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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우주 쓰레기 어쩔 거야

[밀물썰물] 우주 쓰레기 어쩔 거야

지난해 연말 케냐 수도 나이로비 남동쪽 무쿠쿠 마을에 지름 약 2.5m, 무게 500㎏가량의 로켓 파편으로 추정되는 금속 물체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이는 우주로 발사된 로켓에서 분리된 링으로 만약 주택이나 농장에 떨어졌다면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처럼 임무를 마친 로켓의 잔해나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을 우주 쓰레기라고 한다. 물론 위성끼리 부딪치며 생긴 파편도 포함된다.1957년 구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한 이후 수많은 우주 비행체가 우주로 향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 궤도로 쏘아 올린 위성은 2만여 개로 추산된다. 이 중 현재 작동 중인 위성은 1만 개가 조금 넘는다. 우주 쓰레기는 이렇게 70여 년에 걸친 인류의 우주 탐험이 남긴 부산물이다. 통상 우주 쓰레기는 다른 물체와 충돌할 때 초속 10㎞, 더 빠른 경우 초속 15㎞에 달하는 속도를 갖는다. 그렇기에 10㎝ 크기의 우주 쓰레기로도 인공위성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다.유럽우주국(ESA)이 최근 발표한 ‘우주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지구 궤도에는 지름 10㎝ 이상의 우주 쓰레기가 약 4만 개에 달한다. 2020년에는 2만여 개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는 민간 기업까지 우주 개발 경쟁에 가세한 데 따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이들 우주 쓰레기가 지구 궤도의 고속도로 격인 지구 저궤도에 몰려 우주 교통의 장애물로 작용하는 점이 치명적이라고 지적한다. ESA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에만 약 1200개의 우주 쓰레기가 대기권에 재진입했다. 일반적으로 지상에서 300~2000㎞ 고도의 영역을 지구 저궤도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인공위성이 이 구간에 머무르기 때문에 충돌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위성끼리 충돌하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 어느새 현실이 된 셈이다.일각에서는 “광활한 우주에 쓰레기 몇 개쯤 떠다니는 게 무슨 대수냐”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2023년 1월에는 수명을 다한 미국 위성의 추락 예상 지점에 한반도가 포함되면서 정부가 우주 위험 경계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주 쓰레기 급증으로 인해 한국이 쏘아 올린 위성들도 각종 파편과 충돌 위기를 겪는 등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 환경과 지속가능성은 지구에서만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우주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

부산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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