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란이 뭐길래…거제남부관광단지 주민단체-환경단체 갈등 재점화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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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거제환경연합 ‘이식 실패’ 주장
이식 개체 ‘미개화’·자생 개체 ‘개화’
“졸속 시범이식 중단, 환평 부동의”

주민들 개화 여부로 성패 판단 억지
환경요인 따라 개화 시기 들쭉날쭉
지난해 이맘때 17촉 중 8촉 꽃 피워
올해는 강수량 적고 습도 낮아 반박

거제남부관광단지를 둘러싼 찬반 단체들이 10일 대흥란 시험 이식장 인근에서 기자회견과 맞불집회를 열어 저마다 당위성을 주장했다. 가운데는 노자산에 자생 중인 대흥란. 독자·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제공 거제남부관광단지를 둘러싼 찬반 단체들이 10일 대흥란 시험 이식장 인근에서 기자회견과 맞불집회를 열어 저마다 당위성을 주장했다. 가운데는 노자산에 자생 중인 대흥란. 독자·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제공

경남 거제시 남부관광단지 사업의 마지막 퍼즐인 ‘대흥란’ 이식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옮겨 심은 지 2년이 지난 시점에 꽃이 피지 않은 만큼 ‘실패’라는 환경단체 주장에 개화 여부만으로 성패를 단정해선 안 된다는 반론이 팽팽하다. 경남도의 최종 사업 승인 여부 결정을 목전에 두고 환경단체가 이식 현장 공개를 통한 여론전에 나서자, 성난 주민들이 맞불 집회로 막아서면서 지역 내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과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지난 10일 동부면 노자산휴게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6월 노자산 자생지에서 채취돼 실험지로 옮겨진 대흥란 17촉이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있다. 이식 실험지 주변에 자생하는 대흥란 60여 촉이 이달 개화한 것과 비교된다”며 “2년간의 이식 실험은 이론적으나 실험적으로나 실패했음이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대흥란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지정한 희귀 야생화다. 남부관광단지 추진 과정에 건설 예정지인 노자산 일대에서 군락이 발견됐자 환경단체는 서식지 보호를 명분으로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조건으로 대흥란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개발구역 내 자생 중인 대흥란 230촉 중 10%인 23촉을 인접한 원형 보전지로 이식해 2년 이상 관찰한 뒤, 생존이 확인되면 전량 이식하고 사업을 원안대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성공 여부 판단은 승인기관인 경남도, 협의기관인 낙동강환경청, 국립생태원, 한국환경연구원, 국립생물자원관이 추천한 전문가 그룹이 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사업자와 경남도, 거제시는 23촉 중 17촉을 기존 자생지 3곳에 나눠 이식하고 6촉은 대학 실험실로 옮겨 배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모니터링 최소 기간을 충족한 상황에 환경단체는 이식 개체 미개화를 근거로 시험이 실패했다고 규정하며 “이제라도 실패를 인정하고 개발 사업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 내 대흥란 시험 이식 현장. 이식된 개체(오른쪽)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다.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제공 거제남부관광단지 내 대흥란 시험 이식 현장. 이식된 개체(오른쪽)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다.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제공

이에 남부관광단지를 낙후된 지역 발전을 이끌 마중물로 기대해 온 동부·남부면발전위원회와 추진위원회 그리고 인근 마을 주민들은 환경단체 기자회견장 맞은편에서 맞불 집회를 벌이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평생 노자산을 한 번도 찾은 적도 없던 외부단체가 이제 와 대흥란만을 내세워 지역의 미래가 걸린 사업을 가로막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특히 환경단체의 대흥란 이식 실패 주장에 대해, 특정 시점 개화 여부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대흥란은 기상 여건에 따라 출현과 개화 시기가 달라질 수 있는 난초류로 다양한 환경요인에 따라 수일에서 수주까지 차이를 보이는 게 일반적인 생태 특성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른 장마에 강우량이 많고 습도가 높았던 작년 이맘때엔 이식된 17촉 중 8촉이 개화한 것으로 보고됐다.

반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비가 적고 토양수분도가 낮다. 기상청이 발표한 6월 기후 특성을 보면 거제 지역 강수량은 95.4mm로 184.7mm였던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강수일수와 상대습도 역시 각각 10.4일에서 6.9일, 74%에서 71%로 줄었다. 반대로 일조시간은 209.3시간에서 225.7시간으로 16.4시간 늘었다. 게다가 현재 이식된 대흥란 모두 개화만 안 됐을 뿐 고사나 생육 상태의 급격한 변화는 없다는 게 추진위 설명이다.

그러면서 “환경영향평가는 장기간 축적된 모니터링 자료와 전문가 검증, 객관적 분석을 종합해 판단하는 절차다. 일부 현상을 놓고 무효니, 실패니 단정하는 건 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낙동강청과 사업자 측 역시 “계획된 일정에 따라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 개화는 물론 생존율, 생육도, 환경 변화 등 다양한 항목을 분석 중”이라며 “전문가 그룹 평가 일정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 기대효과와 조감도. 부산일보DB 거제남부관광단지 기대효과와 조감도. 부산일보DB

거제남부관광단지는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에 들어설 복합휴양레저단지. 총면적 369만 3875㎡, 국제경기용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로 경남에선 가장 크다. 2017년 거제시가 사업계획을 수립해 2019년 경남도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하면서 본궤도에 올랐으나, 환경단체 반발에다 환경부가 사업 대상지 중 개발이 불가능한 ‘생태 보호 구역’ 범위를 늘렸다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지지부진했다.

이후 2024년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에 이어 지난해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심의까지 통과하며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지만 경남도 최종 승인을 목전에 두고 대흥란 서식지 보호 방안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다시 하세월이다.

결국 참다못한 주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거제 동·남부면은 과거부터 험한 산세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졌던 ‘오지 중의 오지’다. 각종 개발사업에서도 배제돼 변두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금도 각종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마땅한 소득 기반도 없어 인구 유출과 고령화만 심화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2000명을 훌쩍 넘던 인구는 올해 3월 기준 1379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마저도 65세 인구가 절반이다. 이을 타개할 절호의 기회가 바로 남부관광단지라는 게 추진위 설명이다.

실제 사업자 측 분석을 보면 7년여로 추정되는 건설 기간 총 9584억 원 상당의 경제 유발 효과와 5321명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완공 후 운영에 들어가면 상가와 숙박, 운동·오락시설을 통해 연간 214만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20년간 6조 660억 원 상당의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시설 운영·관리를 위해 65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인데, 지역 주민에게 우선권을 준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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