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지체상금 감면, 경쟁력 강화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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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우 한화오션 상근고문·예비역 해군 준장

함정 사업 특수성 반영한 특별 감면제도
첫 사례 강화도함, 중복·대체공정 쟁점
성실한 이행 노력의 감면 배제 여부 논란
제도 취지 살려 기술적 도전 뒷받침하길

함정 사업을 수행하는 조선업체에게 지체상금은 큰 부담이다. 지체상금은 계약상대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상의 의무를 정해진 기한까지 이행하지 못했을 때 부과하는 일종의 패널티다. 물론 계약상대자의 책임이 없는 사유가 인정되면 일부 면제받지만 사업 규모가 큰 함정의 경우 기업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최근 함정 사업은 수많은 첨단 장비와 무기체계를 하나의 함정에 통합해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시험평가도 까다로워 지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런 함정 사업 특수성을 고려해 정부는 2023년 10월 ‘방위사업법’을 개정해 특별 감면제도를 신설했다. 고도의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국방 연구개발을 성실하게 완료하거나 가혹한 시험 조건 등이 인정되는 경우 지체상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지체에 대한 업체 책임이 인정돼도 사업의 기술적 난이도, 시험 환경 및 계약상대자의 성실 수행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 지체 책임을 감경해 주겠다는 취지였다.

제도 개선 후 첫 적용 사례가 해군 차세대 잠수함구조함인 5600t급 강화도함 건조 사업에서 발생했다. 강화도함은 노후화된 청해진함을 대체하고, 악천후에도 심해 구조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함정이다. 해당 업체의 노력에도 첨단 장비(심해잠수구조정 및 진회수장치, 포화잠수체계, 수중무인탐사기)를 함정에 통합하고 가혹한 시험평가를 진행하면서 높은 기술 장벽에 부딪혔고, 결국 인도가 지연돼 대규모 지체상금이 발생했다. 해당 업체는 지체상금 감면을 위한 면제원을 방사청에 제출한 상태며 감면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방사청 계약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다행히 개정된 특별 감면제도 적용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계약심의위원회에서 논란이 될 쟁점이 발생했다. 바로 ‘중복공정’(重複工程)과 ‘대체공정’(代替工程) 적용 문제이다. 중복공정은 불가피한 사유로 밀렸던 A시험을 다시 시작하면서 다른 B나 C시험을 동 시간대에 묶어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며, 대체공정은 불가피한 사유로 밀린 A시험 대신 다른 날 예정된 D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시험이 지연돼도 다른 시험을 진행해 전체 일정 지연을 최대로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성실한 계약 이행의 한 과정이다.

방사청은 그동안 업체 책임이 없어 일정 기간 감면되는 경우에도 과거 판례 등을 근거로 해당 기간에 중복·대체공정이 진행됐다면 이로 인해 지체 일수가 일부 줄었기 때문에 지체상금 감면 대상에서 그 기간을 제외하는 방식을 적용해 왔다. 그런데 특별 감면제도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판단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일부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기존 기준을 적용해 감면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과 제도 개정 취지를 고려해 성실한 계약 이행의 한 부분으로 보고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부딪치고 있다.

실제 지체 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최종 납기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노력을 중복·대체공정을 이유로 해당 기간을 일률적으로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면 지연을 줄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더욱 불합리한 점은 동일한 사실을 정반대로 적용하게 돼 현행 평가체계에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개정된 제도에서 계약 이행 성실도가 고도의 기술 수준 관련 감면 사유의 요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복·대체공정 수행을 긍정적 요소로 평가하면서, 최종 판정 시 이를 다시 특별 감면 배제 사유로 삼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특별 감면제도를 따로 마련한 것은 함정 사업 특수성을 고려해 일반적인 계약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당시 방사청장은 “개청 이후 가장 혁신적인 계약제도 개선 성과로서 도전적인 국방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대한민국이 세계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중복·대체공정 관련 적용뿐만 아니라 전체 감면 일수를 결정하는 전 과정에서 기존 기준을 고집하기보다 새 제도의 취지를 깊이 살펴 적용할 필요가 있다.

강화도함 사례는 단순히 한 업체의 지체상금 규모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까다로운 시험평가가 적용되는 함정 사업에서 조선업체의 기술적 도전과 성실한 사업 수행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보여주는 중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지체상금은 책임을 묻기 위한 제도이지만, 조선업체의 도전과 기술개발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지체상금 특별 감면제도가 개정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합리적으로 적용돼 K해양방산 경쟁력을 높이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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