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성의 맛있는 여행] 문화해설사
문화스포츠부 선임기자
여행지를 취재하다 보면 많은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문화해설사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에 대한 역사와 문화, 먹을거리 등을 해설하는 분들이다. 관광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벼운 이야기 위주의 해설에서부터 전문가의 식견이 느껴질 만큼 깊이 있는 해설도 한다.
기자는 대체로 이 분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 편이다. 해당 여행지에 대한 사전 취재와 자료 검색 등을 활용해도 충분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반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양보하자는 생각도 있다.
지난달 임시수도기념관 취재를 하면서 만난 문화해설사는 이 같은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 관저로 사용됐던 임시수도기념관. 그곳에 대한 사전 취재와 자료 수집 등이 충분했는데도 이날은 이상하게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문화해설사 요청은 사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해야 한다. 하지만 그 분은 현장에서 요청을 받았는데도 선뜻 응했다. 해설사는 기념관 구석구석, 사진 한 장 한 장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했다. 대체로 아는 이야기였지만 재미 있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내공이 대단했다. 일제시대 지어진 임시수도기념관의 건축 양식을 설명하던 해설사는 괴한의 침입을 알 수 있는 비상경보장치가 이 곳에 있다고 찾아보라고 했다. 1926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에 지어진 집에 무슨 경보장치가 있을까 싶었다. 도무지 알 길이 없어 어리둥절해 있는데, 그는 ‘자갈’이라고 했다. 기념관 정원 앞마당에 깔려 있는 자갈이 침입자의 발소리를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멋쩍어 한참을 웃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 마당에 자갈을 깐 집들이 제법 있었다. 이게 경보장치였다니 신기한 일이다.
대통령 관저 뒤편에 마련된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 한국전쟁 당시 피란 수도 부산의 모습이 전시된 이곳에서 그는 자신을 피란민 2세라고 밝혔다. 황해도가 고향인 부모님이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왔고, 그는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피란도시 부산은 전국의 피란민들을 품어주는 어머니 품 같은 곳이었다. 만약 부산이 피란민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부산,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울컥했다. 이 분의 삶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 부산의 역사와 가치 등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어느 곳에 가던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는다. 재미있는 해설과 전문가적인 식견이 곁들여진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해설가의 삶이 녹아 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한층 깊은 그곳만의 매력을 느낀다. 특히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가면 반드시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paperk@busan.com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