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국가 안보를 효율성으로 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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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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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3개 사관학교 통폐합 추진
생도 감소하는 만큼 시설 축소
3군의 합동성 강화 등이 주된 이유

효율성이 안보 좌우해선 안되고
전문성 없는 합동성도 무의미
지금이라도 통폐합 원점 재검토를

정부가 3개 사관학교를 통폐합한다고 한다. 서울과 창원(진해), 청주에 있는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합쳐 대전 자운대에 ‘통합 국군사관학교’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통폐합’이라는 세 글자 뒤에는 언제나 ‘효율성’이라는 그럴싸한 분칠이 따라붙는다. 그러나 효율성이 아무리 만능 치트키라지만,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인 사관학교 문턱까지 손쉽게 넘나드는 것은 아찔한 일이다.

정부가 제시한 이번 효율성의 핵심은 학령인구 감소 대응과 3군 합동성 강화다. 학령인구가 줄면 사관학교 지원자도 줄 거고 생도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논리다. 같은 이유로(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병역 의무자가 줄어들테니 이들을 지휘할 장교 정원 역시 줄여야 한다는 논리도 한몫 거든다. 이처럼 생도 수가 줄어드는 마당에 3개 학교의 교수진, 행정 인력, 교육 시설을 통합 관리하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안보는 단순한 경제적 효율성으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령 기회비용 6으로 10의 효과를 내는 A시스템과 기회비용 3으로 8의 효과를 내는 B시스템이 있다고 하자. 일반 시장이라면 당장 B시스템을 선택할 테다. 그것이 효율성이다. 하지만 국가 안보는 다르다. 안보 비용을 ‘최저가 비교 사이트’에서 가장 값싼 선택지를 검색하듯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10에 가까운 최상의 안보 태세를 만드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안보는 단 한 번의 실패로도 국가의 존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B시스템을 반복하면 되지 않냐고? 사회 시스템은 그런 게 아니다. 통합 사관학교를 두 개 만들자는 이야기를 할 순 없지 않나.

물론 정부 역시 단순한 비용 절감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통폐합 명분에는 ‘3군 합동성 강화’라는 취지도 포함된다. 확실히, 그리고 대체적으로, 현대전이 육·해·공 합동 작전 위주로 펼쳐진다는 점에서 합동성의 중요성은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3개 사관학교를 합친다고 실제 합동성이 향상될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왜 현대전에 가장 최적화된 안보 선진국 미국과 영국 등은 여전히 각 군 사관학교의 독립성을 철저히 유지하고 있겠는가.

멀리 해외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답은 명확하다. 바다도 활주로도 없는 내륙 한가운데에서 해군과 공군의 전문성이 제대로 양성될 거라 생각하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이다. 진해만의 짠바람을 맞으며 함상(艦上)의 감각을 몸에 익혀야 할 해군 생도를 내륙의 통합 캠퍼스에 고립시키는 순간 전문성에 대한 기대는 반쯤 접어야 한다. 합동성은 각 군의 전문성이 확립된 이후에야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전문성이 결여된 채 합동성만 추구하는 군대는 사상누각이다. 그런 군대를 두려워 할 적군 따위는 없다.

이는 또한 각 군의 사기와도 직결된다. 해군과 공군을 내륙에서 양성한다는 발상은 각 군의 전문성을 경시하는 동시에 그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다. 해군 예비역들이나 해군 양성의 요람인 진해 지역사회가 분노하는 지점 또한 여기에 있다. 그들의 반발을 단순히 기득권 지키기나 지역 상권 위축에 대한 우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오랜 세월 국방에 헌신해 온 이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게다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통폐합의 숨겨진 의도다. 합동성 따위는 명분일 뿐, 실제로는 지난 비상계엄(혹은 내란)에 가담한 군 지휘부가 대체로 육사 출신이라는 점에 상기해 이참에 육사 카르텔을 부수려 사관학교 통폐합을 추진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설마 육사 카르텔을 없애자고 사관학교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일까지 벌일까 싶기도 하지만, 이 정부가 정치적 응징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인 게 생판 없던 일도 아니다. 정치검사를 뿌리뽑겠다는 이유로 검찰 조직을 통째로 해체한 그들이다. 바뀐 사법체계의 부작용 따위는 검찰 해체라는 대명제 아래 아주 사소한 고민일 뿐이다. 아니, 사소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더 큰 목적을 위해 감수해야 할 불가피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불안하다. 그들에게 정치군인에 대한 인적쇄신은 정치검사에 대한 쇄신 못지 않게 중요하다.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더린은 그의 시극 〈히페리온〉에서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은 이곳을 천국으로 만들려는 인간들’이라고 했다. 자신들의 정책적 지향만이 절대선이라는 착각,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설익은 확증편향이 국가 안보의 정초(定礎)마저 흔들고 있다. 사관학교 통폐합 정책은 원점에서 다시 재검토돼야 한다. 효율성과 확증편향의 먹잇감이 되기엔, 사관학교가 짊어진 안보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김종열 사회2부장 bell10@busan.com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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