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배움 머무는 원도심, 바다에서 답 찾자
류동근 국립한국해양대 총장
부산 각계 교육혁신 선도지역 도전 협약
원도심 바다 연결 단계별 교육 경로 설계
취업·정주로 이어지는 도시 만들었으면
지난 22일 부산시청에서 뜻깊은 협약식이 열렸다.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시, 중구·서구·동구·영도구·금정구 등 5개 구청, 지역 대학 5곳, 부산상공회의소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라이즈혁신원이 교육부의 ‘교육혁신 선도지역’ 공모에 함께 도전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도전이 부산 교육의 방향을 바꿀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육혁신 선도지역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교육발전특구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해 새로 개편한 사업이다. 선정되면 연간 최대 40억 원씩 5년간 지원을 받는다. 광주와 전남 등 여러 지역이 총력을 기울이는 만큼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심사위원의 마음을 얻으려면 부산이 가진 자원을 아이들의 배움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그 답은 바로 바다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한국해양대학은 이미 지역 학교와 함께 해양 교육의 가능성을 확인해 왔다. 지난해 8월에는 부산 지역 17개 특성화고와 업무협약을 맺고 교육과정 공동 개발, 교육 시설과 연구 인프라 공동 활용, 진로 체험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올해 3월에는 조선해양플랜트 분야 협약형 특성화고 육성에 참여해 고교와 대학을 잇는 연계 교육과정과 졸업 이후 학습 경로를 맡았다. 지난달에는 영도구청과 함께 지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해양 메이커 진로캠프를 열었다.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이 보여준 호기심에서 바다가 가장 좋은 교실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해외에도 좋은 본보기가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문을 닫은 RDM 조선소의 옛 기계 공장을 교육 캠퍼스로 바꿨다. 미국 뉴욕의 하버스쿨은 거버너스섬에 자리한 공립 고교로 양식과 선박 운항, 해양공학, 잠수 등 항만 산업과 직결된 직업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두 사례 모두 바다와 항만을 살아 있는 교실로 삼고 학교와 대학, 기업이 한 공간에서 협력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러한 경험과 사례를 토대로 다섯 가지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원도심과 바다를 잇는 ‘해양 교육벨트’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중구·서구·동구·영도구는 인구 유출과 고령화가 심각한 원도심이지만, 동시에 해양수산부 청사와 북항, 부산항, 해양 공공기관이 모인 대한민국 해양의 심장부다. 국내 최대 선사 HMM도 북항에 새 사옥을 짓겠다고 밝혔다. 초등학교에서는 바다를 체험하고, 중학교에서는 해양 직업을 탐색하며, 고등학교에서는 해양 특화 과목을 이수한 뒤 대학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경로를 설계하자. 몇 차례의 캠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년마다 이어지는 정규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 북항 재개발로 생겨나는 공간을 부산판 RDM 캠퍼스로 만들어 청소년 해양 교육의 거점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해양 공공기관과 해운 기업들이 현장 체험과 멘토링에 나선다면 배움은 넓은 바다로 이어진다.
둘째, 대학이 초중고의 배움터가 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 시대라는 점을 감안해 학교 안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은 대학이 공동교육과정으로 열고 실험실과 실습선, 도서관을 청소년에게 개방해야 한다. 올해 국립부경대와 공동학위과정을 만들며 확인했듯이, 대학 간 칸막이를 없애고 역할을 나누면 5개 구 전체를 하나의 캠퍼스로 만들 수 있다. 셋째, 작은 학교를 살리는 공동교육과정과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 학생 수가 줄어든 원도심 학교가 다양한 과목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 인근 학교들이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하고, 비어 가는 교실과 유휴시설을 학습과 돌봄의 거점으로 바꿔야 한다. 학교를 없애는 대신 학교끼리 연결해 배움의 폭을 넓히는 방식이 원도심에 맞는 해법이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원도심이 되어야 젊은 가정이 돌아온다.
넷째, 교육이 일자리와 정주로 이어지는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좋은 교육으로 기른 인재가 수도권으로 떠난다면 지역은 남 좋은 일만 하는 셈이다. 부산으로 옮겨온 해양 공공기관과 기업이 지역 인재 채용을 늘리고, 대학은 기업과 함께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를 열어야 한다. 라이즈 사업과 연계해 초중고에서 대학, 취업, 정착까지 끊기지 않는 성장 경로를 설계한다면 교육혁신 선도지역은 인재 정주 도시의 출발점이 된다. 우리 대학이 국립부경대와 함께 해양수산 공공기관 재직자를 위해 내년 신설하는 해양융합거버넌스학과처럼 이미 일하는 사람도 다시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평생 학습 체계 역시 함께 갖춰야 한다. 다섯째, 협의체가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실행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담 실무조직을 두고 학생의 학습 성과와 지역 정주율처럼 체감할 수 있는 지표를 매년 점검해야 한다. 5년의 국비 지원이 끝난 뒤에도 사업이 이어지도록 미래 재원을 함께 설계해 두는 일도 중요하다. 부산은 바다와 대학, 산업이라는 좋은 재료를 모두 갖춘 도시다. 부족했던 것은 이를 하나로 엮는 힘이었다. 이번 협약이 그 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