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중동 최초로 사형제 공식 폐지
2004년 중단… 선고는 지속
“인권 역사에 중대 이정표” 자축
유엔 “다른 중동국도 본받아야”
11일(현지 시간) 레바논 의회가 사형제 폐지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레바논이 중동 국가 최초로 사형제를 전면 폐지했다.
레바논 의회는 11일(현지 시간) 전체 128명의 의원 중 무장 정파 헤즈볼라 소속 의원들을 제외한 과반의 찬성으로 사형제를 폐지하고 그 대체 형벌로 가중 노역(중노동)을 수반하는 종신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레바논 의회 의장실은 “레바논 내 사형제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이 일부 수정안을 거쳐 최종 가결되었다”고 발표했다.
의회 표결 현장에 출석한 아델 나사르 레바논 법무부 장관은 사형제 폐지를 ‘역사적 진전’이라고 평가했고, 사형제 완전 폐지를 촉구해 온 인권 단체들도 이날 표결 결과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지중해 연안의 소국인 레바논은 지난 2004년 1월부터 비공식적으로 사형 집행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수십 건의 사형이 선고된 바 있으며, 이들 판결은 추후 집행이 유예되거나 감형됐다.
레바논 법무부 교정국에 따르면 2026년 1월 말 기준 레바논 내 사형수는 85명이다. 레바논 시민권리협회(LACR), 레바논 사형제 폐지 국민 캠페인, 정의와 자비 협회(AJEM) 등이 사형제 폐지 운동을 이끌어 왔다.
지난해 10월 7일 의원 7명이 의회 인권위원회에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정부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각은 2025년 11월 20일 찬성 의견을 냈다.
이어 이 법안은 지난 2월 23일 의회 인권위원회를 시작으로 법사위원회와 합동위원회를 거쳐 이날 본회의에서 최종 승인됐다.
국제 인권법에 따라 사형제 폐지를 돌이킬 수 없는 조치로 확립하려면 레바논은 사형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 선택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의 헤바 모라예프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사형제 폐지 결정은 레바논 인권 역사에 있어 중대한 이정표이자 승리”라며 “정의는 돌이킬 수 없는 잔혹한 형벌이 아닌 인권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논평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에서 공식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레바논 의회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이제 레바논은 이 지역(중동)에서 그렇게 한 첫 국가”라고 지적하고 다른 국가들도 이런 비인도적 관행을 종식한 레바논을 따르라고 촉구했다.
튀르크 대표는 이번 의회 의결 법안이 “생명권에 대한 강력하고 원칙이 선 헌신을 보여준다”며 대통령의 승인과 서명을 거쳐 신속히 발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사형제 폐지가 레바논이 역내 전쟁과 맞물려 인명손실 등 심각한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