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각지대 메우는 부산형 현장 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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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회 부산테크노파크 재난안전산업센터장

부산은 조선·기자재, 뿌리산업, 항만·물류 등 다양한 산업이 도시의 성장과 일자리를 떠받치고 있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규모와 여건은 제각각이다. 자체 안전관리 인력과 체계를 갖춘 기업이 있는 반면, 인력과 비용의 한계로 위험요인을 알면서도 적절한 개선 방법을 찾지 못하는 소규모 사업장도 적지 않다. 중대재해 예방정책의 성패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지를 넘어, 예방의 손길이 이러한 현장까지 실제로 닿는지에 달려 있다.

산업재해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전에는 대부분 여러 위험 신호가 반복된다. 낡은 설비, 정리되지 않은 작업 동선, 익숙함 때문에 소홀했던 보호구 착용, 언어 차이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안전수칙 등이 겹치며 사고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무엇을 먼저 개선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기존 지원사업의 정보를 제때 접하지 못하거나 복잡한 신청 절차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따라서 현장에 직접 찾아가 위험요인을 함께 확인하고, 진단에서 교육과 개선까지 이어주는 촘촘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부산테크노파크는 고용노동부와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지역 중대재해 예방 사각지대 해소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를 ‘고위험 산업 사각지대 집중관리사업’, 줄여서 ‘지중해 사업’으로 운영한다. 이 사업은 단발성 점검에 그치지 않고, 고위험 사업장을 발굴한 뒤 안전 전문가의 현장 진단과 기술지도, 안전시설 개선을 위한 재정 지원, 근로자 보호구 지원, 내·외국인 맞춤형 안전교육 등을 현장 여건에 맞게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둔다.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 가능한 변화를 만드는 일이다. 안전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생산 일정과 비용, 인력 부족 때문에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가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위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현실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하면 기업은 무엇부터 바꾸어야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여기에 필요한 시설과 보호구, 교육을 연계함으로써 진단이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지중해 사업의 핵심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는 산업현장의 변화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안전교육을 실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근로자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위험한 순간에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부산은 외국인 근로자 대상 교육과 안전표지 지원, 현장 내 안전리더 양성 등을 통해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 공백을 줄이고자 한다. 안전은 국적이나 고용 형태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지원이 끝난 뒤에도 현장의 변화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개별 사업장의 지원 경험을 일회성으로 남기지 않고 지역 전체의 예방 역량으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대재해 예방은 한 기관이나 기업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안전 전문기관, 기업과 근로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긴밀하게 연결될 때 비로소 현장의 변화가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기업이 지원을 부담스러운 점검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산업과 기업을 지원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정책과 산업현장을 잇는 가교가 되고자 한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안전에서 소외되는 일터가 없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듣겠다. 안전 사각지대를 하나씩 메우는 꾸준한 노력이 부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하는 시민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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