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기차에 대하여
백무산 (1955~)
달리는 기차를 본다 멈추지 않는 기차를
멈추지 않아 아무나 탈 수 없는 기차
그만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도 없는 기차
기차의 속도로 달려야만 탈 수 있다
내리고 싶을 때 내리는 자는 치명상을 입는다
세워주지 않는 저 기차에 우리 모두가 이미 타고 있다
탈 수 없는 기차를 이미 타고 있는 것은 악몽이다
기차가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몸을 던져 연료가 되는 자들이 따로 있을 뿐이다
기차를 세울 수 없는 것은
기차의 목적지는 기차 안에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있는 사람은 기차를 탈 권리가 없다
기차의 목적지는 달리는 속도에 있다
저 기차가 왜 우리에게 있을까
아무도 목적지를 묻지 않을 만큼
우리는 내릴 수 없는 기차를 타고 있다
-시집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 (2025)
이 시를 읽으면 영화 ‘설국열차’가 생각납니다.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결코 평등하지 않은 열차 안의 세상이 끝없이 궤도를 달리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우린 내리고 싶을 때 내릴 수 없는 기차를 타고 있는지 모릅니다. 멈추지 않는 기차의 연료가 되어야만 하는 자들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우린 주어진 현실 극복 의지를 가져봅니다. 내 생의 기차는 내가 운전자라는 것, 기차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로 달린다는 것, 인간적 가치보다 성장과 경쟁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목적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는 것, 가끔 멈춰 서서 달려온 길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달리는 데만 뜻을 두고 있진 않는지도 함께 자문해봅니다. 신정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