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알프스가 품은 클래식의 미래, 베르비에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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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열리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이상훈 제공 스위스에서 열리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이상훈 제공
해발 1500m에 위치한 스위스 베르비에 전경. 이상훈 제공 해발 1500m에 위치한 스위스 베르비에 전경. 이상훈 제공

스위스 발레(Valais) 주 해발 약 1500m에 자리한 베르비에는 겨울이면 세계적인 알파인 스키 리조트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눈이 녹는 여름철에는 리조트의 활용도가 크게 낮아진다.

이러한 계절적 한계를 문화 콘텐츠로 전환한 것이 바로 매년 7월 열리는 베르비에 페스티벌(Verbier Festival)이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세계 정상급 음악가와 차세대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이 축제는 오늘날 유럽을 대표하는 여름 클래식 음악제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아스펜 음악제’와 ‘브라보! 베일’, 스위스의 ‘크슈타트 메뉴힌 페스티벌’ 역시 겨울 리조트를 여름 문화공간으로 성공적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베르비에에서 바라본 알프스 그랑 콩뱅(Grand Combin). 이상훈 제공 베르비에에서 바라본 알프스 그랑 콩뱅(Grand Combin). 이상훈 제공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스웨덴 출신 문화기획자 마르틴 엥스트룀이 1994년 창설했다. 그의 목표는 거장과 젊은 음악가들이 함께 배우고 연주하는 음악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현재는 매년 7월 2주 이상 이어지는 축제 기간 동안 60여 회의 공연과 100여 개의 마스터클래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세대를 뛰어넘는 협연이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예브게니 키신, 미샤 마이스키, 다닐 트리포노프,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은 독주뿐 아니라 실내악 무대에서도 젊은 음악가들과 함께하며 예술적 경험과 전통을 다음 세대로 이어간다.

사이먼 래틀 경이 지휘하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VFO). 이상훈 제공 사이먼 래틀 경이 지휘하는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VFO). 이상훈 제공

이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이 베르비에 페스티벌 오케스트라(VFO)다.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젊은 연주자들은 정상급 지휘자들과 함께 연주하며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많은 졸업생은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로 진출했다.

2031년 개관 예정인 쿠마 겐코의 베르비에 문화센터 예상 이미지. 이상훈 제공 2031년 개관 예정인 쿠마 겐코의 베르비에 문화센터 예상 이미지. 이상훈 제공

현재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건축가 쿠마 겐고가 설계하는 베르비에 문화센터(Verbier Cultural Centre)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약 800석 규모의 상설 콘서트홀을 중심으로 리허설실과 녹음 스튜디오, 전시공간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로, 목재를 활용한 자연 친화적 건축을 통해 알프스와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를 목표로 한다. 완공되면 여름 축제뿐 아니라 연중 공연과 교육 프로그램이 열리는 문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베르비에의 또 다른 매력은 공연장 밖에서도 이어진다. 세계적인 거장과 젊은 연주자, 그리고 관객이 거리와 카페에서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모습은 다른 음악제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풍경이다.

알프스의 자연과 뛰어난 연주, 미래 음악가를 키우는 교육 철학이 어우러진 베르비에 페스티벌은 오늘날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세계적인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부산일보DB 이상훈 아트컨시어지 대표. 부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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