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익의 뷰파인더] 더 이상 광장에 모이지 않는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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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송국장

텍스트에서 영상·SNS로
세대마다 갈라진 취향

플랫폼도 섬처럼 분리
깊어지는 세대 간 단절

믿음 가는 맞춤형 콘텐츠
세대별 신뢰 회복 첫걸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사람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 역시 끊임없이 변화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선호하는 미디어는 시대에 따라, 나이에 따라 생물처럼 요동친다. 지난 10년 사이에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들여다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수용자 조사를 보면, 2015년 20대는 모바일 인터넷 이용률(97.4%)이 텔레비전(90.1%)을 앞질렀고,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이용률(80.1%)이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30대는 모바일(94.9%)과 텔레비전(94.5%)이 엇비슷했다. 하루 평균 뉴스 이용 시간이 85분으로 가장 길었다. 40대에서도 주 매체인 텔레비전(94.3%)의 뒤를 모바일(88.6%)이 바짝 쫓고 있었다.

50대는 텔레비전(95.9%) 이용률이 더 높아졌는데, 종이신문(33.4%) 이용률이 20대(1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전형적인 ‘신문·방송’ 세대였다. 60대 이상 고령층은 텔레비전(95.3%)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모바일 이용률은 23.6%에 불과해 젊은 세대에 비해 디지털 소외 현상이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딱 10년 뒤인 2025년,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영상, SNS 전성시대다. 20대의 텔레비전 뉴스 이용률(48.2%)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신 인스타그램(82.2%)과 숏폼 콘텐츠(82.5%)가 약진했다. 넷플릭스 등 OTT(78%)도 일상을 완전히 점령했다. 30대는 포털 뉴스(81.8%) 이용률이 전 세대 중 가장 높았다. 새로운 포맷인 숏폼 뉴스 이용률(34.3%)도 전 연령대 가운데 최고였다.

2025년 40대의 경우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뉴스 이용률(37.4%)이 가장 높아 영상 중심 미디어 소비 패턴이 확고해졌다. 10년 전 종이신문 독자였던 50대는 포털 뉴스(70.7%)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82.4%)을 많이 이용하는 ‘디지털 중년’이 됐다. 또 2025년 60대의 종이신문 열독률이 13.5%인 데 비해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이용률은 73.3%에 달했다. 10년 사이에 중장년 세대의 정보 습득 수단이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대반전을 이뤘다.

70대 이상도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쉽게 말해 유튜브를 보는 이들이 50.2%로 절반을 넘어섰다. 텔레비전 이용률은 99.4%로 여전히 절대적이지만, 시청 시간의 상당 부분이 유튜브로 이동했다. 10년 전 신문 이용률이 28.2%였던 60대가 70대가 된 지금은 10.3%에 그쳤다. 신문보다 유튜브를 5배 가까이 더 많이 이용하는 셈이다.

이 와중에도 라디오, 팟캐스트 등 청각에 의존하는 콘텐츠는 선전했다. 2015년 20대의 6.6%만이 라디오를 들었지만, 이들이 30대가 된 2025년에는 14.3%로 배 이상 상승했다. 10년 사이에 라디오가 유튜브(보이는 라디오 등)와 스마트폰 앱을 적극 수용한 것이 효과를 냈다.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운전을 할 때, 혹은 집안일을 하면서 정보를 습득하는 습관이 자리를 잡은 영향이다. ‘청각 미디어’ 가치의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2015년 당시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숏폼’도 혜성처럼 등장했다.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짧은 영상이 ‘도파민 중독’을 걱정할 정도로 대세가 됐다. 2025년에는 전 세대의 숏폼 이용률이 59.2%를 기록했을 정도다. 특히 20대와 30대가 뉴스를 숏폼으로 접하는 비중이 늘면서, 인터넷 포털 뉴스 이용률은 2021년 79.2%에서 2025년 66.5%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과거에는 디지털 격차가 뜨거운 이슈였지만, 이제는 70대 이상의 75.7%가 인터넷에 접속한다. 모든 세대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 나이 든다고 윗세대의 미디어 이용 패턴을 따르지도 않는다. 오히려 새롭고 효율적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지금의 60대가 70대가 될 무렵에는 AI 플랫폼까지 더해져 한층 치열한 미디어 생존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소셜 아일랜드’ 현상도 심해진다. 10년 전 유사한 플랫폼에 머물던 이들이 나이에 따라 섬처럼 분리되고 파편화되고 있다. 확증편향과 미디어 단절 문제가 뒤따른다. 20대 이하는 인스타그램과 틱톡에 자리 잡았고, 30~40대는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과 밴드 등 온라인 카페로, 50~60대는 카카오스토리에서 밴드로 이동했다. 메신저도 과거 카카오톡 단일 체제에서 인스타그램 DM 등으로 분화했다. 2024년 소셜미디어 조사에서 70대의 SNS(밴드) 이용률이 1.5%에 불과했지만 유튜브 이용률은 58.9%에 달했다.

사정이 이러니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들도 가짜 뉴스와 차별화된 완성도 높은 영상 콘텐츠와 다양한 포맷의 뉴스로 신뢰와 영향력을 되살려야 한다. 연령별로 선호하는 형식을 이해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적합한 플랫폼에 전달하는 전략이 세대별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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