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식의 일필일침] 100억 오텔로보다, 부산의 100년을 보라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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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전재수 의원 ‘지역 예술인’ 미래 고민
지금은 부산시장 돼 돌아온 그 앞에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다시 질문 던져

라 스칼라와 협력은 ‘희망 사항’일 뿐
지금까지 개관 준비 시민 이해 못해
그가 꿈꿨던 미래 유효하다면 결단을

8년 전 4월을 기억한다. 2018년 국립부산국악원 개원 10주년을 맞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통예술분야 일자리 창출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오전 9시에 시작한 토론회는 정오가 다 돼서야 끝났다. 기자도 토론자로 그 자리에 있었다. 당시 전재수 국회의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누군가 말하면 귀 기울였고, 중요한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으로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날의 모습에서 부산의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인의 긍정적 모습을 보았다. 이제 그는 부산시장이 됐다. 그리고 그때 그 자리에서 던졌던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 청년 예술인은 부산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지역의 예술 인재는 어디에서 꿈을 펼칠 것인가. 부산의 문화 예술은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그 질문을 지금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다시 던지고 있다.

현재 공정률 80%를 넘어선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내년 9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시민이 묻는다. “그래서 이 극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신통치 않다. 다만 분명한 한 가지는 개관 공연으로 라 스칼라의 ‘오텔로’가 추진되는 것이다. 3회 공연에 자그마치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주고서 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을 부산에서 보는 것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시민과 예술인이 묻는 것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부산에 남느냐”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향하는 것은 초청극장이 아니라 작품을 만드는 제작극장이다. 그렇다면 라 스칼라를 불러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제작 역량과 노하우를 배우고, 이를 부산의 자산으로 만들고 남기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준비 상황을 보면 가슴이 막힌다. 오죽하면 지금 부산오페라하우스는 건물부터 지었다는 인상이 짙다. 공사 착공 후 8년이 지났지만, 상주 오케스트라도, 합창단도 없다. 제작 조직과 전문인력도 충분하지 않다. 지역 예술인을 어떻게 참여시킬지도 잘 안 보인다. 그런데 개관 무대에는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을 데려오겠다고 야단이다. 순서가 뒤바뀌었다.

최근 연이어 열린 정책세미나와 시민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질문과 제안이 쏟아졌다. 제작 시스템은 있는가. 지역 예술인은 어떻게 참여하는가. 민간오페라단과는 어떻게 협력하는가. 상주 오케스트라는 있는가. 청년 예술인은 어떻게 키울 것인가. 개관은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실행계획과 예산, 로드맵은 여전히 선명하지 않다. 더 황당한 것은 라 스칼라와의 협력이다. 부산시는 세계적인 제작 역량을 부산 자산으로 축적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는 ‘협력 전략’일 뿐 아직 라 스칼라 측과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100억 원이 넘는 사업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남길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면 정책이라기보다 희망 사항에 가깝다.

안전은 더 엄격해야 한다. 2023년 7월 감사에서 소방배관 부품의 설계와 다른 시공 등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과정의 위법·부당 사항 수십 건이 지적됐다. 시가 보완했다지만 추락한 신뢰는 말만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준공 전 시민과 건설·공연·설계·감리·예술 전문가가 참여하는 현장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을 직접 검증해야 한다.

이렇기에 개관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건물이 완성됐다고 극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대심도와 영화의전당에서 우리는 이미 배웠다. 시설을 여는 것보다 제대로 운영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조금 늦어도 좋다. 시범 운영 기간을 늘려서라도 제대로 된 제작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핵심은 여기에 있다.

이참에 라 스칼라 선정 과정도 공개해야 한다. 정명훈 예술감독 문제 역시 설명이 필요하다. 정 감독은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인 동시에 라 스칼라 음악감독이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는 부산의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사업인 만큼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면 역할과 절차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연임 논의와 라 스칼라 공연 추진이 맞물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면 행정은 더 이상 침묵할 일이 아니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단순한 공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산 예술인의 일터이자 청년 예술인의 학교, 지역 창작의 거점이어야 한다. 공연이 끝나도 사람과 기술, 작품이 남아야 한다. 그래야 100년 뒤 부산의 문화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전재수 시장에게 8년 전 4월을 다시 떠올려보길 권한다. “청년 예술인은 부산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제 답해야 할 사람은 부산시장 전재수다. 과거 그가 꿈꿨던 부산의 미래가 아직도 유효하다면, 이제 시장인 그가 그 답을 보여줄 때다.


정달식 논설위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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