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오 마이 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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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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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호 문화스포츠부 선임기자

청동기 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돼지국밥
미쉐린 오르고 해외 진출로 세계화 나서
시민들이 뽑는 국밥대전 탑3 궁금하지만
우리 동네 맛집 사랑 변치 않겠다고 약속

원도심인 부평시장 근처를 저녁 시간에 지나다 활기차게 변한 거리 모습에 깜짝 놀랐다. 부산으로 몰려든 외국 관광객 덕분이었다.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 일본 실버위크 기간 동안 트립닷컴 일본 사이트 항공 예약 기준으로 한국은 가장 인기 있는 해외 목적지 1위에 올랐다. 도시별로 본 해당 기간 항공권의 일평균 예약량은 부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나 급증, 43%를 기록한 서울을 훌쩍 뛰어넘었다. 오늘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중화권의 국경절 연휴 기간 부산은 대만 여행객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4위에 올라, 5위를 기록한 서울을 제쳤다.

부산 음식을 먹기 위해 부산에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분석 또한 반갑다. 지난해 4월 부산시는 외국인 관광객 누적 100만 명을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돌파하며, 차별화된 미식 관광에 대한 투자를 외국인 관광객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특히나 부산 대표 음식 돼지국밥은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느낌이다. 대만 관광객들은 돼지국밥을 너무 좋아한다. 부산으로 오는 대만 항공사 타이거에어는 탑승권에 돼지국밥 광고를 넣고, 돼지국밥을 기내식으로 판매할 정도다. 1953형제돼지국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한글 간판을 내건 첫 해외 매장을 열고 돼지국밥 세계화에 나섰다. 먹을 것이 귀하던 한국전쟁 피란 시절 부산에서 대중화된 부산 돼지국밥이 〈미쉐린 가이드 부산〉에 5곳이나 오른 사실도 대단한 일이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가 올해 처음으로 열고 있는 ‘2026 부산돼지국밥대전’도 큰 관심거리다. 지난 14일에는 1만 800여 명이 참여해 시민이 추천한 240곳 가운데 부산 대표 돼지국밥집 20곳이 공개됐다. 오는 14일까지 운영되는 국밥 주간에 카카오맵 투표를 통해 20곳을 다시 10곳으로 좁힌 뒤, 최종 베스트 3(쓰리)를 뽑는다고 한다.

국밥대전에 대해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른 입맛을 서열화하고, 순위에 오르지 못한 식당은 ‘맛없는 집’이라는 꼬리표를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다. 최근에 만난 한 국밥집 사장님은 “20위에 들었지만, 걱정이 된다. 탑3에 오르기 위해 대중의 입맛에 맞춘 표준화된 맛으로 쏠리면, 각 국밥집 고유의 개성이나 매력은 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른데 향토 음식 돼지국밥을 가지고 순위를 매기는 공연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살펴봤다. 국밥대전은 일본에서 라멘집에 순위를 매기는 마케팅 방식과 닮았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TRY 라멘 대상(Tokyo Ramen of the Year)’ 같은 순위를 매기는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입상하면 해당 라멘집에는 최고의 명예가 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맛봐야 할 도장 깨기 목록에 오른다. ‘일본에서 줄 서서 먹는 1등 라멘’이라는 타이틀은 해외 진출로 연결된다. TRY는 스스로를 ‘라멘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다국어 라멘 포털’이라고 선언하고, 올해부터 공식 사이트를 영어와 중국어로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러니, 라멘 장인들은 최고의 면과 최고의 육수 개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라멘 전문점 시장은 2025년도 기준으로 약 8~9조 원 규모로 부산 돼지국밥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순위를 매기는 마케팅이 결과적으로 라멘 시장 파이를 키운 것이다. 서민 음식을 문화 콘텐츠로 포장해 미식가들을 일본으로 불러 모으고, 글로벌 무대에도 데뷔시키는 역할을 했다.

대체 언제부터 돼지국밥 같은 음식을 먹었는지 추적해 보니 놀랍게도 청동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는 신석기 시대 말에서 청동기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돼지를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청동기 시대에 제사장이 등장해 하늘에 제사를 지낸 뒤 제물로 바친 고기를 나누어 먹었다. 한정된 양의 고기로 여러 사람이 배불리 먹기 위해서는 고기와 뼈를 넣고 국을 끓여 나누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부산 향토 음식은 1999년부터 매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지정해 왔는데, 돼지국밥은 2007년 막차를 타고 향토 음식 목록에 들어왔다. 돼지국밥이 부산 음식으로 인정받은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미쉐린에 오른 돼지국밥집 5곳 중 합천국밥집만이 시민들이 뽑은 부산 대표 돼지국밥집에 포함됐다. 우리 부산 시민은 미쉐린이 뭐라든 간에 상관 없이 나만의 최애 돼지국밥집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탑3가 어디가 될지 궁금하지만 단골 돼지국밥집을 바꿀 부산 시민은 별로 없을 것으로 믿는다. 무려 청동기 시대부터 출발해 한국전쟁 직후 본격적으로 먹어서 미쉐린까지 오른 돼지국밥. K푸드에 열광하는 세계인들과 나눠 먹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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