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금융포커스] 돈에는 애국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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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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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부 차장

올해 한때 9000선을 넘어섰던 코스피가 최근 7000선에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만년 박스피’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하지만 지수가 크게 올랐다고 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우려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내 증시가 장기적으로 돈을 맡길 만한 시장이라는 신뢰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가 7000선 안팎을 오가는 사이 개인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미국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ETF였다. 국내 증시가 고점을 향하던 상반기 개인투자자들이 반도체 ETF 등 국내 증시 관련 상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하반기 새로 상장되는 ETF 가운데 해외형 비중도 다시 40%를 넘어섰다. 상반기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와 함께 ‘국장’으로 돌아왔던 투자 자금이 다시 해외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자의 시선이 미국으로 향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수익률이다. 코스피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동안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다만 미국 시장에 대한 선호를 수익률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근본적 이유로는 시장에 대한 신뢰가 있다. 한국 증시는 오랜 기간 낮은 주주환원과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물적분할과 중복상장 논란 등을 겪어왔다. 지수가 크게 올랐다는 사실 하나로 오랜 기간 쌓인 불신까지 단숨에 걷어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최근 ‘코리아 프리미엄’을 내걸고 글로벌 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자본시장의 신뢰는 행사나 구호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업의 이익이 주주에게 공유되고 소액주주의 권리가 존중되며 또 시장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게 작동할 때 비로소 쌓이는 것이다.

특히 개인의 해외투자를 억지로 국내 투자로 돌리려 할 필요도 없다. 돈은 애국심이 아니라 수익과 신뢰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과 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가 된다면 정부가 등 떠밀지 않아도 자금은 자연스럽게 돌아올 것이란 말이다.

결국 코스피가 지속적으로 선택 받는 투자처로 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지수의 숫자보다 투자자의 신뢰에 있다. 상승장에서 자금이 급격히 몰리는 것보다 하락장이 찾아왔을 때도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미래 가치를 믿고 시장을 떠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신뢰가 쌓일 때 비로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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