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광복절에 되새기는 '기억의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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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8월 15일 광복절이 다가오면 거리마다 태극기가 물결치고 경축 행사가 열린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어떤 마음으로 그날을 맞이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쉽게 흐려지곤 한다.

부산 남구 대연동 언덕배기에 위치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도슨트(전시해설사)로 봉사하며 마주하는 시간들은, 광복의 의미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역사관으로 향하는 길,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수송선의 형상을 본뜬 건물 외관이다. 일제강제동원 희생자들을 타향만리로 실어 나르던 수송선의 의미를 되새길 때마다, 거대한 건축물은 서늘한 역사적 증언이 되어 다가온다. 특히 ‘피해자 기증 사진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 무거운 공간감이 시대적 중압감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해설사로서 방문객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단지 ‘피해의 참상과 슬픔’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이 공간 속에서 발견하는 진짜 가치는 꺾이지 않는 ‘민초들의 삶의 의지’다. 전시실 유리창 너머 빛바랜 고향 편지, 모진 노동 속에서 피땀 흘려 모은 월급봉투, 엄혹한 시절 속에서도 놓치지 않았던 소소한 기록들은 절망 속에서도 삶을 이어나가고자 했던 위대한 생명력의 증거다.

역사관은 단순히 아픈 과거를 추모하는 어두운 공간이 아니다. 선조들의 숭고한 숨결을 느끼고, 오늘날 나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살아 있는 교육의 장’이자 ‘치유의 공간’이다.

광복절을 즈음하여 더 많은 부산 시민과 청소년이 ‘기억의 배’에 올라보기를 바란다. 그곳에서 역사의 무게를 느껴보고, 그 무게를 견뎌낸 민초들의 뜨거운 삶을 마주해보는 것은 가슴 벅찬 울림과 용기를 줄 것이다.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나누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광복의 완성일 것이다.

홍민호·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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