 준비됐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부산연극협회는 고전 비극 본고장인 그리스의 정서와 감각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지난 5월 그리스 출신 연출가 이아니스 파라스케 보폴로스를 부산으로 초빙, 극단 맥 이태규 연출가와 공동 연출로 작품을 준비했다. 그리스로 출국한 후에도 영상과 이메일 서신을 통해 연기 지도와 연출을 이어 온 보폴로스 연출가는 이달 6일 부산에 다시 도착해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부산연극협회 관계자는 “이번 작품은 그리스 현지 공연을 포함한 부산 청년 연극인 해외 진출 프로젝트 일환으로 준비됐다”면서 “우선 내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연극제에도 출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 오후 7시 30분, 13~14일 오후 3시 무대가 열린다. 러닝타임 80분이며 네이버에서 예매할 수 있다. 관람료 균일 3만 원. 문의 051-645-3759.
2025-12-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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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의뢰·환자수용 배 이상 ‘껑충’… 날개 단 ‘모자의료’
지역의 한 분만기관을 찾은 임신 7개월 차 A 씨는 검사결과 중증 전자간증(임신 중독)으로 혈소판 수치가 낮고, 수축기 혈압이 220을 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핫라인을 통해 경남권역 모자의료 진료협력 대표기관인 인제대부산백병원(이하 부산백병원)으로 즉시 옮겨진 A 씨는 헬프(HELLP) 증후군(임신중독증에 용혈, 간기능장애, 혈소판감소가 더해진 질환) 진단을 받았으며, 뇌출혈 위험으로 인해 즉각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다. 1kg 미만 초극소 미숙아로 태어난 자녀는 병원에 마련된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이들 모두 생명을 지킨 것은 부산백병원을 중심으로 한 유기적인 협력체계 덕분이었다.
부산백병원은 지난 9일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 경남권역 부산백병원 네트워크 2차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성과를 성과를 공유하는 한편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11일 밝혔다.
부산백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는 지난 4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에서 경남권역 대표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중증치료기관 3곳, 지역분만기관 11곳과 함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를 위한 24시간 응급 대응체계를 운영 중이다. 부울경 분만병원 의료인을 위한 연속 교육강좌를 마련하고, 경남소방본부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임산부 및 신생아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역 모자보건 향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올해 주요 성과와 만족도 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사업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116건이었던 전원 의뢰건수는 본격적인 사업착수 후 하반기 276건으로 급증했다. 환자 수용 역시 상반기 58명에서 하반기 129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응급환자의 경우 전원 의뢰 94.6%를 부산백병원에서 직접 수용했거나 타 병원으로 연계하여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과 발표를 맡은 김영남(산부인과 교수) 센터장은 “이 같은 성과는 진료협력 프로토콜이 체계적으로 마련되고, 현장에서 필요한 핫라인 구축이나 실시간 자원현황 공유 등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덕분”이라며 “전원·회송 이후에도 진료 상황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해피콜을 통해 환자 상태를 공유하는 등 참여 기관 간 적극적인 소통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진료는 물론 전문 의료인 교육, 고위험 산모 교육, 협력기관 간담회 등 지역 대표 병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활동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12-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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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화병원 이상찬 병원장 ‘2025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상 대상’ 국제비즈니스대상
세화병원은 이상찬(산부인과 전문의) 병원장의 인문학 저서 <세상에 태어나 꽃이 되어라>가 올해로 35회 째를 맞은 ‘2025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 대상’’ 시상식에서 해외특별상 부문 국제비즈니스대상을 수상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상작 <세상에 태어나 꽃이 되어라>는 40년간 난임 치료 외길을 걸어온 이 병원장이 생명, 탄생, 인간다움을 주제로 집필한 에세이집으로, 의료인의 시각을 넘어 인간 존재의 가치와 삶의 의지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생명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모든 생명은 꽃처럼 피어야 한다’는 저자의 철학이 큰 공감을 얻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병원장은 “생명은 누구에게나 기적이며, 그 기적의 순간을 돕는 일을 평생의 사명으로 삼아왔다”며 “이번 수상은 세화병원 구성원들이 함께 지켜온 생명 존중의 가치가 국제적으로 공감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5-12-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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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걸크러시' 영화배우 김지미 85세 일기로 별세 [종합]
영화계 ‘원조 걸크러시’로 불렸던 원로 영화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가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저혈압 쇼크로 세상을 떠났지만, 국내 영화계에는 10일 뒤늦게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1940년 충남 대덕군(현 대전 대덕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덕성여고를 휴학하고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17세 때 김기영 감독의 눈에 띄어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이때 얻은 예명 ‘김지미’가 배우 이름으로 굳어졌다.
고인은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로 데뷔해 1992년 이장호 감독의 ‘명자 아끼꼬 소냐’까지 700여 편의 작품을 남긴 영화계의 대표 스타 배우다. ‘토지’(1974·김수용), ‘길소뜸’(1985·임권택) 등을 통해 거장들과도 작업하며 파나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1972년엔 김수용 감독의 ‘옥합을 깨뜨릴 때’로 제15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부산과도 인연이 깊다. 2010년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고인은 영화 제작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85년 제작사 ‘지미필름’을 설립한 뒤 ‘티켓’(1986·임권택)을 비롯해 7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고인은 2019년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굳이 한국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야 하느냐”라는 정부 당국의 견제로 ‘티켓’ 제작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고인은 1995년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1998년 스크린쿼터 사수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1999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영화 행정가와 활동가로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는 ‘김지미를 아시나요’라는 타이틀로 김지미 특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김지미는 “두 딸을 내가 키우지 못한 것이 늘 미안했다”라며 “(데뷔 전인)17세로 돌아갈 수 있다면 영화배우는 안 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오는 14일까지 서울 충무로 서울영화센터에 추모 공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센터 1층 로비에 조문객들이 고인에게 헌화할 수 있는 공간과 생전 고인의 모습을 담은 LED 화면이 설치된다. 센터 상영관에서는 고인의 출연작이 상영된다.
2025-12-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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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생힐링병원, 보건복지부 지정 2주기 재활의료기관 인증
봉생힐링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2주기 재활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2023년 재활병원으로 새로 개원한 봉생힐링병원은 이번 인증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와 환자 안전을 제공하는 기관임을 재입증했다.
재활의료기관 인증제도는 병원이 의료 소비자에게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평가하고 인증하는 제도로,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 이번 인증의 유효기간은 2029년 12월 2일까지다.
봉생힐링병원은 재활의료기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필수 60개 기준에 따른 317개 조사항목을 최상위 수준으로 충족하면서 우수한 의료 역량을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봉생힐링병원 최용석 병원장은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직원이 ‘최고 수준의 재활서비스 제공’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한마음으로 노력해 준 덕분에 이 같은 값진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증 획득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맞춤형 집중 재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 지역사회에서 더욱 신뢰받는 재활 전문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2025-12-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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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남 부산연극협회장 재선 성공
한국연극협회 부산시지회(이하 부산연극협회) 지회장에 이정남 현 지회장이 재선됐다.
부산연극협회는 8일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제25대 부산연극협회장으로 이정남 24대 회장을 선출했다. 재선에 성공한 이 회장은 내년 1월부터 4년간 협회를 다시 이끌게 된다. 이날 극단 아센 호민 대표와 연 김학준 대표는 감사로 선출됐다.
협회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초 이정남 회장이 단독출마한 이번 선거를 투표 없이 당선자를 확정하려 했다. 하지만 ‘총회에서 선출해야 한다’는 협회 정관을 근거로 16명이 제기한 이의를 수용, 이날 임시총회를 열어 찬반투표를 진행한 끝에 이 후보를 당선자로 확정했다.
1968년생으로 경성대 연극영화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이정남 회장은 극단 맥에서 연극을 시작, 연극과 뮤지컬 연출로 경력을 쌓았다. 1996년 제14회 부산연극제에서 ‘샛바람 부는날에’로 대상 및 연출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각종 연극제에서 수상했다. 아내와 두 아들 역시 연극 배우로 활동 중이다.
이정남 회장은 출마의 변과 당선 소감을 통해 △창작 지원금 확대와 레지던시 신설 △부산연극제 국제화 △회원 정책회의 정례화 △국제교류 확대 △연극 전용 공연장 확보 노력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 회장은 “우선 내년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4회 대한민국연극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협회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5-12-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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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김원묵의 삶으로 되새기는 '의술의 의미'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 의료인, 특히 의사라면 반드시 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한 구절이다. 우리나라는 2024년 정부의 의대 정원 대규모 확대 정책을 계기로 야기된 의료인들의 집단행동으로 장기간의 의료 공백 사태를 경험했다. 의료대란은 현재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까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담긴 의료인의 신념과 가치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에저또가 의욕적으로 기획한 ‘등불의 길, 그 빛을 따라’가 오는 12~13일 이틀간 부산 사하구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선보인다.
‘의사 연대기-생명을 받들다’라는 부제를 단 연극은 부산 봉생기념병원 설립자인 김원묵 박사의 의사로서의 신념과 가치관을 담은 창작 초연이다. 부산의 이야기 발굴에 집중해 온 극단이 ‘부산의 인물’인 김원묵 박사의 삶을 통해 진정한 의사의 길을 묻는 작품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의사를 마냥 기다리다가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싸늘하게 식어간 가족을 떠나보내는 심정은 어떨까? 갓 의료인의 길에 접어든 레지던트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에서 겪는 충격과 자책을 통해 의료는 권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깨침을 얻게 된다. 김원묵 박사가 생명을 받든다는 뜻의 ‘봉생’을 병원 이름으로 사용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작품은 힘든 의료 현실에서도 신념을 지키며 극복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희곡을 쓴 김지연 작가는 “의료대란을 겪으며 의사의 의미와 인간의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김원묵 박사의 삶이 현재의 갈등과 혼란을 극복하는 데 등불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부산문화재단의 우수예술지원사업 지원으로 제작된 극단 에저또의 ‘등불의 길, 그 빛을 따라’는 부산시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극단 하늘개인날 곽종필 대표가 객원 연출로 참여했다. 에저또 최재민 대표와 김지연 작가는 각각 김원묵과 박 이사 등의 배역으로 무대에 선다.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힘쓰는 봉생문화재단과 삼원약품, 피터스포라이프 등 관련 업계에서도 작품 취지에 공감해 협찬에 나섰다.
오는 12일(금) 오후 3시와 7시 30분, 13일(토) 오후 5시 을숙도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관람료는 2만 원(2층)과 3만 원(1층)이며 10세 이상 관람할 수 있다. 공연 시간은 75분. 문의 051-852-9161. 김지연 작가는 “많은 시민이 공연을 보고 우리 지역의 인물에 대해 자긍심을 갖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5-12-0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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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끊었다간 더 큰 위험 부르는 ‘침묵의 혈관질환’
몸에 특별한 이상 없이 조용히 진행되면서 어느 순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증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혈관질환. ‘조용한 혈관질환’이라 불리는 ‘고지혈증’ 얘기다. 양산부산대병원 주민호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수년 전부터 콜레스테롤이 높았지만 몸이 멀쩡하다는 이유로 방치하다가 결국 심근경색이나 대동맥박리 같은 응급 상황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며 “이 같은 상황은 예방만 잘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상 없어도 혈관은 망가진다
고지혈증은 피 속의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아지거나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아지는 질환이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래 유지되면 혈관 내벽에 ‘플라크’가 쌓이는데, 혈관이 일정 수준 이상 좁아지면 가슴이 조이는 협심증이 생기고 동맥경화가 일어난다. 플라크가 갑자기 파열되면 심장을 먹여 살리는 관상동맥이 즉시 막히면서 심근경색이나 돌연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뇌혈관이 손상되면 마비나 언어장애 같은 뇌졸중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고지혈증은 간단한 진단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금식 또는 비금식 혈액검사로 총 콜레스테롤, LDL, HDL, 중성지방 수치를 확인하면 된다. LDL이 160mg/dL 이상이면 고지혈증으로 보며, 당뇨·고혈압·흡연·가족력 같은 위험요인이 있으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건강한 성인의 경우 4~5년 간격으로 지질검사를 시행해도 충분하다고 권고한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흡연, 비만, 조기 심혈관질환 가족력, 만성 신장질환, 대사증후군, 심근경색·협심증과 같은 심혈관질환 병력이 있으면 LDL 콜레스테롤이 조금만 상승해도 실제 사건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이러한 위험요인이 있으면 매년 또는 6~12개월 간격의 정밀한 추적검사가 필요하다.
■생활습관 교정·약물치료
고지혈증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심근경색·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다. 생활습관 교정이 기본이다. 기름진 음식, 튀김, 가공식품은 줄이고 생선·채소·통곡물 위주로 식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주 5회 이상 빠르게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금연은 혈관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하지만 생활습관만으로 조절되지 않거나 이미 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엔 약물치료가 필수다. 스타틴은 LDL을 낮추고 플라크를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고지혈증 치료의 표준 약물이다. 필요하면 에제티미브나 PCSK9 억제제 같은 약을 추가할 수 있다. 부작용 우려가 있지만, 대부분 조절 가능하며 복용으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
고지혈증이 오랫동안 조절되지 않으면 관상동맥과 대동맥이 손상되면서 협심증·심근경색·대동맥류·대동맥박리 등으로 발전할 수 있어 시술과 수술이 불가피하다. 특히 플라크 파열로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하는 심근경색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병변이 넓거나 중요한 혈관이 여러 곳 좁아진 경우에는 스텐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흉부외과에서 대표적으로 시행하는 수술은 관상동맥우회술과 대동맥 인조혈관 치환술이다. 관상동맥우회술은 좁아지거나 막힌 관상동맥을 우회해 새로운 혈류 통로를 만드는 수술로, 다혈관질환이나 당뇨 동반 환자에서 장기 예후가 좋다. 대동맥치환술은 대동맥류나 대동맥박리에서 약해지거나 찢어진 혈관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비개흉 시술인 스텐트 삽입술도 관상동맥질환 치료의 중요한 옵션이다.
■수술 전후 관리 절실
수술 전에는 심장 기능, 폐 기능, 신장 기능 등 전신 상태를 평가해야 하고, 혈압·혈당·흡연 여부 등 위험요인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는 수술 종류에 따라 중단 시점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특히 스타틴은 수술 전후로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심장수술의 예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수술이나 시술을 받았다고 해서 고지혈증과 동맥경화가 완치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관리가 오히려 더 중요하다. 스타틴과 항혈소판제는 재발을 예방하는 핵심이며, 식습관 조절과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심장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운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주 교수는 “수치 ‘정상’이 아니라 ‘유지’가 중요한 만큼 수치가 좋아졌다고 약을 끊어서는 안 되며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LDL은 고위험군에서는 70mg/dL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금연은 어떤 약보다 강력한 예후 개선 효과가 있으므로 가족 모두의 관심이 중요하다. 식습관과 체중 조절은 평생 유지 가능한 패턴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주 교수는 “고지혈증 관리는 내 혈관 나이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혈액검사 한 번, 약 한 알, 식습관 조절과 같은 사소한 선택이 심근경색·뇌졸중을 막아주는 가장 큰 투자”라고 조언했다.
2025-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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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알고 보면 참 소중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연극 무대가 마련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삶이 결코 부족하거나 의미가 없지 않다는 걸 얘기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재)부산문화회관이 주최하는 부산시립극단의 제81회 정기 공연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다. ‘나’와 우리 가족, 또 이웃의 소소한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마을을 지나는 기차 소리와 파도 소리, 밥 짓는 냄새와 풀벌레 소리로 하루가 채워지는 시골 마을 삼봉리. 생업으로 바쁜 아침과 나른한 오후, 그리고 술 한잔으로 고단함을 씻어내는 저녁까지 특별할 게 없는 일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들은 자라고 청춘 남녀는 사랑을 하며 어른이 되고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간다.
연극 ‘모든 날, 모든 순간’은 담담히 이어지는 일상의 단면을 따라가며 사랑과 결혼, 이별까지 삶의 흔적을 포착한다. 작품은 이를 통해 우리의 낮과 밤이,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따뜻하게 알리며 위로를 전한다.
이번 정기 공연은 극단 팻브리지 김민우 상임 연출이 객원 연출가로 참여, 자신의 창작극을 올리는 무대다. 김민우 객원 연출은 지난 4월 부산시립극단의 제79회 정기 공연 ‘스타 프로젝트’를 통해 창작극 ‘초월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 객원 연출은 “우리는 늘 각박한 뉴스가 쏟아지는 현실을 공유하곤 한다”라면서 “우리가 놓쳐온 것들, 시시하게 여겼던 일상을 소중히 바라볼 때 비로소 아무것도 아닌 것이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부산시립극단 단원뿐만 아니라 부산문화회관의 ‘공연예술 아카데미’를 수료한 청년 예술인 12명이 함께 참여해 3개월간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인다.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5시에 열린다. 관람료는 전석 2만 원으로, 부산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문의 051-607-6000.
2025-12-0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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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영상물 대응, '레이터러시' 교육이 대안 될 수 있어"
영상물 시청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영상물을 TV나 영화관에서만 접하던 시대를 지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물론이고 유튜브나 숏폼,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디지털 환경 플랫폼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규제 위주의 등급 분류 정책만으로는 유해 영상물에 일일이 대응하기 힘든 시대이다.
이런 여건 변화에 맞춰 이용자 스스로 영상물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레이터러시’ 교육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양대 미디어학과 박성복 교수는 지난 4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주최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시대, 등급 분류의 변화와 확장’ 포럼 발제를 통해 ‘레이터러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레이터러시’는 등급 분류를 뜻하는 레이팅(rating)과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literacy)의 합성어로, 영상물 등급 분류에 특화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일컫는다. 박성복 교수는 “레이터러시는 등급 분류의 근거가 되는 7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영상물의 효과와 영향력을 분석·식별해 영등위 등급을 적용받는 영상물은 물론 유튜브, 숏폼 콘텐츠 등 등급 사각지대 영상물까지 아울러 나이와 정서, 감성에 맞게 스스로 선택하는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가 레이터러시 개념을 착안한 건 영등위 의뢰로 영상물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교재를 개발하면서부터다.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이름으로 언론진흥재단이나 시청자미디어재단 같은 곳에서 관련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고 내용도 두루뭉술해 영상물 수용에 특화된 능력을 배양하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문제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현재 ‘레이터러시’ 개념을 적용한 세 종류의 교재와 교사용 지도서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용 교재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유해 영상물에 가장 노출되기 쉬운 청소년 스스로 영상물의 유해 여부를 선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주안점을 둔 교재다. 영유아에 특화된 교재도 현재 최종 점검 과정에 있다고 한다.
박 교수는 “내년 중 일선 학교에서 이 교재를 통한 수업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단순히 교육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사후 검증을 통해 지속 보완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 ‘페어런츠(부모) 가이드를 위한 영상물 등급 분류 서비스 개선 방안’을 발제한 청운대 김미경 교수는 현재 4단계(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18세 이상 관람가)인 영등위의 등급 분류가 너무 광범위하다면서 “영상물 노출 나이가 낮아지는 추세에 맞게 7세 등급을 신설하는 등 전체관람가 등급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동의대 원숙경 교수는 해외 주요 국가의 온라인 콘텐츠 등급 분류 제도를 소개하며 “기존의 사전 규제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등급 정보 제공 확대를 위한 체계 구축과 플랫폼 책임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한양사이버대 김광재 교수가 좌장으로 강영은 어린이재단 변호사,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 김종화 티빙 팀장,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이상호 경성대 교수, 이창세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이 패널로 참여해 현 등급 분류 제도의 보완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김병재 영등위원장은 “영상물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소비되는 시기 기존 등급 분류 제도로는 한계가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레이터러시 교육을 포함해 포럼에서 논의된 제안을 잘 반영해 이용자 보호와 선택권 확대를 위해 힘쓰겠다”고 답했다.
2025-12-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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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송도·시민공원·온천천…부산은 러닝 천국
본격적인 추위 시작으로 더욱 움츠러들기 쉬운 이때, 살이 더 찌지 않기를 원한다면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다. 실내운동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밖으로 나가보는 건 어떨까. 부산은 바다와 산, 도심, 하천, 산책로가 어우러져 달리기는 물론 슬로 조깅(느리게 달리기), 빠르게 걷기 등을 즐기는 데 최적화돼 있다.
해동용궁사~오시리아 해안산책로~죽도로 이어지는 ‘(가칭)해동 러닝 트레일 코스’와 남항동 방파제~남항대교~송도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가칭) 송도 해풍길 코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코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사계절 내내 부담 없이 달릴 수 있는 대표 코스로 꼽힌다. 바다와 도심, 산책로 덕분에 부산시민은 물론 국내외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다. 부산시는 달리기 좋은 부산의 지형적 매력과 도시의 활력을 알리기 위한 런트립 예능 ‘내맘내런 인(in) 부산’을 기획하고 지난 3일부터 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이들 코스를 알리고 있다.
온천천을 중심으로 부산대~온천장~수영강을 잇는 코스는 부산시민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전통적인 코스다. 하천과 공원, 강 조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
몰운대~다대포, 미포~송정~청사포, 광안리~해운대 동백섬은 바다를 끼고 있어 인기다. 평일에도 이들 코스를 이용하는 러너가 상당수다. 북항친수공원을 비롯해 부산시민공원, 화명생태공원, 삼락생태공원, 이기대공원 등 부산 전역에 흩어져 있는 도심 공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장산산림욕장, 이기대공원 등은 산을 끼고 있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겨울철 바깥 달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상 방지’다. 기온이 낮아 근육·인대·관절이 경직돼 유연성이 줄면서 작은 충격에도 부상을 입기 쉽기 때문이다. 달리기 전 부상 방지를 위해 15~20분 간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하는데, 체온 유지 차원에서 실내에서 해도 무방하다. 딱딱한 신발 대신 쿠션감이 있는 러닝화를 착용하면 부상 방지에 도움이 된다. 부상 방지를 위한 보온에도 신경써야 한다. 두꺼운 외투보다는 얇은 옷을 3~4겹 겹쳐 입는 게 좋으며, 모자·귀마개·넥워머·장갑을 착용해 열 손실을 막는 것도 포인트다. 운동을 마친 뒤엔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2025-12-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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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의 전쟁’ 중요한 건 큰 목표보다 작은 일상들
비만의 최대 적 ‘겨울’이 왔다. 기온이 떨어지면 몸은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축적하려고 한다. 따뜻한 음식과 고칼로리 간식이 당기는 이유다. 반면 외부 활동은 자연히 줄면서 에너지 소모량은 줄어든다. 남은 에너지는 고스란히 살로 옮겨간다. 비만 악순환의 계절이 온 것이다. 턱선이 무너지지 않고 내년 봄을 맞을 방법은 과연 없을까. 없지는 않다. 겨울을 ‘체중이 늘기 쉬운 계절’이 아닌 ‘생활 리듬이 가장 쉽게 무너지는 계절’로 이해한다면, 다이어트 성공의 첫걸음을 이미 내디딘 것이나 다름 없다. 이번 겨울, 살 빼기가 아닌 ‘생활 리듬 지키기’를 목표로 삼는 건 어떨까.
■몸무게 집착에서 벗어나야
살을 더 보태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면 비만을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일반적으로 체중 증가는 ‘실패’로 간주되지만 실제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과도한 체지방과 대사 기능의 이상이다. 특히 복부에 지방이 집중된 내장 비만은 외형과 무관하게 혈압·혈당·지방간 위험을 빠르게 높인다.
한국인에게 흔한 ‘마른 비만’도 문제다. 체중은 정상이지만 근육이 부족하고 지방이 많은 상태로,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대사질환이 진행되기 쉽다. 좋은강안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과장은 “체중만으로는 건강을 판단하기 어렵다”며 “체지방률과 근육량이 실제 건강 수준과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비만을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대사 건강이 보내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다.
집에서도 체지방 상태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줄자로 갈비뼈 가장 아래와 골반 가장 높은 위치의 중간을 재면 되는데, 남성은 허리둘레 90cm, 여성은 85cm 이상이면 체지방률이 비만에 해당한다. 체지방률은 남자 25%, 여자 32% 이상이 비만에 해당한다.
■첫걸음은 생활 리듬 정상화
관점을 바꿨다면 특별한 식단이 아닌 ‘식사 리듬의 정상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겨울철일수록 아침을 거르고 배고픔이 밀려올 때 몰아 먹는 패턴을 반복하기 쉬운데 이 과정에서 혈당 변동이 커지고 체지방 축적이 더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식사 속도 역시 다소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20분 이상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이 제때 형성되어 과식을 막아준다.
단 음료와 고당식품은 겨울철 간식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변환하는 ‘가장 빠른 경로’다. 싱겁게 먹고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며, 술은 아예 끊어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생활 리듬도 정상화해야 한다. 특히 운동은 체중 감량을 위한 단기 전략이 아니라 ‘근육을 지키는 생활 습관’으로 봐야 한다. 근육을 유지하는 것이 체중을 지키는 데 훨씬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실외 활동 감소로 근육 손실이 쉽게 진행되는데, 근육량이 줄면 같은 양을 먹어도 체중이 더 쉽게 느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내에서 스쿼트·런지·팔굽혀펴기 같은 간단한 대근육 운동을 꾸준히 반복하면 체지방 감소와 혈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
추천되는 실내운동은 연령대별로 다양하다. 20~30대는 근력 유지를 위해 테니스, 복싱, 필라테스 등 적극적인 운동을 해볼 만하다. 40대는 근력이 줄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스쿼트나 플랭크, 덤벨 운동이 권장된다. 50대는 심혈관계 건강을 위해 수영·요가·실내 자전거를 하는 것이 좋다. 60대 이상은 낙상을 피하고 관절을 보호할 수 있는 맨손 체조, 균형 운동이 필요하다. 주 5회 이상, 하루 30~60분을 하되 바쁘면 20분씩 나눠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된다.
■약물, 해결책 아닌 보조수단
병원에서 비만 치료를 위한 약물을 권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위고비를 비롯한 삭센다, 마운자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기반의 약물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로, 뇌 시상하부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유지시켜 음식 섭취량을 줄게 해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이들 치료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와 관련된 공식 치료지침을 내놓고 장기 치료의 일부로 조건부 권장하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WHO는 임신부를 제외한 성인들의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요법을 6개월 이상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체중감량 효과가 가장 큰 것은 GLP-1/GIP 이중작용제인 마운자로로, 최대 20%다. GLP-1 단일 작용제인 위고비와 삭센다는 각각 15%, 10% 정도의 감량 효과를 보인다. 삭센다는 매일 주사하는 반면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주 1회 주사한다. 치료 대상은 BMI(신체질량지수) 30 이상 또는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당뇨·수면무호흡증 등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다. 특히 당뇨나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마운자로를 더 추천한다.
하지만 약물은 살을 대신 빼주는 해결책이 아니라 생활 습관을 바로잡을 시간을 확보해주는 ‘보조 수단’일 뿐임을 인지해야 한다.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는다면 약을 끊는 순간 체중은 제자리로 쉽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WHO 역시 이번 치료 지침 발표를 통해 의약품과 함께 건강한 식단, 신체 활동과 같은 개입을 제공하도록 권고했다.
■영양제로 건강 지키기
살과의 전쟁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영양 보충이다. 비타민 D는 우리나라 인구의 약 90%가 부족한 상태다. 실내생활, 자외선 차단제 사용, 겨울 일조량 감소로 인해 충분한 햇빛을 받기 어려운 데다 식품만으로 하루 권장량을 채우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루 800IU 이상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지용성이기 때문에 식사 직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여러 영양제에 비타민 D가 포함되어 있어 과다 섭취는 피해야 한다. 비타민C와 B군은 겨울철 독감·폐렴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며, 에너지 대사 촉진과 피로회복을 지원한다. 수용성 비타민이므로 식사와 관계없이 일정한 시간, 주로 오전에 섭취하는 것을 권고한다.
오메가3는 겨울 혈관 수축으로 높아진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춘다.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내장비만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지용성이므로 식사 중이나 직후 복용할 때 흡수율이 높아진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일상의 선택이 내일의 건강을 만든다는 인식이다. 소소한 생활 패턴의 반복은 몸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은 의지 부족의 결과가 아니라 생활과 환경이 만들어낸 복합적 현상이기 때문에 치료 또한 지금의 몸을 탓하기보다 흔들린 생활의 균형을 천천히 되돌리는 과정이 돼야 한다.
이 과장은 “비만 관리의 핵심은 얼마나 빨리 체중을 빼느냐가 아니라 내일의 몸이 조금 더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생활 리듬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며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건강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살피는 일이 체중계 숫자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5-12-06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