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 생명과 직결된 '물 안전'
최소남 부산맑은물확보 범시민네트워크 상임대표·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장
“시민과 적극 소통하고 민생을 즉시 살피겠다”던 전재수 부산시장의 약속. 그 첫 시험대는 바로 부산 시민의 밥상과 일상을 위협하는 ‘안전한 먹는 물 확보’가 되어야 한다.
날씨가 더워질 때쯤 시민들의 걱정은 깊어만 간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낙동강의 ‘녹조’ 때문이다. 창밖에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보다, 우리 집 싱크대와 욕실로 흘러드는 수돗물이 더 두렵고 걱정스러운 것이 오늘날 부산시민의 솔직한 심정이다.
이 문제는 당장 식탁 위의 생존 문제와 다름없다. 아이에게, 가족에게 깨끗한 물을 먹이고 싶은 것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가장 소박하고도 간절한 바람이다. 녹조가 창궐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정수 과정에서 모두 걸러지니 안심하고 마시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상투적인 답변은 더 이상 위로가 되지 못한다. 발암물질과 간 독성을 유발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눈에 보이기라도 하지만, 낙동강 상류의 수많은 공장 폐수에서 흘러나오는 미량유해화학물질과 과불화화합물(PFAS)은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의 몸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장에서 이 문제를 끊임없이 감시해 온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입장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이 번창하고 경제가 부강해진들 무엇하겠는가? 부산 시민의 기대수명이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하는 기막힌 현실 속에서, 매번 불안감을 안고 생수를 사 나르거나 정수기 필터를 교체해야 하는 일상을 우리는 언제까지 감내해야만 하는가? 왜 우리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에 살면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안전한 물을 마실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가?
낙동강 표류수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급수 체계는 기후위기 시대에 이미 그 한계를 드러냈다. 매년 반복되는 사후약방문식의 고도정수처리나 임시방편적인 대책만으로는 이 거대한 환경 재앙을 막을 수 없다.
녹조 독성과 미량유해물질에 대한 공포는 단순한 환경오염을 넘어 시민의 건강과 생존권을 직접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 단계에 이르렀다. 한여름 폭염이 녹조를 부른다면, 장마와 폭우는 전 국토의 오염물질을 쓸어내리며 낙동강 표류수의 탁도를 악화시킨다. 그런데도 부산 시민은 여전히 그 물을 정수해서 마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본적이고 과감한 결단과 실천이다. 부산시장 그리고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정부의 정책적 결단으로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안전한 물 공급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행복권이자 기본권이다. 언제 어디서나 안심할 수 있는 물을 공급받기 위해서는 식수 전용 댐이 마땅히 있어야겠으나, 차선책은 갈등 해소와 제도 개선을 통해 깨끗한 원수를 관계 지자체와 공유하는 것이다. 부산시 공무원들이 취수 영향 지역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휴일도 반납하며 설득에 공을 들여온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 노력이 없다면 지역 간 협의는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뿐이다.
둘째, 정부는 더욱 책임감 있는 자세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 시민들은 1991년 낙동강 페놀사태 이후 무려 40여 년 가까이 물 불안을 감내해 오고 있다. 만약 수도권 주민들이 마시는 팔당댐과 한강 표류수의 COD(화학적산소요구량) 기준이 여름 내내 5~6ppm에 달했다면 정부가 이토록 수수방관했겠는가. 이제 정부는 부산시와 협력하여 시민의 안전한 상수원 확보를 위해 더 이상 머뭇거림 없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언제까지 시민들이 짙은 녹색으로 물든 낙동강을 바라보며 불안에 떨어야 하나.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물려줄 수 있도록, 그동안 부산시와 시민단체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새 시장이 앞장서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