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캉이에게 빌어보는 북항의 소원
권상국 사회부 부장
거북 등장 후 성장한 해운대처럼
상어 한 마리가 가져온 북항 호재
부산시 꾸준한 투자 관리로 이어져
문체부 복합돔 공모 낭보 전해지길
부산 북항에 나타났다고 ‘부캉이’란다. 3.5m 길이의 쇼맨십 넘치는 그 상어말이다. 차례상도 사라져 적적해진 추석 연휴, 부산에서 전국구 스타 하나가 탄생했다.
랜드마크 부지를 책임질 민간 투자자 하나 구하지 못해 표류 중인 북항이다. 그런데 부캉이 덕에 전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핫플레이스가 됐다. 가끔 현실은 허구보다 더 허구스럽다.
알만한 사람은 아는 사실이지만, 부캉이에게는 선배가 ‘한 마리’ 있다. 1964년 느닷없이 해운대 바닷가에 200살 안팎으로 추정되는 바다거북 한 마리가 찾아왔다는 기록과 영상이 남아 있다. 중동 일대가 온천 개발을 시작한 시점이라 이 뜻밖의 존재는 용궁에서 온 귀한 손님 취급을 받았단다.
그 덕에 바다거북은 다친 부위를 치료받고 술에 노잣돈까지 대접받고 떠났다. 바다거북이 바다로 떠나던 당시 3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소원을 빌었다니 지금의 부캉이 못지않은 인기였던 모양이다.
바다거북이 찾아간 1960년대의 해운대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해프닝의 중심이었던 중동도 해운대구가 아닌, 동래구 해운대출장소 관할의 작은 온천 마을이었다.
신기한 건 거북이 다녀간 그 이듬해부터 관광호텔을 비롯해 숙박업소가 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해운대 온천 개발 사업이 제대로 탄력을 받은 것이다. 지금의 중동과 구남로 일대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부캉이 선배’는 진정 영험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연휴에도 끊이지 않는 부캉이 뉴스를 보며 바다거북을 떠올린 건 간절함 때문이다. ‘북항도 곧 해운대처럼 환골탈태할 거야’라는 희망을 주기 위해 찾아온 메신저가 부캉이가 아닐까 하는 그런 기대 말이다.
부캉이는 외해로 나가라며 쳐놓은 그물도 뛰어넘어 친수공원으로 돌아왔다. 그 친수공원 한가운데가 부산의 미래 성장엔진으로 평가받는 북항 랜드마크 부지다. 오늘도 부캉이를 찾아온 방문객 사이로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러나 정작 그 땅을 바라보는 부산시와 동구, 해수부와 BPA 관계자의 한숨은 늘고만 있다.
2015년 글로벌 리조트 기업인 샌즈 그룹이 그 땅에 5조 원 복합리조트 건설을 제안했다. 그러나 리조트 내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사이 그 투자 건은 태국으로 날아갔다. 그 뒤로 랜드마크 부지의 민간사업자 공모는 유찰을 거듭하는 중이다.
다행히도 올해 초 전재수 시장과 곽규택 의원이 여야 협치로 항만 재개발법을 개정했다. BPA의 사업 참여를 법적으로 열어놓은 것이다. 1단계 재개발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그러나 확실한 방점을 찍어줄 청사진은 부족하다.
마침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공연 복합형 돔구장 건립 사업 공모를 시작했다. 5만 석 규모의 대형 돔과 3만 석 규모의 중형 돔을 지자체 2곳에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복합돔 공모로 북항 개발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산이다. 해당 부지에 돔 아레나를 건설하고 호텔과 공연장 등을 결합한 복합 개발을 제안할 방침이다.
쏟아지는 지자체 문의에도 문체부는 구체적인 국비 지원 규모는 비밀에 부치고 있다. 국비 지원이 어느 정도가 될지, 언제 지원이 이뤄질지 구체적인 안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은 지자체들의 제안을 전부 받아보고 틀을 짜겠다는 자세다.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인지도를 높인 북항은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냉기만 감돌던 북항을 부캉이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었다. 친수공원에 몰려온 방문객마다 ‘상어 보러 왔다가 북항이 이렇게 좋은지 처음 알았다’며 연신 입을 모은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억만금으로도 사기 힘든 천운이 북항으로 찾아든 셈이다.
부캉이는 언젠가 다시 바다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친절한 상어 한 마리가 부산에 선물한 천운도 유효기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부산시와 해수부 모두 북항의 잠재력을 전국에 알린 이 호재가 시들도록 손 놓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항 돔 아레나는 건설 비용만 1조 3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국비 지원을 마중물로 건실한 민간 투자가 지속해서 이어져야 성공할 수 있는 매머드급 사업이다.
끊임없이 헤엄쳐야 사는 상어인 부캉이는 한 곳에만 머물지 않는다. 친수공원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며 파도타기 하듯 호응을 유도한다. 그게 100만 명을 동원한 인기 비결이란다. 미래 성장엔진에 대한 민간의 관심과 투자 열기가 식지 않도록 해야 할 부산시의 모습이기도 하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