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캉이'가 일깨운 부산 관광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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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과 교수

우연히 일어난 상어의 북항 방문
시민들은 스스로 놀이 문화 창조
자유롭게 뛰노는 부산 눈길 끌어

지역 관제 축제 행정은 뒷걸음질
카르텔과 관행 악순환 고리 여전
새 생태계 구축으로 미래 열어야

북항 친수공원에 나타난 상어 지느러미 하나, 이른바 ‘부캉이’에 부산 시민들이 열광하고 있다. 예산 한 푼 들이지 않은 우연한 해프닝이었지만, 시민들은 패러디를 만들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토리를 입히며 유연하고 유쾌한 도시의 놀이 문화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거창한 공공 기획이나 수십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지 않아도, 시민들은 이미 도시 공간을 활력과 즐거움으로 채울 준비가 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증명한 대표적 장면이다.

도시에서 축제와 문화 콘텐츠가 가지는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축제는 단지 하루 이틀 스쳐 지나가는 유흥이나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유쾌한 숨통을 트여주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가장 직관적인 도구다. 어디 그뿐인가. 인구 감소와 저성장 구조로 지역 경제의 위축이 가속화하는 오늘날, 잘 짜인 관광 축제는 전국과 세계의 발길을 불러 모으는 강력한 경제적 동력이다. 골목 상권을 살리고, 지역 소상공인과 관광·문화 산업 생태계 전체에 온기를 불어넣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핵심 마중물인 셈이다.

앞으로 부산이 새롭게 선보일 수 있는 축제와 문화 콘텐츠의 가능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천혜의 바다 자원은 물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며 가치를 인정받은 금정산의 생태·문화적 자산, 그리고 다채로운 로컬 문화가 어우러져 독창적인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 여기에 내년 열릴 세계청년대회(WYD)도 부산의 관광과 축제를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대로 도약시킬 강력한 엑셀러레이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역 관제 축제 기구의 풍경은 이러한 축제의 본질적 가치 및 다가오는 미래 기회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축제의 질을 높이고 지역 문화 생태계를 견인해야 할 현장은, 관행이라는 탈을 쓴 비합리와 기형적 구조로 얼룩져 씁쓸함을 자아낸다.

오랫동안 지역 이벤트·축제 업계가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핵심 병폐는 바로 ‘지역 우대 정책을 무력화하는 무임승차’와 ‘하도급 재대행’이라는 왜곡된 구조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 현실성 없는 화려함만 내세운 수도권 대행사들의 무리한 베팅, 그리고 불투명하게 사업을 몰아주는 관행이 수년간 이어져 왔다. 특히 지자체의 ‘지역 업체 우대 정책’에 대응해 수도권 대행사들이 부산에 이름뿐인 사업자를 내고 축제와 전시 사업을 싹쓸이하는 편법마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정작 거액의 물량을 따낸 위장 외지 업체는 지역 업체에 질 낮은 재대행을 맡기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 과정에서 공공의 혈세는 혈세대로 새어나갔고, 지역 축제의 품질 저하는 물론 진정성 있는 지역 문화·행사 업체들의 설 자리가 박탈되는 악순환이 고착화했다.

문제는 이러한 오래된 카르텔과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으려는 ‘혁신의 시도’가 지금 이 순간에도 거센 저항과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는 점이다. 축제 행정을 정상화하고, 위장 업체의 수의계약과 이권 개입을 차단하여 지역 축제의 구조를 바르게 세우려는 개혁 의지는 기득권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개혁의 의지는 결코 여기서 좌절되거나 후퇴해서는 안 된다. 잘못을 저지른 주체가 개혁을 저지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적반하장이 현실화한다면, 그 여파는 단지 내부 투쟁으로 끝나지 않는다. 세계청년대회와 같은 글로벌 빅 이벤트를 앞둔 시점에서 부산이 자랑할 만한 독창적이고 수준 높은 축제 콘텐츠의 발전은 완전히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 업계와 시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받는 중심 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축제 전담 기구의 존재 이유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올바른 방향을 잡으려는 개혁의 불씨에 지금 더 큰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이유다.

친수공원의 ‘부캉이’ 신드롬과 관제 축제 행정의 씁쓸한 현실은 오늘날 부산 문화 생태계가 처한 극명한 온도 차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민들의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은 저만치 앞서 나가며 자유롭게 뛰놀고 있고 세계가 부산을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판을 깔아줘야 할 공공 행정은 닫힌 카르텔과 개혁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에 발이 묶여 있다.

도시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예산이나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개혁을 방해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관행이라는 이름의 타성’이다. 축제는 부산 시민의 행복한 일상을 만들고, 글로벌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 경제에 새로운 숨통을 트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아름다운 무기다. 위장 업체의 독점과 재대행 폐단을 수술하고, 오래된 병폐를 바로잡으려는 개혁 의지에 힘을 실어줄 때 비로소 부산 축제의 미래가 열린다. 외풍에서 벗어나 시민의 삶만을 바라보는 정직하고 유연한 부산의 축제·관광 생태계가 새로이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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